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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67화 (67/234)

< 21화 특수형 개체 (1) >

-꽉!

서 연구원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마음 같아서는 욕이라도 내뱉고 싶은 심경이었다.

‘미친놈. 죽으려면 혼자 곱게 죽을 것이지. 무슨 개짓거리를 한 거야?’

이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다 같이 죽자고 폭탄을 터뜨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그런 것이라면 나을 지도 몰랐다.

외곽 지역이라고 해도 저걸 방벽 내에서 풀어줬으니, 최악의 상황이었다.

‘미련한 놈. 괴물을 잡자고 더 괴물을 풀어놓으면 어쩌란 말이야!’

저 괴물은 태안시를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괴물이었다.

기지에 있는 보호막을 비롯한 내부 보안 시스템은 전부 저 괴물이 벗어나는 것을 대비한 것이었다.

보안 시스템의 대부분이 망가진 이상 저 괴물을 구속할 방법이 없었다.

‘저자가 저년을 막을 수 있을까?’

서 연구원이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전투원은 아니었지만 방금 전에 부딪친 것만 봐서는 천여운이 밀렸다.

인간처럼 보였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니었다.

-휙!

그때 보랏빛 나신의 여인이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너.”

‘헉!’

당황한 서 연구원이 뒷걸음을 치려했다.

하지만 이내 다리가 풀렸다.

‘어, 어지러워.’

천여운이 점혈을 해서 출혈을 막았지만 팔이 잘리면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도망가도 모자랄 판국에 최악이었다.

“날 구속해 놓고 실험을 했겠다.”

보랏빛 나신의 여인이 천여운에게서 시선을 돌려 서 연구원에게로 향하려 했다.

그때 천여운의 신형이 빠르게 그녀를 가로막았다.

-스륵!

“놈은 내 것이다.”

그런 천여운의 말에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인간. 네가 막을 수 있을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그대로 서 연구원을 향해 달렸다.

경신법을 펼친 것도 아닌데 굉장한 속도였다.

‘저돌적이군.’

천여운이 검결지에 푸른 빛 강기를 일으켰다.

단순한 공격은 몸을 통과했기 때문에 강기를 써보려는 것이었다.

“이것도 통과해봐라.”

천여운이 그녀에게 탄검강을 날렸다.

-촥! 스스스스!

하지만 앞으로 뻗어나가려던 탄검강이 이내 허공에서 흩어지고 말았다.

에너지를 강제로 흩어뜨리는 이상 현상 때문에 천여운에게서 벗어난 강기는 응축되는 성질 자체가 없어져버렸다.

‘정말 성가시군.’

아무래도 기를 통제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으면 분산되는 듯 했다.

결국 직접 진기를 컨트롤 해야만 한다는 소리였다.

그러는 사이에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어느새 천여운의 앞까지 도달했다.

‘그렇다면 직접!’

천여운이 검강을 일으킨 검결지를 그녀를 향해 찔렀다.

-슉!

그 순간 그녀의 몸이 투명해지며 천여운의 검결지가 그녀의 몸을 통과했다.

-스륵!

‘강기도 통과시켜?’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강기마저도 육신을 통과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때 그녀의 손이 천여운의 심장을 노렸다.

“죽여주마. 인간.”

-스륵!

투명해진 그녀의 손이 몸을 통과해 심장을 움켜쥐려는 순간, 천여운이 빠른 속도로 보법을 펼치며 이를 피해냈다.

“어딜 도망가!”

-팟!

그녀가 발을 박차며 거리를 좁혀왔다.

순식간에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무공도 익힌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 엄청난 속도를 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내게서 벗어날 수 없다. 인간.”

천여운을 잡았다고 생각한 그녀가 히죽 웃었다.

그러나,

-스륵!

“응?”

천여운의 신형이 흩어지면서 어느새 그녀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이형환위(以形幻僞)의 수법이었다.

그녀가 빠르긴 했지만 천여운 역시도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존재였다.

-우웅!

천여운의 손에서 흐릿한 무형검이 생겨났다.

