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31화 (3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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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게이트 (3)

-콰콰콰콰콰쾅!

빗줄기처럼 내리는 탄검강은 그야말로 무쌍의 위력을 자랑했다.

인육과 피 비린내를 맡고서 몰려온 수백 마리의 뿔자칼들은 속수무책으로 탄검강에 관통당해 죽음을 맞았다.

“깨개개개갱!”

“크커커컹!”

도망치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천공섬광의 가장 무서운 점은 정확한 타겟팅에 있었다.

-삐! 삐! 삐!

동공에 증강현실이 개안된 천여운의 시야로 탐지기처럼 좌표들이 표시되어, 주변에 있는 뿔자칼들이 붉은 타겟팅 표시되어 있었다.

이것은 나노의 연산 능력을 통해 보조하여 수백 개의 탄검강을 제어하고 그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무공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었다.

“......저게 대체 뭐야?”

투시 망원경으로 벙커 쪽을 보고 있던 소교 부현동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방벽의 방위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원군을 보낼 수가 없었던 그는 안타까운 심경으로 벙커를 보고 있었다.

그때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갑자기 나타났다.

너무 빨라서 뭔가 싶었는데, 얼마 있지 않아 이런 엄청난 광경을 목격했다.

“무, 무슨 레이저 폭격이야?”

투시 망원경으로 보기에는 광원이 너무 밝아서 레이저 빔처럼 보였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저 엄청난 폭격에 의해서 벙커 주변에 있는 뿔자칼들이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저곳만 피해가고 있다.’

뿔자칼들 또한 위기를 감지했는지, 어느새 벙커 주변을 둘러서 방벽으로 이동해오고 있었다.

도통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웅성웅성!

‘저거 뭐야?’

‘새로 개발한 병기아냐?’

이것을 본 것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방벽 위에서 중거리 포를 쏘고 있던 군인들 반수 이상도 이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치칙!

“허어......응?”

투시 망원경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던 부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더니 자신의 왼쪽 귀에 꽂혀 있는 무선 이어폰에 손가락을 터치하고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뭣!”

놀란 부관이 다급히 옆에 있는 소교 부현동에게 알렸다.

“부 소교님!”

“응?”

뭔가 다급한 목소리에 부현동이 투시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부관이 남서쪽 방향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변수가 생겼습니다. 알파형 개체가 이곳이 아닌, E-3 방벽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얏?”

돌발 상황에 부현동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방위군과 게이트 키퍼 등 모든 전력이 D-13방벽을 중심으로 집결해 있었다.

그런데 개체형의 우두머리이자 게이트 코어(Core)를 가진 알파가 전력이 비교적 낮게 편성된 E-3방벽에 나타난 것이다.

“어떻게 할지?”

방위군은 현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알파가 아니더라도 게이트가 열린 좌표와 일직선상인 이곳으로 돌진해오는 뿔자칼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큭! 당했군.’

부현동이 이렇게 당혹스러워하는 이유가 있었다.

개체형에 있어 알파는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해법이기 이전에 놈들의 우두머리였다.

그 위험도나 강함은 일반형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게 우연일까?’

이럴 때 보면 위험 개체들이 단순히 살육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 같진 않았다.

겉보기에는 그저 포악한 괴물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소교님!”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의문을 품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알파를 상대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빠른 기동성을 지닌 전력은....’

-탁!

부현동이 이어폰 무전기를 세 번 터치한 후에 입을 열었다.

“여기는 사령탑.”

한편 아래쪽인 방벽의 앞에서는 보병, 무림인, 게이트 키퍼들이 뿔자칼들과의 쉴 새 없는 교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방벽에 도달한 뿔자칼들이 없었다.

그것은 무림인들과 특수 능력자들이 한껏 분전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중 가장 활약이 돋보이는 자들은,

“하압!”

-촤촤촤촤촥!

모용금의 화려한 검초식에 뿔자칼의 몸이 수십 조각이 되어버렸다.

뿔자칼들의 단단한 피부도 그의 검강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이런 모용금과 더불어 수십 마리의 뿔자칼들을 홀로 죽이고 있는 자가 있었다.

‘혼원벽력도법. 도원참!’

-촤아아아악!

패도적인 도초식에 그의 간격에 있던 뿔자칼 네 마리가 동시에 썰려나갔다.

혼원벽력도법(混元霹靂刀法).

그것은 하북팽가의 독문도법로써 그 후예인 팽능겸의 손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저 영감 정말 대단하군. 모용금 회장보다도 강해.’

식스 로드 토이의 사장인 염기섭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같은 화경의 고수라고 해도 당연히 실력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 점에서 팽능겸의 실력은 단연 발군이었다.

