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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주객전도 (4)
식스 로드 토이 본사 빌딩의 40층.
꼭대기 층인 이곳은 사장실이 있는 곳이면서 전용 공간이기도 했다.
36층의 이사실 못지않게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사장실의 데스크에서 누군가 내선 전화를 받고 있었다.
비교적 까무잡잡한 피부에 대머리의 50대 초반의 남자로 그가 식스 로드 토이의 사장인 염기섭이었다.
윤문평과 마찬가지로 본사에 파견된 그는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였다.
유난히 비대해 보이는 양복 상반신과 양팔의 두께를 보면 뭔가 특이한 외공이 가미된 무공을 익혔음이 틀림없었다.
“뭐? 본사에서 긴급 지령이 내려왔다고?”
-.....일단 빨리 내려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다.”
-제 사무실에서 뵙겠습니다.
-달칵!
그 말과 함께 윤문평 이사가 전화를 끊었다.
이에 사장 염기섭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하.....이 자식이 두 달 뒤에 지 혼자 본사 발령이 확정되었다고 태도가 아주 엿 같네.”
평소에도 윤문평의 오만한 성격에 정이 떨어진 그였다.
그런데 사장인 자신이 내선 전화를 끊기도 전에 제 멋대로 먼저 끊는 태도에 짜증이 터져 나왔다.
-쾅!
사장 염기섭이 책상에 주먹을 내리치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누가 사장인지 모르겠구만. 지령 금고도 내가 아닌 윤 이사 그 놈의 사무실에 설치해준 것도 그렇고, 본사의 뜻을 알 수가 없어.”
원래 지령을 내리는 금고는 계열사의 수장이 보관한다.
그런데 몇몇 계열사들은 이례적으로 파견된 임원진의 사무실에 설치하게 했다.
이런 조치는 사장인 그를 마치 바지 사장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말만 대우로군. 역시 본사의 직계가 아니고는 믿지 못하겠다 이건가.”
사장 염기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원래 그는 블레이드 식스가 아닌 다른 중소기업인 에식스 토이의 사장이었다.
옛 무림 시절의 문파명은 해왕권문(海王拳門)이다.
그런 그가 블레이드 식스의 계열사인 식스 로드 토이의 사장으로 있는 이유는 대기업이자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블레이드 식스의 아성을 이기지 못하고 합병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여론용 바지 사장이군.”
블레이드 식스는 친 사회적 기업으로 인기가 많다.
그만큼 여론을 의식하는 퍼포먼스적인 조치를 많이 취한다.
합병된 회사의 사장인 그를 과감하게 이곳 계열사 사장으로 부임시킨 것도 결국은 그런 목적에 불과했다.
“하아.”
열 받아도 어쩌겠는가.
본사의 결정에 그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 가닥의 희망으로 그가 본사로 발령 나게 되었을 때, 지령 금고가 사장실로 옮겨지길 바랄 뿐이었다.
-달칵!
그가 사장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사장인 염기섭이 나오자 문 앞에 있던 비서진이 일동 일어났다.
“됐어. 앉아들 있게.”
“이동하시는 거면 저희도 동행하겠습니다.”
사장이 이동을 하면 어디를 가든 수행 비서진이 함께 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사장 염기섭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휙휙 휘저으며 말했다.
“윤 이사가 급한 보고 사항이 있다고 해서 잠시 내려갔다 오는 거니까. 일들 봐.”
“아아.....”
그런 그의 말에 비서진이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비서진들 역시도 대충 회사가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회사의 실질적인 실세가 윤문평 이사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을 정도였다.
‘이것들이!’
비서들의 태도에 괜히 더 짜증이 났다.
이사가 아닌 자신이 이동하는 것이 자존심 상해서 그냥 혼자 이동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비서진이나 보안요원들도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제대로 바지 사장이 되어갔다.
-뚜!
비서실을 통과해서 복도로 나온 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36층에 있던 사장 전용 엘리베이터가 40층으로 도착했다.
이것도 말이 좋아 사장 전용이지 윤문평 이사와 같이 쓰고 있었다.
‘개새끼. 딱 한 번만 걸려라.’
윤문평 이사가 한 번이라도 큰 실수를 하길 바랐다.
