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무시무시한 양감에 시작도 전에 기가 질렸다. 정해준은 숱하게 내 아랫도리를 물고 빨았던 걸 알지만, 마음가짐과 달리 꺼려지는 건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물리적 압박감 때문이었다. 망설이는 사이 뒤통수를 누르고 있던 손이 깔끔하게 떨어졌다.
“싫으면 그만둬.”
“…….”
신체를 제압하던 손바닥이 머물렀던 자리에는 체온과 체온이 더해졌던 열기만이 남았다. 서서히 식어 가는 목덜미가 오싹오싹 떨려 왔다. 여기서 물러나면 정말 끝이겠지. 절박한 초조함이 비이성적인 갈망을 불러왔다.
촉.
입술과 선단의 가벼운 접촉과 함께 일순 차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나른한 신음을 뱉은 정해준이 내가 성기를 좀 더 삼키기 쉽게 상체를 뒤로 젖혀 공간을 내주었다. 입맞춤과 동시에 귀두 끝에서 투명한 액이 동그랗게 솟았다. 정해준의 체향을 밀어 내고 물씬 풍겨 오는 원초적인 냄새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절로 멍하니 벌어진 입술을 비집고 어린아이 주먹을 연상시키는 살덩이가 불쑥 들어온 건 삽시간이었다.
“우음, 읍……!”
“하아…….”
들숨과 날숨이 교차했다. 콱 틀어 막히는 소리와 만족감 섞인 신음이 엇갈린 가운데 무심결에 시선을 올렸다가 나른하게 내리뜬 눈동자에 담긴 나와 마주쳤다. 두툼한 살덩이를 입에 물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내 모습과.
당연히 입으로 남성의 성기를 애무하는 건 처음이었다. 남근이 아니라 이만한 크기의 덩어리 자체를 머금어 본 적이 없었다. 서투를 수밖에 없는데, 5년간의 공백을 들킬까 저어됐다. 처음인 걸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얼른 고개를 상하로 움직였다.
입 안쪽의 연한 점막과 단단하게 발기한 표피가 연신 문질러지며 상스러운 마찰음이 울렸다.
“맛있어?”
강아지를 쓰다듬듯 내 정수리를 어루만지며 정해준이 골반을 슬쩍 띄웠다. 뿌리까지 삼키라는 듯.
절반을 담기에도 버거운 크기였지만 꾸역꾸역 삼켰다. 탐욕스러워 보일까.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이런 식으로 입에 욱여넣은 적은 없었다.
“읍, 우음……!”
쾌감이 일방적으로 흐르는 행위였다. 여러모로 대조적이었다. 헐떡이는 개처럼 혀를 길게 빼물고 있는 나와 달리 젖힌 고개를 헤드레스트에 기대어 습하고 축축한 입 안쪽을 음미하는 정해준은.
그저 눈앞이 아뜩했다. 벌어진 턱이 뻐근하다 못해 이제는 감각이 없었다. 고갯짓이 이어질수록 호흡이 점차 흐트러졌다.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타액이 입가로 줄줄 흘렀다. 정해준의 음모에 방울방울 맺힌 타액을 확인하고서야 내가 허벅지에 엎드리다시피 코를 박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상체를 운전석 쪽으로 튼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 뜨겁고 울퉁불퉁한 성기를 물고 있는 게 고작인데, 정해준은 보다 강한 자극을 원했다. 정수리를 쓰다듬던 손이 어느새 내 뒷목으로 옮겨갔다. 공을 튕기듯 약간의 힘을 가해 가볍게 손목을 흔들었다. 부드러운 반동과 함께 입 안에 박혀 있던 기둥이 성교와 같은 모양새로 드나들었다.
“음, 아음, 음, 읍…….”
기둥을 감싼 입술에 열이 올랐다. 마찰이 지속될수록 입 속의 살덩이가 팽팽하게 부푸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빠른 출납을 감당할 수 없어 어느 순간부터는 얼떨떨하게 입을 벌리고만 있었다. 이따금 멍청한 신음이 끊임없이 솟구치는 타액처럼 질척하게 흘러내렸다.
“흐…….”
온통 먹먹한 가운데 단단한 살 기둥에 납작하게 눌린 혀만이 기민하게 제 위를 오가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다. 귀두 밑 세로로 빳빳하게 당겨진 소대나, 유난히 도드라진 힘줄 같은 것들을.
와중에 버섯의 갓 같은 귀두의 둘레가 입술에 턱턱 걸려 왔다. 반사적으로 입술을 오므리길 반복했다. 놓치기라도 하면 큰일 날 것처럼 악착같이 물어 오는 입술에 잠시 뒷머리를 잡은 손에 힘을 푼 정해준이 피식, 조소를 흘렸다.
“잘 먹네.”
잠깐 주어진 틈을 타 급하게 침을 삼켰다. 입 안에 가득 고인 타액과 함께 반쯤 물고 있던 성기가 목구멍으로 쑤욱 빨려 들어왔다.
“크흡, 큿…….”
곧장 목젖을 치받은 살덩이에 밭은기침이 터졌다. 고통스럽게 학학 숨을 몰아쉬는 동안에도 흉흉한 성기는 여전히 푹 꽂힌 채였다. 이상하게 정해준의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렇게나 괴로워하는데 미동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정해준을.
“하아, 하…….”
불규칙한 호흡을 고르며 두 눈동자를 천천히 끌어올리다가 무감한 눈초리에 흠칫 놀라 도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어쩌다 들어 버린 실소와 가쁜 숨소리에 같이 흥분했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따분한 표정일 줄 모르고.
“빨리 끝내 줬으면 좋겠는데.”
