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7화 (7/234)

────────────────────────────────────

2화 신원불명의 남자 (3)

-이용이용!

심양시 지역 대학 병원 응급실.

저녁 여섯 시 반 경에 열려 있는 곳은 당연히 응급실뿐이다.

구급 대원들이 구조용 들 것에 들려 있는 공안국 강력반 제 3팀장 이명을 급하게 응급실로 옮겼다.

출혈이 심했기 때문에 응급차에서 급히 지혈 및 수혈 조치를 취했다.

그런데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생각 외로 이명은 기절한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크으윽.....’

구급차에 실려 오는 내내 그는 의문에 빠졌다.

절대로 굴복할 것 같지 않던 자가 갑자기 중도에 멈췄다.

뭔가 속셈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타타타타탁!

응급실에서 미리 구급대원의 연락을 받았던 당직 외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입구로 달려 나왔다.

외과 의사가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어이구. 벌써 세 명 째네요.”

이명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공안국 파출소 경원 두 명이 호송되어 왔다.

말 그대로 이명이 공안국 세 번째 환자였다.

“이쪽으로 옮겨주세요.”

외과 의사가 구급대원들에게 비어있는 침상으로 안내했다.

구급대원의 신호에 맞춰 간호사들이 같이 들 것의 받침대를 들어서 이명을 침상으로 옮겼다.

“하나, 둘!”

-쿵!

“윽!”

최대한 조심스럽게 옮겼지만 상처부위가 너무 아프다.

이명이 울상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젠장.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싶었는데, 미친놈을 만나서 이 꼴이 되다니. 하아.’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당직 외과 의사가 의료용 가위로 이명이 입고 있는 상의와 하의를 잘랐다.

“지혈을 잘하셨네요.”

외과 의사가 구급대원의 솜씨를 칭찬했다.

상처부위의 붕대와 거즈를 떼어 낸 외과의가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항생제 준비해주세요.”

"네. 선생님."

압박하던 붕대를 벗기자 욱씬거리는 통증에 이명이 이를 갈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총알이 관통한 부위이니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멸균 거즈로 말라 붙은 피를 닦아내고 어깨의 상처부위를 살피던 외과 의사가 고개를 까딱이더니, 이내 허벅지를 살폈다.

-꾹꾹!

“으악!”

관통된 부위를 눌러보기까지 했다.

이명이 침상에서 상반신을 살짝 들어 올리며 두 눈이 커져서 그걸 왜 눌러보냐는 표정으로 의사를 노려보았다.

“많이 심각합니까?”

그를 따라서 구급차를 타고 온 기동 타격 대원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외과 의사가 묘한 표정으로 답했다.

“저기 저격총을 맞으셨다고 했죠?”

“네.”

“공안국 강력반 팀장님이라고 하시더니, 확실히 프로는 프로답군요. 대단합니다.”

“네?”

기동 타격 대원을 비롯한 누워있는 이명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외과의가 말했다.

“흐음. 일단은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자세히 알겠지만, 얼핏 봐서는 총알이 깔끔하게 관통했습니다. 어깨도 그렇고 허벅지도 뼈가 아니라 살을 통과했습니다.”

외과 의사가 허벅지를 눌러본 것은 뼈에 손상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검사 후에도 제 소견대로라면 상처부위의 감염 여부만 살피고 입원해서 재생 치료만 받으면 일주일 뒤에 퇴원해서 데스크 업무 정도는 시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외과 의사의 말에 이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대 의학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고 해도 이 정도 부상이면 근육이나 뼈의 손상이 심해서 몇 주 정도는 입원할 거라 예상했던 그였다.

‘......대체 뭐야.’

그 옛날 복장을 입은 무림인에게 당했다고만 여겼었다.

그런데 의사의 말대로라면 총알을 막을 방패처럼 막 다룬 게 아니라, 일부러 근골의 손상이 적도록 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게.....진짜 가능한 일이야?’

무림인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능력이었다.

그때 응급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삐삐삐빗! 삐삐삐빗!

데스크에 앉아 있던 응급실 간호사가 전화를 받았다.

“네. ER입니다.”

병원 내부의 직통 전화였는지, 병원에서 쓰이는 용어로 답했다.

ER(Emergency room).

말 그대로 응급실이다.

