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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66화 (66/234)

< 20화 지금 간다 (3) >

매캐하면서도 탄 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마(魔)와 화(火).

타락한 이무기와 불기린 두 영물의 힘을 담은 무형검으로 펼친 역량의 일원화는 그 위력이 가히 경천동지였다.

돔 형태의 보호막이 부서지다 못해 건물의 한 가운데를 뚫어버렸다.

가운데만 날아가고 외관만 그럭저럭 흔적이 남은 건물의 안쪽은 고열에 의한 폐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외부 보안 시스템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를 통째로 날렸다고?’

서 연구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내부 보안을 맡고 있는 자들은 아무 것도 못하고 전멸한 셈이었다.

그와 달리 천여운은 다행스럽게 여겼다.

‘힘 조절이 안 되었군.’

강기를 쉽게 견디는 보호막의 성능에 천여운은 공격의 수준을 격상시켰다.

그런데 귀찮은 방해물을 한 번에 제거하겠다고 몇 단계 위로 높인 것이 화근이었다.

보호막 말고도 전부 날려버렸다.

전부 다 죽여 버렸나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하 2층의 세이프룸에 숨어 있는 그를 발견한 것이었다.

천여운이 벌벌 떨고 있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네놈이냐?”

‘아!’

서 연구원은 마침 자신이 목소리를 변조하고 전화를 했던 것을 떠올렸다.

일단은 자신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야겠다고 여겼다.

“켁켁, 무...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저는 이곳에서 일하는 일개 연구원에 불과합니다.”

“연구원?”

“그렇습니다.”

목숨이 걸려있으니 최대한 정색을 하고 말했다.

“흠. 그래?”

반쯤 믿는 분위기에 서 연구원이 애달프게 간청했다.

“저는 그저 연구원에 불과해서 아무 것도 모릅니다. 살려주십시오.”

사람이 절실해지면 없던 연기력도 생기는 것 같았다.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는 게 일도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그저 평범한 연구원이라는 거지?”

“그,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발 자비를...”

-탁!

그때 천여운이 그의 왼쪽 팔목을 붙잡았다.

“엇?”

의아해하는데 천여운이 그의 팔목을 반대로 꺾어버렸다.

-우드득!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살벌한 목소리로 말했다.

“웃기는 놈이로군. 평범한 연구원? 그런 놈이 혼자 지하 깊숙이에 있는 이런 두꺼운 철로 만든 방에 숨어 있던 거냐?”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뭔가 중요한 인물이 아니고는 숨어 있을 이유가 없었다.

‘안 돼. 안 돼. 이, 이 미친 괴물 놈에게 내 정체를 들키면 절대 살아남지 못할 거야.’

“끄으으으. 여기 숨어있던 건 제가 연구원이라 그렇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서 숨어있던 겁니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서 연구원은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그 변조된 목소리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것보다 얼마든지 거짓말을 해서 살아남는 게 나았다.

“당신과 통화했던 그 자는 이곳 거점 기지의 책임자입니다. 기지가 이 꼴이 되어서 저도 그분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릅니다.”

무조건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그래서 네놈은 그놈이 아니라는 말이로군.”

“그, 그렇습니다!”

그런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천여운이 벽면을 향해 검결지를 휘둘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날카로운 예기에 의해 벽면에 글자가 새겨졌다.

-촤촤촤촤촤촥!

벽에 새겨진 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읽어라.”

‘!?’

서 연구원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천여운이 벽에 새긴 글자는 자신이 통화 도중에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

뭔가 어조나 말투를 통해서 알아보려는 듯 했다.

‘이...이 독한 새끼.’

이 정도쯤 말했으면 어느 정도 믿어볼 만도 한데, 철저했다.

내심 당황해하던 그가 입을 뗐다.

여기서 망설이면 오히려 더 의심을 받게 된다.

“귀하는 절대로 저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최대한 평소에 하던 어조와는 다르게 말했다.

명색이 연구원이었다.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정밀 검사 기계가 있지 않고는 무슨 수로 변조된 목소된 목소리의 어투를 기억하고 있다가 비교할 수 있겠어.’

라고 여겼지만,

[발음, 어투, 어조가 80%이상 동일합니다.]

천여운에게는 나노가 있었다.

말투를 조금 바꾸는 것 정도로 버릇처럼 베여 있는 목소리가 완전히 바뀔 리가 없었다.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네놈. 생각보다 거짓말을 잘하는 구나.”

