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월요일은 출근해 있는 동안 진짜 힘들었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통증과 다리 사이의 화끈한 통증 때문이었다.
키니라스가 저녁때 내 사무실에 찾아와서 좋은 진통제는 물론 맛있는 음식이 든 도시락을 건네주었다.
그것과 숙면 덕분인지 화요일은 좀 나았다.
수요일은 더 괜찮아졌고, 목요일은 컨디션이 거의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었다.
출근 전부터 좀 신경 쓰였다.
‘팩을 좀 더 할 걸 그랬나?’
매일 계속 신경 쓰긴 했다.
저녁때는 자기 전에 꼬박꼬박 팩도 했고, 새로 좋은 화장품도 사서 열심히 발랐다.
‘피부 관리실 같은 곳에 다닐까?’
점심시간 때, 난 열심히 꾸미고 다니는 게 취미인 동료에게 슬쩍 물었다.
“관리실에 다닌다고 했잖아요. 거기 괜찮아요?”
동료는 이름과 위치를 알려 준 뒤, 음흉하게 웃었다.
“제2 기사단의 부단장님과 사귀죠?”
난 그냥 웃었다.
이전에 이러기로 키니라스와 이야기했으니까.
동료는 눈을 반짝이며 속닥거렸다.
“그럴 줄 알았어요. 부단장님이 돌아오신 뒤로 행사 때 몇 번 봤는데, 그때마다 릴리앤 님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그랬어요?”
“네. 막 좋아 죽겠다는 눈빛이던데요?”
“정말요?”
“그럼요, 정말이죠.”
기분이 하늘 높이 점프하듯 위로 훅 솟았다.
난 같이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내렸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나중에 밥 살게요.”
“네.”
동료와 인사한 뒤 난 자리로 돌아왔다.
‘나중에 꼭 가야지.’
열심히 일한 뒤, 퇴근 시간을 조금 넘어서자 일어섰다.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다 끝났어?”
웃고 있는 키니라스였다.
오늘도, 아니 오늘따라 더 참 근사해 보였다.
‘군침이 도네.’
“응. 기다린 거야?”
키니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
“얼마 안 됐어.”
“미리 노크하지 그랬어.”
“너 일하잖아. 방해하면 안 되지. 다 한 거 맞지?”
“응? 응.”
키니라스는 씩 웃더니 내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도망치지 못하게끔, 포위한 것 같았다.
물론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난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고, 옆에 바싹 붙었다.
내 마음을 말하듯이.
키니라스의 눈이 조금 더 커졌다가 만족스럽게 빛났다.
“가자. 레스토랑 예약해 뒀어.”
“집이 아니라?”
“집은 레스토랑에 갔다가 가.”
“그래, 그러자.”
우리는 깍지를 낀 손을 맞잡고, 기사단 건물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우릴 쳐다보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은 그것도 보이질 않았다.
그냥, 키니라스만 보였다.
이 세상에 그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여기 어때? 마음에 들어?”
키니라스가 날 데려간 레스토랑은 아주 특별했다.
호수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에 있는 곳으로, 각 방이 나뉘어 있어 완벽한 사생활을 보장했다.
벽 한 면을 차지하는 커다랗고 투명한 창문에는 특별한 마법이 걸려 있었다.
밖에서는 안을 전혀 볼 수 없지만, 안에서는 밖이 아주 잘 보였다.
덕분에 해가 완전히 지면 레스토랑 건물 주변에 나타나는 반딧불의 어여쁜 빛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응. 마음에 들어! 신기하다.”
난 창문에 바싹 붙어서 밖을 응시했다.
세상이 온통 새까만 가운데 점점이 빛이 하나씩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예뻐.”
“응. 예쁘네.”
문득, 깨달았다.
키니라스가 밖의 반딧불이 아니라 날 응시하고 있다는 걸.
안 그래도 두근두근거리던 심장이 입 밖으로 막 튀어나올 것 같았다.
온 동네에 소리치고 싶을 만큼, 기쁘니까.
‘키니라스가 날…….’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정말로 그는 날…….
“키니라스.”
난 고개를 슬쩍 돌려 맞은편에 앉아 있는 키니라스를 응시했다.
그는 내가 방금 느낀 대로, 바깥이 아니라 날 응시하고 있었다.
“응.”
“좋아해.”
내 말이 울리자마자 키니라스의 눈동자가 확장되듯 커졌다.
그의 눈에 반딧불의 빛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뜨겁고 강한 빛이 떠올랐다.
난 짜릿한 기분 속에 그것을 확인한 뒤, 톡 말했다.
“반딧불 말이야.”
“……반딧불?”
“응. 반딧불이 좋아.”
“아.”
키니라스는 시무룩해지다 못해 실망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넓은 어깨도 축 처졌다.
‘귀엽네.’
솔직히, 재미있었다.
조금 미안했지만, 어차피 나중에 제대로 말할 생각이었다.
‘일단은 이렇게 계속 놀려야지.’
직원이 테이블 위에 식사를 차리고 나갔다.
