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산중 신방
연은 제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환이 저 역시 짐승이라고 말한 것. 그가 제 향낭을 벗겨 버렸다는 것.
그리고 그게 벌거벗은 것만큼이나 부끄럽다는 점뿐이었다.
“하지만 내, 냄새가…. 저한테 냄새가 날 텐데요!”
연은 재로 남아버린 한때 향낭이었던 것을 붙들고 소리쳤다.
“냄새요? 무슨 냄새 말입니까?”
환이 제 손을 움킨 연의 손을 도리어 꽉 쥐며 물었다. 그와 동시에 연의 몸을 잡아당겼다.
연은 힘없이 그에게 딸려가 안기며 겨우 입을 벌렸다.
“지, 지독한 암내가….”
연은 발정기 때 짝없는 암컷이 들었던 핀잔을 기억했다.
‘지독한 암내 좀 저리 치워!’
‘짝없이 발정한 티 내냐! 발정 난 암컷 내를 폴폴 풍기고 다니네!’
몇몇 무례한 수컷들은 낑낑거리는 연의 궁둥이에 대고 일부러 킁킁거리며 줄 듯 말 듯 희롱하기까지 했다.
그때의 기억이 연의 안에 아직 선명했다. 거의 공포에 가까운 기억이었다.
한데 환은 연이 예상한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체 뭐가 지독하다는 말씀이십니까?”
환이 연의 손목을 끌어당겨 킁킁 냄새를 맡으며 중얼거렸다.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게다가 거의 뭔가에 취한 듯 몽롱한 음성까지.
연은 그런 환의 태도에 기겁했다.
제 손목을 끌어당겨 냄새를 맡은 환이 마치 백 년 묵은 삼산주를 들이켠 사내처럼 목구멍 안쪽에서 끓는 신음을 내었다.
“서서히 돌아오고 있습니다. 향낭에 가렸던 연 님의 본래 향이….”
‘향…. 향이라고 했다.’
환은 연의 냄새를 향이라고 했다.
마치 꽃에서 나는 향처럼.
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우선 이 인간, 아니, 인간인 줄로만 알았던 사내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제 몸이 일단 도망치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이 그렇게 두지 않았다.
앉은 자세에서 그녀의 몸을 조금 더 끌어당겼다. 연의 몸은 힘없이 환의 품에 딸려 들어갔다.
전에도 느꼈지만, 당최 거부할 수가 없는 힘이다. 환은 마치 그녀의 몸이 깃털이라도 되는 것처럼 쉽게 쉽게 들어 올린다.
“이곳도, 향이 납니다. 짐승을 미치게 만드는 향 말이에요.”
연의 손목에 대고 깊은숨을 들이켜던 환의 코가 점점 팔의 윗부분으로 올라갔다. 팔 안쪽의 접히는 부분을 혀로 핥듯 쓸었다.
“흣!”
“필시 그대를 놀렸다 하는 그 수컷 새끼들도 남몰래 연 님의 향기를 떠올리며 미친 듯이 자위했을 거야.”
연은 그 감촉에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환은 멈추지 않고 더 위로 올라갔다.
걷어 올려붙인 연의 소맷자락을 들추고 겨드랑이로 향했다.
연의 인간 몸은 본래 타고나길 체모가 적었다. 털 한 올 없이 깨끗한 겨드랑이를 더듬는 환의 손이 연의 옷고름을 순식간에 풀었다.
피할 새도 없이 드러난 그녀의 겨드랑이에 환이 코를 묻었다. 마치 꽃내음을 들이켜듯 숨을 들이쉬었다.
“하…. 진짜, 상상했던 것 이상입니다.”
그르릉. 그의 목구멍에서 짐승이 흘릴 법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양잿물이라도 들이부은 양, 진득한 것이 끓는 소리.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리기도 했다.
‘이건…. 이건….’
착각할 수가 없었다.
연의 등줄기를 타고 저릿한 전류가 흘러내렸다.
‘이건 분명 발정 직전의 수컷들이 내던 소리다.’
연은 지금이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감이 오지 않았다.
초가의 주인이자 저를 받아들여 주신 환 님이 제 옷을 벗기는데도, 제 몸을 깊숙이 끌어당겨 냄새를 맡는데도.
그는 역겹다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저리 치우라 역정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안달하며 연의 살갗에 제 코와 입술을 비볐다.
“너무 좋아요, 연 님….”
진팔과 군길 같은 장성한 사내들을 널브러지게 만든 술에도 멀쩡하던 환 님이었다. 그런데 그런 환이 지금 연의 앞에서 술에 취한 사내처럼 비틀대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환 님은 제가 짐승인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아 하신다. 오히려 제 발정향에 같이 동한 수컷 짐승처럼 굴었다.
“화, 환 님….”
환이 연의 몸을 훌쩍 들어 올려 품에 완전히 가뒀다. 연의 몸은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그의 가슴팍에 갇혔다.
“바로 이 냄새였습니다…. 지난해 겨울 저를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히고, 잠 못 이루게 하고, 결국엔 스스로 세워 싸게 만들었던 그 향이….”
환이 그대로 연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신음했다. 몇 번이고 향을 들이켜며 끓는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또 얼마나 안도했는진 아십니까. 뿌리신 향기에 발정 난 수컷이, 온 산을 돌아다니며 그댈 찾아 울부짖는데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분이…. 이리 제 초가에 얌전히 숨어 계셨을 줄은….”
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연의 심장이 덜컹거리며 떨어졌다.
“그, 그게 대체….”
저고리는 어느새 벗겨져 있었다. 치마로 동여맨 연의 부푼 가슴과 그 위의 선명한 빗장뼈가 드러났다.
연의 빗장뼈에서 나는 살내가 마치 성수인 양 들이켜던 환이 갑자기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내렸다.
“아, 아앗….”
연의 몸이 순식간에 넘어져 온돌이 따끈한 방바닥에 쓰러졌다. 그 위로 환이 올라탔다. 그가 버둥거리는 연의 가느다란 두 다리를 제 허리에 감게 했다.
그가 꼼짝없는 인간이라고 믿고 있던 연은 환이 보여주는 힘에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제야 어렴풋이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분명 인간 남자는 짐승 수인에 비해 힘이 약하다고 했는데….’
앞서 환이 자신도 짐승이라고 밝혔지만, 연은 그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저를 품에 가둔 남자는 힘이 셌고, 철근보다 무거웠다. 손목을 붙든 힘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공기 중에 퍼지는, 어렴풋이 느껴지기 시작한 이 냄새.
‘서, 설마…. 거짓말이야.’
연은 일단 부정하였다.
그러나 환이 당황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를 붙들고 조르기 시작했다.
“연 님, 제 냄새도 맡아주세요.”
거대한 몸을 그녀의 살갗에 비비며 입술을 빗장뼈에 찍었다. 그가 애원하였다.
“제발요.”
경황이 없는 연은 환이 시키는 대로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러나 냄새를 맡지 않아도 연은 이미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향낭으로 인해 막혀 있던 연의 코가 제 기능을 되찾고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그간 연 자신의 암내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냄새까지 지우던 향이 사라지자 그곳에 줄곧 자리하던 내가 코를 뚫고 들어왔다.
온 방이 짐승 냄새로 진동하고 있었다. 사방팔방에 무르익어 터질 듯한 수컷의 발정향.
늑대였다.
그것도 살면서 본 가장 큰 수컷 늑대.
“하, 하윽…!”
연은 신음을 내질렀다. 그녀는 순식간에 다리를 오므렸다. 가랑이 사이에서 뭔가가 왈칵 쏟아졌다.
그러나 떡 버티고 있던 환의 허리에 막힌 다리는 오히려 그의 몸을 조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몰랐다.
진정으로 몰랐다.
연은 완전히 겁에 질려버렸다. 기겁하며 몸을 움츠렸다.
“환 님…! 저는…!”
연은 본능적으로 제 위에 탄 수컷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강한 기세를 뿜어대는 수컷을 마주한 암컷의 당연한 반응이었다.
“자, 잠시만…. 환 님! 저, 전…!”
무서워. 무서워…!
이 수컷은 머리 늑대다. 그것도 덩치가 곰보다 큰. 그 기세 또한 말로 형용이 불가능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컷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간덩이가 쪼그라들고 꼬리뼈가 말려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석류가 터지듯 연의 두 눈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환 님! 일단…. 자, 잠깐만…! 놔주…!”
연은 다급하게 외쳤다. 거의 본능에 가까웠다. 말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왔다.
그와 반대로 몸은 착실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지난겨울, 그렇게나 갈구하던 수컷 짐승의 몸에 깔린 걸 인식한 암컷의 몸은 흐물흐물 풀어졌다. 온몸은 덜덜 떨리고, 가랑이 사이 구멍 속은 축축하게 젖어 들고, 가느다란 복숭아뼈가 분홍빛으로 달아올라 마구 꼼지락거렸다.
“하아, 이제 아셨습니까? 연 님, 저도 짐승 새낍니다.”
환은 제 정체를 눈치채고 움츠러든 여체를 꾹 내리누르며 마침내 속삭였다. 그의 코가 만개하기 시작한 암컷의 발정향을 만끽하듯 숨을 들이켰다.
환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달래듯 발작하는 몸을 쓰다듬으며 단언했다.
“짐승이 짐승을 연모하는 게 무엇이 문제입니까? 연 님 잘못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아래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암컷을 담은 그의 눈이 한밤중 짐승의 것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환의 고삐가 풀렸다. 이제 그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연도 저를 연모한다 하였고 저도 그녀를 뼛속 깊이 원하니 더 이상 장애물은 없었다.
그의 눈엔 겁에 질린 그녀도 이토록 사랑스러울 따름이었다. 오히려 좋았다. 이러면 두려워서라도 제 초가로부터 도망치진 못할 테니.
심지어 겁을 먹은 냄새조차 그 나름대로 환의 아랫도리를 동하게 하고, 그 안의 음심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제 암컷은 처음이었고, 어리고, 또한 작았다.
처음임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아무래도 대소(大小)의 차이가 있지 않은가. 한눈에 봐도 극과 극인 체구를 하나로 맞추려면 필시 그에 따른 고통이 상당할 게 자명했다.
환도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제 밑의 여체를 그대로 놔줄 생각은 없었다. 암컷을 내려다보는 수컷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가라앉았다.
“힘들고 아파도 참고 착하게 제 암컷이 되시는 겁니다. 중간에 도망가시면 아니 됩니다?”
환이 그녀의 귀밑머리에 입술 끝을 붙이며 속삭였다. 미리부터 으름장을 놓았다. 성질머리가 어디 가지 않은 탓이었다.
꼬박 한 해를 기다려온 여자다. 환은 눈앞에 제 암컷을 두고 씨나락이나 까먹을 머저리가 아니었다. 그는 준비가 만만이었다.
서툴고 어린 제 암컷을 살살 달래 뼛속까지 샅샅이 발라 먹을 준비가.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환은 모든 일을 아주 착실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이 발정기의 시작을.
그러나 연은 이 순간이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어찌할 줄을 몰랐다.
연모하던 환이 인간이 아니라 같은 짐승, 그것도 수컷 머리 늑대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찰나였다. 발정기 직전에 들어선 몸 역시 아무 도움이 안 되었다.
게다가 환이 수컷 중에서도 그 기세가 남다른 편인 데다, 연이 힘없는 꼬리 늑대였던 게 큰 문제로 다가왔다. 설상가상으로 밤새 들이켰던 복분자 술로 방광은 가득 차 통증마저 호소하고 있다.
모든 악조건이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었다.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요의가 차올랐다. 그것도 무척이나.
연은 그의 밑에 깔려 정신없이 바동거렸다.
“잠시만…! 환 님! 잠시만…!”
환이 기세를 조금만 줄여 주어도 좋았을 텐데, 그 역시 이런 일이 처음이라 경황이 없었다.
“흐읍…. 환 님! 저 좀 놔주세…!”
그는 정신없이 벗어나려 팔딱거리는 여체를 누르기만 했다.
자꾸 벗어나려는 여자가 환은 못마땅했다. 기세에 눌려 숨도 못 쉬고 벌겋게 변한 연의 얼굴을 보며 기운을 감추긴커녕 더 개방해 버렸다.
“흡, 흐으읏…! 무, 무서…! 화, 환 님…!”
결국, 옴짝달싹도 못 하고 버둥대던 연이 다리를 벌린 채 움찔움찔 몸을 떨기 시작했다.
펑펑 흘러내린 눈물이 벗겨져 깔린 옷 저고리에 뚝뚝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연의 속치마도 젖어내렸다.