‘......하지만 그 괴물에 비한다면이야.’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자신을 아이 다루듯이 무릎 꿇린 그 자는 언감생심 넘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의 방호헬멧 속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칙! 여기는 사령탑. 긴급상황이다. E-3방벽으로 위험개체 알파가 접근하고 있다. 기동력을 갖춘 무림인들은 지원 바란다.

경공술(輕功術).

무림인들이 기본적으로 익히고 있는 경신법의 일종이었다.

이것을 익히게 되면 효과적으로 적에게 대응할 수 있게 되고, 몸을 가볍게 하여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된다.

그 속도는 자동차의 속도에 비견될 정도다.

지휘부에서 무림인들에게 지원 요청을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알파!’

염기섭의 두 눈이 커졌다.

당연히 D-13방벽에 나타날 줄 알았던 알파였다.

‘헛다리를 짚었군.’

게이트 방위전에 참여하는 무림인들에게 있어 알파가 지닌 코어는 최고의 보상이었다.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

-팟!

염기섭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장 서남쪽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이 같은 패턴을 보인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팟! 파팟! 팟!

무림인들의 3할 이상이 무전이 끝남과 동시에 D-13방벽 지역을 동시에 이탈했다.

알파의 신상이 파악된 순간부터 쟁탈전이었다.

[흥! 개나 소나 노리는구나. 이선아. 애비 먼저 가겠다. 네가 회사 사람들을 이끌고 따라와라.]

[알겠습니다.]

모용금의 신형이 앞으로 빠르게 치고나갔다.

그는 자신보다 먼저 앞서나가는 팽능겸의 뒤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  *  *

-콰콰콰콰쾅!

벙커 주변을 초토화시키던 탄검강들이 수그러들었다.

[반경 200m 이내의 위험 개체들을 전부 제거했습니다. 판넬 제어 시스템을 종료합니다.]

나노의 목소리가 들리자, 천여운이 공력을 거둬들였다.

반경 200m 이내로 더 이상 뿔자칼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천여운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뒤쪽에 금오연이 엎드려서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생이....제 생이 끝나기 전에 이런 영광이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천마검이라니.....”

금오연의 시선은 천여운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천마검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그렇게 전설로만 들어왔던 천마검을 실제로 보자 북받치는 감정을 쉽게 조절할 수 없었다.

그녀가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말했다.

“진즉에 알아보지 못하여 송구합니다. 당대에 와서 천마가 탄생하다니....정말 감축 드리옵니다! 본사, 아니 신교의 축복이나이다!”

천여운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종서가 그랬듯이 금오연 역시도 자신을 새롭게 탄생한 천마라고 여겼다.

마찬가지로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기에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녀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고 부장에게서 당대 천마께서 옥 중에 계신 회장님을 대신하여 본교를 재건하기 위해 힘을 규합하시려 한다는 이야기는 누차 들었습니다.”

‘!?’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일단은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그럼에도 대업에 참여하지 못하여 죄스러웠는데, 이 늙은 교인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위험천만한 곳에 달려와 주시다니, 흑....정말 감읍할 따름입니다.”

-쿵! 쿵!

금오연이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머리를 바닥에 두 차례 박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천여운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본교를 재건하려 한다?’

금오연의 말이 사실이라면 와해된 블랙 스카이 컴퍼니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방금 전에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은......결국 이 여인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군.’

천여운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금오연이 울먹이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공께서 너무 어릴 때 뵈어 이렇게 훌륭히 장성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선대이신 회장님께서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흠.’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을 와해된 천마신교 즉, 블랙 스카이 컴퍼니 회장의 아들이나 손자 중 한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래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던 때였다.

“천마.....쿨럭!”

금오연이 갑자기 기침을 했다.

단순한 기침이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쿨럭...쿨럭....”

그녀의 입가로 피가 흘러내렸다.

자세히 보니 금오연의 눈의 흰자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는데, 눈시울이 붉어져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음?’

천여운이 그녀에게 다가가 맥을 짚어보았다.

기운이 굉장히 쇠약해져 있었다.

‘......단전이?’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순각종의 전대 종주의 아내이기에 당연히 어느 정도 내공을 지니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전이 파훼되어서 최소한의 선천진기 외에는 없었다.

‘맥이 약해지고 있다. 나노 왜 이런 거지?’

[독성 물질로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어서 그렇습니다.]

‘이런.....’

천여운이 미처 염두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벙커가 닫혀 있을 때는 공기 정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지만, 뿔자칼들에 의해서 입구가 부서지며 오염된 공기가 유입된 것이다.

방벽 바깥에 있는 모든 군인들과 게이트 키퍼, 무림인들이 방호복을 입은 것도 전부 이런 독성 물질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상태가 좋지 않군.’

