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track 4. 이것은 팬픽이 아닙니다.
“하. 이대로 끝이라고? 어? 진심?”
여민찬은 몹시 황당한 얼굴로 뒷장을 넘겨 보며 누가 찢어먹었나 토끼가 갉아 먹었나 살펴 보았다. 찢어 먹은 흔적도, 토끼가 갉아 먹은 흔적도 없었다. 진짜 이대로 끝인 모양이었다.
“아니! 기억도 안 돌아왔는데 이대로 끝이라고! 와- 나 어이가 없네!”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 보이는 남자를 향해,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중얼거린 준희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요점은, 내가 형을 좋아하는 증거가 없다는 거네.”
“아?”
황당해하던 여민찬은 맹해진 얼굴로 되물었다. 어째서 결론이 그렇게 나는 건지? 싶었다. 그러나 준희는 여전히 뾰로통한 얼굴로 주절거렸다.
“참나. 가슴을 열어서 보여 줄 수도 없고.”
언젠가 제가 했던 소리를 고대로 따라 하고 있는 녀석을 보며 픽, 하고 웃음을 터트린 민찬은 짐짓 삐진 척을 하고 있는 녀석의 어깨를 밀어 눕히고 올라갔다.
“왜 못 보여줘? 보여 주면 되지.”
그리고 준희의 윗도리를 훌렁 올렸다. 가슴을 활짝 열어놓고 말했다.
“나 좋아한다는 증거 여기 있는데? 두 개나 있는데? 내가 만져 주니까 곧장 요렇게나 통통해지는데? 이 정도면 나 되게 좋아하는 거 아닌가?”
젖꼭지 두 개를 꼭 잡아 올리면서 하는 능글맞은 소리에 킬킬거리며 몸을 비꼬던 준희가 물었다.
“형은 알지? 내가 형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 알지.”
그리 말하며 민찬은 상체를 내렸다. 양손을 걸라고 해도 주저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하게 아끼는 이 녀석 또한 자신을 무척 좋아한다는, 매우 사랑한다는 증거물 두 개 중에 한 놈을 한껏 물고 빨아 주었다.
오싹하게 번지는 쾌감에 실성한 놈처럼 웃던 준희는, 제 가슴을 열심히 빨아 주고 있는 남자의 두 귀를 애정이 가득 담긴 손길로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나중에… 흐읍…, 혹시나 초로기 치매 같은 거 와서… 하 좋아…, 기억이 없어져도…, 절대로 나 잊어버리면 안 돼….”
치매면 치매지 초록이 치매는 또 뭔가 싶었지만, 일단 민찬은 끄덕끄덕하면서 대답했다. 알겠다고. 절대 안 잊어버리겠다고.
대답 참 쉽게 하는 남자를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젓다가 말고 툭 웃어버린 준희는, 자꾸만 깊어지는 생각을 던져버리고 열락 속에 몸을 맡겼다. 굳이 참지 않고 신음했다. 자신을 하나의 인간으로 온전하게 만들어 주고 있으니 제 반쪽임이 분명한 사랑스러운 남자의 몸을, 자꾸만 곱아드는 손으로 쓰다듬고 끌어안고 또 어루만졌다.
얼마나 좋아하며 또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질적인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많이 좋아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준희는 제 목소리와 제 온몸으로 말하고, 말하고, 말하고, 또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정말 사랑해.
눈먼 고래의 노래 외전 완결.
(J공금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