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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88화 (88/234)

< 28화 S등급 위험개체 (3) >

“봉봉 잠깐!”

문 비서가 다급히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허봉의 다섯 손가락이 한 마디 만큼씩 조형만의 골을 파고들고 말았다.

-주르르륵!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핏물이 조형만의 얼굴을 적셨다.

“끄어어어어....”

뇌에 손가락이 닿기라도 했는지 조형만의 눈알이 뒤집혀 버렸다.

허봉이 손에 힘을 빼자 쑥 하고 빠져나와 조형만이 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어댔다.

상태만 봐서는 얼마 가지 못할 듯 했다.

“저질러 버렸네. 에휴.”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록 쓰레기 같은 놈이기는 했지만 죽게는 하고 싶지 않던 그녀였다.

“여보님.”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옥의 사자처럼 열불을 토해내던 허봉이 글썽거리며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의 이름은 문란영.

허봉의 아내이자 천여운이 교주로 집권하던 시절에 천마신교의 대장로를 역임했던 철의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허봉의 등을 토닥이며 달랬다.

“우리 신랑님이 많이 보고 싶었나 보네.”

그녀 역시도 허봉이 많이 보고 싶었는지 눈물을 글썽였다.

한참을 끌어안으며 서로의 온기를 확인하고 있는 두 사람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로. 오랜만이구려.”

‘!!!’

문란영의 두 눈이 커졌다.

그녀가 황급히 허봉을 밀치고는 바닥에 엎드렸다.

“천마이시여!”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천여운이었다.

엎드려서 고개를 들어 올린 문란영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

“신 대장로 문란...”

“쉿!”

천여운의 그 말에 그녀가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는가 싶어 의아해했는데 주위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생존자들은 민간인들이었다.

그들 앞에서 큰 소리로 정체를 밝히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 의도를 알아들은 그녀가 전음으로 인사를 대체했다.

[신 대장로 문란영이 대 천마신교의 위대하신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그녀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예지가의 예언을 반신반의 했었는데, 이렇게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천여운을 보게 되니 감정이 복받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니 정말.....정말.....”

그녀가 목이 막혔는지 뒷말을 잇지 못했다.

천여운이 빙그레 웃으며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허봉에게는 모든 사정을 들었소. 늦었지만......혼례를 치른 것을 축하하오.”

“어멋.”

문란영이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그녀 역시도 한참 연하인 허봉과 혼례를 치른 것을 의식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놀랐었지만 더 이상 개의치 않는 천여운이었다.

“어떻게 깨어났던 거요?”

천여운의 물음에 허봉도 궁금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맞아요. 여보님 어떻게 깨어있던 거에요?”

‘여보님?’

그의 말투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백 살도 넘게 연상인 그녀에게 허봉은 말을 놓지 않았다.

공손 그 자체였다.

“동굴에 해골들을 보면 누가 침입한 것 같았는데. 여보님 혹시 습격을 받았던 거에요?”

그녀가 동면에 들어가 있던 숨겨진 공동.

그곳에서 천여운과 허봉은 스무 구가 넘는 해골들을 발견했다.

나노의 분석에 의하면 해골들은 그렇게 된지 대략 2~3년 정도 되었다.

문란영이 그때를 떠올렸는지 어두워진 얼굴로 입을 뗐다.

“짐작하신대로입니다. 신은 자의가 아닌 어떤 무리에 의해 강제로 깨어나게 되었습니다.”

“어떤 놈들이!”

허봉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아내를 건드렸다고 하니 화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주군 혹시 그 에메스인가 그 자들이 아닐까요?”

그 물음에 천여운이 넌지시 문란영을 바라보았다.

이에 문란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에메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다?”

의아해하는 천여운의 반문에 그녀가 그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정확하게 2년 하고도 4개월 전의 일이라고 한다.

문란영은 정신을 차렸을 때, 누군가 그녀의 단전에 손을 대고서 흡성대법과도 같은 알 수 없는 사술을 부리고 있었다고 했다.

“흡성대법?”

흡성대법(吸星大法).

그것은 상대의 내공을 빨아들이는 일종의 사공이다.

흡수한 내공의 1할 정도밖에 체화가 불가능하고 워낙 부작용이 심해서 천여운이 있던 시대에서도 거의 사용자가 없었다.

“진기가 흡수당하면서 정신을 차리게 되었고 놀란 저는 그 자에게 응징을 가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깨어난 것을 눈치 챈 그자가 진기를 흡수하던 것을 멈추고서 손을 파고들어서 단전을 부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저 역시 동시에 그 자를 공격했습니다.”

