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34화 (3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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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전설 (1)

‘비, 빌어먹을...’

능도명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내심 강력반의 3팀장인 이명의 총알이 운이 좋아, 백종서를 맞추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적이 일어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나타났다.

“켁켁!”

이명은 등 뒤에서 뒷목이 붙잡혀서 대롱대롱 매달려서 괴로워했다.

게다가,

‘지.....진짜로 구하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천여운의 한손으로 안고 있는 여인은 금오연이 틀림없었다.

그가 직접 백종서의 자택에서 체포하여 방벽 바깥의 안가로 이송시켰기 때문에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대, 대체 무슨 수로?”

분명 게이트 경보령이 울렸다.

게이트가 열리게 되면 재앙이 일어난다.

방위군까지 출동하여 분명 전장터가 되었을 텐데, 그 혼란 속에서 저 여인을 구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머니!”

백종서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어머니가 무사한 모습을 보고나자, 긴장했던 것이 풀렸는지 다리마저 떨렸다.

‘정말로 구해주시다니....아아아.’

천여운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더욱 신뢰가 깊어졌다.

천마임을 떠나서 평생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괴로운 이가 있었다.

“켁켁! 이, 이놈....”

이명은 뒷목이 붙잡혀서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벌써 두 번째였다.

‘또 잡히다니?’

그에게 있어서 황당하면서 굴욕적인 일이었다.

무가의 혈통을 이었는데도 무공을 펼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이 이렇게까지 치욕스럽게 느껴진 것은 오랜만이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바닥에 떨어뜨린 기관소총에 눈이 갔다.

뒷목을 붙잡혔을 뿐인데 온 몸이 경직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호의를 보였는데, 또 내 눈에 거슬리는 짓을 한다는 것은 충분히 각오한 거겠지?”

‘호의?’

천여운의 그 말에 이명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만약 응급실의 외과 의사에게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 말을 한 귀로 흘렸을 것이다.

[공안국 강력반 팀장님이라고 하시더니, 확실히 프로는 프로답군요. 대단합니다.]

[네?]

[흐음. 일단은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자세히 알겠지만, 얼핏 봐서는 총알이 깔끔하게 관통했습니다. 어깨도 그렇고 허벅지도 뼈가 아니라 살을 통과했습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닐 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천여운의 말을 듣고 나니,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컥컥.....”

뭔가를 말을 하고 싶었지만 뒷목이 붙잡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때 천여운의 그의 뒷목에서 손을 뗐다.

발버둥 대던 발바닥이 당연히 바닥으로 떨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둥둥!

“이, 이게 뭐야?”

그의 몸이 허공에 떠있었다.

당황했던 그는 이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허공섭물!”

무가의 자식인 만큼 당연히 기본적인 지식은 있었다.

고수임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직접 허공섭물에 의해 수모를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

혹시나 몸을 움직일 수 있을까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으으으!”

그런 그를 두고서 천여운이 안고 있던 금오연을 내려주었다.

금오연이 떨리는 눈으로 폐공장의 가운데 서있는 백종서를 바라보았다.

백종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왔다.

-와락!

“내 아들. 흑흑.”

“어머니.”

모자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들인 백종서는 죄스러움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어머니인 금오연은 살아서 아들을 보게 된 행복으로 눈물바다가 되었다.

두 모자는 실상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 가까웠었다.

어머니를 인질로 잡힌 것도 모자라 나노 폭탄을 몸에 심고 있었던 백종서.

인질로 아들의 발목을 붙잡은 데다 게이트가 열린 상황에 방벽 바깥에 있었던 금오연.

그들에게 있어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거지?’

영문을 모르는 이명으로서는 의아할 뿐이었다.

두 사람이 모자 관계인 것은 알겠는데, 왜 저렇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네놈은 전혀 모른다는 눈치로군.”

천여운의 그 말에 이명이 반문했다.

“모른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공안국의 형사라면 네놈들이 무슨 짓을 벌인 건지 정도는 알 것 아니냐?”

