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86화 (86/234)

< 28화 S등급 위험개체 (1) >

대동시 방벽 외부에서 1km 정도 떨어진 방위군 주둔지.

그곳 중 가장 중심부 사령부 상황 통제실 막사.

넓은 막사 내로는 수십 대의 모니터가 각 방벽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사령관님. B-13 방벽에 10개 개체가 빠져나와 대공 전차 세 대와 서른 명의 병사들이 사상을 입었습니다!”

“사령관님 D-5 방벽에 탐조등이 부서져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중인 부사관들이 각 방벽의 지휘자들로부터 들어오는 보고를 사령관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막사 내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콧수염의 중년인은 사령관을 맡고 있는 여단장 막우청 소장(少將)이었다.

쉴 새 없이 전달되는 위태로운 상황들에 막우청 소장은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사십 전이 넘는 게이트를 막아낸 유능한 지휘관이지만, 이런 급박한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정말 미치겠구나.’

원래라면 방벽 바깥에서 침투해오는 적들을 막는 것이 방위군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번 상황은 정 반대였다.

오히려 방벽 바깥으로 나오려는 게이트 위험 개체를 막고 있었다.

‘빌어먹을. 하필 왜 시 한복판에 게이트가 열려서.’

그것은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게이트 유동.

전 세계의 각지에 열린 게이트는 절대로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아주 조금씩 그 위치가 이동하는데, 정말 간혹 이례적으로 게이트의 위치가 대폭 이동하는 사태가 일어난다.

지금이 바로 그 사태였다.

이틀 전, 정확히 29시간 전 방벽 내 서남쪽에 발생한 게이트 유동으로 인해 대동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말았다.

방벽 내부는 저 유령 같은 것들로 넘쳐난다.

아마도 저 안은 참혹 그 자체일 것이다.

저놈들은 벙커가 있으나마나였다.

통계는 내지 못했지만 추정컨대 거의 백만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이다.

솔직히 생존자가 있을지조차 단언하기 힘들었다.

‘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놈들이 나오지 못하게 막는 것뿐이라니.’

참으로 무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위험 개체들을 죽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방위군 연구팀이 약점을 찾고 있지만 아직이었다.

‘벌써 대공 전차가 서른 대 가까이 부서지고 방위군 사상자만 오백여 명이 넘는다. 지원군이 빨리 도착해야 하건만.’

주변 다섯 개 시의 방위군에서 이미 지원 병력을 보냈다.

그 이상을 보내기에는 그들의 방위 역시도 위험하기에 더욱 먼 곳에도 요청한 상태였다.

“사령관님!”

그때 사령부 통제실 막사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다.

막사 바깥을 지키고 있는 병장이었다.

“지원 병력이 도착한 것이냐?”

“북경시와 석가장시, 보정시 등 무림협회 3차 지원팀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막우청이 내심 실망을 금치 못했다.

물론 무림인들 역시도 큰 지원이기는 했지만 현재는 군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어찌 되었든 내부로 침투해줄 지원이 도착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2차 지원팀이 있는 막사로 안내해줘라.”

그런데 병장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저 사령관님. 그리고 안전부(정보기관) 부장님(장관)께서 북경시 무림협회 팀과 함께 오신 것 같습니다.”

“뭐야?”

사령관 막우청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전부라 한다면 국무원 산하에서 방위부, 공안부, 민정부, 사법부와 통틀어 가장 핵심부서였다.

그곳의 수장이 연락도 없이 게이트 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대뜸 찾아온 것이었다.

‘아이고 두야.’

골치가 아팠는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위험하니 기다려달라고 했건만.’

기어코 오고 말았다.

안전부 부장이 왔는데 나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막사를 나가려고 하는데, 그때 방호복을 입은 오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가는 눈매에 주름이 가득한 남자가 불쑥 막사로 들어왔다.

“막 소장!”

“부장님!”

그는 안전부 부장 조형무였다.

화가 잔뜩 났는지 상기된 얼굴의 그에게 사령관 막우청이 다급히 거수경례를 했다.

직속상관은 아니었지만 국무원 부장급이면 더욱 윗급이었다.

그런데 안전부 조형무 부장은 그의 경례를 제대로 받지도 않고 들어오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막 소장.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요. 내가 그렇게 부탁을 했건만 아직도 구출 작전을 실시하지 않은 건가!”

“부장님. 그게 아니라....”