쪼르륵, 쉬이이….
환은 정신없이 연의 살갗에 코를 박고 있다가 공기 중에 뿌려져 진해진 향내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새빨개진 얼굴로 연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흡, 흐읍…. 놔, 놔달라 하였는데…!”
결국, 오줌을 뿌려버린 연의 엉덩이가 어쩔 줄을 모르며 움찔움찔 떨렸다.
그 모습을 눈에 담은 환의 눈동자가 더욱 깊어졌다.
“벌써 싸셨습니까? 전 아직 시작도 못 하였는데.”
연의 몸이 보인 반응, 그러니까 그녀가 제 기세에 오줌을 지린 일은 조금도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
간혹 서열이 낮은 늑대가 서열 높은 늑대의 기세에 짓눌려 일어나는 일이었다. 암수컷 관계에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격양된 감정 속에서 창피해진 연이 몸 둘 바를 몰라 버둥거렸다.
“괜찮습니다. 아프지도, 무섭지도 않으실 거예요. 이 환이지 않습니까. 겨우내 연 님과 같이 지낸 환입니다.”
오히려 환은 연을 달래었다.
“눈꼬리는 참 새초롬하신데 몸은 예민하기 짝이 없으신가 봅니다. 더 기대돼요.”
무엇도 이 수컷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연은 아연실색하여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런 연의 몸 위로 환이 타고 올랐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연 님의 발정.”
움찔움찔 몸을 떨며 눈을 꼭 감고 있는 여체에서 향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준비는 덜 되었군요.”
이미 완벽한 발정향이었다. 그러나 아직 무르익어 터지기까진 못한.
“제가 더 성심성의껏 달래드렸어야 했는데….”
환의 입술이 연의 치마끈을 물었다. 서서히 풀리는 치마끈 사이로 동여맨 연의 가슴골이 점점 벌어져 드러났다. 깊게 파인 굴곡이 생각했던 것보다 풍만했다.
그 모습을 담은 환의 눈에 욕정이 불거졌다.
“인간의 모습으로도 이렇게 꼴린 적은 처음입니다.”
오히려 더했다. 늑대의 모습으론 빠르고 강렬하게 끝나는 게 색사였다면, 인간의 모습으론 더 느긋하고도 집요한 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로서도 주워들은 소리였지만.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으로 몸서리치는 연의 두 젖꼭지가 흰 면 위로 솟아 드러나 보였다. 당연하다는 듯, 환의 시선이 게에 꽂혔다.
그러나 그것을 덥석 무는 대신 환의 입술은 더 위로 향했다.
“흡….”
목덜미를 휘감고 눈을 감은 채 두 입술이 겹쳤다. 연은 입 안을 채우는 소름 끼치도록 부드럽고 뜨거운 감각에 사로잡혀 신음을 내질렀다.
‘이, 입술을…. 주둥이를 왜….’
본연이 늑대인 그녀로선 이해할 수 없는 애무였다. 그러나 정신없이 얽히는 혀를 느끼며 연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움….”
잠시 떨어지는 입술 사이로 길쭉하고 끈적한 침이 길게 늘어졌다.
환은 연의 볼이 홀쭉해지도록 입 안을 빨아들였다가 두툼한 혀로 치열을 고르게 훑고 지나갔다.
날카로운 이가 닿지 않으면서도 입 안의 민감한 부분을 고루 어루만졌다.
환의 입맞춤은 연의 혼을 쏙 빼내어 갔다.
“우음…!”
오히려 끝에 가선 연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모르며 매달렸다. 환이 참새 부리가 찍듯 입술을 쪼아대며 그녀를 달랬다.
“연 님, 나중 가면 싫다 하셔도 계속 들이대겠습니다. 우선은 급한 불부터….”
급한 불 끄시겠다는 분이 제 옷고름을 푸셨다.
연은 어둠 속에서 저고리를 벗느라 넘실거리는 환의 어깨를 바라봤다. 우람하고 건장했다. 저기에 깔리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암수의 정사에 관해선 알았다. 수컷이 암컷의 등 위에 올라 좆질을 하다 ‘그 짓’을 하면 임신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 남녀의 정사에 관해선 무지한 연이었다.
암만 봐도 환이 저를 뒤집어 짐승처럼 무릎 꿇게 할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무서우십니까…?”
환이 연의 허리 뒤쪽으로 손을 감으며 함께 모로 누웠다.
벌거벗은 환의 가슴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넓고, 단단하고, 각이 져 있다.
“그런데 저를 이리 만들어놓으시고 무섭다고 도망치시면 안 됩니다.”
환이 연의 손을 가져다 끌어 어딘가에 대었다.
그의 바지춤 언저리의 뜨겁고 단단한 뭔가가 손에 닿았다. 한 손으로 채 다 감쌀 수 없는 크기였다.
“허억…!”
연은 기겁으로 몸부림쳤다. 그런다고 벗어날 순 없었다.
문득 인간 모습의 대광에게 달려 있던 물건을 기억해 냈다. 그게 환에게도 달려 있었다니.
“놀라실 일이 아닙니다? 다 연 님께서 세우신 것입니다.”
환이 끓는 신음을 내며 연의 손을 잡아 제 목덜미를 비비게 했다.
“연 님, 제발 저를 허락해주세요.”
그가 애원하기 시작했다.
연은 얼굴을 포함한 몸의 모든 부위를 발갛게 물들인 채 그의 부탁을 받았다.
연의 손바닥에 젖은 입맞춤을 하던 환이 그녀의 손을 더 바짝 끌어 제 머리칼을 헤집게 했다.
“연 님과 하나가 되고 싶어요.”
그르릉. 그의 목에서부터 뭔가 진동하는 소리가 났다. 연의 심장이 곤두박질쳤다. 아니, 온 동네북을 다 갖다 그녀의 심장께에 넣어 두듯 소란스러웠다.
“저를 연 님의 신랑으로 삼아주십시오. 발정기를 함께 보낼 수컷으로 저를 택하세요.”
연은 아찔한 기분이 되어 눈을 감았다. 아무리 무지한 연이라지만,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는 인지하고 있었다.
발정기를 맞은 제 냄새가 환을 동하게 만든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닐지라도 환은 제게 고백하고 있었다.
그 역시 저를 연모하노라고.
연의 목구멍에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녀의 눈가에 뭔지 모를 것이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끄덕.
연은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거렸다.
제발 아무렇게나 해도 좋으니까 환이 이 상황을 끝내주었으면 싶었다. 어차피 치를 발정, 그와 함께라면 괜찮지 않나. 이미 제게 모든 걸 준 사내였다. 저 역시 모든 걸 주고 싶었다.
물론 연은 이 모든 게 빨리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허락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그녀가 발정기라는 특수 상황과 환이라는 사내의 진의를 모르고 한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허락하신 거로 알겠습니다.”
짐승 소리 같은 낮은 그르렁거림이 섞인 환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미친 듯이 뛰는 심장 소리가 제 것인지, 환의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연은 다가올 그의 손길에 대비하여 몸을 살짝 굳혔다.
그때 환의 손이 결코 있어선 안 될 자리로 파고들었다.
“환 님…?”
예상했던 곳과 전혀 다른 부위에 연은 눈을 휘둥그레 뜨곤 환의 팔뚝을 잡았다.
그러나 환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몸을 내리누르고 연의 치맛자락을 걷어 파고든 손을 다시금 움직였다.
“읏….”
연은 눈을 질끈 감고 흐느꼈다. 혼란스러웠다. 다시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더러운데. 더러운데…!
대체 환 님께서 아까 오줌이 나온 제 아래를 왜 건드리시는지 몰랐다.
“능숙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것만큼은 어찌할 수 없네요. 저도 처음인 부분이라….”
입구를 찾는 환의 관자놀이에 미세한 땀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저, 배우는 게 빠릅니다. 곧 괜찮아지실 거예요.”
가쁜 호흡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연은 정신없이 몰아치는 다리 사이의 감각에 온몸을 비틀었다.
이윽고 구멍을 찾아낸 손가락이 이미 질척하게 젖은 안쪽을 파고들었다.
“흐윽…!”
굵은 손가락이 들어오자 연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구멍을 조였다. 그제야 환이 찾던 곳이 이곳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환이 목구멍 안쪽으로 긁는 듯한 신음을 내었다.
“하, 그렇게 조이, 시면…. 제가 곤란합니다. 더 빠듯해지면 다른 건 어떻게 넣으라고.”
다, 다른 거?
연은 당황스러웠지만, 환의 말대로 다리 사이를 이완하려 애썼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제가 쥐고 있는 이 뜨겁고 기다란 몽둥이 같은 것이 환의 손가락이 벌린 입구에 들어올 거란 소리였다.
“인간들은 여길 보지라고 부르더군요.”
“보, 보지….”
그 단어가 연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환이 싱겁게 웃었다.
“네. 그리고 연 님 보지에 들어갈 이걸….”
질척이며 안을 헤집던 손가락이 빠져나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연의 가랑이 사이를 더 벌린 환이 붙들고 있던 제 다리 사이의 기둥 끝을 구멍 입구에 맞췄다.
“자지라고 부르고요.”
연은 두 다리를 환의 허벅다리에 걸친 채 신음했다.
“하읏…!”
“아프십니까?”
자지라고 불린 기둥의 끄트머리만 들어왔는데도 보지의 입구가 빠듯하게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발정기에 임박한 몸은 찌릿한 통증을 선사했지만, 수컷을 거부하진 못했다. 연은 아프도록 수축하는 아래에 온 정신을 쏟지 않기 위해 헐떡였다.
“아프진, 않지만…. 기분이 이상해요.”
환이 마찬가지로 깊은숨을 뱉어내며 속삭였다.
“벌써, 이상하시면 어떡합니까. 연 님 때문에 선 자지인데요.”
“흣, 아…!”
“연 님 보지만이 달래주실 수 있는걸요.”
“음, 그 보지라는 말 좀…. 아…!”
아기 주먹만 한 귀두가 끝을 벌리고 더 깊숙이 침투했다. 그래 봤자 기둥의 반도 삼키지 못했다. 보지라 불린 구멍이 벌름거리며 침을 뚝뚝 흘리는 게 느껴졌다.
“보지라고 부르는 게 싫으십니까? 그런 거 하나에 이리 바르르 떠시면 나중에 여기로 제 아이는 어찌 낳으시려고….”
“아학…!”
기둥이 조금 더 밀도를 높여 쑤시고 들어왔다. 질 내벽이 수축하며 그의 것을 빨아들이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아직도 터무니없이 크고 굵었다.
연은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의 아래 깔려 움찔움찔했다. 이제 보니 경악할 사내였다. 한번 허락이 떨어지니 아랫도리를 맞추는 데 있어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제집 찾아오듯 거리낌이 없다.
“어, 어떻게 이렇게….”
연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벌겋게 서서 제 아래를 파고든 물건을 내려다봤다. 지나치게 굵다. 크다.
저게 완전히 내 안으로 들어올 수나 있을까?
환이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실소하였다. 그가 이실직고하였다.
“…연 님을 초가에 들인 순간부터, 제 자지는 줄곧 이런 상태였습니다.”
환의 이마를 타고 물줄기 같은 땀이 흘러내렸다.
안달 내고, 홀로 좆질하고, 체념하듯 한숨만 들이켜던 밤의 연속. 그 숨 막히듯 외로운 날들의 보상이 돼주기라도 하듯 제 아래 다리를 벌려 누운 연 님을 눈으로 핥았다.
“…그러니 책임져 주세요.”
완벽한 흥분의 증거인 기둥 역시 흉흉한 기세로 안에서 크기를 불려 나가고 있었다.
“제 암컷이 되시는 겁니다. 여기에 저만 들어가고, 제 씨물만을 품고, 제 새끼를 낳아주실 제 암컷이 되시는 겁니다.”
환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다시금 그르렁 하는 듯한 짐승 소리가 울렸다.
저를 향한 집착과 넘실거리는 소유욕에, 연은 구멍 안쪽이 바르르 떨리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두려웠지만 이미 한번 몸을 허락한 이상, 저는 이 사내의 암컷이었다. 어쩌면 훨씬 이전부터도.
연은 환의 팔뚝을 붙들고 있던 손을 올렸다. 불덩이처럼 뜨거운 환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미 연모한다 말했을 때부터 그러하였습니다….”
울음 같은 속삭임이 연의 입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그 소리에 환에게 걸려 있던 고삐가 완전히 풀렸다. 고장이 났다. 뭔가 후두둑, 그의 안에서 부서져 내렸다.
