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사라진 (2) >
-부들부들!
양팔이 잘려 있는 우락부락한 인상의 사내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벌벌 떨었다.
온갖 고문을 당해서 전신이 화상 자국으로 가득한 그의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하아....하아....”
사내는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천여운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몸이 얼어붙으면서 당연히 죽었을 거라 생각했다.
신체를 개조하면서 뇌와 각종 신체 부위에 내부를 녹아내리게 하는 자폭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깨어나 보니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내, 내가 어떻게?]
[이런 게 계속 통할 거라 생각했나?]
바닥에 부서진 금속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저것들이 기폭 장치의 부품들이었다.
대체 어떻게 빼낸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괴물 같은 놈.’
덕분에 이렇게 죽지도 못하고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네놈들의 근거지는?”
“하아.....하아....정말....정말 모른다.”
-딱! 팡!
“끄아아아아악!”
천여운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의 엄지발가락이 터져버렸다.
사내는 이 고통을 벌써 한 시간 째 맛보고 있었다.
천여운은 그에게서 내부의 기폭장치를 빼낸 대신 나노 폭탄을 주입시켰다.
“끄으으으....아, 아까도 말하지 않았소. 이어폰....이어폰 무전기로 연락이 오면 접선지로 가서 명령을 하달 받았다고....”
“흠.”
천여운이 턱을 쓰다듬으며 놈을 바라보았다.
한 시간 동안 나노 폭탄을 50개 째 터뜨렸는데,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나노 탐지 결과는?’
[동공 수축, 안면 근육의 움직임, 심박수.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거짓말을 할 확률은 5퍼센트 미만입니다.]
실망스러웠는지 천여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다른 어떤 조직보다도 정보 통제가 철두철미한 조직이었다.
‘전부 버리는 패 같군.’
언제든지 폐기가 가능한 용도였다.
MS그룹과 관련된 자들치고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진 자들이 없었다.
황당한 것은 나노에게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하게 했더니, 15년 전에 해체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인 것이다.
이래서는 시간 낭비였다.
‘수뇌부 급이나 혹은 놈들에 대해서 알만 한 자들을 찾는 편이 낫겠군.’
천여운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사내의 목을 베었다.
-촥!
“컥!”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놈의 목이 바닥을 뒹굴었다.
어차피 이 정도 조치가 되어있는 놈이라면 MS 그룹에서도 놈과 연락할 수 있는 모든 망을 차단했을 것이다.
“허봉.”
“넵!”
-화르르륵!
천여운이 텐트를 나오자 허봉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불태웠다.
허봉의 화기는 일반적인 불꽃보다 훨씬 온도가 뜨겁기 때문에 흔적을 지우기에 더욱 용이했다.
‘나노. 여기서 주마점시가 가깝나? 아니면 대동시가 가깝나?’
주마점시(驻马店市), 대동시(大同市)는 대호법 마라윤이 가르쳐준 또 다른 유산이 숨겨져 있는 장소였다.
어차피 MS 그룹은 당장에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 전에 동면에 들어있는 두 수하들을 찾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그였다.
[지도로 표기해드리겠습니다.]
개안된 증강현실로 주마점시와 대동시의 위치가 표기되었다.
대동시는 북경시의 좌측에 자리하고 있어서 북쪽으로 한참 올라가야 하는 반면에 주마점시는 하남성이기에 동쪽으로 이동하면 되었다.
‘주마점시를 들렸다가 대동시로 가는 편이 낫겠군.’
그렇게 결정한 줄도 모르고 허봉이 천여운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군. 흠흠, 어디에 먼저 가실 건지?”
“주마점시다.”
“네? 거기가 어딘지?”
이 시대의 지명을 알 리가 없는 허봉이었다.
“하남성 남쪽에 있다.”
“아......”
허봉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 반응만으로 천여운은 주마점시에 동면해 있는 자가 백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허봉.”
“네....주군.”
“네가 튼튼해서 다행인 것 같다.”
“네?”
허봉은 왜 천여운이 그런 말을 했는지 곧 알 수 있었다.
천여운은 나노 슈트를 착용하고서 허봉을 끌어안고서 곧바로 하늘을 날아올랐다.
-슈우우우우! 팡! 팡! 팡!
“끄웨에에에엑!”