내공으로 유형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기나 강기와 달리 무형의 진기를 날카로운 검으로 변화시키는 이것은 검강을 훨씬 능가하는 위력을 지녔다.

-슉!

‘천마검공 제 1초식.’

무형검으로 펼치는 스물 네 개의 검식이 화려한 궤적을 그리며 그녀를 난자했다.

-촤촤촤촤촤촤!

‘아니?’

천여운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형의 진기로 만든 검이라면 투명해져서 투과해버리는 능력이 통할 지도 모른다고 여겼는데, 그녀의 몸은 무형검마저도 통과시켜버렸다.

이를 지켜보는 서 연구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소용없어. 저 괴물의 패이징 능력은 원자 단위보다도 훨씬 작게 분해돼. 저런 식의 공격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수많은 실험을 통해 그녀의 패이징 능력의 비밀을 밝혀내려 했다.

저 기술을 구현해낼 수만 있다면 무림인과 이능력자들마저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최강의 생체 병기를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간의 과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능력이었기에 지금껏 진척이 없었다.

‘저걸 막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인데....’

그들 조직이 저 괴물을 잡아둔 방법이 있었다.

죽일 수는 없어도 유일하게 놈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수단이었는데, 문제는 기지가 초토화되어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멀쩡한 기기가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도망가야 해.’

서 연구원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차라리 어떻게든 본부에 연락해서 저 괴물이 구속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언제까지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천여운이 저 괴물을 막고 있는 사이에 알려야만 했다.

“흥!”

-쾅!

그녀의 주먹이 바닥에 꽂혔다.

그 순간 반경 10미터 가량의 바닥이 함몰되며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고 말았다.

엄청난 위력의 주먹이었다.

몸을 투과시키는 패이징 능력만 성가신 것이 아니라, 엄청난 물리력마저 갖췄다.

‘확실히 인간은 아니로군.’

자세히 보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골격 자체가 미묘하게 인간과 달랐다.

그렇다는 것은 아마 저 껍데기 속은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내부 구조의 형태를 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게이트 너머의 존재인가.’

그걸 알만한 자는 유일한 생존자인 서 연구원뿐이었다.

천여운이 그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는데, 서 연구원이 비틀거리며 폐허가 된 기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인 역시도 이를 발견했다.

“흥. 인간 네놈은 저놈부터 죽이고 상대해주마.”

공격을 전부 패이징 능력으로 흘릴 수 있었지만, 천여운이 움직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던 그녀는 도망치는 서 연구원을 먼저 노렸다.

‘안되겠군.’

천여운이 그녀를 앞질러서 서 연구원을 먼저 잡아야겠다고 여겼다.

그라면 그녀를 구속할 수 있는 방법을 알지도 몰랐다.

바로 그때였다.

“걸렸구나. 인간!”

천여운이 근방을 스쳐지나가려는 순간, 그녀가 바닥을 향해 오른손을 갖다 댔다.

그 순간 바닥이 보랏빛으로 물들더니,

-우웅!

“이런!”

-쑥!

바닥이 마치 사라진 것처럼 투명해지면서 천여운의 신형이 밑으로 빠지고 말았다.

천여운이 진기로 허공을 박차며 다시 위로 오르려고 했지만, -탁! 우우웅!

그녀가 손을 떼는 순간 바닥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깔깔깔, 멍청한 인간.”

그녀가 속이 시원하다는 듯이 웃어댔다.

놀랍게도 그녀는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물에도 패이징 능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단지 그 범위가 넓지 않았기에 가까이 오기를 유도한 것이었다.

“거기서 그대로 죽으라고.”

-팟!

그 말과 함께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서 연구원을 잡기 위해 폐허가 된 기지로 향했다.

오랜 시간 동안 실험을 당한 그녀의 분노는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가운데가 뻥 뚫려서 외곽 부분만 남아있는 기지에서 놈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서 연구원은 뭔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거기 있었구나.”

