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83화 (83/234)

< 26화 마신의 유산 (4) >

허봉.

그는 천마신교의 고수 양성 기관인 마도관 시절부터 천여운을 모셔왔던 충신이다.

원래는 중소 종파 출신에 불과했으나, 가장 첫 번째로 천여운의 수하가 되어 같이 역경을 이겨나가며 동고동락해왔다.

어찌 보면 천여운에게 있어서는 수하이면서 친우와도 같았다.

“어찌 그걸 알고 있는 것이냐?”

천여운이 놀라서 물었다.

천마령의 수호자인 현 시대의 대호법조차 정확한 사연을 몰랐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주군이 데려왔던 그 예지가 성무천에게 들었습니다.”

“녀석이 얘기했다고?”

천여운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래와 관련된 정보가 과거 시대에 퍼지는 것을 극도로 우려하던 후손 천무성이 그것을 알렸다는 것이 이상했다.

“이 시대의 대호법이 했던 말과는 다르구나.”

“네? 혹시 주군. 이 시대라면 천 년 후의 대호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오오옷! 역시 본교는 건재했군요.”

허봉이 신기하다는 듯이 놀라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믿음은 가지고 있지만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이나 여전히 천마신교가 건재하다는 말을 듣고서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교인들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27년 전에 와해되었더구나.”

“네에? 본교가 와해되었다고요? 그, 그게 무슨...”

천마신교가 와해되었다는 말에 허봉의 표정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감정 변화가 다채로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일단 네 얘기를 먼저 듣고 이곳의 사정을 말해주마.”

천여운은 그에게 현 대호법인 마라윤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지들을 알려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전부 들은 허봉이 손바닥을 탁치며 말했다.

“알 것 같습니다.”

“음?”

“아마도 예지가 성무천의 절대적인 당부 때문에 그럴 겁니다.”

“녀석이 당부를 했다고?”

“네. 그가 이 사실은 저희들 외에는 누구도 알아선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그 뭐라고 했는데. 나방....아닌데, 나비! 그래. 나비 효과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미래가 달라지면 주군을 만날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나비 효과는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이,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지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천여운이 당연히 이것을 모를 거라 판단한 나노가 부가 설명을 했다.

그 덕분에 천여운은 허봉이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가 뒤바뀌거나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인가.’

시공간과 그 축에 관해서는 어떤 누구도 확신을 할 수 없다.

타임 패트롤이 있고 시간 여행이 가능한 시기를 살아온 후손 천무성 역시도 어떤 식으로 축이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당부를 한 것이었다.

“허봉. 혹시 녀석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나?”

“네? 진짜 이름이라뇨?”

반문하는 그의 반응에 천여운은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후손인 천무성이 모든 사실을 말해준 것은 아닌 듯 했다.

가령 그 자신이 미래에서 온 후손이라는 사실 등을 말이다.

“아니다. 허봉. 그래서 녀석에게 내가 미래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듣고서 이렇게 기다린 것이냐?”

천여운의 그 물음에 허봉이 또 눈시울이 붉어져서 말했다.

“주군께서 혼자 역경에 빠지셨는데, 제 일의 심복인 이 허봉이 어떻게 내버려둘 수 있단 말입니까? 흐허헝.”

“너.....정말로.....”

그 말에 천여운 역시도 목이 메고 말았다.

허봉은 그를 혼자서 둘 수 없기에 천 년을 뛰어넘는 세월을 희생한 것이었다.

그 충정은 천여운을 감격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주군을 뵙게 되니, 이 허봉은 더 이상 여한이 없습니다. 아....지금 죽는다는 건 아니고요. 죽으면 주군을 모시지 못합니다.”

울면서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천여운이 피식 웃었다.

그를 유일하게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허봉. 그런데 어떻게 이 오랜 세월을 견딘 것이냐?”

그것이 용했다.

어지간한 용기나 정신력이 없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허봉이 천년빙옥의 얼음 속에서 봉해져 있던 사실을 모르는 천여운이었다.

“얼음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얼음?”

“예지가 성무천이 동면이라는 방법이 있다고 하더군요.”

“동면?”