호수 위에 있는 레스토랑답게 이곳도 해산물 전문이었다.
우리가 주문한 건 새우 요리 세트였다.
구운 새우가 소금과 매운 양념, 달콤한 소스 등과 함께 나오는 것으로, 아주 맛있어 보였다.
하지만 껍질을 직접 벗겨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껍질 까 줄게.”
키니라스는 맞은편이 아니라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내 오른손과 그의 왼손 팔꿈치가 살짝 닿는 거리였다.
괜히 긴장되었다.
“이렇게 하는 건가?”
키니라스는 긴 꼬챙이로 찔러서 새우의 머리를 고정한 다음, 전용 칼을 약간 움직이는 것으로 순식간에 몸통의 껍질을 벗겨냈다.
“와, 대단하다.”
“기사인데, 이 정도야 뭐.”
그는 씩 웃더니 새우를 밀어 주었다.
“어서 먹어.”
“아니야. 너부터 먹어.”
“난 하면서 먹을게.”
그가 바로 먹을 기색이 아니라서 난 먼저 새우를 입에 넣었다.
키니라스는 흐뭇한 얼굴로 열심히 새우를 깠다.
기사답게 정말 순식간에 수많은 새우가 껍질을 벗게 되었다.
그래도 양이 많은지라 다 까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키니라스, 너도 먹어.”
“그래. 아.”
그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벌렸다.
“뭐, 뭐야?”
“난 이거 까느라 바빠. 네가 먹여 줘.”
키니라스는 당연히 내가 그래야 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 뻔뻔함이 싫지 않았다.
“좋아.”
난 포크로 새우를 찍어서 키니라스의 입으로 가져갔다.
“자, 아.”
“으음, 맛있다.”
“그지? 크고 살이 아주 탱탱해.”
“살은 릴리앤 네가 더 탱탱한데.”
난 얼굴이 붉어졌지만, 꿋꿋하게 대응했다.
“탱탱한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네 엉덩이 진짜 탱탱하더라.”
내친 침에 손을 뻗어 그의 엉덩이를 쿡 찔렀다.
“이거 봐. 잘 눌러지지도 않잖아. 주무르는 것도 잘 안 돼.”
“그래서? 싫어?”
“아니. 좋아.”
난 또박또박 이어 말했다.
“좋아해.”
키니라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 응시하면서 물었다.
“내 엉덩이를?”
“응. 네 엉덩이를. 좋아해.”
난 의도적으로 끊어서 약간 말했다.
키니라스의 눈이 다시금 커졌다.
“아하.”
그는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아까 실망한 탓인지 어딘가 모르게 어두웠던 얼굴도 불을 밝힌 것처럼 환하게 변했다.
여름날의 태양 같았다.
“그렇구나. 좋아하는구나.”
이제 키니라스는 기뻐 죽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입이 귀에 걸렸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난 괜히 부끄러웠다.
“엉덩이가, 네 엉덩이가 좋다고!”
“그래, 그래. 자, 새우 먹어.”
난 새우를 씹으면서 그를 흘겨보았다.
키니라스는 그저 즐거운 얼굴로 열심히 새우를 깠다.
그러면서 내게 입을 틈틈이 벌렸다.
난 그에게도 먹여 주었다.
“네가 먹여 주니까 더 맛있어.”
“……먹기나 해.”
“으음, 맛있다. 매운 소스가 제일 맛있는 것 같아. 넌 달콤한 소스가 제일 좋지?”
“응.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봐 왔으니까 알지.”
“……관심을 가지고?”
“응.”
키니라스는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더 말하진 않았다.
싱글싱글 웃는 걸 보니, 내게 묻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쑥스럽기도 하고,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그럴 수가 없었다.
난 새우를 열심히 먹었다.
물론 먹여 주기도 했다.
“아우, 배불러.”
너무 많이 먹은 모양이었다.
키니라스는 한 손으로 내 배를 슥슥 만졌다.
난 화들짝 놀랐지만, 그의 손을 거부하진 않았다.
“소화 좀 시켜야겠네. 호수 걸을래?”
“그러자. 야, 그만 만져.”
“너도 내 배 만지면 되잖아. 난 무려 복근이라고. 자, 만져, 만져.”
키니라스는 내 손을 잡고 그의 복부에 댔다.
난 그를 흘겨보았지만 열심히 만졌다.
역시 흐뭇한 근육이었다.
‘계속 이러고 싶네.’
사실은, 다른 것도 더듬고 싶었다.
‘일단 소화를 시키는 게 우선이지.’
그래도 조금 아쉬워서, 난 방 밖으로 가기 전에 손을 슬쩍 내려서 키니라스의 다리 사이를 실수인 척 가볍게 건드렸다.
“어머나, 미안.”
천은 얇지 않았으나 느낄 수 있었다.
분명, 흥분했다.
키니라스는 아주 잠깐 움찔하더니, 내게 손을 뻗었다.
그는 바지를 입고 있었으나 난 원피스 차림이었다.
