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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과-20화 (20/77)

20화

으음, 만족감 섞인 나른한 한숨이 물린 혀를 타고 목구멍으로 넘어 들어왔다.

“읍, 아읍!”

위고 아래고 정해준에게 먹힌 채 허우적거렸다. 어딘가 찢어진 것 같았다. 아니, 찢어진 게 분명했다. 쓰라린 통증에 호흡이 마구 엉키자 고개를 뗀 정해준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내 머리카락을 떼어 넘겼다. 몰랐는데 이마가 식은땀에 푹 젖어 있었다. 불에 덴 듯 아랫배가 온통 화끈거려서 끙끙 앓았다.

가만히 눈가를 훔쳐 준 정해준의 엄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꼴사납게 울기까지 했나 보다. 더 진입하지 않고 반쯤 박힌 성기를 묻어 둔 채 정해준이 적응할 시간을 줬다.

“뺄까.”

내 뜻대로 하겠다는 부드러운 권유였다. 당장 고개를 끄덕여도 서운한 내색 않을 정해준이었다. 그러고 나서 차근히 옷을 꿰어 입히고 따뜻한 차라도 내올 거다. 그전에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 줄 수도 있겠지. 정해준의 담담한 기다림에 오히려 아쉬워진 건 나였다.

아팠다. 정말 까무러치고 싶을 만큼 아픈데, 싫지 않았다. 드디어 우리가 하나로 이어졌다는 게. 빈틈없이 맞붙은 몸만큼 우리의 사랑의 완벽한 증거가 또 있을까.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정해준과 완전히 맞물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뿌듯했다. 정해준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서. 삽입과 동시에 정해준의 두 눈에 피어오르는 쾌감을 이미 보아 버렸으니까.

“아니.”

자제하는 정해준의 등을 훅 떠밀었다. 중도에 그만둘 마지막 기회를 차 버린 나를 내려다보며 정해준이 더없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너랑…….”

자기는 괜찮다고, 내가 우선이라고 달래는 정해준의 어깨를 그러안고 속삭였다.

“끝까지 닿고 싶어.”

“…….”

팔 안쪽에 닿은 정해준의 목덜미가 딱딱하게 경직됐다. 왜……? 뭐가 잘못됐나? 어쩐지 무서워 보이는 표정에 흠칫 놀란 것도 잠시.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탁 터트린 정해준이 단박에 짓쳐들었다.

“아, 아아!”

밀려드는 게 남근이 아닌 무지막지한 흉기 같았다. 흉기가 아니라면 이리 몸을 반으로 쪼개 놓을 리 없었다. 드디어 성기 전체를 물려 놓은 정해준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고개를 젖혀 신음했다.

“음.”

정해준의 물기 어린 외마디에 짙은 쾌감이 서려 있었다.

“좋다, 해원아.”

“흣…….”

빠듯이 차오른 건 아래쪽인데 어째 명치부터 목 끝이 묵직했다. 버겁다 못해 속이 울렁거렸다. 빨갛게 열 오른 눈알이 핑그르르 돌며 눈물을 자아냈다.

“빼…….”

도리질 치며 방금 전의 나를 부정했다.

“빼, 줘…….”

하으으, 앓으며 애원했다.

“아파, 아, 해준아, 아파…….”

급기야는 엉엉 우는 나에게 보란 듯 허리를 추켜올려 아예 콱 뿌리를 내린 정해준이 불길하게 웃었다.

“이해원한테 미움받긴 싫은데 어쩌나.”

한없이 다정한 말투로, 허리 아래는 못되게 굴었다. 느릿느릿 빠져나갔다가 갑자기 쿵 처박히길 반복했다. 아, 아읏, 아! 내 것 같지 않은 새된 신음이 탁탁 부딪치는 마찰음에 섞여 야하게 울려 퍼졌다.

“그러게 진작 기회 줄 때 내뺐어야지.”

순 내 탓으로 돌리며 정해준이 상체를 굽혔다. 뿌리 끝까지 박아 놓은 아래처럼 혀 또한 뿌리 내릴 곳을 찾듯 살갗을 탐지했다. 갈비뼈를 세며 뾰족하게 세워 올라온 혀가 꽃받침처럼 펴진 유륜을 살살 굴리다 그 위에 얹힌 봉오리를 감아올렸다. 야릇한 감각에 달아오른 것도 잠시, 잇새에 끼워진 젖꼭지가 사정없이 깨물렸다.

“흐읏!”

자극이 너무 심해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온몸이 펄쩍 뛰었다. 가슴 끝에서 시작된 짜릿짜릿한 떨림이 아랫배를 자르르, 울렸다.

“해준, 흑, 아…….”

간절한 부름에 대답 대신 성기를 푹 쑤셔 박은 정해준이 심하게 빨려 새빨갛게 독 오른 젖꼭지를 놔주고 서늘하게 뇌까렸다.

“이걸 안 하고 그동안 어떻게 배겼지.”

억울해 못 견디겠다는 듯, 다시 고개를 내린 정해준이 이번엔 빗장뼈를 잘게 물어뜯었다. 와중에도 아래는 착실히 푹, 푹, 구멍을 쑤셔 댔다. 질컥질컥, 낯부끄러운 마찰음과 함께 허벅지 안쪽이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분명 담고 있는 것만도 빠듯했는데, 언제까지고 빈틈없이 맞물려 옴짝달싹 못 할 줄만 알았는데 수월하게 드나드는 남근이 신기하면서도 기가 질렸다.

“음, 아음…….”

목덜미를 달게 빨던 입술이 어느새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 이어 진한 입맞춤이 이어졌다.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든 혀가 기다렸다는 듯 안을 쑤셨다. 아랫도리를 헤집어 놓는 성기와 꼭 같은 움직임이었다.