“사람을 얼어붙게 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얼어붙어 있으면 늙지 않은 상태로 버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어붙을 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으으으.”

허봉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는 듯이 몸서리를 쳤다.

그를 얼어붙게 해준 자는 북해빙궁 출신의 영입한 대장로인 단주천이었다.

희대의 빙공인 오한빙천공을 전수받은 그는 강제로 녹이거나 부수지 않는다면 녹지 않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얼음을 만들 수 있었다.

“또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습니다.”

“위험한 짓을 했구나.”

사실 이 방법은 일반인이 하기에는 매우 위험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는 동면을 안전하게 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 시대는 동면을 해지할 방법이 없었다.

“영물의 피를 먹은 저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뛰어난 재생 능력을 믿고서 행한 모험이었다.

그만큼 허봉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천여운을 만나려 한 것이었다.

“허봉 너는 정말.....”

까딱하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이 더욱 감격하게 만들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나를 만나려고 하다니, 너도 참 미련스럽구나.”

이에 허봉이 그렇게 한 비화를 알려주었다.

“어떻게든 주군을 만나야 데려올 수 있으니까요.”

“뭐?”

천여운이 얼굴이 굳어졌다.

과학 기술이 현저히 발달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을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게 무슨 말이느냐? 나를 데리러 오다니?”

“예지가 성무천이 저희들에게 주군을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나를 데리고 올 방법이 있다고?”

천여운이 눈동자가 흔들렸다.

전혀 예상지 못한 말이었다.

허봉이 동면에 들어가면서까지 자신을 기다린 것이 원래의 시대로 돌아갈 방법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뭐지?”

천여운의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이에 허봉이 난처하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저....그건 정확하게 모릅니다.”

“뭐? 방법을 모르는데 어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냐?”

“예지가 성무천이 주군께서 원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신물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뭔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신물?”

신물이라는 말에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신물이란 곧 특정 사물이나 물건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물건이라 한다면 천여운이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타임팩?’

타임팩은 미래의 후손 천무성이 과거로 올 때 사용한 시공간 이동장치이다.

다만 이 장치는 일회용이자 개인용 장치였다.

천여운이 기억하기로 천무성은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기 위한 단 하나의 타임팩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만약 그것이 허봉이 말한 신물이라면 후손인 천무성은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천여운은 기분이 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모르는지 허봉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예지가 성무천은 신물이 주군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다른 자들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그것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 신물이라는 것을 숨겨두었구나?”

“캬! 역시 주군이십니다! 주군의 말대로 신물을 아무도 찾지 못하게 숨길 거라고 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천여운의 짐작대로 타임팩이 맞다면 다른 자들의 손에 절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숨겨둬야만 했다.

‘아!’

천여운은 여기서 또 한 가지를 추측할 수 있었다.

“허봉.....너 설마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희생한 것이냐?”

처음에는 허봉이 자신이 혼자서 미래에 떨어진 것을 우려해서 희생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그게 아니었다.

허봉은 자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팩이 숨겨진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서 천 년 동안 기다렸다는 말이었다.

“너.....제정신인 거냐?”

천여운은 그의 희생에 감정이 복잡해졌다.

만약 신물이 타임팩이 확실하다면 원래 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자는 오직 단 한 명뿐이었다.

“너 그 신물이...”

뭐라고 하려는 천여운의 말을 끊고서 허봉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알고 있습니다.”

“네가 뭘 알아!”

“예지가 성무천이 신물은 단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허봉의 그 말에 천여운이 얼굴이 상기되어 소리쳤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짓을 해!”

그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었다.

허봉이 자신으로 인해 희생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였다.

-털썩!

허봉이 붉어진 눈시울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천여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주군! 주군께서는 반드시 돌아가셔야 합니다. 십만 교인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너.....”

“그리고 주군. 문규가.....문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군의 단 하나뿐인 아이를 아버지 없이 자라게 내버려둘 수 없잖습니까? 흐헝헝.”

허봉이 또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희생에 화가 났던 천여운이 하늘을 쳐다보고서 눈을 가렸다.

이곳에 불시착했을 때조차도 답답함이 없었던 그였지만 허봉의 이 말에 먹먹해지면서 혼란스러웠다.

