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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스카웃 제의 (4)
대기업 블레이드 식스(Blade Six).
현 중화 정부 영토에서 가장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이다.
게이트 사건으로 세계의 인구가 급감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구수가 세계 1위였기에 내수 경제만으로도 매 분기마다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한다.
재작년에는 친 사회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해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로 선정될 만큼 인지도가 높았다.
‘하....’
천여운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방금 정보는 나노가 전이한 현 시대에 있는 블레이드 식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였다.
‘......극도육무문.’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만으로는 지극히 평범한 기업일뿐이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블레이드 식스는 미래의 극도육무문이 가지게 될 기업명이었다.
‘이 녀석이 그 증거지.’
눈앞에 있는 조유성이 확실한 증거였다.
계열사의 부장인 그가 무공을 익힌 것을 보면 그 이면은 분명 무림 문파임이 틀림없었다.
‘.....나노. 시간의 축이 다르다면 혹시 극도신이 살아있을 확률도 있나?’
천여운이 굳어진 얼굴로 나노에게 질문했다.
극도신은 극도육무문, 즉 블레이드 식스의 총수였다.
머릿속으로 나노의 목소리가 울렸다.
[사용자께서 극도신을 죽이지 못했다는 사건이 전제가 된 시간의 축이라면 가능합니다.]
나노의 긍정에 천여운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확실히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극도신이 살아남거나 승리한 평행 차원이라면 말이다.
‘불과 어제 죽였는데....’
이 시대로 떨어지기 전에 타임젯에서 극도신을 소멸시킨 천여운이었다.
원래 천여운이 있던 시대였다면 이 만큼의 시간이 흘러도 극도육무문의 흔적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웃기는 상황이군.’
천여운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작 천마신교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스카이 코퍼레이션은 찾지 못하고, 패권을 다투던 극도육무문에서 자신을 찾은 셈이었다.
더군다나 자신들 산하의 인재로 스카웃하기 위해서 말이다.
“귀공?”
조유성이 갑자기 싸늘해진 분위기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대기업 블레이드 식스 산하의 회사임을 알게 된다면 기뻐하리라는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혹시 불쾌하신 점이라도 있으신지?”
조유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기에 경각심이 높아졌다.
‘혹시 본사와 좋지 않은 연을 맺고 있는 건가?’
그렇지 않고는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굳은 표정이 된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네놈들 총수의 이름이 어떻게 되지?”
-오싹!
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엄청난 살기가 베여 있었다.
무공을 익힌 무림인인 조유성이 그것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민간인들도 드나드는 로비에서 이런 살기를 내뿜다니.....’
당혹스러웠다.
이 정도의 살기라면 근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눈치 챘을 것이다.
일단은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저기 대체 왜 그러시는 건지 말씀해주시면...”
“총수의 이름을 얘기해라.”
힘이 들어간 목소리는 마치 두 번 묻지 않겠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힐 만큼 잔뜩 긴장한 조유성이 다급하게 총수의 이름을 밝혔다.
“그, 금성룡 회장님이십니다!”
“.....금성룡?”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당연히 그의 입에서 극도신이라는 이름이 나올 줄 알았다.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후들후들!
방금 전까지 당장에라도 목이 베일 것만 같은 살기에 사로잡혀 있던 조유성의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
‘무....무슨 살기가?’
이곳이 회사의 로비라는 사실마저 잊을 정도였다.
떨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있는데, 옆에 서있는 변호사 이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본사의 회장님은 무림인들에게도 유명하시다고 들었는데 모르십니까?”
‘엇?’
조유성이 놀란 눈으로 변호사 이현을 바라보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태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마....내게만 그 엄청난 살기를 집중했다는 건가?’
살기라는 것은 일종의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감정이 기운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기(氣)의 일종이지만 보통 사람들조차 느낄 수 있는 고조된 기운이었다.
그런데 이현은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착각했어. 이 자는 단순히 화경 초입이 아니야. 완숙, 아니 극(極)에 이른 자일 지도 모른다.’
조유성은 천여운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화경 초입의 고수라 판단했었다.
하지만 그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천여운이 변호사 이현에게 의아해하며 물었다.
“유명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본사의 회장님은 무림 협회에서 부협회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부협회장?”
