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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스카웃 제의 (1)
AM 06:10
심양시 지역 대학 병원 병동 5층.
6인 입원실에서 초췌한 얼굴로 누워있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공안구 강력반 3팀장 이명이다.
응급실 외과 의사의 말대로 정밀 검사를 받은 그는 총상을 입었음에도 전치 일주일이 나왔다.
[감염 여부도 없고 재생 치료도 받았으니, 일주일 정도 입원실에서 안정을 취하시면 업무로 복귀하셔도 될 겁니다.]
일주일 뒤에는 퇴원해서 데스크 업무를 해도 좋다고 했다.
천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시끄러워.’
병실에 크게 틀어놓은 TV 소리 때문에 은근히 거슬렸다.
차마 다 같이 쓰는 병실이니 TV 소리 좀 줄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하필 배정받은 호실이 노인들만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잠들도 없나.’
할머니, 할아버지할 것 없이 노인들은 정말 잠이 없었다.
심지어 밤새도록 TV가 켜져 있었다.
‘젠장. 그래도 총상을 당한 건데, 상해 보험 처리로 일인실 병동으로 넣어줄 수 있잖아.’
이명은 속으로 툴툴거렸다.
보험 처리가 된다고 어젯밤에는 좋아했었는데, 역시나 짜다.
전치 일주일 진단서가 접수되자 마자 자연스럽게 다인실 병동으로 주다니 말이다.
-꼬르륵!
배에서 밥을 달라고 요동을 쳤다.
어제 저녁 식사도 못 먹고 재생 치료를 받고나서, 계속 공복 상태로 잠을 청했던 그는 새벽에 깨어났다.
마침 병실로 간호사가 들어왔다.
“환자 분 몸은 어떠세요?”
상태를 체크하러 온 간호사에게 이명이 물었다.
“저기 식사는 언제쯤 할 수 있는 겁니까?”
“아. 식사요. 잠깐만요.”
간호사가 이명의 환자 차트를 살피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정오에 담당 선생님께서 회진하시고 상태가 괜찮으시면 점심으로 죽을 드시면 될 것 같아요.”
“으으으.”
이명의 얼굴이 죽을 상이 되었다.
배고파 죽겠는데 점심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안 될 줄은 알겠지만 이명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혹시 담배는 피워도....”
그때 그의 귓가로 TV 소리가 들려왔다.
-속보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금일 새벽 경에 마약범으로 현장 체포되었던 파이어 헤드 조직의 간부 손 모씨와 기타 조직원들이 공안국의 유치장에서 탈옥했다는 당국의 발표가 전해졌습니다.
“뭐야?”
이명이 얼굴이 굳어져서 TV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화면에는 공안국 CCTV 화면부터 시작해 국장의 기자회견이 나왔다.
-....순직한 강력반 송위강 과장이 그들의 범행 현장 데이터를 복사해서 도주하던 도중 살해당했습니다. 이에 본 공안국은 이번 일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빌어먹을!”
그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탈옥 소식도 어처구니없을 판국에 직속 상사인 송위강 과장이 죽었다.
‘대체 무슨 일이 터진 거야?’
자신이 입원한 12시간 사이에 공안국에 비상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명이 누워있다 말고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환자 분!”
간호사가 당황해하며 그를 눕히려 했다.
그런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며 이명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퇴원해야 합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팍!
간호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명은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팔에 꽂혀 있던 수액 바늘을 거칠게 뽑아버렸다.
주사기 바늘이 꽂혀있던 팔에서 피가 흐르든 말든 이명은 비틀거리며 병실을 뛰쳐나갔다.
그런 그를 뒤쫓으며 간호사가 소리쳤다.
"모용이명 환자!"
* * *
AM 06:45
심양시 공안국.
게이트가 열린 것도 아니었는데, 유래가 없는 희생자들의 수로 공안국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초상집에 가까웠다.
소속된 모든 공안국 직원들은 일찍 소환 되어 사태를 수습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흑흑....이렇게 비보를 전해놓고는 남편 시신을 당장 못 본다는 게 말이 되나요?”
