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70화 (70/234)

< 22화 호법 (1) >

‘!?’

옷을 벗으라는 말에 다소 감정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는 유소화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다 못해서 화끈 달아올랐다.

“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그 옷 벗으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샤케나의 말에 오히려 중진들이 다 민망해했다.

“흠흠.”

연배들이 있다고 해도 그들 역시 남자였다.

이런 상황이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이를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여성인 부장 항유린 뿐이었다.

‘저 여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큰일 나겠는걸.’

유소화는 SS급 게이트 키퍼였다.

무림인으로 친다면 현경 초입의 고수와 비견되는 강함을 지녔다.

그런 그녀에게 무뢰배도 아니고 옷을 벗으라고 했으니, 그 뒷감당을 지기가 힘들 거라 여겼다.

샤케나가 유소화가 입고 있는 옷을 탐욕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벗기 싫으면 강제로 벗겨줄까?”

‘!!!’

남자가 했으면 정말 위험한 대사마저 내뱉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옷을 빼앗을 셈이었는지 유소화에게 다가갔다.

“당신. 정말 무례하군요.”

유소화의 오른손 손가락들이 꿈틀거렸다.

여차하면 중력을 일으킬 기세였다.

-들들들!

회의실의 바닥이 미묘하게 떨려오자, 샤케나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헤에. 빼앗기기 싫나봐.”

호전적인 그녀로서는 싸움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샤케나의 몸에서 보랏빛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

‘이 여자 그냥 미친년이 아니었나?’

유소화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천여운이 데려왔기 때문에 당연히 강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느낌이 흉흉했다.

이것을 느낀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회장인 천유장을 비롯한 중진들도 표정이 진지해졌다.

‘능력자가 아니었나?’

‘무슨 기운이 이리도....’

유리창을 통과해서 들어오는 모습에 샤케나가 특수한 이능력자라고만 여겼는데, 풍겨지는 기운이 굉장했다.

‘대체 천마께서는 저 여인을 어디서?’

그녀의 정체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물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두 여자들이 당장이라도 부딪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때 천여운이 나섰다.

“그만둬라.”

“네?”

“주인님?”

두 사람이 동시에 답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붙을 것만 같았던 두 여인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투기를 지우고서 온순한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허어....’

중진들은 의아하게 쳐다보았지만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두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천여운뿐이었다.

SS급 게이트 키퍼와 특수 위험 개체.

움직이는 폭탄들이었다.

“유소화. 샤케나에게 여벌의 옷이 있다면 빌려줘라.”

“.....알겠습니다.”

토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샤케나는 아쉽다는 듯이 몸을 살짝 꼬아가며 중얼거렸다.

“주인님. 저는 저 인간 계집이 입고 있는 옷이 마음에 드는...”

“노예 주제에 토를 달셈이냐?”

“아, 아닙니다!”

-팍!

날카로운 천여운의 목소리에 당황한 샤케나가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철저하게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는 그녀였다.

“샤케나.”

“넵.”

“그녀가 첫 번째 비서다.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한데 주인님 기회를 주신다면 첫 번째 노예와 서열을 가리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노예?”

유소화의 눈썹이 무섭게 치켜 올라갔다.

대체 이 여자는 어느 시대의 사람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천여운이 제동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콱! 쿵!

그런 그녀의 어깨를 천여운이 짓밟았다.

발에 실린 뇌기에 고통을 느낀 그녀가 신음성을 흘렸다.

-파치치칙!

“아흑!”

“토를 달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죄, 죄송합니다.”

샤케나는 인간의 기준과는 사고방식이 달랐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만큼은 더욱 엄격하게 구는 천여운이었다.

“그녀를 윗사람으로 대우해라.”

“알겠습니다.”

‘아....’

영문을 모르는 유소화로서는 천여운이 자신을 특별히 대우해준다고 여겼는지 은근히 고마움을 느꼈다.

천여운이 발을 치우자 일어난 샤케나가 유소화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마지못해서 그러고 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절대로 그녀가 자신의 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그런 샤케나를 향해 유소화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대인배처럼 빙그레 웃더니, 그녀의 가슴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 옷이 헐렁할 텐데 맞으려나 모르겠네.”

