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장 (3/6)

3장.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뭔가 부드럽고 시원한 것이 내 몸을 조심스럽게 닦고 있었다.

난 눈을 떴다.

조금 흐릿한 시야로 키니라스가 보였다.

“깨어났어?”

“지금…… 뭐 하는 거야?”

하도 교성을 흘려서 그런지 목이 쉬어서 말이 잘 안 나왔다.

“응. 몸 닦아 주고 있어. 그대로 자면 깨어났을 때 찝찝할 거 같아서.”

그는 내 어깨쯤을 닦던 수건을 얼굴로 올리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눈 감아.”

“응? 응.”

그는 내 이마는 물론 코와 뺨, 입술까지 꼼꼼하게 닦아 주었다.

한결 시원했다.

“피곤할 텐데 다시 자.”

“……내가 잤나 보네.”

“응. 바로 곯아떨어지던데? 너 코 엄청 골더라.”

“뭐? 진짜?”

“아니. 농담이야.”

노려보고야 말았다.

키니라스는 재미있는지 소리 내어 웃었는데, 굉장히 기분 좋아 보였다.

오랫동안 바라던 소원을 드디어 성취한 것 같았다.

“잠 다 깬 것 같네. 식사할래? 배고프지?”

그는 물으면서 내 목을 닦았다.

꼼꼼하면서도 담백한 손짓이었다.

그런데.

‘왜 또 흥분되지……?’

애액이 샘솟는 게 느껴졌다.

난 들키지 않기 위해 다리를 붙이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으.”

“아파?”

키니라스는 사색이 되었다.

“아니, 그건 아냐. 그냥 좀, 불편하네.”

다리 사이가 홧홧하면서 말한 대로 불편했다.

특히, 허벅지가 미세하게 떨렸다.

안 쓰던 근육을 격렬하게 움직인 후유증이었다.

“진통제 갖다줄게. 약통, 원래 있던 자리에 있지?”

“응.”

키니라스는 벌떡 일어나서 사라졌는데, 난 그전에 보았다.

그가 알몸이라는 걸.

그리고 등 뒤에 있는 뭔가를.

“야, 너 그거 뭐야?”

키니라스가 돌아오자마자 화급히 물었다.

“이거?”

그는 씩 웃으며 허리를 살짝 흔들었다.

굵고 큰 성기가 꺼떡거리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꼬챙이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한순간 성기에 시선을 빼앗겼지만, 난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거 말고! 등 뒤! 흉터 맞지?”

“아.”

“뭐가 아야? 그 흉터, 대체 뭐야? 파견 갔을 때 다친 거야?”

“으응, 그렇지 뭐.”

“이리 와 봐.”

난 바로 옆을 팡팡 두드렸다.

키니라스는 주춤거리다가 내 옆에 앉으며 내게 알약과 물컵을 건넸다.

“일단 이거 먹어.”

난 그의 말대로 얼른 진통제와 물을 삼킨 뒤, 다 마신 컵을 내려놓고 어깨를 손끝으로 꾹 눌렀다.

“뒤돌아. 어서.”

키니라스는 눈치를 보다가 결국 뒤로 돌아서 내게 등을 보여 주었다.

“헉.”

오른쪽 어깨 바로 아래부터 왼쪽 허리 뒤까지 사선으로 피부색이 좀 달랐다.

상처가 생겼다가 다 나은지 좀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건 분명 흉터였다.

“몬스터 발톱인 거지?”

“응…….”

“이 정도 크기의 발톱이라면…… 그레이트 와이번이네?”

최악으로 흉악한 1등급 몬스터였다.

“그레이트 와이번이랑 대체 왜 싸운 거야?! 피하는 게 대응법이잖아?!”

“주변에 애들이 많아서 그럴 수가 없었어.”

“…….”

“그리고 반쯤은 내가 잡았는걸! 그 공을 인정받아서 부단장이 된 거야.”

“그래도 그 상처 분명…… 죽다 살아난 거 같은데……?”

“음, 그게…….”

키니라스는 눈을 데구루루 굴렸다.

내가 알고 있는, 곤란해하는 표정 그대로였다.

“사실대로 말해.”

“……좀 많이 다치긴 했어. 하지만 사제님이 바로 치료해 주셔서 위독하진 않았…… 릴리앤? 왜, 왜 그래?”

시야가 흐릿해져서 키니라스가 경악하는 건 조금 뒤에나 알았다.

“왜 울고 그래?!”

키니라스가 죽을 뻔했다는 사실 때문에 너무 가슴 아파서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는 답은 할 수 없었다.

“……몰라.”

“왜 우는지 모르겠다고?”

