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62화 (62/234)

< 19화 복수의 시작 (2) >

제갈보현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천마?’

무림인 중에서 천마(天魔)라는 이름을 모르는 자가 있겠는가.

무림 역사를 통틀어 사상 최강의 무인이라 불리는 천마신교의 개파조사였다.

무당파의 개파 장문인인 장삼봉 진인이나, 중원 정도 무공의 발상지인 소림사의 달마 대사와 더불어 전설로 떠받들어 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예전만 하더라도 무림인들 역시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천여 년 전에 무림을 휩쓴 2대 천마 마신 천여운의 등장으로 그것이 천마신교에 있어서 절대자의 호칭임을 알게 되었다.

‘마교에는 여태껏 천마가 탄생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초대와 2대 이후로 천마신교에 특출난 영웅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더더욱 그러했다.

회사, 즉 천마신교가 와해된 이후로 규합되지 못하고 내분만 치르고 있다는 것은 무림 협회의 간부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교주 직계인 용천 그룹의 회장 천유장의 저 태도는 무엇이란 말인가?

“소손과 본교인들에게도 부디 복수를 할 기회를 주시옵소서!”

“기회를 주시옵소서!”

회장인 천유장을 따라 용천 그룹의 여덟 중진들도 간청했다.

블랙 스카이 컴퍼니가 와해된 이후 그들은 오랫동안이나 복수의 순간을 기다려왔다.

이렇게 무림 협회 놈들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오니 피가 끓어올랐다.

‘마교!’

제갈보현을 비롯한 무림인들은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용천 그룹의 회장부터 중진들이 받들고 있는 저 괴물은 분명 마교인이었다.

황보윤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우리 모두를 죽이려고 하는 이유가 이것이었구려. 블랙 스카이 컴퍼니, 아니 마교가 멸문한것에 대한 복수...”

-슉! 푹!

“크헉!”

그 순간 허공에 있던 얼음검 두 개가 날아와 그의 양쪽 허벅지에 꽂혔다.

덕분에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황보윤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쿵!

“끄으으윽!”

고통스러워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마교? 꽤 호기로워 보여서 마음에 들었는데, 말을 함부로 하는군.”

여타의 무림인들이라면 천여운의 위압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호기가 넘치는 황보윤은 두려워하면서도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대체 그대는 누구요? 마교에 그대와 같은 절대고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소이다.”

교주 천우진은 옥에 갇혀 있다.

절대로 내분을 치르고 있는 세 명의 교주 일가는 아니었다.

그럴 만한 그릇이 되지 못했다.

-챙! 슥!

그때 비환귀종의 환명오 이사가 황보윤의 목에 도를 겨냥하며 살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함부로 존함을 여쭤볼 존재가 아니시다.”

“.....환명오!”

황보윤이 고개를 들어올려 그를 노려보았다.

그 동안 간자를 보내왔기 때문에 환명오가 용천 그룹의 중진들 중 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으득!

“기세등등하구나.”

황보윤이 이를 갈면서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절대적인 존재인 천여운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환명오를 향해 일권을 날리고 싶은 심경이었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겠지?”

반면 환명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근 27년이나 치욕의 나날을 보냈다.

수많은 간자들의 감시 하에 용천 그룹은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자신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삼대 세력 중 하나인 정도 무림 연합의 간부 황보윤이 무릎을 꿇고 있다.

그 쾌감은 말로 이룰 수 없었다.

“소손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기회를 달라?”

“그렇습니다!”

-착!

천유장이 검병에 손을 얹으며 답했다.

당장이라도 명령만 내린다면 무림인들을 도살하고 싶었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너무 하오!”

제남시 무림 협회의 간부 중 한 사람인 목양 가구의 사장 목검자 채선이었다.

그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 목양검문은 귀교와 어떠한 은원 관계도 없소이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무림인들을 전부 싸잡아서 죽이려는 것은 너무 하지 않소이까?”

그 말은 사실이었다.

목양검문은 십오 년 전에 무림 협회에 가입했다.

27년 전에 있던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무림 단체였다.

