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47화 (47/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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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SS급 게이트 키퍼 (2)

‘나를 무릎 꿇려?’

일생 처음 겪어보는 일에 유소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피가 흘러나올 만큼 통증이 느껴지는 것보다 굴욕감이 컸다.

SS급 게이트 키퍼이자 중력마녀라는 칭호를 얻은 이후, 그녀의 앞에서 서있을 수 있는 자들은 손에 꼽힌다.

그런데 눈앞에 이 남자는 그 엄청난 중력을 견뎌낸 것도 모자라,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

“꽤 흥미로운 능력이었다만 함부로 설친 대가를 받겠다.”

천여운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 무릎을 꿇고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유소화가 입을 열었다.

“......제가 착각했어요.”

“착각?”

“인간이라 생각해 힘을 아낄 필요가 없군요.”

-팍!

그 말과 동시에 그녀가 두 팔을 양 옆으로 뻗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응?’

천여운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전신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발바닥이 땅바닥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모, 몸이?”

“우어어엇!”

그것은 천여운에게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몸이 떠올라 허둥대고 있었다.

반경 300미터 이내에 있는 땅바닥에 붙어 있는 것들은 허공에 떠올라 둥둥 뜨게 되었는데, 마치 무중력 상태에 빠진 듯 했다.

-웅성웅성!

“차, 차가?”

방위군의 차량조차 떠오르는 모습에 방위군의 병사들이 혼란스러워 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당했다고 했어.’

마찬가지로 허공에 몸이 떠오른 천유장이 인상을 찡그리고서 유소화를 바라보았다.

명색이 이능력자들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SS급 게이트 키퍼였다.

어찌 본다면 이능력자의 최고 강자와 무공에 있어서 정점에 이른 자의 대결이기도 했다.

‘선조님!’

그의 강함은 알지만 걱정스러웠다.

반면 그런 우려와 달리 천여운의 눈빛에는 흥미가 감돌고 있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재미있군.”

“중력을 높이는 것만으로 제가 중력마녀라는 칭호를 얻었을 거라 착각하지 마세요.”

“이걸로 뭘 어찌...”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유소화가 천여운을 향해 한 손을 뻗었다.

-슉!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천여운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순식간에 그의 몸이 지상에서 200미터 가량 날아가 버렸다.

그녀가 입 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무중력 상태에서 당신의 중력만 조절할 수 있죠. 지금부터 이 공간 내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그라비티 필드(Gravity Field).

300미터 이내의 모든 중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녀의 비기였다.

워낙 뇌 활동량이 크기 때문에 단 5분밖에 펼칠 수 없는 힘이었지만 그 동안에는 이 필드 내에서의 중력은 그녀의 통제 하에 이뤄진다.

[상공에서 강한 중력이 발생했습니다.]

‘알고 있어.’

나노의 경고에 천여운이 답했다.

그저 땅바닥으로만 중력을 발생시킬 줄 알았는데, 어디든지 중력장을 발생시키는 게 가능한 모양이었다.

‘흠.’

더 성가신 것은 진기로 직접적으로 천여운 자신의 중력의 간섭을 막았더니, 그의 주변 공간의 중력만을 제어하고 있었다.

‘빨리 처리하는 게 낫겠군.’

-팟!

천여운이 진기로 하늘을 박차고서 능공허도를 펼쳐 그녀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 했다.

-휘익!

그 순간 그의 몸이 이번에는 왼쪽 아래로 휩쓸렸다.

중력장의 위치가 바뀐 듯 했다.

‘까다롭군.’

몸이 휩쓸리는 도중에 천여운이 다시 진기로 허공을 박차서 반대 방향으로 꺾으려 했다.

그러자 몸이 그대로 그 방향으로 엄청난 속도로 뻗어나갔다.

중력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면서 천여운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당신이 적응하게 내버려둘 것 같아요.’

유소화는 천여운이 있는 주변의 중력장을 초 단위로 변화시켰다.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천여운의 몸이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정신없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슉! 슉! 슉! 슉!

종횡무진 사방으로 변화하는 중력에 천여운은 우주 공간보다도 중심을 잡기 힘든 상황에 처해지고 말았다.

-부우우우웅!

정신없이 중력장에 끌어당겨지는 천여운이 손에 검강을 일으켰다.

방향을 정확하게 잡기 힘들만큼 계속해서 변화하는 중력장에 몸이 휩쓸리느라 지상으로 내려갈 수 없기에 방법을 바꾸었다.

“그렇다면 이걸로.”

-촤악!

천여운이 지상에 있는 유소화를 향해 탄검강을 날렸다.

그 순간 일직선으로 날아갈 것 같던 탄검강이 천여운과 마찬가지로 변화한 중력장에 의해 꺾여서 그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탄검강의 경로가 꺾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본 것이었는데 의외였다.

중력이란 게 이런 것에도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그때였다.

-슈우우우욱!

천여운을 향해 RV 차량이 날아왔다.

[또 다른 중력장이 사용자의 근처로 형성되었습니다.]

분명 자신은 중력장에 의해 좌측으로 꺾여서 날아가고 있었는데, RV차량은 그 중력장을 무시하고서 그에게로 날아왔다.

“정말 성가시군.”

천여운이 날아오는 RV 차량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촥!

그러자 날카로운 예기가 형성되면서 RV 차량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런데 갈라졌던 RV 차량이 그대로 천여운을 향해서 날아왔다.

‘이런.’

-팡!

천여운이 허공을 박차며 그것을 피해냈다.

유소화가 비웃음을 흘렸다.

“쉽게 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여운이 피해서 그를 지나쳤던 반으로 나뉜 RV 차량이 방향을 틀어 천여운을 향해 다시 날아왔다.