그 물음에 이명은 답답해졌다.

같은 공안국에 있어도 부서가 다르거나 기밀 임무라면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폐공장에 죽어있는 기동 타격 대원들은 특수 전담부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차피 식스 로드 토이에서 녀석을 알고 있다면 더 이상 쓸모가 없지.]

-치칙!......폐기하시려는 겁니까?

[어차피 그런 용도였지 않나.]

-치칙! 알겠습니다.

[집결 위치를 보낼 테니 고 팀장에게 놈들을 유도하게 하고, 그곳에 제 4, 5기동 타격대와 특수 전담 요원들을 전부 집결시키게.]

이명은 국장실에 설치해둔 도청기로 이 같은 정보를 듣고서 온 것이었다.

믿고 따랐던 국장 상유근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했다.

아직도 도청기로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놈의 신분 기록은 이쪽에서 파기할 테니, 사살이 완료되면 보고하게.]

이명은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로 도청으로 들은 대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저 시신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오히려 기동 타격 대원들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게 되자, 이명은 국장이 정말 위험한 자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이런 위험을 감수한 것인가라는 생각마저 하게 되었었다.

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흠?’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였다.

아무래도 이명의 반응을 보면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듯 했다.

‘재미있군.’

그렇다면 그가 과연 진실을 알고도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궁금해졌다.

천여운이 폐공장의 한편으로 손을 뻗었다.

“어어엇!”

그러자 멀리서 점혈을 당해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능도명이 강제로 끌려왔다.

천여운의 앞으로 끌려온 능도명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이놈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눈치인데, 네놈들이 벌인 일을 말해줘라.”

“그, 그건....”

능도명의 말문이 막혔다.

자신들이 하는 일은 기밀사항이었다.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더러운 일도 많이 연루되어있기 때문에 일반계 형사들에게 알려져선 안 될 내용들이었다.

‘젠장. 이놈은 왜 이런 짓을?’

당연히 기관소총을 겨냥한 놈이니 죽여 버릴 거라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이런 난처한 상황을 만들 줄은 몰랐다.

바로 그때였다.

-딱! 팡!

그의 왼쪽 가슴에 나노 폭탄 하나가 터졌다.

“끄아아아악!”

능도명이 비명을 질렀다.

손바닥이랑 발바닥에 나노 폭탄이 터질 때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하필 부위가 좋지 않았다.

‘가, 가슴이!’

왼쪽 가슴의 젖꼭지가 나노 폭탄에 날아가 버렸다.

나노 폭탄이었지만 작은 폭발에 옷이 타버려서 그것을 정면으로 보게 된 이명이 눈살을 찌푸렸다.

‘젖꼭지가.....’

뭐라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손가락을 튕겼을 뿐인데 젖꼭지가 터진 현상을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천여운이 고통스러워하는 능도명에게 말했다.

“말해줘라.”

“끄으으으으....”

“말이 나오지 않나 보지.”

천여운이 손을 들어 올리더니, 그의 앞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히익!”

일순간에 얼굴이 창백해진 능도명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차라리 여기서 자신만 알고 있다가 죽는 편이 훗날을 위해서도 나았지만, 희생이란 단어는 실질적으로 행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망설이는 사이에 천여운의 손가락이 전부 접혔다.

-딱! 팡!

“끄아아아아아악!”

능도명의 오른쪽 젖꼭지가 나노 폭탄에 날아갔다.

옷의 양쪽 가슴 부분만 타들어가서 묘한 느낌마저 주었다.

같은 공안국 형사인 능도명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이명이 만류하려 했다.

“그만 둬! 네놈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타타탁!

하지만 아혈이 점해지면서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천여운이 다시 다섯 손가락을 펴면서 그의 하반신의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그곳 왼쪽이다.”

‘!!!!’

고통스러워하던 능도명의 눈동자가 지진이 일어났다.

천여운의 시선이 향하는 곳만큼 절대로 견딜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아, 안 돼!'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명조차 같은 남자로써 그것을 지켜볼 수 없었는지 두 눈을 감아버렸다.

