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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비밀스러운 꽃 (9)화 (10/113)

9화

“정말, 예뻐요?”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당신만큼 아름다운 이가 또 있을까? 내게는 당신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그 어떤 최고의 예술가가 남긴 작품들보다도 더 위려한 것을.”

“아!”

기분 좋게 웃는 그가 붉은 혀를 내밀어 부드럽게 핥았다. 순간 전류가 치솟듯 짜릿한 자극이 잘게 퍼졌다.

“몇 번이고, 셀 수도 없을 만큼 탐이 났는지 모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당신의 마음이 내게서 떠나갈까 걱정하면서 조마조마했습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나도 당신이 떠나서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고 말하고 싶은데 이 남자가 그럴 틈을 내어주질 않는다.

“읍!”

견딜 수 없는 강렬한 자극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어쩐지 감각에 져버리는 기분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애무는 즐겁고 기뻤으나 처음 겪는 이 쾌감이 나를 휘두르는 건 조금 불만스러웠다.

“……르슈아.”

한참을 애무에 집중하던 그의 목소리에 요상하게도 한숨이 섞여 있는 기분이다. 잔뜩 경직되어있던 몸을 풀고 흐릿한 초점을 맞춰 그를 내려다봤다.

나를 보는 그의 눈동자는 꽤 심각했고, 그와 다르게 표정은 웃음을 참느라 연신 꿈틀거리기 바빴다. 대체 왜?

“지금 나와 싸우자는 겁니까?”

“……네?”

“나와 전쟁을 치르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힘을 주며 버티다가는 근육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고문이 아니에요. 기를 쓰고 참아내야 하는 상황이 더더욱 아니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의 입꼬리가 위로 솟아오르면서 가지런한 치아가 드러났다. 그 아름답고 환한 미소에 또 넋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커다란 손가락이 내 뺨에 닿아 부드럽게 스치고 내려가 입술을 슥 훑었다. 이로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그의 손가락에 닿은 입술에서 울퉁불퉁한 자국이 느껴졌다.

“예쁜 입술이 더 망가진다면, 나는 이 이상 당신을 만질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 하지만…… 너무, 너무 이상하게 느낌이 과하니까…….”

“예민한 건 나쁜 게 아닙니다. 당신이 잘 느낄수록 내가 더 뿌듯하고 기쁜데. 지금 마치 싫어서 거부하는 것으로 보여서.”

“그건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싫다니. 절대 아니다. 혹시라도 그가 오해할까 봐 고개를 힘차게 휘저으며 완강하게 부정하고 덧붙였다.

“에쉬 당신이 만져주는 거 좋아요. 좋은데, 나만 너무 이상하게 반응하니까 참아보려고 했던 것뿐이에요. 나는 혼란스러운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침착하니까.”

“조금도 침착하지 않은데.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굉장히 참고 있는 중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 마음 같아서는…….”

영롱하게 반짝거리던 연갈색 눈동자가 삽시간에 가라앉는다. 야릇하게 변한 눈빛으로 나를 그윽이 내려다보는 그가 서서히 다가오더니 귓불을 입술로 살짝 말아 가볍게 빨아냈다.

“으흡.”

“당장 하나도 남김없이 당신 전부를 집어삼키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중일 뿐, 나의 분신은 어서 풀어달라고 아우성이라 점점 참기가 힘들어집니다.”

말하면서 몸을 밀착시켜 꾹 눌러왔다. 후끈한 체온이 밀려들어오면서 그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니 내가 정말 한심한 생각을 했었구나 싶더라.

그의 말처럼, 나만 혼자 견뎌내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빙긋 웃으며 두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침대에 편안히 누웠다. 그리고 그가 했던 대로 그의 귓불을 입술로 머금어 쪽, 빨아냈다.

“하, 르슈아.”

“얼마든지 해요.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은 대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이었는지 그때는 알 수가 없었다. 정사의 쾌락이 애무 정도일 거라 착각한 나의 크나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거친 숨을 뱉어내는 그가 아까보다 조금 더 끈적한 키스를 퍼부었다. 나는 그의 단단한 상체를 손바닥으로 더듬거리면서 속으로만 감탄했다.

‘어쩜 이렇게 단단할까? 말랑한 곳이 없는 것 같아.’

나보다 두 배나 두꺼운 팔뚝이 움직일 때마다 울룩불룩한 근육의 갈라짐이 느껴졌다. 나만큼 뜨거운 체온도 마음에 들었고, 더운 열기와 계절에 의해 배어 나온 땀이 서로의 몸을 더욱더 밀착시켜주는 것도 좋았다.

“긴장 풀어요, 르슈아.”

나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몸을 이완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처음 남자의 맨몸과 밀착되는 그 야한 감촉이 자꾸만 신경을 건드리니까.

물론 그 정사라는 것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처음이라, 그래요. 심장도 머리도 몸도 내 뜻대로 제어가 되질 않아서.”

