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48화 (48/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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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임시 주주총회 (1)

이튿날 오전, 제남시 방위국.

방위국의 사령실로 교관(校官)급 이상의 제남시 최고 직위들이 모여 있었다.

시방위군의 총사령관 소장(小將) 조윤이 전날 밤에 있었던 당직 보고서를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사그락!

아날로그 적이지만 언제든 빠른 폐기를 위해서 군에서는 종이 보고서를 쓴다.

보고서를 전부 넘겨가며 꼼꼼히 살핀 소장 조윤이 책상 앞에서 열중쉬어를 하고 있는 소교 백진창에게 물었다.

“당직.”

“넵!”

“간밤에 날아온 미확인 비행 물체가 A급에 준하는 위험 개체였다고?”

“그렇습니다!”

백진창이 힘차게 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가 쓴 보고서는 99퍼센트가 허위 사실로만 작성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분명 적외선 망에 따르면 너무 빨라서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지만 비행 물체의 크기가 상당히 작았다고 했다.”

날카로운 지적에 백진창이 목소리를 더듬으며 말했다.

“마, 맞습니다. 저희도 용천 그룹 쪽의 보안 요원들과 협력하면서 놈을 발견 했을 때. 개체의 크기가 거의 인간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특수 개체일 수도 있다고 보고서에 작성한 건가?”

“그렇습니다.”

“A급 게이트 키퍼 대장 하현강 사망, 기타 10명 중상, 병사 7명 부상, SS급 게이트 키퍼 유소화 중상. 흐음.”

소장 조윤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피해 상황 부분을 살폈다.

확실히 비행 능력을 갖춘 A급 이상의 특수 개체라면 이 정도 피해를 낼 만 했다.

어쩌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운이 좋았군. 백 소교.”

“아....아 넵.”

“무림인들로 넘치는 용천 그룹에다가 SS급 게이트 키퍼인 유소화가 없었다면 피해가 막중했을 거다.”

바짝 긴장하고 있던 백진창이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총사령관인 조윤이 의심이라도 할까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보고서에 납득한 모양이었다.

“아쉽겠군. 유소화가 개체의 시신을 완전히 소멸시키지만 않았어도 피해를 줄인 것에 대한 공적이 컸을 텐데.”

“아닙니다! 당직으로서 의무를 다했을 뿐입니다.”

“흠. 좋은 자세야.”

소장 조윤이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칭찬했다.

‘후우....’

백진창이 이제야 마음을 놓았다.

결과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유도된 듯 하여 다행이었다.

협박에 못 이겨서 용천 그룹에서 요구한 대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만약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발견되었다면 그의 커리어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을 것이다.

“회의를 진행할 테니, 자리로 돌아가도록.”

“넵.”

-착!

백진창이 차렷 자세를 갖춘 후에 경례를 하고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소장 조윤이 그를 불렀다.

“잠깐!”

“네넵?”

당황한 백진창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런 그에게 소장 조윤이 말했다.

“용천 그룹도 중요한 공장 하나가 날리고 피해 규모가 컸다고 보고했는데, 보상 처리를 해야 하니 견적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게.”

“아, 알겠습니다.”

백진창이 식은땀을 흘렸다.

‘젠장. 들킨 줄 알았잖아.’

총사령관을 상대로 보고서를 조작하는 일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적당히 해먹는 건 몰라도 이건 들키면 직위 해임뿐만 아니라 군법에 회부되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제 더 이상 용천 그룹, 아니 그 괴물과는 엮이고 싶지 않아.’

후원금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어진 그였다.

*  *  *

오후 두 시 무렵.

제남시 용천 그룹의 본사 회장실.

“네...네. 잘 해결되었다니 다행이군요. 알겠습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던 실눈의 중년인이 잘됐다는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그의 이름은 비막헌.

환영검종의 당대 종주이자 용천 그룹의 본부장이었다.

비막헌이 전화를 끊고서 회장실의 좌측 창가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한 청년과 깁스를 하고 있는 중년인에게 보고했다.

“백진창 소교가 잘 무마시켰다고 연락해왔습니다. 그리고 방위국에서 공장 건에 대해 보상 지원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오, 그거 잘됐군. 고생했네. 비 본부장.”

“네. 회장님.”

깁스를 하고 있는 중년인은 용천 그룹의 회장인 천유장이었다.

그 옆에서 뒷짐을 지고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슈트의 청년은 바로 천여운이었다.

천여운의 시선은 폐허가 된 공장 부지로 향해 있었다.

어젯밤만 해도 멀쩡했던 건물이 저리 된 것은 고의적으로 폭발시켰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비막헌 본부장에게서 나왔다.

방위군을 처리하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며 비막헌은 당돌하게 천여운에게 이 사태의 해결권을 일임해주면 안되겠냐고 청했었다.

‘과감하군.’

현대 사회에 여전히 서툰 천여운이었지만, 공장 하나를 희생시키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 상당한 차질을 준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비막헌은 과감히 공장 하나를 날리고 사태를 무마시켰다.

방위군과 큰 마찰 없이 원만하게 일을 풀어나가게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큰 손해가 아니었다.