“그래! 모르겠다, 이 바보야!”

“내가 왜 바보야? 바보는 왜 우는지 모르는 너지.”

키니라스는 구박하는 것처럼 말했으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는 옆에 놔둔 수건을 들어서 내 얼굴을 문질렀다.

내가 눈물 흘리는 게 안타까운지 애틋하리만치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이상하게도 그게 무척 기뻤다.

“너, 앞으로 그렇게 다치면 안 돼. 알았어?”

난 눈물을 그친 뒤, 키니라스를 노려보며 경고했다.

키니라스는 의아한 얼굴이었다가 갑자기 얼굴을 확 붉으며 환하게 웃었다.

굉장히 기쁜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뭐야? 왜 그래?”

“그게…… 너, 그러니까, 내가 다친 게 안타까워서 운 거지?”

“…….”

“그게 맞지?”

“……왜 그렇게 크게 웃어? 막, 기뻐 죽겠다는 듯?”

키니라스는 대답하지 않고 크게 웃었다.

난 그를 다시 노려보다가 어깨를 찰싹 쳤다.

“아파, 하하하!”

“이게 뭐가 아파? 야, 그만 못 웃어?”

“싫은데. 하하하하하!”

“야!”

난 주먹을 꽉 쥐고, 휘둘렀다.

키니라스는 기사단의 부단장이었다.

아무리 기사단의 일원이라고 해도 회계사인 내 주먹질이 아플 리 만무했다.

예상대로 그는 솜방망이, 아니 강아지풀에 맞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낄낄댈 뿐이었다.

‘얘는 웃는 것도 멋있네.’

심지어 알몸으로 그러는 데도 더없이 근사했다.

‘아니, 다 벗어서 더 멋져 보이는 건가?’

어찌 됐거나 계속 제국 복권에 1등으로 당첨된 것처럼 저렇게 웃어대는 게 얄미웠다.

그치게 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아.’

난 손을 뻗어 그의 허벅지를 꼭 잡았다.

“말벅지!”

“응, 뭐?”

“말벅지라고.”

난 탄탄하다 못해 딱딱하게 느껴지는 허벅지를 더듬거리다가 손가락을 세워서 살짝 긁으면서 안쪽으로 나아갔다.

키니라스는 웃음을 뚝 멈추었다.

“지금, 지금 뭐 하는 거야?”

“웃음 멈추게 하는 거지.”

“……멈췄어.”

“그래서? 더 만지지 말라고? 싫어?”

“싫을 리가!”

“그럼, 계속해?”

“응!”

갑자기 키니라스가 개처럼 보였다.

등 뒤로 꼬리를 붕붕 휘두르고 있는, 힘이 세고 커다란 개로.

난 한껏 솟구친 그의 성기 앞까지 손을 가져갔다가 닿기 직전에 멈추었다.

“왜 웃었는지 말해 봐.”

“…….”

“말 안 할 거야?”

“그게…….”

“그게?”

키니라스는 계속 우물쭈물거렸다.

난 그를 흘겨보다가 허벅지를 다시 때렸다.

찰싹! 소리가 크게 날 만큼 힘을 줬는데도 키니라스는 아픈 눈치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날 걱정했다.

“그러면 네 손만 아파.”

안 그래도 손이 약간 울렸다.

난 다시 그를 흘겨보았다.

“말 안 해?!”

“……밥이나 먹자.”

“밥은 무슨 밥?!”

이라고 외친 직후, 난 소리를 들었다.

꼬르륵 꼬르륵.

내 배가 밥을 부르짖기 시작했다.

민망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할 때, 키니라스는 싱긋 웃으며 내 뺨을 가볍게 쓸었다.

아까까지 문자 그대로 물고 빨았던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접촉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리면서 간질거렸다.

친구가 아니라 그 이상의 관계인 이들이 나누는 스킨십 같았다.

“몸 불편할 테니 누워 있어. 내가 식사 차릴게.”

키니라스는 때로는 짓궂게 굴었던 친구가 아니라, 다정한 연인처럼 속닥거렸다.

‘낯설어…….’

어색하고도, 생소했다.

하지만, 엄청 기분 좋았다!

“……씻을게.”

키니라스가 꼼꼼하게 닦아줬지만, 또 흥분하는 바람에 다시 사이가 질척이고 있었다. 땀도 살짝 났고.

“그래. 일단 내가 목욕물 받아 줄게. 기다려 봐.”

키니라스는 손을 떼고 싶지 않은 듯, 내 뺨을 다시 쓸고는 아쉬운 눈으로 일어섰다.

조금 기다리자 그는 다시 나타났다.

