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비밀스러운 꽃 (0)화 (1/113)

프롤로그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진부한 로맨스 소설의 마침표는 언제 봐도 심드렁했다.

혼인하였으나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귀부인, 그리고 혼인한 가문의 기사인 평민 남자. 신분 차이가 있는 두 주인공이 첫눈에 반해 가문도 저버리고 사랑의 도피를 하는 내용인데. 대체 이것이 왜 수도에서, 그것도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지 잘 모르겠다.

똑바로 봐도, 뒤집어 봐도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인 일이건만. 솔직히 말해 불륜이고, 현실로 따져보면 간통죄로 처벌받을 것이 확실한데 말이다.

“브링은 여전하네. 아직도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 응?”

나의 소꿉친구 에브린이 어떤 깜찍한 목적을 담아 이 책을 내게 보내왔는지 대략 이해가 되어 코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넘겼는데 백지 위에 언제 봐도 귀여운 필체를 자랑하는 에브린의 자필이 담겨 있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 르슈아.

분명 내가 보낸 이 책을 억지로 끝까지 다 읽고 비웃음을 흘렸겠지? 보지 않아도 표정이 다 보인다고! 너는 로망이라는 것을 너무 무시해서 문제야!

나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어. 슈아 너도 언젠가는 첫눈에 반할 상대를 만나게 될 거야. 내가 신전에 갈 때마다 항상 기도하고 있거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릴게. 분명 아주 특별한 만남이 우리를 반겨줄 거야. 한 번뿐인 인생, 저 하늘의 별처럼 한 번쯤은 반짝해봐야 후회 없이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지 않을까?

“……맙소사. 브링, 대체 널 어떻게 하면 좋니.”

운명적인 만남을 철석같이 믿는 에브린이 그동안 살면서 첫눈에 반한 상대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을 텐데. 아직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한 것이라고, 서로 반해야 그게 진짜 운명이라며 굴하지 않던 에브린의 뻔뻔한 표정을 떠올리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생의 단맛 쓴맛 다 겪을 수 있다면 후회는 없을 거라고 어머니께서 그러시긴 했지.’

책을 덮어 테이블에 올려두고 이미 식어버린 차를 바라보며 마실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아가씨! 아가씨!!”

서재로 이어진 조용한 복도에 나를 찾는 유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다급한 외침에 깜짝 놀랐다. 저택 내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무슨 일이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노크도 없이 벌컥 문이 열렸다.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선 울상 가득한 유모의 얼굴을 마주 보자마자, 아주 큰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도에서, 급히 서찰이 왔사온데…… 백작 부인께서……!”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유모가 내게 서찰을 건네주었다. 나는 섬뜩한 가슴을 애써 억누르며 떨리는 손으로 서찰을 펼쳤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경악스러운 내용을 빠르게 읽어 내리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에 사로잡히고야 말았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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