마하 13에 육박하는 속도로 하늘을 가로질렀을 때, 아무리 단련된 육신이라고 해도 공기의 층을 부딪치는데서 오는 그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호신강기와 재생력이 뛰어나지 않았다면 허봉은 진즉에 죽었을 지도 몰랐다.
‘주마점시의 서쪽의 저수지 부근이라고 했지.’
분명 마라윤에게 듣기로는 그러했다.
그곳은 방벽 바깥이라 가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지만 천여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던 터였다.
마라윤이 찍어준 좌표에 도착한 천여운과 허봉은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주군......여기에 저수지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전혀 예상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저수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곳은 마치 전쟁 통에 폭격이라도 당한 것처럼 사방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저수지 근방인 이곳에 숨겨진 지하 동굴이 있다고 했는데.....’
동굴은커녕 폭발로 인해 생겨난 거대한 구덩이만 있을 뿐이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면 이 부근에 땅이 패여 있었는데, 뭔가 거대한 무언가가 흘러내린 자국 같았다.
“주, 주군. 백기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허봉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사실 허봉의 경우는 운이 좋아서 그 위치가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발견될 수 있었지만, 사실 십 년만 흘러도 금수강산이 변한다.
천 년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을 노릇이었다.
“기다려 봐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문제기에 천여운은 나노에게 조사를 하게 해보았다.
나노는 초음파 탐지부터 지질 분석까지도 가능하다.
좌표 지점에 손바닥을 대고서 얼마 있지 않아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초음파 탐지 결과. 지하 동굴로 추측되는 장소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폭발로 인해 함몰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곳을 파낸다면 뭔가 나올까?’
[초음파의 결과대로라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증강현실로 초음파로 생성된 지반 아래의 모습이 지도로 구현되었다.
나노의 말대로 인간의 형태라고 할 만한 어떠한 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지반의 형태와 지질의 분석 결과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뭐?’
용암(熔岩).
그것은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된 현상을 의미한다.
고온의 이 용암은 보통 화산이 폭발할 때 분출하는 현상이었는데, 이곳 주마점시의 서쪽은 구릉지이기는 했지만 화산 지대는 아니었다.
‘이 흔적들이 용암이 흐른 흔적이라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나노의 분석이기는 했지만 믿기 힘들었다.
의아해 하는 그에게 나노가 말했다.
[지표면에 남아있는 용암의 흔적을 보면 지구상에서 표출된 마그마가 아닙니다.]
‘그럼?’
[게이트를 통해서 흘러나온 용암입니다.]
화신 지대가 아닌데도 용암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은 게이트일 확률이 높았다.
게이트 재앙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재해형(災害形)이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개체형 재앙에 비해서 간혹 일어나는 이 재해형은 한 번 벌어지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재해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벌어지고 만다.
‘설마 백기가 동면된 상태로 용암에 휩쓸린 건가?’
천여운이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의 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백기가 있어야 할 숨겨진 좌표 지점의 구덩이는 폭발에 의한 흔적이었다.
폭발 덕분에 용암이 옆으로 비켜나갔다.
‘이 지점을 그대로 통과해서 용암이 흘러내렸다면....’
용암은 필시 주마점시로 향했을 것이다.
아마도 이를 막기 위해서 폭발을 시켜서 용암의 경로를 바꾼 듯 했다.
그렇다는 것은 백기가 봉해져 있던 장소는 폭발에 휘말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백기 녀석이 쉽게 당했다고?’
천여운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거대한 구덩이를 바라보았다.
만약 정말로 폭발에 휩쓸려서 죽은 것이라면 천 년의 기다림이 무색해질 만큼 너무도 허무한 최후라 할 수 있었다.
-우득!
천여운의 쥐고 있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허봉이 다가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서 말했다.
“주군. 혹시 누군가가 용귀의 피를 탐내서 이런 짓을 벌인 게 아닐까요?”
“뭐?”
뜬금없는 말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 시대를 잘 모르는 허봉은 이곳이 초토화된 것을 단순하게 추측한 모양이었다.
의아한 것은 용귀의 피였다.
“백기가 있는 곳에도 영물의 피를 보관한 것이냐?”
허봉이 동면해 있는 곳에는 기린의 피를 보관하고 있던 호리병이 있었다.
미처 그 연유를 물어보지 못했던 천여운이었다.