그녀가 투명해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다른 자들은 몰라도 자신의 몸으로 수많은 실험을 한 그를 곱게 죽여줄 생각은 없었다.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고문을 할 참이었다.

-스르릉!

그녀의 손이 투명해졌다.

“네놈의 장기를 하나씩 꺼내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주마.”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서 연구원이 몸을 휙 돌더니, 그녀를 향해 무언가를 겨냥했다.

“머, 멈춰!”

기관소총보다는 작은 기계총이었다.

굵은 전선 같은 것이 출력 장치 같은 곳에 연결된 기계총을 보는 순간 그녀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서 연구원이 다급히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파치치치치칙!

그 순간 기계총에서 푸른빛의 전기 스파크가 발사되었다.

고작 여섯 보 앞에 있었던 그녀는 순식간에 자신에게 날아오는 전기 스파크를 직격으로 맞고 말았다.

-파치치치치칙!

-스르륵!

몸이 감전되자 투명해졌던 그녀의 손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됐다. 통한다!’

서 연구원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나 그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탁!

“엇?”

전격에 의해서 패이징 능력을 사용할 수 없어서 움직이지 못할 거라 여겼던 그녀가 한 발자국 앞으로 걸었다.

“어, 어째서? 설마....”

기계총의 연결 단자의 옆을 보니, 에너지 잔량이 한 칸밖에 없었다.

기지가 파괴되면서 남은 전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빌어먹을....”

그녀를 잡아두기 위해 쓰던 특수 컨테이너 박스의 구속구도 A급 코어의 에너지로 전력을 유지시켰다.

폐허가 된 기지의 전력으로 구속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죽여주마.”

그녀가 화가 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와, 서 연구원이 쏘고 있는 기계총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가볍게 그것을 부숴버렸다.

-콰득!

“이딴 장난감으로 반항하다니. 흥!”

-파칙! 파칙!

감전으로 남아있던 스파크가 몸을 빠져나가자, 그녀의 손이 다시 투명해졌다.

그녀의 손이 서 연구원의 복부로 통과해 들어갔다.

-꽉!

그녀가 내부의 장기 중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끄어어어억!”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서 연구원이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온몸을 비틀었다.

그녀가 표독스러운 얼굴로 서 연구원에게 말했다.

“인간은 장기 중 하나만 없어도 버티지 못한다지? 일단 하나만 먼저 꺼내볼게.”

“끄어어억! 제, 제발! 제발!”

서 연구원이 그녀를 애처롭게 쳐다보면서 빌었다.

그 모습에 희열을 느꼈는지, 그녀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복부에 집어넣고 있던 손을 빼려고 했다.

“제일 긴 거부터!”

-쑤욱!

“끄아아아아악!”

그녀가 손을 빼내자 십이지장으로 보이는 긴 장기가 일부 빠져나왔다.

힘을 주어서 전부 빼내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쿠르르르!

지면이 갑자기 흔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바닥을 바라보는 순간,

-콱!

지면에서 갑자기 손이 튀어나와 그녀의 왼쪽 발목을 붙잡았다.

“뭐, 뭐얏?”

놀란 그녀가 다리에 패이징 능력을 일으켜 이를 빠져나오려 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던 손에서,

-파치치치치치칙!

엄청난 전격이 일어났다.

그것은 서 연구원이 쏘았던 기계총의 스파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꺄아아아아악!”

분해를 방해하는 전격에 그녀는 패이징 능력을 쓸 수가 없었다.

당황한 그녀가 바닥을 향해 발을 내리찍었다.

-쾅!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는 순간 땅 밑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너, 너는?”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천여운이 바닥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그녀의 몸을 발목 채 그대로 들어올렸다.

-휙!

"어엇?"

그리고는 양옆의 바닥에 패대기를 쳐버렸다.

-쾅! 쾅! 쾅! 쾅!

“아악! 아악! 아악! 아악!”

바닥에 드러누운 그녀의 얼굴이 벙 쪄버렸다.

순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그녀는 이윽고 정신을 차렸다.

“인간 주제에 감히!”