아래고 위고 휘저어지는 감각에 눈앞이 아득하게 번졌다. 통 자세를 잡지 못하고 난잡한 모양새로 벌어져 거추장스럽게 흔들리는 양다리를 잡아 발목을 제 어깨에 걸친 정해준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들어 댔다.

몸뚱이가 반으로 접힌 채 거친 허리 놀림을 받아 냈다. 흐, 아, 윽! 신음 소리는 뽑힐 듯 빨리는 혀와 함께 정해준에게 남김없이 먹혔다. 때론 강하게, 때론 느리게, 강약을 조절하며 정해준은 끝없이 속살을 갈랐다.

“으응!”

갑자기 눈이 부릅떠진 건 줄기차게 안을 긁어내리던 끄트머리가 배꼽 언저리에 조금 못 미치는 부근을 찔렀을 때였다. 확연히 다른 반응에 정해준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반응을 살피며 집요하게 같은 곳을 찍어 올렸다.

“아, 읏, 아응!”

아랫배가 징징 울렸다. 이 떨림은 기대일까, 두려움일까. 질구가 쥐어짜 내듯 움찔움찔 수축할 때마다 머릿속에 열기가 훅훅 들어찼다.

터질 것 같아.

뇌가 한계까지 부푼 풍선처럼 팽창했다고 느낀 순간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높은 하늘에 고속으로 끌어 올려진 것처럼 멀미가 일었다. 무서운 기분에 여기가 어디라는 것도 잊고 비명을 내질렀다.

“흐아아, 아아! 앙!”

한껏 격양된 신음을 절정의 예고로 받아들인 정해준이 상체를 곧게 세우곤 세차게 허리를 치댔다. 안 돼, 더는, 아, 안 돼. 정신이 망가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느껴 울었다. 극치감은 날카로운 통각과 함께 찾아왔다.

“하으읏!”

큰 활처럼 정수리부터 꼬리뼈까지 등허리가 휘었다. 뒤집힌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동시에 무언가가 내 안에서 펑펑 터져 나갔다. 왈칵, 조여드는 질벽을 단단하게 압박하던 성기가 한층 더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생생했다.

“아아!”

감당할 수 없는 쾌감에 흠뻑 절어 되는 대로 울어 댔다. 이어 큿, 억눌린 신음과 함께 정해준이 사정했다. 무너지듯 일그러진 낯이 지나치게 뇌쇄적이었다. 눈 깜박이는 것도 잊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랫배를 긁어내리는 진득한 감각에 허리를 뒤챘다.

“읏…….”

정액을 남김없이 쏟아 낸 정해준이 천천히 성기를 빼내고 있었다. 느릿하고 조심스러웠는데도 절정의 여운이 진하게 남은 내벽에는 자극이 심했다. 그렇다 한들 몸서리칠 기운도 없어 맥없이 늘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게 몸이 무거운데 이상하게도 기분은 상쾌했다.

온몸이 나른한 탓인지 졸음이 몰려왔다. 꿈결처럼 아스라한 기분에 잠겨 성기에서 빼낸 콘돔을 묶어 버리는 정해준을 구경했다.

우리가 섹스를 하다니. 증거가 정해준의 손에 들려 있는데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진짠가?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음부를 무심코 더듬었다. 무언가를 야무지게 씹듯 오물오물 움직이던 질구가 손가락을 물어 왔다.

“아…….”

꼭 살아 있는 것 같잖아. 이상한 기분에 손가락을 떼다가 그 모양을 내려다보던 정해준과 눈이 마주쳤다. 따스한 물에 잠긴 듯한 시선이었다.

“나 처음이었어.”

정해준이 당연한 소릴 진지하게 했다. ……아닌가?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자꾸 나의 처음만을 강조했던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 기분으로 쳐다보자 “아, 바보같이.”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탓한 정해준이 고쳐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은, 내 마지막도 다 네 거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아아, 달콤해라. 정해준의 고백을 기꺼이 삼켰다. 든든한 품에 안겨 고개를 젖히고 입술을 맞추며 흘러드는 타액을 꿀처럼 빨았다.

생에 이처럼 충만한 순간이 있었나.

벅찬 기분도 잠시. 한 가지 의문이 일었다.

“왜……이렇게 잘해? 처음이라며.”

“잘하는 것 같아?”

정해준이 쾌활하게 웃었다.

“좋았나 보네. 음, 또 하고 싶어?”

“아, 아니……!”

소스라치게 놀라자 정해준의 눈매에 서운함이 걸렸다. 슬쩍 처진 눈꼬리에 얼른 도리질 쳤다.

“그게 아니라, 하, 하고는 싶은데 너무 힘……들어서.”

“그래.”

처음이니 봐주겠다며 너른 아량을 베푼 정해준이 옆구리를 가만가만 쓸어내리며 설명했다.

“심상 훈련이라는 게 있어. 실제로 부상으로 오랫동안 운동을 할 수 없던 골프 선수가 상상 속에서 홀을 다 돌았더니 복귀 후에 실력이 향상됐다는 경우도 있었고. 상상이 자세하고 구체적일수록 효과가 좋대.”

그렇구나.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이 얘기는 왜 나온 것일까,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려 애썼다. 그러다 엉덩이 위쪽을 찌르는 단단하고도 뭉툭한 열기에 놀라 흠칫 굳고 말았다.

“나도 매일 같이 심상 훈련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

“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상대로 야한 생각 했다는 걸 심상 훈련이란 말로 잘도 포장한 정해준이 붙여 둔 아래를 뭉근히 돌리기 시작했다. 어이없게도 갈라진 틈의 시작점인 돌기를 중심으로 아랫배가 저릿저릿 울리기 시작했다.

“봐, 봐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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