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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84화 (84/234)

< 27화 사라진 (1) >

황석시 한백산에서 2.5km 가량 떨어진 산 위의 송신탑.

송신탑 밑에 텐트 하나가 있다.

-치칙! 거리 확보는.

“2.5km 이상 지점입니다.

-타깃은?

무전기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변조된 목소리에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자가 휴대용 모니터의 화면들을 쳐다보았다.

총 세 개의 모니터였는데, 화면 하나당 10개로 또다시 캠이 분할되어 있었다.

그 모든 캠들은 각기 다른 각도의 방향에서 촬영 중이었는데, 비추고 있는 곳은 모두가 동일했다.

“막사에 여전히 있습니다.”

대답을 하고 난 검은 복면의 사내가 이어서 물었다.

“이렇게까지 조심을 기해야 하는 일입니까?”

-타깃은 난이도 S급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이 정도 거리에서 눈치 채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방심하지 마라. 난이도 S급이면 인(寅)급 이상의 무림인이다.

“현경......”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은 기감(氣感)이라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기(氣)를 통해서 범위 내에 있는 인기척이나 생명체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는데, 일류고수는 20미터, 절정의 고수는 50미터, 초절정의 고수는 100미터 이내의 반경까지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경(境)의 경지부터는 그 폭이 굉장히 넓어지는데, 화경의 고수는 최대 500미터까지도 기척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상의 경지에 오른 절대고수들은 인간을 초월한 자들로 기감이 일반적인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다.

물론 이것은 상대가 기척을 감추지 않았을 때의 기준이다.

“에너지 차단기로 은폐를 했으니 놈에게 들킬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죽일 수 있습니다.”

기척을 감출 줄 경우라면 아무리 뛰어난 무림인이라고 할지라도 범위가 멀어질수록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

텐트는 에너지를 차단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드론의 침투 범위는.

“1km 지점까지 이동했습니다.”

-타깃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무소음 드론의 경우는 1km 지점까지는 감지하지 못하는군.

“더 진입시켜볼까요?

-아니. 이 정도로 충분하다. 미션을 실시하라.

“라저.”

복면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모니터 앞의 기기를 조작했다.

그러자 화면 속에 있던 캠 화면에 붉은 십자 선의 정밀 조준 표시가 떴다.

“발사합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복면인이 붉은 버튼을 누르자, 30개의 화면 속에서 뿌연 연기와 함께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푸슉! 푸슉! 푸슉!

마사일은 엄청난 속도로 타깃을 향해 날아갔다.

한백산의 산기슭 내에 있는 막사 주둔지를 향해 날아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3~4초 가량에 불과했다.

-콰콰콰콰쾅!

30개의 로켓포가 동시에 막사 주둔지를 포격했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주둔지 전체가 불바다가 되고 말았다.

무림인이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가 있더라도 도저히 살아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폭발이었다.

-쿠르르르르!

폭발력으로 인해 곡선 형태로 되어 있던 산 얼음들이 무너져 내릴 정도였다.

그 인근은 거의 초토화가 되었다.

“성공했습니다.”

복면인이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

“방위국에서 출동하기 전에 철수하겠습니다.”

이 정도 폭발이라면 얼마 있지 않아 방위국에서 눈치 챌 것이다.

그 전에 드론들을 회수해서 철수해야 했다.

당연히 철수하라는 오더가 떨어질 줄 알고 키보드에 명령어를 치려고 하는데,

-확실하나?”

“네?”

-추정컨대 셉터27 연구소도 파괴시킨 자라면 더욱 확실하게 해야 한다. 남은 잔량의 로켓을 전부 발사하라.

“여기서 말입니까?”

복면인이 반문했다.

지금의 발사로 저 주변이 초토화가 되었다.

여기서 한 번 더 미사일을 발사하면 저 인근뿐만이 아니라, 폭발의 여파로 인근에 있는 산들이 산사태를 일으킬 지도 몰랐다.

너무 일이 커지면 꼬리가 밟히기 마련이었다.

-명령을 거부하나?

“아, 아닙니다.”

거부하게 되면 자신이 죽는다.

복면인은 어쩔 수 없이 뒷감당은 생각지 않고 드론들에 명령어를 변경했다.

남은 모든 잔량의 미사일을 퍼붓는 것으로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엇?’

모니터를 쳐다보던 복면인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주둔지를 초토화로 만든 폭발의 여파로 활활 타오르던 불꽃에 갑자기 변화가 생겼다.