‘무성아.....무성아....네 녀석 정말....’

천여운은 속으로 후손인 천무성을 탓했다.

천여운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천무성은 매우 잔인한 짓을 해버렸다.

허봉을 희생하게 만든 것이다.

‘복잡하게 만들었구나.’

영리한 천여운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머리가 복잡했다.

그가 이해한 대로라면 모든 것이 복잡하게 꼬였다.

지금 이 시대는 이미 다른 축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에 이미 천여운이 끝까지 돌아오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흐른 곳이었다.

이곳이야 이미 어쩔 수 없다곤 하지만 허봉은 어떡하란 말인가.

‘차라리 나를 기다릴 것이지.’

오히려 그 편이 나았을 수도 있었다.

여차할 경우에는 이미 갈라져 버린 이 시간의 축에서 시공간 이동장치가 개발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었다.

천여운 자신의 큰 인내를 요했지만 적어도 허봉이 희생될 필요는 없었다.

‘이게 인과라는 건가.’

모든 것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천여운이 원래의 시대로 돌아가려 하는 만큼이나 그 시대에서도 천여운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으득!

천여운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주구우우운.”

“허봉.”

“......네.”

허봉이 시무룩한 얼굴로 답했다.

천여운이 화를 낼 거라고는 이미 짐작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다.

‘주군께서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시다니.....’

그를 조금이라도 생각하지 않았다면 화 낼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희생을 치하하고서 과거로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헛된 희생 따윈 생각하지 마라.”

“네?”

“너는 어떻게 해서든 내가 같이 데려간다.”

“주, 주군!”

허봉의 두 눈이 떨려왔다.

천여운의 그 말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천 년이라는 세월을 희생한 그 대가를 받는 기분이었다.

‘주군.....저는 이걸로 충분합니다. 주군께서 혼자 돌아가셔도 저는 이미 모든 걸 가졌으니까요.’

설사 이것이 말뿐이라고 해도 충분했다.

그런 그의 생각과 달리 천여운은 절대로 빈 말이 아니었다.

‘......찾아낸다. 허봉을 데려갈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한 가지 어렴풋이 떠오른 방법이 있었다.

만약 후손인 천무성이 남긴 것이 타임팩이라면 그것도 일종의 기계인 만큼 나노를 통해서 분석을 하게 할 생각이었다.

나노의 시스템에 락이 걸려서 이를 거부한다면 다른 뛰어난 과학 기술자를 찾아서라도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일단은 천무성이 남겼다는 그 신물을 찾아야 했다.

“허봉.”

“넵. 주군!”

“그 신물의 위치는 어디지?”

천여운의 그 물음에 허봉이 또 다시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주군, 송구스럽습니다만.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암호로 알고 있습니다.”

“암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암호가......”

망설이는 그의 태도에 천여운이 이마를 붙잡고서 말했다.

“너 또 숨기는 게 있구나.”

“죄송합니다. 주군!”

-쾅! 쾅! 쾅!

허봉이 바닥을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박아댔다.

이마가 찢겨져나가는 데도 엄청난 회복력 덕분에 피가 나다 말다를 반복했다.

천여운이 짜증스럽게 손을 들어올렸다.

-우웅!

심후한 진기에 의해 허봉의 상체가 강제로 들어 올려져 고정되고 말았다.

“혹시나 했다.”

천여운이 한 가지 우려하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 시대의 대호법 마라윤이 취해야 할 유산이 세 가지라고 했던 것 때문이었다.

부디 아니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짐작이 맞은 모양이었다.

“허봉......너만 기다린 게 아니구나.”

그 물음에 허봉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에에에......”

“미치겠군.”

없던 두통도 생길 지경이었다.

“네 녀석들 정말....”

수하들의 대단한 충의가 이렇게까지 골머리를 썩게 만들 줄은 몰랐다.

“누구야?......빨리 말해.”

사실 이것 역시도 짐작 가는 두 명이 있었다.

허봉 이외에도 영물의 피를 완벽하게 취한 이들은 단 두 사람뿐이었다.