유족들이 청사 앞에서 울부짖으며 슬퍼하고 있었지만 부검(剖檢)으로 인해 시신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원래 민간인들이라면 유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부검을 통해 해부할 수 있지만 공안 경찰들은 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기에 임관 시에 부검 동의서를 받는다.
공안국 진입로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테이프가 붙여져 오고가는 것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CCTV 영상이 그것뿐이라고 했는데, 혹시 공안국 측에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닙니까?”
“어째서 언론을 통제하는 겁니까?”
부지 바깥에는 몰려든 기자들 때문이었다.
공안국 국장의 기자 회견이 있은 후부터 각 언론사의 기자들이 공안국 앞을 점령하고 있었다.
덕분에 이른 새벽부터 소환된 공안 경찰들이 애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기자 회견 때 입장 발표가 있을 예정 입니다. 그때까지는 기자님들도 물러나십시오!”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이 외쳤다.
거의 30분 가량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데도 기자들은 전혀 물러날 조짐이 없었다.
그때 한 기자가 부지의 진입로로 들어가는 검은 세단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니. 관계자 이외에는 통과가 안 된다면서 방금 전에 저 차는 공안국 차량도 아닌데, 왜 들여보내준단 말입니까?”
“이거 말이 다르지 않은가. 우리도 들여보내 달라!”
한 기자의 외침 덕분에 다른 기자들도 난리를 부렸다.
통제 테이프 앞에서 진을 치고서 막고 있는 경찰들이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공안국 청사 1층 국장실.
누군가 뒷짐을 지고서 혼란스러운 공안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있는 이 중년의 사내는 심양시 공안국장인 상유근이다.
창밖을 바라보던 그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은 파이어 헤드와 취조실에 있는 저 사극 복장을 하고 있는 자가 한패라도 된다는 겐가? 부국장.”
그가 말을 건 상대는 바로 부국장 호일경이었다.
국장실 접객 쇼파에 앉아있는 그의 자세는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일찍 출근한 의료팀의 다른 의사가 탈골된 어깨, 팔꿈치 뼈를 끼워줬지만 연골이 상했기 때문에 임시 조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간밤에 유일하게 살아남았기 때문에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국장실에 불려와 취조를 당하고 있었다.
“아까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국장님. 제 5기동 타격대는 그 신분조차 알 수 없는 무림인을 격리조치 하기 위해서....”
-또각! 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국장 상유근이 자신의 업무 책상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국장실의 천장에서 빔이 쏴지며, 한가운데에 있는 원형 테이블 위로 3D 입체 영상이 출력되었다.
입체 영상은 지하 5층에 있는 제 4취조실의 CCTV 영상이었다.
“엇?”
영상 속에는 부국장 호일경이 취조실 의자에 앉아서 거의 혼이 나간 것처럼 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드르렁! 드르렁!
심지어 코를 골면서 자고 있었다.
하나의 파일을 제외하고 모든 CCTV 영상이 지워졌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저렇게 자고 있었다고?'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 태평스럽게 잠을 잤다는 것이 그 자신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호일경이 당황스러워하면서 해명하려고 했다.
“구, 국장님 이건...”
-쾅!
국장 상유근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죽은 송위강 과장의 USB에 들어 있던 CCTV 영상은 총 두 개! 언론에 보도된 그 영상과 이것이었어. 내 차마 공안국의 위신 때문에 언론에다가 이 영상을 보일 수가 없었네. 무슨 소린지 알겠나?”
그랬다.
죽은 송위강 과장의 입속에 이 USB가 있었다.
공안국 조사관들은 송위강 과장이 CCTV실이 있는 5층에서 죽은 것을 미루어보아, 이 USB를 가지고 도망치던 도중에 사고가 난 것으로 현재 짐작하고 있었다.
덕분에 현재 송위강 과장은 칭송이 자자했다.
“순직한 강력반 과장조차 이렇게 희생정신이 투철한데. 공안국의 부국장이라는 작자가 취조실에 붙잡혀 있었다는 게 말이나 되나.”
“구, 국장님. 오해이십니다! 그게 아니라...”
“듣기 싫네. 강력반 3팀에 대한 취조가 끝나고 상부에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무기한 정직(停職) 처리 될 터이니 그리 알게.”