그걸 빌미로 어떤 식으로라도 조져버릴 수 있게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무공만큼은 자신이 한 수 위였기 때문에 실수만 한다면 얼마든지 압박을 가할 자신은 있었다.
-띵동!
혼자 궁시렁거리는 사이에 엘리베이터가 36층에 도착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의 복도를 지나 비서실 앞쪽에 도착하니, 마침 그 앞으로 익숙한 모습의 두 명이 보였다.
“앗! 사장님.”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가 다급히 선글라스를 벗고 인사했다.
그 옆에 있던 얼굴에 점이 있는 샤기컷을 하고 있는 잘생긴 청년 역시도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이놈들을 여기로 불러?’
사장 염기섭이 속으로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 역시도 이들을 잘 알고 있었다.
옆에 있는 삼십대 초반의 청년의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선글라스를 벗은 이 험악한 남자는 팀장인 호정이었다.
본사의 지령으로 만든 은밀한 미션을 이행하는 숨겨진 팀이다.
‘회사로 출입하는 건 보는 눈이 많으니까 자제하라고 말했는데, 역시 내 말은 허투루 듣는군.’
이들은 회사에 속한 직원들이 아니었다.
본사의 은밀한 지령들을 이행하는 팀을 부르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다.
“호 팀장 오랜만이구먼.”
염기섭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의사는 전음으로 보냈다.
[대낮에 회사로 출입하는 건 자제하라고 했는데, 윤 이사에게 듣지 못했나?]
그 말에 호정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전음을 보냈다.
[아닙니다. 이사님께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건은 제가 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호정이 손에 들고 있는 케이스 가방을 보였다.
사장 염기섭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해독제!’
윤문평 이사의 일처리 방식은 늘 더러운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업무 성과가 남들보다 높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새로운 팀원을 받는다고 했던가. 저번에 03번 팀원 이후로 원 타임즈를 쓸 정도면 꽤 애를 먹었나 보군.’
미션 팀의 경우 무공 실력이 보통 무림인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부분 연고가 없는 자들이나 은거 계통의 자들을 발탁하는데 개중에는 자존심이 극도로 높은 자들이 많았다.
물론 그런 자들도 윤문평의 더러운 수작으로 고분고분해진다.
원 타임즈부터 시작해 나노 폭탄이 체내의 혈관에 심어지는데, 굴복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저 사장님. 일단 이사님께서 급하다고 하셔서 사무실로 먼저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막 도착해서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던 그들이었다.
그런 호정의 전음에 사장 염기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육성으로 말했다.
“나도 윤 이사에게 볼 일이 있으니 같이 들어가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어차피 사장 염기섭도 자신들의 비밀을 알기에 상관없었다.
비서실로 들어가자, 업무를 보고 있던 여 비서들이 화들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실세가 윤문평 이사더라도 사장은 사장이었다.
“사장님 어쩐 일로...”
“윤 이사가 불러서 왔네. 못 들었나?”
“어? 아뇨. 저희는 아무 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 면접 중이신 걸로 알고 있어서.”
여 비서의 말에 사장 염기섭이 속으로 혀를 찼다.
지가 불러놓고 비서에게조차 자신이 온다고 말을 하지 않았다.
정말 누가 사장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우리 윤 이사가 깜빡한 모양이구만. 어차피 자주 있는 일이니까. 허허허, 그렇지?”
가시가 담긴 그의 말에 여 비서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당연히 사장이 화가 날 만도 하다고 여겼다.
“지금 바로 사장님께서 오셨다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아니네. 어차피 면접 관련해서 우리 윤 이사님이 부르신 거라 바로 들어가겠네. 크흠!”
“아.....”
사장 염기섭이 무뚝뚝한 얼굴로 성큼성큼 비서실을 지나쳤다.
그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기에 비서들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내선 전화가 아니라 사내 메신저로 사장이 들어간다고 쪽지를 보냈다.
-달칵!
사장 염기섭이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뒤로 팀장 호정과 금종서가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왔다.
가장 뒤에 있는 금종서가 사무실의 문을 닫으면서 눈을 반짝였다.
‘해독제조차 맞히지 않았으니, 아직까지 주사를 놓지 않았겠지?’
그의 목적은 오직 금고의 비밀번호에 있었다.
