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4화 (1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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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스카웃 제의 (2)

“끄아아아아악!”

차 안을 울려 퍼지는 고통에 찬 비명 소리.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앞좌석에 타고 있던 운전수와 변호사 이현 역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 아니! 지,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부장님!”

12시간의 약조에 대한 것을 모르는 그들로서는 천여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끼이익!

운전수가 다급히 도로의 한쪽으로 차를 임시 정차했다.

얼굴이 상기되어서 화가 난 운전수가 고개를 돌려 천여운을 향해 항의를 하려고 했는데,

[끄으윽. 됐다. 일단 병원으로 가자.]

조유성이 전음을 보내 그를 만류했다.

[하, 하지만 부장님! 완전 미친놈이 아닙니까?]

놀랍게도 운전수인 그 역시도 전음을 할 줄 알았다.

물론 그것은 운전수 역시도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운전수가 전음으로 열을 냈다.

[부장님께서 밤새 저 자를 빼내려고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다짜고짜 손을 자르는 경우가 대체 어디에....]

[됐으니까. 가래도!]

두 눈에 핏대가 서서 얼굴이 창백해진 조유성의 일갈에 잠시 머뭇거리던 운전수가 이를 갈면서 고개를 돌리고 핸들을 잡았다.

화가 난 조유성을 자극해서 화를 자신에게 끌어당길 필요는 없었다.

‘이 자를 너무 가볍게 봤다.’

운전수의 예상대로 조유성은 억지로 화를 억누르는 중이었다.

애초에 실력으로도 상대가 되지 못했고 천여운을 영입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감정을 발산할 수가 없었다.

‘......일종의 경고인건가.’

조유성은 이것이 천여운의 경고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자신을 이용하거나 약조를 섣불리 어기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대가를 말이다.

‘......정파 계열의 은거인은 아닐 지도 모르겠구나.’

정파 계열이었다면 이 정도로 과감하고 냉혹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보다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정으로 보아 조유성은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타타타탁!

고통이 어느 정도 견딜만해졌는지 조유성이 왼쪽 팔의 혈도를 짚었다.

그러자 흘러내리던 피가 지혈되었다.

조유성은 손수건을 꺼내서 잘린 단면 부위를 감았다.

그리고 나서 차의 바닥 카펫에 떨어져 있는 잘린 왼손을 주우려고 했는데,

-둥둥!

그의 왼손이 위로 떠올라 시트에 올라왔다.

조유성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느꼈지만 화경의 고수답게 정말 심후한 내공을 지닌 듯 했다.

‘후우. 일단은 말해야 겠다.’

이미 병원으로 출발했지만 조유성은 사전에 양해를 구하려 했다.

“.....감사합니다. 저기 죄송한데, 본사로 가기 전에....”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그 병원이라는 곳부터 들려라.”

‘!?’

순간 조유성은 의문이 들었다.

‘전음으로 말했었는데....’

특수한 음파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전음 도청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조유성은 이내 그 의구심을 거뒀다.

‘하긴.’

생각해보면 손목이 잘렸는데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것이 통상의 반응이 아니던가.

자신이 너무 과민하게 생각했다고 여겼다.

*  *  *

심양시 공안국 청사 건물.

강력반 3팀 사무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헛소리야?”

사무실 바깥까지 들릴 만큼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본인은 강력반 3팀의 팀장인 이명이었다.

그런 이명의 앞에 서있는 얼굴에 멍 자국이 가득한 단발의 여 형사 단영현이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쉿! 팀장님 너무 목소리가 커요.”

“지금 내가 열을 내지 않게 생겼어. 크윽....젠장.”

이명이 욱씬거리는 자신의 어깨를 붙들었다.

재생 치료를 마친지 고작 몇 시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증이 남아있었다.

그런 이명을 강력반 3팀의 형사들이 시선이 집중되었다.

총상을 당했다는 사람이 환자복을 입고서 사무실로 뛰어왔으니, 걱정되지 않는게 이상했다.