그의 상체가 연의 부푼 가슴 둔덕을 짓누를 정도로 수그러졌다.
끓는 목소리가 속삭였다.
“저를 대체 어디까지 미치게 만드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진심으로 미칠 것 같은 이는 연이었다.
이내 연의 머리를 끌어안은 환이 거세게 밀어닥쳤다.
한번 입구를 찾아 길을 뚫은 기둥은 약간은 빠듯한 듯 단번에 밀고 들어왔다.
“하윽…!”
그럼에도 중간에서 끝부분이 채 들어가지 못하고 남아 걸렸다.
“역시 첫날밤에 끝까지 넣는 건 안 되겠습니다. 연 님이 너무 아파하세요.”
환이 사정없이 떨리는 연의 몸을 달래듯 쓰다듬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딱 여기까지만 넣겠습니다. 받아들이시는 만큼만.”
그가 연의 손바닥을 잡아 내렸다. 검지와 엄지 사이로 길이를 재는 각도를 만들어냈다. 연의 손을 잡아 끌어당긴 그가 그것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연은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환은 어차피 저보다 다른 모든 일을 잘했다. 그러니 이 일도 아직까진 저보단 그가 나을 것이다.
환이 짓씹은 신음과 함께 중얼거렸다.
“가히, 짐승다우십니다. 안쪽이 저를 물어뜯으시려는 것 같아요.”
연은 밑에 깔린 채 그의 말을 부정했다.
짐승다운 건 오히려 그였다.
그르르. 그의 목구멍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진동과 방 안을 가득 채운 열렬한 수컷 내음이 연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온몸이 미역처럼 풀어지고, 물에 젖은 창호지처럼 흐물거렸다.
“너무 뜨거우십니다. 너무 꽉 조이시고. 축축하게 젖었고….”
뜨거운 건 오히려 그인데 그는 아까부터 연의 탓을 했다.
저야말로 산만 한 수컷 아래 깔려 죽을 것만 같은데.
제 아래로 흉기 같은 몸 일부를 다짜고짜 밀어 넣고 뜨겁게 주물러 달라 애원하고 있는 이는 그면서.
“그렇게 쥐어짜시면, 제가 아픕니다. 눈꼬리만 사나우신 줄 알았더니 안쪽은, 더 매서우십니다.”
환이 길쭉한 방망이를 한 뼘 물렸다가 다시 치고 들어오며 신음했다.
뽑혔던 자리로 연의 내벽이 딸려 밀려 나오는 듯했다. 빨판같이 조여대는 힘에 숨이 막혔다.
‘힘 좀 푸세요’, 하고 환이 엉덩이를 툭툭 두드렸다. 그가 신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뱉어내며 중얼거렸다.
“안을 떡 치듯 쳐 드리고 싶었는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제 자지가 다 밀려 나오지 않습니까.”
환이 연의 목덜미를 물었다.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가 뭔가를 작정한 듯 속삭였다.
“더 젖으셔야겠어요.”
그 순간, 머리 늑대의 기운을 맨살로 느낀 연의 몸이 사정없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흐앗, 흐으…!”
환이 다시금 기운을 풀어낸 것이었다.
무리의 다른 늑대들을 제압할 때나 쓰는 기운을 푸니 연의 발가락이 절로 곱아들고 허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보다 훨씬 덩치가 큰 수컷들도 깨갱거리고 오줌을 지리며 복종하게 만들 힘이었다. 연으로선 감당이 되지 않았다.
환이 흐느끼는 연의 귓바퀴를 물며 그녀를 달랬다.
“괜찮습니다. 환입니다. 겨우내 연 님을 개새끼처럼 졸졸 쫓아다녔던 환이요.”
“뭐, 뭐가 다시 나올 것 같…. 화, 환 님…! 제발…!”
연은 미친 듯이 느껴지는 요의에 몸을 벌벌 떨었다. 이제 더 나올 것도 없을 터인데.
환이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더 잘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노여움 푸시고 아래 힘 좀 풀어주세요.”
안에서 다시 왈칵 뭔가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나고 사내의 기둥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더 밀고 들어왔다.
아아, 하며 환이 만족스러운 신음과 함께 또 한 마디를 벌컥 들어왔다.
“아아, 흐으…!”
“너무 조여서 저도 병신처럼 싸버릴 것, 같은데…. 연 님이 허락해주신 처음을 머저리처럼 버리면 안 될, 일이라….”
그가 송곳니를 사리무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환이 아래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아, 아…! 악…!”
뿌리까진 삼키지 못해도, 기둥의 반 이상을 먹어치운 음순이 개폐를 반복하며 조금씩 밀려드는 자지를 움켜쥐었다가 삼켜 토해냈다. 음란한 물이 질척거리며 환의 성기를 부드럽게, 하지만 조금은 빠듯하게 감쌌다 풀어주었다.
환이 끓는 신음을 흘리며 연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하아, 꼭꼭 씹어주시는 건 좋지만, 조금만 살살 해주세요. 자지가 중간에서, 끊어질 것 같습니다.”
그는 여전히 허리를 적당한 속도로 설설 퉁기고 있었다.
“악…! 아…!”
연은 그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버티는 데도 정신이 없었다.
제 팔뚝만 한 불덩이가 내벽을 긁고 쑤셔댔다. 반도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안이 꽉 들어찼다. 배가 터질 것 같았다.
환이 연의 다리를 위로 올렸다. 그와 동시에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두르게 만들었다.
자세가 더 깊어지자 내벽을 침투하는 힘도 더 강해졌다.
“학, 너무 깊어요…! 환 님!”
연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환의 등을 긁었다. 그녀의 말대로 안쪽이 순식간에 조여들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날갯죽지를 긁자 그의 목에서 어흐, 하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젠 아주, 저를 죽이시려고.”
순식간에 엉덩이가 끌어당겨지고 골반이 붙들렸다. 여문 속살에 살 쳐지는 소리가 나며 안이 순식간에 좁아 들었다.
씹어대는 것 같은 속 조임에 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내 그가 허리에 힘을 실었다.
“너무 빠, 빠르…! 아!”
속도가 너무 빨랐다. 긴 불 막대기가 깊은 속 어느 지점을 건드리자 연에게 눈이 까뒤집힐 것 같은 느낌이 찾아왔다.
연은 겨드랑이가 바들바들 떨릴 지경으로 그의 가슴팍을 끌어안았다.
짓쳐 들어올 때마다 반 마디씩 더 깊이 박혔다. 언제부턴가 환이 제 말을 듣지 않고 정신없이 몰아쳤다. 흡사 들소가 들이받는 것 같았다.
“천천히 하고 싶어도, 저를 이리 빨아들이시니….”
환이 도리 없다는 식으로 몽롱한 신음을 뱉어냈다.
철벅, 철벅하는 젖은 살 치대는 소리가 울렸다. 도저히 제 보지에 환의 자지가 맞물려대다 나는 소음이라 믿을 수 없게 음란했다.
“억, 악! 아아…! 학…!”
환의 손이 불쑥 내려와 음순이 덮은 살점을 굴렸다. 연의 입에서 정제되지 않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쓰지 않던 근육을 쓴 다리에 경련이 일었다.
내벽을 가르고 턱턱, 치받히는 힘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어느새 불알이 늘어진 부분이 연의 요도구에 가져다 박힐 만큼 깊이 들어와 있었다. 뿌리 끝까지 삼킨 모습이었다.
“예쁩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환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매일 밤, 꿈꾸던 모습 그 이상이에요.”
“억! 아아…!”
젖어 번들거리는 연의 살집이 갈라졌다가 닫히길 반복하며 속의 붉은 살점이 내다보였다. 그 사이를 미친 듯이 파고드는 씨물을 가득 품은 자지가 흉기 같았다.
“역시 연 님이세요. 이리 다정히…. 다 받아주실 줄, 읏, 알았습니다.”
환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패었다. 힘을 싣는 팔뚝엔 힘줄이 올라붙어 있었다.
연의 앞에서 노상 숨겼던 포악한 성질머리가 기어코 터져 나와버렸다. 오래도 참았다 싶다.
턱턱 치받는 힘에 질린 연이 고개를 도리질하며 밀어내기 시작했다. 한계치까지 벌어진 보짓살이 자지를 품느라 안간힘을 쓴다.
“학…! 찌… 찢어져요!”
“안 찢어집니다.”
눈까지 벌게져 우는 여체를 윽박지르며 엉덩이를 더 올려붙였다.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귀두로 안쪽을 파듯 끊임없이 밀고 들어왔다. 정박자에 맞추다 가끔 엇박이 나가는 움직임으로 힘을 실어 도망치려는 여체를 내리눌렀다.
“매일 밤을, 이리 받아주시는 겁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넓혀드리겠습니다. 나중에는, 제 냄새가 가까워지기만 해도 줄줄 싸시게요.”
철썩, 철썩.
“아! 하악…! 학! 윽, 흐윽…!”
충혈돼 잔뜩 올라붙은 꽃봉오리 같은 살점에 박힌 자지가 말뚝같이 우람했다. 귀두 끝을 붙잡고 쪼옥 빨아들이듯 눌어붙었다가 빠질 듯 놔주는 촉감. 환은 그 속에서 자신을 풀어낼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탁, 탁….
“한 해 내내, 상상했습니다. 이 자지를 세운 암컷 안에 제 씨를 뿌리는 상상을요. 그게 연 님이었습니다. 내 연 님에게 제 씨를…. 그런데 연 님께선 날, 그렇게 세워두고 혼자….”
도망이나 치시고. 괘씸해라.
미소 짓듯 벌어진 환의 입가로 송곳니가 드러났다. 씹, 너무 조여.
“아학, 아아…! 흐아…!”
“다리로 제 허리를, 제대로, 읏, 감으시는 겁니다. 엉덩이 움찔거리면서 도망치지 마시고요. 제가 그렇게 못 하시게 잡아, 눌러드리겠습니다.”
“흐아, 흡, 화, 환 니임…!”
“예, 여기 있습니다. 환이 여기 있습니다.”
겨우 환의 이름만 불러대는 연도, 대답하는 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붉게 충혈된 요도구 주변이 폭발하듯 부풀었다. 연이 자지러지며 목을 뒤로 꺾었다. 그와 동시에 안에 질척이는 애액이 흠뻑 젖어 나와 드나드는 자지 기둥을 적셨다.
순간, 구멍이 넓혀지는 듯하더니 미친 듯한 조임이 시작되었다.
“흡, 아! 아아…!”
연은 머리를 쥐어뜯을 듯 울부짖었다. 완벽한 절정이었다. 어쩔 줄 모르고 흐트러지는 몸을 환이 더욱 붙잡고 끌어당겼다.
받아들이시는 만큼만 하겠다는 약조는 어느새 물거품이 되어 있었다. 환은 수축을 반복하는 연의 여성기에 저 자신을 끊임없이 박아넣었다.
연의 것이 자지러지며 저를 물어뜯는 걸 느끼고 환 역시 깊은 울음을 토해냈다.
“큿….”
빳빳이 풀 먹인 옷감처럼 힘이 바짝 들어갔다가 흐물흐물 풀어진 연의 몸을 끌어당겨 안고 그는 마침내 가장 깊숙한 곳에 저 자신을 박아 넣었다. 버둥거리는 두 다리를 완전히 제 등 뒤로 보내 놓고, 방금 처음으로 길을 낸 그녀의 안쪽으로 흉흉히 발기한 성기를 뿌리까지 밀어 넣은 채 그는 사정했다. 연의 질이 본능적으로 올라붙으며 허겁지겁 뭔갈 뽑아내듯 좆을 쭉쭉 빨아들이는 게 느껴졌다.
“씨발….”
두가 아찔해지는 쾌감 속에서 그는 잇새를 짓씹었다. 제 덩치의 반도 안 되는 여체에 잡아먹히는 기분이었다.
두 짐승의 헐떡임만이 남은 순간이었다. 환은 그녀의 안에 끊임없이 퍼지고, 또 퍼지는 제 씨물을 느끼며 밭은 숨을 토해냈다.
환이 정신을 다시 차리는 데는 생각보다 한참이 걸렸다. 송두리째 따먹히는 감각에 아직까지 귀두 끝이 얼얼한 기분이었다.
연의 상태는 더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가물가물한 눈을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완전히 엉망이 된 이불보 아래로 연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게 보였다.
감긴 눈은 짓물러져 있었고 두 팔은 여전히 환의 목에 걸린 채였다. 두 다리는 개구리처럼 오므려져 남자의 돌덩이 같은 허벅지에 간신히 걸쳐져 있었다. 그 아래 빠끔거리는 그녀의 구멍으로 간신히 삼키고 있는 그의 자지가 반쯤 빠져 있었다. 그 주변은 거품과 살을 타고 흘러내린 진득한 체액으로 난리가 났다.
