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50화 (5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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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임시 주주총회 (3)

천우경 파벌의 간자인 임강이 떨리는 눈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잔혹함, 과감성.

마(魔) 그 자체를 보는 듯했다.

저 나이에 보일 수 없는 위압감이 대회의실 전체를 사로잡았다.

그 위압감에 걸맞는 오만함도 가지고 있었다.

‘뒷감당 따위는 전혀 생각지 않는 것인가?’

설마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무림 협회에서 보내온 간자들을 전부 죽여 버리리라곤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무림이 자신을 감당해야 한다니?’

얼토당토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저 오만하다 못해 광오한 말이 절대로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천우경에게서조차 느껴지지 않던 전율이 온몸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어느새 탁자 위에 꽂혀 있는 천마검으로 향했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미쳤냐? 임강. 저건 가짜야. 분명 가짜인데.....’

어째서 가짜가 진짜처럼 느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처럼 흔들리는 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으득!

천우경 일파의 간자 중에서 용천 베이커리의 부사장 황연규는 분노로 이를 갈았다.

‘진정한 천마는 천우경 전무님이시다! 전무님이 진실이 담긴 영상을 풀었더니, 그것을 감추기 위해 이런 간교한 술책을 부리다니!’

황연규는 이 사실을 주주들 앞에서 밝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차피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미 자신이 다른 파벌인 것은 들켰다.

애초에 윗선에서도 천우경 전무가 당대 천마가 되었음을 밝히고 천유장 파벌에 혼란을 야기시키고 교인들의 마음을 돌리라 하였다.

황연규가 입을 열었다.

“모든 주주, 아니 천마신교의 교인분들께서는 지금 속...”

그때였다.

-꽉!

“컥!”

어느새 그의 앞으로 다가온 천여운이 목을 움켜잡았다.

‘비, 빌어먹을 입을 막을 셈이냐?’

황연규가 다른 두 명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대신해서 진실을 밝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천여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천우경이란 녀석이 진정한 천마검을 가졌고 그가 당대 천마가 되었다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싶은 것이냐?”  ‘!?’

황연규를 비롯한 두 간자들의 두 눈이 커졌다.

당연히 자신들의 입을 막고서 절대로 교인들에게 그 사실을 퍼지지 못하게 막을 것이라 여겼는데, 과감하게 밝혀버렸다.

‘이, 이 가짜 놈이 대체 무슨 속셈이지?’

황연규가 켁켁 거리면서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천여운이 무감정한 목소리로 황연규에게 말했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귀찮구나.”

“뭐?”

“진실을 왜곡해서 바라보는 어리석은 자여. 스스로의 눈을 파내어라.”

“켁켁...무, 무슨 헛소...”

-스으윽!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황연규 자신의 두 손이 위로 올라와 스스로의 두 눈을 향하는 것이 아닌가.

“이, 이게 대체 무슨!”

억지로 버텨보려고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두 눈으로 손이 가까워졌다.

살면서 자신의 양손이 이렇게까지 공포스러운 적은 없었다.

“안 돼! 안 돼에에에에에!”

-푹!

“끄아아아아아악!”

-푸직! 푸직!

비명을 지르면서도 황연규의 두 손은 멈추지 않고 스스로의 눈을 파냈다.

손이 빠져나왔을 때는 피로 물든 눈알이 들려 있었다.

‘......천마기!’

음마종의 종주 항유린 부장이 고개를 돌렸다.

무인으로 수많은 피를 보았지만 이 광경은 도저히 쳐다볼 수가 없었다.

마기의 근원이라 불리는 천마기의 무서움이었다.

어설프게 익혀서 마기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면 천마기의 명에 절대로 거부할 수 없었다.

“끄아아아! 끄아아아! 내 눈! 내 누우우우운!”

생으로 두 눈이 파인 황연규가 비명을 질러댔다.

엎드려서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 천여운을 바라보고 있던 주주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이럴 수가....’

‘황연규 부사장이 자신의 눈을 스스로 팠어.’

천마기의 권능에 두려움을 느꼈다.

가히 신에 버금가는 능력이었다. 주주들은 간자가 아니었음에도 괜히 심장이 떨려왔다.

천여운이 황연규에게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진실이 왜곡되어서 보이느냐?”

-오싹!

두 눈이 파여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황연규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끄으으으! 저, 절대로 아닙니다. 제발!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두 손을 비벼가며 애원했다.

-팍!

“끄억!”

천여운이 황연규를 내팽개쳤다.

그리고서 임강과 또 다른 간자인 부원을 쳐다보았다.

같은 파벌인 황연규가 두 눈이 뽑히는 것을 보게 된 두 사람은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이것은 그들이 전혀 상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로써 천마검으로 천유장 파벌에 혼란을 야기하는 계획은 물 건너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뿐이었다.