불꽃이 회오리를 치기 시작했다.

“대, 대체 이건....”

-무슨 일이냐?

“뭔가 이상합니다.”

회오리를 치던 불꽃이 한 점으로 응축되며 점차 연소되어 줄어들었다.

그 중심부로 누군가 서있었는데, 그는 바로 타깃인 천여운이었다.

그만 무사한 것이 아니라 옆에 붉은 머리카락의 사내도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가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타, 타깃이 살아있습니다. 그것도 멀쩡히!”

당황한 복면인이 다급히 말했다.

그러자 이어폰 너머의 변조된 목소리가 명했다.

-드론의 제어권을 이쪽으로 넘겨라.

“넷?”

-어서!

“알겠습니다.”

복면인이 키보드를 두드리자, 드론의 캠이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어권이 넘어간 것이었다.

10개의 캠화면의 정밀 조준 표시가 타깃인 천여운을 향했다.

그런데 나머지는,

‘산!’

그 인근에 있는 산중턱들을 향하고 있었다.

미사일을 맞춰서 강제로 산사태를 일으켜 생매장 시키려는 것이었다.

-삐! 푸슉!

드론에 있는 모든 미사일이 동시에 발사되었다.

허공을 가로지르며 마하의 속도로 날아가는 미사일은 불과 3초 만에 지정된 조준 장소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아닛?”

복면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타깃을 향해 잘날아가던 미사일들이 일제히 허공에 멈춘 것이다.

캠 화면에 줌인 된 천여운이 오른팔을 들어서 허공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설마 저 자가?’

하고 있는데, 천여운이 손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자,

-푸슉! 푸슉! 푸슉!

멈춰있던 미사일들의 궤도가 바뀌었다.

미사일들이 일제히 거꾸로 돌아서는 다시 드론들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마,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거꾸로 날아간 미사일들은 정확하게 드론들을 향해 돌아왔다.

복면인이 이어폰 너머의 존재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드론을 피하게 해야 합니다!”

드론의 제어권은 그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같은 생각을 했는지, 드론들이 빠르게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제각각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사일이 날아오는 속도를 이길 순 없었다.

모니터의 화면들로 미사일들이 날아와, 드론들을 동시에 맞춰버렸다.

-쾅! 피융! 쾅! 피융!

동시에 모니터의 캠 화면이 나가면서 검은 색으로 바뀌었다.

“큭!....엇?”

복면인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드론들이 전부 다 박살났다고 생각했는데, 캠 화면의 세 개가 무사했다.

운이 좋아서 미사일을 피한 모양이었다.

-....그런 건가.

변조된 목소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 화면 중 한 곳에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앗!”

캠의 화면이 덜컹거리면서 위치를 잡지 못했다.

-이런!

-타닥! 타닥!

제어권을 가지고 있는 변조된 목소리의 주인이 이를 바로 잡으려고 하는데, 화면에 누군가의 얼굴이 잡혔다.

그는 바로,

“타깃!”

천여운이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타깃이 있던 장소에서 드론이 떠있는 위치는 1km나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그가 드론이 있는 곳에 나타난 것이다.

그때 천여운이 드론을 향해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뭘 하려고?”

복면인이 의아해 하는데, 제어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왜 그러시는 겁니까?”

-노, 놈이 드론을 해킹 시도하고 있다.

“넷?”

복면인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맨손으로 드론에 손을 집어넣었는데 무슨 수로 해킹을 한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를 저지르고 있다면 이를 당장 대처해야 했다.

복면인이 다급히 X표시가 된 검은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피융! 피융!

모니터의 화면 두 개가 동시에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드론을 자폭시킨 것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캠 화면이 흔들리고 있는 드론은 전혀 꺼지지 않았다.

“어, 어째서?”

-드론의 제어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이쪽에서도 제어할 수 없다.

그때 화면 속에 비추고 있는 천여운이 뭐라고 중얼거렸다.

워낙 짧은 말이라서 입모양만으로 알 수 있었다.

‘찾았다?’

그 순간 천여운의 신형이 캠 화면에서 사라졌다.

복면인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파칙!

그러고 있는데, 앞에 있던 드론을 제어하는 기기 장치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내부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기를 원격 제어권으로 폐기시킨 것이었다.

복면인의 귓가로 변조된 목소리가 다급하게 말을 걸어왔다.

-살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것을 전부 파기하고 당장 철수...

-찌지직! 쾅!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장이 찢겨져 나가며 누군가 텐트 안으로 떨어졌다.