“일단 팀장님. 병가(病暇) 처리도 되셨는데, 병원으로 돌아가세요. 저도 조사관의 취조를 막 마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고 지금 당장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단발의 여 형사 단영현이 그를 달랬다.

이명이 열을 내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지금 그들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번 사건은 너무 크게 터졌기 때문에 상위 기관인 요녕성 공안청에서 특수부의 조사관들까지 파견한다고 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손을 떼야만 했다.

“어차피 특수 전담반 쪽의 일이라....”

“특수 전담반? 하! 과장님부터 우리 강력반 형사들이 자그마치 여덟 명이나 죽었어. 그런데 어째서 그쪽 일이란 말이야. 가장 유력하게 연관 가능성이 높은 범인을 외압 때문에 풀어주는 게 말이나 돼?”

이명의 다그침에 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고집 때문에 이명은 공안국 내에서도 꼴통이라 불리고 있었다.

‘하아. 또 시작이구나.’

하지만 그녀는 그를 싫어하지 않았다.

입이 거칠고 내부 규정을 잘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이긴 해도 그는 정 많고 의리가 많은 남자였다.

물론 3팀의 형사들만 그렇게 여겼지만 말이다.

단발의 여 형사 단영현이 다른 형사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또 팀장님 고집 부린다. 빨리 병원으로 모셔다...”

“내가 직접 국장님과 따져야겠어!”

“네?”

그 말과 함께 이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박차고 나가려했다.

당황한 형사 두 명이 다급히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이명이 그들을 간단히 제압해버렸다.

-쿵!

“억!”

“큭!”

가볍게 엎어치기를 당하고 다리가 걸려 넘어진 남자 형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닌 걸로 유명한 이명이었지만 총상을 당한 환자 주제에 너무 강했다.

“환자한테도 밀리냐. 운동들 좀 해라.”

그 말과 함께 이명이 사무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익! 야! 빨리 팀장님 붙잡아!”

당황한 3팀의 형사들이 그 뒤를 쫓았다.

하지만 이명은 어찌나 빠른지 계단 1층까지 뛰어 내려가 벌써 국장실 앞까지 도달했다.

꼴통이라 불리는 그답게 여 비서가 제지하는데도 국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 된다니까요. 지금 업무 통화 중이신데....”

“국장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이명의 돌발 행동에 전화 통화 중이던 국장 상유근이 인상을 찡그렸다.

크게 놀라는 기색은 없었다.

사실 이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꼴통이라 불릴 만큼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생기면 다이렉트로 국장이나 부국장실로 난입하는 이명이었다.

“.....대학 병원 쪽으로 빠졌다고? 알겠다. 일단 계속 눈을 떼지 말고 지켜봐라.”

-삐!

국장 상유근이 내선 전화기의 버튼을 눌러 통화를 종료시켰다.

뒤따라 들어온 여 비서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이명의 팔짱을 잡고 그를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그때 국장 상유근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임 비서는 나가보게.”

“아, 알겠습니다.”

여 비서가 국장실의 문을 닫고 나가자 국장 상유근이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무슨 짓이지? 내가 몇 번이나 상관을 통해서 얘기하라고 했을 텐데.”

보통 형사들이었다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은 꼴통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였다.

“그 상관이 죽었습니다! 국장님.”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지금 공안국의 수장이라 하실 수 있는 국장님 입에서 나오실 말씀입니까?”

이명이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저희 팀 단 형사의 취조 보고서를 받으셨다면 알지 않습니까? CCTV 영상이 어찌 되었든 그 난리통에 둘만 살아남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놈도 유력한 연관범입니다! 조사를 해서 문제가 없으면 내보내는 게 맞아도 이건 아닙니다.”

“.........”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국장 상유근에게 이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저는 국장님을 존경했습니다. 늘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참된 공안국 경찰의 모습에요. 그런데 결국 국장님도 똑같은 사람이란 것만 알게 되었군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뚫어지게 노려보던 이명이 몸을 돌려서 국장실을 나가려 하자, 그를 국장 상유근이 제지했다.

