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낙과-19화 (19/77)

19화

“어……?”

“네 말대로 내 손이 워낙 커야지. 네 손가락이면 괜찮을 거야.”

대단히 봐주는 양 말하고 있지만, 뭐가 괜찮은지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구멍…… 안쪽을 스스로 찌르는 건 너무 이상했다. 그런 모습을 정해준에게 가감 없이 보여 주는 것도, 한순간이라도 놓칠세라 뚫어져라 보고 있을 정해준도.

집요하게 눈을 빛낼 정해준을 머릿속으로 그리자 문득 배꼽 언저리가 콱 조여들었다. 다시금 안쪽에서 미온의 액체가 왈칵 솟구치는 느낌에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변명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한 번도 해 본 적 없단 말이야.”

“그럼 어쩔 수 없지.”

심상하게 중얼거린 정해준이 다시 손을 대고 꾹 눌렀다. 무르익은 과실처럼 함빡 배어 나온 즙에 몹시도 겨워하면서.

부끄러움에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중 한 손은 정해준에게 끌려 내려갔다. 곱슬곱슬한 음모가 손바닥을 스치는 감각에 흠칫 놀란 것도 잠시, 물기를 촉촉하게 머금은 동그란 살점이 손끝에 닿아 몸을 떨었다.

“아…….”

얼른 손을 떼려 했지만, 강한 악력이 손등을 꾹 눌렀다.

“괜찮아. 해 봐, 해원아.”

“못, 못 해. 안 돼, 그런 거…….”

“못하는구나.”

이번에도 정해준은 순순히 물러나 주었다. 더 나은 대안이 있다는 듯이. 어쨌거나 한고비 넘겼구나 싶어 안심하다가 손가락과는 다른 뭉툭한 것이 닿는 느낌에 아래를 확인했다가 경악했다. 가랑이 사이에 처박았다 올린 정해준의 코끝이 애액에 젖어 반들거리고 있었다.

“여기 냄새, 하, 미치게 좋아.”

“아, 안 돼, 해준아, 그러지 마, 안 돼, 잠깐, 아! 아아……!”

뜨겁고 습한 혀가 느릿하게 음순을 갈랐다. 깊이, 깊이, 탐욕스럽게도 파고들었다.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둑 터지듯 쏟아지는 느낌이 났다. 안쪽에 고인 액을 남김없이 끌어낼 기세로 혀가 구멍을 헤집었다.

“해준, 아, 흑……!”

말도 안 돼, 이런 거.

연신 샘을 퍼 올리듯 혀가 꿈틀거리며 내벽을 쿡쿡 찍을 때마다 움찔움찔 허리가 튀었다. 뜨겁게 쏟아진 더운 숨과 단단한 코끝이 예민한 정점을 사정없이 비벼 댔다. 급기야는 음순의 시작점을 물고 쪽쪽 빨아 댔다.

아, 아아!

예민한 정점이 입술에 눌리고 혀에 문질리는 감각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내 것 같지 않은 새된 신음이 연신 허공으로 쏘아졌다.

“흐흑…….”

흐느끼는 소리에 고개를 뗀 정해준이 젖은 입가를 혀로 핥았다. 요사스럽게 움직이는 빨간 혀를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자 질척거리는 입구에 다시 손가락을 갖다 댔다.

“으, 읏…….”

지레 겁먹고 움츠렸으나 어찌 된 셈인지 손가락이 쑤욱 미끄러져 들어왔다. 동시에 안에 고여 있던 게 분명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려 허벅지를 미지근하게 적셨다.

“이렇게 흠뻑 젖어 있는 줄도 모르고.”

거보라며 만족스럽게 웃은 정해준이 연신 손가락을 미끄러트렸다. 속절없이 할딱거렸다. 장하다, 우리 해원이. 달램인지 칭찬인지 모르도록 어르며 정해준이 손가락을 두 개로 늘렸다. 또 다른 감각에 허리를 틀어 빠져나가려 했으나 도리어 정해준의 손에 아랫도리를 비비는 꼴만 되고 말았다.

“착해라.”

분명 놀리는 투였는데도 다정한 한마디에 갑자기 용기가 솟았다. 늘린 손가락에 자신감도 붙었다. 이물감은 여전히 생경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딴엔 대담하게 속삭였다.

“준비된, 것 같아.”

“아직인 것 같은데.”

내벽을 세심히 촉진하며 정해준이 안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용기는 가상하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듯. 조금, 마음이 상했다. 약간은 얄밉기도 했다.

뭐야. 왜 혼자 여유로운데. 나는 자기 몸에 손도 못 대고 있는데. 제멋대로 내 몸 구석구석을 누비는 정해준의 손길에 홀로 흥분한 것조차 서러웠다.

“나만, 긴장한 것 같아.”

얼마간 억울한 기분으로 정해준을 밀어 냈다. 내가 못 하면 너도 못 해야지, 심술이 담긴 내 손을 쥐어 제 어깨에서 떼어 놓은 정해준이 손등에 입술을 맞췄다.

“나도 엄청 긴장하고 있어.”

“정말……?”

아닌 것 같은데. 긴장은커녕 웃음기가 슬며시 어린 저 눈가는 뭐란 말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에 정해준이 말캉한 입술의 감촉이 남은 손을 끌고 아래로 가져다 댔다.

“이거 봐. 긴장해서 바짝 섰잖아.”

“아, 진짜…….”