협회장이라는 말에 천여운의 표정이 더욱 묘해졌다.
나노가 전이한 무림 협회의 기본적인 정보가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무림 협회는 열두 명의 임원 체제로 되어 있고, 그 위로 부협회장과 협회장이 있는 걸로 되어 있었다.
‘정통 정파 무림 인사들?’
무림 협회의 임원들은 정파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되어 있었다.
홈페이지 정보에는 임원들의 이름이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림 부서나 무림인들과 같은 관계자들은 임원들의 이름을 아는 듯 했다.
‘극도육무문, 아니 블레이드 식스가 정파 무림의 인사라고? 하.’
기가 막혔다.
그들은 절대로 정도 무림인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추구하는 마도와 패도에 가까운 길을 걷는 이들이었다.
필요에 따라서는 수많은 희생조차 가볍게 여길 만큼 말이다.
“모르시는 겁니까?”
“모른다.”
변호사 이현의 질문에 천여운이 딱 잘라서 말했다.
이 시대의 기본적인 지식들을 전부 습득했다고 해도 정보가 통제되는 것들을 알 리가 없었다.
‘회장님조차 모르다니? 정말 은거 계통의 무림인이 틀림없구나.’
천여운의 반응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리를 후들거리고 있던 조유성의 눈이 반짝였다.
무림 협회에서도 가장 유명한 인사 중 한 사람인 자신들의 회장을 모른다면 깊은 산골 외지 처박혀서 무공만 익혔다고 추측될 정도였다.
‘다만 이래서야 통제불능의 망아지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통제가 가능한 패였다.
기세가 너무 강해서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면 콧대를 꺾을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당근으로 회유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이사님의 방식대로 맡기는 수밖에.’
생각을 정리한 조유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혹시 뭔가 불편하신 게 있다면 미팅 약속을 다른 날로 미룰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이 회사의 이사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천여운이 여전히 굳은 얼굴로 위를 쳐다보았다.
위에는 무공의 고하와 상관없이 무림인으로 추측되는 기운을 가진 자들이 백여 명이 넘게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방대한 기운을 가진 자가 두 명 정도 기감에 감지되었다.
아마도 그들 중에 한 사람이 이사라는 직위를 가진 자일 것이다.
‘흠.’
위를 쳐다보던 천여운은 로비의 여기저기의 천장에 설치된 CCTV 감시 카메라를 발견했다. 총 사십 대였다.
공안국 청사의 로비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였다.
그만큼 보안이 철저하다는 의미였다.
‘일단은 이곳을 파악해보자.’
원래 시대의 천여운이었다면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입을 열만한 자들만 살려서 고문을 하든 암시 대법을 써서 원하는 정보를 얻으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극도신이 살아있다거나, 그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억지로 분란을 일으키는 것도 피곤한 일이었다.
‘본교도 찾지 못했는데, 괜히 이목을 끌 필요는 없다.’
현 시대의 지식이나 사회적 관념을 완전히 전이 받은 천여운은 어느 정도 그에 맞춰서 움직일 필요가 있음을 인지했다.
물론 여의치 않으면 원래의 방식을 취하면 그만이었다.
“좋아. 만나보겠다. 어디로 가면 되지?”
“아!”
긍정적인 답변에 조유성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 * *
식스 로드 토이 본사 빌딩의 36층.
다른 층은 여러 부서별로 나뉘어 사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지만, 36층은 통째로 한 사람의 사무 영역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것은 이 층의 주인은 그만큼의 직위와 권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층에 혼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뛰어난 외모를 지닌 네 명의 어여쁜 여 비서들과 그를 지키는 보안 요원 열두 명이 상시 배치되어 되어 있었다.
화려한 사무실에는 개인 바(Bar)부터 시작해 즐길 거리들로 넘쳐났다.
-휙!
간이 골프 연습대의 위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사십대 초반에 올백의 머리를 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서 공손한 자세로 있는 자는 부장 조유성이었다.
“이상입니다. 이사님.”
올백의 남자는 바로 이 층의 주인이자 식스 로드 토이의 이사인 윤문평이었다.
그는 미팅이 있기 전에 사전 보고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휙!