“후우….”
환의 표정에 아주 살짝 후회가 서렸다. 처음을 이렇게 진창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은 아니었는데, 순간 고삐가 풀려버렸다. 급한 불만 끄겠다던 약조를 어기고 처음이신 분을 생각보다 격하게 몰아치고 말았다.
‘일단 지금은 여기서 멈추자.’
환은 한발 물러섰다. 그는 완전히 흐트러진 연의 볼에 입 맞추었다. 그리고 여상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따가 다시 깨워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주무세요.”
연은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까 이미 까무러치듯 기절해버린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환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남이 보면 광기라고 해도 부족함 없을 눈빛이었다.
환은 천천히 연의 몸에서 물러났다. 그가 빠져나온 구멍이 빠끔하고 벌어지며 액을 쏟아내는 모습에 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환은 잠든 연의 두 다리를 오므리게 했다. 두 무릎을 붙여 가슴 위로 올렸다. 골반이 천장을 보자 더는 흐르지 않았다.
그대로 환은 연에게 고개를 숙였다. 냄새를 맡았다.
완벽한 발정향을 뿌리는 암컷 내가 진하게 났다.
“…예쁜 분이 예쁜 짓만 골라서 하십니다.”
환의 입꼬리가 슬슬 벌어졌다. 이미 그의 아래는 다시 빳빳하게 곤두서 있었다.
인간의 몸을 하고 있어도 짐승이었다. 지금 환에겐 연을 임신시키고자 하는 수컷의 본능만 남아 있었다. 더군다나 연 단위가 넘어가도록 발정향만 뿌리고 도망친 암컷을 이제야 제 밑에 곱게 누인 찰나였다. 환은 혈기를 누르지 못했다.
반인반랑의 발정기는 보통 열흘을 가볍게 넘겼다. 그중 단 이삼일 만이 제대로 된 가임기라 볼 수 있었다. 환은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매듭짓기’를 해야 할 터였다. 그녀의 안에 넣고 제 좆을 부풀리는 행위였다. 그러면 환의 씨는 제대로 연의 납작한 배 안에 자리 잡아 클 것이다.
인간과 달리 수인들은 임신 기간이 짧았다. 아마 내년 봄이면 무사히 태어나겠지.
환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하고 연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었어도 칭얼대는 양 눈썹을 움직이는 게 귀여웠다. 어차피 ‘매듭을 짓지’ 않으면 아무리 질 속에 정액을 뿌린다 한들 임신이 될 리가 만무했지만, 환은 계속해서 연이 다리를 들게끔 했다.
“깨실 때까지 잘 머금고 계셔야 합니다.”
커다란 손이 흰 알궁둥이 두 짝을 살살 두드렸다. 흰 씨물을 머금고 있던 분홍빛 입구가 움찔거리는 꼴을 보며 환의 눈이 짐승의 그것처럼 형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아이고, 두야….”
진팔은 숙취 끝에 잠에서 깨어났다. 졸지에 무리의 형님이 되어버린 막내 군길이 대자로 뻗어 자는 걸 확인하곤 자리끼를 마시기 위해 일어났다.
한데 몇 발자국 지나지 못해 진팔은 코를 막고 쓰러질 뻔했다.
‘허억, 이 수컷 냄새…!’
거대한 수컷 냄새가 초가는 물론이거니와 주변의 산간은 죄다 덮어버릴 만큼 거셌다. 아주 온 천지 사방이 발정 난 머리 수컷 내로 진동을 하고 있었다. 머리가 다 지끈해질 지경이었다.
이 정도 냄새는 환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냄새에 밀려 희미했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향은 어린 암컷이 분명했다. 이 근방에 환과 냄새가 섞일 암컷이라면 그들과 생활을 함께했던 연뿐이었다.
‘어제 일이 터졌구나.’
진팔은 짐작했다. 서둘러 신을 대충 갈겨 신고 마당으로 빠져나왔다. 그사이 쌓인 눈이 발목까지 퍽퍽 들어갔다.
아직 새파란 청년이라 진팔 역시 암컷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하여 이리 진득한 두 암수컷의 발정향에 그의 아랫도리도 같이 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진팔은 애써 부인했다.
“큼큼!”
꽉 닫힌 장지문 너머로 진팔은 부러 헛기침해 제 존재를 알렸다. 냄새가 여기서부터 풀풀 새어 나오는 걸 보니 간밤에 두 분이 이 방에서 거사를 치른 게 분명했다.
몇 번 발도 굴러보고 귀를 부러 더 쭝긋이 세워보기도 했다. 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기척도 살펴봤다. 그래도 두 분은 나올 기미가 없었다.
기다리다 못한 진팔이 마루에 엉거주춤 다가가 손을 뻗어 문을 두드리려던 찰나였다.
끼익-
장지문이 딱 손가락 반 뼘만큼 열렸다.
그리고 그 직후 뿜어져 나오는 체향에 진팔은 막혔던 코가 뻥 뚫리다 못해 시원한 감각을 느꼈다. 안에서 흘러나온 환의 체향이 너무 강한 나머지 그렇게 느낀 것이었다. 그리고 진팔은 기겁했다.
‘허, 허억…!’
진팔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그대로 우당탕 뒤로 넘어졌다.
사람의 겉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짐승의 눈을 한 환이 진팔에게 등을 보인 채 고개만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그가 장지문 앞을 서성이고 있다는 걸 눈치챈 모습이었다.
환이 온몸으로 뿜어내는 서슬 퍼런 기운, 그리고 그의 거대한 등 너머로 보이는 가느다란 연의 흰 몸뚱어리 일부가 모든 걸 얘기해주고 있었다.
진팔의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좌르륵 흘러내렸다.
잔뜩 내리깐 음성이 장지문 너머에서 흘러나왔다.
“진팔아.”
마치 네까짓 게 이분의 잠을 방해해서 되겠냐는 듯한 말투였다.
“연 님 지금 주무신다.”
진팔은 꼬리뼈 위쪽으로 짐승 꼬리가 퍽 튀어나올 뻔한 걸 느꼈다. 환의 기세가 너무 세 까딱 잘못했다간 오줌까지 지릴 태세였다.
“앗! 네, 네에, 넵…! 문 닫겠습니다!”
진팔은 열린 장지문을 도로 닫으려고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나갔다. 그런데 그럴수록 환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진팔은 귀까지 튀어나올 지경으로 겁에 질려갔다.
그때 환의 몸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그 바람에 진팔은 완전히 뒤로 넘어가 버렸다.
타악-!
그런 진팔의 다리 위로 뭔가가 휙, 하고 던져졌다.
“여, 엽전…?”
진팔은 제 손아귀 위로 떨어진 엽전 꾸러미를 주워 들고 멍청하게 고개를 들어 여전히 기세가 흉흉한 제 대장을 쳐다보았다.
환이 낮게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군길이랑 저잣거리 가서 한 일주일 놀다 와라. 방해하지 말고.”
진팔은 냉큼 뒤로 다시 기어갔다.
“아, 알았소. 대장.”
진팔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장지문이 타악, 소리가 나며 닫혔다. 그와 동시에 진팔을 숨 막히듯이 짓누르던 환의 기세 역시 조금은 누그러졌다.
‘하이고, 심장아…!’
진팔은 제 가슴을 쓸어내리며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군길에게 달려갔다.
“일어나봐, 군길아! 비상사태다! 일어나라, 쫌!”
발정기 맞은 수인은 건드는 게 아니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의 가르침을 착실히 듣는 진팔이었다.
곧이어 비몽사몽으로 깬 저보다 덩치 큰 막냇동생을 붙들고 진팔은 서둘러 발정 냄새 진동하는 환의 초가를 벗어났다. 아주 쏜살같은 태도로.
* * *
“누구…. 왔어요?”
연은 막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인 눈을 들어 환을 찾았다.
“쉿,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람 소리예요.”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며 환의 얼굴이 다가왔다.
입술이 겹쳐지며 다시 그가 제 위로 올라왔다. 바스락거리며 넓게 펴진 옷자락 사이사이가 살갗에 쓸려 따끔하다고 느낄 때였다.
“신경 쓰실 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젠 초가에 연 님과 저뿐이에요.”
“그게 무슨….”
연은 발정열에 몽롱한 와중에도 꿋꿋이 입을 벌려 물었다. 온몸이 화끈화끈한 게 아주 말도 못 했다.
그 와중에 환은 그걸 아는지 비교적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살갗을 계속해서 만져주었다. 솔직히 그 손길 때문에 살 것 같았다.
제 오른손에 자꾸 볼을 붙이며 달라붙는 연을 사내는 애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수컷 안의 열이 다시 또 오르고 있다는 걸 연은 몰랐다.
“모, 몸이 이상해서….”
아니나 다를까, 첫 정사 이후 연의 발정이 제대로 터져버렸다. 오늘내일하던 것이 환의 존재로 인해 앞당겨진 게 분명했다.
환은 불안해하는 연을 다정히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압니다. 발정기잖아요. 수컷이 필요하실 거예요.”
“그, 그래도 저를 피하셔야….”
그러나 연은 자꾸 환을 밀어내려 했다.
연은 지난번의 발정기를 똑똑히 기억했다.
그녀가 죽을까 봐 도움을 주려고 다가오려 했던 순이 할멈까지 앙칼지게 물어뜯고 오로지 수컷 늑대만을 찾아 미쳐 돌아다녔다. 근처에 오는 수컷에게 궁둥이를 들이밀며 살랑거리다가도 돌변해 다리를 물어뜯을 뻔하기도 했다. 그토록 고통스럽고 통제할 수 없는 게 바로 발정의 시기였다.
그녀의 냄새도 문제였다.
이렇게 발정향을 주체 못 하고 뿌려대니 온 산의 수컷들은 한 번씩 궁금해서라도 이 초가를 찾을 게 뻔했다.
“햐, 향낭이라도 다시 채울까요…?”
“예? 어째섭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만?”
그러나 연의 걱정과 달리 사내는 아주 태연자약이었다. 두려울 것도, 거스를 것도 없어 보였다.
연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가 뿌린 암내에 동한 환의 수컷 내음이 초가는 물론이거니와 근방의 산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이 땅이 내 땅이라고, 이 암컷이 내 암컷이고, 두 짐승이 지금 새끼를 낳을 준비가 만만이니 건드렸다간 목숨을 내놓을 준비를 하라 경고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니 다른 수컷이 발을 들일 리가 있나.
환 그 자체로 이미 악명 높은 짐승인데.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연을 위해 환은 싱긋이 웃을 따름이었다.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환을 못 믿으시는 겁니까? 저 꽤 믿음직스러운 수컷입니다. 어떻게, 지금 짐승으로 변하면 절 좀 믿어보시려나요?”
연은 기겁하며 환의 손으로부터 황급히 얼굴을 떼었다. 재빨리 소리쳤다.
“아니, 아니요! 사람 모습이실 때가 좋습니다!”
지금도 수컷의 위압감 때문에 죽을 것 같았다. 이 상태로 짐승으로 변하면 얼마나 더 무서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말을 하니 사내의 표정이 대뜸 시무룩해졌다.
“저는 연 님의 늑대 모습도 너무 기대되는데…. 연 님은 안 그러신가 봅니다. 제가 싫으십니까?”
어울리지 않는 환의 교태질에 연의 입가가 벌어졌다.
“그, 그럴 리가…. 환 님은 좋아하지 않는 상대와 이런 일을 하십니까?”
“이런 일이요?”
환의 질문에 연의 얼굴이 벌게졌다.
이런 일이라 하면 지금 그와 저가 하고 있는 바로 이 꼴이다.
다리를 가득 벌리고 그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밑에 깔린 건 연이었고, 그 위에 올라탄 환은 배꼽까지 올라붙은 기둥의 흉흉한 기백을 숨기지도 않고 있었다. 저 좆이 조금만 방향을 아래로 틀어도 단번에 쑤욱 들어갈 자세였다. 그걸 기대하기라도 하는지 아기 팔만 한 장대한 기둥의 귀두 끄트머리에 액체가 반질반질하니 맺혀 있었다. 발정열까지 합세해 온통 축축이 녹아 젖어 든 연의 아래께는 번들거리며 환의 기둥이 제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당연히 두 사람 다 옷 한 꺼풀 거치지 않은 모양새였다.
“좋아하는 것만으론 부족하지요.”
