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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49화 (49/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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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임시 주주총회 (2)

방위군이 떠나간 어젯밤.

회장 천유장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네? 주주총회를 소집하라고요?”

그뿐만이 아니라 중진들 역시도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천여운이 물었었다.

현재 용천 그룹을 이끄는 즉 천유장 파벌의 상위 종파 종주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겠냐고 말이다.

대부분의 상위 종파의 종주들은 본사의 중진은 아니더라도 계열사를 맡고 있었다.

파벌의 수장으로서 이들을 불러 모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그들의 태동을 감시하고 있는 적대 세력들이나 다른 파벌의 이목을 사게 된다.

가장 소집 명분이 적절한 방법은 바로 주주총회였다.

“왜 할 수 없나?”

천여운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회장 천유장이 아닌 환명오 이사였다.

“천마이시여. 혹시 상위 종파원들을 부르시는 것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여쭤 봐도 괜찮겠습니까?”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대답해라.”

‘아.....’

사실 짐작 가는 부분은 있었다.

천여운이 자신들에게처럼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천마신교를 다시 통합해서 바로 잡는다고 천명하셨으니, 상위 종파의 종주들과도 회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다만,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간자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차라리 천마신교가 와해되지 않았다면 가능하겠지만 세 개의 파벌로 나뉘면서 간자 색출에 어려움이 생겨버렸다.

적대 세력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색출이 가능했다.

천마신교는 단일 방파인 만큼 종파 간의 정통성이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정통성이 발목을 붙잡았다.

“저희 중진들의 경우 예전부터 천유장 회장을 차기 교주로 지지해왔습니다. 그래서 회장께서도 저희를 신뢰하십니다. 하지만 다른 종파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블랙 스카이 컴퍼니가 와해된 후로 천유장을 지지하게 된 종파들도 더러 있었다.

이들을 무턱대고 의심할 수 없기에 여러 방면으로 검증을 통해서 받았지만, 아무리 암종이라고 해도 수천 명을 커버할 순 없었다.

“물론 모두를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위 종파 중에는 두 파벌의 간자가 끼어있을 확률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천유장이 대부분 파벌의 중요한 결정 사항을 중진 회의를 통해서만 하는 결정적 이유였다.

천유장은 주식을 자신과 믿을 수 있는 중진들에게 집중시켰다.

주주총회는 실질적으로 무림 문파로서의 천마신교가 아닌 현대 사회의 기업으로서의 역할만 할 뿐이었다.

“선조님. 저는 혹여 주주총회를 통해서 종파들과 회동하는 것이 남은 두 파벌의 경각심을 높일까 우려됩니다.”

그런 천유장의 말에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실망을 금치 못하는 모습에 천유장이 의아해했다.

“어찌 그러시는지?”

“네 녀석들이 어째서 이십 년이 넘게 누구 하나 본교를 통합시키지 못했는지 알 것 같군.”

“네?”

“타초경사를 운운하고 싶은 것이냐?”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말이다.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서 화를 자초하거나 적의 경각심을 사게 한다는 뜻이었는데, 천여운이 볼 때는 그러했다.

“눈치만 보는 자는 끝까지 눈치만 볼 뿐이다. 너의 교주로서의 자질이 떨어짐을 내게 부각시키지 마라.”

그 말에 천유장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조인 천여운이 실망하면 할수록 자신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기분이었다.

“......하면 어찌 하면 되올지?”

“쓸데없는 변명만 늘어놓지 말고 주주총회를 소집해라.”

*  *  *

대회의실에 있는 모든 주주들이 놀란 눈으로 천마검을 바라보았다.

천마신교의 교인 중에서 누가 저 검을 모르는 자가 있겠는가.

천 년도 전에 사라진 천마신교의 신물이었다.

“저, 정말 천마검이란 말인가?”

“천마검이야.”

하나 둘씩 번져나가듯이 웅성거림이 커졌다.

흥분으로 상기된 얼굴로 바뀌어가는 주주들의 모습에 간자인 임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리가? 천마검은 그분의 손에 있거늘.’