그의 손은 내 치맛단을 걷어 올리고 팬티로 바로 왔다.
정확히 클리토리스가 있는 곳에 닿더니, 꾹 문질렀다.
팬티가 가로막고 있었으나 손끝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앗!”
사실, 이미 난 좀 젖은 상태였다.
키니라스를 본 순간부터 천천히 그러기 시작했었다.
“흐음.”
손을 뺀 키니라스는 알겠다는 얼굴이었다.
난 좀 부끄러웠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왜?”
“왜긴 네가, 좋아서.”
“응?”
“네가 흥분한 게 좋아서.”
나와 똑같이 말하는 그에게, 똑같이 응했다.
“나도 네가, 좋아.”
“응……?”
“나도 네가 흥분한 게, 좋다고.”
“아.”
키니라스는 이 대화에 대한 재미가 솟구치는지, 흥미로운 눈빛이 되었다.
내 눈빛도 마찬가지이리라.
“일단 나가자. 소화부터 시켜야지.”
그는 아까처럼 깍지를 끼고 잡아끌었다.
우리는 레스토랑 밖으로 나왔다.
호수는 가장자리에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었다.
잘 다져진 길에는 양쪽에 일정 거리마다 마법 전등이 서 있었다.
전등의 황금빛 조명은 길을 걷는 이들의 머리 위로 따듯하게 내려왔다.
나한테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나와 키니라스를…… 축복하는 느낌인데.’
물론 착각일 터였다.
하지만 기분상으로는 그랬다.
‘이렇게 깍지를 끼고 연인처럼 산책을 같이하게 될 줄이야.’
3년 전이 떠올랐다.
키니라스가 파견 목적으로 멀리 떠난 뒤에야 그에 대한 진짜 감정을 깨달았었다.
그 후로 그가 너무 보고 싶었고, 진작 스스로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거듭 후회하면서 계속 울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야 눈물을 그쳤었다.
그러면서, 함께하는 미래를 조금씩 꿈꾸었었다.
‘정말로 이런 사이가 될 줄은…….’
물론 지금 우리 관계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연인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기로 합의한 건 아니니까.
‘말을 해야 하는데.’
하지만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말하는 건 생각만 해도 얼굴이 불타오를 듯 부끄러웠다.
그래도 이젠 거절당할 염려는 없었다.
‘키니라스도 분명 날…….’
난 열이 오른 얼굴을 슬쩍 들어서 그를 바라보았다.
키니라스는 아까부터 온몸으로 기쁨을 뿜고 있었다.
그는 걸음을 살짝 멈추더니, 번개처럼 내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도장을 찍었다.
“뭐, 뭐야?”
“뽀뽀해 달라고 쳐다본 거 아니었어?”
“아니야!”
“그럼 키스?”
“그것도 아니야!”
“정말 아니야?”
“정말 아니야.”
“그럼 키스하면 안 돼?”
키니라스는 순진무구하게 물었다.
물론 그의 눈빛은 결코 순진무구하지 않았다.
“그건…… 안 되는 건 아니고…….”
난 열이 더 오른 얼굴로 옆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이 있잖아.”
주말 저녁이라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이 여럿 있었다.
“그럼, 안쪽으로 들어가자.”
키니라스는 손을 잡아끌었다.
난 못 이기는 척, 조용히 그를 따라갔다.
“인기척이 없는 곳으로 가자.”
실력 있는 기사답게 키니라스는 아주 빠르게 적당한 장소를 찾아냈다.
산책로와 거리가 좀 있는, 숲 안이었다.
조명은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과 반짝이는 별뿐인지라 보이는 건 거의 없었다.
고요한 가운데 풀벌레 소리와 잔디를 밟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키니라스가 내 곁에 있으니까.
단둘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 같아서 더욱 흥분되었다.
“저기, 앉을 만한 바위가 있어.”
키니라스는 한곳에 멈추고는 앉았다.
어디에 앉을지 안 보여서 난 주춤거렸다.
“여기 앉으면 돼.”
그는 한 손으로 내 허리를 휘어잡더니 그의 무릎 위에 앉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굵고 튼실한 허벅지 위로, 그의 성기가 느껴지는 위치였다.
난 엉덩이를 살짝 꼼질거려 보았다.
“릴리앤, 너 지금 나 흥분했는지 확인한 거야?”
정곡을 콕 찔렸다.
“아냐.”
“그럼 왜 움직여?”
“더 편안하게 앉으려고.”
“아하, 그래?”
“그래.”
“더 편안하게 해 줄게.”
키니라스는 내 허리를 잡고 날 번쩍 들어 올리더니, 다리를 벌리게 했다.
난 다리로 키니라스의 허리를 감는 자세가 되어 그와 마주 보게 되었다.
원피스의 치맛단이 절로 허리춤까지 올라갔고, 그의 성기와 내 중심이 맞닿았다.
얇지만 몇 겹의 천이 가로막고 있긴 했다.
그러나 그의 성기가 흥분해서 일어나 있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난 바싹 긴장하고야 말았다.
물론, 다리 사이도 젖어 들었다.
