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집 청소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특히 키니라스가 모델을 설 서재를 먼지 한 톨 없게끔 쓸고 닦았더니 세 시간이 후딱 사라졌다.
난 새벽녘이 된 뒤에야 겨우 침대에 누울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푹 잔 건 아니었다.
평소 휴일에는 정오쯤에나 일어섰으나 오늘은 평소 출근 시간에 눈을 떴다.
‘그냥, 그림 그리는 일인데.’
괜히 설레었다.
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예전에 남들 몰래 사둔 책을 다시 펼쳤다.
『정밀 묘사에 대한 모든 것』
제3장에 누드화에 대한 게 있었다.
옛날에 다 외운 것이지만, 난 꼼꼼하게 다시 읽어본 뒤 서재에서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
생각할수록 기뻤다.
‘이젠 완벽한 누드화를 그릴 수 있게 됐어!’
약간 자뻑 같지만, 오랜 노력 끝에 이제 다른 부위는 잘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부위 때문에 내 남자 인체 정밀 묘사는 한 번도 완벽한 적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그리자!’
난 이글이글 눈을 불태우며 다짐했다.
남자의 성기를 이렇게 제대로 볼 기회는 정말 다신 없을 테니까.
‘아니, 있긴 하지.’
누군가를 사귀고, 자연스럽게 사이가 깊어지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키니라스이고, 그는 날 은혜를 갚을 소꿉친구로만 보고 있으니까.
‘날 좋아해 줬으면.’
이건 좀 무리 같았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미인 귀족 영애들도 싫어하는데, 평범한 내게 끌릴 리 없었다.
애초에 키니라스는 날 여자로 보지도 않았다.
‘어떻게 해야 날 이성으로 의식할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일어섰다.
“누구세요?”
“나야, 키니라스.”
난 잽싸게 전신거울에 날 비춰서 괜찮은지 확인한 뒤에야 문을 열었다.
키니라스는 멋진 디자인으로 유명한 기사단의 제복이 아니라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럼에도 널따란 어깨와 역삼각형의 상체, 굵은 허벅지는 그대로 드러났다.
‘와아……!’
제복을 입고 있을 때면 반듯하게 뒤로 넘기는 머리카락은 지금 앞으로 내려와 있었다.
잘생긴 이마가 가려진 건 아쉽지만, 흐트러진 앞 머리카락이 묘하게 퇴폐적인 느낌을 풍겨서 더 보기 좋았다.
“릴리앤, 잘 잤어?”
“응? 응.”
“아, 잠깐.”
키니라스는 나긋하게 미소 짓고는 내 얼굴로 손을 뻗었다.
나도 모르게 숨을 훅 멈춘 순간, 그의 커다랗고 딱딱한 손은 내 뺨을 살짝 스치듯 건드렸다.
“아직도 깃털 베개 쓰고 있구나?”
내 뺨에서 멀어진 그의 손가락 끝에는 작은 깃털이 들려 있었다.
왠지 좀 부끄러워서, 난 얼른 깃털을 빼앗듯이 잡았다.
“들어와.”
“응. 와, 오랜만이네.”
키니라스는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었다.
어렸을 때는 거의 매일 왔던 곳이니 그럴 만했다.
“집 구경할래?”
“일단 식사부터 하자. 음식 식어.”
“그래.”
키니라스는 지난번에 말한 대로 아보카도 새우 샌드위치를 사 왔다.
양이 아주 많고 신선한 새우를 쓴 거라 가격이 꽤 나가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 용돈을 오랫동안 모아 하나를 사서 둘이서 나눠 먹은 기억이 났다.
키니라스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는 표정이었다.
“예전에 이거 먹었던 때를 떠올리고 있는 거지?”
“응. 그때, 주인아주머니가 우리가 귀엽다고 더 많이 줬던 기억이 나.”
“나도. 그 아주머니 아직도 정정하시더라. 날 알아보셨어. 너도 궁금해하시던데, 그동안 안 갔었어?”
“응.”
거기만 가면 멀리 떠난 키니라스가 선명하게 떠올랐었다.
그게 마음 아파서, 갈 수가 없었다.
“다음에 같이 가자.”
난 빙긋 웃으며 말했고, 키니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좋아하는 사과 내올게. 그거 먹으면서 이거 읽을래?”
난 『정밀 묘사에 대한 모든 것』 책의 제3장을 펼쳤다.
“여기 누드화에 대한 게 나와 있어. 가볍게 봐 봐.”
“응? 응.”
키니라스는 이런 걸 예상 못 한 눈치였으나 진지하게 읽기 시작했다.
난 사과를 잘라서 포크에 한 조각을 찍었다.
포크째로 내밀었는데, 키니라스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사과만 냉큼 입에 물었다.
“야.”
내가 흘겨봤으나 키니라스는 사과를 우물거리면서 씩 웃었다.
어렸을 때, 우린 가끔 이렇게 장난치곤 했었다.
“아.”
키니라스는 냉큼 하나를 먹어 치운 뒤 입을 금붕어처럼 빠끔거렸다.
얄밉기도 했지만, 귀여웠다.
“넌 어째 나이 들어서도 그래?”
“아아.”
“으이구.”
난 한 조각을 아주 크게 잘라서 그의 입에 내밀었다.
키니라스는 입을 쩍 벌려서 우물우물 먹었다.
“너 입 진짜 크다. 3년 전엔 안 그랬는데.”
“나 다 커졌어. 입도, 키도, 근육도.”
‘거기도?’
난 질문을 간신히 누르고, 나머지 사과를 오물오물 먹었다.
키니라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입을 쳐다봤다.
먹고 싶은 것처럼.
“사과 더 가져올까?”
“……아니야.”
“더 가져올게. 그거 읽어.”
“응…….”
두 번째 사과를 가져와서 깎는 동안, 키니라스는 어쩐지 막막한 기색으로 책을 읽었다.
그는 이번엔 장난치지 않고 사과를 먹었다.
“다 봤어. 그럼, 이제 벗으면 되는 건가?”
“응. 여기 말고 작은 방으로 가자. 아, 오랜만에 온 거니까 집 구경 좀 할래?”
“그래.”
우리 집은 딱 일반 가정집이었다.
침실 두 개에 서재, 창고, 부엌, 화장실과 욕실.
20년도 넘게 산 집이라 좀 낡았지만, 내가 봐도 분위기는 참 따스했다.
“와……. 옛날 생각 많이 난다. 배고파서 우리끼리 빵 만들어 먹으려고 했다가 저기서 밀가루 엎었던 거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그때 엄청 혼났었는데.”
“응. 그랬었지.”
키니라스와 난 웃으면서 집을 돌아다녔다.
“너희 부모님, 언제 돌아오셔?”
3개월 전, 두 분은 은퇴 기념으로 여행을 가셨다.