“음, 그게 혹시나 저희가 동면에서 깨어났을 때, 제대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거거든요.”
그것은 후대를 위한 보물이 아니었다.
천여운이 사라진 후로 천마신교에서는 영물의 피에 대한 연구를 했다.
그렇게 알아낸 것 중 하나가 영물의 피를 흡수하여 체화한 자가 그 피를 마시게 되면 잘려나간 신체가 회복될 만큼 엄청난 공능을 발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것이었군.”
영물의 피는 동면에서 깨어난 그들의 회복력을 촉진시켜주기 위함이었다.
허봉이나 동면자들에게는 그런 용도였지만 무림인들에게 있어서는 천고의 영약인 것만은 확실했다.
그래서 허봉이 그런 의문을 제기한 것이었다.
“허봉. 그렇다고 보기에는....”
허봉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낸 것을 설명해주려 했던 천여운의 하던 말을 멈췄다.
그리고서 증강현실 속에 띄어져 있는 초음파 지도를 살폈다.
“주군?”
허봉의 부름에도 천여운은 대답하지 않고서 그것을 세세히 살폈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 역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세히 살펴본 결과,
그것이 없었다.
“허봉 따라와 봐라.”
-팟!
천여운이 거대한 구덩이로 뛰어내렸다.
“엇? 주, 주군 같이 가시죠.”
허봉이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폭발로 인해 생겨난 구덩이는 장장 몇 백 미터에 이를 만큼 거대했다.
당연히 그 깊이 또한 깊을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구덩이로 들어간 천여운은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서서, 구덩이 벽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단단하게 굳어 있던 흙이 파이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팍!
“주군 대체 뭘 하시는 건지?”
“잘 보고 있어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었지만 위가 진기로 받치고 하느라, 꽤 시간이 걸렸다.
몇 미터 가량 파졌을 때, 천여운이 흙을 파내던 것을 멈추고서 손을 뻗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흙 동굴이 들썩거리며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엇? 제단!”
허봉이 그것을 알아보았다.
그것은 허봉이 동면하던 곳에 있는 제단과 동일한 형태의 것이었다.
제단은 청옥석으로 만들어져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제단이 무사했군요.”
“제단은 멀쩡한데 호리병과 백기가 동면 중인 천년빙옥만 없다.”
“아!”
허봉의 두 눈이 커졌다.
그제야 그는 천여운이 왜 땅을 파서 확인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만약 폭발에 의해서 전부 부서졌다면 모를까 청옥석 제단이 멀쩡하다는 것은 백기가 있던 동면 장소가 무사했었다는 의미였다.
“혹시 백기가 도중에 깨어난 것일까요?”
“알 수 없다.”
이것만으로는 백기가 폭발에 휩쓸리지 않았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가 도중에 다른 외적인 것에 의해 깨어났을지 아니면 허봉처럼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을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제단에 무슨 흔적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응?’
그때 천여운의 눈에 청옥석 제단이 일부가 잘려나가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그것은 인위적으로 생겨난 현상이었다.
‘잘려나간 곳이....’
검이나 도에 강기를 실어서 부드럽게 자른 것이 아니라 홈이 아주 미세하게 불규칙적으로 잘려나가 있었다.
‘이렇게 잘려나가려면.....’
천여운이 검결지를 만들어 들어 올리자, 허공에 무형검이 생겨났다.
당연히 무형검으로는 청옥석을 쉽게 벨 수 있었지만 천여운은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드르르르!
무형검이 굉장히 빠르게 떨려왔다.
그것은 초진동을 일으킨 무형검이었다.
-촥!
천여운이 초진동 무형검으로 청옥석 제단을 베어보았다.
청옥석 제단이 단숨에 반으로 갈라졌다.
-슥!
무형검을 없앤 천여운이 잘려나간 청옥석 제단의 단면을 살펴보았다.
곁에 있던 허봉도 그것을 보았는데,
“주, 주군! 흔적이 동일합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놀랍게도 단면의 미세한 불규칙함이 동일했다.
천여운이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초진동 검......또 놈들인가.”
이 시대에서 초진동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자들은 오직 한 곳뿐이었다.
그들만이 유일하게 이 기술을 이용한 무기를 만들어냈다.
“MS 그룹!”
“엠에스 그룹? 그건 대체 뭡니까?”
“놈들이 백기를 빼돌린 것 같다.”