“어때? 편하지?”
키니라스는 내 귀에 입술을 누르고 속삭였다.
귓속으로 뜨거운 숨은 물론 축축한 혀가 들어왔다.
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안 편해?”
“편, 해.”
“그래, 편하구나.”
키니라스는 내 귓불을 자근자근 깨물면서 두 손으로는 내 몸을 연신 쓰다듬었다.
자기 소유물을 확인하듯 어깨와 등줄기를 강하게 매만지다가 옆구리를 가볍게 쓸었다.
간지러워서 난 다시금 떨면서 그의 목과 어깨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내가 귀여운지 키니라스는 짧게 소리 내어 웃고는 내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입 맞추었다.
“키스, 안 해?”
난 칭얼거리듯 볼멘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어두워서 키니라스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기쁘게 웃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나한테 키스 받고 싶어?”
“별로.”
난 마음과는 달리 새침하게 답했다.
“아하, 별로?”
키니라스는 손을 내려서 원피스 아래로 내 엉덩이를 꽉 쥐었다.
“흣.”
“더 만져 줬으면 좋겠어?”
그는 내 엉덩이를 강하게 주물거리다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허벅지 안쪽의 여린 부분도.
당연히, 자극적이었다.
“별, 별로.”
“그럼 하지 말까?”
“안 돼!”
크게 소리치자 키니라스는 다시금 크게 웃었다.
얄미워서 난 그의 귀를 콱 깨물었다.
“릴리앤, 아파.”
“전혀 아픈 목소리가 아닌데?”
난 그의 귀를 입 안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는 그의 커다란 몸이 움찔움찔거렸다.
“키니라스, 너도 귀가 약하구나?”
“아니야.”
그는 보복하듯, 내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엉덩이를 다시 콱 쥐고 주물렀다가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가져오더니, 내 음모를 가볍게 쓸었다.
“잠, 잠깐. 누가 오면 어떻게 해?”
“그럴 리 없어. 반경 50미터 내에 사람은 없거든. 그 안으로 접근하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키니라스의 실력을 잘 알았다.
“알았어.”
“그럼 계속할게.”
“기다려. 너 진짜 키스 안 할 거야?”
“키스해 주세요, 해 봐.”
난 그를 노려보았다.
어둠 속이었으나 키니라스는 내 표정이 잘 보이는지, 크게 웃었다.
“왜 웃어?”
“좋아서. 네가, 좋아서.”
순간 넘어갈 뻔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내가 키스해 달라고 하는 게 좋다는 말이지?”
“응. 근데 다른 것도 좋아.”
“다른 거, 뭐?”
“네 엉덩이.”
키니라스는 두 손을 쫙 벌려서 내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네 허벅지.”
그는 여리고 예민한 내 허벅지 안쪽을 나긋하게 쓸었다.
“네 가슴.”
두 손으로 원피스 위로 내 가슴을 콱 틀어쥐었다.
주무르는 손길은 거칠고 거침없었다.
자기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읏, 응…….”
빠르게 차오르는 쾌락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네 신음도 좋아. 엄청, 좋아.”
키니라스는 기쁨으로 거칠어진 목소리로 내 목을 혀로 길게 핥았다.
그 부위도 예민한 성감대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아니, 키니라스가 애무해서 그런 것일 수도.
어디든 그가 닿는 곳은 다 좋았다.
“흐읏……!”
“네 목도 좋아.”
나는 쾌감 때문에 파들파들 떨리는 손을 더듬어 그의 뺨을 붙들었다.
키니라스의 흐트러진 숨결이 내 입술 바로 앞에서 느껴졌다.
그도 마찬가지이리라.
“네 호흡도, 좋아.”
“그리고? 더 말해 봐.”
“네 음모도.”
키니라스는 내 팬티 안으로 다시 손을 집어넣어서 음모를 만지작거렸다.
“촉감이 머리카락이랑 똑같아. 부드러워.”
부끄러워할 틈이 없었다.
그의 손끝이 밑으로 더 내려와서 내 클리토리스를 붙들어 문질렀다.
이미 애액으로 젖은 그 부위에서 쾌감의 번개가 퍼지듯 일어나 온몸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흑!”
신음, 아니 비명을 내지를 것 같았다.
난 키니라스가 입은 옷의 어깨 부분을 이로 깨물어, 겨우 참았다.
“네 클리토리스도, 좋아. 엄청나게 좋아.”
클리토리스를 매만지는 그의 손짓은 더욱 정교해졌고, 더욱 격렬해졌다.
난 순식간에 까마득한 희열로 끓어올랐다.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격렬한 절정에 오른 순간이었다.
아니, 직후인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잔뜩 흥분한 키니라스의 성기가 한 번에 들어왔다.
“……!”
호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크기로 교성을 내지르지 않은 건, 키니라스가 서둘러 한 손으로 내 입술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난 그의 손바닥을 꽉 깨물고야 말았다.