보고 하는 내내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골프채를 휘두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약속 시간을 어겨서 손목을 잘랐다고?”
“......그렇습니다.”
“꽤나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로군.”
윤문평이 골프채를 골프 가방 안으로 집어넣으며 맞은 편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서 반쯤 얼음이 녹은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 그에게 조유성이 말했다.
“고삐만 제대로 채운다면 쓸만 한 패입니다. 솔직히 그 정도 실력이면 앞으로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중히 써보는 것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한 번 쓰고 버릴만한 패가 아니다고 말하는 거냐?”
“.....그렇습니다.”
그런 조유성을 쳐다보며 윤문평이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본인의 손목을 잘랐는데도 그런 소리를 하다니. 정말 쓸 만해 보였나 보군.”
보통이라면 악의를 가져야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조유성은 그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말했다.
윤문평이 그를 중히 쓰는 이유이기도 했다.
“좋아. 일단은 보고 판단하겠다. 조 부장의 말대로 정말 화경의 고수가 맞다면 한두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깝지.”
“감사합니다.”
조유성이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감사를 표했다.
그런 그에게 윤문평이 손을 까딱거리며 미팅을 진행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조유성이 문 밖으로 나가자 윤문평이 고개를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쯧쯧, 조 부장. 이번만큼은 안목이 틀렸어. 정말 화경의 고수였다면 이 층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알아차렸지.”
이사 윤문평.
그는 이곳 계열사에 배치된 두 명의 화경의 고수 중 한 사람이었다.
윤문평의 기감에는 초절정의 극에 이른 정도의 무위로 보이는 기운만이 감지되었다.
물론 이십대 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말 뛰어난 인재였지만 역시 부장 조유성의 실력으로는 자신보다 높은 고수를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겼다.
-슥!
윤문평이 옷걸이에 걸어뒀던 양복 상의를 걸쳤다.
어찌 되었든 미팅인 만큼 구색은 갖춰야 했으니 말이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조유성과 함께 누군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호오.’
윤문평의 눈에 이채가 띠였다.
정말로 사극에서나 볼 법한 복장을 하고 있는 천여운의 모습에 흥미로웠다.
요즘 세상에 저렇게나 머리카락을 기른 것은 연예인들이나 펑크 족을 제외하곤 본 적이 없었다.
“본사의 윤문평 이사님이십니다.”
조유성이 그를 천여운에게 소개했다.
그리고 이미 보고했지만 다시 한 번 윤문평에게 소개했다.
“아까 말씀드렸던 여운이라는 분입니다.”
천여운은 자신의 성을 제외하고 이름만 밝혔다.
원래는 자신의 성과 이름을 전부 밝혀서 블레이드 식스의 반응을 살펴볼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괜히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순 없지.’
이곳은 계열사에 불과했다.
괜히 자신에 대한 정보가 알려져서 저들이 대비하게 놔둘 순 없었다.
만약의 확률로 정말 극도신이 살아있는 평행 차원이라면 그의 조심스러운 성정 상 더욱 자취를 감출 지도 몰랐다.
윤문평이 그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반갑네. 윤문평이라고 하네. 연배는 내가 더 높으니 편하게 말해도 되겠지?”
천여운이 그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런 서구의 인사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지식이 떠올라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여운이다.”
‘헉!’
조유성이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도 한 회사의 이사를 만나는데 경어는 쓸 줄 알았다.
혹시 하는 마음에 윤문평을 쳐다보았는데, 눈 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역시나 빈 정이 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표정을 지우고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후후후, 젊은 친구가 무공만 익혀서 그런지 사회생활에 서투른 모양이로군. 알겠네. 일단은 저곳에 앉아서 이야기 하지.”
윤문평이 손을 내밀어 쇼파를 가리켰다.
쇼파로 이동해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은 윤문평이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서 내선 전화의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손님이 오셨으니 따뜻한 차라도 내오게.”
-네. 이사님.
얼마 있지 않아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 비서가 들어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서 그녀가 나가자 윤문평이 입을 뗐다.
“들게나.”
먼저 그가 차를 들이켰다.
그것을 쳐다보던 천여운이 찻잔의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생각보다 차 맛은 좋았다.