그는 나흘 전에 영상을 보았을 때의 흥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당대 천마가 탄생했다며 종파원들과 기쁨의 술까지 마셨다.

그런데 이 위화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가짜라고 외치고 싶었는데, 저 영롱한 빛에서 흘러나오는 마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이지?’

그때였다.

-털썩!

“오오오. 어찌....어찌 이런 일이!”

상위 종파의 종주인 개별사의 사장 중 한 사람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천마검을 바라보는 그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천마이시여!”

‘천마!’

천마라는 말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분명 천마검은 그의 손목에서 분해되어 나왔다.

그 정체는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분명 천마검의 주인임은 틀림없었다.

[천마검을 가진 자. 천마의 칭호를 계승하리.]

그것은 천마령이 내리는 천마신교의 절대적인 율법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율법대로라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다.

다만 한 사람이 눈에 밟혔다.

그는 바로 회장 천유장이었다.

옥 중에 있는 블랙 스카이 컴퍼니의 회장, 즉 교주의 혈통인 그가 있는 앞에서 함부로 무릎을 꿇는 것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천유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그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과연 차기 교주 후보자인 천유장이 어떻게 나오나 지켜보는데, 누구보다도 경건하게 천여운을 향해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조아리고 외쳤다.

“천유장이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털썩!

그와 동시에 본사의 중진들 역시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공손히 바닥에 갖다 대며 외쳤다.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당대 교주의 일가인 천유장을 비롯한 중진들이 머리를 조아리자, 주주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천유장이 다그쳤다.

“당장 천마께 예를 갖추지 못할까!”

-쿵!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그의 다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주들이 일제히 엎드리며 외쳤다.

바닥에 엎드리고 있는 그들은 하나 같이 전율로 가득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천마라는 칭호가 가진 무게는 굉장했다.

그런데 모두가 곧장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 것은 아니었다.

“나왔군.”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뭔가 의구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는 자들 세 명이 서있었다.

그 중에는 천우경 파벌의 간자인 임강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임강은 주변에 서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 역시도 자신과 더불어 천우경 파벌이었기 때문이었다.

'엎드렸어야 했어.'

천우경 파벌에 있는 자들은 천여운이 보인 천마검의 진위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에 곧장 엎드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 잠깐의 머뭇거림이 판단미스였다.

그때 천여운이 말했다.

“천유장.”

“하명하십시오.”

“본교와 관련 없는 간자들을 전부 죽여라.”

“명을 받듭니다!”

힘차게 답한 천유장이 일어나 중진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명을 이행하라.”

“충!”

-팟!

바닥에 엎드려 있던 환명오를 비롯한 중진들이 동시에 신형을 날렸다.

“이, 이게 무슨!

엎드리지 않고 서있던 세 명이 당황한 나머지 기수식을 취하며 방어를 하려 했다.

그런데 중진들의 목표는 그들이 아니었다.

-슉!

‘아니?’

-푹!

임강을 지나쳐 버린 이사 환명오가 바닥에 엎드려 있던 주주들 중 한 사람의 등을 가차 없이 품속에 있던 나이프로 찔렀다.

“컥!”

방심하고 있다가 당한 주주가 그대로 죽고 말았다.

‘어째서?’

임강은 전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중진들 역시도 엎드려 있는 자들 중에 특정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팟!

“비, 빌어먹을!”

환명오의 손에 누군가가 죽었음을 알아챈 특정인들이 재빨리 몸을 튕겨내 자리에서 일어나, 보법을 펼치며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중진들은 최소 초절정의 고수들이었다.

무공의 격차가 확연했다.

“어딜!”

음마종의 종주인 항유린 부장이 단숨에 몸을 피하려던 주주의 목을 찔렀다.

화경의 고수인 그녀의 솜씨는 전광석화에 가까웠다.

-푹!

“컥컥!”

목이 꿰뚫린 주주가 피가 뿜어져 나오는 부위를 붙잡고서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다른 자들도 다를 바가 없었다.

