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8/12)

***

“금란아, 소피가 마려워서 그러니 먼저 일어나야겠다. 다 먹고 오렴.”

금란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음성으로 속삭인 이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을의 수다가 길어진 탓에 도망치고 싶었다.

“같이 일어나요.”

“아니, 많이 남았잖아.”

“하오나…….”

“다 먹고 와.”

이령은 싱긋 웃고는 추가로 주문한 만두를 직접 들고 오는 노을에게 싱긋 웃었다.

“노을아, 집에 좀 다녀올 테니까 기다려.”

“집에는 왜요?”

“개인적인 사정이니 묻지 마.”

이령은 대충 둘러댄 후 만두 가게를 나왔다.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인 탓에 실내를 가득 채운 사람들로 왁자했다.

서로 제 얘기를 하느라 목소리를 키운 탓에 정신이 없었던 이령은 귀를 문지르며 숨을 돌렸다.

“더 있었다간 귀머거리가 됐을 거야.”

집에 가서 쉬고 싶었던 이령은 서둘러 걸음을 뗐다.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건물마다 색색깔의 유등을 켜놓아 제법 운치 있었다.

“밤이 되면 유독 화려하다더니…… 헛소문이 아니었구나.”

뒷짐을 진 그녀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시내 구경을 시작했다. 해가 지면 성문이 닫히는 데다 치안을 각별하게 신경 써 밤늦게까지 여인이 홀로 다녀도 안전한 걸로 유명했다.

여름밤치곤 걸을 만한 날씨였다. 초저녁인 데다 저녁밥을 먹고 나온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두거나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에서 정이 넘쳤다.

사람 구경을 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그녀에겐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했다.

“어머니이…… 형님이 때려떠어!”

“아니다, 내가 때린 거 아니다아.”

“또 동생을 괴롭혔니!”

“아앙, 아니란 마랴!”

동생을 괴롭혀서 혼나는 사내아이와 혼내는 어미의 모습을 구경하던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녀의 나이도 이젠 스물넷이었다.

구미호는 천생연분이라면 검무와 다시 만날 거라고 했지만 희망적이지 않았다. 노을이 얘기를 들어 보면 검무가 자신을 기억해 낼 것 같지 않았다.

막연한 희망 하나에 매달려 사는 게 맞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3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듯이 지냈더니 이젠 어느 한 곳에 정착하고 싶었다.

마음이 가는 사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아이는 또 다른 문제였다. 저 여인처럼 아이를 키우는 재미를 느끼고 싶었다.

그러자면 사내를 만나야 하는데…… 검무가 자꾸만 생각난다.

희망적이지 않다면서 검무를 향한 마음은 포기가 되지 않는다. 고통을 짊어질 각오가 된 줄 알았더니 제 스스로에게 허풍을 떨었나 보다.

자신이 기억을 잃는 것보단 검무의 기억이 사라지는 게 낫겠다 싶었던 게 후회된다. 검무라면 기억을 잃은 이령에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며 예전처럼 다정한 부부로 지내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뼛속까지 얼린 외로움과 그리움의 감정을 몰랐을 테고, 그랬다면 매일 밤마다 검무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쏟지 않아도 됐을 터다.

“그때…… 놀자고 때를 쓰며 미안하다고 할 때…… 추억이라도 쌓아 둘 걸 그랬나?”

개화궁에서는 싸운 기억밖에 없어서 그런지 모든 게 쓸쓸하다.

“외롭다…… 몸도, 마음도…… 내 팔자도…….”

이런 상태로는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늙어 죽을 것 같았다.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나?”

단지, 행복한 여인이 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황태자비, 강이령.

황후, 강이령.

검무의 정인, 강이령.

이 모든 건 일장춘몽이었던 것처럼 허망하고 부질없는 과거. 다시는 그런 부귀와 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 같아 커다랗게 뚫린 가슴의 구멍은 쉽게 메워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기억을 지우는 건데…….”