자신에게 주사를 놓을 때 그 로봇 피규어로 액자로 된 비밀문의 락을 푸는 것은 보았다.
윤문평 이사의 사무실은 꽤 커서 작은 복도를 지나야 한다.
‘흠.’
사무실 안쪽에 세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가장 앞장서서 복도를 지나고 있는 사장 염기섭이 혀를 찼다.
한 사람의 호흡부터 시작해 기운이 불안정한 것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감에 느껴졌다.
‘아무리 소모품처럼 쓸 거라지만 하여간 지나쳐.’
얼마나 거칠게 다뤘는지는 보지 않아도 눈에 훤했다.
피 냄새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복도를 지난 순간 사장 염기섭의 발걸음이 멈춰졌다.
“이, 이게 대체 무슨?”
그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들어서서 왼쪽 기둥 모퉁이를 도는 순간 윤문평의 사무 데스크 옆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잘려 있는 오른팔이 보였다.
‘이런 미친 팔을 자른 거야? 윤 이사 이놈도 제 정신이.....엇?’
고개를 돌려 인기척이 느껴지는 쇼파 쪽을 바라본 사장 염기섭의 인상이 굳어졌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것은 뒤따라온 팀장 호정과 금종서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사님!”
놀랍게도 팔이 잘린 것은 이사 윤문평이었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때 윤문평이 소리쳤다.
“호정! 빠, 빨리 해독제!”
평소의 오만하고도 자신만만해 하는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초조함으로 가득했다.
식은땀에 젖어서 충혈 된 눈동자만 보아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엇? 저 자는....’
금종서의 두 눈이 커졌다.
쇼파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사극에서 볼 법한 복장을 입은 긴 머리카락의 청년이 보였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그 자다!’
공안에서 조사하라고 임무를 보낸 자가 틀림없었다.
굳이 얼굴을 숙지 안 해도 복장만 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조사하라고 한 자가 새로 들어올 신입을 말하는 거였나?’
그런데 뭔가 상황이 이상했다.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 상황이 벌어져있으니 말이다.
당황해서 순간 말문을 잃은 그들에게 이사 윤문평이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빨리 해독제를 내놓으라니까!”
“이, 이사님.”
다그치는 소리에 팀장 호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팔이 잘려서 쇼파의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만 봐도 그가 제압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젠장.’
-달칵
잠시 망설였지만 일단 해독제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에 케이스를 열려고 하는데, 그것을 사장 염기섭이 손을 내밀어 만류했다.
‘어째서?’
의아해하는 그에게 사장 염기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어쩌다가 그 꼴이 되었나? 윤 이사.”
염기섭의 옆에 있는 두 사람은 보이지 않겠지만 그의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탐탁해 하지 않는 윤문평의 수난에 내심 즐거운 모양이었다.
‘늘 오만하게 굴더니 꼴좋다.’
아무래도 독을 썼다가 도리어 당한 듯 했다.
그렇게 실수를 하기만을 간절히 바랐는데 하늘이 소원을 들어줬다고 여겨졌다.
즐거운 것도 잠시였고 염기섭이 진지하게 천여운을 살폈다.
‘흠, 느껴지는 기운은.....’
초절정의 극에 불과했다.
그런데 화경의 고수인 윤문평이 저리 당했다는 것은 기운을 숨겼을 확률이 높았다.
‘나와 동급이거나 혹은 한 수 위라는거군.’
사장 염기섭은 그렇게 판단했다.
고작 이십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자가 그 이상의 경지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염기섭은 완숙한 화경의 경지였다.
자신과 같이 있는 두 사람이 합공한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뭐, 그럴 필욘 없어보이지만. 어차피 원 타임즈를 복용했다면.’
그때 윤문평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호정. 빨리 해독제를 내놔.”
호정이 난감함을 금치 못했다.
직속상관이라 할 수 있는 윤문평 이사의 처지를 보면 분명 넘겨야 하는데, 확실히 사장의 말대로 섣불리 해독제를 넘기는 게 더 위험해 보였다.
사장 염기섭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다그쳤다.
“그만. 윤 이사. 수치인줄 알게. 저 자에게 붙잡혔다고 겁에 질려서 해독제를 주려고 하다니 판단 능력이 흐트러졌군.”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가만히 있게. 이 상황은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을 호들갑을 떨다니.”
