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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 (2)
검(劍)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좌시하고 있는 긴 머리카락의 청년.
유독 혼자만 다른 시대를 걷고 있는 듯 하다.
그는 바로 천마신교의 이십사 대 교주이자 중원 무림에서 마신(魔神)이라 불리는 천여운이었다.
냉철한 성격의 천여운이었지만 상당히 예민해진 상태였다.
‘미래.....라고?’
나노머신인 ‘나노’의 말대로라면 이곳은 분명 먼 미래였다.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아스팔트 바닥부터 시작해 콘크리트로 지어진 높은 빌딩들 모두가 천여운이 살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옷들은 또 왜 저렇지?’
자신이 입고 있는 복장보다도 타이트한 옷들.
형형 색이 섞여서 누구 하나 복장이 같은 자들이 드물었다.
심지어 여자들이 입고 있는 치마는 허벅지가 전부 드러날 정도로 짧았다.
한 마디로 별천지에 온 기분이었다.
‘이상하다.’
천여운이 더욱 이상하게 느끼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탁하다.’
주변의 공기부터 시작해 기운들이 매우 탁했다.
마치 불순물들로 가득한 느낌이었다.
자연경의 경지에 올라 대자연의 기운에 감응할 수 있는 천여운이었기에 그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설픈 경지의 무인들이 이런 곳에서 운기조식을 하면 기를 모으기도 힘들겠군.’
정순하지 못한 기운은 오히려 몸에 해가 된다.
도가나 불가 계통의 정파 무림인들이라면 기겁을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신은 상관이 없었다.
대자연의 기운으로 정순한 기운을 순환시킬 수도 있었고, 영물들의 수장이라 불리는 오령(五靈)의 진원을 흡수하여 일원화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체내에서 선천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끄으으으윽! 내 팔!”
천여운이 바닥을 뒹굴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공안 경찰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제압하려고 들어서 일단은 팔을 꺾어버린 그였다.
‘이 복장을 하고 있는 자들이 이 세계의 관인들이라고?’
[그렇습니다.]
나노는 이들이 이 시대의 관인이라고 했다.
대략 병사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했는데, 원래 자신이 있던 시대의 황제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천여운이 순순히 수갑을 팔에 찰 리가 만무했다.
‘번거롭군.’
하필 떨어져도 이목이 많은 곳에 착지하는 바람에 번거롭게 되었다.
주변에 몰려든 자들만 백여 명은 훌쩍 넘었다.
빌딩의 유리창 너머로 쳐다보는 자들만 합쳐도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때 천여운의 귀를 울리는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공안 경찰을 공격한 것은 위법이다. 귀하는 당장 두 손을 들고서 무릎을 꿇어라. 그렇지 않으면 발포한다!”
새롭게 나타난 한 삼십대 중반의 사내가 총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는 심명시 공안국 제 3팀장인 이명이었다.
두 손을 들고 무릎을 꿇으라는 말은 항복을 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천여운이 불쾌한 눈빛으로 머릿속의 나노에게 물었다.
‘나노. 아직 정보를 수집할 수 없어?’
[네트워크를 끊는 방해 전파 때문에 접속을 할 수가 없습니다.]
‘쯧.’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시대의 관인이라 불리는 공안 경찰이 등장한 후로 나노가 웹 접속을 시도했던 것이 중단되고 말았다.
천여운은 이 시대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미래에서 만들어진 나노머신인 나노라면 알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노에게 이 시대의 정보를 추출해서 뇌로 전이해달라고 했는데, 도중에 방해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할까나?’
천여운은 고민되었다.
이곳을 벗어나서 몸을 숨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노의 말대로라면 방해 전파 영역을 벗어나면 다시 접속이 가능하다고 했다.
‘거슬리는 놈도 한 명 있고.’
천여운의 기감(氣感)에 확연하게 느껴지는 한 존재가 있었다.
맞은편 빌딩의 창가 쪽에서 자신을 유심히 지켜보는 자.
그 자의 존재 덕분에 천여운은 이 시대가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일단은 벗어나는 게 좋겠군.’
너무 이목을 많이 샀다.
아직까지 이 시대가 어떤지를 전혀 알 수 없는 와중에 분란을 일으킨다면 더욱 귀찮은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천여운이 한 발자국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경고다! 두 손을 들고 무릎을 꿇어라!”
강력반 제 3팀장 이명이 소리쳤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발포는 삼가겠지만, 그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저놈은 매우 위험하다.’
여차하면 허벅지나 발목에 총을 쏴야할지도 몰랐다.
어차피 저 자가 하늘에서 떨어진 정체불명의 비행물체와 연관이 있다면 공안국 상부의 명령대로 잡아야만 했다.