진기의 대부분을 흡수당하고 단전이 파괴되었다고 방심했던 놈이었다.

하지만 불기린의 피를 마셨기에 뛰어난 재생력과 일부 영력이 남아있던 문란영은 곧바로 약해지지 않았기에 그 자의 심장에 타격을 입힐 수 있었다.

심장을 당한 그 자는 당황한 나머지 도주를 시도했다.

“놈을 쫓아갔습니다.”

문란영은 어떻게든 그 자를 잡으려고 했으나, 놈이 데려왔던 수하들이 가로막는 바람에 그들을 처리하느라 결국 놓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놈의 흔적을 쫓던 도중에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진기를 팔 할 이상 빼앗기면서 그녀의 재생능력은 약해져 있었고, 그만큼 버틴 것이 용한 상황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이곳 대동시의 병원에 있었습니다.”

그녀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조형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자가 우연히 저를 발견하고서 병원에 데려왔더군요.”

부상을 입고서 약해진 그녀는 천 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기억을 잃은 사람인척 가장해 조형만의 도움을 받았다.

문란영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한 조형만은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심지어 대동시 시청에 구직까지 시켜주었다.

이런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조형만의 성품이 최악인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최대한 그를 보호해주려고 했었던 것이다.

“크흠.”

허봉이 복잡한 심경으로 조형만을 쳐다보았다.

죽여 마땅한 자가 아내를 도와준 은인이라고 하는데, 심란한 것도 당연했다.

“약해진 저는 섣불리 나설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그 정체 모를 자가 자신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한 문란영은 머리카락마저 염색하고 완전히 현 시대에 녹아들어 자신을 숨겼다.

틈틈이 천여운에 대한 소식이나 천마신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려 했지만 그녀가 들은 것은 충격적인 소식뿐이었다.

“본교가 와해되어서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문란영은 27년 전에 벌어졌던 사건과 천마신교가 와해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천여운의 현 시대 강림을 맞이하려 했던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된 것이었다.

그녀가 허봉을 바라보며 말했다.

“차선책으로 두 사람을 깨우기 위해 힘을 회복하려 했지만....”

대부분의 내공과 진기를 잃은 상태에서 비정상적으로 단전이 재생하면서, 그녀의 회복능력은 현저하게 낮아져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기에 천천히 라도 힘을 회복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던 도중에 대동시에 게이트가 열린 겁니다.”

“여보님!”

문란영이 겪었던 고생담에 울컥한 허봉이 그녀를 다시 끌어안았다.

“여보님을 이렇게 만든 놈들을 내 손으로 다 죽여 버릴 겁니다!”

“봉봉.....”

화를 내는 허봉의 목소리에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멀리 돌아서라도 제 자리로 돌아온 것에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허봉. 잠시만 비켜봐라.”

“네? 넵!”

허봉을 물러서게 한 천여운이 문란영의 몸 상태를 살폈다.

단전을 스캔해서 살펴본 결과 그녀가 말한 대로 재생한 단전이 불완전하게 이뤄져 있었다.

‘내공의 회복이 늦어지는 게 당연하군.’

게다가 그녀는 불기린의 영력 또한 상당히 줄어든 상태였다.

아마도 진기를 흡수당할 때 영력도 빼앗겼을 확률이 높았다.

“허봉. 호리병을 다오.”

“아! 여기 있습니다.”

허봉이 허리춤의 벨트에 걸고 있던 호리병을 넘겼다.

“천마이시여. 이건....”

호리병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문란영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가 동면해 있던 곳의 호리병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빠르게 회복했을 지도 몰랐다.

“허봉은 아무 이상이 없소. 이것은 대장로가 쓰면 될 것 같소.”

이 정도 양의 기린의 피라면 그녀의 원래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천여운의 배려에 문란영이 감격스러워했다.

“아아아....천마이시여.”

“허봉에게 호법을 서도록 할 터이니, 몸을 회복하시오.”

“지금 말입니까?”

“힘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이동에 힘들 것이오.”

천여운의 그 말에 허봉이 놀란 눈으로 문란영을 향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지금 그녀의 몸 상태로는 마하의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여보님.....죽을 수도 있어요.”

“?”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명이 떨어졌으니 회복은 해야 할 것 같았다.

다만 그녀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저....천마시이여. 그 전에 저들이 대동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할 것 같습니다.”

그들은 생존자들이었다.

아무 힘도 없는 그들은 도움 없이 이곳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곳 제철소 용광로 공장 건물까지 같이 피신해 있으면서 저들에게 연민을 느낀 문란영이었다.