보고 싶어서 미치겠다.

이령은 팔을 감쌌다. 한여름인데도 몸이 시렸다. 한기를 느낀 그녀는 오소소 돋아난 소름을 문지르며 멈추었던 걸음을 뗐다.

몸이 휘청거린다. 구미호의 독에서 벗어났지만 그녀를 지배한 건 또 다른 독이었다.

고독.

고독감은 이령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듯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날숨을 내쉬려고 입술을 벌렸지만 호흡이 뚝 그쳤다.

눈앞에 검무가 있었다.

환영인가?

그녀는 가슴을 감쌌다. 현기증이 날 것처럼 요란하게 뛰는 심장. 그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속도를 올렸다.

닮은 사람이겠지?

이령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림자처럼 달고 다니던 이치와 타래가 보이지 않았다. 닮은 사람이 맞나 보다.

저렇게 닮은 사람도 있다니…….

얼굴에 열이 오를 만큼 북받치는 감정을 손부채질로 달래던 이령은 움찔했다. 그가 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뒷걸음을 걸었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대로 있다간 심장이 버텨내질 못할 거다. 그에게서 벗어나듯 도망치려고 했지만 팔이 잡혔다.

가는 팔을 부스러트릴 기세로 쥔 손은 우악스럽고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앗!”

“우리 만난 적이 있던가?”

검무가 물었다. 당혹감이 짙은 음성은 음산하리만큼 가라앉아 있었다.

“대답해, 우리 만난 적이 있나?”

“어, 없습니다.”

“아니, 우린 만난 적이 있다.”

“노, 놓아 주세요.”

이령은 울먹거렸다. 기억을 잃어버린 그가 그녀를 알아본 게 믿기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싶어 두려움이 앞섰다. 쌍수를 들고 반겨도 모자랄 판에 겁이 나서 도망치고 싶다.

검무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 탓이리라.

그녀가 사랑했던 사내는 이렇게 차갑고 살기 넘치는 분위기로 심장을 오그라지게 하지 않았다. 그는 공포 그 자체로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살육을 저지를 것처럼 무시무시했다.

“너는 누구냐.”

“놓으십시오.”

“누구냐니까!”

“소리를 지르겠습니다!”

“너는 짐을 안다!”

검무는 이령이 팔을 비틀며 도망치려고 하자 손목을 아프게 쥐었다.

“우리, 아는 사이지!”

“착각하신 듯합니다. 모르는 사이입니다. 그러니까 이 손…….”

“여긴 아니라고 하는데!”

검무가 이령의 손으로 자신의 양물을 덮었다. 옹골차게 솟은 남근으로 인해 샅이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세우지 못한 것이 용솟음을 치는 건 한 가지 이유일 거다.

제 기억에도 없고, 자신의 탄신일부터 기록한 사료에는 없으나 부황의 사료(史料)에는 기록돼 있던 폐황후 강이령이라는 그 이유 때문임을.

열한 살 나이에 얻었던 지어미, 강이령.

8장. 천생연분

[“폐하, 황태자 저하의 성욕이 지나치게 강한 것은 심각한 병증이 아니오라 황태자비를 아끼고 마음이 큰 탓이니 존체에는 아무 이상이 없사옵니다. 만일 지나친 파정으로 인해 기력이 쇠할까 저어되신다면 당분간 각방을 써 합궁을 금하는 것을 처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태자의 정력을 걱정하시는 폐하의 근심이 태의의 설명으로 사라졌다. 크게 기뻐하신 폐하께서는 이와 같이 하명하셨다.

“황태자가 정력적인 건 이 아비를 닮은 탓이니 황태자와 황태자비의 합궁에 대하여 일체 논하지 마라!”

무오년 10월 4일 신시(申時:오후 3시부터 5시) 폐하께서 춘추 마흔넷에 승하하셨다.