“한 달 뒤에. 근데 더 늦게 오실 수도 있어. 지금 계신 곳이 마음에 든다고, 거기에 정착하는 걸 고려 중이시래.”
“그렇구나. 꼭 뵙고 싶은데, 돌아오시면 바로 알려 줘.”
“그럴게. 여긴 내 침실이야.”
왠지 부끄러워서 난 방문을 조금만 열었다.
키니라스는 그런 날 배려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안은 보지 않았다.
“그럼 이제 그림 그리자.”
“응, 서재로 가자.”
우리는 그쪽으로 움직였다.
“키니라스, 너 예전엔 음악에 관심이 없었잖아. 지금도 그래?”
“응. 근데 음악은 왜?”
“누드모델을 설 때는 음악을 트는 게 좋대. 그래야 서로 긴장이 안 된대.”
“그렇구나.”
“어떤 음악을 틀까? 너 관심이 없으니까 내가 정할까?”
“그렇게 해.”
“그럼 음악은 내가 정하고, 자세는…… 네가 선택해. 여기, 그동안 내가 그린 그림이야.”
여전히 좀 부끄러웠지만 난 서재 안에 쌓아둔 수십 개의 스케치북 중 하나를 가져와서 보여 주었다.
전부 남자의 알몸이 다양한 자세로 그려진 것이었다.
최근에 그린 것이라 솜씨는 좋았지만, 딱 한 부분은 비어 있었다.
“진짜 잘 그렸다. 여기 빼고.”
“…….”
칭찬이 기쁘면서도, 부끄러웠다.
내 얼굴이 홧홧하게 타오르자 키니라스는 씩 웃었다.
하지만 더 놀리지 않고 진지하게 물었다.
“자세를 정하라는 건, 이 그림 중 하나를 택하라는 거지? 이 빈 부분을 채워 넣으려고?”
“응. 전체적으로 그려야 자연스러우니까.”
“으음, 난 잘 모르겠어. 네가 고를래?”
“그럼 이렇게 앉아 있는 걸로 하자. 너도 모델은 처음이니까.”
“그래. 그럼…… 나 벗을게.”
“응? 응. 편, 편하게 벗어. 난 음악 틀게.”
키니라스가 벗는 걸 지켜보기가 좀 그랬다.
‘사실 보고 싶지만.’
심장이 막 쿵쾅거리는 걸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난 마법 음악 구슬이 든 상자가 있는 쪽으로 갔다.
마법 음악 구슬은 마나를 불어넣으면 음악이 영구적으로 반복 재생되는 것으로, 여러 종류를 갖춰 두고 있었다.
‘차분한 걸 고르자.’
잠이 안 올 때 쓰는 지루하고 느릿한 음악을 골라서 가동했다.
내 심장을 위해서.
“다 벗었어.”
난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뒤돌았다.
창문을 통해 오후의 나른한 빛이 키니라스의 오른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빛 속의 키니라스는 알몸이었다.
3년 전에 비해 그의 몸이 훨씬 크고 단단해졌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옷을 통해서도 잘 보였으니까.
그러나 지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키니라스는 옷을 입고 있으면 몸이 작아 보이는 타입이었다.
옷을 걸치지 않고 있는 그는 정말로.
‘굉장하다……!’
승모근, 이어진 삼각근은 두껍고 넓었다.
어깨도 옷을 통해 본 것보다 더 드넓었다.
상완이두근과 상완삼두근은 물론 팔뚝도 무척이나 굵어서, 흉기를 보는 것 같았다.
대흉근은 툭 튀어나올 만큼 커다랗고, 복근이 여섯 조각도 아니고 여덟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다.
‘와……!’
강철만큼이나 튼튼해 보이는 허리에 이어 허벅지와 대퇴근도 어마어마하게 굵었다.
‘종마 근육이네.’
기사단에서 관리하는 값비싼 종마가 즉각 떠오를 정도였다.
‘근데, 특이하네.’
그렇다고 키니라스의 몸은 결코 둔중해 보이지 않았다.
예리한 칼날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 행동이 언제나 날렵하기 때문이었다.
“감상 다 했어?”
키니라스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잠깐만.”
사실, 한 군데는 아직 안 보았다.
부끄러웠으니까.
난 눈을 잠깐 내리깔았다가 들어서, 보았다.
키니라스의 두꺼운 허벅지 사이에 있는 것.
‘……크네.’
정말 컸다.
‘평균보다 많이 큰 것 같은데.’
그림을 위해 자료조사를 해 봤었다.
연인들을 위한 잡지에 별별 이야기가 다 실려 있는데, 거기에는 남자 성기의 평균 크기와 굵기에 대해 적혀 있었다.
물론 발기 전과 후를 따로 다루었다.
‘조사보다 실제로는 더 작을 수 있다고 하던데.’
다들 자기 크기를 과장해서 답하는 법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키니라스는 아니었다.
평균보다 더 크고 굵었다.
“……안 불편해?”
“응?”
“그렇게 큰 거 가지고 다니면, 안 불편하냐고. 아, 이거 혹시 성희롱인가?”
“아니야. 불쾌하지 않은데 성희롱은 무슨. 그냥, 뭐, 익숙해. 평생 같이 살아와서.”
“하긴, 그렇겠구나.”
“갑옷의 국부보호대를 따로 제작해야 하는 건 불편하긴 해.”
“아, 그렇지. 예산도 따로 들어가겠네.”
회계사다운 말을 하고야 말았다.
그야말로 평범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리라.
하지만 사실 등 뒤로 식은땀이 났고, 입 안이 바싹 말랐다.
그렇다고 다른 걸 쳐다볼 수도 없었다.
‘너무 뚫어져라 보는 건 실례야! 릴리앤 피치, 정신 차려!’
난 가까스로 눈을 거두었다.
“그럼, 이 자세로 앉아 있어 줄래?”
“응.”
난 다시 그림을 보여 주었고, 키니라스는 고개를 끄덕인 뒤 준비한 의자에 앉았다.
약간 각도를 틀어서 반듯하게 앉는 자세 자체는 같았으나, 다른 건 많이 달랐다.
“넌 내가 그린 그림보다 더 근육질이거든. 거, 거기도 크고. 그래서 기본에 그려둔 그림과는 안 맞아.”
“그럼 이 자세로 처음부터 그리면 될 것 같은데.”
“괜찮겠어? 몇 시간이나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괜찮아. 너 플랭크 자세 알지?”
“알지.”
팔꿈치부터 손까지 바닥에 대고 엎드린 채, 어깨부터 발목까지 일직선이 되게 하는 자세.
회계팀 소속이지만 기본 단련은 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서 종종 하는데, 매번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깨닫게 되곤 했다.
“부단장 정도 되면 플랭크 자세를 30분쯤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해.”
“와, 대단하다!”