자신이 패대기를 쳐지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 그녀가 이를 악물고서 천여운의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팍!

천여운이 왼손을 들어 이를 막아냈다.

-쾅! 쩌저저적!

천여운이 서있는 반대편 바닥이 부채모양으로 균열이 일어났다.

하지만 천여운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부들부들!

그녀의 발이 떨려왔다.

“막아?”

당연히 튕겨나갈 거라고 여겼었다.

순수한 힘만으로도 수백 톤에 가까운 위력을 낼 수 있는 그녀의 발차기였다.

“못 막을 것 같았나?”

힘은 몰라도 내공으로는 최강의 역량을 가진 천여운이었다.

패이징 능력 때문에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것을 피했을 뿐이지 그 해법을 안다면 굳이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인간 주제에 어떻게 이런 힘을?”

“말끝마다 인간. 인간. 거슬리는군.”

-파치칙!

순간 천여운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에 꽂혔다.

-퍽!

“아흑!”

-쾅! 쿠당탕탕탕!

뇌전이 실려 있는 일격에 그녀의 신형이 벽면을 꿰뚫고서 밖으로 튕겨나갔다.

패이징을 하지 못해서 수 바퀴나 바닥을 뒹군 그녀가 분에 겨운 얼굴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내, 내가 고작 한 명의 인간 따위에게....”

그녀는 정말 황당했다.

저들 조직에게 잡혔을 때와는 완전히 상황이 달랐다.

그 당시에는 수백 명에 이르는 전격을 내뿜는 장비를 갖춘 적들과 이틀밤낮을 꼬박 싸우면서 지쳐서 잡히고 말았다.

-저벅! 저벅!

그때 천여운이 밖으로 걸어 나와 그녀에게 물었다.

“계집. 더 보일 능력이 있나?”

“뭐?”

천여운의 질문에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치 천여운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을 시험하기라도 했다는 듯한 말투였다.

‘이 건방진 인간 놈이!’

화가 치밀어 오르려는데, 천여운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해댔다.

“그 능력 꽤 쓸만 한 것 같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인간!”

“길들여서 써먹어도 괜찮겠군.”

“네놈이 감히!”

그 말을 들은 그녀의 두 눈이 붉은 안광으로 물들었다.

저들 조직이 자신을 구속하고서 실험했을 때 이상의 분노를 느꼈다.

그러던 때였다.

-우우우웅!

폐허가 된 기지의 남아있던 전력이 완전히 바닥났는지, 켜져 있던 모든 전원이 나가고 말았다.

그로 인해 주변 전체를 두르고 있던 EV 필드도 해지되고 말았다.

사방에 흩어졌던 기운들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를 감지한 그녀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인간. 네놈이 한 말을 후회하게 해주마.”

그녀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부웅!

허공에서 보랏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그녀가 양팔을 뻗자, 사방에서 기운들이 응집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흰빛의 구로 변화했다.

-고오오오오!

수백여 개의 흰빛의 구는 강기처럼 농도 깊은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내 힘을 구속하고 있던 것이 완전히 풀린 이상 인간, 네놈은 이 자리에서 절대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EV 필드에 의해 원래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에너지를 다룰 수 있게 된 그녀는 눈앞에 있는 저 시건방진 인간을 소멸시켜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천여운의 반응이 뭔가 무덤덤했다.

‘어째서 겁을 내지 않는 거지?’

사방을 포진하고 있는 수백 개의 에너지볼이 덮칠 상황인데도 경각심은커녕 여유로워보였다.

그때 천여운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래. 구속하고 있으니 답답하긴 하지.”

“뭐?”

-파칙! 파칙! 파치치칙!

귓가로 들려오는 스파크 소리.

-흠칫!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뇌기에 그녀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있는 위치보다 더 높은 허공에 수를 헤아리기 힘든 뇌전(雷電)의 검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너무도 섬뜩해지는 광경이었다.

어찌나 경악했는지 자신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네놈이 정말 인간이라고?”

< 21화 특수형 개체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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