무오년 10월 5일 오시(午時:오전 11시부터 1시)에 황제 즉위식을 거행하여 황태자 전하께서 황위에 오르셨다. 황후마마는 거처를 황태후전인 공화전으로 옮기셨고 시어머니가 떠난 자리를 황태자비가 메꾸었다. 이로써 황후전의 새 주인의 이름이 강이령으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기록을 찾아내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처가 있었다는 걸 새카맣게 모르고 살았을 터다.

이치나 타래, 노을과 같은 최측근에게 배신감을 느껴 피가 차갑게 식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사료를 찾아냈으니 강이령에 대해서 말하라고 겁박할 수도 없었다.

어머니가 함구령을 내렸거나 자신이 입을 봉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대체 무슨 일로 사이가 좋았던 부부가 갈라서게 된 걸까?

사사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은 그를 미치기 직전까지 몰아갔다. 믿을 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황후, 강이령에 대한 기록을 찾으며 느낀 심장을 도려낸 듯한 통증과 공허함은 황후전의 주인을 찾는데 촉각을 곤두세웠고 결국은 이렇게 찾아냈다.

그 누구도 황후에 대해선 운을 떼지 않았지만 운명이라는 존재하는 것처럼 보자마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제 주인을 알아본 것이다.

“읍, 으읍…….”

검무는 이령의 입술을 거칠게 파고들었다. 거리 한복판에서 알아본 운명을 근처 여관으로 끌고 와 입술부터 겹친 그는 갈급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비벼 댔다.

“폐, 폐하…… 이러지…… 웁.”

“모른다면서 짐이 황제임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건…….”

“너까지 속이려고 하지 마라. 너까지 짐을 외로움의 한데로 내몰지 마.”

검무는 눈물이 고인 눈을 시뻘겋게 태우며 이령의 얼굴을 감쌌다. 제 가슴팍에 닿을 만큼 아담한 체고의 여인은 쌍꺼풀이 크게 진 큰 눈으로 꼭 고양이를 닮아 매력적이었다.

삶은 계란처럼 갸름한 얼굴형은 희고 매끈해 윤기가 흘렀고 아치형을 그리는 눈썹은 완만한 성격임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웠다.

그리고 속눈썹은 또 어찌나 길던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송아지의 속눈썹처럼 숱이 풍성하고 가늘었다.

이 앵두 같은 입술은 또 어떠하랴, 오뚝한 콧방울 아래 똑 떨어진 것은 제철을 맞아 탐스럽게 열려 붉디붉었다.

검무는 정신을 아찔하게 하는 외모를 감상하듯이 훑다가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뭉갰다. 손가락 끝이 찌릿찌릿했다. 그것은 바로 전율이었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정수리를 과격하게 강타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그저 편린에 불과했다.

그는 조각조각 흩어진 기억을 그러모으듯이 이령의 입술을 혀로 벌렸다. 입안 깊숙이 파고든 혀는 과격한 힘을 자랑하듯이 맹렬했다.

목구멍과 입천장, 고른 치열을 훑으며 춤을 추듯이 빠르게 움직이는 혀 놀림에 결국 이령이 무너졌다. 그녀도 애간장을 녹이며 살았던 모양이다. 혀를 팔락거리며 젖가슴을 움켜쥐자 불편함을 소호하듯 그를 밀쳐 내던 손이 옷깃을 잡고 매달렸다.

그는 그녀의 옷을 거침없이 벗겼다. 그녀 역시 그의 옷을 벗기며 깊게 포갠 입술을 핥거나 깨물었다.

“흡!”

순식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육신이 되자 출렁거리는 젖가슴의 정점에 솟아오른 젖꼭지가 잡혔다. 그는 유두를 아플 정도로 세게 꼬집었다.

“아!”

이령이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을 들썩였다. 그는 양 손으로 볼록하게 솟은 유두를 꼬집거나 간질이며 턱에 잇자국을 냈다.

그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 커다란 가슴 사이에 파묻혔다. 그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젖 향에 흠뻑 빠져들었다. 가슴골에서 풍기는 특유의 살 냄새가 좋아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제 분신을 쥐게 했다.

