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36화 (36/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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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전설 (3)

천여운의 무거워진 눈빛은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 세계로 떨어진지 고작 이틀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곳이 자신이 사라진 후의 세계라는 것을 알게 되자 심경이 복잡해졌다.

‘내가 사라지고 나면.....이런 미래가 된다는 건가.’

차라리 전혀 상관이 없는 시간의 축으로 떨어졌다면 기분이 한결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사라진 후에 격변한 세계를 목격한 셈이었으니, 아무리 마신이라고 한들 평정심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

문득 천여운은 백기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혹시 내가 사라지고 나서 본교가 어떻게 된 건지 상세히 알고 있나?”

그런 천여운의 물음에 금오연이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자그마치 1800년이 넘는 광대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천마신교였다.

아무리 상위 종파의 교인이라고 해도 최근도 아니고 어떤 한 교주의 집권 시대에 벌어졌던 일들을 아주 상세하게 알리는 만무했다.

“소, 송구스럽습니다. 신교의 사기에는 기록되어 있으리라 사료되지만, 본사가 해체된 후로....”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짐작할 만 했다.

사기의 행방을 모른다는 의미였다.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천여운이 질문의 범위를 좁혔다.

“그렇다면 혹시 마룡장종의 문규라는 이름을 알고 있나?”

연인인 문규의 안위가 가장 궁금했던 천여운이다.

“문규.....문규....아!”

그 이름을 곱씹던 금오연이 뭔가를 떠올렸는지 말했다.

“부인이신 일신녀가 아니십니까?”

“부인?”

부인이라는 말에 천여운의 입 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혼례를 치르지 않았지만 실상 그의 아이를 가진 문규는 부인이나 다름없기는 했다.

다만 타인의 입으로 듣자 기분이 묘해졌다.

“25대 교주이신 천운규님의 모후로 알고 있습니다.”

금오연의 말에 의하면 이십사대 교주인 천여운 시대 이후로 교주의 부인들을 신녀라고 칭하며 대부분의 교인들이 이름을 숙지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왕의 이름을 순차적으로 외우듯이 말이다.

천여운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을 딴 건가.’

듣자마자 한 번에 문규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새삼 그녀가 더욱 그리워졌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타임팩이나 타임젯이 필요한데, 중요한 건 이 시대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난감하군.’

어쩌면 타임머신 기술이 만들어지는 시대까지 기다려야 할 지도 몰랐다.

오령의 진원을 흡수하여 영생을 얻게 된 천여운이기에 굳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뭔가 방법을 강구해야 해.’

그렇게 다시 한 번 원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가다듬고 있는 천여운에게 금오연이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어찌 이신녀에 대해선 여쭙지 않으시는지....”

“이신녀?”

금오연의 말대로라면 신녀가 붙였다면 교주 부인을 의미했다.

그런데 자신에게 문규 이외의 아내가 될 여인이 있을 리가 없다고 여겼는데,

“이신녀 왕여군님은?”

“하아.....”

천여운이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천여운은 무림에 있던 시절 단 두 명의 여인과 관계를 맺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왕여군이었다.

그녀는 천여운의 시대에서 절대강자로서 가장 명성을 날리던 오대고수의 일인인 무쌍검 왕전의 여식이었다.

마도관 시절부터 교분을 쌓아온 문규와 달리 왕여군은 구음절맥을 치료하기 위해 피치 못해 관계를 맺었었다.

‘결국 그렇게 진행 되었나. 후우.’

짐작 가는 몇 명이 있었다.

왕여군을 거의 천여운의 연인 혹은 부인 대우를 해주던 두 사람.

아마도 그 두 사람의 입김이 작용한 모양이었다.

'하아....문규가 허락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녀와의 교분은 문규에 비하면 턱없이 적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왕여군은 둘째 부인이 되어있는 셈이었다.

졸지에 두 여인을 과부로 만들어버린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왕여군.....’

돌아가야 할 이유가 더 늘었다.

어찌 되었든 천여운이 금오연에게 알 수 있는 것은 천마신교의 역대 교주들의 이름 정도와 대략적으로 어떤 분위기로 흘러왔는지 정도였다.

어차피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어째서 지금과 같이 엉망이 되었느냐 였다.

“본교가 어째서 와해된 거지?”

실망스럽다는 듯한 천여운의 말투에 금오연이 머리를 푹 숙였다.