환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하지만 그런 그의 입술이 다시 한번 농밀하게 연의 입술을 쓸었다. 갑작스러운 도둑 입맞춤에 연은 눈을 깜박거렸다.
“저는 연 님을 반드시 제 부인으로 만들 건데요.”
“부, 부인….”
연의 속꺼풀이 다시 한번 파르르 흔들렸다.
“이번 발정기만 끝나면 아주 연 님을 딱 눌러다 앉혀 놓고 평생 제 곁에 살아달라 졸라댈 참입니다. 이번 겨울뿐만 아니라 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까지. 또한, 이듬해도, 그 이듬해에도, 또 그 이듬해에도….”
가만두면 평생 그치지 않을 것 같아 연은 환의 입에 제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턱, 하고 막힌 환의 입술이 멈추는가 싶더니 연의 손바닥을 혀로 길게 핥았다.
“악…!”
연은 소스라치며 손을 뗐다. 남자는 더 짓궂게 웃었다.
“연 님만 허락하신다면 이번에 새끼를 갖고 싶습니다. 저, 잘 키울 자신 있어요. 어떤 아비면 족하시겠습니까? 먹고살 걱정은 없게 할 아비요? 훈육을 잘하는 아비요? 아니면 인자한 아비?”
새끼. 그 단어를 들은 연의 눈이 커졌다. 동시에 그녀의 아랫배에 포글포글하고 뭔가 기포가 올라오는 듯한 간지럼이 퍼졌다.
환이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뭐든 자신 있습니다. 연 님은 낳아주시기만 하면 돼요. 제가 다 키우겠습니다. 연 님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닿게 해드리겠습니다. 진팔이 저놈도 제 동생뻘인데 제가 기른 것 보이십니까. 얼마나 잘 자랐습니까.”
연은 진팔이 함께 복분자 술을 먹다 꽐라가 되어 춤추던 일을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랬던가요?”
예시가 틀렸다고 생각했는지 환은 군길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군길이 놈, 아니, 군길이 형님도 보십시오. 이제껏 제가 잘 보살펴 드렸으니 저렇게 덩치 크고 장성하게 잘 계시지 않습니까.”
오히려 반대로 군길이 환을 돌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환의 억지를 처음 들어보는 것도 아니고. 발정열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번 발정기가 끝나면 인간들이 하는 혼례식도 함께 올립시다. 정식으로 제 부인이 되시는 겁니다. 이 무산의 짐승들도 다 초대하는 거죠.”
“무, 무산의 짐승들까지….”
연은 퍼뜩 떠오르는 랑 언니와 대광의 모습을 기억하곤 몸을 움츠렸다. 하지만 환의 말은 진심으로 연의 열망을 건드렸다.
그의 말대로라면 연에게도 드디어 어엿한 신랑이 생기는 거였다.
남편 말이다. 그것도 아주 어엿한 늑대 신랑으로. 보리 꿔다 먹듯 급하게 구한 사내도 아니었다. 아주 제대로 된 신랑감이었다.
훤칠한 데다 능력도 좋고, 무엇보다 저를 아주 끔찍이 아껴주는. 게다가 새끼를 낳으면 자기가 알아서 기르겠다고까지 했다.
연의 마음이 기대감으로 크게 부풀어 오르게 시작했다.
그래도 말이다, 연도 평범한 늑대였다. 아무리 무던하고 자존감 높은 어엿한 암컷이라 하더라도 조금의 자격지심은 누구나 있는 법이었다.
하여 연은 모기만 한 목소리로 작게 여쭈었다.
“정말 저라도 괜찮으세요?”
환의 눈이 야차처럼 성내듯 벌어졌다.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십니까?”
“아니, 그게 말이에요.”
연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 머쓱해져서 대꾸했다.
“제가 일머리는 잘 굴리는 편이긴 한데 힘은 좀 약해서요…. 일은 성실하게 하긴 할 거지만 짝으로선 좀 보탬이 될 만한 분이 낫지 않을까 싶어서요.”
환은 이해를 못 한 것 같았다.
“제가 장사라서 괜찮은데요.”
정작 그를 화나게 한 부분은 다른 부분인 것 같았다.
환이 조금 화를 누그러뜨리려는 듯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아니, 그보다 저랑 이런 꼴로 밤을 함께 지새워 놓고서 다른 새…. 아니, 다른 분께 가시려 한다, 이 말씀이십니까?”
연은 눈을 피했다.
대광도 랑과 짝을 맺어 놓고서 저를 졸졸 쫓아다니지 않았나. 수컷 마음은 누구도 모르는 거였다. 하여 그녀는 말을 돌렸다.
“아니, 그런 것뿐만 아니라…. 저번 있던 무리에선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꼬리 노릇을 했었고요….”
아무래도 머리와 꼬리가 짝을 맺는 건 좀 형평성이 안 맞지 않나 싶었다.
그러자 환의 눈이 더욱 매섭게 변했다. 그가 버럭 소리를 높였다.
“연 님은 어쩔 수 없이 꼬리가 되신 거 아닙니까. 그 사정 제가 다 들었는데 뭘요! 기가 차서 그만 그 새끼들을 죄다 아궁이에 처넣…!”
연의 눈이 커지려는 걸 본 환이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다시 그녀의 입술에 쪽, 쪽, 하고 입맞춤을 뿌려댔다.
“…아무튼, 이제부터 제가 머리 노릇만 시켜드리겠습니다. 우리 무리에선 자기 짝을 놔두고 다른 암컷에게 가는 놈은 불알을 죄다 떼어 버립시다.”
환 말이 맞긴 맞았다. 수컷이든 암컷이든 둘 중 하나가 머리인 이상, 그 짝 역시 무리 내에서 머리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암컷에게 간다고 불알을 떼어버린다니. 상당히 폭력적이긴 했다.
‘내가 수컷이 아니니까 괜찮으려나.’
연은 결국 마음대로 하시라고 했다. 그제야 환도 웃으며 알았다고 대꾸했다.
아무튼, 무엇보다 그녀는 다른 게 시급하다고 느꼈다.
“제 말의 요지는요. 그러니까….”
연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걸 느꼈다. 간밤에 진득하니 정사까지 나눈 사이였다. 초를 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확실히 하고 싶었다.
“정말 저라도 괜찮으신 거지요?”
연은 소심하게 덧붙이려고 했다. 분명 어제도 같은 대화가 오고 가긴 한 것 같지만 확실히 하고 싶었다.
무르기 없다고. 저를 신부로 맞아주겠다고 한 약속, 이 발정기가 끝나고도 꼭 지키셔야 한다고.
평소엔 대쪽같은 면이 있는 연이었지만 관계에 있어선 달랐다. 이런 건 아무리 제가 좋다고 해도 상대방 쪽에서 거절하면 그만 아닌가.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환이 더 빨랐다.
“연 님께서야말로 도망치시면 안 됩니다.”
“예?”
“작년엔 눈 깜짝할 새에 사라져 버리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진짜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시면….”
생각만 해도 환은 머리가 아찔해진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다시 한번 연의 입술을 물었다.
“웁…!”
진득한 입맞춤을 쯉쯉, 하던 환이 으름장 놓듯 말했다.
“한 번만 더 도망치시면 온 산에 불을 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연 님을 찾아낼 겁니다.”
“그건 좀….”
연은 환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도 말대꾸했다.
“산에 사는 짐승들은 무슨 죕니까.”
역시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은 이런 상황에도 어딜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연 님이 도망 안 가시면 되지요. 얌전히 제 곁에서 신부가 되어주시면 되는데요.”
환이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했다.
저놈의 신부 소리는 이제 하도 들어서 연은 그러려니 했다. 장가 못 가서 죽은 총각 귀신이라도 들러붙었나.
하지만 연 역시 처지는 마찬가지였다. 가정을 갖고 정착하고 싶어 상상 임신까지 했던 몸이었다. 환이란 사내를 알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미 마음에 품었다. 게다가 그는 꽤 근사한 사내이기도 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 정도면 괜찮은 혼처였다. 게다가 여기서 도망치기엔 환을 연모하는 마음이 너무 컸다.
“도망 안 칠게요.”
연은 약속했다. 괜스레 그 말을 꺼내니 볼이 붉어졌다.
“계속 곁에 머무를게요. 이 겨울이 끝나도요.”
그러자 환의 표정이 모호하게 굳어져 갔다. 연은 제가 말실수라도 했나 싶어 슬금슬금 궁둥이를 움직였다. 그러잖아도 계속 그의 밑에 깔려 있던 터라 목이 결리던 찰나였다.
“…연 님은 제 심정을 모르실 겁니다.”
그때 바닥에 깔린 듯 낮은 환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음성에 연의 팔에 소름이 으스스 돋는 듯했다. 저 남자가 또 무슨 생각을 하길래 목소리를 까나 싶었다.
“늑대 모습으로 변하고 싶어요.”
환의 대답에 연은 화들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가 하아, 하며 그녀의 아랫배가 떨릴 지경의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연 님을 뒤집어 놓고 목을 물어 올라타 좆질하고 싶어요. 포궁에 제 씨앗을 가득히 심어놓고 좆을 부풀려 매듭짓기 하고 싶습니다. 확실한 짝짓기 말이에요. 제 새끼를 품으실 수 있게요.”
그 말에 연의 팔에 다시 한번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저, 저는 사람인 채로 말입니까!”
“무슨. 그러면 다치십니다.”
환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연 님이 그런 취향이시라면 노력은 해보겠는데요.”
“아닙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늑대 상태일 때는 거친 행동을 참기가 쉽지 않을 터라.”
연은 환의 말에 목울대를 출렁였다.
확실히 암컷 늑대들은 첫 정사를 사람 모습일 때 하는 게 낫다고 입 모아 말하곤 했다. 늑대 모습으로 했다가 수컷이 혈기를 못 눌러 뒷목이 다 물어뜯겨서 오는 암컷도 적지 않았다.
“전 연 님과 늑대 모습일 때도 어서 해보고 싶어요.”
‘뭐, 뭐를….’
연은 당혹감에 생각했다.
환이 달콤한 목소리로 연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지금도 짐승 냄새가 이리 달콤하신데, 진짜 짐승이 되시면 얼마나 또 사랑스러우실지.”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연이 생각하는 그 짓을 하고 싶다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환이 서슬 퍼런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지금 제가 그냥 늑대로 변한 다음 주둥이로 연 님 예민한 부위를 툭툭 건드리면 늑대 모습으로 돌아오실 것 같기도 한데….”
연은 숨을 헐떡였다.
그야 당연할 것이다. 살짝 기세를 푼 게 이 정도인데 늑대로 변한 환을 감당해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지레 겁먹은 몸은 당연히 늑대로 돌아갈 거다.
‘그러면 바로 저 몸 밑에 깔리겠지.’
좋은 수컷인 줄 알았다가도 이렇게 가끔씩 본성이 나오면 아무래도 잘못 걸렸단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덮쳐버리면 연 님은 싫어하시겠지요.”
환이 시무룩한 목소리로 연의 목덜미에 볼을 비볐다.
“다, 당연하지요!”
연은 소리쳤다. 그녀에게 혼난 환이 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네. 그럼 지금 사람 모습일 때 더 성심껏 봉사하겠습니다.”
어라?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지 몰랐다.
연은 갑자기 결심이 가득 찬 얼굴로 제 목덜미를 지나 빗장뼈로 내려가는 환의 얼굴을 황당하다는 듯 바라봤다.
“다시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죠.”
“무, 무슨 일….”
“자식 만드는 일이요.”
어버버 하듯 입을 벌린 연의 가슴을 환의 손이 다시 부드럽게 쥐었다. 큼직한 손에 딱 들어차는 가슴을 어루만지다 콩알 같은 유두를 손가락으로 굴렸다.
“흡, 으….”
거칠거칠한 환의 피부가 유두를 굴리는 게 말도 못 하게 자극적이라 연은 신음했다. 곧이어 그렇게 바짝 세워진 유두 한쪽을 환의 입술이 집어삼켰다.
연의 고개가 저절로 활처럼 꺾였다.
이도 세우지 않고 잘만 젖을 빨던 환이 입술만을 사용해 유륜 전체를 꼬집듯 붙잡고 흡입했다. 정말 이 없는 아이가 젖 빠는 것 같아 연은 볼을 붉혔다.
“가슴을 왜 자꾸….”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연 님도 연습이 필요할 거 아니십니까.”
환이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저를 아이라 생각하고 품어주세요.”
“이, 이렇게 큰 아기는 없습니다!”
“그럼 사내다, 생각하시고 즐겨주세요.”
“앗, 으으, 흐으…!”