그 말을 뱉어내면서도 왠지 그를 똑바로 쳐다보기가 부끄러워졌다. 시선을 맞추지 못하는 나를 향해 가벼운 웃음을 흘리는 그가 나의 오른쪽 허벅지를 부드럽게 감싸서 위로 들어 올렸다.

“큰일이군요. 점점 걱정이 되는데. 그렇다고 여기에서 관둘 수도 없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의 표정이나 행동에는 그만둘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나 역시 바라는 바가 아닌지라.

씩 웃는 그가 고개를 숙여 지그시 응시했다.

그곳에서 시선을 놓지 못하는 그의 목울대가 크게 요동친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슬쩍 들어 나를 흘끔 쳐다보고는, 마치 이끌리듯 가까이 다가왔다.

“응…….”

‘워, 원래 이런 거라고? 정말이야? 진짜?’

믿을 수가 없었다. 정사라는 것이 남자든 여자든 한번 그 맛을 알게 되면 중독처럼 빠져들게 된다고는 했다. 대게는 그렇다고 하고, 간혹 소수의 사람은 그렇게까지 간절하진 않다고도 하더라.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다른 영애들에 비해서 정사에 대한 호기심이 그렇게 크진 않았다. 결혼을 크게 원하지도 않았다. 남자에게 관심이 생기지도 않았고.

그래서 내게는 에쉬가 모든 것의 처음이었다.

찌릿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정수리까지 치솟아 머릿속이 어질어질했다.

이상해. 이상한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 그런 느낌. 낯선 이물감이 은밀한 쾌감을 서서히 이끌어 내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현기증이 난다.

나는 시야가 새하얗게 점멸하는 기분을 느끼며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꾹 움켜쥐었다. 견딜 수 없는 짜릿함에 온몸이 욱신거리는데도 싫지가 않았다.

대체 이걸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견딜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신음을 도무지 막을 수도 없었다.

“에, 에쉬. 에쉬……. 흑!”

애타는 내 부름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말 나를 전부 다 먹어 치울 생각인지.

마치 과일이 된 느낌이기도 했다. 나를 기쁘게 해주려는 달달한 애무의 정도를 훌쩍 넘어섰다.

저릿한 쾌감이 척추를 타고 퍼지는 속도가 점차 빨라져 갔다. 견디다 못해 신음이 자지러지는 교성으로 바뀌기 시작할 때에야 그가 떨어져 나갔다.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에 숨만 헐떡거렸다.

‘아, 힘들어.’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난 이후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잠들면 정말 아주 꿀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당신의 체취가 매혹적이긴 했지만 이만큼 향긋하고 달콤할 줄은 몰랐습니다. 방금 조금 아쉬웠어요.”

기분 좋게 웃는 그가 빠르게 허리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더니 속옷까지 단번에 탈의를 했다.

‘……저게 원래 자라는 걸까?’

시야에 들어온 그의 남성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봤을 때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돼요?”

그가 내 물음에 고개를 내려 자신의 하체를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평평한 배 위에 입을 맞췄다.

“되냐는 건 무슨 의미입니까?”

“전에 봤던 것보다 더 커진 것 같아서…….”

“아. 솔직히 말해서 저도 놀라는 중입니다. 여성의 나체를 보고 이만큼 흥분해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 녀석을 제어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적도 처음이라서.”

흐뭇하게 웃기만 하는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자신의 손길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길 원했는지 연신 나를 쓰다듬으며 다독여주었다. 효과가 좋기는 했어도 여전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당신, 너무 귀여워서 죽겠습니다. 백작께서도 모를 당신의 이 귀여운 모습을 평생 나만 알 수 있다는 건 아주 큰 행운이군요.”

“놀리지, 마요. 아응.”

“놀리다니. 진심인데.”

씨익 웃는 그의 표정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나야말로 아까부터 그의 새로운 모습을 수없이 발견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른 지금 저 야한 표정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아주 많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달달한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지금 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도 않았다.

“꽤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쁘군요.”

힘없이 벌어진 아랫입술에 쪽, 입을 맞춘 그가 몸을 들썩거리면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나 역시 떨리는 숨을 고르면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또 긴장한 것 같은데. 당신을 공격하려는 건 아닙니다. 방금처럼 힘을 풀어주는 게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텐데요.”

“……노력, 하고 있어요.”

심장이 벌렁벌렁. 그와 하나가 되는 기념비적인 순간을 망치고 싶진 않지만 그게 어디 내 뜻대로 되는 일이던가.

뜨거운 숨을 흘리는 그 역시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걸음으로 조금 더 다가왔다. 순간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뺐다.

내가 슬쩍 피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그가 눈동자만 굴려 나를 쳐다본다. 괜히 미안해져서 모르는 척했는데, 그의 한쪽 입꼬리가 삐딱하게 올라가더니 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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