“상관이 없다?”

천여운이 그렇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천유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또 다른 누군가가 소리쳤다.

“우리 만복당 역시도 십 년 전에 무림 협회 지부에 가입했습니다. 목양검문처럼 마, 아니 천마신교와 척을 짓지 않았습니다.”

만복당의 당주마저 그렇게 주장하자,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무림인들이 소리를 치며 자신들은 이 일에 관련이 없다고 필사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우리 번권문도 그렇습니다!”

“저희 팔극제창문도 귀교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믿어주십쇼!”

살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에 27년 전에 사건에 관여했던 무림인들은 어이가 없어했다.

뜻을 같이 하는 무림 협회의 동지로서 이 위기를 같이 헤쳐 나가질 못할망정 자신들만 살고자하는 모습이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마 사장. 지금 그대만 살고자 이러는 것인가?”

“아니. 그럼 우리가 하지도 않을 일 때문에 문파가 멸문을 당하라는 것이오!”

“마 사장의 말이 맞소이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져야 할 문제가 아니오?”

“허어. 이 사람들이! 제 한 목숨 보존하자고 머리를 숙이려 하다니!”

“뭐요!”

심지어 옥신각신 하는 자들마저 등장했다.

‘하아.....’

이 광경에 제갈보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정도를 지향하는 무림 협회인들끼리는 단결력이 있을 거라고 여겼지만 위기 앞에서는 모든 것이 허무할 만큼 무너진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인간의 본성이란 말인가.’

그것은 무림인으로서의 절개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허망한 얼굴로 무림인들을 바라보던 제갈보현의 눈에 누군가가 띠였다.

‘주 당주?’

그는 현약당의 주문평이라는 자였다.

무림협회 제남시 지부의 간부들 중 하나로 16년 전에 가입했다.

살고자 하는 여러 무림인들과 더불어 27년 전의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자였는데, 지조가 있는 자였는지 어두운 안색으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래도 모두가 등진 것은 아니구나. 아직 정도 무림이 죽진 않았.....아!’

문득 제갈보현의 머릿속에 뭔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제갈보현이 다급히 주문평에게 전음을 했다.

[주 당주.]

[제갈 이사장님.]

[시간이 없으니 빨리 말하겠소.]

[그게 무슨 소립니까?]

[주 당주도 27년 전의 일에 관련이 없지 않소. 어서 이를 피력하시오.]

[그럴 수 없소이다. 어찌 정도를 지향하는 무인으로 저 간악한 마교인들에게 살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하란 말입니까.]

[주 당주의 올곧음은 본인도 알고 있소이다. 하나 와신상담이라고 했소. 그대가 살아남아야만 무림 협회의 본단에 이 사실을 알릴 수 있소.]

제갈보현의 말에 주문평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제갈보현이 하는 말은 치욕을 참고서 살아남은 후에 무림 협회에 이 진실을 알려달라고하는 것이었다.

[그대만 진실을 밝힌다면 지금 당장에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등을 돌리는 저들 역시도 증인이 되어줄 것이오.]

[제갈 이사장님.....]

[부탁하오. 대의를 위해 살아남아주시오!]

결의가 담긴 제갈보현의 전음에 주문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살아남아서 모든 사실을 밝힌다면 부활하려 하는 마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결심한 주문평이 손을 들어서 소리쳤다.

“우리 현약당도 16년 전에 무림 협회에 가입하여 귀교와 척을 지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갈보현이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주문평을 포함해 29개의 무림 단체가 마교와 척을 지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문도를 포함해 총 187명이나 되는 인원이었다.

“천마이시여. 이들을 살려주실 겁니까?”

음마종의 종주인 항유린 부장이 우려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이들이 아무리 그때의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살려 둬봐야 우환거리라고 생각했다.

“뒤통수를 칠 자들입니다.”

내사검종의 서총 본부장 역시도 동의하는지 그리 말했다.

그때의 일에 관련이 없다고 해도 살아남기 위해 같은 협회의 동료를 등지는 자들이었다.

“전부 죽여야 합니다.”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당황한 목검자 채선이 소리쳤다.