“기본이야, 기본. 그 정도도 하는데 이렇게 앉아 있는 건 식은 수프 먹기지. 음, 아니다. 내가 조절하기 힘든 부위는 가만히 못 있을 수도 있어.”
“응?”
“……자꾸 흥분돼.”
키니라스는 멋쩍은 얼굴이었다.
그러면서도 묘하게도, 내게 못 박힌 눈빛은 강렬했다.
“아.”
“사실 제국 기사 강령을 계속 머릿속으로 읊으면서 노력하는 중이야.”
제국 기사 강령은 어찌나 지루한지 몇 줄만 떠올려도 저절로 잠이 올 정도였다.
“그래도 자제하기가 좀 힘드네. 양해해 줄래?”
“어……. 그래. 괜찮아.”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자꾸 시선이 그리로 향했으니까.
‘이, 이러면 안 돼!’
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세워둔 캔버스 앞에 앉았다.
준비해 둔 연필을 쥐었다가 깜짝 놀랐다.
‘손바닥에 웬 땀이?’
바지에 대충 닦고는 전체적인 스케치를 시작했다.
지루한 음악이 계속되는 가운데, 처음에는 연필로 그리는 소리만 미세하게 울렸다.
하지만 난 들었다.
꼴깍.
내가 침을 삼키는 소리를.
‘왜, 왜 그러는 거야?!’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난 계속 침을 삼켰다.
키니라스의 알몸을 보고 있으니 자꾸 군침이 감돌았다.
저 단단한 승모근을, 굵은 팔뚝을, 튼실하기 그지없는 허벅지를.
‘깨물어 보고 싶어…….’
물론 성기는 그러고 싶은 게 아니었다.
저건 처음 보는 거라 좀 낯설고, 생각보다 커서 입을 대고픈 마음은 아직은 없었다.
‘만져 보고는 싶지만.’
질감이 어떨지 궁금했다.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커질 수 있을까?’
아까 말한 대로, 키니라스는 누드모델을 한다는 사실에 흥분한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약간 심상치 않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밑으로 가 있던 그의 성기는 점점 올라서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컸는데 더 커지면서 굵어졌다.
‘저게 가능한 거구나……! 근데, 저게 다가 아닐 것 같은데.’
더 올라오고, 더 커질 수 있을 듯싶었다.
인체의 신비였다.
‘이렇게 경탄할 때가 아니야!’
자꾸 커지니까 키니라스는 가만히 앉아 있기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자세가 미세하게 달라졌다.
발기를 억제하고 싶은지 허벅지가 경직되었고, 가볍게 쥐고 있던 주먹에도 힘이 더 들어가서 손등에 푸른 힘줄이 돋았다.
‘움직이면 안 되는데.’
하지만 그러지 말라고 말할 순 없었다.
‘흥분을 억제하기 힘들겠지?’
아무리 경험이 없더라도, 그게 잘 안 된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키니라스는 그 지루한 제국 기사 강령까지 계속 읊는 눈치였다.
그런데도 더 힘 있게 발기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저러다가 확 터지는 건 아니겠지?’
난 그런 걱정을 하면서, 연필을 열심히 놀렸다.
사실, 쉽지 않았다.
계속 침을 삼킨 탓인지 입 안도 바싹 마른 지 오래였다.
손끝이 자꾸 떨렸고, 호흡도 가빠졌다.
모르지 않았다.
‘나도 흥분했구나.’
온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데다 가슴이 약간 묵직해진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다리 사이가…….
‘이게 젖는 건가?’
생전 처음으로 겪는 증상이라 낯설고 어색하지만, 모를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남자의 알몸에 흥분했음을.
그것만이 아니었다.
‘정말, 만지고 싶어.’
아까부터 생겨난 이 충동은 갈수록 치솟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자제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안 돼!’
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순간, 화살처럼 내 머릿속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남자는 잔뜩 흥분한 걸 사정하지 못하면, 괴로워진다고 했어.’
키니라스도 분명 그렇게 될 터.
‘그걸 도와준다는 핑계로 만지면 되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내가 성기를 만져서 쾌락을 맛보게 해 주면.’
날 여자로 보지 않을까?
‘그래. 그럴 거야.’
소꿉친구 이상으로, 이성으로 보게 되리라.
난 결심했다!
키니라스의 시선을 가리는 캔버스 뒤에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예산 심의를 할 때처럼 냉정한 표정을 짓고 캔버스 밖으로 내밀었다.
“키니라스.”
“응.”
“있잖아, 그거 자꾸 커져서 곤란해.”
“……그래? 근데 어떻게 할 수가 없네.”
키니라스는 이번에도 머쓱하게 답했다.
그의 얼굴은 흥분 때문인지 조금 불그스레했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생각해 봤는데, 차라리…… 사정하는 게 어때?”
“응……?”
키니라스는 동공 지진을 보이며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 좀 작아지고, 다시 내려오지 않을까?”
“…….”
“어떻게 생각해?”
“그게……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래서 말인데.”
난 필살의 힘을 다해 사무적으로 이어 말했다.
“내가 도와줄게.”
“네가…… 돕는다고……?”
“응. 남자들은 흥분한 거 못 빼면 괴롭다면서. 날 돕기 위해 네가 누드모델을 서 주는 건데, 괴롭기까지 하면 내가 좀 많이 미안하잖아. 그리고…… 사실 질감이 좀 궁금하거든.”
“질감?”
“응. 촉감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에, 거긴 좀 특별한 부위잖아. 나한테는 없는 거라서, 만져서 확인해 보고 싶어. 하면서 너 괴롭지 않게 돕기도 하고.”
말을 하면서도 제대로 이야기하는지, 사실 알 수가 없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난 꿋꿋하게 사무적인 표정을 유지했다.
적어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어때?”
키니라스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자칫 실수하는 말을 할까 봐 걱정된 것처럼.
그는 전쟁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진중한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몇 초가 흐르고, 키니라스의 울대가 꿈틀거렸다.
견딜 수 없는 유혹에 굴복한 것처럼.
“좋아.”
그가 말했다.
차분하지만, 폭풍 전의 고요함처럼 느껴졌다.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결코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럼, 갈게.”
난 연필을 놓고, 일어서서 그에게 다가갔다.
키니라스의 성기가 또렷하게 일어서 있는 게 보였다.
더 자세하게 보였다.
‘정말…… 흉기네.’
난 다시금 침을 꼴깍 삼키고, 키니라스의 옆에 앉았다.
의자는 꽤 컸기에 우리 사이에는 주먹 하나 정도의 거리는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알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옷을 뚫고 내 살결에도 닿는 느낌이었다.
난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럼, 만져도 되지?”
“……그래.”
“해부학책을 보긴 했어. 덕분에 부위에 대한 명칭은 알고 있어. 일단…….”
난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오른손을 뻗었다.
“여기가, 고환이지?”
“……응.”
아직은 용기가 덜 났다.
