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32화 (3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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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코어 (1)

도강(刀罡).

그것은 기를 응축시킨 강기를 도의 형태로 발현한 것이다.

그 날카로움과 파괴력은 단순한 도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알파 뿔자칼의 딱딱한 피부와 뿔은 그런 도강마저 견뎌낼 만큼 엄청난 견고함을 자랑했다.

-쿵!

그런 알파 뿔자칼의 몸이 반으로 쪼개져서 쓰러졌다.

놈을 직접 상대해봤던 팽능겸은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대체 저 자는 누구...엇?’

팽능겸의 두 눈빛이 놀라움으로 가득해졌다.

엄청난 속도로 경공을 펼칠 때는 흐릿하게 보였는데, 알파 뿔자칼을 베면서 멈춰선 그 자의 모습이 보였다.

긴 코트를 펄럭이면서 검은 슈트를 입고 있는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방호복을 입지 않았어?’

방벽 바깥은 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팽능겸 역시도 호신강기나 진기로 몸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장시간 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 없기에 방호복을 입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그를 놀라게 만든 것은,

‘저 여인을 안고서 알파를 베었다고?’

천여운의 품에는 한 오십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안겨 있었다.

저 모습만 보면 어떻게 방벽 밖으로 나온 사람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때 천여운이 알파 뿔자갈의 시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쿠드드득!

그러자 반으로 쪼개져 있던 알파 뿔자칼의 좌측 부위의 단면이 불룩해지더니, 이내 무언가가 살점을 뚫고서 튀어나왔다.

사람의 머리통만한 흑색의 구체였다.

“앗! 코어다!”

“코어!”

주변에 있던 게이트 키퍼 몇 명의 입에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죽은 알파 뿔자칼의 몸에서 튀어나온 것은 바로 코어였다.

정확한 명칭은,

[게이트 코어(Gate Core)입니다.]

천여운의 뇌 속에 있는 나노가 이것을 설명했다.

‘게이트 코어?’

[그렇습니다. 일반 위험 개체의 핵과 비슷하지만 게이트를 유지하는 에너지 파장이 연결되어 있는 중심부입니다.]

‘게이트란건 북서쪽에서 느껴지는 그 기운 맞지?’

[맞습니다. 파장이 연결된 코어의 외피(外皮)를 부수면 게이트가 닫히게 됩니다.]

나노의 설명에 천여운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연경의 경지에 오른 천여운의 기(氣)를 감지하는 능력을 일반적인 무인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알파 개체를 베고서 그냥 가려던 천여운이 잠시 멈춰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비슷하군.’

천여운은 코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열려있는 26번 게이트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파장과 동일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계속 열어두면 이런 이형의 괴물들이 계속 튀어나오겠군.’

[그렇습니다.]

‘흠.’

인상을 찡그리던 천여운이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알파 뿔자칼의 잘린 단면에서 튀어나온 코어가 천여운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탁!

코어를 손에 쥔 천여운이 공력을 끌어올렸다.

‘제법 단단하군.’

생각보다 외피가 단단했지만 깨부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쩌저저적!

검은 외피에서 균열이 일어났다.

유리가 깨지듯이 갈라지기 시작한 코어의 외피가 표면 전체로 이어지더니,

-파앙!

갈라진 틈새에서 강한 에너지 파장이 터져 나왔다.

-슈우우욱!

파장은 외피가 부서진 코어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파장이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끊임없이 몰려오던 뿔자칼 떼가 멀리서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는 반대로 서쪽을 향해서 내달렸다.

‘호오?’

마치 게이트가 닫기 전에 돌아가려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위험 개체들이 돌아간다!”

“우리의 승리다!”

“와아아아아아!!!”

그 광경에 방벽 아래에 있는 보병들과 위에 있는 군인들이 함성을 질렀다.

개체형들의 특징은 코어가 부서지면 일제히 퇴각하는 데서 전쟁이 종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방벽의 앞에서 보병들을 지휘하는 부사관들이 소리쳤다.

“방심하지 마라! 아직 남아있는 놈들이 있다!”

“놈들을 제거해랏!”

코어가 부서졌다고 모든 뿔자칼들이 도주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1, 2km 밖의 뿔자칼들은 퇴각했다.

한데 방벽 근처에 있던 백여 마리에 이르는 뿔자칼들은 마치 도주하는 동족을 엄호라도 하듯이 남아서 보병들과 게이트 키퍼들을 공격했다.

지성이 없다고 하기에는 집단 전략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슈우우우우!

코어의 외피가 부서지면서 가루처럼 흩어졌다.