-슥!

천여운의 손가락 하나가 접혔다.

그 순간 능도명이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미친 듯이 소리쳤다.

“말하겠습니다! 전부 말하겠습니다!”

항복 선언이 나왔다.

천여운이 한 손가락이 접혀 있던 손을 내렸다.

그곳(?)을 잃을 뻔 했던 능도명이 식은땀으로 젖은 얼굴로 모든 진실을 밝혔다.

공안국 특수 전담부 2과인 그들이 무슨 일을 벌인 것이고, 국장 상유근에서 어떤 명령이 떨어졌었는지 말이다.

‘......어떻게.....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짓을!’

이를 듣는 이명의 표정은 가관이 아니었다.

실망감을 말로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역시도 강력반 형사이기 때문에 간혹 범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함정 수사도 하고, 잠복근무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고자 민간인을 인질로 삼진 않는다.

게다가 그 임무가 실패했다는 이유로 제거를 하는 것은 공안국 경찰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 모든 게 국장님의 입에서 나왔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청렴 강직을 모토로 하는 국장 상유근이 이런 인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믿고 있던 정의와 가치관이 무너져 내렸을 때, 사람의 실망감은 극치에 이르게 된다.

이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실망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이명의 눈빛에 모든 진실을 밝힌 능도명이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말했다.

“그렇게 혐오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지 말게. 범죄를 막기 위해 피치 못한 희생을 내는 것이 무에 잘못이란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정의를 지키나?”

이명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의 해명은 비겁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능도명이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둠을 밝히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알지 않나? 국장님과 나는 그저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간 것뿐이야.”

이런 말을 하면서도 능도명 역시도 모순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라고 처음부터 이런 일을 달가워했겠는가.

한 번 행하면서 점차 무뎌진 것뿐이었다.

“큭,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군. 본인은 다르다는 듯이 순진한 척 하지 말게. 자네 집안 역시도 정파라는 허울 아래 이보다도 더 많은 피를 보면서 가업을 쌓지 않았나.”

-움찔!

그 말에 이명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본과의 기록을 찾아보게.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연 컴퍼니도 더러운 짓거리를 많이 했으니 말이야. 모용이명 팀장.”

“모용이명?”

그때 천여운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이명의 몸 상태를 살폈었기 때문에 무림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여겼지만, 그 정체가 모용가의 사람일 줄은 몰랐다.

“네놈이 강력반 제 3팀장 모용이명이었나?”

‘어떻게 그걸?’

자신의 신분을 정확하게 알자 이명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호오. 공교롭군.”

천여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블레이드 식스의 지령 종이에 적혀 있던 이름이었다.

그것에 강력반 제 3팀장 모용이명을 확보하라는 지령이 있었기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궁금하던 차였는데,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었다.

‘혹시 이것과도 관련이 있나?’

천여운의 시선이 모용이명의 단전 쪽으로 향했다.

마침 잘 됐다는 생각에 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에게 다가와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

그녀는 금오연이었다.

‘......?’

눈물을 흘리면서 엎드려 있는 그녀의 모습에 능도명과 이명이 의아해했다.

금오연의 옆에서 백종서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두 사람의 해후가 끝난 모양이었다.

‘흠. 조금 후에 해야겠군.’

-타타타탁!

천여운이 손가락을 뻗어 능도명과 이명의 혈을 짚었다.

기절시키는 훈혈을 점혈 당한 두 사람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일어나라.”

천여운의 말에도 불구하고 금오연이 그대로 엎드린 채로 말했다.

“천마이시여. 백 번, 천 번을 죽어도 이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천여운에게 감사했다.

천마신교의 절대적인 위치인 천마임을 떠나서 평생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금오연은 이 자리에서 크나큰 맹세를 했다.

“천마이시여. 비록 가진 무공도 잃고 힘없는 아낙에 불과하지만, 저는 은혜를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이 아닙니다. 부디 대업에 일조할 수 있도록 받아주시옵소서.”