뭔가 큰 사고가 터졌는지,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기의 통화음을 듣고 있던던 간호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공안국에서 긴급 환자 열 명이 호송된답니다!”

‘!?’

공안국이라는 말에 이명과 기동 타격대의 관심이 절로 간호사의 말에 쏠렸다.

의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또 공안국?”

불과 한 시간 사이에 공안국 환자들만 속출하고 있었다.

게다가 숫자는 열 명이었다.

이 정도면 한 팀원 정도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기동 타격 대원이 전화를 받았던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공안국 어디서 오는 건지도 알고 있습니까?”

“제 2기동 타격대 어쩌고 했던 것 같은데, 사고 시간차가 별로 나지 않는 것 같은데 혹시 동료 분들이신가요?”

“네에?”

그 말에 이명과 기동 타격 대원의 두 눈이 커졌다.

무림인이 순순히 협조하겠다고 하여 사건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했던 그들로서는 뜬금없는 소식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  *  *

저녁 여덟 시 반.

검은 세단 차량 한 대가 심양시 공안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의 왼쪽 뒷좌석에서 다리를 꼬은 채로 거만하게 앉아 있는 턱수염의 중년인은 심양시 공안국의 부국장인 호일경이다.

공안국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는 공안국으로 향하는 내내 불만이 어찌나 많은지 운전수를 닦달하고 있었다.

“아니. 사람이 말이야 눈치라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뻔히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했으면 적당히 알아서들 처리할 줄 아는 융통성이 있어야지. 아래 것들이란 녀석들이 퇴근한 상사를 불러가지고 뭘 하자는 거야.”

‘뭘 하긴 뭘 해. 일하는 거지. 멀쩡한 사모님 놔두고서 젊은 처자랑 몰래 바람피우는 게 중요한 일이냐. 저런 놈이 공안 경찰 수뇌부라고. 쯧쯧.’

운전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봉급쟁이 신세에 속내를 드러내고 말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히려 실실 웃으며 비위를 맞췄다.

“그러게 말입니다. 부국장님 이참에 확 조져버리시죠.”

비위를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서 점수를 딸 수 있는 게 이 일이다.

하지만 이놈의 성정은 갈대와도 같았다.

운전수의 말에 부국장 호일경은 정색하면서 답했다.

“미쳤냐? 일이 터졌다고 하는데, 가서 퇴근한 사람 불렀다고 조지게. 이래서 너 같은 녀석들은 운전수나 하고 살 팔자라는 거다.”

‘이 개새! 어느 장단에 맞추라고!’

순간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그러나 마침 공안국 부지로 접어들었다.

심양시 공안국.

공안국은 세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좌측에는 교통과, 가운데에는 공안국 청사 겸 강력반을 비롯해 각종 부서과. 그리고 우측에 있는 건물은 특수 능력자 전담과와 기동 타격대가 배치되어 있었다.

-타타타탁!

미리 기다리고 있었는지 청사 앞에 있던 사십대 초반의 남자가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강력반 과장인 송위강이었다.

그것을 창문으로 쳐다보면서 호일경이 중얼거렸다.

“인사고과만 아니었어도. 쯧.”

얼마 후에 있을 인사고과에 통과되면 국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특별한 사고만 터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달칵!

“충성.”

이런 일에 익숙했는지 강력반 과장 송위강이 자연스럽게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며 거수 경례를 취했다.

부국장 호일경이 차에서 내리면서 인상을 싹 바꾸고서 말했다.

“그래. 대체 어떤 미친놈이 우리 심양시 공안 식구들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건가?”

마치 제 식구를 위한다는 듯이 물었다.

차문이 닫히자마자 운전수가 혀를 내두르면서 선팅 된 창문으로 호일경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공안국 청사의 지하 5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과장 송위강이 대략적인 보고를 했다.

이에 부국장 호일경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뭐가 어쩌고 저째? 기동대 버스에서 분대장과 부분대장을 포함한 타격대원 열 명의 양팔을 아작 내버렸다고?”

“......담당 응급실 의사 말에 의하면 뼈가 아작이 난 것을 맞추는 수술을 해야만 재생 치료가 가능해서 전치 3주 정도는 걸린답니다.”

“하!”

2047년경에 나온 획기적인 치료 기술이 있었다.