여전히 알몸이었으나 위에 뭔가를 딱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내 앞치마였다.

꽃무늬 땡땡이인.

“잘 어울려?”

키니라스가 양손을 허리에 척 대고 당당하게 물었다.

난 빵 터지고야 말았다.

“그래. 잘, 잘 어울려.”

아주 약간은 아쉬웠다.

앞치마가 길어서, 그의 성기가 안 보인다는 점.

벗기면 되긴 했다.

‘나중에!’

일단 몸에 힘도 없었고, 배도 고팠다.

“움직이기 힘들지?”

키니라스는 성큼 다가와 조심스럽고도 부드럽게 날 안아 들었다.

공주님 안기에 다시 깜짝 놀랐지만, 좋긴 좋았다.

소중하게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손으로 먼저 확인해 봐. 물 온도 어때?”

“음, 괜찮아.”

“그럼 앉혀 줄게.”

키니라스는 날 천천히 욕조 안에 앉혔다.

아직 물은 허리 정도까지밖에 안 찼지만, 반신욕처럼 몸이 약간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기다려 봐.”

키니라스는 잠깐 나가더니, 우유가 들어 있는 컵을 가져왔다.

“배고플 테니 일단 이거 한 잔 마셔.”

“응. 고마워.”

다정한 배려에 좀 수줍게 인사했다.

우유를 다 마시고 컵을 돌려주자, 키니라스는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우유가 묻었어.”

그는 혀끝으로 내 입술 가장자리를 길게 핥았다.

정말 우유가 묻었던 건지, 아니면 핑계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좋았다.

키니라스는 만족스럽게 씩 웃었다.

“이제 됐다. 식사 준비하는 동안 목욕하고 있어.”

“응.”

그는 문을 살짝 열어 두고 나갔다.

“나 필요하면 불러.”

“응.”

난 조용히 있다가 물이 가슴까지 올라오자 수도꼭지를 껐다.

뜨끈한 물속에서 욕조에 등을 기댔다.

쑤시고 결리는 몸이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었다.

난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내렸다.

투명한 물에 잠겨 있는 내 알몸이 보였다.

‘아…….’

가슴은 물론, 허벅지 안쪽이 약간 울긋불긋했다.

난 오른손으로 가볍게 가슴을 쓸었다.

‘키니라스가 아까 엄청 빨았는데…….’

그 자극이 생생하게 떠오르자 유두가 바로 곤두섰다.

난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살짝 비벼보았다.

내 손길에는 딱히 흥분되지 않았다.

키니라스의 몸짓을 떠올려야 반응이 왔다.

난 다른 손으로 허벅지 안쪽을 문지르다가, 다리 사이로 접근했다.

물결에 흔들리는 음모를 쓰다듬었다가 클리토리스를 붙들었다.

엄청난 쾌감 때문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부어 있었다.

“…….”

간신히, 신음을 참았다.

난 마른침을 삼키고, 몸을 웅크리면서 손을 조금 더 밑으로 가져갔다.

내 질의 입구.

‘……이렇게 좁은 곳에 키니라스의 성기가 들어왔었다니.’

믿어지질 않았다.

‘이따가 다시 할 때는 들어오는 걸 눈으로 똑똑히 봐야지.’

다짐한 직후,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다시, 할 수 있을까?’

물론 키니라스는 그럴 생각이 분명해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알몸으로 열심히 다니지 않으리라.

‘실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사정한 뒤로 바로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아니면 혹시 날…… 섹스파트너로 삼으려는 걸까?!’

그런 것치고 너무 다정했다.

‘닦아 주기도 했고, 식사도 차려 주려고 하고.’

눈빛이나 뺨을 어루만지던 손이 간질간질한 걸 보면, 섹스파트너가 아니라 그것 이상이었다.

그러니까.

‘연인…… 같았어.’

친구도, 섹스파트너도 아닌.

정말로 서로 사랑해서 사귀고 섹스하는.

우리가 그런 관계가 된 것처럼 보였었다.

적어도, 키니라스는 날 그렇게 대했다.

‘……내가 잘못 본 거면 어떻게 하지?’

연애 경험이라곤 전혀 없었으므로, 어쩌면 착각했을지도 몰랐다.

‘키니라스와 그렇게 되고 싶어서 상상한 것일지도.’

그런 거라면, 나 스스로가 비참해질 것 같았다.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확인이 필요해. 하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다.

최악의 경우, 친구로도 지내지 못할 테니까.

‘아까 육체적으로는 그렇게 과감하게 행동해 놓고.’

마음과 감정에 대해서 묻는 걸 망설이는 내가 한심했다.