“저, 절대 귀교를 배신하거나 뒤통수 칠 일은 없소이다. 맹세하겠소.”

“저희도 맹세하겠습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채선의 말에 다른 문파의 수장들도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이것을 바라보던 천여운이 앞에 있는 천유장에게 물었다.

“네 녀석이 교주라면 어떻게 하겠느냐?”

‘!?’

결정을 내리지 않고 뜬금없이 자신의 의견을 묻자 천유장이 당혹스러워했다.

그냥 물었다면 의견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제에 교주라는 것이 깔렸다.

‘아.....선조님께서 나를 시험하시는 구나.’

그것은 교주로서의 자질을 시험하려는 것이라 판단되었다.

다른 중진들과 마찬가지로 저들 역시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천유장은 고심에 빠졌다.

교주로서의 현명한 답을 대답해야 했다.

한참 동안 고민에 잠겨 있던 천유장이 해답을 얻었는지 밝아진 얼굴로 답했다.

“천마이시여. 답을 찾았습니다. 이 일을 제게 일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해보아라.”

천여운이 허락했다.

그러자 천유장이 앞으로 나서서, 살려달라고 하는 무림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들은 본교와 척을 지지 않겠다고 했다.”

“그, 그렇소이다!”

목검자 채선이 대표로 답했다.

“그렇다면 맹세해라.”

“그러겠다고 하지 않았소. 절대로 이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아니. 본교에 충성을 맹세하라는 것이다.”

‘!?’

천유장의 말에 그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살기 위해서 동료들을 등지기는 했지만 그들 대다수가 정도를 지향하는 문파였다.

그런데 천유장은 지금 자신들에게 천마신교에 충성을 종용하는 것이었다.

-웅성웅성!

혼란이 야기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그들에게 천유장이 다시 한 번 말했다.

“본교에 복종하여 그 산하로 들어오는 자들은 살려주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그대들이 하는 말을 신뢰할 수 없다.”

강경하게 나오는 천유장의 말에 여러 문파의 수장들이 고심에 빠졌다.

살기 위해서는 오직 한 길 밖에 없다는 소리였다.

수치를 무릅써야만 살아날 수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목검자 채선이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저희 목양검문은 천마신교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 증거로 운영하고 있는 목양 가구는 귀교인 용천 그룹의 계열사로 들어가겠습니다.”

“이...이! 정도 무림의 배신자 놈!”

그의 맹세에 27년 전 일에 연관된 무림인들이 비난했다.

살기 위해서 정도를 버리고서 천마신교에 들어가는 것을 경멸하는 것이었다.

‘큭.’

목검자 채선 역시도 이것이 부끄러웠는지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명예보다도 목숨과 문파를 보존하고픈 마음이 더 컸기에 이를 참아냈다.

“그러고도 네놈들이 정...”

-푹!

“끄헉!”

그때 비난하려 하는 무림인의 가슴에 천유장의 검이 꽂혔다.

천유장이 무림인들을 바라보면서 살기 어린 목소리로 경고했다.

“본교인을 비난하는 자는 누가 되었든 먼저 죽여주마.”

그 경고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한 사람이 죽고 나자 더 이상 누구도 목검자 채선을 비난하지 않았다.

주위가 조용해지자 또 다른 문파의 수장이 나서려했다.

그때 천유장이 본부장 서총에게 명했다.

“이것을 전부 영상으로 촬영해라.”

“알겠습니다.”

서총이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던 플랙시블 스마트폰으로 빼들어, 영상 촬영 모드를 눌렀다.

‘이런....’

이 모습에 충성 맹세를 하기 위해 나섰던 현약당의 당주 주문평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이걸 영상으로 기록한다면 더 이상 빼도 박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주문평이 제갈보현을 쳐다보았다.

‘아아....’

제갈보현이 미안하다는 눈빛으로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주 당주.....정도 무림을 위해 부탁하오.]

거짓 맹세를 해서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길 권하는 것이었다.

그의 전음에 주문평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별 도리가 없었다.