끝까지 천우경 전무를 천마로 믿고서 이 자리에서 순교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눈앞의 천마검의 주인을 천마로 인정하는 가였다.

“네놈들도 가짜 천마를 신봉할 것이냐?”

천여운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임강은 고뇌에 빠져서 입을 열 수 없었는데, 몸을 부르르 떨면서 뭔가 결의에 찬 눈빛을 한 부원이 소리쳤다.

“다, 당신이 진정한 천마검의 주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소.”

“증거?”

증거라는 말에 천여운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다른 주주들도 의아한 표정으로 부원을 쳐다보았다.

“천우경 전무께서는 당대 천마로써 마신의 의지를 계승했소! 당신처럼 가짜 천마검 하나만 들이대고서 천마라 주장하지 않는단 말이오.”

“감히!”

부원의 말에 천유장이 오히려 더욱 분노했다.

자신이 직접 무릎까지 꿇으며 천여운을 받들었는데, 끝까지 조작된 천마검의 존재를 믿는 것에 노기가 일었다.

“주, 중진 분들과 여러 종파의 종주이신 주주분들께서도 알 것이오. 천마검이 본교의 신물이지만 마지막 주인이셨던 마신께서 그와 더불어 또 다른 신병인 백룡도를 지니셨다는 것을 말이오!”

부원이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은 이유였다.

가짜를 만들더라도 천마신교의 여러 사료를 바탕으로 조작을 했으니, 천우경 파벌이 굳은 신념을 가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분은 천 년 동안 누구도 찾지 못한 마신님의 유해를 찾았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주분들께서도 알 것 아니오? 마신께서 당대 천마로 천우경 전무를 점하신 것이오. 마신께서는 그분께서 본교를 통합하여 일으키길....”

“호호호호호호호!”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음마종의 종주 항유린 부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처럼은 아니었지만 다른 중진들 역시도 반응은 비슷했다.

부원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지, 지금 마신의 의지를 감히 비웃는 것이오?”

“마신의 의지? 깔깔깔.”

한바탕 시원하게 웃은 항유린이 재빨리 부원의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언제 웃었다는 것인지 웃음기를 싹 지운 매서운 얼굴로 부원의 다리를 발로 걷어차고서, 강제로 무릎을 꿇렸다.

-퍽! 쿵!

“큭!”

-꽉!

항유린 부장이 그의 머리채를 붙잡고서 말했다.

“천마이시여. 감히 존귀하신 당신의 칭호를 함부로 거론한 이 죄인의 목을 베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녀의 간청에 부원이 영문 모를 표정이 되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저 자에게 당신의 칭호라니...”

바로 그때였다.

천여운이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쿠쿠쿠쿠쿵!

그러자 무언가 굉음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무언가가 천장을 뚫고서 천여운의 손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새하얀 도집이었다.

-챙!

천여운이 도집을 뽑자 그 안에서 새하얀 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승천하는 이무기의 뿔로 잘라서 만든 백룡도에서는 강한 선기가 일렁였다.

‘백룡도?’

‘설마 백룡도야?’

주주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말로만 들어왔던 마신의 양대 병기 중 하나인 백룡도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부원이 당혹스러운 눈으로 백룡도를 바라보았다.

“대, 대체 이게 무슨?”

백룡도마저 가지고 있는 모습에 점차 혼란이 찾아왔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웃기는 놈이로군. 내 의지를 계승했다고?”

-웅성웅성!

천여운의 그 말에 주주들이 혼란에 빠졌다.

천마라고 했을 때도 놀랐었는데, 지금 했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본인이 마신이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천여운이 상석에 꽂혀 있는 천마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휘리리릭! 팍!

그러자 천마검이 탁자에서 빠져나와 날아가 부원의 앞에 꽂혔다.

영문을 몰라 하는데 천여운이 부원에게 말했다.

“검을 잡아라.”

“검을 잡으라니? 무슨 말을...엇?”

그 순간 부원의 손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천마검의 검병으로 향했다.

-탁!

부원의 손이 검병을 쥐었다.

방금 전에 황연규가 왜 자신의 눈을 스스로 팠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부원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저 자의 명령을 따랐...’

바로 그때였다.

-고오오오오!

-투득! 투득!

천마검의 검병을 잡은 부원의 손등의 핏줄이 불룩불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푸른 핏줄이 어느새 검게 물들며 괴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부원은 자신 손등을 파고든 기운에 당황해 내공을 끌어올려 대항해보려 했다.

하지만 내공을 끌어올려도 기운이 퍼져나가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어 팔을 타고서 몸속까지 파고들었다.

-오싹!

‘이, 이 기운은?’

부원의 두 눈이 커졌다.

몸을 파고든 기운에 대항하려던 그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강한 살의.

끝없는 어둠.

