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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SS급 게이트 키퍼 (1)
-쿠당탕!
“큭!”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튕겨나간 게이트 키퍼들의 대장 하현강이 놀란 눈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건?’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비롯한 게이트 키퍼들 전부를 날려 보냈다.
이능력이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인 기운.
그것은 무림인들이 사용하는 내공, 혹은 기(氣)라 불리는 것인 듯 했다.
‘무림인?’
그런데 그가 알고 있는 무림인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풍겨져 오는 기세부터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는데, 일곱 번의 게이트 방위전을 경험한 그의 경각심마저 일깨웠다.
-움찔!
이것을 느끼는 것은 그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넘어졌다가 재빨리 일어나 경계 태세를 취한 게이트 키퍼들도 단 한 사람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선조님.”
회장 천유장이 부끄럽다는 눈으로 천여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언제부터 본교가 관(官)에 잘 보이려고 상납금을 바치고, 무인도 아닌 괴이한 능력을 지닌 자들에게 밀렸단 말이냐?”
그 꾸짖음에 천유장은 아무 답변도 하지 못했다.
그가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옛날 블랙 스카이 컴퍼니 시절의 천마신교는 중원을 주름잡고, 정부조차도 함부로 건들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천유장 자신 역시도 그 시절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선조님. 지금은 한 명의 절대고수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지 못했다.
힘이 없다는 것이 죄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용 회장!”
그는 백진창 소교였다.
화가 단단히 났는지 얼굴이 상기된 그가 천유장에게 말했다.
“수색이 불가피하다고 하지 않았소. 지금 그건 우리 방위군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이것은 백진창 소교로서도 마지막 경고였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공무 집행을 방해받은 것이기 때문에 경고 없이 대응사격을 하는 게 응당 맞았지만 여기서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은 그였다.
‘이쯤에서 물러서시게. 제발. 저 SS급 게이트 키퍼는 제남시 소속도 아니라 내 선에서 막을 수 있는 자도 아니란 말이네.’
속 시원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천유장이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청 보안부 부장의 승인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방위군과 척을 지게 되면 용천 그룹 역시 우방을 잃게 되는 셈이었다.
서로가 눈치를 보는 상황에 백진창 소교에게 SS급 키퍼 유소화가 말했다.
“소교님.”
“네넷?”
“이미 공무 집행을 방해했습니다. 저들을 체포하세요.”
-꽉!
단호한 명령에 백진창 소교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젠 대화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은 끝났다.
용천 그룹도 무림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인 이상 쉽게 체포되려하지 않을 것이다.
-팍!
백진창 소교가 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1, 2분대는 사격 준비.”
“사격 준비!”
그의 명령에 방위군 병사 스무 명이 일사불란하게 사격 자세를 취하며 부지 입구에 있는 천여운과 천유장, 그리고 쓰러져 있는 보안 요원들을 겨냥했다.
“용 회장. 순순히 체포에 응하시오.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한다면 쏴...”
-탁!
‘!?’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 나왔다.
‘기어코!’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경고도 했고 옆에 감시자나 다름없는 유소화가 서있었기 때문이다.
백진창 소교가 무섭게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격발!”
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병사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타타타타탕!
총구에서 불빛이 반짝이며 총알이 발사되었다.
연사로 천여운을 향해 사격하던 병사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뭐지?’
뭔가 총을 쏠 때마다 시야에 점이 가득해지고 있었다.
왜 그런 것인지 의아해하던 병사들이 소총을 쏘던 것을 중지하고서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총알이?”
놀랍게도 총알은 고작 3미터도 나가지 못해 허공에 멈춰 서있었다.
보이지 않는 방탄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수백 개의 총알이 핑그르 돌면서 있는데, 백진창 소교를 비롯한 장교들조차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놀라하는 그들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도로 가져가라.”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떠있던 총알들이 일제히 회전해서는 병사들을 향해 도로 날아가려했다.
“히익!”
“피, 피햇!”
하지만 워낙 짧은 거리였기 때문에 병사들로서는 피할 틈이 없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파파파파팍!
역으로 날아가려던 총알들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박히고 말았다.
꼼짝없이 당하나 싶었던 병사들이 뒤로 넘어져서는 놀란 눈으로 바닥에 떨어진 총알들을 바라보았다.
“호오.”
천여운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총알을 막은 자는 다름 아닌 SS급 키퍼 유소화였다.