독일에서 개발된 재생 치료법으로 세포 단위로 회복을 가속화시키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이 보급화 된 이후로 유전적인 질병이 아니고는 내외상 치료는 보름 내로 끝낼 수 있는데, 전치 3주면 위중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놈을 그냥 내버려둔 거야?”

공안 경찰을 건드렸는데 왜 손을 보지 않았냐는 의미였다.

이에 과장이 난처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무림인이라서 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3팀장 이명의 팀원 중에 두 명이 나섰다가 오히려 다쳤습니다.”

과장은 그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가볍게 움직였는데, 강력반 형사 두 명이 나가떨어졌다.

그 후로는 누구도 건들지 못하고 취조실에 내버려둔 상태였다.

“이명 그 꼴통 놈의 팀원들이 아니랄까봐. 쯧쯧, 특수 전담반이나 제 5기동 타격대를 부르면 되잖아. 무림인이라는데 왜 녀석들이 나서?”

“저 부국장님. 그쪽 팀은 오늘 시 북쪽 외곽 방벽 근처에서 삼합회와 사파로 추정되는 무림 조직의 마약 거래 현장 때문에 전부 투입되어서....”

조심스러운 과장의 말에 이제야 기억난다는 듯이 부국장 호일경이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말했다.

“아아아. 그랬지. 그거 오후 4시경에 진행되지 않았나? 지금쯤이면 뭔가 정리가 되거나 복귀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계속 무전을 쳤는데, 지금 범인들을 현장 구속해서 복귀 중이랍니다.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부국장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 달 전부터 마약 문제로 언론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호오. 그건 잘된 일이군.”

지금 일만 터지지 않았다면 참으로 좋을 뻔했다.

부국장이 다시 인상을 굳힌 채 물었다.

“그 미친놈은 대체 어디 소속 놈이야? 보나마나 사파니 뭐니 하는 것들이겠지.”

“그게......”

“왜? 아니야?”

“신분을 확인할 수가 없어서 소속을 알 수가 없습니다.”

과장 송위강의 말에 부국장 호일경이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신원불명이라고?”

그가 부국장으로 있으면서 신원불명의 무림인은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시에서 간혹 그런 자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자신의 관할에서 벌어졌다니 골치가 아팠다.

“제 놈 입은 있을 거 아냐?”

“이곳에 들어온 후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아. 개나 소나 묵비권이구만. 이놈 그러고 보니 꽤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했는데, 뭔가 수상해. 혹시 거물급들이랑 연관된 거 아냐?”

사파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무림의 조직 중에서는 꽤나 커다란 회사의 규모를 가진 곳도 있었다.

그런 곳은 공안에서도 함부로 건드리기 상당히 까다로웠다.

‘이거 점점 찝찝해 지는데.’

어쨌거나 데려오기는 했는데, 이름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한 게 현재의 상황이었다.

“일단은 지문 조회랑 홍채 인식 등을 했는데 나오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혈액 검사를 위해서 의학반 조 선생을 불렀습니다. 부국장님이 오시기 전에 도착했으니, 지금 막 검사 준비를 하러 취조실로 갔을 겁니다.”

“쯧, 일단 가보지.”

지하 오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야기하던 그들은 취조실 쪽으로 향했다.

그 자가 있다는 곳은 제 4취조실이었다.

그들은 취조실의 옆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충성!”

안에 있던 단발의 여자와 덩치가 있는 젊은 남자가 황급히 일어나 거수경례를 했다.

전부 강력반 제 3팀 소속의 형사들이었다.

“조용.”

부국장 호일경이 입가로 손가락을 올리며 조용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곳은 취조실과 연결된 방으로 특수 처리된 유리 너머로 취조실을 살필 수 있는 관찰방이었다.

이 방에서는 취조실을 볼 수 있으나, 취조실에서는 그저 거울처럼 보인다.

거울 너머로 취조실에는 탁자 하나만 덩그러니 높여 있었고, 그곳에는 긴 머리카락에 새하얀 얼굴의 청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신분 검사를 위해서 약간의 혈액만 뽑을 거에요. 절대 위해를 가하는 게 아닙니다.

관찰방의 스피커로 취조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조실 안에는 공안국 의학반 소속의인 조세종이 혈액 채취 주사기를 들고서, 한참 천여운을 설득하고 있었다.

“저놈인가?”

“그렇습니다.”

