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5화 (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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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신원불명의 남자 (1)

상황은 일촉즉발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꽤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구경하고 있던 시민들도 총이 발포되자, 혼비백산 물러나서 멀찌감치 숨어서 지켜보았다.

“공안 경찰을 두 명이나 인질로 잡다니?”

“이거 제대로 악질범 아냐?”

공안 경찰은 중화 정부의 상징이자 민중의 지팡이였다.

그런 공안 경찰들을 위협하고 있는 천여운은 시민들에게 있어 최악의 악당처럼 느껴졌다.

시민들이 숨을 죽인 채 지켜보았다.

-부, 분대장 어떻게 할까요?

-이러다 분대장도 위험해지는 거 아닙니까?

이어폰 무전기로 저격수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빌어먹을! 일단 대기.”

공안 제 2기동 타격대의 부분대장 소평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분대장마저 인질로 붙잡힐 거라고는 전혀 상정하지 못했다.

서른 명의 저격수가 한 사람을 겨냥하고 있었고, 마흔 명이나 되는 공안 기동 타격대가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기동 타격대! 50미터 이상 거리를 벌려라.”

부분대장 소평의 명에 포위하고 있던 기동 타격대가 신속하게 발걸음을 물렸다.

가까이 있다가 분대장처럼 붙잡힐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 관할이 아니야. 제 5기동 타격대를 불렀어야 해.’

제 5기동 타격대는 특별 기동 타격대라 불린다.

그들은 심명시 공안국 내에서도 무림인을 비롯해 특수한 능력을 지닌 범죄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 전담팀이다.

지금이라도 요청을 해야 할 판국이었지만,

‘하필 이럴 때 제 5기동 타격대가 임무 중이라니.’

공교로운 일이었다.

불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그들은 다른 작전에 투입되었다.

결국 제 3기동 타격대만으로 해결해야 했다.

-어떻게 할까요?

-매뉴얼 대로 대응합니까?

당연히 아군이 인질로 붙잡히는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있었다.

여의치 않을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아군의 희생을 요하는 매뉴얼이었다.

‘젠장!’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일 리가 없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

수 년 동안이나 손발을 맞추고 지내왔던 분대장을 희생시키라는 명을 내리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다.

‘분대장.....’

그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천여운의 손에 목이 붙잡혀 있는 위양이 마음을 진정시켰다.

‘진정하자. 이럴수록 잘 판단해야 해.’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이 자를 자극해서 좋을 것은 없었지만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같이 총알구멍이 날 판국이었다.

“크으윽. 우...우리를....인질로 삼는다고....이 상황을 지배하는 것 같나?”

범죄자를 자극하는 것은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있는 이 자는 무서울 정도로 냉철했다.

흐트러짐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 정도로 냉철한 자라면 차라리 상황을 확실히 인지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 여겼다.

“분대장인.....나를....붙잡았다고 해도 저격수들의 총알을 전부.....피해갈 수 없을 거다.”

“........”

아무런 반응도 없으니 더욱 답답하다.

여기서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인질이...될 수....없다. 여차할 경우.....같이 쏘도록 메...뉴얼이 되어 있으니까.”

회심의 수였다.

인질로서의 가치가 없음을 알렸다.

이 자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상황 판단은 될 것이다.

그런데 천여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서른 명을 믿고서 하는 말인가?”

“뭐?”

“멀리서 나를 겨냥하고 있는 놈들.”

‘!?’

분대장 위양의 두 눈이 커졌다.

‘그걸....어떻게?’

순간 놀라서 크게 반응할 뻔 했다.

포위망을 갖추고 있는 기동 타격대원들이야 주변에 있으니,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그 숫자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격수는 아니었다.

저격총의 레이저 포인트가 사방에서 비추고 있는데, 자신의 뒤쪽까지 볼 수 있지 않고는 몇 명이 저격하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이, 이 자는 대체.....’

무림인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천여운은 아니었다.

-파르르르!

천여운의 두 동공에 흰 빛의 입자가 서려서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증강 현실이 개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제 7세대 나노머신을 체내에 지니고 있는 천여운은 수많은 미래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삐! 삐! 삐! 삐!

천여운의 시야로 개안된 증강현실로 저격수들의 위치가 정확하게 포착되어 있었다.

레이저 포인트의 각도만으로 계산이 산출된 것이다.

'고지에서 겨냥했다는 것은 다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겠지.'

물론 나노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총을 겨냥하고 있는 미묘한 살기만으로도 대략적인 위치는 파악했다.

‘없앨까.’

천여운에게는 손쉬운 일들이었다.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안심할지 모르겠지만 그의 사정권이었다.

그들을 처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다만 천여운에게도 특유의 감이라는 게 있었다.

‘귀찮아 질 것 같다.’

지켜보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손을 쓰는데 망설임이 없는 천여운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자들을 마구잡이로 죽이는 살성은 아니었다.

‘여기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 많은 눈이 지켜보는데서 내 능력을 전부 보일 순 없지.’

굳이 도를 쓰거나 방패삼지 않아도 심후한 진기로 총알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러 능력을 어느 정도 감춘 것이었다.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였다.

[들립니까?]

‘?’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의 귓가로 들려온 목소리는 주변에서 들린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전음(傳音)이었다.

전음은 무림인들이 내공으로 소리에 떨림을 일으켜 특정 상대에게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휙!

천여운의 시선이 단번에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바로 맞은편 건물의 오층 계단 복도로 살짝 열린 창가였다.