중력마녀라는 호칭답게 그녀는 총알이 역으로 날아오는 순간에 중력의 힘으로 총알들을 바닥에 떨어뜨려버렸다.
“병사들을 물리세요. 일반인들이 나설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백진창 소교에게 병사를 물리라고 한 그녀가 제남시 게이트 키퍼들의 대장인 하현강을 쳐다보며 말했다.
“협공으로 저 자를 처리하세요.”
유소화의 명령에 게이트 키퍼들이 당혹스러워했다.
방금 눈앞에서 손을 뻗어서 수백 발의 총알을 막는 장면을 모두가 보았다.
그런데 저런 괴물을 합공으로 상대하라니 전의가 쉽게 오를 리가 만무했다.
그 중 한 무인 출신의 B급 키퍼가 직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저, 저 정도라면 인급 이상의 무인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 같은 B, C급 키퍼들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인(寅)급.
그것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하나인 범을 의미한다.
무림 협회는 약사경(藥師經)에서 불교인을 지키는 신장인 십이지신에 착안하여 무림인의 무위에 따른 등급을 매겼다.
[자(子)급 - 생사경
축(丑)급 - 현경 극
인(寅)급 - 현경 초
묘(卯)급 - 화경 극
진(辰)급 - 화경 초
사(巳)급 - 초절정 극
오(午)급 - 초절정 초
미(未)급 - 절정 극
신(申)급 - 절정 초
유(酉)급 - 일류 무사
술(戌)급 - 이류 무사
해(亥)급 - 삼류 무사]
이것이 현재 무림 협회가 삼고 있는 무림인들의 기준이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높은 경지에 속하는 급수의 무인들은 현격히 줄어드는데, 알려진 바로는 자급 고수로 등록된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현 무림의 오대고수 중 일인인 무림협회의 회장이 유일무이한 자급 고수에 올랐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있었다.
물론 이것 역시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었다.
‘인급의 고수라면 적어도 S급 이상의 키퍼만이 상대할 수 있어.’
무인 출신인 B급 키퍼인 그는 무림협회 기준으로 오(午)급이었다.
초절정 초입으로 게이트 키퍼의 소대장을 맡고 있었지만 총알마저 진기로 막아내는 괴물은 도저히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이래서 무인들은!”
하현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보기에 무림인들은 싸우기도 전에 무공의 경지로 상대를 파악하는 버릇이 있었다.
경지만으로 우위가 정해진다면 싸울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겁쟁이는 빠져라.”
“대, 대장!”
난처해하는 그를 두고서 대장인 하현강이 명했다.
“듣기 싫다. 다른 키퍼들은 지금부터 알파급 포메이션 대형으로 적을 상대한다.”
“라저!”
알파급 포메이션 대형.
그것은 능력자들이 알파급 위험 개체를 상대하기 위한 포메이션이었다.
A급 이상의 키퍼들은 혼자서도 위험 급수에 따라서 혼자서도 알파를 상대할 수 있었지만, B등급 이상 알파 위험 개체는 협공을 하지 않고는 상대하기 힘들었다.
“포메이션 B!”
하현강의 신호에 키퍼들이 익숙하게 각 방위로 흩어져, 천여운을 향해 달려갔다.
같은 팀원인 그들은 늘 훈련을 통해 포메이션 대형에 익숙했다.
‘이 포메이션으로 A급 알파 개체도 제압한 적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무림인이라고 해도 네놈이 A급 알파 개체에는 미칠 리가 없다.’
-챙!
하현강이 허리춤에 있던 두 개의 나이프를 뽑았다.
그가 바닥에 두 번 정도 발을 굴렸다.
-스륵!
그러자 그의 모습이 허공에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A급 게이트 키퍼인 그의 능력은 투명화(透明化)와 순간 가속(acceleration)이다.
‘저 기술은 상당히 성가시다.’
사라지는 하현강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천유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같은 제남시에 있었기 때문에 몇 번 정도 그가 저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단순히 사라지기만 한 것이라면 문제가 아니다.
“선조님 조심하십시오! 저 자가 사라지면 기감에 절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기척부터 그림자, 소리까지도 완전히 지워진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능력자란 존재들은 그게 가능했다.
그래서 저들을 상대하는 일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사방으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고 해도 하현강 저놈은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순간 가속 능력은 일시적으로 화경의 고수에 버금가는 경공의 움직임에 버금간다.
