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또 다른 (1)
인면 가죽 거래점.
그곳은 심양시의 뒷 세계 쪽 사람들도 극소수만 알고 있다.
백종서는 모친인 금오연의 인면 가죽을 교체하기 위해 매 년 주기적으로 방문했다.
갈 때마다 늘 신기했다.
정말 사람의 피부로 만든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들만큼 정교한 인면 가죽들이 거래점의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이런 정교한 기술을 가진 인면 가죽의 가격은 생각 외로 비싸지 않았다.
매번 갈 때마다 늘 손님은 자신들뿐이었다.
극소수의 손님만을 받는 가게가 직원들의 월급은 어떻게 주는가 싶을 만큼 의문투성이인 곳이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그만큼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직원들의 얼굴을 외우다시피 한 백종서였다.
“이보시오. 어쩌다가 이곳에 잡혀 있는 거요?”
과장 능도명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1급 범죄자들 이상만 수용되는 곳이라 들었다.
고문을 해서라도 정보를 캐내야 하는 곳에 그가 잡혀 있는 것이 이상했다.
물론 공안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용도로든 악용될 수 있는 인면 가죽을 만드는 것이 범죄로 칠 수 있겠지만 1급 범죄로 보기는 힘들었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
백종서의 부축을 받는 그의 발음이 이상했다.
분명 보호구를 벗겼는데, 꼭 벙어리처럼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왜 그런가 싶어 살폈는데,
“이런!”
남자의 혓바닥이 잘려있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본인이 이빨로 깨물어서 자살이라도 시도한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끊어졌다.
-철컹철컹!
“으으으! 으으어어! 으어어어어!”
혀가 잘린 남자가 쇠고랑이 걸린 팔을 허우적대며 백종서에게 매달렸다.
뭔가를 절규하는 사람처럼 급박하게 말하고 싶어 하는데, 발음 때문에 좀처럼 알아듣기 힘들었다.
“비켜봐라.”
백종서가 물러나자 천여운이 검지와 중지로 검결지(劍結指)를 만들어 양팔목과 발목을 구속하고 있던 쇠고랑이 날카로운 예기에 의해 갈라졌다.
-서걱!
‘!!!’
혀가 잘린 남자가 놀라워했다.
이것은 특수 합금으로 만든 구속구라 쉽게 자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물론 천여운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놀라는 것도 잠시였고, 혀가 잘린 남자가 허둥지둥 바닥으로 엎드려서는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적는 시늉을 했다.
천천히 한 획, 한 획을 긋는데,
[帮]
‘방.’
[帮]
‘방.’
[我]
‘아!’
천여운과 백종서가 동시에 말했다.
“도와달라고?”
혀가 잘린 남자가 땅바닥에 적은 글자는 도와달라는 말이었다.
“으어어어.”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다른 글자를 적으려 했다.
그때 천여운이 갑자기 그의 목을 오른손으로 움켜잡았다.
“어억!”
“앗!”
갑작스러운 행동에 혀가 잘린 남자를 비롯해 백종서 또한 당황해 했는데, 천여운이 그에게 말했다.
“말해라.”
“으어어어어?”
“알아들을 수 있으니 말해라.”
‘!?’
천여운의 그 말에 혀가 잘린 남자의 두 눈이 커졌다.
자신조차도 발음이 완전히 어눌해져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천여운은 정확하게 알아들었다.
‘어, 어떻게?’
그것은 나노의 능력 덕분이었다.
천여운이 그의 성대에 손을 갖다 대면서 나노가 성대의 울림과 입모양을 통해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분석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가능했다.
“으어어어?”
[정말입니까?]
지금처럼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그의 말을 그대로 알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할 말만 해라.”
“으어어어. 으어어어어.”
[제발 도와주십쇼. 시간이 없습니다.]
“뭐가 시간이 없다는 거지?”
천여운의 질문에 혀가 잘린 남자가 백종서를 애처롭게 쳐다보며 말했다.
[저희 점주께서 위험합니다.]
발음이 되지 않아 어버버 거리는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가득했지만, 모순적이게도 나노의 목소리는 톤의 변화가 없어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점주가 위험하다고 하는군.”