대 천마신교의 후손으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시절을 이끈 2대 천마인 천여운에게 부끄럽고 죄송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천마께는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됐으니, 말해라.”

“......저의 경우는 일선에 직접 뛰어든 것이 아니라 남편, 아니 순각종의 전대 종주에게 간간히 회사의 상황을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교인이긴 했지만 모든 정보들을 접할 수 없는 위치였다.

종주의 신분이 아니기에 중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가 한 말처럼 남편인 전대 종주에게 단편적으로만 들어왔다.

“아마도 이 사건이 본사가 무너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때는 28년 전.

대재앙의 시작이라 불리는 퍼스트 디멘션 게이트(First Dimension Gate)가 열린 해였다.

그 전만 하더라도 무림은 여전히 수면 위에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었다.

영화나 무협지에서 볼 법한 세상이 무림이었다.

“당시에 저희 무림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자들이라고 해봐야 재계나 정치권의 높은 직위를 가진 자들 정도가 다였죠.”

과거에도 그러했다.

무림인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관(官)이나 황실, 상인들 정도였다.

그렇게 은밀히 수면 아래에 있던 무림인이 드러난 것은 전 세계, 아니 지구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디멘션 게이트로 인해서였다.

갑작스럽게 열려버린 게이트.

그리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수많은 재앙들.

그 날을 기준으로 수면 아래 있던 무림과 특별한 인간들이 위로 부상하고 세상의 많은 것이 바뀌게 되었다.

“제가 젊은 시절만 하더라도 아시아 연맹이니, 유럽 연맹이니 하는 연맹정부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게이트로 인해 수많은 도시가 파괴되면서 세계는 변혁했다.

단순히 하나의 국가만으로 대재앙에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세계는 단합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연맹정부의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이 과정에도 여러 잡음이 많았죠.”

모든 국가들이 처음부터 연맹으로 들어가려 했던 것이 아니었다.

중화인민공화국도 그 중 하나였다.

연맹제를 강력히 반대하는 중심에는 위진용 국가주석(중화인민공화국 국가원수)이 있었다.

“......이때 하나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러시아와 인접해있던 후윤패이시에서 그 사건이 일어났다.

중화인민공화국과 마찬가지로 연맹정부제를 반대했던 러시아의 총리와 양국 정상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대학살극이 벌어진 것이었다.

"학살극?"

"네. 세계 언론에도 보도 될 만큼 큰 사건이었죠."

그곳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위진용 국가 주석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 그리고 러시아의 총리인 아고노프와 외교부, 국방부 장관이 전부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없었다면 아시아 연맹 체제가 성립되기까지 긴 난항을 겪었을 지도 몰랐다.

“흠.”

천여운 또한 신음성을 흘릴 만큼 놀라워했다.

이것은 게이트가 열린 이래로 최악이라 불릴 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발했다.

“뭔가.....잘못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직도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금오연이 치가 떨렸는지 이를 갈면서 말했다.

“후윤패이시에서 있었던 정상 회의장의 학살극 범인으로 저희 천우진 회장께서 지목되신 겁니다.”

“뭐라고?”

천여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뜬금없이 양국의 정상 회의에서 벌어진 학살극에 연루된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공교로운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회장님께서도 비즈니스 문제로 후윤패이시로 직접 출장을 가셨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어떻게?”

“.....검찰 측에서 보낸 소환장에는 회장님께서 양국 정상 회의장으로 출입하는 CCTV 카메라 영상 기록이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CCTV?”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학살 사건이 벌어진 건물의 대부분의 CCTV 카메라는 전부 손상된 상태였다.

그런데 유일하게 멀쩡했던 것이 출입구의 CCTV뿐이었다.

“고작 그것만으로 증거가 될 수 있나?”

그런 천여운의 물음에 금오연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

-뿌득!

“회장님께서 소환되어서 검찰 조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증인과 증거물이 제출되었습니다.”

“증거물?”

증거물은 부검 조사가 되었던 연회장의 모든 시신들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남아있는 모든 시신들의 상처에는 천마신교의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검법인 천마검공의 초식이 검흔으로 남아있던 것이었다.

“뭐?”

천여운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천마검공의 검흔?’

천마검공은 천마신교의 개파 조사인 천마가 남긴 검법이었다.

그 검법은 초식의 운기 행로를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절대로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원래 천마검공은 실전되어 천여운만 익힌 검법이다.