‘!?’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던 샤케나가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이윽고 옷을 가지러 가기 위해 회의실을 나가면서 풍만한 상체를 꼿꼿이 펴고 걸어가는 유소화의 모습에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인간 주제에!’

종족을 떠나서 그들은 여자였다.

그렇게 두 비서의 첫 번째 신경전이 끝날 무렵, 회장 천유장이 다급히 천여운에게 다가와 보고 했다.

“선조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환 이사.”

천유장의 부름에 환명오가 어두운 얼굴로 다가와 자신의 스마트폰을 켜서 천여운에게 바치며 말했다.

“천마이시여. 제 딸 환시아가 붙잡힌 듯 합니다.”

“붙잡혀?”

환시아라면 천여운이 백종서와 함께 식스 로드 토이의 미션팀의 은거지로 보냈었다.

의아해하던 천여운이 스마트폰의 메시지에 담겨있는 사진을 보았다.

사진을 보는 순간 천여운의 눈에 도가 가장 먼저 들어왔다.

“광무도.”

이 도를 천여운이 몰라볼 리가 없었다.

자신의 첫 번째 스승이자 우호법 섭맹의 보도였다.

섭맹의 도를 이 자가 들고 있다는 것은,

“당대 우호법인가?”

“맞습니다. 아무래도 우호법이 천유성 일파에 합류한 것 같습니다.”

다른 종파가 합류한 것과는 의미가 꽤 달랐다.

호법들은 오직 당대 교주만을 모신다.

그런 그들 중 한 사람인 우호법 섭형이 천유성 일파에 가담했다면 다른 호법들도 장자인 천유성에게 합류했을 확률을 배제할 수 없었다.

개인의 의사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만약 그들이 비밀 감옥에 있는 교주를 찾아, 그 유지를 받든 것이라면 천유장으로서는 교주가 되기 위한 명분을 잃게 되는 셈이었다.

‘천마께는 말하면 안 되겠지. 후우.....’

그랬다가 무슨 사달이 벌어질 지도 몰랐다.

천여운은 세 파벌의 누구도 교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털썩!

그때 환명오가 천여운의 앞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

“천마이시여. 부디 소신의 딸을 구해주시옵소서!”

“환 이사!”

천유장이 당황해서 그를 불렀다.

딸의 행방을 알 수 없어서 마음이 조급한 것은 알겠지만, 천마인 천여운은 그들이 뭔가를 함부로 부탁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같은 혈족인 그조차도 오직 천여운의 명만을 받는 위치였다.

“송구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환명오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방벽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닐 수 있는 천마께서만이 내 딸을 구할 수 있다.’

환시아에게 문자가 온 지 40분이 지났다.

우호법이 그들을 습격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심양시는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구하거나 적어도 단서를 얻으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었다.

“소신이 직접 가서 딸을 구하고 싶지만 심양시까지 가려면 족히 이틀은 걸립니다.”

날개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직접가고 싶었다.

그렇지 못하기에 유일한 희망은 천여운뿐이었다.

“부디 은혜를 베푸소서!”

-쿵! 쿵! 쿵!

환명오가 이마가 찢어질 정도로 머리를 세차게 박아댔다.

-우웅!

계속 박으려고 하는데, 심후한 진기에 의해 멈춰졌다.

‘아!’

간청을 들어주려는가 싶어서 환해진 얼굴로 고개를 드는데, 천여운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

“조용히 해봐라.”

“네, 넵.”

“말해라.”

“네?”

“너 말고.”

환명오가 어리둥절해했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니,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의아해하고 있는데 천여운의 동공이 육안으로 판별하기 힘든 속도로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증강현실이 개안된 현상이었다.

[통화 수신자: 이명]

놀랍게도 천여운은 증강현실을 통해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식스 로드 토이의 이사인 윤문평이 천여운에게 연락을 위한 스마트폰을 개통시켜주었었다.

이를 나노가 수신칩을 해킹해서 코드를 딴 것이다.

