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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소식이 없느냐!”
꼬박 하루, 이 하루 동안 검무의 소식이 끊어지자 황태후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행동했다.
불온한 무리가 황실을 노리는 이때 황제가 사라진 걸 대신들이 알게 된다면 또 다시 역모의 바람이 불 게 뻔했다.
겁에 질린 황태후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궁실을 돌아다니며 불안에 떨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암행을 나가라고 권하는 게 아니었다.”
황태후는 손톱을 물어뜯어 피가 나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황궁 밖을 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가 허공을 할퀴듯이 훑을 때 여관 하나가 잰걸음으로 들어와 아뢨다.
“황태후마마, 폐하께서 환궁하셨습니다.”
“상한 곳은 없더냐!”
“예, 무사하십니다. 한데…….”
“뜸들이지 말고 본 대로 들은 대로 고하라!”
“여인을 데리고 오셨습니다.”
“여인?”
황태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조금 전 불안에 떨던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희열에 차 있었다.
“어떻게 생겼더냐!”
“먼발치에서 보았을 뿐이라…… 자세한 건 모르옵니다.”
“내가 직접 확인하면 된다. 황상은 어디로 향하셨느냐!”
“화, 황후전으로 가셨습니다.”
“옳거니, 길에 운명을 만났구나. 성정도 급하시지. 호호.”
황태후는 입술이 귀에 걸릴 만큼 환하게 웃으며 황태후전을 나섰다. 한낮의 기온이 어제보다 한층 올라가 들이마시는 공기가 뜨거웠다.
보통 같았으면 땀을 비 오듯이 흘렸겠지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얼굴이 보송보송했다. 한달음에 황후전에 도착한 그녀는 차양을 넓게 친 황후전의 마당을 가로질렀다.
때마침 이치와 타래가 마당에서 대기 중이라 황태후는 기분 좋은 음성으로 그들을 불렀다.
“황상께서 운명을 만나셨느냐?”
“화, 황태후마마 오셨습니까.”
이치가 허리를 굽혔다.
“운명을 만나셨느냐 그리 물었다.”
“안 그래도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 어미가 올 걸 예상했다? 영민하시지.”
황태후는 콧노래를 부르며 황후전의 침전으로 향했다. 밝은 표정만큼 가벼운 걸음걸이로 침전에 도착한 그녀는 검무부터 찾았다.
“황상, 어디 계시오?”
“여기 있습니다.”
“듣자하니 여인을 데리고 왔다지요? 당연하겠지만 황후전의 주인으로 삼으실 생각으로 데리고 왔으리라 믿겠습니다.”
“예, 맞습니다. 황후전의 주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어디 봅시…….”
검무의 대답이 매우 흡족했던 황태후가 창가를 바라봤다. 창가엔 여인이 서 있었다. 등을 돌린 모습만으로도 기품이 흘렀다.
한데 자신이 점찍어 놓은 설화의 느낌이 아니었다. 예감이 안 좋았던 황태후가 검무를 노려봤다.
“길에서 엉뚱한 걸 주워 오신 게요?”
“어마마마께서 준비한 걸 주워 올 아이가 아니옵니다.”
“황상…….”
“하지만 어마마마의 말씀대로 길에서 운명을 만났으니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하늘도 저희 부부의 인연을 쉽게 끊어 내실 요량은 아닌 듯하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부부라니요? 누가 들으면 숨겨 놓은 처라도…….”
“오랜만입니다, 어마마마.”
황태후의 말허리를 자르듯 이령이 뒤를 돌았다.
“네, 네…… 네 어찌…….”
“소자가 찾았습니다. 길에서 만났지요! 어째서 소자의 목숨을 구한 사람에게 멀리 떨어져 살라고 하셨습니까!”
검무가 불 같이 화를 내자 황태후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어마마마께서 이 사람에게 저 대신 죽으라고 한 것도 압니다! 어떻게 소자를 속이는 것도 모자라 제 수족들을 겁박하여 눈과 귀를 가리려고 하신 겁니까!”
“화, 황상 나는, 이 어미는 모두 황상을 위해…….”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어마마마의 욕심 때문인 걸 모를 줄 아셨습니까!”
검무가 이를 빠드득 갈며 분노하자 황태후는 두 손을 모았다.
“미, 미안하오. 이 어미는 단지…… 황상이 행복하길 바랐소. 자식도 얻고 투기도 하지 않을 여인과 새 출발을 하는 게 행복한 길이라고 믿었소!”