역시 놀리는 게 맞았다. 울상이 된 것과 별개로 부지런히 안을 문질러 대는 정해준의 손가락 덕에 아래는 착실하게 젖어 가고 있었다. 진짜, 이제는 진짜 될 것 같은데.

“해준아…….”

이번에도 정해준은 단호했다. 푹푹, 안을 찔러 대는 손가락은 거칠기만 한데, 달래는 음성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처음이잖아. 너 다치게 하기 싫어.”

아래에만 열기가 고이는 게 아니었다. 자꾸만 눈알이 뜨거웠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개구지게 눈을 찡그려 웃는 정해준이 잡혔다.

“그래야 또 하자고 조르지.”

“아…….”

모르겠어, 뭐가 뭔지. 자꾸만 눈앞이 하얗게 번지려 해서 학, 학, 숨을 몰아가며 버텼는데 다시 가슴에 고개를 묻은 정해준이 젖먹이처럼 가슴을 쭉쭉 빨아 당겼을 때는 그만 허리가 크게 휘고 말았다.

“흡……!”

허벅지 안쪽이 바르르, 진동했다. 퓨슛, 물총처럼 쏘아진 말간 액이 정해준의 팔뚝 중앙까지 튀었다.

“빨아 주는 거 좋아하는구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감탄한 정해준이 물이 많아서 좋다고, 낯부끄러운 소릴 잘도 지껄이며 바지를 벗었다. 여태껏 나 혼자만 알몸이었던 게 뒤늦게 민망해졌다. 바로 눈앞에서 노골적으로 내려가는 지퍼도.

이건 좀…….

뻔뻔한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눈을 못 떼겠다. 못 박힌 시선을 눈치챈 정해준이 일부러 느릿느릿 파스너를 끌어 내리며 파렴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바지와 브리프를 동시에 슬쩍 내려 골반에 걸쳐 놓았다.

비죽 드러난 거뭇한 음모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꼭 속옷 모델 같은 모습을 하고서 정해준이 심술궂게 지적했다.

“조금 서운해지려 하네.”

“어……?”

“그렇게 넣어 달라고 조르더니 꺼내 주지도 않고.”

“아…….”

주춤주춤 팔을 뻗었다. 그냥 잡아당기기만 하면 되는데 내가 보기에도 손짓이 영 서툴렀다. 불룩 솟은 윤곽을 확인하자 긴장감에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해원아.”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내 손 위로 정해준이 자기 손을 보탰다. 툭. 묵직한 덩어리가 퉁명스럽게 이마를 쳤다. 늦은 대면이 불만이라는 듯 고개를 빳빳이 쳐든 모양이 정말 성난 것 같기도 했다.

“…….”

그 아래 놓인 내 얼굴을 절반 가까이 덮는 굵기와 길이에 놀라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김영수 얘기가 나왔을 때 정해준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납득됐다. 감히 그런 것과 비교한 건 명백한 모독이었다.

한편으론 흉악한 생김새에 맞지 않게 예쁜 분홍색이어서 조금 어이가 없어졌다. 위기감이 엄습한 건 직후였다. 끝이 살짝 젖어 반들거리는 성기를 보며 직감했다.

못 해.

손가락 두 개에 익숙해졌다고, 잠시나마 정해준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만용이었다. 정해준이 아래를 풀어준답시고 왜 그리 공을 들였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누가 비좁다거나 누가 크다거나 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물리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절대적인 차이였다.

찌익.

완전히 넋이 빠져 있다가 콘돔 포장 찢어지는 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들이지 못한다고 이맛살을 찡그렸을 땐 언제고 정해준은 불가능이란 아예 염두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해준아, 우리…….”

다음에 시도하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에 눌려서가 아니었다. 과연 다음이라고 가능할까,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응, 해원아.”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속도 모르고 정해준은 다정하기만 했다. 어설프게 벌어져 있던 내 다리를 양팔에 끼워 무릎을 굽혀 놓곤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그대로 상체를 굽히자 뭉툭한 끄트머리가 가늠하듯 입구를 건드렸다.

달아날 곳은 없다는 듯 머리 양옆을 짚어 나를 가둔 정해준이 시선을 맞춰 왔다. 숨길 수 없는 격정이 새까만 두 눈 안에서 타닥타닥 불꽃을 튀겼다. 거절 같은 건 잊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어디를 만진 것도 아닌데 나신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지, 넌 꿈에도 모를걸.”

“흣……!”

단단히 곧추선 성기가 갈라진 틈을 쿡, 찔러 왔다. 미끌미끌하게 젖은 입구에 죽 미끄러진 선단이 다시 비집고 들어설 자리를 찾았다. 그냥 성기를 손으로 쥐고 쑤셔 넣는 방법도 있을 텐데, 정해준은 고집스럽게 허리를 밀어 올리길 반복했다. 굵직한 살 기둥이 입구에 슬쩍 걸렸다간 탄력 있게 튕기는 감각이 생생했다.

희한하게도, 끈질기게 들이미는 대가리에 입구가 선연하게 반응했다. 잡히기만 하면 쑥 빨아들일 것처럼 움찔움찔 수축했다. 벌름거리는 구멍이 헛물을 켤 때마다 찬 공기를 머금었다가 뱉는 꼴이었다. 당혹스러워 정해준을 올려다보았지만 별 의도는 없는 듯했다.

“아……!”

몇 번의 시도 끝에 자연스럽게 귀두가 걸려들었다. 완만하게 휜 등허리를 받쳐 안으며 입술을 맞춘 정해준이 혀를 빨며 아래론 움푹, 안을 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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