국장 상유근의 통보에 부국장 호일경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급히 그의 앞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고서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국장님. 정말 오해이십니다. 제, 제 어깨와 팔을 보십시오. 저는 그 무림인 놈에게 취조 도중에 붙잡혀서 온갖 모진 수모를...”
-똑똑!
그때 누군가 국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아직까지 부국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장 상유근은 문을 두드린 자를 돌려보내려 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있다가 들어오게.”
-국장님 급한 사안입니다.
급한 사안이라는 말에 국장 상유근은 결국 들어오라 했다.
그 와중에 체면은 차리려고 했는지, 부국장 호일경이 쇼파로 가서 아무렇지 않은 척 앉았다.
급히 국장실로 들어온 남자 형사가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급한 사안....음?”
봉투를 찢고서 빼낸 서류에 찍혀 있는 심양시 시청 마크를 본 국장 상유근의 인상이 굳어졌다.
서류의 하단 부에는 누군가의 직함과 직인이 적혀 있었다.
같은 시각 공안국 강력반의 응접실.
응접실의 쇼파에는 단정한 슈트를 입고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을 12시간 안에 빼내겠다고 약조한 조유성이었다.
“허참.”
그런 조유성의 앞에서 삐딱하게 앉아 있는 수염이 덥수룩한 사십대 초반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강력반 1팀장인 오유붕이라는 자였다.
오유붕이 탐탁지 않는 눈빛으로 커피를 마시는 조유성에게 말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본데. 그 꿈 깨시구랴. 아시다시피 시국도 좋지 않고 우리 국장님은 청탁이나 외압에 굴하지 않는 양반이니까. 그쪽 뜻대로 안 될 거요.”
그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조유성이 취조실에 갇혀 있는 ‘그 자’를 석방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심양시에서 꽤 유명한 로펌의 변호사까지 대동해서 왔다.
“글쎄요. 뭐. 일단은 기다려 보죠.”
조유성이 빙그레 웃으며 여유롭게 답했다.
일부러 도발하듯이 말을 해도 넘어오지 않는 그를 보면서 팀장 오유붕이 혀를 내둘렀다.
‘젊은 놈이 능구렁이 같기는.’
하지만 이번 건 만큼은 이 자의 뜻대로 안 될 거라 확신했다.
현재 공안국 사정도 그랬지만 취조실의 그 자는 시청에서 조사 명령이 내려온 자였다.
그런데 무슨 수로 빼내겠다는 건가.
“흥. 커피 마시고 서류 챙겨서 나갈 준비나 하시구랴. 기자들이 바리게이트를 쳐서 차를 빼는 것도 힘들...”
바로 그때였다.
“팀장님!”
국장실로 보냈던 형사가 응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데 그만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아니?’
국장인 상유근도 그 뒤를 따라서 들어왔다.
“추, 충성!”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던 팀장 오유붕이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 거수 경례를 했다.
국장 상유근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조유성에게 말했다.
“조 부장. 오랜만이군.”
“잘 지내셨습니까? 국장님. 노고가 많으신데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조유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국장 상유근의 표정이나 말투를 보면 조유성과 안면이 있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제대로 접대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선 미리 사죄하겠네. 그래. 요청 공문은 윤 이사가 작성한 건가?”
“그렇습니다.”
“직인을 가져왔으니, 내 바로 결재하도록 하지.”
‘뭐?’
팀장 오유붕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일고의 가차 없이 국장실에서 요청 공문이 통과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풀어달라는 요청 공문을 국장이 직접 결재하기 위해서 내려온 것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어이가 없어하고 있는데 조유성이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이겼다는 듯 한 그 미소에 오유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 *
-띵동!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강력반 1팀장 오유붕과 함께 천여운이 나왔다.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유성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고초가 많으셨습니다. 무성님.”
“무성?”
의아해하는 천여운의 귀로 조유성의 전음이 들려왔다.
[신분을 만들면서 귀하의 성함을 몰라서 임시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원래 성함을 알려주신다면 수정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그의 전음에 천여운이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내로는 참으로 공교롭다고 생각했다.
