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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과-18화 (18/77)

18화

얄궂게 중얼거린 정해준이 현실을 일깨워 주기라도 하듯 비어 있는 내 손을 끌어다 고간에 갖다 댔다.

“이거…….”

두툼한 양감에 흠칫 놀라 손을 떼자 정해준이 비릿하게 웃었다. 이런 식으로 웃는 모습은 처음이라 얼이 빠졌다.

“그동안 혼자 달래느라 내가 얼마나 진을 뺐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만 깜박이는 내 모습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내린 정해준이 조금 덜 솟아오른 쪽 가슴을 물어 볼이 홀쭉해지도록 빨았다. 다른 쪽 가슴은 꽉 붙잡혀선 성이라도 내듯 정해준의 손가락 사이로 희부연 살덩이를 볼록볼록 올리고 있었다. 정해준의 입술이 우물거릴 때마다 움찔움찔 떨며 신음했다.

“이상, 아아, 이상해! 이런 거, 으응! ……하지 말자.”

씨알도 안 먹힐 애원에 정해준이 노골적으로 혀를 썼다. 부러 춥춥 소리가 나도록 빨고 혀끝을 뾰족하게 세워 유륜을 둥글게 덧그리며 눈을 치떴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에 눈알에 빨갛게 열이 번졌다.

정신이 어떻게 될 것 같아.

제멋대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아랫배에 무릎을 모았다. 이상해, 너무 이상한데, 이런 감각. 덜컥 두려움이 일었다. 정해준과 끝까지 가고 나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만 같은 예감.

그래서 정해준이 바지 단추로 손을 내렸을 때 나도 모르게 이마를 세워 어깨를 밀고 말았다.

“해준아, 나…….”

무섭다고 말하려 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생뚱맞은 마음의 소리가 툭 튀어 올라 목구멍을 때렸다.

구해 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잠시 얼떨떨해 있는 사이, 정해준이 내 양다리로 제 허리를 감게 하더니 조심스럽게 등을 받쳐 안아 소파에서 일어섰다.

“침대로 가자. 너 처음이잖아.”

처음. 기어코 끝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에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서로 바짝 맞붙은 상체가 정해준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닿았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별것 아닌 행위가 심히 자극적이었다. 유두가 발긋하게 부풀도록 빨아놓은 탓이었다.

“으…….”

따끔따끔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자 정해준이 시선을 내려 자신의 단단한 가슴팍에 닿았다가 떨어지길 반복하는 내 가슴을 구경하며 놀려 댔다.

“뽀뽀하네. 내가 그렇게 좋아?”

“아…….”

아까부터 멍청한 신음만 흘리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해준의 말대로 볼록 솟은 젖꼭지가 꼭 뾰족하게 입술을 내민 모양으로 정해준의 가슴 여기저기를 꾹꾹 눌러 대고 있었다. 민망함에 주먹을 쥐고 작게 휘두르자 이마에 부드러운 입맞춤이 연달아 떨어졌다.

“나도 사랑해, 해원아.”

뭐라 대꾸할 새 없이 등에 폭신한 침대가 닿았다. 긴장으로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하체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는 청바지를 벗기는 정해준의 두 손이 성마르게 움직였다. 생각처럼 쉽지 않은지 미간을 찌푸린 정해준이 마침내 발목에 걸린 청바지를 쭉 빼내면서 다짐을 받았다.

“앞으로 집에선 치마만 입자.”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팬티 한 장만 걸친 몸을 의식하고 이내 고개를 가로젓긴 했지만.

“귀여워.”

앙증맞은 리본을 빼면 아무 장식도 무늬도 없는 순백의 팬티를 보고 정해준이 이런 취향이냐고 물었다. 취향이라니, 그럴 리가. 디자인 같은 건 고려할 형편이 못 됐다. 지금 입은 것도 묶음으로 세일하는 상품을 사 둔 것이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면 예쁜 속옷 한두 벌쯤 사 두었으면 좋았을걸. 집들이 제안이 워낙 갑작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싸구려 속옷이 못내 창피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보지 마.”

잽싸게 양손을 겹쳐 음부 위쪽을 가렸지만 정해준은 내린 팔을 가볍게 치워 냈다.

“왜. 난 좋은데. 여기…….”

치골 부위를 살살 간질이며 정해준이 입매를 기울였다. 어딘지 음험하게 느껴지는 미소였다.

“색이 비쳐.”

얇은 흰색 속옷 한 겹은 복슬복슬한 음모를 감춰 주기는커녕 그 부분만 우글우글 울어 있었다. 부끄러워 정말이지 딱 죽을 것만 같았다. 불이라도 꺼 줬으면 했는데 이미 전등은 꺼진 상태였다. 대신 한낮의 훤한 빛이 창문을 투과해 벗은 몸을 가감 없이 비추고 있었다.

“다음에, 다음에 하면…….”

“다음에 언제.”

그런 사정은 봐주지 않겠다는 듯 무심하게 대꾸하며 팬티에 손가락을 건 정해준이 그대로 쑥 내려 버렸다. 돌돌 말린 천 쪼가리는 청바지에 비해 수월하게 다리 사이를 빠져나갔다.

“아, 어떡해…….”