난 검지 끝으로만 아주 살짝 눌렀다.
그런데, 미세한 자극이었음에도 기다랗고 굵은 것이 작동 버튼을 누른 것처럼 위로 훅 올라섰다.
신기했다.
“어……. 음경이…… 이거 음경 맞지?”
“맞, 아.”
“흐음, 신기하네.”
손끝이 덜덜 떨리면서,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더 원했다.
난 검지 끝으로 고환을 문지르다가 슬쩍 위치를 옮겼다.
튼실하기 그지없는 음경을 위부터 아래로 쭉 쓸었다.
“와.”
가능할 줄 몰랐는데, 더 커졌다.
“굉장하네. 진짜 신기해.”
“…….”
“여기서 더 가능해?”
“……자극이 더 강해지면, 가능하지 않을까?”
키니라스는 이제 호흡이 거칠었다.
얼굴이 시뻘겠고, 눈빛은 어마어마하게 강렬했다.
나도 모르게 호흡을 멈췄다가 물었다.
“자극, 어떻게 더 강하게 해?”
“양손으로 만져 줄래?”
난 주먹을 한 번 쥐었다가 펴고는, 두 손으로 그의 성기를 감쌌다.
“너 진짜 굵다. 앗, 더 커지는 거야?”
“…….”
“이거, 어떻게 만져?”
“그, 네, 네 마음대로 해.”
키니라스가 말까지 더듬는 건 처음 보았다.
그게 아주 재미있었다.
“정말 내 마음대로 해?”
“으, 응.”
난 처음에는 보물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것만으로도 키니라스는 격한 쾌감을 느끼는지 그의 성기는 더욱 단단해졌다.
흘긋 올려다보니 키니라스는 목까지 붉었고, 눈을 꾹 감은 건 물론 이도 악물고 있었다.
신음을 참는 것 같았다.
아니, 사정을 억누르는 것이리라.
‘싫어.’
내 손으로 그를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잊지 못하도록.
“눈 떠.”
키니라스는 내 요구를 따랐다.
북받치는 쾌감으로 이글거리는 까만색 눈동자가 드러나면서 나를 가득 담았다.
오로지, 나뿐.
“날 보고, 말해 줘. 어딜 만져 주는 게 좋은지.”
“……다, 다 좋아.”
키니라스는 악문 잇새로 흐느끼듯 말했다.
난, 즐거웠다.
키니라스가 내가 주는 쾌감에 젖어 든 게.
그 사실이 너무도 짜릿해서 나도 더욱 젖었다.
“다 좋아?”
“응, 응.”
“그래도 더 좋은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듣기로, 여기가 성감대라고 했어.”
난 엄지로 그의 성기의 가장 앞부분, 둥그런 부위를 손가락 끝으로 쿡 눌렀다.
키니라스의 커다란 몸이 순간적으로 크게 움찔거렸다.
“아, 맞구나.”
난 엄지와 검지로 보들거리는 그 부위를 문질렀다.
키니라스는 이를 더 악물었다.
그의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 핏대가 서는 게 선명하게 보였다.
난 왼손으로는 불기둥이라는 말이 꼭 맞는 그의 뜨겁고 굵은 음경을 위아래로 나긋하게, 때로는 거세게 자극하듯 쓰다듬었다.
오른손으로는 더는 견디기 힘든 것처럼 옴찔움찔거리며 하얀 액체를 흘리는 귀두를 연신 마찰시켰다.
“릴리앤, 비, 비켜.”
“왜?”
“못 참을 것 같, 아.”
키니라스는 양손으로는 의자를 부숴버릴 듯 붙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버티는 모양이었다.
난 그게 싫었다.
“참지 마.”
“싫.”
난 더 빠르고 거칠게 손을 움직였다.
“흐윽.”
키니라스는 우는 소리를 냈으나, 참아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한 자극이 필요해.’
그래서 난 고개를 숙여, 귀두에 혀끝을 살짝 댔다.
맛은 이상하지 않았다.
혀끝에 닿는 촉감도, 보들거려서 괜찮았다.
난 그 상태로 눈만 들어 키니라스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한 번도 상상 못 한 것을 접한 것처럼,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릴, 리앤!”
“싫어?”
되물은 뒤, 난 귀두를 치아로 살짝 깨물었다.
“흑!”
키니라스의 고개가 뒤로 넘어가면서 목에 선 핏대가 더 불거졌다.
커다란 대흉근도, 여덟 조각의 복근도 꿈틀거렸다.
쾌락이라는 고문에 사정없이 당하는 사람처럼.
마음에 들었다.
난 귀두를 입 안에 좀 더 넣어 보았다.
생소하지만, 키니라스의 살은 뜨끈하면서도 부드러워서 싫지 않았다.
난 아이스크림을 빠는 것처럼 오물거려 보았다.
‘어렵네.’
노력했으나 성기가 워낙 크고 두꺼운지라 쉽지 않았다.
“그, 만! 릴리앤, 그만, 그만해!”
키니라스는 필사적으로 외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그래서 난 무시하고, 계속 빨았다.
다 넣은 것도 아닌데 입 안에 공간이 별로 없어서, 쭙쭙거리는 게 힘들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힘든 모양이었다.
입 안의 성기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파들파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릴, 리앤!”
키니라스는 드디어 움직였다.
빠르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내 어깨를 잡고 밀어서 내 입에서 성기를 빼냈다.
뽁, 하는 웃긴 소리가 나면서, 눈앞에 그의 성기가 꺼떡거리는 게 보였다.
곧 가장 위쪽에서 하얀 것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키니라스가 황급히 성기를 밑으로 내린 직후, 하얀 액체는 내 가슴에 쏟아졌다.
“어……. 많네.”
잡지에서 봤다.
흥분하면, 남자가 정액을 사정한다는 걸.
그런데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냄새도…… 나쁘지 않네.”
예전에 맡아 본 밤꽃 향기와 엇비슷한 것 같았다.
난 킁킁거리다가, 눈을 들었다.
키니라스는 정액을 내 가슴에 쏟아낸 뒤, 의자에 쓰러질 듯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헉, 헉…….”
근육질의 거대한 몸이 내가 선사한 자극 때문에 땀으로 젖어 있는 모습은 자극적이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느라 대흉근이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게 특히 더 그랬다.
나도 모르게, 다가가 대흉근 위에 손을 올리고야 말았다.
쾌감으로 흐트러진 키니라스의 눈이 선명해지면서 다시 나를 담았다.
“앗, 미안.”
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아니야. 그, 옷…… 미안해.”
키니라스는 아직 기력이 없는지, 간신히 작게 말했다.
“응?”
“옷에…… 묻었잖아.”
“아.”
의식하지 못했는데, 키니라스의 정액이 내 가슴께는 물론 다른 곳에도 묻어 있었다.
“괜찮아.”