그 말에 백종서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점주가 말입니까?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그러는 겁니까?”
그런 백종서의 질문에 남자가 눈시울이 빨개져서 말했다.
[제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쇼. 부디 같은 교인으로서 부탁드리겠습니다.]
“교인?”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그는 스스로를 교인이라 말했다.
“지금 교인이라고 했나?”
“으어어....”
천여운의 물음에 남자가 우물쭈물거렸다.
‘이 자는 믿어도 되려나.’
블랙 스카이 컴퍼니, 즉 천마신교에 대한 세간의 입지는 최악이라 할 만큼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정체를 절대 밝히지 않는다.
고민하던 남자는 백종서와 함께 있다는 것은 그가 신뢰하는 사람일 거라 판단하고서 입을 열었다.
[저는 천마신교의 교인입니다.]
‘이 사람이 천마신교의 교인이었다니?’
백종서가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태껏 그들이 단순히 인면 가죽 거래소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였다.
그런데 천마신교의 교인이라면 어째서 그 오랫동안 정체를 밝히지 않은 것일까?
의아해하는데 천여운이 말했다.
“어느 종파지?”
남자가 화들짝 놀라서 천여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처음 보는 인물이었는데, 종파를 거론하자 자신이 모르는 교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도 본교인이었나?......혹시 다른 파벌이면 어떡하지?’
현재 천마신교는 세 파벌로 나뉘어서 분쟁 중이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어떻게 해야 망설이던 그는 이내 그것을 따질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자신의 종파를 밝혔다.
[저는 귀환비종에 속해있습니다.]
“귀환비종!”
천여운이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이 자의 입에서 귀환비종이 거론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귀환비종(飛換鬼宗).
그곳은 천마신교의 최상위 종파 중의 하나였다.
중원 전체에 걸쳐서 정보를 통제하고 첩자들을 다루는 조직인 암종(暗宗)을 맡고 있는 주요 종파이기도 했다.
‘그래서 인피면구를 제작할 줄 알았나.’
정보 조직과 첩자들을 총괄하는 암종답게 그곳의 종주들은 대대로 인피면구 제작과 변장의 귀재들이었다.
물론 인피면구가 귀환비종만이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고, 인면 가죽이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해서 그들을 떠올리지 못했던 천여운이다.
“귀환비종이라니!”
금오연이 감옥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 역시도 귀환비종이라는 말에 많이 놀란 듯 했다.
고문의 흔적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환 이사께서도 이곳에 계신 겁니까?”
금오연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혀가 잘린 남자가 그녀를 익숙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으어어어. 으어어어어. 으어어어어어.”
[그 분은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보다도 저희 점주님을 도와주십쇼.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 점주라는 자가 대체 누구기에 그러는 거지?”
천여운의 물음에 혀가 잘린 남자가 불안에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다.
[......저희 소종주님이십니다.]
* * *
공안국에서 남동쪽으로 14km 정도 떨어진 시내.
게이트 경보령이 내려지면서 어두운 밤거리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모든 시민들이 대피소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수많은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시내에서 간판조차 달려 있지 않은 한 허름한 건물이 골목 어귀에 숨겨져 있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이 건물에는 비밀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는 표기 되지 않은 오직 지하 2층에 숨겨진 계단을 통해서만 내려갈 수 있는 지하 3층이 존재했다.
물론 운이 좋아 이곳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을 찾는다고 해도 벽면에 숨겨진 세이프 룸(Safe Room)이 존재했다.
일명 안전 대피소라 불리는 이 방은 두께가 80cm로 된 초합금으로 만들어져서 특수한 코드를 가진 키가 없으면 밖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하아.....”
그 안에는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는 자가 있었다.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사십 대의 사내였는데 초조했는지, 세이프 룸 안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영상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화면은 계단 입구 쪽과 지하 3층 내부 곳곳을 비추고 있었다.
-까득!
사내가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깨물었다.
불안한 행동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누군가에게서 몸을 숨기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하필 게이트 경보령이 내리다니.’
갑작스러운 게이트 경보령 덕분에 예매해둔 지하 고속기차 운행이 중지되고 말았다.
덕분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숨어있는 처지가 되었다.