그런데 그 안에는 놀라운 것이 들어있었다.

환한 LED 전구처럼 빛을 내뿜고 있는 주먹만 한 구체가 부서진 외피 속에서 드러났다.

[순수 코어입니다.]

‘호오....꼭 진원과 비슷하군?’

이 주먹만 한 구체에서 굉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진원처럼 영력(靈力)이 깃든 것은 아니었지만 순수한 에너지의 결집체라고 보아야 했다.

‘운이 좋군.’

천여운이 내심 흡족해했다.

게이트라는 거슬리는 것도 닫았는데,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볼일은 전부 끝났으니 금오연을 치료하려면 빨리 방벽 바깥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그때 누군가 그에게 다가왔다.

“허어, 방호복도 입지 않고 방벽 바깥으로 나오다니 참 위험한 짓을 하셨소.”

그는 심양시 게이트 키퍼들의 대장인 도정락이었다.

단 일수에 알파 뿔자칼을 베는 광경에 넋을 놓고 있던 그는 방호복도 입지 않은데다가 누군가를 품에 안고 있는 천여운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하아....하아....”

금오연의 창백한 얼굴에 두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상태가 나빠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도정락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오염된 독성물질에 중독된 것 같은데 괜찮소?”

그 말과 함께 그가 허리춤에서 팩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작은 산소통 같은 것이 부착된 호흡기였다.

“이걸 쓰시오.”

“이게 뭐지?”

“방호 헬멧이 부서져서 독성 물질에 노출되면 쓰는 호흡기요. 내가 알기로 이 산소통에 독성물질을 억누르는 백신이 있소. 이걸 쓰면 좀 안정될 것이오.”

도정락의 호의에 천여운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

이곳 세상에 떨어지면서 초면에 순수한 호의를 베푼 자는 그가 처음이었다.

당연히 호감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고맙소.”

도정락의 강직한 눈빛에서 다른 의도는 없다고 판단한 천여운이 코어를 코드 주머니에 넣고서, 호흡기를 받았다.

호흡기를 금오연에게 착용하게 했다.

고무줄을 고정하고서 호흡기를 착용하고서 몇 차례 숨을 들이쉰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해졌다.

“오! 효과가 있는 것 같소.”

도정락이 자신의 일처럼 환하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모습에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괜찮은 자로군.’

이런 자는 관계를 맺어둬서 나쁠 게 없었다.

“이 일은 잊지 않겠다. 그대의 이름을 알 수 있겠나?”

천여운 본인이 심후한 진기로 독성 물질을 체내에서 내보낼 수도 있었지만, 시급한 와중에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하니 이름을 물어보았다.

“하하하, 뭘 이런 걸로 그러시오.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는데,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나는 심양시에서 게이트 키퍼로 일하고 있는 도정락이라...”

그때 누군가 나타나 끼어들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대화에 끼어도 괜찮겠나? 도 대장.”

그는 연 컴퍼니의 회장인 모용금이었다.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놓고는 실례를 운운하는 모습에 도정락이 인상을 찡그렸다.

게이트 방위전 때마다 늘 경쟁하는 관계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빠삭하게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속셈이지?’

도정락이 보기에 모용금은 무인이면서도 사업가라 수지타산적인 인물이었다.

분명 뭔가 노리는 바가 있으니 끼어든 게 틀림없었다.

물론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모용금의 시선은 코어의 빛이 흘러나오는 천여운의 코트 주머니로 향하고 있었다.

C등급의 코어를 탐내고 있었던 그는 그것을 얻은 천여운을 구슬려서 코어를 얻기 위해서 대화에 끼어든 것이었다.

‘내가 직접 알파를 처리하지 못했지만 게이트 키퍼가 아니라 무림인이 얻은 건 천운이구나.’

게이트 키퍼들이 얻게 되면 코어는 정부의 소유가 된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천금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얻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눈앞에 있는 이 청년은 무림인이 틀림없으니, 무림 협회의 지부장인 자신의 직위와 소정의 보상을 제시하면 충분할 거라 여겼다.

“젊은 친구가 대단한 무위를 지녔군. 심양시 무림 협회의 지부장으로서 이번 공로를 치하하고 싶은 바...”

“도정락. 후에 따로 보답하겠다.”

그의 말을 끊고서 천여운이 도정락에게 말했다.

‘이놈이?’

방호 헬멧 속의 모용금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그런 모용금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진 도정락이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이런 일로 무슨 보답이오. 서로 좋은 인연을 만든 거지. 하하하핫.”

