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45화 (4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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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천마 (4)

넓은 호수를 앞두고 있는 용천 그룹의 부지 입구.

그곳에는 방위군의 차량이 진을 치고 있었고, 닫힌 입구의 앞에 오십여 명이 넘는 방위군들이 열을 맞춰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맨 앞에는 장교와 부사관들을 대동하고 있는 옅은 눈썹에 단신인 중년인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백진창 소교였다.

“백 소교님. 굳이 여기서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까? 당장 수색을 시작하시죠.”

팔짱을 끼고서 기다리고 있는 백친장 소교에게 꽁짓머리를 하고 있는 수염의 남자가 말했다.

“기다리게. 조급해하지 말고. 하 대장.”

수염의 남자가 걸치고 있는 조끼는 게이트 키퍼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그는 이곳 제남시의 게이트 키퍼의 대장인 하현강이었다.

하현강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조급할 게 뭐가 있습니까? 미확인 비행물체가 만약 게이트에서 나온 위험 개체라면 더 큰일 아닙니까? 저는 당최 백 소교님이 왜 이렇게 용천 그룹에 친절하게 구시는지 모르겠군요.”

그런 그의 말에 백천강 소교가 불쾌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사실 게이트 키퍼의 대장인 하현강의 말대로 게이트 관련 문제라면 강제로 수색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러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용천 그룹에서 방위군과 내게 해주는 지원금이 얼만데 함부로 수색한단 말이야.’

괜히 용천 그룹과 척을 짓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최대한 완만하게 수색을 진행해야 용천 그룹의 후원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그 사정을 설명할 수 없기에 둘러대야 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용천 그룹도 무림인들일세. 그들도 미확인 비행 물체를 확인했다면 당연히 대응했을 것이야. 하지만 보게나.”

용천 그룹의 부지 안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위험 개체가 떨어졌다면 분명 무슨 사달이 났을 텐데 말이다.

“후우.”

더 말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한 하현강이 한숨만 내쉬었다.

이곳 제남시에서 용천 그룹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방위군의 소교마저 눈치를 보는 게 그저 불만스러울 뿐이었다.

수색 요청을 한지 15분 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본사 건물 쪽에서 사십 여 명의 보안 요원들로 보이는 복장을 한 자들과 함께 팔에 붕대 같은 것을 걸치고 있는 회장 천유장과 임원들이 입구로 다가왔다.

“뭘 잔뜩 대동하고 나오는데요. 백 소교님?”

“.....좀 가만히 있게.”

신경질적으로 말한 백진창 소교가 장교들을 대동하고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천유장에게 말했다.

“아이고 용유천 회장님. 밤늦게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용유천.

그 이름은 천유장의 가명이었다.

공식적으로 블랙 스카이 컴퍼니가 해체된 이후로 교주 일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중진들은 신분을 세탁해서 다른 이름을 사용해오고 있었다.

“번거롭다니요. 하하핫. 매일 같이 방벽을 지키시느라 노고가 많으신데, 저 같은 일개 사업가가 그런 걸 번거로워하면 되겠습니까?”

“하하하, 역시 우리 방위군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용 회장님뿐입니다.”

두 사람이 가벼운 인사로 서로의 체면을 치켜세워주었다.

‘역시 회장님이시다.’

환명오 이사가 내심 천유장의 자연스러운 대처를 다행스럽게 여겼다.

단전이 봉해지고 팔이 잘리는 수난까지 겪어서 내심 불안해 했었는데, 확실히 한 그룹을 이끄는 회장다웠다.

백진창 소교가 의아한 눈빛으로 왼팔에 붕대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어디 다치신 모양입니다.”

“아아....자그마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요?”

‘사고라고?’

백진창 소교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알고 있는 용천 그룹의 회장은 미등록 무림인이기는 했지만 진(辰)급 정도의 무공 실력을 지녔다.

실제로 방위전 때 몇 번 정도 그 무위를 견식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미확인 비행 물체 때문에 수색 요청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흠흠,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방위국 적외선 망에 미확인 비행 물체가 잡혔는데, 하필 용천 그룹의 부지에서 끊기더군요.”

백진창 소교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표현은 어쩔 수 없이 수색을 해야 겠다는 의미였다.

“아아, 그야 당연한 말씀이시죠. 한데 말이죠.”

이에 천유장이 옆에 있는 환명오 이사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환명오 이사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전자 메일 한통을 백진창 소교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시청 보안 부장님께 저희 용천 그룹 내의 보안팀에서 자체적으로 수색을 한 후에 내일 오전 중으로 보고 드리겠다고 허가를 받았습니다.”