방벽 바깥으로 넘어왔을 때 공기가 현저히 나쁜 것을 알아차렸던 그였다.

하지만 만독불침(萬毒不侵)의 경지에 이른 천여운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에 간과할 수밖에 없었다.

“쿨럭....쿨럭....저, 저는 괜찮습니다.”

“말하지 마라.”

-고오오오!

천여운이 그녀의 몸에 진기를 불어넣어 심맥을 보호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진기로 주변의 오염된 공기를 몰아낸 후에 오행 중 풍(風)의 기운을 일으켜 맑은 공기로 대체했다.

반경 10m까지는 안전지대가 되었다.

“하아....하아....”

한결 호흡이 편해졌는지 그녀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미 오염된 공기에 유출되었기 때문에 빨리 치료가 필요했다.

‘여기선 무리다.’

잠시 동안 벙커 주변으로 몰려오지 않던 뿔자칼 떼의 기척이 서서히 느껴졌다.

방벽 안으로 돌아가야 방해받지 않을 수 있었다.

-탁!

천여운이 엎드려 있는 금오연의 몸을 가볍게 들었다.

그녀가 당황해서 손을 저으며 말했다.

“처, 천마님. 이러지 않으셔도...”

“가만히 있어라. 그대의 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터이니.”

“아아...”

-팟! 슈우우우욱!

“아아아아아악!”

그녀의 탄성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시야가 완전히 바뀌었다.

마치 고속 열차라도 탄 것처럼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스치듯이 바뀌어 가는데, 순간 어찌나 놀랐는지 그녀의 입에서 비명이 나올 정도였다.

*  *  *

한편 심양시 서쪽 E-3 방벽 지역.

방벽에서 2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D-13 지역과는 다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B급 게이트 키퍼인 양태평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흘러나왔다.

방호구 헬멧 안의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완전 괴물이잖아.”

-부들부들!

그의 오른팔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의사의 진단을 받지 않아도 팔의 뼈가 완전히 아작 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염동력으로 방어를 했는데도, 그 파괴력을 완전히 막지 못한 결과였다.

“......대장!”

양태평이 쳐다보고 있는 곳에는 게이트 키퍼들의 대장인 도정락이 뭔가와 싸우고 있었다.

그것의 크기는 일반적인 뿔자칼과는 차원이 달랐다.

얼핏 보아도 몇 배는 컸는데, 거의 버스만한 크기에 등에도 날카로운 뿔들이 달린 거대한 뿔자칼이었다.

저놈이 바로 알파였다.

-깡!

“크헉!”

놈이 휘두르는 앞발에 도정락이 뒤로 20미터가 넘게 날아갔다.

특수 능력인 강철화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데도 그 충격이 얼마나 셌는지,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욱씬욱씬!

‘헉....헉....D등급 위험 개체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명색이 A급 게이트 키퍼였는데, 놈을 상대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어찌 본다면 그와는 상성이 좋지 않은 놈이었다.

일반 뿔자칼보다도 몸이 훨씬 단단했는데, 버스도 들어 올리는 괴력의 소유자인 그가 특수 합금으로 만든 나이프로 베려다 실패했다.

손에 들려 있는 부러진 나이프가 바로 그 증거였다.

-퍽!

“끄아아악!”

그때 누군가 알파 뿔자칼의 앞발톱에 몸이 뜯겨나갔다.

놀란 도정락이 소리쳤다.

“자경!

C급 게이트 키퍼였는데, 주위를 맴돌다가 당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C급 이하의 게이트 키퍼들은 완전히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방벽에 다가가지 못하게 시선을 뺏는 역할이 전부였다.

‘큭,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게 고민하던 차였다.

-촤아아아악!

그때 푸른빛 도강이 날아와 알파 뿔자칼의 등을 가격했다.

멀리서 날아온 탄도강(彈刀罡)에 맞은 알파 뿔자칼이 성이 나서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포효를 내질렀다.

“크와아아아아아아!”

-털썩! 털썩!

“끄으윽!”

“귀, 귀가!”

귀가 찢어질 듯한 음파에 주변에 있던 군인들이 픽픽 쓰러졌다.

게이트 키퍼들조차도 귀를 막고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과연 알파답구나. 노부의 도강을 버텨내다니.”

탄도강을 날린 자는 바로 팽능겸이었다.

지원 요청을 받고서 제일 먼저 달려온 그는 급한 김에 탄도강을 날렸었는데, 예상과 달리 알파 뿔자칼은 멀쩡했다.

‘다시 한 번!’

-팟!

알파 뿔자칼의 앞까지 거리를 좁혀온 팽능겸이 도초를 펼쳤다.