“정말 꼭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놈이구만. 무기도 회수하지 않았어?”

“........죄송합니다.”

복장은 그렇다쳐도 가지고 있는 무기조차 뺏지 못한 것이 못마땅했는지 혀를 끌끌 찼다.

부국장 호일경이 거울 가까이로 다가가 좀 더 자세히 쳐다보려했다.

그때였다.

-흠칫!

‘엇?’

가만히 앉아 있던 천여운이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쳐다본 것이었다.

저쪽에서는 그저 거울처럼 보일 텐데, 너무 정확하게 자신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어서 순간 놀라고 말았다.

부국장 호일경이 뒤에 서있는 과장 송위강에게 물었다.

“저쪽에서 안 보이는 거 맞지?”

“보려고 해도 제놈 모습 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취조실에서는 그저 거울일 뿐이었다.

‘그저 착각인가?’

천여운은 어느새 다시 의학반의 조세종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깐 흠칫하기는 했지만 그저 우연일 거라 여긴 부국장 호일경이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혈액 채취를 안 받으려고 하는 건가?”

“본인한테 위해를 가한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저러고 있습니다.”

뒤에 있던 여자 형사가 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천여운이 자신의 오른팔을 내밀고서 입을 열었다.

-능력이 된다면 가져가라.

스피커에서 들린 그의 말에 부국장 호일경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거 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놈 아니야?”

혈액 채취 하나 하는데 아주 꼴값을 떤다고 생각했다.

유리 너머의 의학반 조세종 역시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한숨을 내쉬며, 주사기를 들었다.

그리고서 천여운의 오른팔목에 고무 튜브를 감았다.

"팔에 힘 빼세요. 살짝 따끔할 겁니다.”

조세종이 주삿바늘을 천여운의 정맥에 꽂으려 했다.

그런데,

-뿌득!

“엇?”

주사기 바늘이 살을 파고들기는커녕 그대로 부러져버렸다.

경력차가 얼마 되지 않은 인턴도 아니고, 자신이 이런 일로 실수할 리가 없다고 중얼거리던 조세종이 주사기의 바늘을 교체했다.

그리고는 천여운에게 당부했다.

"팔에 힘 주시면 안 됩니다. 힘 빼세요."

"힘 안줬다."

"후우......알겠습니다. 아무튼 힘을 주시면 안 됩니다. 정맥이라도 다쳐요."

조세종이 천여운이 주먹을 쥐는지 혹은 팔에 힘을 주는지 확인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다시 한 번 천여운의 팔목 정맥에 주사기 바늘을 꽂았다.

-뿌득!

두 번째 바늘이 부러지자 조세종은 자신이 실수한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단단한 물체에 바늘을 찌른 것처럼 부러졌다.

‘무슨 사람의 살이 이렇게 단단한 거지?’

아무리 근육을 두껍게 키우고 힘을 준다고 해도 결만 잘 찌르면 바늘은 들어간다.

오기가 생긴 조세종은 세 번째 바늘을 교체하려 했는데,

-꽉!

“헉!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천여운이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당황해하는 그를 향해 천여운이 낮은 어조로 말했다.

“한두 번 기회를 준 걸로도 모자랐나.”

“으으윽! 이, 이거 놓아주십시오.”

잡힌 팔목이 부러질 듯이 고통스러웠던 전담의 조세종이 놓아달라고 소리 높였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관찰방에 있는 형사들에게 도와달라는 신호였다.

“젠장!”

관찰방에 있는 두 형사가 당황해서 황급히 취조실로 뛰어가려 했다.

그런데 천여운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마치 유리너머의 그들을 직관하고 있는 사람처럼 말을 걸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면 이 놈의 팔목을 부러뜨린다.

‘!?’

관찰방 밖으로 뛰어나가려던 두 형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몇 번씩이나 천여운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저 우연일 거라 생각했던 그들이었다.

-탁!

천여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야야야야! 제, 제발 이 손 좀!”

전담의 조세종이 고통을 호소했으나, 그것을 무시하고서 천여운이 취조실을 거울의 가까이로 다가갔다.

‘어어?’

그가 다가간 곳은 부국장 호일경이 앞이었다.

아까보다도 더 정확하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호일경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네놈은 다른 녀석들보다 직위가 높아 보이는군.

‘헉!’

스피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섬뜩해진 부국장 호일경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