게다가 방위군 쪽에서 파괴된 공장에 대한 보상 지원을 약속했으니, 실질적인 손해도 줄어들 것이다.

천여운이 창문에서 몸을 돌려 말했다.

“제법 쓸 만하구나.”

‘아아!’

긴장된 얼굴로 눈치를 보고 있던 비막헌이 얼굴이 환해졌다.

입술이 실룩거리며 입 꼬리가 벌려지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는 중진들 중에서 직책상 발언권이 적었기 때문에 보통은 중진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가, 감사합니다. 천마께서 믿고 맡겨주셔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회장이나 다른 중진들이라면 절대로 그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장을 날려버리는 의견을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그런데 천여운은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천유장.”

“네. 선조님.”

“이런 녀석을 고작 본부장으로 써먹다니, 네놈도 보는 눈이 낮구나.”

“넷?”

“능력에 걸맞게 써라.”

말인즉 본부장의 직위에서 승진을 시켜주라는 소리였다.

천여운의 그 말에 비막헌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딱 한 번 나서서 일을 원만히 해결했을 뿐인데, 천여운이 그를 높게 평가한 것이었다.

‘선조님의 환심을 사다니. 운도 좋군.’

“알겠습니다. 다음 이사 회의에서 처리토록 하겠습니다.”

천여운의 뜻을 알아들은 회장 천유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비막헌의 승진은 보장된 것이었다.

‘어찌 이런 파격적인 인사를!’

얼마나 기뻤는지 비막헌이 곧장 넙죽 엎드려서는 천여운과 회장 천유장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천여운은 인재를 중용함에 있어서 실력 우선 주의였다.

적절한 순간에 능력을 발휘한 것이 비막헌에게 있어서 행운을 가져온 셈이었다.

-삐리리리!

그러던 차에 회장실의 내선 전화가 울렸다.

내선 전화를 받은 천유장이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알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서 천여운에게 말했다.

“선조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대회의실로 가시죠.”

*  *  *

용천 그룹 28층 대회의실.

회의실 안에 수많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다.

이들은 용천 그룹의 주주들로 본사 중진 및 계열사의 사장들과 임원들이었는데, 정기총회가 아니라 갑자기 개최된 임시 주주총회로 집결한 상태였다.

당연히 주주 대부분은 천마신교의 상위 종파에 속하는 교인들이다.

“오늘 무슨 일로 주주총회가 열린 건지 알고 있소?”

“아니요. 저도 처음 들었는데요.”

“금 사장님은 아셨습니까?”

“글쎄요. 하필 이 시점에서 갑자기 주주총회를 여시다니 의외군요.”

회의실에 모여든 모든 주주들이 의아해하고 있었다.

현재 제남시는 게이트 경보령을 앞두고 있어서 주주총회를 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계열사 중 한 곳인 용천 물산의 전무인 임강이 주주들을 유심히 살폈다.

보통 주주총회가 열린다면 안건 정도는 기본적으로 하달이 되기 때문에 숙지가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눈치였다.

‘혹시.....천마검 때문인 건가?’

만약 임강의 생각을 다른 이들이 읽을 수 있다면 놀랐을 지도 모른다.

나흘 전 천우경 파벌에서 공개한 천마검은 본사의 중진들 밖에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종파의 교인들에게 알려지면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이었다.

‘정기 주주총회도 취소를 할까봐 우려했었는데, 잘됐구나.’

임강은 이번 주주총회가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열흘 후에 있을 주주총회 때를 노려서 주주들이 모인 자리에서 천우경이 천마검을 얻어 당대 천마가 되었음을 공개하려 했던 그였다.

‘내 희생으로 본교를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그랬다.

임강은 천우경 파벌의 간자였다.

중소 종파인 사권종의 종주인 그는 오랫동안 용천 그룹의 계열사에서 활동하며, 용천 그룹의 정보를 천우경 파벌로 보냈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천마검에 관한 정보를 밝히는 순간,

‘이 자리가 무덤이 될 수 있겠지만.’

각오는 되어 있었다.

그런 임강과 마찬가지로 묘한 눈빛을 보이고 있는 자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은 용천 그룹의 주주들이었지만 천마신교의 교인이 아닌 자들이었다.

모두가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회장님께서 오십니다. 모든 주주분들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기 바랍니다.”

-우르르르!

비서의 알림과 함께 대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본사의 중진들을 대동한 회장 천유장이 들어왔다.

모든 주주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깁스?’

주주들이 깁스를 하고 있는 천유장 회장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인 천유장이 다친 모습은 용천 그룹이 세워진 이래로 처음 보는 일이었다.

게이트 경보령 때조차도 위기가 닥치면 중진들이 보호해왔기 때문에 큰 부상을 입은 적이 없는 천유장 회장이었다.

그런데 이보다도 더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광경이 보였다.

‘저 자는 누구지?’

회장인 천유장과 나란히 걸어 들어오는 검은 슈트의 청년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한 발자국 앞서서 걷고 있었는데, 회장이 마치 공손하게 안내를 하듯이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고 보니 좌석이?’