키니라스는 신음을 흘렸으나, 아파서가 아니라 자극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는 손을 쫙 펼쳐서 내 엉덩이를 다시금 움켜쥐고, 날 끌어당겼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질이 그의 성기를 더 깊숙하게 빨아들이게 했다.
“흐으, 으흣…….”
지난번에 섹스할 때, 키니라스의 성기에 깊이 박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위에 있으니 그는 더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불기둥은 마치 살아서 고동치는 것 같았다.
미쳐버릴 것 같은 열기가 온몸으로 순식간에 번진 순간이었다.
키니라스는 이번엔 한 손으로 내 허리를 틀어잡고 위로 올리더니, 엉덩이를 튕기듯 차올렸다.
“……!”
난 한 손으로는 그의 어깨가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붙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입을 있는 힘껏 틀어막았다.
키니라스의 성기가 아주 깊숙하게 내 질에 박혔다.
애액으로 차고 넘칠 만큼 젖어 있었으나, 워낙 크고 굵었기에 약간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살아 있는 것처럼 내 질 속에 박히는 성기가 연이어서 터뜨리는 희열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강력한 희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이 세상엔 오로지 키니라스와 그의 성기뿐이었다.
“……좋아.”
어마어마한 쾌락의 폭탄이 내 온몸에서 완전하게 터져버린 순간, 난 들었다.
“릴리앤, 네가…….”
키니라스가 나만큼이나 강렬한 환희에 휩싸인 채 사정하면서 내 귓가에 속삭이는 말을.
“네 모든 것이…….”
* * *
키니라스의 집까지 어떻게 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이 좀 들고 보니, 욕조 안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거품으로 그득한 욕조 안에서 키니라스의 품에 안겨 있었다.
“어…….”
“일어났어?”
뒤에서 날 끌어안고 있던 그는 웃으며 내 뺨에 입술을 문질렀다.
심장이 뭉클할 만큼 다정한 스킨십이었다.
“나, 기절했던 거야?”
내 목소리는 아주 많이 쉬어 있었다.
“처음엔 그랬는데, 그 뒤엔 자더라. 그렇게 좋았어?”
키니라스는 웃으면서 놀리듯 속닥거렸다.
난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천천히 틀었다.
“끙.”
절로 신음이 나왔다.
특히, 엉덩이와 다리 사이가 묵직하면서 홧홧했다.
“많이 아파?”
“아픈 건 아냐. 그냥 좀 불편해.”
“모레 밤까진 하지 말아야겠네. 어? 너 지금 실망했지?”
“아, 아니야.”
난 바로 부인했지만, 키니라스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왜 웃고 그래?”
“좋아서.”
구릿빛 살결을 가진 건장한 근육질의 청년이 보드랍고 새하얀 거품에 둘러싸여 있는 건, 사실 굉장히 유혹적이었다.
정신을 차린 지 얼마 안 됐는데도 군침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말이 더욱 내 시선을 끌었다.
“좋아서?”
“응.”
“뭐가 좋아서?”
“뭐가 좋을까?”
난 그에게 눈을 흘겼다.
키니라스는 그저 싱글싱글 웃을 뿐이었고, 그게 얄미웠다.
그래서 난 힘이 없어서 욕조 안으로 늘어뜨려 둔 손을 움직였다.
내 허리춤에 닿은 것을 붙들었다.
거품이 그득해서 물속은 안 보였는데, 가볍게 잡은 것만으로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아니, 사실 깨어나는 순간부터 알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흥분해 있는 거, 힘들지 않아?”
피로에 지친 내 몸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욕조의 물은 꽤 뜨끈했다.
그러나 손안에 있는 성기는 불처럼 느껴져서, 갑자기 물의 온도가 낮아진 것 같았다.
“괜찮아.”
“정말?”
난 두꺼운 기둥을 위아래로 슬며시 쓸었다.
키니라스는 이를 악물었다.
역시 재미있었다.
난 다른 손도 동원했다.
더 커지고, 더 단단해지는 성기를 양손으로 잡았다.
오른손으로 기둥을 연신 쓸어서 자극하면서, 앞쪽의 맨들맨들한 귀두를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문질렀다.
“흑, 윽, 릴리앤…….”
키니라스는 욕조 밑으로 내리고 있던 손을 올렸다.
물과 새하얀 거품이 사방으로 튀면서 그의 두 손은 밖으로 탈출했고, 욕조의 가장자리를 부서뜨릴 듯 쥐었다.
새하얀 거품 사이로 손등은 물론 팔뚝에 핏줄이 서는 게 너무도 잘 보였다.
키니라스가 이를 악물었다.
난 그때 딱 손을 뗐다.
“릴리앤?”
그의 얼굴에는 그새 땀이 송골송골 솟은 모양이었다.
난 손끝으로, 다정하게 땀을 닦아주었다.
“왜 불러?”
“……더 안 해 줄 거야?”
“뭐가 좋은지 말해 주면.”
키니라스는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쑥스러움 때문인지 얼굴이 벌겠다.
그는 잘생긴 눈썹을 위로 쭉 올리더니, 따졌다.