“듣기 싫습니다! 다시는 저희 부부의 일에 간섭하지 마십시오!”
검무가 광기 어린 시선으로 황태후를 노려봤다. 이 모든 사달이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이가 갈렸다.
“황후전의 주인은 이령입니다. 그러니까 어마마마는 황후전에 다시는 걸음하지 마십시오! 황후가 초대를 해야지만 오실 수 있습니다, 이것은 황명입니다!”
추상같은 명령에 황태후는 망연자실했다. 제 속으로 낳은 아들이긴 하나 하늘이 내린 황제다. 그가 하는 말이 곧 법이었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었다.
황태후는 억지로 몸을 일으킨 후 돌아섰다. 제 편을 들어 주거나 감쌀 법도 한데 이령이 입을 다물고 있어 황후전이 무시무시했다.
그녀는 몸의 중심이 한쪽으로 기울 정도로 절룩거리며 침전을 나갔지만 그 누구 하나 걱정하지 않았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검무가 한숨을 쉬었다. 이령은 그의 등을 뒤에서 안으며 위로했다.
“언젠가는 닥칠 일이었어요.”
그녀로선 해 줄 수 있는 말이 이 정도였다. 그동안 황태후는 사사건건 간섭하며 부부 사이를 이간질했었다.
검무도 그 점 때문에 골치 아파했기 때문에 이참에 선을 긋지 않는다면 불화의 불씨가 황궁을 태울 터였다.
“앞으로 모진 시집살이가 시작되겠지.”
검무는 이령을 걱정했다. 지금은 순순히 물러났지만 가만히 있을 황태후가 아니었다.
“아이들을 많이 낳으면 시집살이가 느슨해지지 않을까요? 아이들만 생기면 어마마마께서도 제 눈치를 보실 수밖에 없어요.”
이령의 대답에 검무는 피식 웃었다.
“고작 생각해 낸 게 아이들이야?”
“많이 늦었으니까요.”
“많이 늦었지…… 하루하루 아끼며 살아야겠다.”
“그렇다면 오늘의 시간은 어떻게 아끼실 요량인지요?”
귀염성 있는 얼굴로 검무의 품에 안긴 그녀는 눈을 반짝거렸다. 새벽에 미루었던 그 일을 지금 하는 게 어떻겠느냐 눈빛으로 묻는 통에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억센 팔로 끌어당기며 후끈하게 데운 입바람을 훅 불었다. 그리고 혀끝으로 자신의 입술에 침을 바르며 속삭였다.
“네 입술부터 빼앗으며 시간을 아끼련다.”
종장. 아이들에게 뺏길 수 없어
넷째 아들에게 젖을 물린 이령은 선녀처럼 고왔다. 퉁퉁하게 분 젖을 한쪽만 꺼내 놓고 아이가 젖을 빠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흐뭇한 장면임에 틀림없었다.
출산을 하면 할수록 젖의 크기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령은 그렇지 않았다. 젖이 잘 돈 덕에 검무가 빼 주지 않으면 옷을 적실 만큼 모유 양이 상당했다.
그렇다보니 그녀에게선 항상 모유 향이 났다.
젖가슴에서 풍기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향기는 심신이 불안할 때 맡으면 최고의 안정 효과를 증명했다.
오늘도 조정 대신들과 한바탕 언쟁을 하고 온 탓에 검무는 넷째 아들이 젖에서 입을 떼길 기다렸다.
빨리, 빨리…….
빨리 먹고 잠들어 버려라.
그녀의 젖이 필요했던 검무는 두 손을 꼭 맞붙잡은 채 중얼거렸다. 하지만 곧 상황이 바뀌었다.
나이 스물여덟에 연적이 나타난 탓이었다. 얼마 전까지 이령과 모유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장남 새담이 바로 연적이었다.
“어마마마 또 오셨네요?”
이제 여섯 살인 새담은 황태자 수업을 마치자마마 황후전에 들렀다. 이유는 검무와 같았다. 수업 중 원로대신에게 꾸지람을 들은 게 분해서 어머니의 젖을 먹으며 기분을 풀 생각이었다.
“동생 걸 빼앗아 먹으러 온 게냐? 형이면 참을 줄도 알아야지.”
“원래 소자의 젖이었습니다. 소자가 처음이었습니다!”
“그 처음을 누가 정했느냐?”
“저요.”
“개방한 건 네가 처음이 아니다.”
검무는 코웃음을 쳤다.
“어마마마의 젖은 아비가 독점하였다. 네가 태어나서 잠시 빌려준 게야.”