난 바로 옆에 둔 휴지로 대충 닦았다.
“옷은 빨면 되고.”
“내가, 내가 빨아 줄게.”
“아니야. 요즘 새로 나온 비누 가루가 좋아서, 같이 돌리면 바로 없어져.”
“그럼…… 다른 거 빨아도 돼?”
“다른 거?”
내가 되묻자, 키니라스는 눈을 번뜩이며 답했다.
“네 성기, 나도 빨아도 돼?”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하고 눈만 깜빡였다.
몇 분 흐르지도 않았는데, 키니라스는 그새 기력을 회복한 모양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의자에 제대로 앉았다.
그는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몸집은 훨씬 더 컸다.
똑바로 앉으니까 자연스럽게 난 그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의 아래에 깔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
“너도 내 성기 만지고, 빨았잖아.”
“그랬……지.”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할래. 나도 이제까지 본 적 없어서, 모습이나 촉감이 궁금하단 말이야.”
“본 적 없어?”
“응.”
키니라스의 즉각적인 답은 내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었다.
‘나처럼, 이성 경험이 없다는 뜻이구나!’
순결한 몸이라는 뜻.
저 순백의 육체에 내가 손을 댔다.
뛸 뜻이 기뻤으나, 난 가까스로 얼굴 표정을 바로 했다.
“……좋아.”
보고, 빨면 키니라스는 더 원하게 될 것이다.
분명 나와 하나가 되기를 갈구하게 되리라.
‘내가 첫 여자가 될 거야!’
그러면 날 계속 여자로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어떻게 되든, 적어도 날 첫 여자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보여 줄, 꺆!”
키니라스가 날 번쩍 들어 올리자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왜, 왜 그래?”
“의자는 불편해. 침대로 가자.”
“그, 그래.”
키니라스에게 공주님처럼 안기는 건, 꽤 기쁜 일이었다.
기분도 묘했다.
난 옷을 입고 있는 데 반해, 그는 알몸이니까.
뜨겁고 탄탄한 근육이 내 몸에 닿는 건 매우 기분이 좋았다.
아니, 불만스러웠다.
나도 알몸이 되고 싶었다.
내 옷이, 거추장스러웠다.
“벗겨도 돼?”
키니라스도 같은 마음인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내 침실의 침대에 와서 날 내려놓으며 물었다.
평소보다 아주 빠른 어투로.
“어, 응.”
“확실히 된다 그거지?”
“응. 확실히 돼.”
키니라스는 미소 지었다.
송곳니가 드러나고, 안 그래도 강렬했던 눈빛이 짐승처럼 거칠어졌다.
그러나 그는 어디까지나 웃으면서 말했다.
“만세.”
“만세?”
“손들라고.”
“응, 응.”
침대에 앉은 채로 어설프게 그렇게 하자, 키니라스는 순식간에 내가 걸친 티셔츠를 머리 위로 벗겨냈다.
“꺅!”
“비명 소리, 귀엽네. 자, 치마도.”
키니라스는 내 치마의 엉덩이 쪽에 있는 지퍼를 찾아 손짓했다.
그러면서 내 엉덩이를 은근하게 더듬은 것 같은데, 어찌 됐든 간에 지익, 하는 소리가 들린 직후 하체가 아주 시원해졌다.
“너 팬티도 진짜 귀엽다.”
곰돌이를 본 키니라스의 평이었다.
부끄러워서 아무 소리나 해 버렸다.
“빨, 빨리 벗기기나 해!”
“명령 받들겠습니다!”
키니라스는 우렁차게 외치고는 기사답게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로 팬티를 벗겨서 그의 등 뒤로 던졌다.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하체의 역삼각 부분을 가려 버리고야 말았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건 처음이니까.
“왜 가려?”
“어, 어쩌다 보니?”
“너 나랑 약속했잖아. 네 성기 보여 주기로. 그렇게 하면 안 보이잖아?”
“그……렇긴 하지.”
“말만 하지 말고 손 치울래?”
“그게, 잘, 안 되는데?”
“으흠, 그럼 내가 도와줄게. 싫다고 하기 없기다?”
“응?”
“사람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지. 브래지어 좀 빌릴게.”
“으응?”
이제까지 브래지어를 입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키니라스는 순식간에 앞 훅을 풀었고, 밑으로 당겼다.
브래지어는 역삼각형 부분을 가리고 있는 내 손 아래로 빠져나왔다가 내 양쪽 손목에 묶였다.
“뭐, 뭐 하는 거야?”
“방금 말했잖아. 돕는다고. 이렇게.”
키니라스는 묶어 버린 내 손목을 위로 당겼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가리고 있던 부위가 드러났다.
“꺅!”
“왜 자꾸 귀엽게 비명 질러?”
“나오는 걸 어떻게 해?”
“흐음, 그럼, 여긴 이따 볼게. 지금은 다른 걸 보여 줘.”
“다른 거? 어떤 거?”
키니라스는 침대에 비스듬하게 앉아 있는 내 옆으로 왔다.
그는 타는 듯한 눈빛을 하면서 검지로 내 가슴의 옆을 밀듯이 쿡 찔렀다.
내 팔에 가려져 있던 것, 가슴의 정점이 슬쩍 드러났다.
분홍빛의 유두.
“팔 좀 양쪽으로 벌려 봐.”
“…….”
호흡은 아까부터 가빠지고 있었다.
난 온몸을 미세하게 떨면서, 조용히 키니라스가 요구한 대로 팔을 움직였다.
쉬웠다.
손목은 한데 묶여 있지만, 팔꿈치는 마음껏 벌릴 수 있으니까.
그러자 가려져 있던 벌거벗은 가슴이 그대로 키니라스의 시야에 노출되었다.
그는 시선만으로 내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유두도 곤두섰다.
“흐음.”
탐욕스러운 표정으로 키니라스는 탄성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흘렸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지만.
“정말 만져도 되는 거지?”
“으응.”
“빨아도 되고?”
“……응.”
“깨물어도 되고.”
“……왜 자꾸 물어보는 거야? 빨리 안 해?!”
“빨리해 줬으면 좋겠어?”
“네가, 네가 힘들어 보여서……. 다시 흥분했잖아?”
그의 성기가 다시 힘차게 일어선 게 너무도 잘 보였다.
만지고 싶었다.
다시금 내 손으로 사정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충동이, 아니, 욕망이 더 컸다.
키니라스에게 만져지고 싶었다.
손으로, 입으로.
“뭐든 간에, 빨리해!”
“알았어, 알았어.”
대답만 들으면 가벼웠지만, 키니라스의 눈빛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한순간에 두 손으로 내 가슴을 쥐었다.
“와.”
아주 가볍게 주무르더니, 진정으로 감탄했다.
“말랑말랑하다.”
“이게 뭐가, 말랑말랑해?”