“하?”

천여운이 기가 찼다.

-팡!

다시 천여운이 허공을 박차고서 변화하는 중력장에서 맞춰 RV 차량을 피해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런....’

날아오는 RV차량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사방으로 여섯 대의 RV차량이 천여운을 압사하기 위해 날아왔다.

게다가,

[중력장이 변화했습니다.]

RV 차량을 피하기 위해 발을 튕기자마자, 끌어당기는 중력장의 위치가 반대로 바뀌어 피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우오오오!”

“이, 이게 SS급 게이트 키퍼!”

방위군의 병사들과 부상당한 게이트 키퍼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중력장이 계속 변화하고 개개별로 마음대로 중력이 바뀌어대니, 별 천지나 다름없는 엄청난 이능력이었다.

게이트 키퍼들의 정점에 서있는 능력자다웠다.

“이대로 압사되어 죽어요.”

그녀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차량을 아무리 갈라도 중력장을 그에게로 집중시켰다.

강철도 관통시킬 만큼의 속도가 붙게 만든 중력이 가해진 파편들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 선조님!”

당황한 천유장이 소리쳤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웅!

“엇?”

RV 차량이 천여운의 주변을 압사하려는 순간 공간이 울렁거렸다.

마치 공간 자체가 뒤틀린 것처럼 휘어져서 보이더니, 이내 천여운을 압사하려던 RV 차량들이 순식간에 엄청난 압력에 의해 뒤틀렸다.

-꽈드드드득!

그러더니 이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RV 차량이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쾅!

파편조차 남기지 않고 파괴된 RV 차량은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바, 방금 그건 대체?”

유소화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공간이 비틀린 것 같았다.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한 RV 차량들을 파편조차 남기지 않고 파괴되었다.

당혹스러워하던 찰나였다.

-고오오오오오!

“으어어엇!”

-쿵! 쿵! 쿵!

무중력에 의해 몸이 떠올랐던 지상의 모든 것들이 땅으로 떨어졌다.

땅으로 떨어졌을 뿐만이 아니라 강한 압력이 짓누르는 것처럼 사람들이 바닥에 엎어져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악!”

-쿵!

그것은 중력마녀 유소화도 마찬가지였다.

주변뿐만 아니라 자신의 중력 또한 무중력으로 바꾸었는데, 위에서 짓눌리는 힘에 의해 또 다시 무릎이 꿇리고 말았다.

그녀가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처음에는 자신의 중력이 풀린 것인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마, 말도 안 돼. 내 그라비티 필드 자체를 짓누르고 있다고?’

자신의 이능력 역시도 세상의 상식을 벗어난 힘이었지만, 어처구니가 없는 힘이었다.

중력장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그라비티 필드 전체를 짓눌러 버리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게 인간이라고?’

A등급 알파 위험 개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 정도라면 S등급이나 특수 위험 개체나 다름없는 수준이었다.

-쿵!

그때 지상으로 천여운이 떨어졌다.

천여운의 발 역시도 발목까지 바닥을 파고들어 있었는데, 수시로 변화하는 중력장을 막기 위해 사방을 기운으로 눌렀기 때문이었다.

당혹스럽게 쳐다보는 유소화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제법이군. 내게서 자연지기를 쓰게 만들다니.”

자연지기(自然之氣).

자연경의 경지에 오른 천여운은 만물과 자연의 기운에 감응할 수 있다.

생사경의 경지가 인간의 육신으로 오를 수 있는 최상의 경지라 할 수 있다면 이 자연경의 경지는 대자연의 기운을 다룰 수 있는 것이다.

300미터에 이른 공간이 자연지기에 의해 중력장을 억누른 상태였다.

‘자연지기를 쓸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극도신 이후로 자신의 능력을 2할 이상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가 세상에 존재할까 의문이었던 천여운이다.

그런데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역량의 일원화와 자연지기를 다루었다.

천여운은 진심으로 유소화를 높게 평가했다.

‘현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도 이 계집의 상대가 될 수 없겠군.’

이기어검강을 다룬다고 해도 넓은 공간 전체의 중력장을 자유자재로 바꾼다면 공격을 행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공간의 제약을 가를 만큼의 위력을 지니려면 무형검(無形劍)을 다룰 수 있는 생사경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할 것이다.

그 만큼 중력마녀 유소화의 그라비티 필드는 성가셨다.

-탁!

천여운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괴, 괴물!”

압도적인 그의 능력에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그녀가 울먹거리는 눈으로 뒷걸음을 치려했다.

하지만 자연지기에 의해 억눌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천여운이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그녀는 극한의 공포심을 느꼈다.

“다, 다가오지 맛!”

그녀가 천여운을 향해 손을 뻗어 중력을 가하려 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천여운이 검결지를 휘둘렀다.

-촥!

“꺄아아아아아아악!”

손을 뻗었던 유소화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그녀가 피가 뿜어져 나오는 자신의 잘린 단면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아름다운 여자가 고통스러워 하는데도 천여운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싸늘한 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 저건 인간도 아니야.’

그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꽉!

“아아악!”

그녀의 앞에 선 천여운이 눈물을 흘리는 유소화의 목을 움켜잡았다.

짙은 어둠 그 자체로 보이는 천여운을 마주한 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살려달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죽이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

그 순간 천여운의 손가락이 유소화의 목을 파고들었다.

SS급 키퍼답게 뛰어난 이능력을 가진 그녀는 자신의 몸속으로 뭔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 대체 내 몸에 뭘 넣은 거에요?"

당황스러워하는 그녀에게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쓸 만한 개로 만들어주마.”

‘!!!’

천여운의 그 말에 유소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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