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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 (3)
심양시 공안국 제 2기동타격대 분대장 위양은 하늘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비행물체에 대한 소식을 받고 긴장된 마음으로 출동에 임했다.
게이트 경보령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무언가가 튀어나온 것이라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방벽 쪽의 방어시스템도 그렇고 레이더망에 어떻게 잡히지 않은 거지?’
스텔스 기능이 있지 않는 이상 일차적으로 중고도 지대공미사일체계(HQ-36)가 가동되어 대공미사일로 요격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그야 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셈이나 다름없었다.
서둘러서 기동 타격대 버스를 타고 무장하면서 이동하는데, 또 다른 소식이 들어왔다.
“뭐? 사람이라고?”
뜻밖의 정보였다.
내심 게이트 위험 개체라 짐작하고 불안해했던 마음이 허탈해졌다.
그런데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그럼 사람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말이야?”
“그, 그렇다고 합니다.”
기동 타격 대원들을 닦달해봐야 그들도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굳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게이트 키퍼이거나 혹 무림인인가?’
그들 역시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간혹 뛰어난 능력자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기를 보여주곤 했다.
‘하나 게이트 키퍼라면 사전에 우리 공안국에 활동 허가 신청을 한다. 이렇게 대놓고 떠들썩한 짓거리는 벌이지 않아.’
그렇다면 무림인일 확률이 높았다.
의아한 점은 무림인들 역시도 신분 등록이 되어 있어서, 무리하게 시민들의 눈에 띠는 짓은 하지 않을 텐데 이상했다.
‘보면 알겠지. 무림인 중에서 간혹 날뛰지 못해 안달난 놈들도 있었으니.’
사건이 벌어진 곳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인근 공안 파출소 차량부터 시작해 시민들이 응집해 있었으니 말이다.
경험 많은 분대장 위양은 먼저 저격수들을 주변 빌딩들로 보낸 뒤에 멀리서 기계식 망원경을 꺼내서 상황을 살폈다.
-위잉!
3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상황이 포착되었다.
“뭐야? 저 미친놈.”
“허헛! 정말이네요?”
무림인일지도 모른다고는 짐작했었다.
그런데 복색이 정말 사극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무림인의 복장이었다.
망원경에 찍힌 긴 머리카락의 옛 복장을 하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옆에 있는 기동 타격대 부분대장 소평이 들고 있는 태블릿 화면에 송출되었다.
“안면 인식으로 신분 조회해봐.”
“알겠습니다.”
소평이 태블릿을 몇 번 두드리자 신분 조회검색 창이 떴다. 그곳에 드래그를 해서 청년의 얼굴을 전송시켰다.
프로그램이 실행되면서 안면 대조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차르르르륵!
사진이 쉴 새 없이 화면에서 바뀌면서 얼굴을 대조했다.
이윽고 결과가 나왔다.
부분대장 소평이 인상을 찡그리며 분대장 위양에게 태블릿의 화면을 보였다.
[身元不明]
“신원불명?”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중화 정부 신분 조회망으로 검색했는데, 화면에 아무 것도 뜨지 않았다.
최소한의 정보도 떠야 하는데 전혀 검색이 되지 않은 것이다.
“뭐지?”
이런 경우는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신분이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상태이거나 혹은 얼굴을 성형이나 어떠한 기술로 숨기고 있을 확률도 있었다.
“칫. 별 수 없군.”
그렇다면 생포해서 지문이나 홍채 인식, 혈액 검사 등을 해봐야 제대로 신분을 조회가 가능할 듯 했다.
그때 귓가의 무전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A1 상명 상가 6층 계단 창문에 저격 준비 완료.
-여기는 A2 연원 빌딩 17층 옥상에 저격 준비 완료.
-여기는 A3......
차례대로 기동 타격대의 저격수들이 준비를 마쳤다는 무전을 보내왔다.
저격 배치가 끝났다면 이제 타격대가 포위망을 갖추기만 하면 된다.
분대장 위양이 귓가의 이어폰을 누르고서 말했다.