“난 아까 호수에서 말했잖아. 이번엔 릴리앤, 네 차례야.”
“아까 호수에서 무슨 말을 했는데?”
두근두근거리는 심장과는 달리, 난 빤빤한 표정을 지었다.
키니라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노려보았다.
“너 진짜 그럴 거야?”
“내가 뭘?”
“릴리앤, 너 눈 좀 감아 봐.”
“흠, 뭐, 그렇게 해 줄게.”
“입도 다물고.”
난 순순히 눈을 감고, 입도 닫았다.
‘뭘 하려는 걸까?’
기대감이 송송 솟았다.
곧, 키니라스는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물을 내 얼굴에 가볍게 뿌렸다.
“앗!”
생각한 것과 전혀 달라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가 하라는 대로 한 덕분에 물은 눈이나 입에 들어오진 않았다.
‘나름 배려를 한 건가?’
그래도 난 눈을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키니라스는 뭔가 감정이 끓어오르는 눈빛이었다.
난 괜히 뜨끔해서 따졌다.
“왜 그렇게 쳐다봐?”
“얄미워서.”
“얄밉다니?”
“안 그래도 너 때문에 마음 끓인 세월이 얼만데,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안 해 주는 게 진짜 얄미워.”
훅 들어오는 말이었다.
심장이 쿵쾅쿵쾅거렸다.
난 순간 마른 입술을 축이고, 물었다.
“너…… 나 오랫동안 좋아한 거야?”
“안 좋아했어.”
키니라스는 딱 잘라서 답하더니, 천천히 이어서 속삭였다.
“사랑했지.”
“사랑……?”
심장이 팡, 하고 터지는 소리였다.
“그래. 친구로서. 그리고…… 이성으로서도. 한 사람의 남자로서, 널 여자로 생각하고 오랫동안 사랑했어.”
키니라스는 양손으로 내 뺨을 감쌌다.
그의 손바닥은 평소처럼 단단하면서도 거품 비누가 잔뜩 들어간 물 때문에 매끄러웠다.
금방이라도 날 손에서 놓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닥쳐도, 나를 꼭 잡고 있으리라.
“……그렇지만, 짝사랑이었지. 넌 날 소꿉친구로만 봤으니까.”
할 말이 없었다.
그 당시엔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파견을 간 거야. 멀리 가서 몇 년 있다가 오면, 남자로 봐줄까 싶어서 말이야. 마침 많이 자랄 때였고. 부모님이 열아홉 살 때부터 부쩍 자랐다고 하셔서, 나도 그렇게 될 줄 알았거든. 떠나 있는 3년 동안,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자랐지.”
정말로 잘 자랐다.
“돌아온 뒤에 제대로 고백해서 우리 사이를 소꿉친구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남녀관계로 만들 생각이었어. 그래서 네 사무실로 찾아갔다가…… 그림을 발견했지. 다른 부분은 잘 그렸지만, 여기만 제대로 안 그린 그림말이야.”
키니라스는 내 손목을 잡고 그의 성기로 이끌어 잡게 했다.
난 가볍게 떨리는 두 손으로 크고 우람한 그것을 감싸듯 쥐었다.
기둥을 손가락으로 연신 위아래로 쓸다가, 손끝으로 다시 귀두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계속, 말해 봐.”
“……그림을 도와주겠다고 제안한 건, 목적이 있었어.”
키니라스는 큰 몸을 파르르 떨고는 악문 잇새로 말했다.
“네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거든. 그림을 잘 그리게끔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물론 컸지만…… 내 알몸과 성기를 보면, 네가 날 남자로 인식할 것 같았, 거든. 흐읏.”
그는 헐떡이기 시작했다.
나로 인해 잔뜩 흥분한 모습은 언제 봐도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도 지금 가게 할 순 없었다.
아직, 들어야 할 말이 남아 있으니까.
난 손을 뗐고, 키니라스는 거칠게 호흡을 내쉬며 아쉬운 눈빛을 쏘았다.
“더, 계속 말해 봐.”
“……그림을 그릴 때, 내 성기를 보면서 네가 흥분하는 걸 알았어. 하지만 자위를 도와줄 줄은 몰랐는데…… 처음에는 성욕 때문인 줄 알았지만…… 그 이상이었지. 내 등의 상처를 보고 우는 걸 보고 깨달았어. 그 눈물에 담긴 마음은…… 분명 우정 이상이었어.”
“그래서 그때 그렇게, 기뻐 죽겠다는 것처럼 웃었던 거야?”
“응.”
키니라스는 다시, 그렇게 웃었다.
온몸에서 희열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더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에 입 맞추었다.
이마와 미간, 코끝과 뺨, 입술에 턱까지 여기저기 입술 도장을 열심히, 빠르게 찍었다.
성적인 느낌보다는 깊고 오래된 애정이 물씬 느껴지는, 간지러운 스킨십이었다.
“릴리앤, 너 정말 예뻐 죽겠어.”
“……죽으면 안 돼. 난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거라고. 너도 그래야지.”