“뭐가 아니란 말이오. 지금 저 위험한 곳 안에 내 아들 내외가 있소. 나 안전부 부장 조형무의 아들과 며느리가 있다고 하지 않았소!”

사령관 막청우가 인상을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게이트가 터지고 지원군을 이끌고 온 그에게 조형무 부장은 아들 내외를 구출할 특별팀을 투입해달라고 부탁했다.

“무림협회의 지원 팀들이 저렇게 몰려있는데도 가만히 놀려두는 것은 나를 기만하는 것이오?”

‘누가 이야기 한 거야.’

막청우가 인상을 찡그렸다.

어떻게 알았는지 무림협회의 2차 지원팀이 대기 중인 사실을 안 모양이었다.

조형무 부장의 말처럼 놀려두기 위해 내버려둔 것이 아니었다.

“부장님. 그들을 대기시킨 것은 아직까지 저 위험 개체의 약점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약점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계속 지켜만 볼 셈이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아무리 현장을 모른다고 해도 이 멍청한 작자가 S등급 위험 개체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

막청우 역시도 서서히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부장님.....1차로 저희와 함께 왔던 게이트키퍼와 무림인들조차 진입한지 삼십 분 채 되지 않아 연락이 끊겼습니다. 군의 사령관으로서 신중을 기할....”

“아아! 막 소장은 시민들이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그 말이구려. 한시라도 빨리 게이트를 닫아도 모자를 판국에 말이오.”

결국 사령관 막청우는 두 손을 들어야 했다.

군인인 그가 정치를 하는 자를 말로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  *  *

막사 주둔지의 앞.

사백여 명의 무림인들이 방호복을 입고서 모였다.

이들은 대동시의 주변에 있는 여덟 개 시에서 집결한 무림 협회 소속의 무림인들이었다.

S등급 게이트가 열렸다는 말을 듣고서 온 정예들로 한 명 한 명이 절정 이상의 무위를 지닌 고수들이었다.

여덟 개 시에는 천진시도 포함되어 있었다.

게이트 전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하북 팽가의 후예 팽능겸도 지원을 왔다.

‘많이들 모였군. 허허허.’

S등급 코어를 노릴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그만큼 위험이 따름에도 불구하고 무림인들은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

꽤 명성이 높은 자들도 보였다.

‘북경시 무림협회의 지부장인 개방 방주 홍팔선까지 참여하다니.’

가장 의외인 자는 그였다.

협회의 지부장들은 어지간해서는 맡은 지역을 잘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S등급 코어가 요물이기는 했다.

그 외에도 진주언가의 후예인 언시우 사장부터 시작해 블레이드 식스 산하의 식스생명의 사장인 부도균도 있었다.

쭉 둘러보던 팽능겸이 누군가를 보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 자가 어찌?’

방호복의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저 얼굴을 잊을 리가 없었다.

‘심양시 게이트 전에 그 괴물이 아닌가.’

그가 발견한 자는 놀랍게도 천여운이었다.

‘3차 지원팀으로 온 것인가?’

물론 아니었다.

원래는 상공으로 진입하려 했던 천여운은 대동시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싸고 있는 대공 전차들로 인해서 진입 방법을 바꾸었다.

때마침 무림인들이 밀집해 있는 주둔지를 발견한 그는 이들이 곧 방벽 안으로 투입될 거라는 것을 알아냈고, 이들의 틈바구니에 자연스럽게 숨어들어온 것이었다.

팽능겸의 시선을 느꼈는지 천여운이 그를 쳐다보았다.

‘팽가의 후예로군.’

전부 모르는 자일 거라 여겼는데, 안면이 있는 자를 볼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기에 이내 고개를 돌렸다.

천여운의 목적은 방위군의 눈에 띠지 않고서 대동시 내로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주군. 흠흠....이 옷 말입니다. 똥꼬가 낍니다.”

타이트한 방호복을 잡아먹는 엉덩이가 불편했는지, 옆에 서있던 허봉이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방호복을 빼돌린 탓이었다.

천여운은 그런 허봉의 투덜거림보다 무림인들의 앞에서 전략을 설명하는 중위가 하는 말에 집중했다.

“지급되는 헬멧의 고글을 사용하면 위험 개체의 모습이 보일 겁니다. 절대로 이것을 벗거나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방위군들이 쓰는 특수 고글이었다.