백진창 소교가 인상을 찡그렸다.

메일의 하단부에는 정말로 제남시청 마크와 함께 보안부 부장의 전자서명이 찍혀있었다.

“흐음.”

사실 이게 아니더라도 용천 그룹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적당히 수색을 한 후에 빠지려고 했는데, 시청의 보안부서에까지 손을 써놓았다고 하니 불쾌함을 느꼈다.

“백 소교님. 이건 아무리 시청 보안부 부장님의 허가증이 있다고 해도 방위국에서 강제 집행해도 되는 문제가 아닙니까?”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게이트 키퍼의 대장인 하현강이 나서서 끼어들었다.

이에 천유장이 한쪽 눈매를 가늘게 뜨고서 말했다.

“시청 보안부가 방위국보다 더 상위 기관이지 않소? 하 대장.”

“그건 게이트 문제가 아닐 때 이야기이지요. 용 회장님.”

-탁!

하현강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자, 그의 뒤에 있던 열두 명의 게이트 키퍼 조끼를 입고 있던 남녀가 나란히 걸어 나왔다.

그들은 강제로라도 수색을 진행하겠다는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건방진 놈이.’

무림 협회도 그랬지만 용천 그룹 역시도 게이트 키퍼들과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천여운에게 호되게 혼나서 기분이 저조했던 천유장은 이들의 행동을 곱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천유장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용천 그룹의 보안 요원들의 손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병장기집으로 향했다.

-슥!

“하. 이게 무슨 의미죠? 백 소교님. 용천 그룹에서 지금 방위군과 한바탕 해보겠다고 나오는데, 이대로 꼬리를 말고 돌아가실 작정이십니까?”

하현강의 도발에 백진창 소교가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젠장!’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시청 보안부 부장의 안면이나 용천 그룹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수색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게 맞지만, 하현강의 말대로 게이트 문제로 직결되면 모든 권한은 방위군의 게이트 율령이 우선시되어야 했다.

‘게이트 키퍼들을 대동하는 게 아니었는데.’

위험 개체가 있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게 피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게이트 키퍼들 역시도 당장에라도 전투를 치를 각오가 되어 있는지, 연신 두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이어지던 차였다.

-탁!

그때 게이트 키퍼 소유의 세단 차량에서 누군가가 내려서 다가왔다.

윤기가 나는 갈색 머리카락에 풍만한 가슴 부분이 도드라진 흰 와이셔츠에 굴곡이 확연할 만큼 타이트한 검은 스키니를 입은 20대 후반의 여인이었다.

도도해 보이는 눈매를 가진 여성의 등장에 대장인 하현강을 비롯한 게이트 키퍼들이 반응이 묘했다.

마치 여인의 눈치를 보는 듯 했다.

‘뭐지?’

천유장이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남시를 오랫동안 거점 삼아 활동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때 그녀가 대장인 하현강에게 말했다.

“언제까지 머뭇거릴 생각이죠. 적당히 하고 빨리 수색을 진행하세요.”

이에 하현강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게 용천 그룹 측에서 시청 보안부 쪽과 이야기가 됐다고 자체 수색을 하겠다고 해서....”

“언제부터 일개 회사에서 방위국과 게이트 키퍼들의 수색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생긴 거죠? 당장 실시하세요.”

“알겠습니다. 수색을 실시한다!”

“넵!”

그녀의 단호한 명령에 하현강을 비롯한 게이트 키퍼들이 부지로 들어가려 했다.

-챙! 챙! 챙!

그런 그들을 용천 그룹의 보안 요원들이 병장기를 뽑고서 막아섰다.

보안 요원의 신분으로 있었지만 한 명 한 명이 천마신교의 교인들이었기 때문에 일류 무사들이었다.

천유장이 부지로 들어오려는 게이트 키퍼들에게 소리쳤다.

“분명 보안부의 허가를 받았다고 했는데, 무시하고서 들어온다면 자위권을 행할 수밖에 없소.”

“자위권?”

그때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이 앞으로 나서며, 보안요원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쿠웅!

그 순간 부지 입구를 막고 있던 보안 요원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무릎을 꿇고 넘어지고 말도 아니었다.

“으헉!”

“모, 몸이....”

“무거워!”

보안 요원들은 바닥에서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진기로 짓누르는 것과는 달리 몸 전체가 굉장히 무거워졌다는 표현이 옳았다.

‘저 여자 A급 게이트 키퍼인가?’

그녀의 능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환명오 이사가 나섰다.

-팟!

경공을 펼쳐서 보안 요원들이 짓눌리는 공간을 둘러, 단번에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을 제압하기 위해 도초를 펼쳤다.