“휴우.”

난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움직였다.

몸이 불편하고 무거웠으나 거품을 내어 몸을 씻고, 일어섰다.

직후, 문이 열리면서 키니라스가 나타났다.

그는 경이로운 것을 발견한 것처럼 그 자리에 우뚝 멈춘 채, 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훑었다.

당장이라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싶어 하는, 욕망의 눈빛이었다.

“박고 싶다.”

“뭐, 뭐?”

“근데 너 아직 아플 거라서, 더 박는 건 안 돼. 오늘은 식사하고 푹 자. 내일 해 줄게.”

“내일?”

오늘이 아니라는 게 아쉽기도 했고, 이대로 끝낼 게 아니라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다.

“응. 자, 물기 닦자.”

키니라스는 걸려 있는 수건을 들고 가까이 다가왔다.

“서 있기 힘들 테니까 거기, 욕조 턱에 앉아.”

그의 시선을 받은 것만으로도 다시금 흥분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다리 사이가 아프게 홧홧한 건 사실이므로, 난 얌전히 그의 말대로 앉았다.

키니라스는 수건으로 꼼꼼하게 내 몸을 닦기 시작했다.

손짓 자체는 담백했으나 가슴을 닦을 때는 시간이 좀 걸렸다.

다리 사이를 문지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 여기 물기 남았네.”

수건을 치우고는, 키니라스는 내 다리 사이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고는 가슴을 크게 머금고, 빨았다.

아주 강하게.

“헉…….”

유륜은 물론 유두까지 뜨겁고도 축축한 입으로 거세게 흡입했다.

간질거리다 못해 근질거리는 자극적인 열기가 온몸으로 순식간에 퍼졌다.

질이 다시금 벌름거리며 애액을 흘리기 시작하자 난 다리를 한껏 벌렸다.

아까처럼 빨아 주길 바라니까.

“더 빨개졌네.”

키니라스는 입을 떼고,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곳에 숨결이 닿자 또 다른 자극이 되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파?”

“아냐, 안 아파. 그러니까…….”

“그러니까?”

“여, 여기도 똑같이 해 줘.”

흥분과 부끄러움 때문에 빨개진 얼굴로, 난 왼쪽 가슴을 그의 입으로 내밀었다.

키니라스는 씩 웃고는, 엄지와 검지로 왼쪽 유두를 잡고 비틀었다.

살짝 따끔했지만 그것도 쾌감이었다.

“싫어.”

“뭐? 왜?”

“밥 먹어야지. 너 배고프잖아.”

키니라스는 수건으로 내 가슴에 남은 타액을 닦았다.

다리 사이도 수건으로 문지르더니, 수건을 코로 가져갔다.

“역시 흥분했네. 내가 빨아 주는 게 그렇게 좋아?”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과 목소리였다.

난 이번에야말로 너무 부끄러웠고, 약간 수치심도 느껴졌다.

근데, 그것도 흥분되었다.

‘으……!’

난 입을 꾹 닫고 바닥에 일어섰다.

키니라스는 즉각 날 공주님 안기로 안았다.

“내려놔!”

소리쳤지만, 적극적으로 바동거리진 않았다.

좋으니까.

“싫어.”

키니라스는 내 뺨에 입술을 대더니, 마구 비볐다.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뭐, 뭐 하는 거야?”

“뭐긴 뭐야, 뽀뽀지.”

키니라스는 도장을 찍듯이 내 입술 위에 쪽! 하고 입 맞추었다.

‘헉!’

난 이번엔 정말 놀랐다.

아까 엄청나게 적나라하게 육체적으로 굴었지만, 입술과 입술이 닿은 건 처음이었다.

이건 친구끼리 하는 게 아니었다.

감정 없이 몸만 섞는 섹스파트너끼리 할 만한 스킨십도 아니었다.

연인끼리의 애정 표현이었다.

‘그럼…… 키니라스는 정말…… 날?’

“자, 식사하자.”

키니라스는 아쉬워 죽겠다는 눈빛이었으나 날 의자에 앉혀주고 손을 뗐다.

하지만 맞은편이 아니라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 수 있을 만큼, 아주 가깝게.

“기운을 많이 써서 배고플 거야. 간단하게 샌드위치 만들었어.”

“어, 음. 그래.”

난 정신없이 그가 건네는 샌드위치를 받아서 입에 물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그러다 체한다.”

“으응…….”

“여기, 우유도 마시고.”

“알았어…….”

“잘 먹네. 보기 좋다.”

키니라스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내가 먹는 걸 지켜보았다.

“너, 너도 먹어.”

“응.”

그도 먹었다. 계속 날 응시하면서.