제법 잘 버티는 자들도 몇 초식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나갔다.

-촤악! 푹!

어느새 여덟 명이나 되는 자들이 죽어나가면서 대회의실이 피로 얼룩져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영문을 모르는 주주들로서는 엎드린 상태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했다.

각자가 한 사람씩을 처단한 중진들이 어느새 주주들 중에 한 사람의 주위를 둘러쌌다.

“허어.”

반백의 머리카락에 50대 중반인 그는 용천 가구의 부사장인 향백이라는 자였다.

향백은 긴장된 얼굴로 자신을 둘러싼 중진들을 바라보았다.

“그대가 마지막이오.”

환명오가 그를 향해 나이프를 겨냥하며 말했다.

이에 향백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

“환 이사....이게 무슨 짓인가?”

“더 이상 눈을 감지 않기로 한 것뿐이오. 향 부사장. 아니 간자 진향백.”

진향백은 천마신교의 교인이 아니었다.

18년 전부터 계열사에 입사해서 오랫동안 간자 노릇을 해온 인물이었다.

첩보 단체인 암종의 수장 환명오는 이미 옛적부터 외부에서 잠입해온 간자들은 전부 파악한 상태였다.

단지 그들의 배후와 마찰을 우려하여 내버려뒀을 뿐이었다.

‘저자의 영향인가.’

진향백의 눈길이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그가 알고 있는 블랙 스카이 컴퍼니, 즉 천마신교는 와해된 이후로 외부와의 마찰은 최대한 피해왔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악독한 마교인들이 다시 태동하려는 것인가.’

진향백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려야 했지만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희박했다.

차라리 강하게 나가는 것이 옳았다.

‘그렇다면....’

고민하던 그가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지금 그대들은 실수를 저지른 거다!”

“실수?”

“이 자리에서 죽은 자들이 누구라고 생각하지? 무림 협회 소속의 각 파에 보내온 감시자들이다. 이들을 죽인 시점에서 그대들은 전쟁을 선포한 거다!”

그의 외침에 환명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가장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천마의 명이기에 받아들였지만 간자들을 전부 척결한 순간부터 이들과의 전쟁을 각오해야 했다.

내부의 분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말이다.

‘멍청한 짓을 했어.’

천우경 파벌의 간자인 임강이 속으로 혀를 찼다.

자신들조차도 아직까지는 외부 세력과의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 간자들을 건드리는 짓은 피해왔다.

본교를 통합하지 않고는 섣불리 해선 안 될 짓이었다.

‘제대로 악수를 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부웅!

“흐헉!”

진향백의 몸이 부웅 하고 떠오르더니, 상석에 있는 천여운의 앞으로 끌려왔다.

본능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반항해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무, 무슨 진기가?’

심후한 진기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다.

자세를 바로 잡으려고 해도 격이 다른 진기에 의해 단단히 고정되었다.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전쟁 선포?”

압도적인 능력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진향백이 더욱 강하게 나갔다.

“큭! 와해되어서 내분이나 하면서 약해진 천마신교가 무림 협회, 아니 현 무림 전체를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후운패이시의 대학살극 사건 이후 천마신교는 현 무림의 공적이나 다름없었다.

실질적으로 대다수의 무림인이 무림협회에 속해있으니, 진향백의 말은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천여운의 반응은 달랐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뭐?”

-꽉!

“웁!”

천여운이 진향백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잡고 있는 손가락 하나하나가 살점을 파고들고 있었다.

“끄으으으윽!”

엄청난 악력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고통에 휩싸인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본교가 무림 전체를 감당해?”

“끄으으으.”

“웃기는군. 무림 전체가 나를 감당해내야 하는 거다.”

'!?'

손가락 틈 사이로 보이는 진향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 지금 이 자가 무슨 말을...'

-콰직!

하지만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머리통이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피로 물든 손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낸 천여운이 임강을 비롯해 멍하게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쥐새끼들도 처리했으니, 이제 내부 단속도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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