“멈추게.”

이명이 의아해하며 멈춰 서자 국장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내가 외압에 굴복해서 이 사건을 좌시할 사람으로 보이나?”

“네?”

국장이 자신의 데스크에 있던 모니터 화면을 뒤로 돌렸다.

그것을 본 이명의 눈에 이채가 반짝였다.

*  *  *

심양시 지역 대학 병원.

정형외과 의료 검진실 안.

잘린 왼팔을 살피고 있는 중년의 의사가 탄성을 흘리며 말했다.

“허어....정말 절단기에 사고가 나신 게 맞습니까?”

“.....대충 비슷합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죠?”

의사의 말에 조유성이 의아해했다.

이에 의사가 잘린 손목의 단면을 확대해서 보여주었다.

“아....”

모니터로 왼쪽 손목의 잘린 단면과 떨어져나간 왼손의 단면 사진이 두 개 보였는데, 의사가 아닌 그가 보더라도 완벽하게 잘려나간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절단기로 단 번에 베인다고 해도 사람의 근육이나 뼈가 워낙 질기거나 단단하기 때문에 핏줄부터 뼈 부분이 잘리면서 일그러지거나 할 텐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꼭 해부학 견본으로 만든 것처럼 단면이 너무 선명하군요.”

의사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이유였다.

이 말에 조유성 역시도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도를 쓰기 때문에 뛰어난 도법 실력을 지녔다고 짐작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정도면 신경 접합 부위를 맞추는 수술을 할 필요도 없이 단면 접합 재생 수술을 바로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절단된 부위의 접합 수술은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단 한 번의 수술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수술을 거치는데, 의사는 이 정도 단면이라면 접합 수술과 재생 치료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수술을 하고나서 사흘 정도 입원하시고, 경과가 좋으면 삼 주 정도 통원 재활 치료를 하면 충분히 손가락을 예전처럼 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당장에 수술을 받으면 좋겠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정오에 수술을 받자는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조유성은 오후 늦게 수술 시간을 잡아놓고 응급 처치만을 받고서 나갔다.

조유성이 진료실을 나가자 간호사가 의사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선생님 역시 무림인인 거 맞죠?”

“역시 정형외과 8년차 장 간호사답군.”

정형외과에서 일하는데 이들이 상처를 몰라볼 리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손목이 잘렸는데도 저렇게 침착함을 잃지 않는 자들은 무림인이나 게이트 키퍼들 이외에는 없었다.

"무림인이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자르나요. 호호호."

중년의 의사가 모니터의 잘린 단면을 다시 쳐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글쎄. 그 무림인도 이렇게까지는 힘들 것 같은데."

같은 시각.

대학 병원 원무 수납과의 로비.

의자에 앉아서 번호를 기다리고 있는 한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것에 비해서 허리가 꼿꼿하게 펴고 있는 노인의 기세는 범상치가 않았다.

노인의 두 손에는 지팡이처럼 잡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녹색 도집이었다.

화려한 장신구로 꾸며진 도집만 봐도 보통 보도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우와. 도를 가지고 있잖아.’

‘저 할아버지. 무림인 맞지?’

누가 보아도 노인은 무림인이 틀림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수근거림에 익숙한지 노인의 표정은 태평하게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급히 그에게로 달려왔다.

짙은 남색 계열의 정장을 입은 삼십대 후반의 남자가 두 손을 모아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했다.

“모용이선이 팽능겸 어르신을 뵙습니다.”

“오오. 모용 전무로구만.”

무림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자들이 들었다면 놀랄 만한 성씨들이었다.

그들은 정도 무림의 명가라 불리는 오대 세가인 하북 팽가와 모용세가의 후예였다.

물론 지금은 세가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

모용이선이라 불린 삼십대 후반의 남자는 이곳 심양시에서 가장 큰 기업인 연 컴퍼니(company)의 전무 이사였다.