간밤에 그에게 온통 물리고 빨린 몸은 환의 작은 손짓에도 금방 달아올랐다.
어차피 발정기였다. 실은 연도 이리 환이 제게 치대는 게 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환이 없었다면 혼자 펄펄 끓는 열 속에서 생식기 주변을 주위에 문대며 괴로워하기만 했을 것이다. 그나마 그가 있어서 이렇게 차분하게 생각이란 걸 할 수 있을 지경으로 열이 가라앉았단 사실을 연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째 날 하고도 반나절이었다. 열흘을 넘길 수도 있는 발정기는 보통 그 중간의 닷새나 엿새 날에 가장 심했다.
그때는 포궁에 씨가 들어가거나 수컷의 생식기와 암컷의 생식기가 매듭짓듯 연결되어 있어야만 불안이 해소되는 예민한 암컷들도 있었다. 그런 시기에 짝없이 홀로 버려진 암컷은 그 사무치는 열감과 그에 따른 자괴감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 날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연은 자신도 모르게 제 가슴을 애무하는 환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았다.
덜덜 떨리는 연의 몸을 환의 근육질 몸이 꼭 안아 지탱해 주었다.
“저, 어디 가지 않습니다.”
차분하면서도 낮은 음성이 그녀를 안정감 있게 달랬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아마 싫다고 하셔도 가지 않을걸요.”
뒷말은 조금 무섭긴 하였어도 연은 그가 농을 잘 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환 님…. 저, 다시….”
열이 오르려고 했다. 다리 사이가 미칠 듯이 근질거렸다.
“이, 입 좀 빌려주세요….”
연은 마치 사막을 건너다가 생수를 발견한 사람처럼 환의 입술을 갈구했다. 타는 목이 화끈화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빌리다뇨? 아예 그냥 다 드리겠습니다.”
환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연의 입술을 물었다. 연의 입술에 환이 입술을 문대자 진한 공기 빠져나가는 소리가 났다. 타액이 섞이는 게 더러울 법도 한데, 그 순간 연은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래서 주둥이를 자꾸 문대셨구나….’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하루 종일 이 짓만 하고 있어도 발정열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연의 착각일 뿐이었다.
그녀는 곧 짐승의 발정이 왜 발정이라 불리는지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 * *
“헛! 좋아! 읏, 학…! 너무…. 좋아! 악…! 흐으응!”
연은 도리질하며 목이 쉬도록 소리치고 있었다.
두 다리가 환의 어깨 위로 올라간 자세였다. 연은 그의 기둥으로 인해 뱃가죽이 뚫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정신없이 아래에 깔린 채 흔들렸다.
연의 입가가 살짝 벌어진 채 뜻 모를 소리를 흩뿌려댔다.
“흐악, 더…! 하응…! 좋아요! 환 님, 아…!”
부르튼 입술 주위는 저도 모르게 고인 침으로 번들거렸고 눈물은 마를 새가 없었다. 그를 받아들이고 있는 아래의 결합지는 폭포라도 터진 듯 흥건했다. 이미 신체적으로 흘릴 수 있는 모든 액체는 다 줄줄 나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중간중간에 환이 이부자리를 몇 번이고 갈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처음 정사가 있고 나서 환락의 시간을 사흘 더 내리 보낸 두 짐승이었다. 원래 발정기의 반인반랑(半人半狼)들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자연히 뒷간에 갈 일도 만들지 않는다. 몸을 겹치고 함께 쓰러져 있다 눈을 뜨기 무섭게 다시 정사에 몰입한다.
연은 금방 색사에 익숙해졌다.
그녀의 몸은 환의 손길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녹진녹진 녹아 흘렀다. 종국엔 저리 발정 난 티를 숨기지 못하고 먼저 그의 몸에 매달렸다.
“그렇게, 좋아요?”
환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연의 두 발을 손으로 묶어놓고 개구리처럼 오므리게 했다.
“악…! 네, 조, 좋아, 하악…! 좋아, 요…!”
“하, 미치겠네.”
환이 말끝마다 좋아, 거리며 흐트러지는 연을 보고 중얼거렸다.
“씨발, 나도 존나게 좋아요.”
자지가 뽑힐 것 같아. 그의 입술이 상스러운 말을 흘렸다. 공중에 뜬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그 위에 타 좆질하기 시작했다.
“아, 너무 조여….”
환의 눈이 무섭도록 집중하며 연을 발라먹을 듯 탐닉하고 있었다. 샅과 살이 철썩이며 맞부딪혔다.
탁, 탁, 탁.
정말 성기의 교접만 이루어질 수 있는 자세였다. 숫처녀가 경악할 법도 하건만, 연은 아무런 저항도 없었다. 턱턱 들이받는 힘에도 그만하라는 말조차 없었다. 눈은 반쯤 풀린 채 신음만 흩뿌리는 그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 없는 듯했다. 잠도 부족했고 체력의 한계여서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발정이 그녀의 오감을 지배하고 있어서였다.
“하앙, 흐, 응…! 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다는 듯, 벌어진 입에선 타액이 흘러나왔고 눈에도 힘이 잔뜩 풀려 있었다.
그 와중 환의 성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구멍은 탄력 있게 조여들며 자지를 뜨겁게 찜질하듯 품어댔다.
환은 이를 악물며 속삭였다.
“너무 맛있어…. 연 님 속이, 내 좆을 빨아 먹는 것 같아. 이러니 제가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지 않습니까.”
환은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연이라 타박하였다. 그가 멈추고 허리를 둥글게 돌리며 시간을 끌었다.
연은 달뜬 신음을 흘리며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간 다리를 신경질적으로 내리쳤다.
“흐읏, 빠, 빨리…!”
그마저도 환에겐 병아리만도 못한 힘이었지만 눈꼬리만큼 앙칼진 발차기에 그는 웃었다.
“알았습니다, 움직일게요. 하, 환장하겠네. 이리 좆을 꽉꽉 무시니, 아무리 저라도 좀, 힘들어서요.”
조금 쉬었더니 어서 움직이라는 마님의 성화다. 환은 눈썹이 휘도록 웃으며 연의 입술 주위에 입맞춤을 퍼부었다.
“하읏, 우음…!”
눈물로 붓고 짓무른 그녀의 눈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환은 다시 안을 치대길 시작했다. 그녀의 조막만 한 발가락에 등이 후려쳐진 게 먹힌 것이었다.
철썩, 철썩. 그가 속력을 높이자 그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연의 젖은 가슴 위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
환의 팔뚝에 걸쳐진 연의 종아리가 미친 듯이 덜렁거렸다.
“억, 하응…! 악…! 학, 으응…!”
씨발, 진짜 싸겠네. 귓가에 어이없다는 웃음과 함께 환의 저음이 흩뿌려진다. 그러자 연의 안이 다시 한번 벌컥 조여들었다.
“아, 또 조였어….”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환이 또 멈춘다. 뱀이 교접하듯 은근하면서도 안달 나는 비비적거림이 중간중간 이어졌다.
연이 우는 소리를 냈다.
“알았어, 알았어요. 제대로 할게요.”
그러자 환이 자세를 잡았다. 흐트러진 연의 다리가 제 허리를 감게끔 하곤 귀 양옆으로 팔꿈치를 내려 상체를 낮췄다.
“흐윽…!”
“아, 깊다….”
환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완벽하게 들어갔다.
움찔거리던 연이 그대로 침을 꿀꺽이는 게 느껴졌다. 긴장으로 움츠러든 작은 엉덩이가 안에 품은 것을 더욱 옥죄었다.
곧이어 엉덩이골에 땀이 찬 여자의 토실한 살갗이 남자의 돌덩이 같은 허벅다리 뼈와 맞부딪치며 철썩거림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턱, 턱, 턱….
“헉…! 흑, 하앙…! 흡! 악…!”
연은 자지러지며 신음을 흩뿌렸다. 흐트러진 그녀의 검은 머리 타래가 정신없이 흰 이불보 위에 펼쳐진 장관이 새신랑의 눈에 어여쁘기 그지없었다.
씹, 미치겠네. 환은 아예 연의 어깨에 고개를 처박아 버렸다. 그때부턴 그 역시 허리를 움직이는 데 치중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연의 표정에 환도 함께 정신이 끊어져 버렸다. 그렇게 마흔 번 가까이 거친 움직임이 계속되다 사내가 멈추었다. 그러자 다시 칭얼거림이 터져 나왔다.
“흑, 안 멈춘, 다고…!”
골반이 위쪽으로 들어 올려진 채 보지가 그의 좆으로 완벽히 틀어막힌 연이 울부짖었다. 조금만 더 하면 기절할 듯 가버릴 것 같은데 환이 여지를 주질 않았다.
환이 죽겠다며 웃었다.
“졸라보세요. 하 씨, 지금 진짜 깊어. 아니, 아니. 아래로 말고. 아래는 힘 더 푸시고. 요 예쁜 입으로요.”
“모, 못됐…!”
“어허, 서방님께 나쁜 말 하면 못씁니다.”
“이럴 줄, 아랐으면 호, 혼인…. 무효로…! 아!”
환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꺼졌다.
“어딜 내빼시려고.”
순식간에 아래가 뿌리까지 처박혔다. 더 깊어질 수 없을 것 같던 결합이 온전해졌다. 연은 정신없이 수축하는 아래를 느끼며 고개를 흔들거렸다. 환이 그 상태로 설설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 흡, 아악…! 학…!”
“우리 혼인은 절대, 무르지 않을 겁니다.”
혼인 얘기가 나오면 철옹성이 따로 없는 사내였다.
“나, 나쁜…!”
“받아, 들이세요. 이런 사내가 이제 그대 신랑인 것을 어찌합니까.”
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으며 저를 애만 태우는 사내가 야속해졌다.
환이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그녀의 위로 몸을 기울였다. 야릇하게 찡그린 눈썹과 올라간 입꼬리가 정반대의 감정을 표현했다.
“하아, 좆 빠지겠어요. 그렇게 잡아 뽑지 좀 마세요. 안 그래도 지금 다 들어갔는데….”
연은 그 자세 그대로 환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갖은 애를 써서 몸에 힘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내벽이 미끄럽지 않은 건 아니었다. 작고 동그란 엉덩이 위로 삐죽 튀어나온 무시무시한 위용의 성기가 자잘하게 왔다 갔다 하며 처박히길 반복했다. 찌걱이며 살짝 빠져나온 좆이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며 주변의 찌꺼기를 몰아내고 빠끔 빠져나오나 싶더니 다시 한번 깊이 박혔다.
“아…! 아앙…!”
“후우…. 그거, 아십니까? 연 님 보지에 제 정액 냄새가 뱄습니다. 그 어떤 수컷 짐승 새끼라도, 연 님을 보는 순간, 제 암컷인 줄 알 거예요.”
보지가 다시 한번 위로 올라붙고 안이 기가 막히게 조여졌다. 그 안을 좆으로 틀어막고 있던 환의 입에서도 역시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기둥을 통째로 잡아 비트는 것 같은 감각에 그의 목젖이 절로 움틀거렸다.
“흣…. 그렇게 조이시면, 또 쌉니다.”
차라리 싸주었으면 했다. 연은 짓무른 눈가가 쓰라림을 느끼며 흐느꼈다.
“그냥 빨리….”
“아직 안 돼요.”
새신랑은 이상한 데 집착이 심했다. 연의 입에서 흐읍, 하고 울먹임이 또 터져 나왔다. 발정향에 휩싸인 암컷은 대중이 없는 법이었다. 오롯이 몸을 에워싸는 그 열기를 해소하는 일 말고는 어떠한 것에도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위로도 빨아주세요.”
이미 정신이 없는 와중, 벌어진 입가에 환이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왈칵 들이밀어진 중지에 놀라기도 잠시, 연은 냉큼 그것을 쭉쭉 빨아먹었다. 입 안을 오목하게 말아 입천장과 혓바닥을 사용해 흡착하듯이. 본능과도 같은 갈증이었다.
위의 움직임에 아래의 결합지 역시 가만있질 못했다. 그의 생식기가 설렁이며 움직임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위로도 아래로도, 연은 집어삼킨 그의 모든 것을 조이고 삼키길 급급했다. 젖 빠는 아기처럼 보챘다.
“…진짜 최고예요.”
환의 목구멍에서 가래를 뱉기 직전의 걸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가 뼛속까지 흥분했다는 증거였다.
하도 보지 속에 처넣고 있어 불었을 법도 한 좆이건만, 그 자태며 위용이 하나도 쪼그라들지 않은 말 좆 같은 기둥은 아직도 댕돌같이 딴딴했다. 그 아래 늘어진 주머니는 질 좋은 씨를 가득 채웠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검붉고 탱탱하게 선단 주위로 올라붙은 모양이었다.