자외선 파장을 구분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투입 전에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위군의 장교가 대형 모니터를 켜고서 사진을 띄워놓고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 사진은 초분광 카메라로 위험 개체를 찍은 사진입니다.”

-웅성웅성!

‘저게 대체 뭐야?’

‘꼭 귀신을 보는 것 같구먼.’

이족 보행을 하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형체가 매우 흐릿하고 움직일 때마다 족적이 입자로 남았다.

흡사 유령을 보는 듯 한 모습에 무림인들이 웅성거렸다.

“첫 번째 주의사항, 이들은 대략 1미터 이내 벽을 투과해서 다니는 것이 가능합니다. 건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사주 경계에 철저하기 바랍니다.”

“벽면을 투과한다면 공격하는 것도 전부 통과되는 게 아닙니까?”

한 무림인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이에 소위가 고개를 저으며 모니터에 위험 개체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두 번째 주의사항이었는데, 질문을 주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것을 통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들은 총알을 비롯해 일반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습니다만. 고열에는 분해가 됩니다.”

“고열?”

“1차 진입팀이 마지막으로 보낸 말에 의하면 여러분들이 사용하시는 기(氣)가 고열에 가까워서 공격에 통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은 검기나 도기를 사용한 공격만이 통용된다는 소리였다.

다행히도 이곳에 모인 무림인들 대다수가 절정 이상의 고수들이었기에 그 점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저들은 고열로 분해되어도 놈들은 고통을 느끼지도 않고 형체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경우 계속해서 움직이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네?”

그 말은 완전히 조각을 내거나 짓이겨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것만으로도 까다로웠는데 다음에 나오는 말들이 더 가관이 아니었다.

“세 번째 주의사항은 저들과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십시오. 절대로 닿으면 안 됩니다.”

-삑!

중위가 리모컨을 누르자 온몸이 하얗게 변색된 시신의 사진이 모니터에 나왔다.

온몸이 얼어붙어서 서리가 붙은 것처럼 죽어 있었다.

“위험 개체가 벽이 아닌 인간을 투과하게 되면 극저체온 현상으로 즉시 사망합니다. 무림인도 예외가 아니므로 놈들이 접촉하려한다면 무조건 피하십시오.”

무림인들에게 정적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S등급 알파 코어에만 관심을 가졌던 무림인들 모두가 중위의 섬뜩한 경고를 쉽게 듣고 넘기지 못했다.

1차 지원팀이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되었다.

S등급이라 붙여졌다는 것은 최악의 재앙을 의미했다.

“지금까지 저희가 알아낸 바는 여기까지입니다. 투입되어서 새로운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무전기로 즉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29시간 동안 수많은 희생 끝에 알아낸 정보들이었다.

이제는 그들이 알아내야 했다.

“질문이 없다면 이것으로 브리핑을...”

“위험 개체 말입니다. 이 위험 개체는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한 무림인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대부분의 위험 개체들은 발견되고 나면 이름이 붙여진다.

“전 세계를 통틀어 이번에 처음 나타난 개체라 아직 공표가 되진 않았지만 저희 방위군에서는 고스트라고 부릅니다.”

고스트(Ghost).

말 그대로 유령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보다 어울리는 이름은 없었다.

중위가 마지막으로 무림인들에게 말했다.

“더는 질문이 없으시죠? 그렇다면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호명되는 분들만 후발대로 남아주시고 선발대는 먼저 차량에 탑승해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중위가 명단에 있는 이름을 불렀다.

대부분이 무림협회 북경시 지부의 무림인들이었다.

‘후발대라.....’

사령부 막사를 염탐했었던 천여운은 왜 후발대가 있는지 알고 있었다.

후발대라고 명칭은 했지만 실제 목적은 안전부 조형무 부장의 아들 내외를 구출하기 위한 특별팀이었다.

이 사실을 다른 무림인들이 알게 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우르르르!

호명되지 않은 선발대의 무림인들이 준비된 군용 트럭으로 이동했다.

“허봉.”

“우왓! 주군. 아까 전에 받은 이거 껴보십시오. 꼭 물에 비춘 것처럼 반대편이 보입니다.”

허봉은 지급받은 고글을 끼고서 신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천 년이나 훨씬 전 과거의 사람인 허봉은 이 시대의 발달된 테크놀로지 문물들이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이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만하고 가자.”