‘어?’

천여운이 반대로 뒤틀려 있는 그의 왼팔에 검결지를 휘둘렀다.

그러자,

-촥! 툭!

그의 팔이 잘려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자신만만하게 공언한 대로 되어버린 서 연구원이었다.

“끄아아아아아악! 내 팔! 내 팔이!”

팔목이 꺾인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고통이 엄습해왔다.

무공을 익힌 것도, 개조된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이런 고통을 이겨낼 만한 정신력이 없었다.

비명을 지르다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으으으.”

하지만 천여운이 몸에 뇌기(雷氣)를 주입하는 순간 다시 깨어나 버렸다.

-파치칙!

“헉!”

화들짝 깨어난 그에게 천여운이 무섭게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네놈을 찾는다고 했었지?”

‘히익!’

팔이 잘려나가면서 완전히 겁에 질려 버린 서 연구원은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여력도 없었다.

그가 미친 듯이 애원을 했다.

“살려 주십쇼! 제, 제가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제발!”

“네깟 놈이 본교를 어째고 저째?”

“제가 실수했습니다. 제 분수도 모르고 당신 같은 절대자에게....아!”

천여운에게 싹싹 빌던 서 연구원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

그가 다급하게 말했다.

“부디 저를 살려주신다면 천우경 그 자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에는 관심을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 그의 목을 천여운이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꽉!

“켁켁!”

“네놈에게 흥정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금방이라도 목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서 연구원이 안간 힘을 다해 말했다.

“사, 상해시에........천우경....천우경...켁켁....그 자의 거래처가 있습니다.”

“상해시?”

상해시라 하면 중원 중단인 안휘성에 있는 교역도시였다.

-꽉!

“컥!

“거래처라면 놈의 거점이 아니지 않느냐?”

“처, 천우경....그...그 자는....조심성이 많은 자라....끊임없이 거점지를....바꿉니다.”

그의 말대로 천우경은 점 조직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른 일파와 다르게 거점을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에 다른 두 일파와 다르게 종적이 제대로 잡힌 적이 없었다.

“흥. 그래서 놈을 어떻게 잡는다는 거지?”

“석 달 초에....한 번씩 상해의 부두에서.....천우경 그 자는 거래를 하고 있는 외국에 있는 조직들과 헤이든 호텔에서 회합을 가집니다. 다음 달 4일이....바로 그 날입니다.”

다음 달 4일이면 열흘 정도 남았다.

이 정도 정보라면 놈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은 만들 수 있었다.

-꽉!

“거짓은 없겠지?”

“컥컥! 절대로 없습니다.”

“좋아. 그럼 이번에는 네놈들 조직이 뭘 하는 곳인지에 대해서 털어보실까?”

나노에 말에 의하면 초진동 검에 적용된 기술의 경우는 22세기 중엽은 되어야 방위군에 보급이 되는 주요 군사 테크놀로지라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 시대를 앞서 나간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육신을 개조해서 전투용 기계 의수를 단다거나, 혈도 자체를 완전히 뒤바꾼 것 역시도 현재의 과학 기술보다 오버 테크놀로지였다.

“네놈들 조직의 이름부터 말해라.”

“그, 그건.....”

-꽉!

“컥!”

“죽고 싶으면 언제든지 입을 다물어도 좋다.”

천여운의 무감정한 눈빛은 언제든지 그를 죽일 수도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는 손아귀의 힘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서 연구원이 결국 조직의 이름을 말하려 했다.

“저희는 엠에...”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웅!

-흠칫!

천여운이 뚫려 있는 천장 위를 쳐다보았다.

주변에 있던 대자연의 기운들에 변화가 생겨났다.

‘대자연의 기운이 흩어져간다.’

알 수 없는 현상에 천여운이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 시대에 오면서 대자연의 기운이 자신이 있던 시대보다도 현저히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방금 전 이상 현상으로 대자연의 기운이 완전히 흩어졌다.

“이건....”

서 연구원이 뭔가를 알아차렸는지 중얼거렸다.

“EV 필드!”

“그게 뭐지?”

천여운의 질문에 서 연구원이 대답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타타타타탕!

총기가 발사되는 소리에 천여운이 재빨리 뒤로 손을 뻗었다.

진기로 총알을 막아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운이 흩어지는 이현상으로 인해 진기가 막을 형성하지 못했다.