“우리 부인처럼 새끼를 배게 해달라, 잘 조르시는 여인은 없을 겁니다.”
환의 입술이 미소를 머금고 벌어졌다. 어느새 호칭은 그의 부인이 된 지 오래였다. 정화수도 떠놓지 않고 치른 첫날밤이었지만 그는 이제 그녀를 당연하다는 듯이 아내 취급을 했다.
“아래가…. 너무 간지러워서…!”
연은 다시 엉덩이를 비틀며 허벅다리를 굽혀 발을 그의 가슴팍에 얹었다. 몸은 이미 반으로 접혀 그의 밑에 깔린 찰나였다.
그가 그만 끝까지 박아주었으면 했다. 제발. 이 꺼지지 않는 열기에 찬물을 끼얹어 주었으면. 온몸을 타고 줄줄 흐르는 땀을 좀 식혀주었으면.
환이 다시 한번 선단을 물렸다. 아기 주먹만 한 귀두 끄트머리가 간신히 들어간 갈라진 입구가 빠끔, 벌름거리는 게 색스럽기 그지없었다.
“제발 이제 그만….”
박아줘.
그만 내 안에다 싸달란 말이야.
불그스름한 입술이 뻐끔거리며 들리지 않는 애원을 토해내어도 사내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어둠 속,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이 맹수의 것처럼 선연히 번득였다.
“좀 더 안쪽을 비비다가 싸드릴게요, 부인. 비비는 거 좋지 않습니까?”
다시 기둥이 쑤욱 안쪽으로 처박혔다. 연은 자지러지게 교성이 토해지는 걸 참지 못했다.
“전 좋던데.”
이미 제 물음의 답을 알고 있는 환이 선수를 쳐 대답하곤 허리를 설렁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읏, 앗…!”
그의 말마따나 안이 비벼지기 시작하는 감각이 섬뜩하게 연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환이 연의 등 뒤로 훌쩍 손을 밀어 넣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몸이 앞으로 쏠렸다.
연은 이제 환의 가슴팍에 엎어진 채였다. 그녀를 제 몸 위로 올린 환이 바로 코앞에 떨어진 연의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저는 진이 다 빠진 것에 반해, 힘 하나 들이지 않았다는 듯 태연자약한 낯짝에 연은 배알이 꼬일 지경이었다.
“후…. 이제껏 제 허리가 빠지도록 봉사했으니 이젠 연 님 차례예요.”
환의 손이 다가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붙들어 세웠다. 아직까지 연결된 내부는 그가 하체를 움직일 때마다 질척이는 소릴 내며 버거움을 호소했다.
연은 빨랫돌처럼 근육이 움푹 들어간 환의 배판을 짚고 상체를 세웠다. 풀어 헤쳐진 머리칼이 앞으로 예쁘게 떨어졌다.
하지만 환은 그 머리칼을 신경질적인 손길로 치워버렸다.
“젖이 제대로 출렁이게 어깨를 펴세요. 다리는 벌리시고요.”
역시 마냥 다정하기만 한 사내가 아니었다. 제대로 걸렸다 싶었다.
연은 설움을 느끼면서도 상체를 바짝 세웠다. 지난 며칠간 그의 몸이 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섞였다. 그러나 그의 위에서 움직이는 건 또 처음이었다. 본능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해 허벅다리가 자연히 오므라들었다.
물론 환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연의 허벅다리를 툭툭 치며 더 넓게 벌렸다.
“허벅지 안쪽 제대로 보이게 벌려요.”
존대이되 명령조였다. 노상 다정하기만 하던 사내가 헐벗어 접붙은 후에 이리 본성을 드러내니 그게 더 두렵다가도 또다시 부드러운 면을 보여줄 땐 마음이 녹아내렸다.
“처음엔 앞뒤로 하시다가 나중엔 위아래로도 움직이시는 거예요.”
연의 허리를 한 손으로 붙들고 나머지 한쪽 팔로 바닥을 짚은 환이 그녀를 앞, 뒤로 설렁설렁 흔들었다. 아랫배까지 닿는 커다란 손이 부여잡고 움직이는 통에 하반신 전체가 그의 하체에 비벼졌다.
“아, 너무…. 커…!”
지나치게 깊었다. 닿으면 안 될 곳까지 닿을 것 같았다. 연은 발작하듯 찾아오는 감각에 몸서리치며 그의 가슴팍을 붙들었다. 환이 땀에 젖은 이마를 훔치며 웃다가 그녀를 제 위로 올린 채 설설 뒤로 기어갔다.
“헉, 읍…!”
벽에 머리가 닿은 그가 몸을 일으켜 제 뒤에 이불보를 뭉쳐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그와 연결된 채로 눈높이가 맞춰진 연은 가물거리는 눈을 깜박이다 그의 콧잔등에 서린 땀방울을 발견했다.
“…조금만 힘내시면, 진짜 제대로 싸드릴게요. 저도 지금 참기 힘들거든요. 연 님 안쪽에 싸고 싶어 미치겠어요.”
환이 약조하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 맞추었다. 낮은 저음에 연의 귓가에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그의 손아귀 힘이 연의 움직임을 종용했다.
연은 반강제적인 그의 명령에 따라 몸을 앞뒤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흑, 으읏….”
“제 목 잡으세요.”
가슴팍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그녀의 손을 낚아챈 환이 그것을 제 목에 가져다 대었다. 어깨가 널찍하니 연의 시선은 그의 가슴팍을 벗어나질 못했다. 그녀의 움직임에 맞추어 환 역시 잘잘 떨며 허벅다리를 움직여주었다. 꿈틀거리던 움직임이 한결 편안해졌다.
“흡, 으…. 읏, 하으….”
신음은 정직하게 튀어나왔다. 어설프게나마 움직이던 게 그의 도움이 덧붙여지니 금방 역동적으로 변했다.
제 무게를 실어서 박힌 좆을 품은 채 교접지를 비비고 문대니 쾌감이 안 올 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진동하듯 하반신 전체를 뭉근히 문질러주는 환의 움직임 역시 연의 욕구에 불을 지폈다.
“왜 그렇게 흥분했어요. 제 위에 타시니까 그리 좋으세요?”
“흐, 아…! 몰라…!”
“모르기는. 이렇게 음탕하게, 요분질하고, 계시면서.”
요도구가 순식간에 좁혀들고 질 입구가 바짝 죄어졌다. 땀이 범벅된 피부가 서로 맞부딪혀 들어갈 때마다 찰싹이는 야해 빠진 소리를 내었다.
한 손으론 그녀의 허리를 부추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꾸 출렁이는 젖을 가린 머리칼을 한데 모아 그러쥔 환이 속삭였다.
“저를, 말처럼 모세요. 연 님께라면 기꺼이, 종마가 되어드릴 테니. 읏.”
그 말을 시작으로 환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 힘을 실었다. 박차를 가한 손짓이 그녀의 몸뚱이를 크게 들어 올렸다.
“학…! 읏, 읍…!”
앞뒤로 설렁이던 연의 움직임이 위아래로 크게 고갯짓을 시작한 건 순식간이었다.
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던 손을 옮겼다. 제 몸을 지탱하기 위해 떡 벌어진 그의 양어깨를 짚었다. 허벅다리가 벌벌 떨리고 종아리의 힘줄이 쪼그라드는 감각 속에서도 연은 있는 힘껏 다리를 접었다 펴며 그의 것을 죄고 또 죄었다.
“아, 음…! 아아…!”
꼿꼿이 일어선 유두가 환의 시선 앞에 정신없이 흔들리고, 만개한 두 유방이 출렁이며 둥그렇게 원을 그리다 떨어졌다. 움푹 좁아 든 허리와 흰 배가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유연하게 휘어졌다. 푹 젖어 갈라진 살 틈 사이로 살벌하게 일어선 선단이 사정없이 푹푹 박혀 들어갔다.
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의 어설픈 움직임에 맞춰 손자국이 여실히 난 엉덩이 살을 주무르는 그의 커다란 손에도 힘이 실렸다. 그대로 쥐고, 이를 악문 환이 제 기둥 위에 연의 엉덩이를 퍽퍽 내리꽂기 시작했다.
“학, 으응…!”
연의 허벅다리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지난밤 무수히 느꼈던 그 어떤 절정보다 기막힌 감각을 예고하는 신호가 회음 주변을 때리듯 울렸다. 흰 찌꺼기가 일어난 질 입구를 터질 듯 부푼 정낭이 차지게 쳐댔다. 뿌리까지 꽂혀 들어가도 질은 그의 길고 커다란 각좆을 남김없이 삼켜냈다. 가장 안쪽, 그가 예민하게 느껴 마지않는 지점까지 정확하게 꽂아 박혀 들어갔다.
“아흑…! 하으윽…!”
그를 시작으로 질이 연의 의지완 상관없이 수축을 시작했다. 허리 이하의 감각이 뭉텅이째 잘려나간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질되는 쾌감 속에서 연이 입도 다물지 못하고 벌벌 떨며 환의 가슴팍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런 여자의 허리춤을 낚아채 움직임을 이어나간 건 사내였다. 소리도 제대로 못 지르는 연의 골반을 기어이 붙잡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녀가 느낀 바로 그 지점을 뭉툭한 선단의 끝으로 박고 또 박으며 살을 지져 뭉갰다.
“흑, 환 님…! 그만…! 흐윽…!”
이젠 두 사람이 엮이어진 기관이 제멋대로 움직임을 이어나갔다. 수축하고 짜내고 틀어박히고 뽑히고. 씨를 받아낼 준비를 만만히 해낸 질 안쪽이 불규칙한 수축을 해대며 불덩이같이 곤두선 돌좆을 맹렬히 물어뜯었다.
환은 그런 여자의 몸에 기꺼이 굴복했다. 두 사람의 들어가고 나온 지점이 완벽히 맞물린 시점에, 뿌리까지 틀어박힌 결전지를 손에 틀어쥔 채 남자가 짧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흣. 씨발….”
점액질 가득한 질 주름이 공기 한 점 없이 틀어박힌 좆을 짓누른 채 선단 끝에 걸쭉한 백탁 액이 쏟아져 나왔다. 한번 열린 요도구에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양의 사정액이 줄줄 풀렸다.
환은 제대로 먹으라고 골반에 자국이 나도록 꽉 잡은 엉덩이를 설설 흔들기까지 했다. 연은 풀린 눈을 하고 그것을 다 받아먹었다.
“흐으…. 우으….”
기어이 눈물샘이 터져버린 연이 환의 목을 끌어안고 흐느꼈다. 너무했다. 아무리 발정기라지만 그가 심하다고 생각했다. 좋다고 소릴 지르다가 또 이런 손길 한 번에 설움이 몰아쳤다. 발정열에 오락가락하는 그녀의 기분은 이제 제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환이 재빨리 그런 그녀를 안고 토닥였다. 거친 숨을 뱉으며 달래주었다.
“잘하셨어요. 너무 예뻐요.”
그 말에 또 금방 진정하는 저 자신이 웃긴다고 연은 생각했다.
입술이 다시 겹쳐지고 온몸이 쓰다듬어졌다. 두 사람은 잠시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아직 마개는 막혀 있는 참이었다. 엉덩이를 토닥이는 손길에 갈라진 틈이 움찔거리며 울컥울컥 씨물을 토해냈다.
그에 환의 눈썹이 조금 매섭게 치켜 올라갔다.
“그렇다고 흘리지는 마시고.”
환의 움직임 한 번에 엉덩이가 조금 더 위로 솟구쳤다. 흐르던 액체가 멈췄다.
어둠 속에서 환의 눈빛이 음산히 빛났다.
“조금 칭찬했더니 또 금세 기고만장해지셨지.”
억울했다. 제가 언제 그리했다고.
연은 그가 지독한 사내라고 생각했다. 정사 중의 그는 좀 야멸찬 구석이 있었다. 서운했다. 아무리 발정기이지만 짐승다운 것도 정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미 한바탕 제 안에 싸지른 좆 대가리를 여전히 품고 있는 터다. 어차피 도망칠 구석도 없었다. 연은 곧 생각하길 그만두고 피로한 눈을 감았다.
* * *
그렇게 까무룩 잠든 것도 같았다.
연은 어느 순간 환이 깨우는 손길에 일어났다. 비몽사몽에 힘이 하나 없는 와중에도 몸은 제 수컷의 손길에 반응했다.