“소자의 젖이옵니다.”
“가로챌 생각하지 마라.”
“왜 그렇게 유치하십니까? 소자는 다섯 살이옵니다!”
“이 아비도 마음속엔 너만 한 아이가 있어.”
검무의 대답이 궁색하게 들렸던 새담은 콧등을 구겼다.
“무슨 황제가 이렇게 젖에 집착하는지. 애도 아니면서.”
“그 말투…… 노을이와 어울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소자는 불만을 느낀 것을 입 밖으로 냈을 뿐이옵니다.”
“똑똑한 놈이 정의대신이 하는 질문마다 대답을 못 했누?”
“세상의 이치에 대해 논하는데 다섯 살 아이가 이치를 어찌 깨우쳤겠습니까?”
안 그래도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울음이 가득한 눈망울이 흔들렸다. 검무는 태어나자마자 황태자로 책봉된 새담이 영특하기까지 하여 걱정스러웠다.
제 아우들처럼 아이의 시선으로 두루뭉수리하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아이는 깐깐한 성격 탓에 허술한 게 없었다.
“적당히 내려놓고 사는 게 편한 게야.”
“아마마마처럼요?”
“그래.”
“아들의 젖을 탐내는 것도 내려놓은 탓인가요?”
말똥말똥하게 키운 눈으로 정곡을 찌를 때마다 할 말이 없긴 했지만 아들과 말씨름하는 게 싫지 않았다. 그는 새담을 응시했다. 아이는 등을 구부린 채 앉아 있었다.
짜증이 나서 미치겠나 보다. 그는 굽은 등을 부드럽게 펴주며 폭풍우가 치는 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주었다.
“네게 어려운 질문을 못하도록 아비가 혼내주마.”
“싫어요.”
“싫어?”
“쉬운 문제만 내는 건 재미없어요.”
새담은 큼직한 눈망울에 힘을 주었다. 아직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조정의 말단 관료들보다 똑똑한 게 문제다. 어른들도 못 맞히는 문제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자신을 괴롭힌다는 걸 알면서도 쉬운 건 하지 않으려고 했다.
검무는 새담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싸였다. 그는 제 외모를 쏙 빼닮은 새담을 품으로 끌어안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 아비를 닮아서 큰일이다.”
“아바마마.”
“말하렴.”
“소자를 사랑하시지요?”
“말이라고.”
“그럼 호담이 다음이 소자예요. 맞죠?”
깜빡했다. 아들이 연적인 것을.
검무는 입을 다물었다. 대답하지 말아야지. 아들 때문에 깜짝 잊고 있었던 짜증이 올라왔다.
“소자를 사랑하지 않으셔요?”
“오늘은 이 아비도 많이 힘들구나.”
“싫어요! 소자가 먼저예요!”
“이놈이!”
아들과 젖을 두고 싸우는 게 민망하고 교육에 좋지 않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검무는 고집을 부렸다.
“너희들 때문에 소외당하는 아비의 심정도 헤아릴 줄 알아야지!”
검무가 버럭 소리를 지를 때야 새담은 겁을 집어먹고 잠잠했다.
“너희들 때문에 이 아비의 자리는 아주 멀리 밀려났어! 내 권리를 찾겠다는데 그걸 막으려고 해!”
“소자의 권리는요? 어머니 젖은 소자가…….”
동생들이 태어나면서 무엇이든 양보를 해야 했던 새담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소자도 소외당하는데…… 만날 동생들부터 챙기고…… 어마마마는 저렇게 막내만 안고 계시는데…… 소자도 어마마마가 좋은데…….”
새담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자 부자(父子)가 하는 양을 조용히 지켜보던 이령이 웃음을 흘렸다. 만담을 하듯 주고받는 대화가 아주 재미졌다.
“새담아, 이리 오렴. 호담이가 잠들었어.”
“황후, 내 차례요!”
“아들에게 양보하세요.”
“짐은 다섯 번째로 밀려난 게요?”
검무가 투정을 부리자 이령이 노려봤다. 아들들과 경쟁하려는 검무가 철없이 보였다. 정치를 할 땐 군신들을 겁에 질리게 할 만큼 냉철하면서 아이들과 제 앞에선 이런 팔불출이 없었다.
“어마마마…….”
이령이 호담을 눕히자 새담이 얼른 뛰어와 젖을 물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는 곁눈으로 검무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령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표정에서 드러나 헛웃음이 쳐졌다. 저럴 땐 꼭 제 어미를 쏙 빼닮았다. 사랑하는 이를 독점하려는 마음이 강해 눈빛이 활활 타오르는 것까지.