하지만 천여운이 이쪽 세계로 넘어오기 전에 조부인 전 태상교주 천인지에게 운기 행로를 전수했기에 검법의 대가 이어진 듯 했다.

“대체 그 부검 결과는 누가 낸 거지?”

천여운의 물음에 금오연이 분하다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결과는.....각 파에서 파견된 무림인 출신 조사관들이 시신 부검에 참여하면서 낸 공통된 의견이라고 했습니다.”

블랙 스카이 컴퍼니, 아니 천마신교 측에서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현대에 와서도 무림인들의 분쟁은 여전했다.

그런 상황에 분쟁 세력들을 데리고 와서 부검을 했으니, 어떤 식으로든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만무했다.

“정파 무림협회, 오신 그룹, 블레이드 식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건의 범인을 천우진 회장으로 몰아갔다.

천마신교를 제외한 모두가 적이 된 상황이었다.

-쿠구구국!

천여운이 지팡이처럼 누르고 있는 천마검의 검신이 바닥을 더욱 파고들었다.

분노한 그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처, 천마님.”

“계속......말해라.”

무거워진 천여운의 목소리에 당혹스러워하던 금오연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결국 검찰 측에서는 법원에 정상 회의 학살극의 범인으로 지목한 천우진 회장에 대한 사형 구형을 요청했다.

대국이라 할 수 있는 양국의 원수가 죽은 사건이기 때문에 블랙 스카이 컴퍼니로서도 어떻게 손을 써볼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무림이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더더욱 시민들과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저희는 어떻게든 회장님을 구원하기 위해서 항소했습니다.”

금오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때만 생각하더라도 분하고 억울한 것 같았다.

“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회사에 소속된 최고의 변호인단으로 구성하여 항소를 했지만 모든 증거가 천우진 회장을 가리키고 있어서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었다.

소속된 변호인들조차도 구형을 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했다.

“변호인단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사형만이라도 면하게 해보는 것이었죠.”

변호인단은 검찰 측과 교섭을 요청했다.

무조건적인 사형만을 집행하려고 하는 그들에게 천우진 회장이 사형되게 되면 일어날 사회적인 부작용들을 알렸다.

“결국 검찰 측에서도 한발자국 물러나 무기징역으로 구형을 낮췄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게이트가 열리면서 특수 능력자나 다름없는 무림인들의 힘이 많이 필요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현 무림의 네 파벌 중 하나인 블랙 스카이 컴퍼니의 구심점인 천우진 회장을 사형시키면 혼란이 가중될 거라 판단해서였다.

국무원이나 검찰 측에서는 천우진 회장을 죽이지 않고 수감시킨 후에 블랙 스카이 컴퍼니의 무림인으로서의 힘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나 저희 쪽도 간과한 부분이 있었죠.”

그것은 무림 파벌들의 움직임이었다.

천마신교의 분쟁을 해오던 각 세력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블랙 스카이 컴퍼니에 압박을 가해왔다.

“그들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덩달아 양국의 원수를 살해한 범인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오명을 쓰게 된 블랙 스카이 컴퍼니는 불매 운동부터 시작해 주가가 폭락 하면서, 고작 일 년 만에 최악의 경영 악화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런 여러 요인들이 벌어지는 와중에.....”

그녀가 뒷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리자 천여운이 차갑게 식은 목소리로 다그쳤다.

“말해라!”

힘이 들어간 목소리에 망설이던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회사 내부에서 경영권 승계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최대 주주이자 교주인 천우진 회장의 부재는 갈수록 크나큰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아무리 교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블랙 스카이 컴퍼니라고 해도 상황이 이러하니, 회사가 부도나는 것을 막자는 여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그 해법이 바로 차기 교주직이자 경영 승계였다.

“하나, 회장님이 건재하실 때와 달리 내부 상황도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천우진 회장의 두 아들인 천유성 이사와 천유장 본부장이 여러 시험들을 통해서 승계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회장이 부재하자 결정권자가 없어지면서, 두 아들 간의 분쟁이 일어났다.

그런 와중에 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천우진 회장님의 아우 되시는 천우경 전무님이 두 분의 승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하신 겁니다.”

천우경 전무는 회장의 두 아들들의 무능함을 꼬집고,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 두 사람이 경영권을 물려받게 되면 회사가 부도나 해체될 것이라 주장했다.

그 의견은 많은 교인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내부는 삼파전으로 나뉘게 되었다.