“알겠습니다. 주군....오옷! 주, 주군! 저기 이상하게 생긴 마차가 말도 없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체 어떻게...”

-타타타탁!

“읍읍!”

계속된 호들갑은 결국 천여운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덕분에 허봉은 아혈이 점해서 대동시로 들어갈 때까지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  *  *

삼십인 승의 군용 트럭 열대가 네 방향으로 나누어져 이동했다.

동서남북으로 방벽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는데, 알파 개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기에 각 방향으로 투입되는 것이었다.

방벽으로 이동하는 동안 무림인들의 태도는 각기각색이었다.

사전에 진행된 브리핑으로 대부분이 긴장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S등급 코어.’

탐욕 덕분에 전의가 잔뜩 오른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괜히 허세를 부리면서 자신들이 S급 코어를 손에 넣겠다는 말을 주저 없이 해댔다.

“멍청이들.”

이를 보면서 혀를 내두르는 이들도 있었다.

천진시 무림협회 지부에서 온 오검문의 문주인 오현은 그들의 허세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허허허, 내버려두게.”

“팽 선배님.”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각자가 다른 것이니.”

“선배님은 두렵지 않으십니까?”

오현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팽능겸을 존경스럽게 바라보았다.

브리핑 내용대로 한다면 위험 개체 고스트는 지금까지 겪어봤던 게이트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두려운 존재였다.

일반 개체가 이 정도면 알파 개체는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았다.

“저는 선배님을 믿겠습니다.”

오현이 이 트럭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팽능겸 때문이었다.

그가 알기로 팽능겸은 이곳에 지원한 무림인들 중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고수였다.

그와 붙어있는 것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여긴 그였다.

“노부를 믿지 말게.”

“네?”

“하지만 자네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네.”

팽능겸의 시선이 트럭의 앞쪽에 앉아 있는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오현이 그러했듯이 그가 이 트럭을 탄 이유였다.

“아는 자입니까? 젊군요. 아주 많이요.”

이를 알지 못하는 오현의 눈에는 천여운이 젊은 애송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팽능겸이 어째서 그를 쳐다보며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곧 알게 될 걸세.”

“그런가요?”

오현은 팽능겸의 그 말을 크게 새겨듣지 않았다.

하지만 군용 트럭이 방벽의 서문을 통과하는 순간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철컹!

방벽의 문이 열리며 군용 트럭이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방벽 위를 넘어가려고 했던 수많은 위험 개체 고스트들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쇄도해왔다.

-스르르르!

움직이는 족적을 남기며 날아오는데, 그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일반인들은 도저히 도망가기 힘든 수준이었다.

“젠장!”

-부릉!

트럭 운전병이 고스트들을 떨쳐내기 위해 차를 가속했다.

방벽의 내벽 쪽의 도로는 휑했기에 도망치기에는 수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스르르르르!

허공답보를 펼치듯이 하늘을 날아오는 고스트들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따라잡히겠어.”

“모두 준비하게!”

-챙! 챙!

군용 트럭의 뒤에 타고 있던 무림인들이 일제히 병장기를 뽑으며 날아오는 고스트들을 상대하기 위해 검기와 도기를 일으켰다.

“하압!"

-촥!

무림인들이 검기와 도기를 날리며, 따라 잡으려고 하는 고스트들을 막아냈다.

잘 막아준 덕분에 군용 트럭에 가속도가 붙어서 고스트들과 조금씩 멀어졌다.

“됐다.”

“떨쳐낼 수 있겠어.”

무림인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히익!”

운전병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무림인들이 앞을 바라보았더니,

“이, 이런...."”

“고스트!”

트럭이 달리고 있는 방향에도 수많은 고스트들이 날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얼핏 보아도 수백 개체는 되어 보였다.

앞에도 뒤에도 고스트가 날아오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운전병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그런 그에게 누군가 말했다.

“계속 밟아라.”

“넷?”

트럭 운전수가 의아해하는데, 그 누군가가 운전을 하고 있는 트럭 위에 올라섰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대, 대체 뭘하려고?'

오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천여운이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화르르륵!

달리는 트럭의 주위로 수백 여 자루의 불꽃의 검이 생겨났다.

그 위용은 가히 장관에 가까웠다.

“이, 이게 대체?”

엄청난 열기를 내뿜는 불꽃의 검들에 오현을 비롯한 무림인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28화 S등급 위험개체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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