덕분에 천여운은 스마트폰 없이도 나노를 통해서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천여운의 귓가로 모용이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쿨럭쿨럭....지금 저희를 습격했던 자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  *  *

심양시의 한 고가 도로.

도로를 달리고 있는 흰색 RV 차량의 안에는 피가 말라 붙은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용이명이 있었다.

상의가 피로 붉게 물들어 있는 그의 상태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 자신조차도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기절하지 않은 게 용하다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된 일이지?

차량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천여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모용이명이 30미터 정도 앞서 가고 있는 12인승 회색 벤 차량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아....하아....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저희를 습격했습니다.”

-그 중에 선글라스를 끼고 도를 쓰던 자도 있었나?

천여운의 물음에 모용이명이 놀란 눈빛으로 답했다.

“맞습니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환시아가 그 아비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렇군요. 쿨럭쿨럭.”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군.

“놈에게 당했습니다.”

-으득!

그 말을 하면서 분에 겨웠는지 모용이명이 이를 갈았다.

백종서의 팀원 중 한 사람과 식량을 채워 넣기 위해 장을 보고 왔는데, 그들의 습격을 발견했다.

이미 모든 일을 마친 그들은 벙커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때 당했다.

백종서의 팀원은 그 자의 도에 일도양단이 되어서 죽고 말았고, 모용이명은 복부에 발경을 맞고서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도 그 놈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민간인이로군. 이 정도로 끝낸 걸 행운으로 여겨라. 운이 좋아 살아난다면 이곳에서 있던 일을 모두 잊어라.]

그 말과 함께 놈은 환시아와 백종서의 모친을 데리고 유유히 벤을 타고 떠났다.

하지만 놈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운이 좋은 건가.’

보통 일반인들은 내공이 실린 발경을 맞게 되면 장기가 파열 돼서 내상으로 꼼짝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모용이명은 피를 몇 차례 토해낸 후에 움직일 수 있었다.

그조차도 그 연유를 알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그는 곧바로 자신의 RV 차량을 타고 놈들의 차량에 따라붙었다.

“일단은 따라붙고 있는데, 놈들이 만약 심양시를 뜨면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놈들의 차량이 점점 남서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하 고속기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계속 폰을 켜놓고 있어라.

“네?”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모용이명이 인상을 찡그렸다.

일단은 하라고 하니, 지시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  *  *

한편 앞서 가고 있는 회색 벤츠의 안.

그 안에는 점혈을 당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백종서가 화가 난 얼굴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사내, 우호법 섭형을 노려보고 있었다.

“실수하시는 겁니다. 우호법.”

그런 그의 말에 우호법 섭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혈도 점하기 전에 입을 다물고 가줬으면 하는데, 반푼이 순각종주.”

“뜻대로 해보시죠!”

백종서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간단했다.

믿었던 우호법 섭형과 고 부장에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섭형의 옆에는 12인승 대형 벤이 작아 보일 만큼 거구에 근육질의 중년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는 마권종의 종주인 고왕현 부장이었다.

“제 말을 믿어주신다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어머니와 저를 납치하신 것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겁니다.”

그런 그에게 고 부장이 타이르듯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해하게. 우리는 마지막 순각종 후예인 자네 모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네.”

“이게 보호입니까?”

뒷좌석에 점혈을 당해서 기절한 모친 금오연과 환시아가 있었다.

그들은 명백히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납치를 한 셈이었다.

“천마께서 용서치 않으실 겁니다.”

“하!”

그런 백종서의 말에 우호법 섭형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백종서의 가슴을 손으로 짓누르며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나도 천마랍시고 나서는데, 당대 순각종주라는 놈은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고 있구나. 네놈에게 부친의 뒤를 이을 자격이 있을까?”

“진실을 외면하시는 겁니까?”

“진실? 웃기는구나. 천 년도 전의 이십사 대 교주께서 살아있다는 헛소리를 우리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천마 조사님께서 강림하셨다고 말을 하지 그랬느냐? 하하하핫.”

“그 말.....후회하실 겁니다.”

백종서의 경고에 섭형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후회는 네가 하게 될....”

-우호법.

귓가로 들리는 목소리에 섭형이 하던 말을 멈췄다.