뭐랄까, 나밖에 안 보이는 것 같았다.

“릴리앤, 이제 다 먹은 거야?”

“응? 응.”

“그럼 양치하자. 자, 안아서 데려가 줄게.”

키니라스는 이번에도 날 공주님 안기로 욕실로 데려가 양치할 수 있게 도왔다.

그런 뒤에 다시 공주님 안기로 날 침실로 데려갔다.

“축축할 것 같아서 아까 쓴 이불은 밖에 빼놨어. 이불장에서 새로 가져왔는데, 괜찮지?”

“응.”

“자, 앉자. 피곤하지? 근데 먹고 바로 자면 안 좋아.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누워.”

“그, 그래.”

키니라스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내 옆에 앉았다.

새로 가져온 이불을 내 가슴께까지 올려주었다.

그런데,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내 가슴을 살짝 쥐었다가 놓았다.

내가 놀라서 쳐다보니 그저 씩 웃을 뿐이었다.

‘얄밉네.’

그래서 난.

“엇!”

얇은 앞치마 너머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키니라스의 성기를 살짝 쥐었다가 놓았다.

‘얼굴이 빨개진 것 같네.’

더웠다.

성기를 잡았던 손도 후끈거렸다.

그래도 난 그가 그러했듯이, 씩 웃었다.

키니라스가 따졌다.

“거길 만지면 어떻게 해?”

“왜? 안 돼?”

“안 되는 건 아니고, 공평하지 않잖아. 난 네 가슴을 만졌으니까, 너도 내 가슴을 만져야지.”

“아하.”

“넌 내 성기를 만졌으니까, 나도 네 성기 만질래. 그게 공평한 거야.”

“아하.”

“네가 먼저 해. 자, 내 가슴 만져.”

키니라스는 앞치마를 홀랑 벗어서 침대 밖으로 던지고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남자인데도 덩치가 크고 근육질이라 그런지, 아주 컸다.

“실하네.”

나도 모르게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실해?”

“응. 아주, 실해.”

“그게 무슨 말이야?”

“좋다고.”

“다행이네. 자, 만져, 만져.”

키니라스는 더욱 가슴을 내밀었다.

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애걸하는데 만져 주지.”

이번엔 키니라스가 날 노려보았다.

난 다시 씩 웃고는 얼굴을 내밀었다.

손이 아니라 입으로 그의 가슴을 만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입술로 가슴 근육을 여러 차례 문질렀다가 혀끝으로 핥았다.

유두는 건드리지 않고 주변만.

“……하아.”

키니라스가 가쁘게 호흡하자, 가슴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재미있었다.

난 탄탄한 가슴 근육을 치아로 갉듯이 자극하다가 유두를 깨물었다.

조금, 아프게.

“으, 읏.”

키니라스의 신음은 통증이 아니었다.

쾌감 때문이었다.

난 미소 지으며, 아까 그가 그랬듯이 있는 힘을 다해 유두를 빨았다.

“헉, 헉……!”

남자의 유두도 성감대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의 유두도 단단해졌고, 무엇보다 성기가 흥분해서 더 커지는 게 보였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난 소유욕을 느끼며 도장을 찍듯이 유두에 입술을 꾹 눌렀다가 뗐다.

내 타액으로 반들거리는 가슴에 숨을 훅 내쉬었다.

아까의 내가 그러했듯이, 키니라스도 소름이 돋았다.

만족스러웠다.

“자, 다 만졌어.”

“……그럼, 나도 입으로 만질래. 네 성기.”

“뭐, 그렇게 애걸하는데 허락해 줄게.”

키니라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가슴 애무 때문에 흐트러진 눈이 욕망으로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욕망.

쾌감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난 환영하듯 다리를 한껏 벌렸고, 한 손으로 음모를 헤쳤다.

키니라스의 시야에 애액으로 젖은 내 클리토리스가 완전하게 드러났다.

“어서, 만져.”

키니라스는 꿀통을 앞둔 곰처럼, 탐욕스럽게 입맛을 다셨다.

“좋아.”

그는 덮치듯, 내 클리토리스에 입술을 꾹 눌렀다.

자신의 소유라는 낙인을 찍듯이.

보들거리면서 뜨끈한 입술이 애액으로 미끈해진 클리토리스를 한껏 비볐다가 머금었고, 축축하고 뜨거운 혀가 휘감고 핥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소중하게 아껴먹듯이, 느릿하면서도 철저하게 음미하고 있었다.

희열의 번개가 온몸으로 빠르게 몰아닥쳤다.

“아아……!”

그의 단단한 치아가 끝없는 자극에 부어오른 클리토리스를 깨물었다.