그리고 흉흉한 마성.

‘마기? 아니야. 그보다도 더 깊은 심연에 가까...’

-크와아아아아아!

그 순간 그의 시야로 거대한 검은 이무기가 입을 벌리며 집어삼키려 들었다.

“으아아아아악!”

부원이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에 주주들이 의아해했다.

‘뭐야?’

‘왜 저러는 거야?’

온몸의 핏줄이 검게 물든 부원이 혼자서 뭔가에 놀란 것처럼 기겁을 해서 비명을 질러대는데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부원이 비명을 멈추고서 중얼거렸다.

“이무기....검은 이무기가.....”

-푸슉! 푸슉! 푸슉!

부원의 전신의 곳곳에서 핏줄이 터지며 검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부장 항유린이 머리채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그는 검게 물든 동공을 크게 뜬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천여운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임강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천마검을 아무나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 그게 무슨...”

“천마기를 계승한 자가 아니라면 누구도 천마검을 취할 수 없다.”

‘!?’

천마기라는 말에 임강이 동공이 떨려왔다.

천마신교의 교인이라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전설이 있다.

초대 천마와 2대 천마를 제외한 그 전승이 끊겨버린 천마기에 대한 전설을 기억하고 있었다.

[마기를 지닌 마인은 누구도 천마기에 불복할 수 없다.]

그저 전설로 치부했던 일화였다.

24대 교주인 천여운이 행방불명된 이후로 교주 일가 중에 누구도 천마기를 계승한 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천마기라니.....2대 천마께서 행방불명되신 것이 천 년도 전에....”

“꿇어라.”

-쿵!

“헉!”

임강의 무릎이 강제로 바닥에 꿇려졌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임강이 떨리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처, 천마기.....”

분명 천마기였다.

절대로 부정할 수 없었다.

‘이....이 분은....’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다가와 위엄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누구지?”

그 순간 임강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회의실이 떠나라가라 외쳤다.

-쿵!

“위대한 대 천마신교의 하찮은 교인 임강이 24대 교주님이시자 2대 천마이신 마신을 배알하나이다!”

*  *  *

어딘지 알 수 없는 한 사무실.

안경을 쓴 곱슬머리의 사내가 다급히 그곳으로 들어와 누군가에게 보고했다.

“처, 천마이시여! 이것을 보십시오.”

그가 천마라고 부른 자는 천여운이 아니었다.

50대 중반에 회색 양복을 입은 이 사내는 당당하게 가짜 천마검으로 스스로를 천마로 칭한 천우경이었다.

곱슬머리의 사내가 그의 집무 데스크에 태블릿 PC를 올려놓았다.

화면을 몇 번 터치하자 한 사이트가 나왔다.

사이트에는 유튜브처럼 영상만 올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정보가 올라온 건가?”

이 사이트는 특수 코드로 보안이 되어있는 서버로 개설한 것이었다.

천우경 파벌의 교인들이 보고용 영상을 올리거나, 정보를 공유할 때 쓰는 용도였다.

다른 파벌들과 달리 회사의 형태가 아닌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이것을 통해서 지시와 보고를 겸하고 있었다.

사이트에는 영상이 딱 하나 올라와 있었는데,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급속도로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었다.

“보, 보십시오.”

의아해하고 있는 천우경에게 곱슬머리의 안경의 사내가 영상을 재생시켰다.

영상을 틀자 소리가 녹음이 된 CCTV 카메라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무표정하게 영상을 보고 있던 천우경의 표정이 갈수록 굳어져 갔다.

'.........'

영상의 후반부에 천유장 파벌의 회사인 용천 그룹의 계열사에 간자로 심은 임강이 머리를 박으며 외치는 모습이 나왔다.

-위대한 대 천마신교의 하찮은 교인 임강이 24대 교주님이시자 2대 천마이신 마신을 배알하나이다!

임강이 그리 외치자, 다른 주주들이 그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조아리며 외치는 모습이 나왔다.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 곱슬머리의 사내가 반응을 살폈다.

굳어지다 못해서 얼굴이 붉게 상기된 천우경이 영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

“뭐하고 있는 거야? 당장 삭제해! 어서!”

조회수가 더 올라가기 전에 빨리 지워야만 했다.

그때 영상이 CCTV 화면에서 전환되었다.

-치칙!

바로 앞에서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었다.

영상 속에 천여운이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네놈은 천마가 아니다. 천우경.

"이, 이건...."

그 자신에게 남긴 영상 메시지였다.

-나의 의지를 계승했다고? 웃기는 놈이로군. 거짓으로 교인들을 현혹한 어리석음을 후회해라. 천마를 사칭한 죄는 오직 죽음뿐이다.”

'!!!'

-픽!

그것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났다.

천우경은 떨리는 눈으로 검게 변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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