그 순간 앞을 향해 뻗어나가던 환명오의 몸이 무거워졌다.

“이런!”

-쿵!

마치 몸에 엄청난 무게의 추라도 달아놓은 것처럼 발목까지 바닥을 파고들었다.

겨우 버티고 있었지만 몸이 천근같아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천근추를 펼친 것보다도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게이트 키퍼들이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런 괴이한 능력은 처음 겪어보았다.

‘그렇다면....’

-고오오오!

환명오가 호신강기를 펼쳐서 자신을 움직이지 못하게 억누르는 힘을 차단했다.

그의 예상대로 진기로 몸을 보호하자, 무거워졌던 몸이 다시 자유롭게 돌아왔다.

‘됐다!’

환명오가 다시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당신은 제법이군요 그렇다면...”

그녀가 환명오를 직접적으로 손을 내밀어 밑으로 내리는 시늉을 했다.

“흐헉!”

-쾅!

그러자 자신의 몸이 무거워졌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위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언가가 짓누르듯이 환명오가 고꾸라지고 말았다.

환명오가 쓰러진 바닥을 중심으로 반경 4미터 가량의 땅바닥이 움푹 패었다.

“으으으으!”

그가 십성 공력을 끌어올려가며 몸을 움직이려 해도 소용없었다.

그럴수록 짓누르는 힘이 강해질 뿐이었다.

'차, 착각이 아니었어. 이건 마치 중력....'

-쿵!

가까스로 버티던 환명오의 얼굴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이건 대체?”

천유장 회장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경의 고수인 환명오 이사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 게이트 키퍼들 중 한 사람이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역시 SS급 게이트 키퍼!”

“SS급?”

천유장을 비롯한 용천 그룹 중진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SS급이라니!’

게이트 키퍼들의 급수 중에서 최고 높은 것이 S급이다.

하지만 그런 S급들 중에서도 극소수의 차원이 다른 강함을 자랑하는 자들이 존재한다.

정부에서는 이런 특별한 S급 게이트 키퍼들에게 한 단계 더 높은 급수를 부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SS급이었다.

SS급의 강함은 무림 협회 기준으로는 축(丑)급 이상에 비견될 정도였다.

“어떻게 SS급이 이곳에?”

SS급은 말로만 들어봤지 천유장 역시도 처음 본다.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게이트 키퍼들의 대장인 하현강이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운도 없으시구려. 용 회장님. 중원 전역을 통틀어 단 세 명뿐인 SS급 키퍼 중력마녀 유소화를 상대로 도발하시다니.”

갈색 머리카락 여인의 이름은 유소화.

SS급 게이트 키퍼로 중력(重力)을 다루는 능력자이다.

“그만 나불대고 빨리 수색을 진행하세요. 백 소교께서도 계속 그렇게 서있기만 하실 건가요?”

“아, 알겠습니다!”

백진창 소교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 역시도 그녀의 정체를 미처 몰랐던 모양이었다.

SS급 게이트 키퍼는 방위군 계급으로 대교(대령)와 동일시 쳐주기 때문에 상급자나 다름없었다.

‘미안하오.’

백진창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천유장을 향해 고개를 젓고는 방위군에 명을 내렸다.

“모두 수색을 진행해라.”

“넵!”

방위군들이 일제히 게이트 키퍼들을 따라 부지로 들어오려 했다.

천유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원만하게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수색이 SS급 게이트 키퍼의 등장으로 강제적으로 진행되게 생겨버렸다.

적어도 단전이 봉해지지만 않았어도 자신이 나서겠지만, 지금 이곳에는 저 괴물을 막을 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후후후.”

게이트 키퍼들이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대장 하현강이 비웃음을 흘리며 천유장을 지나치려 했다.

그러던 찰나였다.

[세 번째. 네놈은 나약하다. 교주직을 탐내서 칼을 뽑았으면서도 짧은 기간 내에 본교를 통합할 능력도 갖추지 못해서 혼란만 가중시켰지.]

‘!!!’

-파앙!

익숙한 목소리의 전음성과 함께 바닥에 엎어져 있는 보안 요원들을 지나쳐서 부지로 진입하려던 대장 하현강과 게이트 키퍼들이 일제히 뒤로 튕겨나갔다.

“크헉!”

“으악!”

-쿠당탕!

뒷열에서 따라오던 방위군 병사들마저 부딪치며 같이 넘어지고 말았다.

다시 부지 바깥으로 튕겨 나온 게이트 키퍼들의 모습에 SS급 키퍼 유소화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때 천유장의 앞으로 누군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선조님!”

천여운이었다.

놀라워 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힘이 없으면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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