‘기동타격대는 아직인가.’
공안 파출소의 경원 두 명과 함께 맨손으로 저 자를 잡기는 위험해 보였다.
가벼운 손짓만으로 훈련받은 경찰을 쓰러뜨릴 수 있는 자들은 게이트 키퍼(Gate Keeper)들이나 혹은,
‘무림....’
-탁!
그때 천여운이 움직이려고 했다.
이명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벅지를 겨냥하고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어차피 살려서 데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 순간 모두가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촥! 투툭!
구경하고 있던 시민들이 어안이 벙벙해져서 중얼거렸다.
“말도.....안 돼.”
“초, 총알을 베었어.”
아스팔트 바닥에 반으로 갈라져서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이명이 쏜 권총의 총알이었다.
걸치고 있는 망토에 가려있어서 미처 몰랐는데, 어느새 천여운의 손에는 등 허리춤에서 뽑은 백색도가 들려 있었다.
백룡도(白龍刀).
그것은 천마검(天魔劍)과 더불어 마신 천여운이 자랑하는 일검일도의 두 신병(神兵) 중 하나였다.
이명은 그제야 이 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다.
“무림인!”
복장이 어째서 저런지는 모르겠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도(刀)로 벨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무림인 외에는 없었다.
‘무림인이 어째서 저런 옛날 복장을 입고서 도로 한복판에...’
바로 그때였다.
-스륵!
“헉!”
눈 깜짝할 사이에 천여운의 신형이 그의 앞으로 도달했다.
당황한 이명이 그를 향해 권총을 겨냥하려 했지만 그럴 틈도 없었다.
-콱!
“켁!”
단숨에 목이 잡힌 이명이 손에서 권총을 떨어뜨렸다.
조금만 힘을 더 준다면 당장에 목이 부러질 것만 같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양 옆에 있던 경원들이 화들짝 놀라서 천여운을 향해서 총을 겨냥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내게 화약 병기를 쓴 대가는 치러야 겠지.”
말투가 마치 옛날 사람과 같았지만 그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이명이 공안 경찰 생도 시절 때 배웠던 유술로 천여운의 손을 뿌리쳐보려 했다.
그러나,
‘무, 무슨 힘이!’
손가락 하나 꺾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목이 꺾여서 죽을 지도 몰랐다.
“경사님을 놔라!”
경원들이 그를 돕기 위해 총을 쏘려는 순간,
-촤착!
“헉! 초, 총이?”
언제 벤 것인지 그들이 가지고 있던 권총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히익!”
얼마나 놀랐는지 경원들은 당황해하며 뒷걸음을 쳤다.
이 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총이 아니라 자신들을 벨 수도 있는 사정거리라는 의미였다.
그들 세 사람으로서 어찌해볼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천여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놈 무림인을 알고 있군?”
“켁켁.”
천여운은 그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도로 총알을 베는 순간 무림인이라고 하는 소리를 말이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 무림인이라는 호칭을 안다는 것은 그와 관련되어 있거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천여운이 그가 말을 할 수 있도록 손아귀에 힘을 풀었다.
“쿨럭쿨럭.”
힘이 풀리자 이명이 기침을 해댔다.
천여운이 다시 물었다.
“네놈 무림인을 알고 있나?”
그런 천여운의 물음에 이명은 뜻밖의 질문을 했다.
“쿨럭....쿨럭.....당신....혹시 미등록 무림인인가?”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미등록?”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말이 아니라면 등록을 한다는 것은 어딘가에 보고해서 정보를 기재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 시대의 관인이라는 공안 경찰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뭐지? 이 시대는 관과 무림이 불가침조약이 아니었던가?’
뭔가 이상했다.
등록이라는 말이 이 시대의 관과 관련이 있는 듯 한 말투였다.
좀 더 알아볼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문득 그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천여운은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음? 이 녀석. 일반인이 아니라 단전이...’
-흠칫!
그때 천여운은 이명의 목을 붙잡고 있는 자신의 손등에 비춰지고 있는 붉은 빛의 점을 발견했다.
‘이건?’
그것은 단 하나가 아니었다.
나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서른 개의 저격총의 레이저 포인트가 겨냥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은 상당히 규칙적인 움직임들을 포착했다.
민간인들의 틈 사이로 헬멧에 방탄조끼를 입은 수십 명의 검은 복장에 무장을 한 사내들이 나타나 포위망을 만들었다.
오른쪽 가슴에 공안 마크가 새겨진 그들은 공안국 기동타격대였다.
'빨리도 오셨네. 큭.'
천여운의 손에 목이 붙잡혀서 창백한 얼굴이 되어 있는 강력반 제 3팀장 이명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상황이 역전되었군. 미등록 무림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