이령이 성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손바닥으로 귀두와 몸통을 빠르게 문지르며 돌처럼 딱딱한 음낭까지 어루만졌다.

튼실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팽팽하게 부푼 남경처럼 핏줄과 힘줄을 세운 허벅지가 파르르 떨릴 때 검무가 젖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쪽쪽 소리를 내 가며 타액을 바르며 입에 힘을 줬다. 모유를 빠는 아이처럼 생사가 달린 양 집요했다.

이령이 다리를 벌렸다. 가랑이 사이가 흠뻑 젖었다. 남근을 쥔 손 역시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랫배를 찌르던 감각이 발가락 끝까지 닿을 때야 뒤꿈치를 들었다.

젖가슴을 앞으로 내민 그녀가 귀두로 음부를 문질렀다. 구불구불하게 꼬인 음모를 헤치며 정점을 자극하던 귀두가 음순까지 내려와 끈적거리는 애액에 범벅이 됐다.

새큼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며 욕망의 절정에 불을 당겼다. 그녀는 신음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남근을 쥐었던 손의 위치를 바꿔 벽을 짚으며 몸의 자세를 틀었다.

허리를 돌리는 것으로 젖가슴이 벽에 밀착됐다. 엉덩이를 뒤로 뺀 그녀는 요염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며 등과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던 피부에 발진이 생긴 듯 빨갛게 익었다. 잇자국을 내며 자신의 흔적을 곳곳에 새긴 그가 허벅지만큼 탄탄한 근육을 자랑하는 가슴으로 그녀의 등을 덮었다.

“읏!”

척추를 훑던 손가락이 질 구멍을 찾았다. 3년 동안 그 어떤 손길도 허락하지 않았던 구멍이 화끈거렸다.

“차갑구나.”

검무가 인상을 구겼다. 구멍 안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왜 이렇게 냉해.”

“오랫동안 비워 둔 탓이겠지요.”

“짐을 기다리면서?”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한들 믿으시겠어요?”

“아니, 못 믿는다.”

검무는 손가락을 뱅뱅 돌리며 질 내벽을 문질렀다. 그녀가 가슴을 벽에 붙이다 말고 어깨를 흔들었다. 젖꼭지가 벽을 스쳤다. 나신이 바싹 움츠릴 만큼 좋았다.

“아아…….”

“좋으냐.”

“예에…….”

“손가락이 좋으냐?”

“예…….”

이령은 숨을 몰아쉬었다. 벽을 짚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발등으로 그의 종아리를 문지르며 교태를 부린 그녀는 눈을 끔뻑거렸다.

“아흣.”

검무가 손가락을 깊숙하게 넣고 돌리다가 볼록하게 솟은 살점을 눌렀다.

“윽!”

이령이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움찔거렸다. 물처럼 흐르는 애액으로 인해 손등이 젖을 때야 손가락을 뺀 그가 귀두를 부드럽게 쥐었다.

그 어떤 화살보다 날카로운 촉이 구멍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녀는 엉덩이를 흔들었다. 음경이 텅 비어 있던 구멍을 빡빡할 정도로 가득 채우자 눈물이 핑 돌았다. 냉기뿐이었던 자궁에 뜨거운 기름을 부은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이령의 뺨이 벽에 붙었다. 목에 준 힘이 풀린 탓이었다. 밤이 긴 겨울, 검무가 떠오른 밤마다 남근처럼 생긴 것을 구해다 쑤셔 볼까, 민망한 생각을 수없이 했었다.

하지만 늘 생각에서 그쳤을 뿐 시도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이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녀는 자궁벽을 밀치며 구멍을 쑤시는 힘과 열기에 감탄하며 신음했다.

“폐하…… 더 깊…… 깊이…….”

이령은 우는 소리로 속삭였다.

“힘, 힘을 더…… 아아, 아!”

교태가 흐르는 눈빛으로 검무를 홀린 그녀가 속도를 올리라며 채근했다.