신음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깨물었더니 말이 끊어졌다.
“내 근육에 비하면 말랑말랑한 거지.”
“그건, 그렇긴, 하지.”
“보들보들하고. 좋아, 아주 좋아.”
키니라스는 굉장히 만족스럽게 평을 내렸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 가슴을 주무르는 손아귀의 힘이 강해졌다.
마치,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뜨거워.’
키니라스의 알몸을 본 이후부터 천천히 달떴던 몸의 온도가 더욱 빠르게 치솟고 있었다.
아까 본 키니라스처럼 호흡을 크게 하느라 상체가 들썩였고, 꼭 붙이고 있는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특히 키니라스가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불쑥 솟은 내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붙잡아 마찰시키자, 몸의 반응은 더욱 커졌다.
“읏…….”
서둘러 입술을 꾹 다문 끝에, 신음을 한 음절로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키니라스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내 유두를 더욱 세차게 비볐다.
거친 손짓이었으나 그건 자극이고 쾌감이었다.
짜릿한 것을 넘는, 더 강한 자극.
“하읏, 읏……!”
잇새로 절로 색정적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시야가 흐릿해지면서 키니라스가 만족스럽게 웃는 게 설핏 보였다.
“릴리앤, 가슴이 예민하구나. 아니, 유두가 예민한 건가?”
그는 손을 치우더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그의 강인한 다섯 손가락에게 지배당했던 가슴에 혀끝을 살짝 댔다.
얼마나 달콤한지 맛을 보듯.
곧 키니라스는 혀끝으로 내 가슴을 싹싹 핥았다.
축축하고도 뜨거운 것은 집요했다.
특히, 유륜에 이어 유두를 핥을 때.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하듯이 혀끝으로 확인하듯, 강하게 문질렀다.
그러다가 단단한 치아로 유두를 살짝 깨물었다.
“아응……!”
찌릿한 쾌감이 등골로 퍼지면서 귀로 듣기 부끄러운 신음, 아니 교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키니라스는 그게 재미있는지 낮게 웃었다.
그의 타액으로 뒤덮인 내 가슴 위로 숨결이 내려오면서, 난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또 하나의 자극.
키니라스는 다시금 내 가슴을 입에 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더 원한다는 듯 다른 손으로는 내 다른 쪽 가슴을 반죽처럼 주무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소유라는 걸 주장하듯.
그게 좋았다. 미치도록.
하지만.
“키니라스…….”
“으응?”
그는 내 가슴을 입에 문 채 답했다.
발음하느라 혀가 유두를 스치면서 또 다른 묘한 쾌감이 되었다.
“계속 가, 가슴만 빨 거야……?”
내 다리는 달달 떨리고 있었다.
가슴에서 시작된 감당하기 힘든 자극 때문에 사이가 흥건하게 젖은 채로.
‘흘러내리는 건 아니겠지?!’
이런 염려가 들었으나 아무래도 좋았다.
가슴에 집중된 그의 편애가 싫었다.
다른 곳, 젖은 그 부위에 그의 손을 원했다.
그의 입을 바랐다.
“아니. 물론 네 성기도 빨 거야. 근데, 조금만 더 기다려. 네 가슴 몽글몽글해서 진짜 좋아.”
키니라스는 탐욕스럽고도, 느긋하게 말했다.
난 마음이 급해졌다.
“가슴은, 나중에 또 빨아도 되잖아. 지금, 지금은 내 밑, 저기 해 줘. 응?”
“흐음.”
키니라스는 얄밉게도 심사숙고하는 척하더니 입맛을 다셨다.
“그럼, 다리 양쪽으로 벌려서 세워 봐.”
“……벌리라고?”
“싫어?”
키니라스는 여전히 느긋하게 말하면서, 그의 타액으로 흠뻑 젖은 내 유두를 엄지와 엄지로 비볐다.
그것도 새로운 자극이었고, 내 다리 사이를 더욱 적셨다.
“……아, 아냐.”
난 다시금 마른침을 삼키고, 꼭 붙이고 있던 두 다리를 벌리려고 노력했다.
차오른 흥분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달달 떨리는 다리를 천천히 양쪽으로 움직였다.
“이제 됐어?”
“조금만 더.”
난 최대한 활짝 벌렸다.
“다시 붙이면 안 돼.”
키니라스는 잘했다는 듯, 내 가슴을 토닥거렸다.
그러면서 다시 양손으로 내 가슴을 자기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음껏 주물거렸다.
그래놓고 한 손으로는 유두를 쉴 새 없이 마찰시켜서 날 쾌감으로 더욱 고문한 뒤에야 움직였다.
“여기, 베개 하나만 쓸게.”
“흐윽, 으응?”
그는 순식간에 베개를 내 엉덩이 밑에 깔고, 날 눕혔다.
“잘 안 보일 것 같아서. 준비는 철저히 해야지.”
어이가 없기도 했고, 부끄러움이 확 치솟았다.
나도 모르게 다리를 모을 뻔했는데, 실패했다.
키니라스가 그 틈에 내 다리 사이를 차지하고, 양손으로 허벅지를 꾹 누르듯 잡았으니까.
그는 고개를 숙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다리 사이에 아주 가깝게 왔다.
키니라스가 숨을 훅하고 크게 내쉬자 연한 갈색의 음모 사이로 숨결이 내려앉았다.
그저 한 호흡뿐이었으나, 번개 마법이 흐르는 것처럼 흥분이 온몸으로 더욱 빠르게 퍼졌다.
“으흣…….”
난 파르르 떨면서 다시금 입술을 꼭 깨물어서 신음을 내리눌렀다.
키니라스는 그게 좋아 죽겠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그게 얄미웠다.
“안, 안 할 거야?”
“할 거야.”
“그럼, 빨리 좀 해.”
키니라스가 계속 숨을 훅훅 쉬기만 하자, 다시 독촉하고야 말았다.
다리가 달달 떨리면서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애액이 본격적으로 흘러내려서 침대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게 당황스러우면서 더 바라게 되었다.
키니라스가 주는 자극을, 쾌감을.
“빨리 빨아 달라고?”
“으응.”
“알았어, 알았어.”
키니라스는 내 허벅지를 길게 쓰다듬었다.
언뜻 느끼기에 안심하라는 뜻 이외에 없는 것 같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가볍게 토닥이다가 손가락 끝으로 허벅지 안쪽을 가볍게 문질렀다.
간지러워서 소름이 돋았다.
“여기 정말 부드럽다.”
허벅지 가장 안쪽의 여린 살결을 길게 문지르며, 키니라스가 감탄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입술을 비볐다.
연약하고 보드라운 살갗끼리의 마찰은 매끄럽고도 더욱 간지러웠다.
난 발가락을 옴찔옴찔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키니라스가 강하게 붙잡고 있기도 했고, 다리 사이에 그의 머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굉장히 생소하고도 부끄러웠지만, 제대로 생각할 수 없었다.