감당할 수 없는 쾌락이 폭탄처럼 내 온몸에서 터졌다.

“키니, 라스……!”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난 또다시 황홀한 오르가슴의 정점에 올랐다.

* * *

완전히 지쳐서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아침이네.’

일요일이라 출근하지 않는 날이었다.

이럴 때는 정오가 넘도록 침대에 널브러져 있곤 했다.

오늘은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릴리앤, 깨어났어?”

옆으로 누워 있는 날 등 뒤에서 느슨하게 껴안고 있던 키니라스가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침이라 평소보다 목소리가 낮고 거칠었다.

‘섹시하게 들리네.’

키니라스는 가까이 다가왔고, 우리는 밀착되었다.

내 등과 엉덩이가 그의 가슴과 뚜렷하게 일어선 성기에 닿았다.

난 숨을 멈추었다.

“배고프지? 아침 먹을까? 아니, 점심이네.”

키니라스는 허리를 슬쩍슬쩍 움직였다.

그의 성기는 내 엉덩이골을 짜릿하게 자극했다.

“……키니라스, 안 힘들어?”

어제 오후에 한 번, 식사하고 한 번, 잠깐 자고 일어났다가 두 번.

‘동이 틀 때 두 번인가 더 했던 것 같은데…….’

이건 물고 빨고 핥은 것만 센 것이었다.

삽입한 건 처음에 한 번뿐으로, 그 뒤부터 그는 혼자서 사정했다.

“안 힘들어. 아, 박고 싶다.”

키니라스는 좀 더 노골적으로 허릿짓을 했다.

이제 난 자동으로 흥분했다.

“박고 싶으면…… 그렇게 해.”

“아직 안 될 것 같은데.”

키니라스의 손이 내 허리를 나긋하게 쓰다듬다가 앞쪽으로 향했다.

복부를 귀엽다는 듯 꼬집은 뒤, 역삼각형 부위의@(모양의) 아래로 움직였다.

내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의 음모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더 밑으로 갔다.

다시금 생성되기 시작한 애액 때문에 젖어 들어간 음모로 문질렀다.

“음…….”

난 신음하면서 다리를 슬쩍 벌렸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키니라스는 내 귓가에 입술을 누른 채,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귓속으로 바로 들어오는 뜨거운 숨결은 간지럽고도 흥분되었다.

“자아, 제대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는 검지 끝으로 애액으로 미끈거리는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문질렀다가 더 아래로 향했다.

내 질은 환영하듯, 아니, 빨아들이듯 검지를 먹었다.

“아파?”

약간 따끔했고 이물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발가락 끝이 절로 오그라들 만큼, 흥분되었다.

“괜찮아. 해도 돼.”

“박아 주세요.”

“응?”

“그렇게 말해 봐.”

키니라스는 내 귓가에 입술을 딱 붙인 채로 다시 즐겁게 속삭이더니, 혀로 귀 안쪽을 핥았다.

“으응……!”

난 새롭게 알았다.

귓속이 이렇게나 예민하다는 걸.

“아하.”

키니라스는 귓불을 깨물다가 자근자근 씹더니, 다시 귓속을 혀로 게걸스럽게 핥았다.

“읏, 하, 응……!”

치달아온 쾌감에 몸이 달달 떨렸다.

다리 사이로 애액이 펑펑 쏟아지는 느낌.

키니라스가 기쁘게 웃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아, 지금 가면 곤란해. 나한테 박힌 채로 가. 뒤에서 넣어도 돼?”

“으응?”

“뒤치기해 보고 싶었어. 허락해 줘. 응?”

키니라스가 다시금 귓속으로 끈덕지게 핥았다.

몸의 흥분이 거세지자,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잘 알 수 없었다.

내게 뭔가를 바란다는 것만 알아들었다.

“그, 그래. 해.”

키니라스의 요청은 들어줘야 하니까.

“좋았어! 엎드리는 건 힘들 테니, 다리 한쪽만 좀 들자. 음, 이건 뒤치기가 아니라 옆치기인가?”

그는 내 오른쪽 다리를 세우게 한 직후, 잔뜩 성이 난 성기를 내 다리 사이에 비볐다.

불기둥이 찌릿찌릿하고 뜨거운 화상을 입히는 느낌이었다.

본능적으로 강렬하게 외치게 되었다.

당장, 저걸 빨아들이라고!

“어서, 해.”

“말해 봐.”

“뭐, 뭘?”

“박아 주세요.”

부끄러움이나 굴욕감 같은 건 없었다.

당장 품지 못하면, 죽어 버릴 것 같았다.

