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9화 (19/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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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주객전도 (3)

금고의 안은 상단과 하단 부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단부에는 케이스 가방 같은 것이 있었고, 상단부에는 종이 한 장만 덩그러니 올려 있었다.

뭔가 기대한 것보다는 별 게 없어보였다.

‘이 가방 안에 USB가 있나?’

가방을 먼저 열어볼까 했던 천여운은 종이 한 장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신경 쓰였는지 그쪽으로 먼저 손이 갔다.

-슥!

그때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금고 상단부의 천장에 무선 수신형 프린터와 소각 장치가 감지되었습니다.]

‘소각 장치?’

[금고를 강제로 개방했을 경우에 불이 방사되어 자동 소각되도록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금고에는 비상경보만 설치된 것이 아니었다.

강제로 개방하면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파기되도록 안전장치를 걸어놓은 것이다.

안전장치가 거의 1,2중 트랩 수준을 넘어섰다.

‘......용의주도하군. 수신형 프린터는 뭐지?’

[외부에서 신호를 받아서 인쇄하는 기기입니다.]

‘외부에서 신호를 받는다고? 혹시 추적할 수 있나?’

[YTD 단거리 무선 기술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2km 이내에서 직접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라 프린터가 작동할 때만 추적이 가능합니다.]

그 말은 다른 지역에서 통신으로 보낸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직접 회사의 1km 이내 근방에 와서 단말기로 신호를 보낸다는 의미였다.

천여운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 시대는 추적을 피하는 게 기본 전제인건가. 쉽게 되는 일이 없군.’

결국 이곳에 명령을 보내는 주체를 추적하기 위해서는 이 금고 안의 프린터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죽치고 버텨야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나노가 해결책을 제시했다.

[프린터에 등록된 무선 수신 장치의 코드를 복제하겠습니다. 근방의 2km 이내에 있으면 동일한 무선 신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호오.’

그렇다면 굳이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기술면에서는 현 시대를 압도하는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제 7세대 나노머신 나노다웠다.

코드를 복제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슥!

천여운이 금고 안에 있는 종이를 빼내들어 살펴보았다.

어떤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을지 궁금했는데, 종이에는 지시사항으로 보이는 네 가지가 적혀 있었다.

[ 1) 요청에 따른 조사결과 첩보요원 가능성 80%. 팀 넘버 07 금종서 제거할 것.

2) 강력반 제 3팀장 모용이명 확보할 것.

3) 2월 23일~24일 26번 게이트 경보령 예정. 사내 기밀 자료 필히 파기할 것.

4) 상부에 올린 연 컴퍼니 전무 이사 암살 작전 보고서 검토 중. 26번 게이트 경보령 전에 결재 예정.]

종이의 하단부에는 블레이드 식스의 로고와 직인이 찍혀 있었다.

이제야 꽤 은밀한 정보가 공개되었다.

친 사회적 대기업의 이면에 감춰진 그림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제거부터 시작해 납치까지 가관도 아니었다.

‘네놈들이 그러면 그렇지.’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이 알고 있는 블레이드 식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수단과 방법을 절대로 가리지 않는 그들이 정파라는 허울 좋은 가면을 쓰고서 하는 짓이라고 해봐야 뻔했다.

‘좋은 걸 얻었군.’

이 종이가 세상에 공개된다면 식스 로드 토이를 비롯해 블레이드 식스는 기업의 이미지를 넘어서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천여운이 종이를 접어서 자신의 품속에 집어넣었다.

‘흠.’

숨겨진 이면은 확인했는데 블레이드 식스에 관련된 직접적인 정보는 없었다.

천여운의 손이 자연스럽게 금고의 하단부에 있는 케이스로 향했다.

케이스를 여는 입구에 락이 걸려 있었다.

[지문 인식 방식입니다.]

‘그래?’

천여운이 손을 뒤로 뻗었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잘린 윤문평의 오른팔이 빨려 들어왔다.

천여운이 입구에 지문을 찍는 부분에 잘린 팔의 오른손 엄지를 찍었다.

-달칵!

케이스 가방이 열렸다.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여기에 정보가 담긴 USB라는 것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뜻밖의 것들이 들어 있었다.

‘이게 뭐지?’

천여운이 케이스에 담겨 있는 그것 중 하나를 들어올렸다.

손바닥 반만 한 크기로 은색 금속 재질과 꽤 두꺼운 유리로 만들어진 주사기였다.

안에는 푸른색 액체가 담겨 있었다.

‘나노. 이게 뭔지 알겠어?’