-흠칫!

창가에 서있던 인영이 살짝 떨렸다.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단번에 전음을 보낸 위치를 파악했다고?’

인영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계속 지켜보았기 때문에 대단한 고수라고는 예측했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교섭할 가치가 되었다.

[네놈이냐?]

그런 그의 귓가로 천여운의 전음이 들려왔다.

인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대단하시군요. 제가 있는 위치를 단번에 파악하실 줄이야.]

[무슨 목적이지?]

[제 이름은 조유성. 시간이 없으니 긴 인사는 생략하고, 빨리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제안?]

천여운의 한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아까부터 계속 자신을 응시하고 있어서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짐작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충분히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실 능력이 되시리라 여깁니다. 하지만 공안과 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노출되었으니, 향후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실 겁니다.]

이런 교섭에 능숙한 자인 듯 했다.

천여운의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전제로 기분이 나쁘지 않게 말했다.

[귀하께서 이곳에서 공안 경찰들과 대치한지 꽤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방해 전파와 상관없이 곧 언론에서도 올 수 있습니다.]

‘언론?’

언론이라는 말을 모르는 천여운이었다.

‘그게 뭐지 나노?’

언론은 신문이나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통하여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여론을 만들어 나가는 활동이다.

하지만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을 모르는 천여운이기에 나노는 언론에 대한 정보를 추려서 전이했다.

[언론에 대한 관련 정보를 뇌로 전이하겠습니다.]

-츠츠츠측!

두통처럼 약간의 떨림과 함께 천여운의 머릿속에 언론에 대한 정의가 확립되었다.

‘일종의 소식이나 소문이로군.’

단번에 이해가 된 천여운이 인상을 찌푸렸다.

나노가 보낸 정보대로라면 이 시대는 꽤나 정보의 노출이 심한 사회였다.

‘성가신 세상이로군.’

이런 세상에서는 뭔가 정보를 은폐하는 일은 꽤나 번거로울 듯 했다.

천여운의 귓가로 조유성의 전음이 계속 들려왔다.

[허락해주신다면 저희가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혼자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아마도 어떠한 조직에 속한 자인 듯 했다.

하지만 천여운은 속내를 감추고 접근하는 자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지?]

천여운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연히 의심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귀하의 무공 실력에 경탄하여 현대 무림의 동도로서 약소하게나마 도움을 드릴 겸 스카웃 제의를 하려 합니다.]

[스카웃(scout)?]

다행히 천여운은 무림에 있을 적에 나노에게 영어에 대한 언어정보를 전이 받았다.

그래서 그것이 인재를 발탁하는 말인지 알 수 있었다.

[거절한다면?]

‘아....’

곤경에 처했는데도 강하게 나오는 천여운의 말에 조유성이 인상을 찡그렸다.

충분히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까지 기다렸는데 예상 외였다.

하지만 그는 이런 교섭만 수십 건을 한 베테랑이었다.

[지금 당장 결정해달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스카웃은 제 상사와 만나서 협의를 통해서 고려해보심이 어떠신지?]

정중하게 차선의 제안을 했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사안이라 여겼다.

‘저런 무위를 지닌 고수라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데려올 가치가 있다.’

허공섭물의 기예를 본 후로 마음을 굳힌 그였다.

이것마저 거절한다면 정말 어쩔 도리가 없기에 긴장된 눈빛으로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흠.....’

천여운은 고민했다.

지금 상황에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모습을 감추는 것부터 시작해 이들을 처리하는 극단적인 방법.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었으니, 꽤 번거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잠시 동안의 고민 끝에 천여운이 전음을 보냈다.

[......어떤 식으로 돕겠다는 거지?]

조유성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됐다!'

성공적인 스카웃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조유성이 흡족한 얼굴로 천여운을 향해 그 '도움'에 대한 전음을 보냈다.

그런데 그것을 듣는 천여운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한편 천여운의 손에 목이 잡혀 있는 제 3기동 타격대의 분대장 위양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안위를 생각하기에는 보는 이목이 많았다.

자신의 목숨을 생각해서 일을 더 키운다면 공안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생길 지도 몰랐다.

분대장 위양이 조심스럽게 부분대장 소평을 향해 수신호를 보냈다.

떨리는 손끝이 말하는 것은?

‘분대장!’

부분대장 소평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은 자신을 신경 쓰지 말고 동시 저격하라는 신호였다.

저격수가 몇 명인지 안다고 해도 동시에 서른 발의 총알이 날아든다면, 어떤 식으로든 맞게 되리라 판단했다.

‘분대장.....그대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진정한 경찰입니다.’

분대장 위양의 결의에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던 부분대장 소평이 결정을 내렸다.

-슥!

눈시울이 붉어진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저격수들도 분대장을 향한 쓰라린 마음으로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분대장!'

'크흑!'

부분대장 소평이 손을 내리는 순간 동시 사격이 시작된다.

바로 그때였다.

-털썩!

“쿨럭쿨럭!”

“끄윽!”

저격하라고 명을 내리려는 순간 천여운이 양손에 잡고 있던 위양과 이명을 내려놓았다.

-착!

그리고는 바닥에 꽂아두었던 백룡도를 도집에 회수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협조하겠다.”

‘뭣!?’

눈물이 나올만큼 결의를 다졌던 부분대장 소평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불과 몇 초 전만 하더라도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한순간에 허탈함이 몰려왔다.

'......이놈 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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