‘에이 설마.....’

회장이 앉아야 할 대회의실의 상석 자리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설마하고 지켜보는데, 천유장 회장이 같이 들어온 청년과 함께 나란히 자리에 앉았다.

‘뭐야?’

‘저 자는 누군데 회장님과 동석을?’

-웅성웅성!

주주들이 작게 속삭인다고 중얼거렸지만 회의실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주주총회의 진행을 맡은 환명오 이사가 마이크를 입가에 갖다 대고서 말했다.

“모든 주주 분들은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소란스러웠던 주주들이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그들 모두의 시선이 회장이 아닌 그 옆에 있는 청년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새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이 청년은 누가 봐도 이십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누구야?’

'회장님의 혈육은 아닌 것 같은데?'

천유장을 차기 교주로 지지하는 주주들로서는 심기가 불편해지고 있었다.

그때 계열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용천 전자의 사장 심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 천유장에게 허리를 한 번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잠시 결례를 무릅쓰고 말씀 올리겠습니다. 임시 주주총회라 해서 모이긴 했는데, 안건은 밝히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회장님의 옆에 앉아 있는 저 자는 대체 누굽니까?”

다른 주주들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사회를 맡은 환명오 이사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바로 총회를 시작하면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잘됐군요. 오늘은 안건 회의를 위해서 부른 게 아니라, 본사의 이사회에서 결정된 세 가지 사항을 주주분들게 알려드리기 위해서 주주총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웅성웅성!

또 다시 대회의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보통 이사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칠 일이 아니라면 주주총회가 아닌 회사의 전산망으로 통보되곤 한다.

“첫 번째 사항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환명오의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이목이 집중되자 사회석에 있던 환명오가 긴 회의 탁자의 상석에 앉아 있는 검은 슈트의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 이사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부회장님이십니다.”

“부회장?”

모든 주주들이 어안이 벙벙해져서 청년을 바라보았다.

생판 처음 보는 얼굴의 청년을 갑자기 이사회의에서 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통보를 했으니 말이다.

물론 회장을 비롯한 본사의 중진들이 7할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애초에 용천 그룹은 천유장 회장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이거 재밌게 되었군.’

용천 물산의 전무인 임강이 이 상황을 흥미로워했다.

그가 알기로 차기 부회장직은 환명오 이사가 가장 유력했고, 제 1 계열사인 용천 전자의 사장인 심영이 본사 임원으로 발령 날 거란 소문이 파다했었다.

-으득!

예상대로 용천 전자의 사장 심영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천유장 파벌의 중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가 이번 발표로 잠정적으로 밀려난 셈이었으니, 불쾌할 만도 했다.

‘좋은 기회겠는데.’

용천 전자의 사장 심영은 천마신교의 상위 종파의 종주였다.

최상위 종파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무공실력을 가졌다는 것은 다른 파벌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를 따르는 중소 종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천마검을 밝히기만 해도 많은 파벌 이탈도 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팍!

아니나 다를까 심영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는 노기가 가득했는지 상기된 얼굴로 이를 꽉 깨물고서 말했다.

“아무리 이사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저 청년!”

심영이 회장의 옆에 앉아 있는 청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젊은 친구가 느닷없이 부회장이라뇨? 공로도 많으신 중진들도 많은데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우회적으로 돌려서 불만을 제기했다.

“그것은....”

-슥!

사회를 맡고 있는 환명오 이사가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부회장으로 결정된 청년이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이에 환명오가 명령이라도 들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

대회의실에 있는 주주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용천 그룹의 실질적인 이인자라 할 수 있는 환명오가 회장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때 부회장으로 결정된 청년이 심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명목상의 부회장일 뿐이다.”

“명목상?”

뜬금없는 말에 심영이 더욱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어차피 회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눈치 볼 필요가 없다고 여긴 그가 화가 난 표정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헛소...”

“앉아.”

-쿵!

"흐헛!”

그 순간 심영이 의자에 착석했다.

“이, 이게 무슨....”

의자에 강제로 앉혀진 심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주주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방금 심 사장이 저 젊은 부회장의 명령에 따른 거야?’

‘왜 앉은 거지?’

본사의 중진들을 제외한다면 최고 고수라 불리는 심영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심영은 주위의 수근거림에 화가 나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려 하는데, 청년이 말했다.

“두 번의 경고는 없다.”

-오싹!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영의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식은땀으로 가득해졌다.

본인조차도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두려웠다.

“대, 대체 누구십니까?”

심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때 청년이 자리에 일어나서 오른팔을 내밀었다.

그러자,

-차차차차차착!

슈트 속에 가려져 있던 팔목의 보호구의 흑철들이 분해되면서, 하나의 검으로 화했다.

영롱한 빛을 내뿜는 흑검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때 가까이에 있던 계열사의 사장들 중에 한 명인 두문천이 소리쳤다.

“처, 천마검!”

‘!!!’

-파팍!

천마검이라는 말에 주주들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유롭게 상황을 좌시하고 있던 천우경 파벌의 간자인 임강이 두 눈이 커져서 흑검을 쳐다보았다.

‘천마검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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