“네가 그러면 나도 그럴게. 약속해.”
키니라스는 쾌활하게 웃으며 내 뺨과 그의 뺨을 비볐다.
난 가만히 있다가 아까 그가 내게 그러했듯이, 그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서 다정하게 쓸었다.
“이젠 내가 말할 차례네. 키니라스, 난…… 네가 사막 나라로 떠난 뒤로 많이 울었어.”
그때의 슬픔을 떠올리면, 아직도 목이 메었다.
하지만 금세 떨칠 수 있었다.
키니라스는 지금 내 곁에, 나와 함께 있으니까.
미래에도 그럴 거니까.
“네가 보고 싶기도 했고…… 그제야 너에 대한 진짜 마음을 깨달았거든.”
“진짜, 마음?”
“응. 키니라스, 나도…….”
나는 떨리는 마음과 목소리로 이어서 속삭였다.
“나도 너를 사랑했어. 친구로서만이 아니라 이성으로서도 사랑하는 거였어. 그걸, 네가 멀리 떠난 뒤에야 깨달았어.”
그의 눈을 그 어느 때보다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 마음이 말만이 아니라 눈빛으로도 전달되길 바라면서.
“지난 3년 동안, 네가 돌아오길 간절하게 기다렸어. 네가 온 후에는 나도 네게 데이트를 신청할 생각이었어. 그러면서 여자로서 다가가려고 했었어. 그런데…… 그림을 먼저 보여 주게 됐었지.”
“그랬구나.”
키니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가 키득거렸다.
나도 그렇게 되었다.
우리의 웃음은 점차 더 커지고, 더 밝아졌다.
그러다가 뚝 그쳤다.
키니라스가 마침내, 내게 키스했으니까.
처음에는 내 입술을 가볍게 부볐다가 자극하듯 치아로 살짝살짝 깨물었다.
내가 환영하듯 입술을 열자, 그는 혀끝으로 맛을 보듯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그리듯 핥았다.
입술은 혈관이 지나가는 예민한 부위였다.
축축하고 뜨거운 혀가 입술을 게걸스럽게 문지르자 온몸으로 빠르게 쾌감이 번져나갔다.
이곳도 성감대였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키니, 라스…….”
나는 가쁘게 신음하며 입술을 더 크게 벌렸다.
초대의 의미였다.
키니라스는 기꺼이, 열렬하게 응했다.
그의 두꺼운 혀는 내 잇몸을 거세게 문질렀다가 깊이 들어왔다.
입천장까지 훑다가 마찰시키듯 내 혀를 긁었다.
입 안에서 쾌락의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흐으……!”
키니라스는 내 타액과 더불어 내 혀까지 쪽쪽 빨아먹었다.
숨이 막히면서, 그에게 먹혀 버리는 느낌이었다.
‘좋아.’
정말로 완전히 먹혀 버리고 싶었다.
동시에, 나도 키니라스를 먹어 버리고 싶었다.
난 그가 그러했듯이 그의 혀를 빨고, 깨물었다.
물론 세게는 그러지 못했다.
온몸이 파들파들 떨리면서, 다리 사이로 애액을 흘리느라 힘이 잘 들어가질 않았다.
“하.”
키니라스는 가소롭다는 듯 짧게 웃었다.
“흐응, 너어…….”
난 질척이는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발끈하고야 말았다.
곧, 행동했다.
서둘러 한 손으로 우뚝 솟은 그의 성기를 쥐고, 내 질의 입구에 맞췄다.
호수 주변에서 그러했듯이 위에서 아래로 앉듯이 내려가면서 질 안에 넣었다.
또다시, 성기를 아주 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흐으으으으…….”
한탄하면서 우는 것 같은 신음이 절로 내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내 질 안을 꽉 채운 것의 존재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강철처럼 단단하고, 횃불처럼 뜨거웠다.
그러면서도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강하게 고동치고 있었다.
“……이러면, 릴리 앤, 너…… 내일, 아플 텐데…….”
키니라스는 연신 내 혀를 빨아먹으면서, 끊어질 듯한 호흡 속에서 으르렁거리듯 속삭였다.
“괜찮…… 괜찮아.”
“아니, 내가 안 괜찮아. 넌 아프면 안 돼. 이러지 말고, 일단.”
“싫어!”
키니라스가 내 앞에서 빠져나가는 게 싫었다.
난 빽 소리친 직후, 본능적으로 행동했다.
그를 조였다.
“……!”
키니라스는 신음을 흘리지도 못했다.
이가 부서져라 악물었다.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이마는 물론 욕조 가장자리를 쥐고 있는 손등과 팔뚝에서 푸른 핏대가 올라섰다.
두 눈도 그야말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욕망의 횃불이었다.
“너, 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웠어?”
그는 얼어붙은 것처럼 가만히 있었으나, 정말로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난 등줄기로 소름이 오싹 돋았다.
잡아먹히기 직전의 초식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물론, 좋았다.
“배운 거, 아니야. 잡지를 좀, 읽었지만.”
“무슨, 잡지?”