‘.....어머니.’

그런 금오연의 말에 백종서는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원래 독실한 교인이었다.

하지만 오직 아들을 지키겠다는 신념 때문에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 평생을 도망자로 살았다.

“불민한 교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시옵소서!”

사실 백종서는 모르고 있었지만 금오연은 천마신교를 재건하고자 하는 재건파가 접근 해왔을 때, 자신의 단전마저 파훼시켰다.

평생을 아버지 없이 도망자의 삶을 살게 했는데, 아무런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도 본교의 재건을 위해 아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은 모성애 때문이었다.

스스로의 무공을 버리는 결의마저 보였기 때문에 재건파에서도 그녀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 치가 이렇게 바뀌다니.’

여전히 오해하고 있었지만 금오연은 천여운이 옥 중인 회장, 즉 교주의 장자라 생각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자는 천마신교를 재건할 능력이 부족한 위인이었다.

힘없는 구심점은 분란만 낳는다고 생각하기에 그녀는 아들의 미래와 마지막 남은 순각종의 혈통 보존을 위해 천마신교를 자신의 가슴에 묻어두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저는 보았습니다. 천마님께서 행하시는 그 절대적인 위엄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천여운의 무위를 확인한 그녀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드디어 천마신교가 부활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다.

“무얼 하는 게냐. 종서야. 너도 천마께 충성을 맹세하거라.”

“네?”

금오연의 그 말에 백종서가 의아해했다.

원래부터 교인으로서 천마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왜 또 다시 충성 맹세를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서!”

그녀의 강경한 목소리에 백종서가 얼떨결에 엎드렸다.

그렇게 엎드리자 금오연이 큰 소리로 말했다.

“순각종은 회장님의 장자이신 천유성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저희는 본교의 법도대로 천마검을 얻으신 당대 천마이신 천유성님을 차기 교주로 지지합니다!”

그녀의 말에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단순한 충성 맹세처럼 들렸지만 차기 교주로 지지한다는 말이 걸렸다.

“차기 교주로 지지한다고?”

그런 천여운의 반문에 금오연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언짢으신 줄은 알겠지만, 숙부이신 천우경 전무님과 차남이신 천유장 본부장님과 차기 교주직을 두고서 분쟁 중이라 고 부장에게 들었습니다.”

-쿵!

그 말과 함께 금오연이 다시 머리를 바닥에 찍으며 말했다.

“아들과 두 명뿐인 순각종이지만 저희는 본교의 법도에 따라 천유성님을 지지합니다.”

‘하!’

금오연의 말에 천여운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들다가 그의 그런 표정을 발견한 금오연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희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파들 역시도 천유성님께서 당대 천마가 되신 것을 알게 된다면 모두가 지지할 겁니다!”

이 말만으로 천여운은 대략적인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블랙 스카이 컴퍼니, 아니 천마신교는 해체한 것도 모자라서, 여태껏 재건을 하지 못한 이유가 차기 교주직을 두고서 분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왜....왜 그러시는 거지?’

충성 맹세와 교주직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싸늘해진 천여운의 반응에 금오연은 어쩔 줄 몰라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본교의 상황을 모친에게 전혀 듣지 못한 백종서 역시도 가시방석이긴 마찬가지였다.

-차차차차차착!

천여운의 손목에 있던 흑철이 천마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천마검을 손에 쥔 천여운이 폐공장의 바닥을 향해 검끝을 내리 찍었다.

-쾅!

천마검이 꽂힌 바닥을 중심으로 균열이 일어났다.

영문을 몰라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모자에게 천여운이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본교를 아주 엉망으로 만들었구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천여운이 코트의 안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엎드려 있는 그들에게 던졌다.

그것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옥패였다.

옥패의 한가운데에는 초대 천마의 직인인 천마령(天魔令)과 함께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天魔神敎 二十四代 敎主 天黎雲]

천마신교 이십사대 교주 천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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