혼원벽력도법의 초식 중에서 가장 패도적인 위력을 자랑하는 도패정(刀敗定)이다.

그의 도강이 실린 도초가 패도적인 기세로 뿔자칼의 목을 노렸다.

-파팍!

그 순간 알파 뿔자칼이 엄청난 속도로 몸을 틀었다.

‘아닛!’

옆으로 방향을 전환한 뿔자칼이 반격이라도 하듯이 팽능겸의 옆으로 앞발을 후렸다.

놀란 팽능겸이 도초를 거두고서 서둘러 도신으로 방어했다.

-까아앙!

거대한 발톱을 맞고서 팽능겸의 신형이 옆으로 튕겨나갔다.

도정락처럼 넘어지진 않았지만 그 힘이 상당했는지, 균형을 잡지 못하고 한쪽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허어! 이놈 보게.”

보통이 아니었다.

알파 뿔자칼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팽능겸의 눈빛이 강한 전의가 일어났다.

그가 바라던 죽음을 넘나드는 실전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해볼 맛이 나는구나. 모용 그 치놈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힘들겠지만, 이 노부와 한 번 자웅을 겨뤄보자꾸나!”

-우웅!

팽능겸의 보도에 다시 푸른빛 도강이 서렸다.

바로 그러던 차였다.

그의 귓가로 뭔가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저길 봐!”

“저, 저게 뭐야?”

“뿔자칼들이?”

뭔가 싶어서 눈을 힐끔 돌렸는데, 게이트 키퍼들과 보병들이 가리킨 방향인 서북쪽에서 열심히 경공을 펼치며 달려오는 모용금의 모습이 보였다.

‘음?’

그의 등장 때문에 그런 건가 싶었는데,

모용금의 바로 뒤쪽에 믿기지 않는 것이 보였다.

-콰콰콰콰콰쾅!

“저, 저건 대체....”

최대한 뿔자칼들을 피해서 달려오는 모용금의 뒤쪽에서 뭔가 파편 같은 것이 위로 파팍하고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뿔자칼들의 잘려진 육신 조각들이었는데, 꼭 뭔가에 휩쓸린 것만 같았다.

모용금 역시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반응들을...'

순간 그의 바로 뒤에서 흐릿한 잔영이 보였다.

“헉!”

-팟!

화들짝 놀란 모용금이 옆으로 다급히 몸을 날렸다.

-슉!

그가 달리던 경로로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워낙 순식간에 지나쳐서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분명 사람이었다.

'설마 경공으로 나를 앞지른 거야?'

워낙 무서운 기세로 치고나와서 얼떨결에 피하고만 모용금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 인영은 누군가를 안고 있는 듯 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그때 알파 뿔자칼이 포효를 내질렀다.

놈 역시도 그것을 보았는지 갑자기 팽능겸에게서 방향을 틀어 엄청난 속도로 경공을 펼치는 인영을 향해 돌진했다.

-두두두두두두!

얼마나 덩치가 육중한지 바닥이 진동을 했다.

“이, 이런!”

-팟!

알파 뿔자칼을 놓칠 수 없었기에 팽능겸이 곧장 경공을 펼쳤다.

뿔자칼들을 뚫고서 나타난 저 인영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 알파 뿔자칼은 정말 위험한 존재였다.

도기도 아닌 도강조차 견뎌낼 만큼 엄청난 내구력을 지닌 괴물이었다.

‘저자가 누군진 몰라도 정면으로 부딪치는건 안 돼!’

하지만 알파 뿔자칼은 덩치와 달리 엄청난 속도를 자랑했다.

뿔자칼들의 다리 자체가 퓨마처럼 고속 이동을 하기 위한 구조를 지녔기 때문에 그 속도는 팽능겸조차 쉽게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빨라!'

-타닥! 타닥! 타닥!

바닥이 패일 만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 알파 뿔자칼이 달려오는 인영을 향해 포효를 내지르며 여섯 개의 뿔로 박치기를 하려 했다.

팽능겸이 내공을 실어서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위험하네! 피하시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건 또 뭐야?”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던 자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수도를 앞으로 뻗었다.

-촤아아아아악!

뭔가를 베는 듯한 날카로운 예기가 일순간에 치솟았다.

-오싹!

그것은 심양시 무림인들 중에 최고라 불리는 모용금이나 천진시의 삼대 고수인 팽능겸의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했다.

'방금 그건 대체....'

-쩌저저적!

'엇?'

그때 그들을 경악스럽게 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앞을 향해 황소처럼 내달리던 거대한 알파 뿔자칼의 전신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져버렸다.

팽능겸은 어찌나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럴 수가.....노부의 탄도강에도 베이지 않았던 게?’

무슨 무가 썰리듯이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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