양측 모두에 배신자로 낙인이 찍힌다고 해도 자신의 희생을 통해 정도 무림을 구할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주문평이 영상을 촬영하는 앞에 서서 무릎을 꿇고 맹세했다.

“저희 현약당은 천마신교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 증거로.....”

그를 시작으로 다른 문파의 수장들도 하나둘씩 나서서 천마신교에 충성을 맹세했다.

그들은 맹세의 대가로 용천 그룹의 산하 계열사로 들어가거나 합병, 주식 양도 등을 약속했다.

영상 촬영에다 서로가 보는 앞에서 맹세를 했기에 이젠 발을 뺄 수가 없었다.

용천 그룹의 중진들이 이를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현명하십니다.’

‘천마께서 인정하시겠군요.’

확실히 이들 모두를 죽이는 것보다 천마신교로 흡수하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영상으로 기록마저 남겨놨으니, 저들로서도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팍!

충성 맹세가 끝나고 천유장이 한쪽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

“총 스물아홉 문파의 수장들이 본교에 충성맹세를 하여 편입되었음을 천마께 보고 드립니다!”

교주로서의 자질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생각에 그의 눈빛은 자신감으로 차올랐다.

이 정도라면 천여운이 자신을 달리 볼 거라 여겼다.

그런데 천여운에게 나온 말은 그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이게 끝이느냐?”

“네?”

“이게 끝이냐고 물었다.”

칭찬과는 전혀 먼 말투에 천유장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의 충성 맹세까지 받아냈는데 여기서 대체 무엇을 어찌 한단 말인가.

“소손. 천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아직 멀었군.”

“네?”

그때 천여운이 어딘가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누군가가 몸이 떠올라 천여운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꽉!

“억!”

그는 바로 현약당의 당주 주문평이었다.

느닷없이 심후한 진기에 의해 강제로 잡혀버린 주문평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 어째서?”

그런 그의 물음에 천여운이 제갈보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와신상담? 웃기는군. 거짓 충성 맹세를 시키면 내가 모를 줄 알았나?”

‘헉!’

어찌나 놀랐는지 제갈보현은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져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천여운의 손에 잡혀 있는 주문평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 그걸 어떻게?’

자신들이 전음으로 나눈 대화였다.

그것을 엿듣지 않고는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주문평이 어떻게든 시치미를 떼려고 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충성 맹세를 했는데 어찌...”

-우드득!

“컥!”

해명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주문평의 목을 꺾어버렸다.

‘어, 어째서?’

‘충성을 맹세한 자를?’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로서는 천여운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제갈보현은 달랐다.

‘대, 대체 이놈은 뭐란 말인가?’

전음을 엿들으려면 전문적인 주파수 도청 장치가 있어야 가능했다.

그런데 천여운은 그런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신들이 나눈 대화를 알고 있었다.

당혹스러워 하는데, 천여운이 이번엔 충성을 맹세한 무림인들에게 말했다.

“네놈들의 충성을 시험해보도록 하지.”

“시험?”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천여운이 제갈보현을 비롯한 죽이려고 했던 무림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을 죽여라.”

‘!!!’

충성을 맹세한 무림인들의 얼굴이 굳어져버렸다.

살려줄 거라고는 여겼지만 설마 자신들의 손으로 방금 전까지 동료였던 이들을 죽이라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서총.”

“네넵!”

“저들이 충성을 증명하는 것을 잘 촬영해라.”

“알겠습니다!”

천여운의 명령에 본부장 서총이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영상 촬영 모드를 눌렀다.

그 광경에 충성을 맹세한 무림인들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했다.

'허어, 어찌 이런...'

'큭!'

자신들의 손으로 동료였던 저들을 죽이는 장면이 녹화된다면 이곳에 있을 참사에 주범은 결국 자신들이 되는 셈이었다.

그렇다고 손을 쓰지 않는다면 충성을 의심당할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망설이고 있는 그들에게 천여운이 차가운 목소리로 종용했다.

“셋을 세지. 움직이지 않는 자들은 전부 죽인다.”

< 19화 복수의 시작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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