“칫!”

천여운이 바닥을 향해 진각을 밟았다.

-쾅!

진각에 의해 균열이 일어나 갈라진 바닥이 위로 솟구쳤다.

-파파파파팍!

덕분에 총알이 막혀버렸다.

“젠장!”

아주 작게 위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여운이 그곳을 바라보자, 뭔가 지상 쪽에서 총구를 겨냥하고 있던 인영이 보였다.

“살아있는 놈이 있었나?”

분명 서 연구원 이외에 생기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상했다.

천여운이 놈을 끌어내리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상 현상으로 진기가 유동되지 않으니, 끌어당기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주변의 에너지가 흩어지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이거 꽤 성가신데.’

-타타타탁!

그때 위에 있던 놈이 천장에서 이동을 하며, 다시 천여운을 향해 기관소총을 쏘려고 했다.

“좋아 직접 가주지.”

-꽉!

“네?”

서 연구원이 의아해 하는데, 그 순간 그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상태로 천여운이 위로 뛰어올랐다.

-팟!

“우와아앗!”

-팍! 팍!

경공으로 두 번 정도 지하의 벽면을 딛은 천여운이 단숨에 지상에 도착했다.

천여운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서 놀란 건지 놈이 서쪽 방향을 향해 뛰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햇빛의 역광 때문에 몰랐는데, 온몸에 끔찍한 화상을 입은 자였다.

살아있는 게 용했다.

‘개조 인간인가?’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천여운의 두 눈에는 놈의 몸이 꿈틀거리며 느리지만 화상 입은 피부가 조금씩 재생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 자가 어딘가 앞에서 멈춰 섰다.

그것은 굉장히 두꺼운 철제로 만든 컨테이너 박스가 실려 있는 대형 트럭 앞이었다.

“도망치는 건 포기했나?”

-달칵!

화상을 입은 자가 기관소총을 겨냥한 상태로 트럭 뒤에 있는 안전장치를 열었다.

그것을 본 서 연구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 뭐하는 거야? 네놈 미쳤어? 그, 그걸 열면!”

-팟!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한 천여운이 그것을 막기 위해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놈이 안전장치 내의 붉은 엑스자가 그려진 버튼을 누르는 것이 빨랐다.

-탁!

순식간에 천여운의 신형이 트럭 앞 쪽에 도달했다.

-촥!

천여운이 화상을 입은 그 자의 팔을 예기를 담은 수도로 베어버린 후에 다시 안전장치의 버튼을 눌렀다.

-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누르자마자 다시 눌러서 막은 듯 했다.

“네놈 무슨 짓을 하려 한 거지?”

화상을 입은 그 자는 성대를 다치기라도 했는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놈이 천여운을 보면서 입 꼬리를 올리며 벙긋거렸다.

입모양으로도 천여운은 그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늦었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르르!

트럭의 뒤에서 뭔가가 컨테이너 철면을 통과해 나타났다.

몸 전체가 투명하면서도 강한 스파크가 튀어 오르는 보랏빛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는 나신의 여인이었다.

‘벽을 통과해?’

천여운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여인이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달려들었다.

목표물은 화상을 입은 자였다.

천여운이 앞을 가로막아 그녀를 막으려고 했는데, 보랏빛 여인의 몸이 더욱 투명해지면서 천여운을 통과해버렸다.

“이런?”

이내 화상을 입은 자의 심장 부근에 그녀의 손이 비수처럼 꽂혔다.

정확히 표현하면 몸을 통과해서 심장을 움켜쥔 듯 했다.

-푹! 콰직!

그녀는 그대로 놈의 심장을 뽑아버렸다.

그리고는 천여운을 향해 기습적으로 뒷발차기를 날렸다.

-퍽!

천여운이 팔을 교차해 이를 막았는데, 그 순간 몸을 지탱하고 있는 그녀의 반대쪽 발이 딛고 있는 땅에 지름 10미터 가량의 구덩이가 패이더니, -쿠우웅!

‘무슨 힘이!’

-부웅!

놀랍게도 발차기에 실린 엄청난 힘에 의해 천여운의 몸이 뒤로 다섯 보 가량 밀려났다.

이것은 절대로 내공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천여운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보랏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꽤 놀란 눈으로 입을 열었다.

“인간 주제에 제법이네?”

< 20화 지금 간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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