“연인들을 위한, 잡지 말이야. 섹스할 때의 팁이 쓰여 있었어.”
키니라스는 기분 상했는지 미간을 확 찌푸렸다.
“섹스?”
“왜, 싫어?”
“너는 지금 우리가 이러는 게, 섹스라고 생각해?”
갑자기 키니라스가 거칠게 따졌다.
무서운 건 아니었다.
내게 위해를 끼치느니, 차라리 죽어버릴 사람이니까.
하지만 좀 당황스러웠다.
“그럼, 뭐야?”
난 신중하게 물어보았다.
그러면서 다시 조였다.
“흐윽!”
키니라스는 이번엔 신음을 터뜨리더니 쓰러질 듯 고개를 숙여 내 어깨에 이마를 댔다.
내가 마음대로 그를 자극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이건, 흑, 섹스 이상이지.”
정말로 짐승 같은 목소리로, 키니라스가 흐리게 중얼거렸다.
그는 축축하고 뜨뜻한 혀로 내 목을 게걸스럽게 핥았다.
정말로 육식동물이 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그작아그작 씹어먹기 전에 혀로 맛을 보는 것 같았다.
기꺼이, 그에게 먹혀버리고 싶었다.
“섹스, 이상이, 뭐일 것 같아?”
그가 물었다.
두 손을 쫙 펼쳐서 내 엉덩이를 꽉 움켜쥐면서.
반죽처럼 주무르다가 호수에서처럼 내 허리를 틀어쥐었다.
그는 그대로 일어섰다.
물이 사방으로 튀면서 내 정신도 한순간 나가버렸다.
“아아앗……!”
키니라스의 동작은 군더더기가 없었으나, 깊숙하게 연결된 채로 일어서는 건 엄청난 자극이었다.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난 더욱 고조된 쾌락 때문에 달달 떨리는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았다.
그가 날 틀어쥔 채로 걷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결합은 더욱 깊어졌다.
걷는 움직임 자체가 미칠 것 같은 쾌락이었다.
눈앞이 번쩍번쩍 터지는 가운데, 등에 푹신한 것이 느껴진 조금 뒤에야 알아차렸다.
침대에 누웠다는 걸.
“……릴리앤.”
키니라스가 내 몸 위에 있었다.
그의 강인한 근육은 수많은 물방울이 맺힌 채, 흘러내리고 있었다.
욕조의 물이 아니라 땀인 것 같았다.
격렬하게 일어난 욕망을 자제하는 흔적이리라.
“릴리앤.”
그는 다시 나를 불렀다.
하나의 몸처럼 연결된 사람이 나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듯이.
그래서 나도 답했다.
“키니라스.”
금방이라도 흥분 때문에 터져버릴 것 같았으나, 그가 그러했듯이 나도 똑바로 이름을 발음했다.
물론, 쾌감 때문에 숨이 넘어갈 것처럼 호흡하면서.
“섹스 이상이, 뭐지?”
그는 우뚝 멈춰 있었다.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 그대로 있을 것처럼.
움직이게 하고 싶었으나, 더는 조일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모르, 모르겠어.”
“힌트를, 줄게. 두 글자야.”
두 글자든 열두 글자든 아무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기절하지 않고 생각이라는 걸 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었다.
연결된 부위에서 찌걱거리던 쾌감이 이제는 내 몸을 갉아 먹고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간지러워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 불이 날 태우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몰, 라. 몰라! 몰라! 키니라스, 제발, 움직여. 응?”
난 결국 울면서 애걸하고야 말았다.
키니라스는 고개를 숙여, 내 눈물을 혀로 부드럽게 핥았다.
그 몸집은 다정하고도 애틋했으나, 온몸을 비늘로 찌르는 듯한 따끔한 고통이 되었다.
이제는 쾌감이 아팠다.
“키니라스!”
“사랑.”
그도 한계가 온 모양이었다.
마라톤의 골인 지점의 바로 앞에 도달한 것처럼 거칠게 헐떡이면서, 답을 다시 알려주었다.
“우린 섹스를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거야. 내가 너를.”
키니라스는 드디어 움직였다.
충동과 욕망 때문에 미친 사람처럼 거칠게 날뛰고 싶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결코, 거칠게 행동하지 않았다.
부드럽게 밀려들었다가 사라지는 파도처럼 느긋하게 허릿짓을 했다.
행동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말이 더 필요했다.
그것은.
“사랑하니까.”
이거였다.
“사랑해, 릴리앤.”
그의 진심.
그의 고백.
“사랑해.”
그래서 나도 답했다.
“사랑해.”
당연히 그래야 하므로.
“사랑해, 키니라스.”
그가 그러했듯이 또렷하게 이름도 발음하며, 내 진심을 고백했다.
“…….”
우리는 더는 말하지 못했다.
몸은 하나가 되었고, 마음 또한 서로에게 연결되었다.
가장 거대한 환희가 우리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나와 키니라스는 격렬한 키스로 서로의 사랑을 나눠 가지며, 함께 절정의 끝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