천여운은 확신했다.
놈들이 연루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감히! 주군! 당장 놈들을 찾아내서 응징하고 백기를 되찾겠습니다!”
허봉이 노발대발해서 분노를 토해냈다.
당장에라도 그들을 찢어발기고 싶은 심경이었다.
이에 천여운이 고개를 저었다.
“네? 어, 어째서요? 주군. 백기가 없으면 다시 원래의 중원으로 돌아가실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백기가 신물이 숨겨진 세 암호 중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허봉은 백기도 걱정이 되었지만 주군인 천여운이 영영 다시 돌아가지 못할까봐 그것이 더 우려되었다.
“진정해라. 허봉.”
“네? 하지만 백기가 없으면 주군이?”
“단순 추적은 시간 낭비다. 놈들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MS 그룹이 수면 위에 드러난 조직이라면 찾기 쉽겠지만 그들은 단단히 숨어있었다.
아무리 절대 무력을 지닌 천여운이라고 해도 일일이 돌아다니며 수색하듯이 MS그룹을 찾는 것은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될 것이다.
“아오! 놈들이 차라리 직접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잡아다 족쳐버리게.”
“호오?”
허봉의 투덜거림에 천여운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거 좋은 방법이구나.”
“네?”
의의해하는 허봉에게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래.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지.”
놈들은 천우경의 의뢰를 받고서 자신을 노렸다.
그것은 MS 그룹이 여타의 조직들과 은밀히 연계를 맺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것을 이용한다면 녀석들을 끌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허봉.”
“넵! 주군.”
“약속하마. 네 손으로 직접 놈들을 족쳐버릴 수 있게 만들어주마.”
“알겠습니다.”
허봉은 더 이상 투덜거리지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천여운은 한다면 하는 인물이었다.
“일단 그 전에 문란영.....아니 네 부인부터 찾는다.”
“주, 주군! 어서 가시죠.”
천여운의 그 말에 허봉이 그를 보챘다.
백기가 없어진 바람에 혹시나 아내인 대장로 문란영에게도 문제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고 걱정되어서였다.
-스스스스!
나노 슈트를 입은 천여운이 양팔을 벌렸다.
“이리 와라.”
‘엇.....’
마하의 속도에서 오는 고통을 몸소 체험해본 허봉이 순간 머뭇거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죽을 것 같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천여운에게 안겼다.
자기장 입자가 발현되며 천여운의 신형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슉! 팡!
“끄웨에에에엑!”
* * *
대동시(大同市).
북경의 서쪽에 자리하고 있는 산서성 북부에 있는 도시이다.
대동시의 남쪽 근방까지 도착한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뭐지?’
아직까지 수십 km를 앞두고 있었는데, 그의 기감을 어지럽힐 만큼 엄청난 파동이 대동시 쪽에서 퍼져 나오고 있었다.
‘게이트?’
이 파동은 게이트가 열렸을 때나 느껴질 법한 기운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공간을 뒤흔들면서 빠져나오는 기운이 지금까지 느껴보았던 어느 파동보다도 강하고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A등급 게이트라 불렸던 시바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쾅! 쾅!
대동시에 가까워질수록 포격 소리와 같은 것이 들려왔다.
공중에 폭발로 보이는 불꽃도 보였다.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천여운이 속도를 낮춘 후에 나노에게 명했다.
‘나노 시야를 확대해봐.’
[알겠습니다.]
슈트의 안구 쪽에 시야가 확대되며 대동시 반경이 확대되어 보였다.
그런데 그 방벽 바깥쪽에 엄청난 숫자의 전차들이 둘러싸고서 허공을 향해 포를 사격하고 있었다.
[PGZ-15 대공 전차입니다.]
공중 사격에 특화된 전차였다.
전차의 대공포는 한시가 바쁘게 방벽 위 허공을 향해 발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 대공포가 뭔가를 맞추고 있었는데,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보이지가 않았다.
‘뭐지?’
이상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뭔가가 포에 맞고 있다.
-쾅! 쾅!
의아하게 여기고 있는데 대공 전차마다 허공을 향해 푸른 라이트를 비추고 있었는데, 허공에 흐릿한 연기 같은 것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저게 뭐지?’
살랑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흰 입자의 족적을 남기는 괴현상.
그것은 마치 유령과도 같았다.
< 27화 사라진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