“폐하…… 아앙.”

엉덩이를 흔들며 요분질을 해 대는 것만으로도 녹아 없어질 것 같은데 이령이 기교를 부렸다.

“아아…… 폐하앙.”

검무가 이령의 유방을 쥐었다. 그녀가 엉덩이를 문지르며 구멍을 조이기 시작한 탓이었다. 오랜만의 합궁은 짐승들이 교미를 하듯이 격렬했다.

이령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엉덩이를 높이 쳐든 그녀가 팔을 앞으로 뻗으며 상체를 숙이자 젖가슴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검무는 골반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삼지창으로 흙바닥을 뚫어 대듯이 반복적인 동작에 힘까지 실어 이령을 압박했다. 그녀가 곧 자지러지기 시작했다.

검무는 이령을 번쩍 들어 침상에 눕혔다. 다리를 벌리고 누운 그녀는 가슴을 들썩거리며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는 그녀의 무릎을 제 어깨에 걸친 후 양물이 넘나들어 뻥 뚫린 질 구멍에 입술을 댔다.

“읍!”

하마터면 비명이 터질 뻔했다. 그녀는 발을 들어 허공에서 동동거렸다. 그가 머리를 흔들며 입술과 혀로 회음부를 강하게 문지르는 바람에 눈앞에 별이 번쩍거렸다.

공알처럼 부풀어 오른 음순을 혀와 손가락으로 동시에 누르자 그녀가 아랫배를 꿀렁거렸다. 그녀는 젖가슴을 그러모으며 턱에 닿은 유두를 입술로 간질였다.

엉덩이가 저절로 들렸다. 그의 어깨를 짓밟듯이 밟고 올라선 그녀가 어쩔 줄 몰라하자 단단한 양물이 단박에 찌르고 들어와 자세를 잡았다.

이령은 이불을 쥐었다. 손목에 힘을 주며 좌우로 비틀어 댈 때 검무가 치대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떠받힌 후 유연하게 움직였다.

최상의 상태로 발기한 남성은 창과 같았다. 그녀의 몸을 관통할 기세로 아랫도리를 돌리며 땀방울을 흩뿌렸다.

실눈을 뜬 이령은 숨을 헐떡거리며 검무를 올려다보았다. 넓은 어깨에 걸친 종아리를 감싼 손과 침을 바르는 혀가 뱀 같았다.

그 뱀은 교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된 듯 정력을 과시했고 그녀는 절정의 문턱을 오르고 있었다.

“하읍!”

이령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오줌 줄기가 천장을 향해 솟구쳤다. 노란 빛깔이 선명한 물줄기가 포물선을 그리다가 검무의 얼굴과 가슴을 적셨다. 하지만 이전처럼 창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됐다. 그건 검무도 마찬가지인 듯 입가에 튄 오줌을 혀로 핥으며 미쳐 날뛰었다.

색정에 빠진 짐승은 좆질에 푹 빠져 음부를 뽑아 버릴 기세로 몰아쳤다. 오줌과 애액이 뒤엉켜 미끄덩거렸다.

좆을 꽂았다가 뺄 때마다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왔지만 싫지 않았다. 그 어떤 연주곡보다 심금을 울렸다. 천박해진 좆과 보지가 만나야지만 비로써 황홀한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무릎에 손가락 자국이 하얗게 남도록 힘을 주며 젖 먹던 힘을 쥐어짰다. 자궁 안쪽부터 보드라운 맛이 사라질 만큼 빡빡하게 조였다.

“읍!”

검무가 입술을 깨물었다. 북을 울리듯 허벅지와 하복부가 부르르 떨렸다. 고개를 뒤로 젖힌 그는 자신의 분신을 터트릴 기세로 오므라지는 구멍에 자신을 쏟아 부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 씨물로 인해 가들막하게 채워진다.