투명화와 가속 능력의 시너지는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몸에 나이프가 꽂혀서야 알아차리는 사태가 벌어진다.
“가만히 있으시면 안 됩니다! 최대한 움직여서 놈이 가까이 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천유장이 자신이 생각한 해법을 천여운에게 알렸다.
-스슥!
‘훗. 늦었어.’
하현강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투명화한 그는 이미 순간 가속으로 천여운의 뒤를 점하고 있었다.
이제 키퍼들이 일제히 공격하여 틈을 열어주기만 한다면 단번에 그의 심장을 찌를 것이다.
-타타탁!
그와 수도 없이 포메이션을 맞춘 키퍼들답게 사방을 둘러싸 능력을 펼쳐 공격하려 했다.
‘지금이다.’
하현강도 그에 맞춰 천여운의 등 뒤로 나이프를 겨냥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버러지들이 귀찮게 구는군.”
천여운이 손바닥을 뒤집어 밑으로 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쿵! 쿵! 쿵!
“흐헉!”
“모, 몸이!”
능력을 펼치기도 전에 키퍼들이 심후한 진기에 억눌려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염력이나 배리어를 펼칠 수 있는 능력자들이 방어를 하려고 했지만 화경의 고수들조차도 꼼짝할 수 없는 천여운의 진기였다.
-고오오오오!
천여운이 더욱 진기를 가하자 그들은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쿵! 우드드득!
“으아아악!”
“사, 살려줘어어어!”
바닥에 밀착되어 짓눌리면서 전신의 뼈가 부러지고, 비명을 질러도 천여운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때 천여운이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왼손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 순간,
-파아아아악!
비어있던 공간에서 갑자기 핏물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히 핏물만이 아니라 살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이었다.
'서, 설마?'
바닥에 엎어져서 고통스러워하던 키퍼들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
피로 범벅이 된 바닥에는 응축이 되어서 공처럼 구겨져 있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하현강이 입고 있던 옷이었다.
“보이지 않으면 못 찾을 줄 알았나 보지.”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죽은 하현강의 피로 적셔 있는 바닥이 움푹 패어 있었는데, 게이트 키퍼들처럼 바닥에 엎어진 형태를 하고 있었다.
'대, 대단하다.'
천유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천여운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그렇게 명성을 떨치던 투명화 능력도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괴....괴물!”
게이트 키퍼들은 그제야 무림인 출신의 B급 키퍼의 경고를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했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네놈들도 그만 가라.”
천여운이 더욱 진기를 끌어올리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쿵!
천여운의 반경 10미터 정도의 바닥이 함몰되다시피 파고들었다.
엄청난 압력으로 짓눌리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중력의 힘이었다.
“당신. 정말 위험한 자로군요.”
드디어 SS급 게이트 키퍼인 중력마녀 유소화가 나선 것이었다.
키퍼들의 포메이션 대형으로도 진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자신이 나서서 천여운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대략적인 무위는 파악했다.
‘인급 이상이라면 힘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가 가한 중력의 힘은 화경의 고수였던 환명오를 제압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수치상으로 따진다면 100G이르는 중력을 가하고 있었다.
“이대로 죽기 싫다면 굴복해요.”
유소화가 오만한 눈빛으로 천여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여기서 천여운이 굴복하지 않는다면 짓눌러서 죽일 작정이었다.
“이 이상의 중력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손을 뻗어 더욱 밑으로 향했다.
그러자,
-쿠쿠쿠쿵!
바닥이 1미터 이상 함몰되어 중력에 의해서 더욱 파고들려고 했다.
150G에 이르는 중력이었다.
여전히 천여운은 그 자리에 서서 무릎을 꿇지 않고 있었다.
‘더....더!’
그녀가 중력을 조금씩 더 높여갔다.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탁!
‘!?’
200G에 육박하는 중력을 가하고 있는데, 천여운이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심지어 그는 전혀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무릎은커녕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탁!
천여운은 보란 듯이 발걸음을 계속 앞으로 내딛었다.
게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중력이 뭐가 어쨌다는 거지?"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중력 속에서?’
그녀의 포커페이스가 흔들렸다.
이 정도 중력이라면 어지간한 알파급 개체들조차 짓눌려 으깨질 수준이었다.
당혹스러워하는데 천여운이 그녀에게 말했다.
“무릎은 너나 꿇어라.”
“뭐라...”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꺄악!”
그녀의 무릎이 강제로 바닥에 꿇려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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