복면인이 식은땀으로 젖어서 몸이 굳어버렸다.

바로 뒤에 그 누군가가 있다.

-무슨 일이냐? 설마 지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무조건 당한다.

“씨바아아알!”

복면인이 재빨리 몸을 돌리면서 두 팔에 힘을 주자, 옷이 찢겨져 나가며 그의 양팔에서 총구가 튀어나왔다.

양팔을 개조하여 기관총을 심어두었다.

총을 발사하려는 순간,

-촥!

양팔이 그대로 잘려나가고 말았다.

“끄아아아악!”

어깨 쪽은 순전히 자신의 살과 뼈였기에 그 고통을 고스란히 맛보았다.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지려는 복면인의 두 눈동자로 캠 화면 속에서 보았던 천여운의 모습이 서려 있었다.

“몸을 개조했군.”

천여운이 바닥에 잘려나간 총구가 삐져나온 양팔을 쳐다보고서 중얼거렸다.

이런 자들을 본적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MS 그룹에서 보낸 암살자들이었다.

-팍!

천여운이 쓰러져서 고통을 호소하는 복면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차가운 한기가 흘러나와 복면인의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쩌저저저적!

“으아아아악!”

자폭하려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천여운이 얼어붙고 있는 그에게서 뭔가를 발견했는지, 손을 뻗자 귓가에 있던 무전기 이어폰이 빠져나왔다.

이어폰을 손가락에 대고서 귀에 꽂았다.

‘나노. 위치 추적해.’

[알겠습니다.]

나노에게 명령을 내린 후에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MS 그룹이냐?”

-.........

이어폰 속에서 숨소리만 들려왔다.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아서 조직의 정체를 말해서 꽤 놀란 모양이었다.

“꽤 질긴 놈들이군. 네놈들을 통째로 부숴버리면 이런 짓거리를 하지 못할까?”

-추적을 시도하는가 보군.

대화를 유도해서 시간을 끌려고 했는데, 단번에 눈치 챘다.

드론을 해킹 시도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추적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듯 했다.

아직 나노가 추적 중이기에 더 끌어야만 했다.

“기회를 주지. 지금이라도 나를 노리는 것을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단언컨대 후회하게 될 거다. 나는 너희 같은 놈들을 찾아내서 죽여 버리는데 일가견이 있거든.”

이것은 절대로 빈 말이 아니었다.

-누가 죽을지는 보면 알게 되겠지. 굿 럭.

-치칙!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이어폰이 끊겼다.

[상대 쪽에서 연결을 끊었습니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기에 나노로서도 추적을 해내지 못했다.

무전의 채널을 우회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추적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몇 중으로 해뒀기 때문에 아무리 나노라고 한들 최소한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콰직!

천여운이 이어폰을 부수면서 중얼거렸다.

“......해보자는 거군.”

목소리에 살기가 어렸다.

*  *  *

어딘지 알 수 없는 공간.

그곳에 모니터 화면으로 누군가 타자를 치고 있었다.

화면의 상단에는 분석표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 밑에는 ‘S급 난이도 처리자’라는 글자와 함께 천여운의 사진이 띄어져 있었다.

-타닥! 타닥!

타자를 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의 커서로 글자가 써졌다.

[1.5km 6초 이내로 이동이 가능.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

염동력과 비슷한 능력을 가졌는데 사정거리 범위 1km로 판단.

첨부된 동영상에서 확인하면 1km 지점을 벗어나자 미사일의 궤도의 정확도가 떨어졌음.

cm204급 미사일 폭격에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방어력을 지님.]

타자는 천여운에 대한 분석을 적고 있었다.

상세하게 기록을 마치고 마지막 요청 비고란에 타자가 적혔다.

[난이도 상향 처리 요청.

S급 난이도 -> SSS급 난이도.]

그것을 마지막으로 창을 밑으로 내린 후에 또 다른 창을 올렸다.

그 창에는 천여운의 옆에 찍혀 있는 허봉의 사진이었다.

화면의 커서가 드래그 되면서 허봉의 사진에서 손에 쥐고 있는 무언가가 확대되었다.

그것은 기린의 피가 담긴 청옥석 호리병이었다.

확대한 사진을 캡처하여 보고서에 옮겨 붙인 뒤에 커서가 또 다른 타자를 쳤다.

-타탁! 타타타탁!

[셉터 49에 보관 중인 것과 동일한 형태로 추측. 분석 바람.]

< 27화 사라진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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