온몸의 피가 들끓고 있었다.
“키니라스, 키니라스.”
“왜?”
“빨리, 빨리.”
“응, 빨아 줄게.”
키니라스는 허벅지 안쪽의 여린 부위를 가볍게 빨기 시작했다.
뜨끈한 것에 빨리는 건 또 다른 자극이었고, 쾌감이었다.
하지만.
“거기 말고.”
“여기 말고, 어디? 말로 해야 할지.”
“그게…….”
알몸으로 그의 눈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상태인데 갑자기, 부끄러움이 확 몰려왔다.
“그게?”
정말 모르겠다는 듯 되묻는 키니라스는 단단한 치아로 내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살짝살짝 깨물었다.
이 자극도 마음에 들었지만, 더 원했다.
“내, 내 성기!”
“정확하게 설명해야지. 질을 말하는 거야, 아니면 클리토리스를 말하는 거야?”
“다, 전부 다!”
“좋아. 근데 내가 처음이라 위치를 잘 모르겠거든. 네 손으로 알려 줄래?”
“내 손으로?”
“응. 아, 브래지어로 묶어놨지. 풀어 줄게.”
키니라스는 아주 간단하게 브래지어를 뜯고는, 내 오른손을 잡고 밑으로 끌어당겼다.
“클리토리스가 어디에 있어?”
정말로 모르는 건지, 아니면 날 놀리기 위해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뭐든 간에, 난 솟구치는 열기를 참지 못하고 그가 바라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대략적으로 가리켰다.
“여기.”
“잘 안 보여.”
어쩔 수 없이, 난 달달 떨리는 왼손을 음모 사이로 가져가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는 클리토리스를 드러냈다.
키니라스가 잘 모르겠다고 할까 봐, 오른손 검지 끝으로 건드렸다.
미끈거렸다.
“이, 이거야.”
신음이 나올 뻔한 걸 간신히 참고, 말했다.
“아하. 엄청 귀엽다. 너처럼.”
“으응?”
“질도 알려 줘. 어디야?”
“그건…… 여기.”
난 여전히 달달 떨리는 손으로 입구를 건드렸다.
어찌나 젖어 있는지, 손끝이 미끄러졌다.
그것 또한 자극이었으나 입을 꼭 다문 끝에 신음을 누를 수 있었다.
“왜 자꾸 참아? 소리 내.”
“부끄러우, 아!”
키니라스가 검지를 내 질 안으로 쑥 넣자 벼락에 맞는 듯한 자극이 날 후려쳤다.
“미안. 살짝만 넣어 보려고 했는데.”
키니라스는 웃으면서 사과하더니, 검지를 더 깊게 넣었다.
옴찔옴찔거리며 애액을 끊임없이 생성하던 곳에 이물감이 느껴진 건 잠시였다.
본능적으로 난 그것을 옥죄기 위해 힘을 주었다.
“와.”
키니라스는 감탄했다.
“이게 조이는 거구나. 근데, 너무 좁아. 아플 것 같은데.”
그는 걱정하는 어조로 중얼거리더니, 한결 눈빛이 차분해졌다.
그래 봤자 욕망으로 횃불처럼 이글거리는 건 같았지만.
“안 아프게 해 줄게.”
“으응?”
키니라스는 답하듯 씩 웃더니, 내 질에 쑥 넣은 검지를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부를 탐사하듯 무척이나 꼼꼼한 손짓이었다.
전혀 거칠지 않았다.
보물을 다루듯 지극히 신중하고도 조심스러웠다.
그게 나를 더욱 흥분시켰다.
소중하게 다뤄진다는 것도, 애액으로 그득한 내 질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손짓 자체도.
“키, 키니라스…….”
가쁘게 신음하며 부르자 키니라스는 기쁜 듯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좋아?”
“응, 응…….”
내가 답하자마자 키니라스는 손을 빼 버렸다.
“이거 봐 봐.”
그는 내 눈앞에 손을 가져와 보였다.
검지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부 흠뻑 젖어 있었다.
내 애액으로.
“……!”
갑자기 난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키니라스는 사악하게 웃으며 날 똑바로 바라본 채, 번들거리며 빛나는 검지를 그의 입에 쑥 넣었다.
막대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위부터 아래까지 쭉 훑었다.
키니라스는 어려서부터 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눈웃음을 지으며, 속삭였다.
“맛있다.”
난 안 그래도 흥분 때문에 붉어진 얼굴이, 아니 온몸에 불이 붙는 것 같았다.
“뭐, 뭘 먹은 거야?!”
“널 먹었지. 더 먹을 거야. 다, 먹을 거야.”
“……!”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키니라스는 사악하게 히죽대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소중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내 클리토리스 바로 위에 입 맞추고, 뜨거운 숨결을 내쉬었다.
쾌감이 퍼져서 내가 몸을 파르르 떤 직후, 키니라스는 시작했다.
내 클리토리스를.
보드라운 입술이 있는 힘껏 문질렀고.
축축하면서 뜨거운 혀가 강하게 문질렀다가 휘감아 부드럽게 빨아올렸으며.
단단한 치아가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가장 예민한 성감대에서 터진 희열의 폭풍이 온몸을 휩쓸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
순간적으로 눈앞이 새하얗게 변한 순간, 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신음을 내질렀을 수도 있지만, 듣지 못했다.
처음으로 겪는 거대한 쾌락의 벼랑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그러나 그건 끝이 아니었다.
“……하아, 하아…….”
흐트러진 내 호흡 사이로, 잔뜩 억눌린 키니라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릴리앤.”
흐릿한 시야 사이로 그가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상황이 너무도 기쁜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묘하게도, 아주 괴로운 눈빛이었다.
“넣어도 돼?”
“……응?”
“나 넣고 싶어. 이거 말이야.”
키니라스는 내 몸 위에서 아주 살짝 움직였다.
복부에 델 것 같은 뜨겁고 단단한 것이 문질러졌다.
“그거…….”
“뭔지 알지?”
“응? 응…….”
“넣게 해 줘. 지금이라면, 덜 아플 거야. 응?”
키니라스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을 먹게 해 달라고 조르는 아이 같은 어투였다.
그러나 이글이글 빛나는 그의 눈빛, 내 가슴을 자기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하게 주무르는 손길, 내 복부에서 꿈틀거리는 성기는 결코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허락해 줘. 혹시 몰라서 오기 전에 피임약 먹었거든. 임신 걱정 안 해도 되니까, 괜찮아. 릴리앤, 넣게 해 줘. 응?”
키니라스는 성기의 끝을 내 질 입구에 댔다.
나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꼭 틀어잡고, 당겼다.
초대하듯이.
키니라스는 내 귀에 입술을 눌렀다.
“이거 넣으라는 거 맞지?”