검무는 천장을 바라보며 입술을 벌렸다. 내내 참고 있었던 숨을 허공에 흩뿌린 그는 가슴을 들썩거렸다. 머리카락이 젖었다. 얼굴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치 세수를 한 것 같았다. 목을 타고 흐르던 땀이 가슴과 복근을 지나 그녀의 배꼽에 떨어져 고였다.

“읍!”

이령은 부르르 떨었다. 새털처럼 가벼운 땀방울이 떨어져도 합궁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살갗이 떨렸다.

검무가 이령의 옆에 쓰러져 누웠다. 그녀에 자신의 전부를 갈아 넣듯이 씨물을 토할 때 봉인됐던 기억이 돌아왔다. 그것은 마치 별똥별 같았다.

처음엔 작은 파편이 눈앞에 펼쳐졌다. 첫 만남부터 독약을 내리던 그 순간까지는 손톱만 한 크기의 조각에 불과했다. 하지만 개화궁의 문이 열리는 그 순간 번쩍거리는 불빛으로 인해 눈이 시렸다. 그때부터 사라진 기억이 그의 몸에 흡수되듯이 달려들었다.

부끄럽고 미안해서 기억을 되찾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미안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는 팔을 올려 눈을 가렸다. 울음이 터지려고 한다.

젠장.

검무가 콧구멍을 벌렸다가 우므리며 북받쳐 오른 감정을 삼키려고 애를 쓰는 사이 이령이 몸을 일으켰다.

이령은 검무를 걱정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땀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것은 눈물이었다. 저렇게 많은 양의 땀이 눈에서 흐를 리 없었다.

“폐하…….”

혹시 기억이 돌아온 건가?

이령은 검무의 팔을 조심스레 밀었다. 속눈썹을 적신 검무가 울고 있었다.

“3년은 너무 길었다.”

기억이 돌아왔구나.

이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뭉텅 잘려 나간 것 같은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 몸은 분명히 은애하는 이를 기억하는데 머릿속과 마음은 텅 비어 미치기 직전이었어.”

“폐하…….”

“사료를 뒤적거리며 너의 행적을 찾았다. 하지만 강이령이 누군지 알 수가 있어야지. 어마마마의 개가 된 벗에게도 화가 났다. 지금도 화가 나서 못 견디겠어. 어떻게 두 번이나 속일 수 있느냐.”

“폐하가 소중하니까요.”

“소중해!”

검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폐하가 슬퍼하는 건 모두가 바라지 않아요. 그 마음을 아시잖아요.”

“모른다!”

“토라지신 거예요?”

“너도 마찬가지야, 네 어찌 내 기억을 지워 달라고 하여 먼 길을 돌아오게 하느냐!”

검무가 다그치자 의연한 표정으로 대하던 이령이 눈시울을 붉혔다. 목구멍이 콱 막힐 만큼 뜨거운 감정이 들끓었다.

“저…… 저도 그렇게 잔인한 일인지 몰랐어요. 그땐 감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단 말이에요.”

“왜 몰라, 왜 네 자신을 챙기지 않는 게야!”

“사랑하니까.”

이령의 대답에 울컥한 검무가 좁은 어깨를 힘껏 안았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눈물만 떨궜다.

“다시는 상처내지 않을 거야,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거야.”

“폐하…….”

“너만 사랑하느냐, 너만 소중한 줄 아느냐! 얼마나 그리웠지 아느냐!”

검무는 어린아이처럼 통곡했다. 이령은 그의 등을 어루만지며 토닥거렸다.

“우리 폐하…… 이제 보니까 열한 살 소년으로 돌아가셨네요.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는 걸 보면.”

“이령아……, 이령아…… 나의 이령아…….”

검무는 이령의 이름을 부르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쳤다.

“예, 폐하의 이령이 여기 있어요. 폐하의 품에 있어요.”

이령도 검무처럼 눈물을 흘리며 넓은 등을 꼭 끌어안았다.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깍지를 낀 손에 힘을 준 그녀는 저만의 낭군님을 끌어당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