마치 내키지는 않지만 발기했으니 어쩔 수 없이 사정을 기다린다는 투였다. 슬슬 지겨워지려 한다고, 분발해 보라는 비웃음 섞인 주문에 입이 말랐다. 분명 입 안에 타액이 그득한데도 목이 타 습관처럼 혀로 입술을 축였다.
아니, 축이려 했다. 과시하듯 들어차 있는 성기가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본의 아니게 성기 둘레를 할짝거린 꼴이 됐다. 당황해 혀를 물리다 기둥을 길게 쓸어올린 순간, 뒷덜미를 움켜쥔 손아귀의 힘이 거세졌다.
“읍, 아읍!”
혼이 나갈 것처럼 흔들렸다. 자세나 장소 같은 건 많이 배려해 줬지만, 본격적으로 제 욕구를 풀 땐 원래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쑤셔 박아 대던 걸 뒤늦게 떠올렸다. 지루하던 낯을 납득한 것과 별개로 수치심에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후…….”
달랑거리던 눈물이 뚝 떨어져 이미 음모를 흠뻑 적시고 있던 타액과 섞여 흔적을 찾을 수 없어진 순간, 정해준이 호흡을 길게 뱉어 내며 느긋하게 토정했다. 다소 물러진 살덩이가 느릿느릿 뽑혀 나갔다.
“흐읏.”
생소한 감각에 몸을 떨자 성기의 끝을 아랫입술에 걸쳐놓은 정해준이 남은 정액을 짜내듯 기둥 중간을 쥐고 슬쩍 문질렀다. 가벼운 손짓에 흔들린 성기가 툭툭, 둔중하게 아랫입술을 때렸다. 그게 신호라도 된 듯 무뎌진 감각이 빠르게 회복됐다.
뿌옇게 고인 정액에 잠겨 미끄러지는 혀, 질식할 것 같은 수컷의 냄새, 부어오른 입술의 열감…….
자극이 일시에 몰아쳐 도리어 마비될 것 같은 가운데 줄곧 벌어져 있던 턱관절만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문득 내 뾰족한 턱 끝에 닿은 정해준의 손가락이 힘들이지 않고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진로가 막힌 정액은 자연히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안에 든 정액 덩어리를 삼키느라 오르내리는 목울대를 지켜보던 정해준이 내 뺨을 톡톡 두드리며 평했다.
“꽤 하네. 이도 안 세우고.”
티슈를 빼낸 정해준이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성기를 닦아 내고 옷을 입으며 비어져 나온 셔츠를 정리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말끔해진 모습에 현실감이 없었다.
“이렇게 잘 빠는 줄 알았음 진작 시킬 걸 그랬다. 그땐 네가 하도 내숭을 떨어서 무슨 고귀한 성녀라도 되는 줄 알았거든.”
“…….”
“종종 보자.”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정해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갈비뼈 틈을 찾아 쑤석거리는 것만 같다. 일부러 퍼붓는 독설은 아니었다. 담담하고 냉철한 진심이었다.
“그럼 네 말대로 넘어갈지도 모르잖아.”
물론 그럴 일은 없다는 듯, 정해준이 비스듬히 웃었다. 제가 뱉어 놓고도 어이없어 흘린 그 웃음에 속이 무참해져 고개를 돌렸다.
따끔거리는 목구멍이 자극 때문인지, 아픈 속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
머릿속이 복잡했다. 승아의 몸에 지속적으로 생기는 두드러기 때문에 찾은 피부과에서 의사가 난색을 표했다. 단순한 피부병인 줄 알았는데, 두드러기가 아니라 자반, 혹은 점상 출혈로 보인다고.
‘아이 몸에 자주 이유 없이 멍이 생기진 않았나요?’
의사의 질문에 뭐에 얻어맞은 듯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부랴부랴 종합병원을 예약해 놓았지만, 대기가 길었다. 만약 큰 병이면 어떡하지. 승아의 증상으로 검색한 병명과 그에 따른 치료는 하나같이 무시무시해서 제발 아니기만을 간절히 비는 수밖에 없었다.
와중에 혹 유전력이 있는지 궁금해 김성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승아를 내놓으라고 막무가내로 찾아와 깽판 치던 때와 달리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어린 시절에 두드러기나 멍이 자주 생겼었냐는 추궁에 그런 건 왜 묻냐는 말만 반복하며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치료비가 많이 드는 병이냐고 슬쩍 떠보는 걸 보니, 혹 병원비가 제 몫이 될까 봐 꺼리는 속내가 훤했다. 한심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그만큼 책임감 있는 인간이었으면 내가 승아를 떠맡는 일도 없었을 테니. 결국 김성철과의 통화는 아무 소득 없이 끝이 났다.
어렸을 적 이소원의 피부에 승아와 같은 자반이나 멍이 있었던 적은 내 기억에 없었다. 자라서도 사춘기에 여드름 한 번 나지 않았던 게 이소원의 자랑이었기 때문에 그건 분명했다. 그래서 이소원에겐 따로 연락하지 않았는데, 그게 화근이 됐다.
“이해원 씨, 전화 받아 봐요. 1번.”
“네.”
연구팀의 전화는 영업팀과 달리 여간해선 울리는 일이 드물었다. 보고서의 수치가 잘못됐나? 단위를 실수했다거나, 하는 식의 있을 법한 문의를 예상하며 전화를 받았다가 씩씩대며 따져 대는 이소원의 생떼에 경악했다.
-야! 이해원! 너 미쳤어? 뭔데 오빠한테 마음대로 전화질이야? 언젠 연락 오지 않게 해 달라며? 그런데 너는 왜 먼저 연락하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