감동은 사라지고 어처구니가 없어 하는 천여운에게 허봉이 다급히 변명하듯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주, 주군. 혹시나 해서 저희도 나름 못 돌아올 것에 대한 대비를 했습니다.”

“뭐?”

“백기는 손주까지만 보고서 동면에 들어간다고 했었고 저, 저는 흠흠....제 안사람과 함께 동면에 들어갔습니다.”

“안사람?”

허봉의 그 말에 천여운은 순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천여운이 알고 있는 백기는 애초에 혼인조차 하지 않았었고 허봉이 말하는 안사람은 대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용귀의 피를 취해서 수명이 늘어난 백기는 맞았지만 천여운이 짐작했던 또 다른 한 사람은 다른 인물이었다.

“네 부인과 함께 동면을 했다니 그게 대체...”

“문란영입니다. 주군.”

“.........”

천여운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허봉이 말한 문란영은 천마신교의 첫 번째 대장로였다.

오래 전 기린의 피를 취하고서, 당대 교주의 명에 따라 불기린의 사체를 수백 년 동안이나 지켜왔던 충신이었다.

그 충정을 높이 사 천여운은 최고의 직위를 부여했었다.

“문란영.....이라고?”

“네에.”

허봉이 수줍게 대답했다.

천여운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자그마치 수백 살이나 차이가 나는 연상녀와 혼인을 치른 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문규의 조상.’

천여운의 부인이 될 연인인 문규의 종파인 마룡장종의 선대 인물이었다.

족보가 꼬여도 제대로 꼬인 셈이다.

어지간한 일에는 잘 놀라지 않는 천여운조차도 허봉이 말해준 이 소식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봉....너란 놈은 대체.....”

“히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허봉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답했다.

“아! 주군!”

뭔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는지 허봉이 다급히 손가락에 공력을 일으켜,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슥슥슥!

“뭘 하는 것이냐?”

“예지가 성무천이 알려준 암호입니다. 저는 도통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외우라고 해서.”

허봉이 바닥에 그린 그림은 네모 형태의 기호였다.

그것은 직사각형태의 네모부터 시작해 정사각형, 안을 칠한 네모 등 다양한 형태로 그려졌다.

완성된 네모는 총 36개였다.

‘이게 뭐지?’

처음 보는 형태의 암호에 천여운이 의아해 하는데,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TQC 코드입니다.]

‘TQC 코드?’

[2600년 경에 만들어진 암호입니다.]

‘아!’

그것은 지금보다도 훨씬 미래에서 쓰이는 암호였다.

후손인 천무성은 다른 자들이 유산을 찾아내더라도 절대로 비밀을 알 수 없도록 이런 조치를 취해 놓은 것이었다.

‘철두철미하구나.’

다행스럽게도 이 암호에 대한 정보는 나노에게 락이 걸려있지 않았다.

‘해석할 수 있어?’

[Q 코드만 있어서 불가능합니다.]

‘뭐?’

[TQC 코드는 Triangle(세모), Quadrangle(네모), Circle(동그라미)의 조합을 이뤄야만 해석이 가능합니다.]

세 개의 코드가 조합을 이뤄야만 풀린다.

허봉이 이 세 코드 중 하나를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그 말은 결국 남은 두 유산의 위치에 잠들어 있는 두 사람을 찾아야만 암호를 풀 수 있다는 소리였다.

“주군께서 이걸 보시면 무조건 아실 거라 했습니다.”

“그래.”

오직 이 시대에서는 오직 천여운만 알 수 있는 암호였다.

어쩌면 이 시간의 축에서는 천여운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을 암호일 지도 몰랐다.

천여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두 사람을 찾아야겠구나.”

암호도 조합해야 했고 그들을 언제까지 동면의 상태로 방치해둘 수 없었다.

그런 천여운에게 허봉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흠흠, 주군. 이왕 가는 거면 제 안사람이 있는 곳부터...”

-흠칫!

바로 그때였다.

천여운이 다급히 동쪽 방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슈우우우우우! 콰앙!

그 순간 막사 바깥쪽에서 뭔가 날아오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로 인해 막사의 천막이 일제히 찢겨나갔다.

< 26화 마신의 유산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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