힘을 합쳐서 경영 악화를 극복해도 모자랄 판국에 내부 전쟁으로 이어지니 결과는 뻔할 뻔자였다.

“결국 분쟁만 계속되고 경영 악화를 해결할 수 없었던 본사는 더 이상 회생불가의 지경까지 이르렀고...”

블랙 스카이 컴퍼니는 공식적으로 해체되고 말았다.

이것이 현대로 이어진 천마신교가 와해되기까지 과정이었다.

금오연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차마 천여운의 얼굴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런 사정이 있었다니.....’

백종서 역시도 망연자실한 얼굴이 되었다.

처음으로 어머니를 통해 천마신교, 즉 블랙 스카이 컴퍼니가 해체한 과정을 듣게 되었는데,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절대적인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세 명의 교주 일가의 싸움 역시도 해체에 한몫을 했음을 어떤 식으로든 부정할 수 없었다.

‘노여워하시는 것도 당연하다. 아아 부끄럽구나.’

아무 말도 없는 천여운의 반응에서 분노했음을 알아차린 금오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의 탓이 아니었지만 교인으로서 천마를 뵐 낯이 없었다.

그렇게 눈치를 보던 차였다.

-드드드드드드!

“헉!”

갑자기 폐공장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떨려왔다.

놀란 백종서가 벌떡 일어났다.

-쩌저저저적!

흔들거리는 폐공장 건물의 벽으로 균열이 일어나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백종서가 당황하여 천여운과 금오연에게 이곳을 나가야 한다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엇?’

폐공장이 떨리는 그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천여운이 바닥에 꽂아 넣은 천마검의 검신이 굉장히 빠르게 떨리고 있었는데, 그것을 중심으로 심하게 균열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처, 천마이시여!”

금오연 역시도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무시무시할 만큼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는데, 너무나도 두려웠다.

천여운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고작 이런 꼴을 보게 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자신의 피를 이어온 자들이 이렇게 실망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들부들!

천여운이 눈앞에서 떨고 있는 금오연과 백종서를 바라보았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분노의 감정만큼이나 무거워졌다.

두 모자는 천마신교의 충성스러운 순각종의 후예였다.

이런 그들이 오랜 세월을 도망자의 신세로 떠돌면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있다.

‘자랑스러운 천마신교의 교인들을 이 꼴로 만들었다?’

-쩌저저저적!

-쿠르르르!

천여운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자, 폐공장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균열이 일어나면 천장 째로 내려앉을 판국이었다.

“처, 천마이시여!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혀 주십쇼!”

백종서가 자신의 어머니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몸으로 위를 막아서며 외쳤다.

더 있다가는 정말 사달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탁!

그때 천여운이 천마검에서 손을 뗐다.

-슈우우우우!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폐공장의 떨림과 균열이 멈춰졌다.

두 모자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순각종의 후예들이여. 고생이 많았다.”

뜻밖에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부드러운 위로였다.

질책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따뜻한 말이 나오자 두려워하던 금오연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혔다.

-쿵!

“처, 천마이시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후손으로서 정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녀가 바닥에 이마를 박으며 외쳤다.

그런 금오연과 백종서를 바라보던 천여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손으로 끌어올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바닥에 깊게 박혀 있던 천마검이 뽑혀져 나오며 그의 손에 쥐어졌다.

-콰콰콰! 착!

“죄를 지은 놈들은 따로 있지.”

천마검의 은은한 검신에 비치고 있는 천여운의 눈매가 검처럼 날카로워졌다.

두 사람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천여운은 감정을 추스르면서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었다.

그것은,

“바로 잡겠다.”

‘!!!’

천여운의 입에서 나온 말에 금오연과 백종서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전설이라 불리는 제 2대 천마인 천여운이 와해된 천마신교를 다시 바로 잡겠다고 천명을 내린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아아.....’

다른 사람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다면 크게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천여운의 입에서 나오자 그들을 고양시키기에 충분했다.

백종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블랙 스카이, 아니 본교를 다시 살리시려는 겁니까?”

“내 말이 허언으로 들리나?”

“아, 아닙니다!”

“내가 이 꼴을 본 이상 내버려둘 것 같나. 다시 원래의 천마신교로 되돌려 놓는다.”

“오오오....천마이시여.”

강력한 의지에 금오연이 감격스러운 눈으로 천여운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귓가로 천여운의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 되면 다 쓸어버려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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