“박아 주세요!”

난 즉각 소리 질렀다.

키니라스가 즐겁게 웃으며 속삭였다.

“싫어.”

“……!”

내가 경악해서 멈칫한 순간, 들어왔다.

내 질은 그의 검지를 그러했듯이, 성기도 빨아들이듯 삼켰다.

그러나 키니라스는 너무 컸다.

내가 애액으로 매끄럽기 그지없는 상태인데도 둔통이 느껴질 만큼 버거웠다.

하지만 짜릿하리만치 좋았다.

더 깊게, 더 오래 품고 싶었다.

“키니라스, 움직이지 마.”

“그건, 아주 많이, 곤란해.”

키니라스는 악문 잇새로 간신히 말했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내 클리토리스를 잡고, 비볐다.

“……!”

이번에 곤란한 건 나였다.

아니, 난 번개 마법에 직격당한 것처럼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정말, 움직이지 마?”

키니라스는 놀리듯 물으며 아주 살짝 허릿짓을 했다.

날 꽉 채우고 있는 성기가 내 질을 조금 아프게, 동시에 부드럽게 자극했다.

그건, 또 다른 쾌감이었다.

“응? 움직이지 마?”

“……흐아, 읏, 아, 움, 움직여.”

시야가 날아가는 듯한 세상 속에서, 난 간신히 해야 할 말을 내놓았다.

키니라스는 크게 웃고는, 날 아껴먹고 싶은 것처럼 치아로 내 귓불을 갉았다.

내 귓속에 다시 축축하고도 뜨거운 혀를 집어넣은 순간, 허리를 차올리듯 내 안에 성기가 더 깊숙하게 박아 넣었다.

“아아아……!”

탄성 같은 비명이 내 목에서 터졌다.

아니, 무슨 소리를 내질렀는지 알 수 없었다.

클리토리스를 집요하게 문지르는 손짓.

나와 영원히 이어지고 싶은 것처럼 끊임없이 파고드는 허릿짓.

이 모든 몸짓으로 내게 쾌락을 선사하는 남자는 키니라스였다.

내가 좋아하는.

내가 사랑하는.

그리고…….

“릴리앤.”

격렬한 몸짓이 정점에 오르기 직전, 키니라스는 거칠게 숨을 토하면서 날 절실하게 불렀다.

이 세상에서 오로지 나로 가득한 것처럼.

그래서 나도 열렬하게 답했다.

“키니라스.”

내 세상에 그로 그득한 것처럼.

서로를 향해 미소 지으며, 우리는 동시에 절정에 올랐다.

* * *

“……힘들어 죽을 거 같아.”

간신히 정신을 차린 뒤, 한마디 했다.

키니라스를 노려보면서.

그는 소원 성취를 한 사람처럼 싱글벙글 웃고 있을뿐더러, 아직 기운이 남은 모양이었다.

어제부터 그러했듯이 물을 묻힌 수건으로 내 몸을 닦아 주었고, 다시 앞치마를 걸친 채 수프를 끓여서 가져왔다.

“자, 아.”

침대 헤드에 눕듯이 앉아 있는 내 입 앞으로 수프를 뜬 숟가락을 내밀었다.

난 입술을 벌렸다.

키니라스는 씩 웃으며 숟가락을 부드럽게 내 입 안에 수프를 흘렸다.

“맛 괜찮지?”

“응.”

좀 놀랐다.

“너 요리 못하잖아. 혹시 사 왔어?”

“아니야. 너 자고 있는 동안에 만들었어. 나 이제 요리 잘해. 파견 가 있는 동안에 제대로 배웠어. 자, 아.”

“음, 맛있다.”

“다 먹자. 계속 벌려. 넣어 줄게.”

“……너 일부러 야하게 말하는 거지?”

“눈치챘어?”

난 그를 다시 흘겨보았다.

키니라스는 그저 싱글싱글 웃으며 계속 먹여 주었다.

문득 의문이 일었다.

“근데 파견 나가서 요리는 왜 배웠어? 거기 요리 맛없었어? 그 나라, 음식 괜찮다고 했던 것 같은데.”

“너한테 요리해 주려고.”

“……응?”

키니라스는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

날 똑바로,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응시하면서.

“너한테 요리해 주려고 배웠다고.”

“아.”

“아?”

“그, 그랬구나.”

갑자기 부끄러워서 눈을 내리깔게 되었다.

“흐음, 그게 반응의 전부야?”

“……고마워?”

“왜 의문문이야?”

“그, 그냥?”

키니라스가 핏 웃고는, 더는 말없이 내게 수프를 끝까지 먹여 주었다.