“직함으로 부르지 말고 예전처럼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허허허, 그럴 수야 있나. 그래도 명색이 연 컴퍼니의 차기 회장님인데 말이야.”

오대 세가의 후예들답게 그들은 서로 왕래가 잦아서 안면이 있었다.

모용이선이 팽능겸의 옆에 놓여 있는 원무과 수납 대기 번호표를 보면서 말했다.

“아니. 미리 말씀해주시고 오셨으면 저희 쪽에서 빠르게 수납처리까지 했을 텐데, 연락하시지 그러셨습니까?”

“허허허, 뭐 하러 그리 일을 번거롭게 하겠나. 그저 진찰을 받으러 왔을 뿐인데.....아! 그러고 보니 아까 들어오면서 누군가를 계속 쳐다보던데 알고 있는 자인가?”

눈썰미가 좋은 팽능겸은 로비로 오면서 모용이선이 어떤 남자를 쳐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왼팔에 부상을 당했는지 기브스를 하고 있는 남자였다.

그냥 평범한 자였다면 팽능겸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그 남자는 무공을 익힌 자였다.

“아 네. 사업 상 안면이 있는 자라서요.”

“흠 그런가?”

자세한 설명을 피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팽능겸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어르신 정말 대단하십니다.”

“뭐가 말인가?”

“이번 게이트 경보 소식을 듣고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세수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협의를 위해서 아직 움직이신다는 게 대단하십니다.”

“허허허, 그게 뭐가 세수인가. 게이트가 열린 세상에 이 노인네 한 명이 힘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음?”

그때 팽능겸의 인상이 굳어졌다.

모용이선이 왜 그러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팽능겸이 도집을 들고서 경공을 펼쳐 엄청난 속도로 로비를 빠져나갔다.

“어르신!”

모용이선이 빠르게 그를 따라갔다.

어느새 병원 건물의 바깥으로 빠져나간 팽능겸이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웅성웅성!

“사고가 난 모양이군요.”

그의 옆에 도달한 모용이선이 말했다.

팽능겸이 바라보고 있는 쪽에는 회색 RV 차량 한 대가 도로 전봇대를 박고서 멈춰있었다.

앞쪽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도로를 이탈한 모양이었다.

특이한 것은 앞 바퀴 두 개 모두 갈가리 찢겨져 나가 있었다.

“사고 소리를 듣고 나온 것입니까?”

모용이선의 질문에 팽능겸이 떨리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방금 전 엄청난 진기의 유동이 있었네. 자네는 못 느꼈나?”

그런 그의 반응에 모용이선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중화 정부 국무원 무림부에 등록된 모든 무림인들 중에서 백 위권 내에 드는 고수인 그가 이렇게 놀라는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저들 중의 한 명입니까?”

모용이선이 사고 난 RV 차량에서 나오는 두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두 남자는 사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RV 차량 본네트를 내려치며 난리도 아니었다.

이에 팽능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주 잠깐만 느껴지고 사라졌네.”

그 말과 함께 도병을 잡고 있는 팽능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이 팽능겸이 진기의 진원지를 놓치다니?'

전율적인 고수였다.

*  *  *

유유히 대학 병원의 부지를 빠져나오는 검은 세단.

왼팔에 기브스를 하고 있는 조유성이 팔짱을 끼고서 눈을 감고 있는 천여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혹시 방금 전에 RV 차량에 펑크난 거....귀하께서 하신 일인지?”

그 질문에 천여운은 부정하지 않았다.

조유성이 보는 앞에서 RV 차량을 쳐다보면서 주먹을 움켜쥐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이유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천여운은 침묵을 유지했다.

답답해하고 있는데 그의 귓가로 운전수의 전음이 들려왔다.

[조 부장님. 그렇지 않아도 진찰 받고 나시면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방금 전 그 회색 RV 차량. 공안국 근처에서부터 계속 따라붙었던 차량입니다.]

[뭐?]

그 말에 조유성이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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