“시민들이 많이 응집했으니 각별히 조심해라. 레이저 포인트 장착하고 대기.”
-라저!
-라저!
분대장 위양이 수신호로 기동 타격대원들이 조심스럽게 이동을 명했다.
바로 그때였다.
-여기는 B4 분대장! 강력반 제3팀장이 인질로 잡혔습니다!
이어폰으로 들리는 보고에 위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3팀장? 이명아냐? 아니. 그 꼴통 놈이 어쩌다가!”
놀라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인질이 붙잡혔다면 어떤 식으로든 상대가 허튼 짓을 하거나, 도망가지 못하게 압박을 가해야 했다.
저격총에 레이저 포인트를 달게 한 것이 그런 용도였다.
“저격수들 일제히 용의자를 라이트 포인트로 겨냥해라.”
-라저!
명령이 떨어지자 일사불란하게 붉은 빛 레이저 포인트들이 일제히 옛 복장을 하고 있는 긴 머리카락의 청년을 겨냥했다.
그 사이에 기동 타격 대원들이 몰래 접근해서 포위하려던 것을 포기하고서 신속하게 시민들의 틈을 지나쳐 포위망을 펼쳤다.
분대장 위양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꼼짝 마라! 너는 포위되었다.”
“와아아!”
“공안 기동 타격대다!”
사십여 명이나 되는 무장한 기동 타격 대원들이 나타나자 시민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공안 경찰의 팔을 부러뜨리고 위협하는 저 옛 복장을 하고 있는 청년은 위험한 인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큭....지금이라도 내 목에 손을 떼면 안전은 보장하겠다.”
공안국 강력한 제 3팀장 이명이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천여운에게 제안을 했다.
어차피 게임은 끝났다.
천여운의 전신이 레이저 포인트로 겨냥되어 있었다.
득의양양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내 목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을....”
“웃음이 나오는가 보군.”
“뭐?”
-슥!
“헉!”
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말았다.
당연히 저격수들의 레이저 포인트와 기동 타격대에 포위망에 갇혔기 때문에 무림인이라고 할 지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목에다가 새하얀 도의 날카로운 도신을 갖다 댔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정말 죽고 싶은 거냐?”
이명이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으며 소리쳤다.
그러나 천여운은 전혀 개의치 않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 목숨이 두렵지 않단 말인가?’
제 2기동타격대 분대장 위양 역시도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한 방이면 목숨을 앗아갈 급소 부위에 저격총들이 겨냥되어 있었는데, 도리어 들고 있는 도(刀)로 더욱 위협을 가했다.
‘강하게 나오겠다는 건가?’
간혹 범죄자들 중에서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자들도 있긴 하다.
더욱 강하게 나오는 전법이다.
하지만 분대장 위양은 이런 경험이 많았다.
‘공안 경찰을 위협하다니.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군.’
아시아 연합의 어떠한 경찰들보다도 공안의 명성이 자자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공안 경찰의 목숨을 위협한다면 어떠한 자초지종을 막론하고 사살해서라도 용의자를 제거한다는 점이다.
‘팔 다리 정도는 제거한다.’
분대장 위양이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의 이어폰 무전기로 저격수 중의 한 명이 답했다.
-여기는 A3 저격포인트. 라저!
레이저 포인트로 강력반 3팀장 이명의 목을 잡고 있는 천여운의 손목을 겨냥하고 있는 기동 타격대 저격수였다.
저격수가 총을 쏘게 되면 천여운의 손목이 날아가리라.
‘네놈이 자초한 일이다.’
분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저격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망원조준경에 비치는 천여운의 손목이 깔끔하게....
-팍!
총알이 박히는 것과 동시에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악!”
방아쇠를 당긴 저격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심양시 공안 기동 타격대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저격의 명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정밀 타격하기 힘든 손목을 조준했던 것이었고, 오차율 역시도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게 대체 무슨....”
천여운의 손목은 멀쩡했다.
총알을 맞고서 비명을 지르는 이는 다름 아닌 강력반 3팀장 이명이었다.
