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화 (1/234)

마신 강림(魔神 降臨)

글: 한중월야

────────────────────────────────────

프롤로그-Day of Future

내 이름은 천여운.

대 천마신교의 이십사대 교주이다.

별호는 광오할 지 모르겠지만 강호 무림에서는 마신(魔神)이라 불린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남다른 성장과정을 겪었다.

나를 따르는 마교인들과 모든 무림인들이 모르는 비밀이 내게 있다.

그것은 바로 나노머신이다.

미래에서 온 후손이 주입한 제 7세대 최강의 나노머신인 ‘나노’의 도움을 받아,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강해진 나는 마교를 군림하고 있는 세력들을 정리하고 교주에 등극했다.

세상에는 많은 시간의 축이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의 축 이외에는 알 도리가 없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먼 미래에서 온 나의 후손은 ‘극도신’이라고 하는 대기업 블레이드 식스(Blade Six), 아니 나의 시대에서는 극도육무문이라 불리는 도(刀) 문파의 수장이 미래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실에는 한 가지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영생불멸의 최강자라 불렸던 극도신은 나의 후손과 마찬가지로 미래에서 과거로 시간 여행을 했던 인물이고, 그는 원래의 시간 축을 비틀어 과거를 바꾼 자였던 것이다.

후손은 뒤틀린 시간대를 바로 잡기 위해 과거로 오게 되었다.

또 다른 시간 여행자의 존재를 몰랐던 극도신은 나의 빠른 성장에 두려움을 느껴, 서둘러 나를 제거하려 했지만 그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자연경의 경지에 오르고 나노머신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나는 숙적인 극도신을 제거하고 다시 대 천마신교의 시대를 만들어 무림을 통일하려는 야망을 실현하려 했다.

그러나 세상사가 뜻대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시간 여행을 규제하고 있는 타임 패트롤(Time patrol)이라는 유엔 산하 무력 단체에서 후손의 존재를 눈치 채게 되었고, 내 몸 속에 있는 나노 머신을 회수하려 했다.

원래라면 그들은 나노머신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 몸 속에 있는 나노머신은 미래의 마교인 스카이 코퍼레이션의 모든 기술이 응축되었고, 게이트 너머에 있는 미지의 금속인 게이트리윰으로 만들어진 제 7세대 최강의 나노머신이었기에 추적이 불가능했다.

공교롭게도 타임 패트롤이 이것을 눈치 챈 것은 후손인 천무성을 잡기 위해 추적하던 도중에 우연으로 발생한 일이었다.

타임 패트롤들은 나를 잡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했고, 그것이 힘들어지자 결국 대 게이트전의 경험이 있는 특전대를 보냈다.

나는 이 특전대를 처리하고 미래의 타임 패트롤 본부에서 나와 후손이 죽은 것처럼 속여, 더 이상의 추적을 막으려 했다.

이때 변수가 생겼다.

극도신이 나타나 타임 패트롤들이 타고 왔던 시간 여행 기체인 타임젯을 탈취하려 한 것이다.

현 시대에서 나를 제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극도신은 과거로 이동하려 했다.

이로 인해 그를 막기 위해 타임젯에 탑승한 나는 마지막 야망을 불태우던 극도신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타임젯의 조종사가 시공간 이동을 하는 기판을 망가뜨린 것이다.

*  *  *

천여운이 타임젯의 조종석으로 달려갔다.

‘나노. 이걸 해킹해서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겠어.’

[기판 자체에 물리적 손상이 있어서 해킹으로도 조종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든 해봐야 해. 우리 둘 다 죽을 수도 있어.’

[해킹을 시도해보겠습니다. 조종석 기판에 손바닥을 얹어주십시오.]

‘알겠어!’

천여운이 다급히 기판에 오른 손바닥을 얹었다.

오른손에 장갑 형태의 나노 슈트가 착용되며, 그곳에서 게이트리윰 선이 나와 부서진 기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시스템의 해킹에 들어갑니다.]

-쩌저저적!

나노의 목소리와 함께 천여운의 귀로 얼음이 조금씩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서두르지 않으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었다.

초조한 눈빛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해서 깜빡거리던 타임젯의 LED 등에 불이 완전하게 들어왔다.

-우우우웅! 삐빅! 삐빅!

그와 동시에 조정석의 메인 기판에 있는 버튼들에도 불이 들어왔다.

일부 들어오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뭔가 일부 정상적으로 가동되려는 것 같았다.

‘나노! 되는 거야?’

[시스템 기판의 좌표 설정 장치에 손상이 가서 임의로 시공간의 흐름을 벗어나 불시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원래 있던 시공간과 다른 지점에 착륙할 수도 있습니다.]

천여운의 인상이 굳어졌다.