그녀의 간절한 바람에 허봉이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주군 괜찮을런지요?”

저들과 함께 이동하면 다소 빠져나가는 것이 번거롭고 늦어질 수도 있었다.

그때 천여운이 어딘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굳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아!”

허봉은 천여운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얼마 있지 않아 공장 주변으로 차량이 정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공장 안으로 40여 명 정도 되는 방호복을 입은 한 무리의 집단이 들어왔다.

그들은 후발대로 출발한 무림인 팀이었다.

“와아아아아!”

생존자들이 그들을 보고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이 자신들을 구출하러온 방위군이라고 여긴 탓이었다.

“여기가 맞지?”

“네. 그렇습니다. 신호음이 가깝습니다.”

그런데 무림인들은 생존자들의 안위를 묻기는커녕 무언가를 찾기는커녕 뭔가를 찾는지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생존자들이 뭔가 싶어 의아해 하는데,

-삐! 삐! 삐!

그때 그들 중 한 무림인이 신호음을 내는 단말기를 들고서 천여운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신호음이 빨라졌다.

무림인이 멈춰선 곳은 바닥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조형만의 앞이었다.

“찾았습니다!”

“찾았다고?”

그의 외침에 무림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이런!”

누군가 쓰러져 있는 조형만의 상태를 살폈다.

그는 후발대의 리더인 북경시 무림 협회의 지부장인 개방 방주 홍팔선이었다.

머리골에 다섯 개의 구멍이 뚫려서 죽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 홍팔선이 다급히 무림인들에게 그를 군용 트럭에 호송토록 했다.

그리고는 노기가 서린 눈빛으로 일어나, 천여운과 허봉을 노려보았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건가?”

허봉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응? 내가 그랬는데.”

“하! 간이 큰 자로군.”

홍팔선이 기가 차다는 듯이 혀를 차더니, 뒤에 있는 무림인들에게 명했다.

“이 자를 체포해라.”

“충!”

-챙!

무림인 두 사람이 검을 빼들고서 허봉에게 다가왔다.

마치 반항하면 공격할 기세였다.

이에 천여운이 홍팔선에게 말했다.

“무슨 짓이지?”

“1급 구출 요인을 이 꼴로 만들어놓고 그런 소리가 잘도 나오는군. 살해 및 살해 미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될 거다.”

“왜 저렇게 된 것인지는 묻지도 않는군?”

이에 홍팔선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물었다.

“무슨 이유에서 그런 짓을 한 거지?”

“남의 아내를 탐하다 저렇게 된 거다.”

“뭐?”

홍팔선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때 생존자들 중에 조형만에게 걷어 차였던 중년의 여인이 소리쳤다.

“맞아요. 그놈이 저 여자를 끌어안고 추행했어요!”

“추행?”

홍팔선의 시선이 중년의 여인이 가리키고 있는 문란영에게로 향했다.

스커트가 찢겨져 나가 있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홍팔선은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미치겠군.’

본의 아니게 그녀의 모습에 오인한 것이었다.

얼핏 보면 그녀의 모습은 성추행을 당할 뻔한 것처럼 보였다.

‘후우.’

홍팔선으로서는 이 상황이 당혹스러웠다.

북경시 무림협회 지부는 안전부 부장인 조형무로부터 아들을 구출하는 대가로 거금과 전폭적인 후원을 약속 받았다.

그런데 그 아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 이유가 이 혼란스러운 곳에서 남의 아내를 탐해서였단다.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후원은커녕 조형무의 분노만 사게 생겼다.

이곳까지 오면서 백여 명의 구출팀 중 절반이 죽었다.

홍팔선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생존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별 수 없구나.’

이렇게 많은 자들이 보았다면 조형만은 추행을 하다가 죽은 놈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홍팔선이 결단을 내렸는지 무림인들에게 말했다.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전부 죽여라.”

-챙! 챙!

어느 정도 그의 명령을 직감하고 있었는지 무림인들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병장기들을 빼들었다.

전부 죽여서 입막음을 하려는 것이었다.

“헉!”

“우, 우리를 죽인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생존자들이 병장기를 빼든 그들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출하러 온 줄 알았더니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홍팔선이 안타깝다는 듯이 두 손을 합장하면서 말했다.

“미안하오.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이해해주길...”

“허봉.”

그때 천여운이 그의 말을 자르고서 허봉을 불렀다.

“넵! 주군!”

천여운이 홍팔선을 비롯한 무림인들을 스윽 훑어보더니 말했다.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전부 죽여라.”

“뭣?”

그 말에 홍팔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 28화 S등급 위험개체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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