‘으으으, 딱 30분만 늦게 터졌어도....’
이곳 심양시를 벗어났을 것이다.
이제는 이곳에 숨어서 무사히 위험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만든 세이프 룸은 어지간한 폭발물로도 뚫을 수 없을 만큼 견고하기는 했지만 고립된 것만으로도 불안했다.
‘이곳 심양시도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구나.’
다른 곳에 비해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말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침울해져가는 차였다.
-치칙!
‘어?’
모니터의 화면 중에 하나가 연결이 끊겨버렸는지 화면이 까맣게 되었다.
그것은 건물 내부 로비 쪽에 있는 CCTV였다.
건물의 입구 쪽의 화면에 집중하고 있었던 사내는 당혹스러워했다.
‘다른 곳으로 들어왔구나!’
건물의 모든 창문과 입구들이 게이트 경보령에 맞춰서 셔터가 내려가서 간과했다.
적들은 그런 셔터를 부수고 들어올 만한 능력자들이란 사실을 말이다.
-치칙!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는 CCTV 화면이 꺼져버렸다.
‘젠장!’
사내는 본능적으로 적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초조해진 그가 CCTV 모니터의 아래 있던 기기 장치의 버튼들을 눌렀다.
지하 3층에 있던 트랩들을 가동시킨 것이다.
‘제발 눈치 채지 마라.’
하지만 그런 바람을 무시하듯이 숨겨진 지하 3층의 계단이 뚫렸다.
좁은 복도에 설치 되어있는 CCTV였기 때문에 아주 일순간에 검은 그림자가 화면에 포착되었다.
사내가 CCTV 영상을 되감기를 눌러보았다.
그리고 8배속으로 느리게 슬로우 모드로 감았더니,
-슈슈슈슉!
복면을 쓰고 있는 한 사내가 엄청난 속도로 CCTV 카메라를 검으로 베는 모습이 나왔다.
8배속으로 느리게 했는데도 움직이는 것이 흐릿하게 잡힐 만큼 대단한 고수였다.
-치칙!
‘앗!’
그때 지하 3층의 계단 입구에 있는 CCTV 화면이 꺼졌다.
이제 남은 CCTV 카메라는 두 개 뿐이었는데, 더 이상 적들은 자신들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여섯 명이나 되는 자들이었다.
검은 야전 상의를 입고 있는 자들 중에 팔목에 흰 줄무늬의 견장을 차고 있는 자가 대장이었는지, 그 자가 손짓을 하자 두 명의 사내가 CCTV 카메라에 무언가를 던졌다.
-치칙! 치칙!
동시에 두 화면이 검게 변했다.
이로써 세이프 룸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화면을 잃은 셈이었다.
남은 방어막은 지하 3층에 있는 트랩과 이 초합금으로 만들어진 벽면뿐이었는데, 걱정이 되었다.
‘어떡하지?’
사내의 눈동자가 불안함으로 물들었다.
벽면의 두께가 워낙 두껍다 보니, 소리도 들리지 않아 바깥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사내가 세이프 룸의 한쪽 구석에 세워둔 자신의 도집을 들었다.
긴장으로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약 3분 가량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하아.”
뭔가 세이프 룸 안의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긴장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숨을 쉬는데 입김이 흘러나왔다.
‘이, 이건?’
-쩌저저저적!
사내가 보고 있는 세이프 룸의 벽에 차가운 서리가 생겨났다.
‘급속 냉각?’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얼어붙은 세이프 룸의 벽면으로 푸른빛의 날카로운 검강이 뚫고 들어왔다.
검강은 차갑게 얼어붙은 초합금 벽을 녹이듯이 선을 그리며 하나의 입구를 만들어갔다.
‘젠장!’
-챙!
사내가 다급히 도를 뽑으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 초합금 벽이 부서지며 누군가 세이프 룸 안으로 침입해왔다.
사내가 그 자를 향해 도초를 펼쳤다.
‘비도귀천!’
-촤촤촤촤촥!
비환귀도법(飛換鬼刀法)의 절초인 비도귀천(飛刀鬼天)이 사내의 손에서 펼쳐졌다.
쾌도의 진수라 불러도 될 만큼 빠른 도초가 침입자를 난자하려 했다.