이런 주사기가 안에 한 개가 더 있었다.

원래는 총 10개였는지 케이스 안에 비어있는 곳이 여덟 개가 있었다.

[스캔해보겠습니다.]

주사기를 잡고 있는 천여운의 손바닥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왔다.

스캔을 마치자, 동공이 떨리며 증강현실이 개안된 천여운의 시야로 독특한 형태의 원형의 금속 재질의 공 같은 것이 보였다.

이것이 푸른 액체 속에 수 천 개가 넘게 존재했다.

[나노 폭탄입니다. 사용자의 육안으로 보이도록 확대했습니다.]

‘나노....폭탄?’

놀랍게도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공들은 나노(nano) 단위 크기의 폭탄이었다.

천여운이 이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노. 그럼 이 시대에는 너와 같은 나노머신이 개발된 거야?’

[의료용 나노 기술이 보편화되었지만 A.I가 탑재된 머신 수준의 기술력이 제대로 확보되려면 200년 정도의 테크놀로지 개발이 필요합니다.]

이 시대는 나노머신을 개발할 정도의 기술력은 지니지 못했다.

2015년 경부터 나노 기술이 확립되면서 지금은 외부에서 조정할 수 있는 나노 단위의 단순한 역할을 가진 기기를 만드는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런 나노 폭탄을 만들 정도면 이 시대에서는 상당한 기술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흠.’

천여운이 증강현실을 해제하고 주사기를 살폈다.

주사기의 금속 부근에는 붉은색 고리 원과 작게 MS라는 영어가 새겨져 있었다.

‘나노 폭탄의 이름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작은 휴대용 단말기에도 MS라는 영어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것을 만든 회사의 로고인 듯 했다.

‘이건 뭐지?’

천여운의 질문에 나노가 단말기를 스캔했다.

[나노 폭탄을 발동시키는 신호 코드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단말기의 용도가 밝혀졌다.

이것은 말 그대로 폭탄을 터뜨리는 버튼이었다.

단말기의 반은 모니터로 되어 있었고, 열 가지 색의 작은 버튼이 튀어나와 있었다.

천여운이 붉은 색깔의 버튼을 눌러보았다.

-꾹!

그러자 모니터 창에 붉은색 원이 그려지며,

[나노 폭탄을 가동시키겠습니까? Y / N]

스크린 터치 표시가 떴다.

아무래도 Y를 누르면 나노 폭탄이 터지는 듯 했다.

천여운이 왼손에 쥐고 있는 주사기를 살펴보다가 케이스 안에 있는 남은 한 개의 주사기를 보았다.

“응?”

주사기의 금속 부분에 고리의 색깔이 달랐다.

그 말인 즉 이 단말기로 총 열 개의 주사기에 들어있던 나노 폭탄을 터뜨릴 수 있다는 소리였다.

‘호오.’

천여운의 눈빛에 흥미가 감돌았다.

그러던 차였다.

“읍읍읍! 읍읍읍읍읍!”

그때 혈도가 점해져 있는 이사 윤문평이 미친 듯이 소리를 냈다.

천여운이 고개를 돌리니, 식은땀으로 얼굴이 젖어 있는 그가 전자시계를 눈짓으로 가리키면서 계속 뭔가를 말하고 싶어 했다.

전자시계의 시간을 본 천여운은 그가 왜 저러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이제 1분 남았네?”

1분이 지나면 원 타임즈의 잠복된 독이 퍼지기까지 15분이 남게 된다.

윤문평이 저리 발광을 할 만도 했다.

15분 내로 해독제를 들고 오지 못한다면 정말 죽을 지도 몰랐다.

“읍읍읍읍! 읍읍읍읍읍읍!”

‘제, 제발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신음 소리에 불과했지만 눈빛에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다.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천여운이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윤문평이 긴장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천여운의 결정에 따라서 죽고 사는 것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제발...제발!’

바로 그때였다.

-파파파팍!

그의 막혀 있혀 있던 혈도가 타격을 받으며, 움직일 수 없던 몸이 움직여졌다.

게다가,

“학! 모, 목소리가...”

아혈(啞穴)마저 풀렸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천여운을 쳐다보는데, 그가 무언가를 건넸다.

그것은 천여운이 빼앗은 자신의 플랙시블 스마트폰이었다.

“전화해라. 해독제 들고 오라고.”

“엇?”

금고를 열었다고 해도 아직 아무런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호의적으로 나오는 태도에 윤문평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왜 죽고 싶은가 보지?”

“아, 아닙니다!”