임시로 지은 이름이 자신의 후손인 천무성과 같았으니 말이다.
“옆에 있는 자는?”
“본사의 자문 변호단을 맡고 있는 KD 로펌의 이현 변호사입니다. 밤새 서류를 처리하느라 이 변호사가 많이 고생했습니다.”
“이현입니다.”
변호사 이현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에 대한 소개를 마친 조유성이 청사 바깥쪽을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이곳은 어수선하니, 본사로 모시겠습니다.”
조유성의 말대로 로비는 형사들과 조사관들로 붐볐다.
그들은 엘리베이터 앞의 로비 바닥에 흰 선을 그리며 시신들이 있던 곳의 혈액을 채취하는 등 조사에 임하고 있었다.
조유성을 따라서 청사 바깥으로 나가려는 천여운에게 강력반 1팀장 오유성이 불만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어이 사극 복장. 얼마나 높으신 빽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조심해라. 나 강력반 1팀장 오유붕이 네놈을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공안국에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경고였다.
이에 천여운이 입을 떼려고 하자, 조유성과 변호사 이현이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그를 데리고 청사 앞에 있는 검은 세단 차량으로 안내했다.
천여운이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까지도 오유붕은 도깨비처럼 성이 난 얼굴로 노려보았다.
차 문이 닫히고 옆에 앉아 있는 조유성이 달래 듯이 말했다.
“잘 참으셨습니다. 보는 눈도 많고 공안국 내에서 강력반 팀장과 시비를 붙어봐야 좋을 게...”
그때 창문을 바라보고 있던 천여운이 가볍게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억!”
그러자 몸을 돌려서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 하던 강력반 팀장 오유붕이 갑자기 자신의 복부를 움켜쥐고는 부들부들 떨면서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조사관들이 놀라서 그를 부축했다.
‘이런....’
아무리 봐도 천여운이 한 짓이 틀림없었다.
당황한 조유성이 앞좌석의 운전수에게 다급히 말했다.
“어서 출발하게.”
눈치가 빠른 운전수가 얼른 액셀을 밟았다.
공안국 부지의 진입로에서 바리게이트를 치고 있는 기자단을 겨우 헤치고 지나가 도로로 진입하자, 조유성이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심경은 이해하지만 너무 일일이 대응하시면...”
“몇 시지?”
“네? 지금 시간 말입니까?”
갑작스러운 천여운의 질문에 당부를 하려했던 조유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이 와중에 자신이 약속 시간보다 늦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인가 당혹스러웠다.
“혹시 약조하신 것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제가 사죄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했는데. 음...”
조유성이 팔목에 있는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AM 07:17]
“일곱 시 십칠 분이군요. 도착은 여섯시 반경에 했는데 안에서 공문 요청이 결재나는 것을 기다리다보니....”
“변명이 많군.”
'하아.'
천여운의 차가운 목소리에서 조유성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인사과에 일하면서 인재 발탁을 하면서 이런저런 작자들을 많이 겪어본 그였다.
'꼬투리를 잡아서 몸값을 높이려는 건가. 생각보다 영악한 작자로군.'
짜증나서 적당히 묵살하고 싶었지만 그에게 투자한 것이 많았다.
이미 이사에게 보고도 올렸으니 말이다.
적당히 타일러야 겠다고 여겼다.
“네네. 제가 졌습니다. 어쩔 수 없군요. 분명 약속 시간을 어긴 부분도 있으니, 연봉 협상 때 이사님께...”
-촥!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조유성이 왼쪽 손목에 차고 있던 플랙시블 스마트폰에 일 자로 금이 갔다.
놀라서 의아해하는 순간 금이 간 곳을 중심으로 그의 왼손이 차량 실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끄아아아아아악!”
손목이 잘리는 고통에 조유성이 비명을 질렀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당히 끝내려고 했는데 말이 많군.”
“하아..하아....”
“밤새 나를 위해서 고생했다고 했으니, 팔이 아니라 손목에서 끝냈다.”
천여운 나름의 셈법으로 봐준 셈이었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조유성의 귀에는 어떠한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으으으, 저...정말로 자르다니....'
천여운이 했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새삼 후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