그러나 침입자의 무공 실력은 그보다 훨씬 뛰어났다.
-채채채챙!
화려한 검초로 가볍게 절초를 막아내더니, 이내 사내의 가슴에 일장을 먹였다.
-퍽!
“꺄악!”
그런데 사내의 입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찾았다!”
침입자인 복면인이 그 말과 함께 빠르게 신형을 파고들며 사내의 혈도를 점했다.
-타타타탁!
“이익!”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작 일 초식만에 제압당한 사내는 분한 듯이 복면인을 노려보았다.
복면에 유일하게 드러나는 부위인 눈 쪽에는 특수 고글을 쓰고 있어서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꽉!
복면인이 사내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윽! 무, 무슨 짓이야! 놔!”
사내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자, 복면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움켜잡고 있는 머리채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찌지지직!
머리채부터 시작해 사내의 얼굴 피부가 뜯겨져 나갔다.
피부가 뜯겨지면 당연히 근육과 핏줄이 드러나야 했지만, 놀랍게도 그 안에는 다른 얼굴이 드러났다.
단발에 새초롬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십대 후반의 미녀였다.
“환시아. 이런 곳에 숨어있었군.”
-꽉!
복면인의 그 말에 단발의 여인, 아니 환시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렇게 무사히 넘어가길 바랐는데 결국 잡혀버리고 말았다.
복면인이 뒤에 있는 복면인 대장에게 보고했다.
“목표물을 확보했습니다.”
“철수한다.”
복면인 대장의 그 말에 복면인이 환시아를 어깨에 걸쳤다.
“꺄아아..”
-타타탁!
환시아가 소리를 지르려 하자, 아혈(啞穴)마저 점해서 말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무력하게 제압된 그녀는 이들에게 억류되어 갈 수밖에 없었다.
복면인들은 지하 계단을 올라 건물의 2층까지 올라갔다.
‘아....’
복면인의 어깨에 걸쳐져 있는 환시아의 눈에 2층 복도에 뚫려 있는 창문이 보였다.
역시 입구가 아닌 곳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2층 창문을 입구마냥 그곳으로 뛰어내렸다.
-탁!
골목 어귀에 있는 건물이었기 때문에 사방이 어두웠다.
감시 카메라도 없는 이곳은 전형적인 사각지대였다.
가장 먼저 뛰어내린 복면인이 건물 바로 앞에 있는 바닥의 맨홀 뚜껑을 열었다.
그들은 이동 경로는 바로 하수구였던 것이다.
‘어쩐지 옷에서 구린 냄새가 나더라니....’
환시아가 인상을 팍 구겼다.
하지만 게이트 경보령이 내려져서 차량 이동이 막히고, 사방에 공안 경찰들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최적의 이동 루트이긴 했다.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맨홀 뚜껑을 연 복면인이 먼저 하수구 통로로 뛰어내리려했다.
두 다리를 동시에 맨홀로 점프하는 순간,
-부웅!
“흐헉!”
-쿵!
복면인의 몸이 위로 솟구치더니, 핑그르 돌면서 날아가 건물의 벽면에 부딪쳤다.
-챙! 챙! 챙!
알 수 없는 현상에 당황한 복면인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뭐지?'
환시아 역시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골목의 한쪽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검은 코트를 펄럭이며 걸어오는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천여운이 날카로운 안광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찾았다. 쥐새끼들.”
고글 속에 담긴 복면인 대장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고수로군.'
심상치 않은 적이라고 판단한 그는 환시아를 들쳐 매고 있는 복면인을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맨홀을 향해 고개 짓을 하며 말했다.
“먼저 가라. 내가 놈을 막...”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촥!
뭔가를 베는 소리와 함께 골목 바닥으로 무언가 떨어졌다.
그것은 복면인 대장의 오른팔이었다.
‘!?’
“끄아아아...!”
-꽉!
“우으읍!”
복면인 대장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입을 움켜쥐고서 몸을 위로 들어올렸다.
‘어, 언제?’
-파팟!
어느새 자신들의 한가운데로 파고든 천여운을 발견한 복면인들이 화들짝 놀라서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들에게 천여운이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네놈들을 보내준다 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