천여운의 그 말에 화들짝 놀란 그가 서둘러 스마트폰을 터치해 전화번호를 눌렀다.

서두르지 않는다면 정말 위험할 지도 몰랐다.

-뚜뚜뚜뚜뚜뚜! 띠리리링! 띠리리링!

발신음이 걸렸다.

윤문평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빨리 받아라. 빨리!’

이상할 만큼 발신음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열 번 정도 발신음이 갔을 때였다.

-달칵!

-네. 이사님. 호정입니다.

전화가 연결되며 들리는 목소리에 죽다 살아난 윤문평의 얼굴이 환해졌다.

*  *  *

식스 로드 토이 본사에서 800미터 정도 떨어진 한 편의점.

-쿵!

편의점의 계산대 앞으로 누군가가 음료수를 비롯해 과자, 컵라면 등을 잔뜩 담은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계산대에 있던 여자 종업원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나도 남김없이 똑같은 게 없어서 바코드를 전부 찍으려면 시간이 걸릴 듯 했다.

“좀 빨리 해주세요.”

여자 종업원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짧은 샤기컷에 오른쪽 눈 밑에 점이 있는 삼십대 초반의 잘생긴 청년이었다.

잘생기건 말건 여자 종업원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손님. 제품이 전부 달라서 바코드 찍으려면 시간 걸리거든요.”

“아아, 저기 뒤에 있는 인상 험악하신 분이 많이 급하시거든요. 좀 부탁드릴게요.”

청년이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킨 곳에는 정말로 험악한 인상에 회색 코드를 입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다.

“쯧.”

여자 종업원의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편의점의 서적이 꽂혀 있는 진열대로 가서 괜히 잡지를 뒤져댔다.

“바, 바쁘시면 종이봉투를 드릴 테니, 직접 담아주세요.”

“네네네.”

여종업원이 종이봉투 다섯 장을 넘겼다.

종이봉투를 받아든 청년의 표정이 묘해졌다.

-슥!

종이봉투를 열어서 청년이 바코드가 찍힌 물건들을 하나 집어넣었다.

들어갔던 청년의 손안에는 손바닥만 한 종이가 들려 있었다.

종이에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임무 해지 신청 불가. 기술 지원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

그것을 읽은 청년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짜증이 났는지 종이를 구긴 다음에 계산대 너머로 굴려서 떨어뜨렸다.

봉투 하나가 가득 차자, 청년이 다른 봉투에 음료수를 담으며 또 다른 숨겨진 종이를 꺼내들었다.

[새로운 임무 추가. 다음 프로필의 대상자를 조사할 것.]

‘이런 씨발.’

청년은 속으로 욕이 나왔다.

미션에서 빼달라고 벌써 세 번째 요청을 했는데, 무시하고서 계속 새로운 지령만 내려오고 있었다.

‘내가 어쩌다 이 꼴이 된 거지?’

청년이 종이를 구긴 다음에 뒤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인상이 험악한 남자가 잡지를 뒤적거리면서 자신을 계속 살피고 있었다.

감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미치겠군.’

피가 말릴 지경이었다.

처음에는 스마트폰과 가지고 있는 소지품만 검사했었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갑자기 저 팀장이라는 작자가 자신과 거의 24시간 동행을 하고 있었다.

‘젠장. 역시 내가 죽어도 좋다는 건가. 망할 공안 놈들.’

감시를 당하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거의 반쯤 들켰다고 판단이 될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

차라리 노선을 갈아탈까 고민이 되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씨발. 개색. 조가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욕뿐이었다.

종이를 구긴 다음에 계산대 너머로 굴린 다음에 과자 봉지를 다음 봉투로 집어넣었다.

봉지에서 빼낸 그의 손에 사진이 찍힌 종이가 들려있었다.

‘뭐야? 사극이라도 찍었나?’

옛날 복장을 한 긴 머리카락의 남자가 취조실에 앉아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의 한 가운데 그 자의 이름인지 무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놈은 또 뭐하는 놈이기에 조사하라는 거야? 하아....’

빨리 사진을 머릿속으로 숙지한 청년이 그것을 구긴 다음에 계산대 너머로 굴려버렸다.

바코드를 찍는 3분 사이에 지령 숙지가 끝났다.

“43,520이원입니다. 페이 체크하세요.”

“네에.”

시간을 끌기 위해 일부러 많이 샀더니 꽤 나왔다.

여자 종업원의 말에 청년이 플랙시블 스마트폰에 지문을 찍고서 전자 페이를 켜서 계산을 마쳤다.