밀착된 상태에서 그의 거친 목소리가 내 귓속으로 바로 들어왔다.
즐거움이 가득 느껴졌다.
“릴리앤, 말로 답해 봐.”
“…….”
“부끄러워?”
키니라스는 내 귓불을 깨물었다.
“앗!”
별거 아닌 자극이었으나, 장난기로 가득했다.
그는 땀, 어쩌면 애액도 묻어 있는 내 엉덩이를 한 손으로 콱 틀어잡았다.
가슴을 그러했듯이 자기 소유인 것처럼 마음대로 주무르다가, 우리의 몸 사이로 손을 움직였다.
애액이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내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간지럽히듯 문질렀고, 가볍게 클리토리스를 붙잡았다.
이미 한 차례 오르가슴을 겪었으나 키니라스가 내 클리토리스를 비비자 다시금 격렬한 희열이 순식간에 치솟았다.
“아응……!”
난 다시금 교성을 내질렀다.
키니라스는 내 반응이 기쁜 듯 크게 웃었고, 난 그가 얄미워졌다.
땀 때문에 매끈거리는 키니라스의 어깨에 이를 콱 박았지만, 탄탄하다 못해 단단한 근육 때문에 제대로 깨물 수조차 없었다.
순간적으로 심통이 났으나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키니라스가 다시금 그의 성기를 내 질 앞에 갖다 댄 뒤 비볐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쾌감이 찌릿하게 온몸으로 번졌다.
“으흑……!”
“넣어 달라고 말해 봐.”
“야, 너, 너……!”
“말 안 하면, 안 넣을 거야.”
“……!”
“어서.”
키니라스는 이번엔 선전포고를 하듯 으르렁거렸다. 더는 못 참겠다는 듯.
그래서 난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거만하게 말했다.
“넣어 봐. 어떤가 보자.”
계속 거칠게 숨을 내쉬고, 교성을 질러서 그런지 목이 잔뜩 쉬어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하.”
키니라스는 반쯤은 기가 막힌 듯, 반쯤은 재미있다는 듯 짧게 소리 내고는, 성기를 내 질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후우…….”
그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그게 감질나면서, 괴로웠다.
더한 쾌락을 못 느끼니까.
“빨리 넣어!”
“안 돼. 그러면, 아플 거야.”
그제야 깨달았다.
‘날 배려하느라 이러는 거구나.’
기쁨과 고마움이 뒤섞이면서 더한 자극이 되었다.
더한 욕망이 되었다.
난 꼭 틀어잡고 있던 그의 어깨를 놓고, 두 손으로 긁듯이 그의 가슴을 누르다가, 유두를 건드렸다.
“……!”
이번에 이를 악문 건 키니라스였다.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가, 팔까지 파들파들 떨었다.
귀여운 모습이었다.
재미도 있었다.
난 아까 그가 그랬듯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그의 유두를 잡고 비틀었다.
“릴리앤!”
“왜 불러?”
내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되묻자, 키니라스는 두 손으로 각각 내 양쪽 손목을 잡고 머리 옆에 눌렀다.
내 몸 위에서 완전하게 날 틀어쥐고 있는 거였다.
이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짜릿했다.
곧, 쾌락은 더 커졌다.
키니라스가 순간 자제하지 못했는지, 조금 더 깊이 들어왔으니까.
“……아.”
불기둥을 내 안에 품고 있는 건 즐거운 자극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힘들었다.
내 질 안은 분명 애액으로 그득한데도, 이물감이 느껴지면서 불편했다.
“너, 너무 커.”
“……미안?”
“사과하진 말고. 흐, 윽…….”
“많이 아파?”
“약간. 하지만…….”
온몸이 쾌락 때문에 용암처럼 들끓고 있었으나, 난 모르지 않았다.
불그스레한 키니라스의 얼굴에 걱정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내가 아플까 봐, 그러는 거겠지.’
그는 언뜻 괴로워 보이기도 했다.
당장이라도 아주 깊게 들어와 쑤시면서, 사정하고픈 충동을 최선을 다해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를 배려하는 거야.’
나를 위해서.
“괜찮아. 계속해도 돼.”
“그럼, 더 깊이 박아도 돼?”
“……너 자꾸 그렇게, 야하게 말할래?”
“이게 뭐가 야한 말이야?”
키니라스는 핏 웃더니, 조금 더 들어왔다.
“아흣…….”
“야한 말은, 네 신음이야.”
이번엔 조금보다 더.
“이게 뭐가, 흐읏, 야해?”
“막 박고 싶어지니까. 너 신음 엄청 야해. 미치겠어. 엄청 꼴려.”
조금 많이, 더.
“어떻게 그, 그런 표현을…… 아앙!”
“엄청나게 꼴려서 그대로 싸 버릴 것 같아.”
마침내.
“아.”
“아.”
우리 둘 다 짧게 한 음절의 탄성 혹은 신음을 내뱉었다.
완전하게 하나가 되었다.
키니라스의 커다랗고 딱딱한 성기를 품고 있는 건, 여전히 이물감이 느껴져서 불편했다.
흥건하다 못해 흘러넘칠 만큼 젖었는데도 아주 약간은 아프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육체적인 쾌감이었다.
정신적인 희열 또한, 내 온몸으로 더욱 끓게 했다.
‘키니라스와.’
정말로 하나가 되었다.
소꿉친구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서 연결되었다.
서로의 첫 경험.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
“릴리앤…….”
흥분 때문에 다시금 흐릿해진 시야를 맑게 하려고 눈을 깜빡였다.
키니라스는 이마에 핏대가 서 있었다.
이도 악물고 있었다.
“나, 움직여도, 돼?”
그는 간신히 말하고 있었다.
날뛰어서 날 아프게 할까 봐, 있는 힘껏 자제하면서.
“응. 마음대로 해. 괜찮아.”
“정말이지?”
“응. 정말이야…….”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키니라스가 움직였다.
가능할 줄 몰랐는데, 정말로 박듯이 더 깊이 들어왔다.
연결된 우리의 성기에서 홧홧한 열기가 폭발하듯 커졌다.
그가 더 깊이, 더 거칠게, 더 강하게 움직였다.
고통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따끔거렸고, 아팠다.
동시에, 온몸이 열락의 횃불에 타 버리는 것 같았다.
“키, 키니라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희열 속에서 난 교성과 함께 필사적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키니라스는 지금 자신과 하나가 된 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처럼, 코가 마주 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에서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흐릿해진 시야 사이로 키니라스만 보였다.
터지기 직전인 욕망을 내뿜는 그의 두 눈에 나만 들어 있다는 것을 만족스럽게 확인했다.
“릴리앤.”
키니라스는 오랫동안 바랐던 보물을 드디어 완전하게 거머쥔 사람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이름을 속삭였다.
그런 뒤에야 내 몸에 깊숙하게 사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