“으, 배불러.”

그는 내 복부를 슥슥 매만졌다.

다정한 손짓이었다.

“별로 안 먹은 것 같은데.”

“야, 어딜 만져?”

“싫어?”

키니라스가 아주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그건 아니지만…… 뱃살이잖아!”

“이게 뭐가 뱃살이야. 복근은 없지만 나름 탄탄하네. 꾸준히 수련하나 보네.”

“회계사라도 기사단의 일원이니 의무잖아.”

“근데 너 체력은 왜 그렇게 약해?”

난 발끈하고야 말았다.

“나 체력 좋아! 네가 지나치게 강한 거야!”

“그래서 싫어?”

“그건…… 아니지만.”

키니라스는 낄낄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내가 등짝 스매시를 날린 뒤에나 웃음을 그쳤다.

“네 손만 아프니까 때리지 마.”

“쳇.”

“손 아프면 그림도 못 그리잖아.”

“아, 그림. 헉, 그대로 팽개쳐뒀네.”

난 일어나려다가 다리 사이의 통증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아파? 기다려 봐.”

키니라스는 어제처럼 진통제와 물을 가져와서 건넸다.

“스케치북 가져올까?”

“응. 부탁해.”

난 물과 약을 삼켰다.

키니라스는 곧 스케치북, 그리고 센스 있게도 연필과 지우개도 들고 왔다.

정밀 묘사가 목표였으나 그러지 못하고 대략적으로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솜씨가 어떤지는 알 수 있었다.

“잘 그렸네.”

키니라스는 진심으로 칭찬하고 있었다.

그게 좀, 아니, 많이 기뻤다.

“완성한 것도 보고 싶어. 근데 오늘은 힘들어서 더 못 그리겠다. 그치?”

“응. 나 자고 싶어……. 지금 자면 내일 출근 전까지 잘 거 같아.”

피로가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눈꺼풀도 무거웠고, 시야도 좀 흐릿해졌다.

난 눈을 비볐다.

“많이 졸린가 보네.”

“응…….”

“흠. 그럼 다음 주 금요일 밤에 이어서 그릴래? 평일엔 너도, 나도 바쁘잖아. 너 체력도 회복해야 할 것 같고.”

키니라스는 이렇게 말하는 게 아쉬워 죽겠다는 목소리와 표정이었다.

평일에도 계속 붙어 있고 싶은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난 자꾸 내려가는 눈꺼풀을 간신히 올리고 눈을 크게 떠서, 그를 더욱 응시했다.

키니라스는 나처럼 얼굴이 좀 붉었다.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싫어?”

그는 고개를 옆으로 조금 숙이면서, 유혹하듯 속삭였다.

섹시한 입술이 보였다.

“……아니. 그래. 그러자.”

키니라스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그럼, 이제 자. 잠들 때까지 있을게.”

“잠깐.”

계속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물었다.

“왜 키스는 안 해?”

“앗, 그러고 보니 키스는 안 했네.”

따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키니라스는 정말로 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난 안심하면서 요구했다.

“키스해 줘.”

“그래.”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시간 동안, 키니라스가 다가왔다.

그는 내 입술에 쪽! 하고 입 맞춘 뒤 고개를 뺐다.

“뭐야? 이게 다야?”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굿 나잇 키스 해 달라는 거 아니었어?”

“아닌데?”

“그럼?”

“딥키스.”

“그건…….”

키니라스의 눈이 내 입술로 내려왔다.

그는 침을 삼키는지, 울대가 꿈틀거렸다.

“안 돼. 딥키스 하면, 다시 박고 싶어질 것 같아. 아니, 사실은 지금도 그러고 싶은데.”

앞치마 위로 그의 성기가 일어서 있는 게 보였다.

“못 참을 거야. 안 돼. 또 하면 너 진짜 아플 거야.”

“흥.”

나도 모르게 삐쳐서, 콧소리를 냈다.

키니라스는 크게 웃더니 내가 귀여워 죽겠다는 눈빛을 보냈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그냥. 키스는 다음 금요일에 만났을 때 해 줄게. 그날은 네가 우리 집에 올래? 내 침대가 더 크고 좋아.”

“그래.”

키니라스는 씩 웃고는, 삐져나온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다정하고 보드라운 손길이었다.

“이만 자.”

“……응.”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이번엔 울렁거렸다.

마음에 기쁨으로 흘러넘쳤기 때문이었다.

난 키니라스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침대에 제대로 누웠다.

애타게 바랐던 소원을 드디어 이룬 사람처럼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그를 계속 보다가, 잠 속에 빠져들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척이나 달콤하고 짜릿한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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