“팀장님. 끝났습니다.”

청년이 봉투 네 개를 품안에 들고서 편의점으로 나왔다.

그런 그의 뒤를 따라 나온 팀장이라 불린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봉투에 손을 집어넣어 탄산 음료수 하나를 꺼내들며 말했다.

“뭐가 이렇게 느려터진 거냐?”

“많이 샀으니까요.”

청년이 빙그레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에 팀장이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낮은 어조로 경고했다.

“금종서. 누차 경고했지만 의심이 갈 만한 짓은 하지 마라. 네 일거수일투족을 내가 살펴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란 말이다.”

웃고 있던 청년, 아니 금종서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경고에 짜증이 났지만 내색하지 않고 답했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알겠지? 네 몸속에 있는 그게 붐! 펑!”

팀장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뭔가 터진다는 제스처를 보였다.

이에 금종서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망할! 절대로 이 일을 맡는 게 아니었어. 차라리 깜방에 들어갔다 나올 걸.’

후회가 막심이었다.

그때 금종서의 눈에 무언가가 띠였다.

“팀장님? 전화온 거 아닙니까?”

팀장의 왼팔에 감겨 있는 플랙시블 스마트폰에서 불빛이 반짝거렸다.

그것을 본 팀장이 자신의 이마를 탁치며 말했다.

“이런. 무음 모드를 푼 다는 게 깜빡했군. 엇?”

그가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네. 이사님. 호정입니다.”

팀장의 이름은 호정이었다.

전화를 받은 그의 표정이 어느 순간부터 미묘해졌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달칵!

전화를 끊은 팀장 호정이 뭔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상한데.....”

“무슨 일이라도 터진 겁니까?”

“아니. 신입이 들어온다는데, 왜 이렇게 여유가 없으시지?”

평소라면 여유롭게 말했을 이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신입이 꽤 오래 버텨서 그런 거 아닙니까?”

금종서 역시도 팀원으로 들어올 때의 과정을 알고 있었다.

이사가 하는 더러운 짓거리를 말이다.

금종서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심쩍다고 생각한 팀장 호정이 말했다.

“일단 혹시 모르니 너도 따라와라.”

“네? 저도요?”

어지간해서는 이사의 사무실 만큼은 절대로 데려가지 않았는데 의외였다.

‘아!’

마침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신입이 들어온다면 분명 이사가 그 케이스를 열 게 틀림없었다.

잘하면 이 기회에 금고의 비밀번호를 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빨리 따라와라.”

“알겠습니다!”

금종서가 서둘러 자신의 차로 뛰어가는 팀장 호정의 뒤를 따랐다.

*  *  *

같은 시각.

식스 로드 토이 본사 빌딩의 36층 이사실.

“그래. 서둘러!”

-달칵!

전화를 걸어서 해독제를 들고 오라고 말한 이사 윤문평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늦어졌어도 목숨이 위태롭거나 내공에 소실이 있었을 것이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협상을 하지도 않았는데 순순히 해독제를 가져오도록 조치를 취하게 해준 것이 의심스러웠다.

분명 무언가 요구조건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 영악하다 못해 괴물 같은 놈이 쉽게 봐줄 리가 없었다.

'차라리 내가 먼저 대가를 제시하자.'

잠시 눈치를 보던 윤문평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해독제를 가져오도록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혹시 제게 무언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으시...”

바로 그때였다.

-슈욱!

천여운의 뒤로 뻗은 손으로 무언가 빨려 들어왔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일이 벌어졌다.

-푹!

“어억!”

천여운이 그의 목에 핏줄이 서있는 곳으로 무언가를 찔렀다.

‘!!!’

이를 본 윤문평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그것은 바로 나노 폭탄이 담겨 있는 푸른 액체 주사였다.

-꾸욱!

“아, 안돼에에에에!”

비명에도 불구하고 주사기 안에 있는 무언가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원 타임즈의 독이 들어왔을 때보다도 절망적인 느낌이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맙기는. 이제부터 내 사람인데.”

‘이...이...이...개색....’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지 못했다.

천여운의 반대 손에 들려있는 폭탄을 제어하는 단말기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부들부들 떨면서 어이가 없어 하는데, 천여운이 금고 앞에 있는 케이스 쪽으로 다시 손을 뻗었다.

-슈욱!

하나 남아있던 나노 폭탄 주사기가 오른손에 빨려 들어왔다.

천여운이 천장을 쳐다보더니,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윤문평에게 말했다.

“이 위에 사장실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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