음부를 스치는 서늘한 공기에 뒤늦게 다리를 오므리려 했는데 이미 양 무릎 뒤를 정해준에게 잡힌 뒤였다. 허벅지에 힘을 줘 봤지만 정해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세를 낮춰 비밀히 감춰져 있던 속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미쳤나 봐, 미친 거야.

고작 눈길이 닿은 것뿐인데 사정없이 몸이 떨렸다. 어떡하지. 방금 아래가……, 제멋대로 뻐끔거린 것 같았는데. 아연해진 찰나 별안간 허벅지 안쪽으로 단단한 팔뚝이 쑤욱 파고들었다.

뭐, 뭐 하려고?

분명 물은 것 같았는데 당황한 나머지 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허우적거리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데 정해준은 거침없이 가랑이 안쪽의 예민한 살점을 건드려 왔다.

“아앗!”

고작 손끝이 살짝 닿았는데도 너무 놀라 허리가 움찔 튀었다. 씻을 때를 제외하곤 맨손이 닿아 본 적 없는 곳이었다. 하물며 남의, 그것도 정해준의 손이라니.

“하지 마…….”

“안 돼.”

저지하는 손을 단호하게 밀어 낸 정해준이 한층 사근사근하게 굴었다. 몸이 달대로 달아오른 모습에 덩달아 낯이고 어디고 뜨거워지긴 마찬가지였다. 다만, 방법을 몰랐다. 그리고 너무 창피했다. 무력하게 아랫도리를 벌려 놓고 샅샅이 파헤쳐지는 기분이.

“차라리 그냥……, 그냥 하면 안 되나?”

“그냥?”

“그냥 바로……, 그, 삽입.”

뭔가 엄청난 단어를 뱉어 버린 것 같아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하지만 성기보다 손가락으로 매만지는 게 더 음란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인걸. 정해준의 크고 길쭉한 손가락을 생각하면 두렵기 또한 매한가지였다.

“어차피 그게 그거 아니야? 들, 어온다는 점에서.”

웅얼웅얼 이유를 붙이자 정해준의 눈빛이 돌연 싸늘해졌다.

“뭐가 그게 그거야? 다른 새끼 거, 본 적 있어?”

“어? 응…….”

“어디서? 누구? 언제?”

“체육 시간에, 남자애들끼리 축구 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졌었거든. 그때 누가 김영수 바지 잡고 늘어지다 넘어졌는데 팬티까지 벗겨져서……. 너 전학 오기 전이야.”

내 가운뎃손가락보다 한마디 정도 짧은 게 김영수의 다리 사이에서 달랑거리던 게 떠올랐다. 저러다 터지는 거 아닌가 싶게 시뻘겋던 김영수의 얼굴도.

“김영수?”

잘 기억이 나지 않는지 이맛살을 찌푸리며 험악하게 중얼거린 정해준이 이내 어이없는 실소를 흘렸다.

“얻다 갖다 대.”

“아…….”

자신만만한 정해준의 표정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 모양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해준이 귀여워 죽겠다고 중얼거리며 이마를 꿍 찍어 벌을 주었다.

“요게.”

“난 비슷할 줄 알고…….”

이마를 맞댄 채로 고개를 저은 정해준이 진지하게 경고했다.

“바로 넣으면, 너 죽어.”

“…….”

짤막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정해준은 중지 끝으로 갈라진 틈의 시작점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곤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는 보송보송한 손가락을 확인하며 몹시도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안 잡아먹을 테니까 긴장 좀 풀어 봐, 해원아. 응?”

“거짓말.”

뾰로통하게 단언하자 정해준이 시원하게 웃었다. 얼결에 따라 웃는 순간, 손가락 한 마디가 틈새를 벌리고 쑥 들어왔다. 하흣! 짤막한 비명과 함께 엉덩이를 뺐는데 뻑뻑하게 맞물린 손가락은 빠질 줄을 몰랐다.

“아파, 아……, 해준아…….”

“조금만, 응? 조금만…….”

달래면서 정해준이 입을 맞췄다. 혀와 손가락이 나란히 위아래를 쑤셔 댔다. 흐으, 흐느끼며 허리를 뒤챘다. 이건, 이건 아니야.

“안 될, 것 같아.”

정해준의 팔뚝을 꽉 부여잡고 격렬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정해준이 손가락을 묻은 곳에 아기도 나오는 길이 있다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너무 좁아터져서, 아니, 좁아터진 게 아니라 이건 숫제 새로이 통로를 뚫는 것 같은데…….

“봐, 조금 젖었어. 점점 괜찮아질 거야.”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정해준이 약간의 물기 어린 손가락 한 마디를 내보였다. 남은 한 마디는 고집스레 안쪽에 찔러 둔 채였다.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젖어 있다곤 하나 겨우 손가락 하나 품었다고 아랫배가 온통 빠듯했다.

“괴로, 흑, 괴로워…….”

난생처음 맛보는 이물감도, 불에 덴 듯 화끈거리는 점막도, 견디기 힘들어 숨이 가빴다. 고작 손가락 두 마디 정도를 넣었는데 거대한 창에 꿰뚫린 것처럼 바르작거리는 나를 인내심 있게 지켜보던 정해준이 마침내 한숨을 푹 내쉬며 묻어 두었던 손가락을 뺐다.

겨우 안도하며 다섯 손가락 중 유난히 반들거리는 정해준의 가운뎃손가락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썼다. 슬쩍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자 내밀어진 뺨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며 정해준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럼 네 걸로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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