“이러다 다 뺏기지.”
“새담이도 곧 젖을 떼야지요.”
“다섯 살에 젖을 뗀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서른셋 황제도 못 뗀 젖을 다섯 살이 못 떼면 어때요?”
이령은 우스갯소리를 던진 후 새담을 응시했다. 젖을 빨던 아이가 금새 잠이 들어 버렸다.
“젖이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랑이 필요했나 봐요.”
이령은 새담의 이마를 쓸었다. 눈가의 물기만 봐도 가슴이 아프다. 그녀는 제 아이의 뺨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새담아, 네가 첫 번째가 맞아.”
이령은 새담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 주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때야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잠이 들었지만 귀는 열어 놓고 있었나 보다.
검무도 이령과 새담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첫째라서 그런가 항상 잊는구나. 이 아이도 어리다는 걸.”
“예, 이제 겨우 다섯 살이니 어린아이로 대해 주세요.”
“귀엽지. 이 손을 봐.”
검무는 새담의 손을 잡았다. 고사리 같이 가늘고 작은 손은 언제 보아도 웃음꽃을 피웠다. 아이는 검무가 손가락을 만져 주니까 더 좋은 모양이다.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누가 보면 자는 척하는 줄 알겠어.”
“깊이 잠들었어요. 숨소리가 다르잖아요.”
“숨소리로도 아는 게야?”
“제 자식이니까요.”
이령은 새담을 향한 사랑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검무도 이령처럼 사랑이 깃든 시선으로 새담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그러는 사이 밖에서 유모가 아뢨다.
“황후마마, 황태후마마께서 황태자 저하와 막내 아기씨를 모시고 오라고 하십니다.”
“이제 막 잠들었으니 두 사람이 들어와 데리고 나가게.”
이령은 내놓고 있던 젖을 가리며 바로 앉았다. 그러자 유모와 금란이 들어왔다. 금란은 기절한 것처럼 잠든 새담을 안아서 데리고 나갔고 유모도 막내아들을 안았다.
새담과 막내아들이 나가자 침전이 텅 비었다. 이제야 검무의 차례가 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젖을 가리고 있던 옷을 슬쩍 들었다.
젖꼭지에 모유가 맺혀 있었다.
“내 차례는 안 오나 했었지.”
“그럴 리가요.”
“새담이 녀석이 욕심을 부려서 다 마시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네.”
“한 쪽이 비워지면 다른 한 쪽을 비우시면 되죠.”
“두 쪽 모두 내가 마시려고 했지.”
“욕심이 지나치세요.”
“어떤가, 이 욕심 많은 지아비에게 젖을 좀 물려 주는 게.”
고개를 숙인 검무가 새담처럼 누워 버리자 이령은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못 이기는 척 검무의 머리를 받치며 젖꼭지를 입술에 대 주었다.
“읏.”
검무가 유두를 깨물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모유를 꿀꺽거릴 때마다 이령은 입술에 침을 발랐다. 아이들에게 먹일 땐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가랑이 사이가 끈적거리지 않지만 검무는 달랐다.
“아…….”
“아픈가?”
젖을 빨던 검무가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아닌 거…… 알면서.”
이령이 뺨을 붉히자 젖을 쥔 손이 쥐락펴락 움직거렸다. 젖을 쥔 손에 힘을 강하게 주면 모유가 쭉 나와 마시기 좋았다.
하지만 이령은 죽을 맛이었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검무의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아, 아…… 아…… 폐하.”
검무의 자지를 움켜쥔 그녀가 엄지손가락으로 귀두를 문지르며 신음했다. 그 역시 그녀의 치마 속에 넣은 손을 지분거리며 흠뻑 젖은 속살을 애무했다.
“하압, 아…….”
이령이 어깨를 움츠렸다. 검무가 젖꼭지를 혀로 휘감은 탓이었다.
“폐하…… 읏!”
이령이 숨을 헐떡거리며 어깨를 흔들었다. 젖이 출렁거렸다. 그는 입 안 가득 채운 모유를 들이켠 후 손등으로 입술을 닦았다.
모유만 마시는 건 틀린 것 같다. 초점을 잃어버린 이령 때문이라도 젖이 아닌 가랑이를 적신 액을 빨아야 할 것 같았다.
검무는 젖가슴을 훤히 드러낸 이령을 탐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한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오늘 밤엔 다섯째를 보게 생겼군.”
다섯째는 아들이 아닌 딸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完>
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