총을 쏘는 순간 천여운이 목을 잡고 있던 손목을 잡아당기면서 총알이 이명의 왼쪽 어깨를 관통한 것이다.
‘이런 멍청이! 여기서 실수를 하다니.’
분대장 위양은 저격수가 타이밍을 잘못 잡아 실수했다고 여겼다.
이렇게 되면 저 자의 경각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반응이 이상했다.
‘뭐지?’
오히려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무림인이든 아니든 목숨에 위협을 받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반응이 올 텐데 말이다.
어찌 되었든 시민들이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공안 경찰에 대한 위상이 떨어질 판국이다.
-슥!
분대장 위양이 수신호를 바꾸었다.
손목을 날리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니, 차라리 저 신원불명 무림인의 다리를 저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라저!
그의 명령을 받은 뒤쪽 종아리를 겨냥하고 있던 저격수가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손목보다 면적도 넓고 인질이 다칠 부담도 적었다.
바로 그때였다.
-휙!
-팍!
“끄아아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 비명을 지른 것은 3팀장 이명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분대장 위양은 얼마나 당황했는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총알이 발사되는 순간 천여운이 무슨 쌍절곤을 휘두르듯이 이명의 몸을 방패처럼 총알을 막아버렸다.
허벅지마저 꿰뚫린 이명은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저격을 알아차렸다고?’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우연이라고 하기에 정확하게 저격당할 포인트로 이명을 방패로 썼다.
-으득!
분대장 위양이 이를 갈았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무림인이 아닌 듯 했다.
‘......고수인가.’
그렇다면 이명에게는 안타까웠지만 그의 안위를 신경 쓰느라 이 자를 놓칠 수 없었다.
망설이고 있는 사이, 고통스러워하는 이명이 눈에 핏대가 서서 소리쳤다.
“끄으으으윽! 타격 분대장! 내 안위는 신경 쓰지 말고...”
-꽉!
“컥컥!”
목을 더욱 세게 움켜쥐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강력반 3팀장 이명이 희생을 각오했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다.
‘다소 위험할 지는 모르겠지만.’
동시에 저격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어떻게 저격을 알아차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시에 앞뒤로 총알이 날아온다면 이명 하나로 방패삼기는 힘들 것이다.
‘이명. 꼴통이기는 하지만 너는 자랑스러운 공안 경찰이다.’
분대장 위양이 결의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서 저격수들을 향해 천여운을 동시 저격하라고 수신호를 보내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팟!
“헉!”
-부웅!
수신호를 취하려던 분대장 위양의 몸이 알 수 없는 힘에 떠올라 자석처럼 끌려갔다.
반항이고 뭐고 할 수도 없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맞은편 건물의 창가에 서있던 그림자 속의 사내가 놀란 목소리로 탄성을 내질렀다.
“허공섭물!”
허공섭물(虛空攝物)
그것은 심후한 진기로 사물을 움직이는 기예였다.
초절정 이상의 고수들만이 가능했고, 사람을 끌어당길 정도가 되려면 화경 초입의 고수나 가능한 일이었다.
‘대단한 고수다.’
사내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반짝였다.
한편 허공섭물에 의해 끌려간 분대장 위양은 강력반 3팀장 이명과 마찬가지로 천여운의 손에 목이 잡히고 말았다.
“컥!”
졸지에 두 번째 방패가 된 것이다.
그런 분대장 위양에게 천여운이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대장이로군.”
몇 차례나 수신호를 보냈으니 모를 리가 없었다.
분대장이 붙잡히자, 포위하고 있는 기동 타격 대원들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컥컥.”
“이제 저 멀리 있는 녀석들에게 화약 병기를 쏘라고 수신호를 보내봐라.”
‘!?’
그 말에 분대장 위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타인도 아닌 막상 자신이 인질로 붙잡히니, 저격수들에게 자신감 넘치게 쏘라고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다.
'크윽!.....이놈!'
위양이 침묵하자 천여운이 반대 손에 붙잡혀 있는 이명에게 입 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 상황이라는 건 언제 역전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