나노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자신이 원래 왔던 곳이 아닌 전혀 모르는 시공간에 도착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쩌저저저저적!

기체의 구멍을 막고 있는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은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기체가 부서져서 시공간에 휘말릴 것이다.

‘문규.’

그 순간 천여운의 머릿속에 연인인 문규와 자신의 아이가 떠올랐다.

이대로 죽게 된다면 그들을 다신 볼 수 없을 것이다.

살아야 했다.

천여운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결의에 찬 목소리로 나노에게 명했다.

“가자!”

[알겠습니다. 시공간 흐름을 빠져나갑니다.]

-고오오오오오! 덜컹덜컹!

나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타임젯의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오색 빛깔이 선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이 조종석 앞의 창으로 보이고 있었는데, 타임젯의 기체가 임의로 이탈을 시도했다.

-쿠르르르르!

처음 시공간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기체에 강한 압력이 일어났다.

“큭!”

천여운이 조종석의 난간을 붙잡고 이를 버텼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손을 떼면 나노가 조종하는 것이 힘들지도 몰랐다.

-덜컹덜컹! 슈욱!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티던 차에 오색 빛 선으로 이루어진 창밖의 공간이 다른 것으로 바뀌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쩌저저저적! 콰지지지지지직!

시공간을 빠져나오면서 임시방편으로 막아놓은 얼음이 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조종석 난간을 붙잡고 있던 천여운의 몸이 엄청난 압력에 의해 기체의 바깥으로 빨려가고 말았다.

-파아아앙!

“흐헉!”

[게이트리윰 나노 슈트 가동!]

-차차차차착!

천여운의 몸에 나노 슈트가 착용되었다.

몸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서 몰랐는데, 나노 슈트의 바깥 부분이 붉게 물들었다.

뭔가 주변이 하늘빛과 남색빛이 섞여 있었다.

‘대체 여긴 어디?’

[고도 60km 지점인 중간권 하늘입니다.]

성층권보다도 높은 지점이었다.

그것은 타임젯이 시공간 이동을 하던 위치와 동일했다.

‘허공이라는 거야?’

그렇다면 서둘러 타임젯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손바닥만 한 크기로 멀어지고 있는 타임젯의 기체가 붉은 빛을 내더니, 이내 폭발해버렸다.

-콰아아앙!

‘이런!’

조금만 늦었다면 기체 속에서 같이 폭발을 맞을 뻔했다.

그렇다면 자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나노 비행 모드!’

[비행 모드로 전환합니다.]

나노 슈트의 발과 손바닥 부분에서 자기장 입자가 뿜어져 나왔다.

천여운의 몸은 빠르게 밑으로 떨어졌다.

최대한 자기장 입자를 이용해 속도를 줄여나가서, 열기로 붉게 물들었던 나노 슈트의 겉 부분이 원래의 색깔을 되찾아갔다.

-슈우우우우욱!

얼마나 밑으로 떨어졌을까?

서서히 천여운의 두 눈에 지상이 보였다.

그런데 녹음으로 가득하던 중원의 대지가 아니었다.

[고도 15km]

[고도 14.5km]

[고도 13km]

점점 내려오면서 보이는 것은 굉장히 뭔가 거대한 건물들이었다.

‘이게....대체 뭐야?’

풀숲이나 산이라고는 주변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회색 빛깔 세상이라 할 수 있었다.

기와집이 아닌 사각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위에서 보였는데, 천여운의 몸은 지상에 완전히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윽고,

[고도 300m]

그 지점으로 들어서자, 천여운의 몸은 거대한 건물을 가로질러 내려가고 있었다.

건물의 내부가 보이는 투명한 벽들에 천여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지만 그 투명한 벽들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였다.

[고도 100m 곧 착지합니다.]

-쿵! 철컹!

천여운의 몸이 진한 회색 빛깔의 땅에 안착했다.

안정된 착지를 위해 굽혔던 한쪽 무릎을 펴면서 일어났다.

-차차차착!

나노 슈트의 헬멧이 해제되면서 천여운의 두 눈에 높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새로운 세상이 들어왔다.

이곳은 그가 알고 있던 원래의 세상이 아니었다.

-웅성웅성!

"사, 사람이 위에서 떨어졌어!"

"빌딩 위쪽에서 떨어진 것 같은데?"

"방금! 슈퍼 히어로 랜딩 맞지? 영화 강철남이라도 찍고 있는 거야?"

처음 보는 복장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주변에 몰려들어 천여운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자신을 경계하는 듯 했다.

나노 슈트를 입은 모습이 생소하기 짝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긴 대체 어디지?'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나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이파이(WI FI) 신호를 감지했습니다. 좌표의 시대는.......AD.year.2069.02.1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