옆 차선을 달리고 있는 2호차 벤의 운전자의 목소리였다.

섭형이 무선 이어폰을 툭툭 건드리며 답했다.

“무슨 일이지?”

-뒤에 누군가 따라붙었습니다.

“따라붙어? 누군지 파악했나?”

-룸미러로 보니, 아무래도 그 벙커 앞에서 살려두신 일반인인 것 같습니다.

“뭐?”

섭형이 인상을 찡그렸다.

죽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발경을 먹였다.

하지만 일반인이라면 내상으로 속이 진탕 되어 하루는 꼬박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무림인이 아니었는데.’

의문스러웠지만 일단 추적을 한다면 처리해야 했다.

벤의 커튼을 젖히고 바깥을 보니, 도로에 차량이 꽤 많았다.

“차량이 드문 곳으로 유인할 수 있나?”

-알겠습니다. 외곽 쪽으로 유인하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2호차의 운전수가 네비게이션의 안내 선에서 벗어난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지하 고속기차 역으로 향하는 도로는 차량이 집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20분가량을 달려서 외곽 지역 쪽으로 빠졌다.

방벽이 가까워질수록 인적과 차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어느 시점이 오자 도로에는 벤 두 대와 그 뒤를 따라붙고 있는 흰색 RV 차량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젠장.”

벤을 추적하고 있는 모용이명이 거친 소리를 내뱉었다.

외곽으로 빠지면서 뭔가 불길하다고 판단했는데, 역시 예측이 들어맞았다.

놈들이 따라붙은 것을 눈치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안전을 위해서라면 추적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천여운의 지시대로 하려면 그들을 계속 따라붙어야만 했다.

고민하던 찰나였다.

-끼이이익!

그때 앞서 가던 1차선의 벤 차량이 속도를 낮췄다.

그러더니 이내 그의 차량 뒤쪽으로 붙었다.

모용이명이 다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서 자신이 1차선으로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앞서 가던 같은 차선의 벤도 속도를 낮췄다.

“큭! 당할 것 같아.”

샌드위치 상황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서, 차선을 마구잡이로 이동했다.

그러나 상대 쪽도 이에 맞춰서 차선을 이동했다.

앞에 있는 벤이 속도를 낮추며 점점 거리를 좁혀오니 조금씩 세 차량의 선상이 맞춰져갔다.

2호차를 운전하고 있는 벤의 운전수가 입 꼬리를 올렸다.

“잡았다. 이놈!”

엑셀을 밟자 벤이 RV 차량으로 돌진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헉!”

뭔가 벤의 앞으로 떨어졌다.

“사, 사람?”

당황한 2호차 벤의 운전수가 핸들을 꺾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그 자가 차량을 향해 위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부웅!

육중한 벤의 앞부분이 위로 들어 올려졌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놀라서 액셀이든 브레이크든 마구잡이로 밟는데, 이내 앞쪽 떠올랐던 벤이 그대로 뒤로 뒤집혀 버리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1호차 벤에 타고 있는 우호법 섭형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2호차....2호차 무슨 일이야?”

그런 그에게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백종서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후회한다고 했죠?”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

-쾅!

그 순간 벤의 차량의 천장에 커다란 굉음 소리와 함께 큰 충격이 가해졌다.

그와 동시에 달리고 있던 벤이 그대로 멈춰지고 말았다.

-끼이이이익!

순식간에 벤 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어찌된 영문인가 싶어 섭형이 다급히 차량의 천장을 쳐다보니, 발자국 형태로 천장 아래가 찌그러져 내려와 있었다.

“발자국?”

-우저저저적!

그때였다.

차량의 천장 부분이 종이조각처럼 찢어지며 이내 천장의 앞부분이 통째로 뜯겨져나가 버렸다.

천장이 뜯겨져 나가면서 벤의 위에 누군가 내려다 보는 모습이 보였다.

'이, 이자는 대체?'

검은 정장 슈트를 입고 있는 새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의 청년이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우호법 섭형을 비롯한 고왕현 부장이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백종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순각종의 백종서가 위대하신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 22화 호법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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