반면 모용금의 불쾌함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 보는 눈도 많았고 자신의 위치상 쉽게 감정을 드러낼 순 없었다.

불쾌함을 억누른 그가 말했다.

“젊은 친구가 도의에 밝나 보군. 마음에 드...”

“그럼 나는 가보겠다.”

천여운이 다시 한 번 그의 말을 끊었다.

이에 모용금이 억눌렀던 감정이 터지고 말았다.

“젊은 친구가 정말 무례하군. 자네. 내가 누군지 모르나?”

모용금은 프라이드가 높은 인물이었다.

연 컴퍼니의 회장이자 무림 협회의 요직을 맡고 있는 인물로서 무림인들 대다수가 자신들의 관하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무시를 당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귀찮게 굴지 마라. 때가 되면 찾아갈 거다. 모용가의 후예여.”

“뭣?”

천여운의 말에 모용금이 어이가 없어했다.

심양시를 주름잡는 자신의 앞에서 상전처럼 말을 하는 자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회장님이라는 호칭도 있었는데, 자신을 모용가의 후예라고 부른다는 것이 비꼬는 것처럼 들렸다.

“모용가의 후예? 하! 보자보자 하니 젊은 친구가 도를 지나치는군. 아무리 21세기 사회라고 해도 무림인 간에는 배분이라는 것이 있는데, 선후배의 도의를 우습게 여기는 건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용금이 전음을 보냈다.

도정락부터 시작해 팽능겸까지 지켜보는 앞에서 편하게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해라. 협회를 우습게 여기는 것이냐?]

그의 전음에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화가 난 그가 노기가 치솟은 눈빛으로 전음으로 다그쳤다.

[곱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네놈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협회 지부장으로서 제지를 가할 수밖...]

-팍!

“컥!”

그 순간 천여운의 수도가 그의 목의 울대를 때렸다.

갑작스러운 일격에 맞은 모용금이 자신의 목을 붙잡고서 뒤로 밀려났다.

“컥...컥컥....이, 이놈....”

이상했다.

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울대를 타고 들어온 공력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다.

-슥!

‘헛?’

그때 어느새 다가온 천여운이 그의 방호구 헬멧에 손바닥을 얹었다.

당황한 모용금이 쥐고 있는 보검으로 천여운의 손목을 베려고 했지만,

“귀찮게 굴지 말라고 했지.”

-팡!

“끄그극!”

-댕그랑!

헬멧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발경에 모용금이 전신이 마비되었는지, 검을 떨어뜨렸다.

뇌가 흔들리면서 온 세상에 빙글빙글 돌았다.

“컥....컥.....”

두 눈부터 시작해 콧구멍, 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던 그가 몸을 파르르 떨더니, 이내 바닥으로 쓰러져 기절해버렸다.

“허어.....”

이를 지켜보고 있던 팽능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알파를 일참에 베는 모습에 엄청난 고수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화경의 고수를 아이 다루듯이 제압할 줄은 몰랐다.

‘정말 괴물 같은 자다.’

고작 이십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경탄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심양시 무림 협회의 지부장이자 연 컴퍼니의 회장인 모용금을 저 꼴로 만들었으니, 분명 사달이 일어날 것이다.

그 예상은 아주 정확했다.

“아버님!”

마침 E-3 방벽 쪽으로 도착한 모용이선과 연 컴퍼니 소속의 무림인들 삼십 여명이 달려왔다.

멀리서 천여운의 손에 모용금이 쓰러진 것을 보았는지 노기가 치솟은 모용이선이 소리쳤다.

“이노오오오옴! 감히 누구에게 손을 댄 것이냐!”

-챙! 챙! 챙!

모용이선과 무인들이 한판 벌일 기세로 검을 뽑아들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천여운이 눈매가 싸늘할 만큼 날카로워졌다.

'이런...'

미묘한 살기를 알아차렸는지, 팽능겸이 중재를 해야하나 고민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랏!”

누군가 천여운과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는 바로,

“염기섭 사장?”

식스 로드 토이의 염기섭 사장이었다.

예상지 못한 인물의 등장에 모용이선을 비롯한 연 컴퍼니의 무인들은 멈춰서야만 했다.

같은 협회 소속 이전에 경쟁사의 사장인 염기섭이 끼어들자 더욱 화가 난 모용이선이 소리쳤다.

“염 사장님. 지금은 당신이 끼어들어서 중재할 상황이 아닙니다.”

모용이선은 그가 협회인으로서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염기섭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이 분을 공격하려는 자는 누구라도 나 염기섭을 쓰러뜨려야 할 것이다!”

“뭐,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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