그 말에 윤문평 이사의 인상이 구겨졌다.
‘이....이 새끼가....’
아무래도 사장은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독에 당한 것이 천여운이라고 말이다.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더는 시간이 없기에 윤문평이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으득!
“이 분이 아닙니다!”
“이 분이라니 하! 팔이 잘렸더니 자네 같은 사람이 참 공손해졌...”
“독에 중독된 건 접니다. 사장님!”
“뭐?”
그를 비웃던 사장 염기섭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당연히 독에 중독된 것은 천여운일 거라고 여겼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바로 그때였다.
-슉!
“앗!”
호정이 쥐고 있던 케이스가 저절로 손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빠져나간 케이스가 날아가더니 이내 윤문평 이사의 앞에 떨어졌다.
-툭!
“허, 허공섭물?”
호정이 놀란 눈으로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손을 내밀어 잡아당기는 시늉을 한 것으로 보아 그가 한 게 틀림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달칵!
천여운에게 감사를 표한 윤문평이 다급히 케이스를 열어서 안에 있던 해독제로 보이는 갈색 주사기의 뚜껑을 열어 자신의 허벅지에 꽂았다.
“하아....”
초조했던 그의 얼굴이 안도감으로 물들었다.
단 1분만 늦었어도 원 타임즈의 잠복해 있던 독이 퍼져서 죽었을 지도 모른 위태로운 상황이었었다.
‘빌어먹을!’
이제야 상황의 위태로움을 인지한 사장 염기섭의 눈빛의 매서워졌다.
지금 당장 저 자를 제압해야만 했다.
염기섭이 뒤에 있는 두 사람에게 명령하듯이 소리쳤다.
“내가 선공하면 보조해랏!”
-팟!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장 염기섭의 신형이 용수철처럼 튕겨지더니, 쇼파에 앉아 있는 천여운을 향해 뻗어 나갔다.
-찌직!
단숨에 팔 성 공력까지 끌어올리자, 그의 양복 상의가 부풀어 올라 찢어지며 비대한 근육이 드러났다.
‘절초로 단번에 제압한다.’
상대가 방심할 수 없는 고수라는 것을 알기에 처음부터 절초를 펼쳤다.
염기섭의 오른손 주먹에 푸른 빛이 서렸다.
그것은 권강(拳罡)이었다.
‘해왕권(海王拳) 제 7초식 권왕독보(拳王獨步)!’
그의 권이 눈앞에 있는 것을 산산조각 낼 파도와 같은 기세로 천여운을 뒤덮었다.
선공을 취했으니 상대도 뭔가 대응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어째서 가만히....’
바로 그때였다.
천여운이 쇼파에 앉은 채로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콰앙!
“으헉!”
그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진기가 그의 몸을 천근만근이라도 된 것처럼 짓눌렀다.
‘무, 무슨 진기가!’
버티고 자시고 할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사장 염기섭의 두 무릎이 순식간에 사무실 대리석 바닥을 파고들었다.
“끄으으으윽!”
-부들부들!
염기섭이 십성 공력으로 끌어올려가며 무릎을 펴보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제야 염기섭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절대 화경이 아니야!’
어떤 화경의 고수가 동급의 고수를 손짓 한 번에 진기로 짓누른단 말인가.
압도적인 역량을 지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네, 네놈 대체 정체가 뭐야?”
그 질문에 천여운은 전혀 연관 없는 답변을 했다.
“직접 내 앞까지 와주다니 고맙군.”
“뭐?”
-푹!
“억!”
염기섭의 목으로 날카로운 무언가가 파고들었다.
파고든 부위로 뭔가가 체내로 주입되는 것이 느껴졌다.
“무, 무슨 짓을!”
당황한 염기섭이 뿌리치고 싶었지만 짓누르는 진기가 너무 강해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바닥으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
그것을 본 사장 염기섭의 두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이건.....’
바닥에 떨어진 것은 나노 폭탄 주사기였다.
주사기 안에 담겨 있어야 할 푸른 액체는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어, 어떻게....이 주사를?'
지령 금고 속에 있어야 할 물건이었다.
너무 당혹스러워서 할말을 잃고만 그의 귓가로 누군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 자는 바로 쇼파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사 윤문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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