“용정차이지. 나는 차보다 위스키를 좋아하지만 이건 예외야.”
찻잔을 내려놓은 윤문평이 말을 이었다.
“아마 사전에 들었겠지만 본사는 인재를 사랑하지. 그것도 자네처럼 뛰어난 무위를 지닌 친구들은 확실하게 대우해줄 수 있네.”
‘아....’
조유성이 인상을 찡그리며 윤문평을 쳐다보았다.
원래는 그가 브리핑 식으로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
“조 부장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형식적인 것을 싫어하네. 굳이 돌려서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지.”
윤문평이 자신의 업무 데스크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데스크 위에 있던 투명한 유리 태블릿 pc가 쇼파 앞의 테이블로 둥둥 날아왔다.
일부러 허공섭물의 기예를 보인 것이었다.
-툭툭툭!
윤문평이 태블릿 pc를 누르자, 숫자의 금액이 표기되었다.
[3,000,000,000이원+α]
아시아 연합의 화폐 단위는 이원으로 통일되었다.
30억이원이라는 단위를 보여주면서 윤문평이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림 협회 기준 사(巳)급 초절정의 극에 이른 무림인의 연봉이 3억이원임을 감안하면 더 많이 책정했네. 뒤에 플러스 알파는 지정 미션 달성에 대한 보수네.”
“네? 이사님.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분은....”
조유성이 화경의 고수라고 정정해주려고 했는데, 윤문평이 손을 내밀어 제지시켰다.
그리고는 말했다.
“조 부장이 자네보다 무공이 낮아서 조금 오인이 있던 모양이야. 그래도 이 정도 단위면 진(辰)급 연봉에도 떨어지지 않네.”
윤문평이 다시 쇼파에 기대어 앉으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어 손가락으로 삼매진화를 일으켜 담뱃불을 붙이며 말했다.
-치익!
“후우, 자네가 명령을 잘 따르고 주어진 미션을 잘 완수한다면 내가 스폰이 되어줄 수도 있어. 지금은 이곳 계열사의 이사로 있지만 회사가 안정화 되면 조만간에 본사로 이동이 결정되었거든.”
자신이 계열사가 아닌 본사로 돌아갈 수 있음을 어필하는 그였다.
블레이드 식스에 대한 기업 명성은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알 거라는 전제 하에서 하는 말이었다.
윤문평이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어떤가?”
당연히 거부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여운의 입에서는 예상 밖의 말이 나왔다.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아까부터 미션 어쩌구저쩌구 하는데, 누군가를 고용하려면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밝혀야 하는 게 아닌가?”
“........푸하하하하하핫.”
잠시 말문이 막혔던 윤문평이 갑자기 웃어댔다.
그리고는 정색하며 말했다.
“뭔가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군. 공안국에 잡혀 있는 네 녀석을 빼준 게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 정도 대우를 해주는데도 끝까지 시건방지구나. 애송아.”
-쾅!
윤문평이 테이블에 손바닥을 내려쳤다.
그러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이 반으로 갈라지며 쓰러지고 말았다.
‘하아....’
조유성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결국 윤문평의 성미를 건드리고 말았다.
“뭐, 계약서에 싸인을 하든 아니든 간에 호정에게 보내서 풀린 고삐부터 잡으려고 했는데. 잘됐군.”
-휙!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윤문평이 번개처럼 천여운의 목을 움켜쥐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꽉!
“엇?”
윤문평의 손이 미처 닿기도 전에 그의 손목을 천여운이 잡아챘다.
설마 자신의 일수를 막을 거라고 예상지 못했던 윤문평이 인상을 굳히고서 조유성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실이었나?’
분명 자신이 감지한 기운은 초절정의 고수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정도 기운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공격을 눈치 채고 막았다는 것은 자신의 무위를 숨겼다는 의미였다.
‘.......고작 이십대 초반 밖에 안 되어 보이는 놈이 나와 무위가 버금간다고?’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은 마흔에 이르러서야 이른 경지였다.
불쾌해진 윤문평이 단숨에 내공을 십 성으로 끌어올려서 단번에 천여운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놔라!”
그러나,
-꽈악!
풀리기는커녕 족쇄라도 채워진 것처럼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윤문평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이놈 무슨 내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