“제 위에서 잘 주무시네요. 보드랍고 따끈따끈해서 저도 기분 좋았어요.”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며 뒤로 넘기고 이마와 콧잔등을 통틀어 입맞춤을 뿌리던 그가 다정히 말해주었다. 연은 싸늘해진 밤공기를 느낄 수조차 없는 후끈한 신방을 감지했다.
“나갔다 오셨어요…?”
“아, 잠깐 아궁이를 지켜보느라.”
“흣…!”
갑자기 상체가 끌어당겨져 양쪽의 젖이 쪽쪽 빨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반항도 못 하고 연은 유두를 날카롭게 긁는 환의 흡입력 좋은 입술을 받아들여야 했다.
“아, 진짜…!”
연은 또다시 차오르는 감각에 몸서리치며 환의 가슴팍을 팡팡 때렸다. 그러자 그가 짓궂게 대꾸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지 않았습니까. 복수하고 싶으시면 제 젖도 빠세요.”
“그게 무슨 복수…. 흣!”
칭얼거리는 연에게 환은 기막힌 소릴 해댔다. 그러면서 그녀의 가슴을 마저 빨아 재꼈다.
“흐, 앙…!”
한참이 지나서야 젖에서 입을 뗀 환이 그녀를 부드럽게 얼렀다.
“요 앞인걸요. 오래 혼자 두지 않았어요. 발정이 온 반려를 두고 수컷이 어딜 가겠습니까.”
연이 뭐라 한 것도 아닌데, 환은 연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눈치챈 듯 부드럽게 달랬다. 평소와 같았다면 그가 아궁이를 지키러 가든 창고를 정리하러 가든, 심지어 사냥을 나갔다 할지라도 눈 한 번 깜박하지 않을 연이었다. 그러나 지독한 발정은 연의 생체 주기뿐만 아니라 성정에도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곁에 있지 않으면 불안해 미칠 것 같아.’
몸이 닿아 있지 않으면, 아니, 그의 생식기가 연의 깊은 안쪽을 찌르고 있지 않으면 가슴이 철렁이고 식은땀이 솟구쳐 견딜 수 없었다.
‘내가 이런 암컷인 줄은 몰랐는데….’
이리 바라는 게 많고 어리광이 심한 암컷이 될 줄 몰랐다. 그런데 더 희한한 점은 환이 그 응석을 기꺼워한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꽤 많이.
“귀여우셔라.”
퉁퉁 불어 바짝 솟은 두 쌍의 젖꼭지를 황홀하다는 듯 바라보던 환은 그녀의 허리가 끊어질 듯이 팔에 힘을 주며 안아왔다.
“으, 으아….”
연은 그 속에서 미약하게 신음했다. 숨이 막혔다. 그의 근육에 온몸이 짜부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어서 터진 그의 말에 연은 더 숨이 막히는 걸 느꼈다.
“가끔 연 님을 씹어먹고 싶어 주체할 수가 없어요.”
그녀의 목덜미와 어깨를 타고 소름이 쫙 돋았다. 연은 힘만 있었더라면 손바닥을 고르게 펴 그를 찰싹 때려 주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의 목덜미에 코를 박아야만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처럼 흡하, 흡하, 거리던 환이 문득 고개를 쳐들곤 말했다. 그의 입에 은근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제 거의 준비가 되셨어요.”
연은 희끄무레한 시선을 들어 환을 쳐다봤다. 뭐가 준비되었다는 걸까.
“이제 박은 채로 제 걸 부풀려도 제대로 받아들이실 준비가 되신 것 같다고요.”
환이 친절하게 말의 뜻을 풀어 설명해주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연은 다시 착실하게 크기를 불리기 시작하는 그의 것을 엉덩이 아래로 느낄 수 있었다.
환은 경황없이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몸을 제 위에 태운 채 뒤집었다.
“으앗…!”
환의 발끝을 보고 그의 위에 엎드린 자세로 그녀가 흰 궁둥이를 움찔거렸다. 흐느끼는 연을 보며 환이 토닥거렸다.
“왜 이 자세로 하는지 나중에 이해하게 되실 거예요.”
그의 무르팍을 짚고 다가올 삽입을 기다리는 여자의 엉덩잇살을 벌린 엄지가 꽤 거칠었다. 온통 울긋불긋한 살을 가르며 벌린 입구에서 뚝뚝, 한때 그의 것이었던 액이 비집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연 님은 엉덩이가 참 예쁘세요. 작은데 옹골차. 터질 것같이 주물러 대면서 박아도 다시 모양이 돌아와요.”
그곳 위를 엄지로 살살 굴리며 환이 입을 벌렸다.
“흐앗, 아아….”
“그중 최고는 갈라진 부분을 벌리면 보이는 이 속살이에요.”
과실 벌리듯 환의 양손이 그녀의 음부를 활짝 벌렸다.
“보기만 해도 쌀 것 같아.”
환이 질 낮은 무뢰배처럼 중얼거렸다.
그 위로 무섭도록 곤두선 그의 좆 대가리가 위용을 과시하며 꺼떡였다. 금방이라도 그리로 파고들고 싶다는 듯 스스로 왕복 운동을 하는 꼴이 딱 발정 난 개새끼의 좆이나 다름없었다.
“허, 허억…!”
순식간에 엉덩이가 잡힌 연의 몸이 뒤로 쭈욱 끌려갔다. 목적지는 길게 내뺀 환의 혓바닥 근처였다.
“하아, 으, 환니임…!”
둥글게 만 그의 혀가 구멍 주위를 게걸스럽게 핥았다. 개박하라도 발견한 개처럼 저질스러운 혀 놀림에 발작하듯 놀란 건 연이었다.
“인내심이 없어지셨어요. 금방, 처박아 드릴 테니까 좀만 참으세요.”
잠시 그녀의 엉덩이골 사이에 코를 파묻었던 그가 입술을 떼어내며 속삭였다. 연은 그의 딱딱한 허벅다리를 잡고 몸을 마구잡이로 꿈틀거렸다. 아니, 몸서리쳤다. 도무지 얌전하고 음전하게 견딜 수 있는 애무가 아니었다.
길게 뽑힌 혓바닥이 갈라진 틈 사이를 걸쭉하게 쓸었다. 까슬해진 턱 주변과 부드럽고 뜨거운 입술이 상반된 감각을 선사했다. 날카로운 턱선이 두 손으로 활짝 벌린 구멍 사이를 툭툭 치는가 하면, 뜨거운 뺨으로 아래를 자꾸 문대어댔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뭐가 더럽고 기분 좋은지도 이제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그녀의 엉덩이를 제대로 틀어쥐고 위로 높이 솟게 한 그가 추삽질하듯 혀를 파묻고 구멍과 그 아래 회음 주위를 미친 듯이 빨았다.
“흐읍, 우읍…! 하악…!”
암컷의 골반이 미친 듯이 난리를 쳐댔다. 눈앞이 벌게진 연이 소리 지르며 벗어나려 해도 강인한 두 손에 꽉 틀어박힌 두 쪽의 흰 궁둥이가 빠져나올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대로 뽑히듯 고인 애액과 거품 찌꺼기를 다 빨려 먹힌 연이 마침내 환의 허벅다리 위로 무너지듯 쏟아져 내렸다.
“헉…! 허억…! 흡…!”
피가 쏠린 음부 주변이 벌겋게 성을 내며 더 커다란 것을 향해 벌름거리는 걸 수컷이 모를 리가 없었다. 정신도 못 차리고 엉덩이를 치켜든 채 무너진 연의 하체를 끌어당겨 앉힌 환이 그대로 검붉게 일어선 선단을 붙잡고 툭툭 그녀의 살갗에 문질러댔다. 이미 배꼽까지 올라붙은, 정낭이 길게 늘어진 좆은 주인의 성미만큼이나 인내심 없이 울컥대며 사정액을 미리부터 흘려대고 있었다.
그 주위로 씰룩대는 희고 붉은 연의 구멍이 빠끔거렸다.
손에 묻은 연의 애액을 입가로 가져가 핥던 환이 다시금 좆을 붙들고 그 사이를 조준했다.
“아앙…!”
입으로 아우성 쳐대도 이미 아래는 흥건히 준비가 끝난 걸 알고 있는 사내였다. 그녀의 골반을 붙잡아 내리는 손길에는 자비가 없었다.
“흣….”
단번에 뿌리까지 꽂혀 들어갔다. 이미 길이 바짝 든 속은 항문까지 긴장하며 그의 것을 사정없이 조였다.
순식간에 몸이 두 쪽으로 갈라진 듯한 감각에 연이 울부짖으며 뒤로 손을 뻗었지만, 엉덩이를 붙잡아 내려치길 반복하는 사내의 손길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헉…! 허업, 너, 너무…. 빠, 빠르…!”
“엄살은. 잘하실 수, 있으면서.”
철썩. 철썩. 환이 힘으로 들어다 꽂아 박는 좆을 그녀가 어찌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 그의 위에 반대로 걸터앉은 채 흰 궁둥짝을 내보이고 들썩이며 그의 사타구니를 내려찍는 연의 살갗이 음란한 소음을 내었다.
환의 시선에 담긴 모습이 실로 야해 빠지기 그지없었다. 내다 꽂히는 거대한 좆을 벌컥벌컥 집어삼키는 구멍 주위는 아래로 내리치는 그의 손에 힘이 실릴 때마다 움푹 좁아 드는 게 훤히 보였다. 지금 뒤집는다면 온몸이 들썩이며 기둥을 품는 연의 가슴이 정신없이 사방으로 출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입맛이 다셔졌지만, 환은 인내했다. 그 모습은 앞으로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게 먼저다.
문득 멈춘 사내가 가파르게 호흡을 고르며 무너지려는 여체를 다시 세웠다.
“후…. 이제 연 님이 해보세요.”
사정을 겨우 참아낸 사내가 엉덩이를 툭툭 두드리며 종용했다.
“아까 하셨던 거랑 비슷해요. 위아래로, 다리에 힘줘서 제대로.”
목소리에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 연은 입술을 비죽이며 짝에 대한 제 불만족스러움을 은연중에 표현했다.
평소 같았으면 입 안에 과실 굴러가듯 다디단 목소리로 그녀의 비위만 맞췄을 사내가 어쩐 일인지 강하게 나왔다.
“뭐 해? 움직여요.”
잔뜩 충혈돼 연결된 부분을 사정없이 손바닥이 내리쳤다. 짝, 하고 가벼운 소리만 났음에도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양 연의 몸이 화들짝 위로 솟구쳤다.
“아읏…!”
그녀의 몸을 환이 재빨리 내리눌렀다. 그리고 빠끔하며 귀두 끝까지 빠진 기둥에 그녀를 다시 내려 앉혔다.
“학, 흐읍…!”
“지금은, 연 님이 이해하셔야 해요. 멈추지 마시고, 어서.”
봐줄 사정 없다는 듯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금 연의 귓가에 내리꽂혔다.
쫙-! 손바닥이 한쪽 볼기짝을 다시 한번 가볍게 내리쳤다.
“아, 아악…! 흡…!”
서러웠다. 제 짝이 왜 갑자기 이렇게 사나워지신 건지, 알 도리가 없는 연이 흐느끼며 그의 허벅다리에 팔을 지탱하여 상체를 천천히 세웠다.
“느리잖아, 빨리요.”
이를 악문 사내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연을 후려쳤다.
철썩! 이번엔 반대쪽 엉덩이가 매를 맞았다.
“하악…! 흡…!”
억울하고 괴로운 연의 눈가에 결국 후두둑 눈물이 맺혔다. 죽어도 눈물방울 아니 떨어트리리라, 속으로 다짐하고 시키는 대로 엉덩이를 설설 흔들기 시작했다. 역시나 사내가 붙잡고 퍽퍽 박아대는 속도에 현저히 미치지 못했다.
움찔거리며 어설프게 빗겨 설핏설핏 박아대는데도 환의 자지는 그 크기와 위용 어느 것 하나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바르작거리는 암컷의 움직임에 더욱 흥분해 귀두 끝까지 씨물이 올라붙기라도 한 듯 치솟았다.
“흥, 흐읍…. 흐….”
힘에 부친 여자의 움직임은 금방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흘러내린 검은 머리 타래 사이로 보이는 흰 등과 척추뼈가 움틀거리고 잘록한 허리가 휘어졌다. 그 아래 풍만한 엉덩이만이 여전히 움찔움찔 움직이며 기둥을 물었다 뱉기를 반복했다. 주변으로 흰 포말과 찌꺼기가 찌걱이며 비어져 나왔다.
모든 걸 눈에 담고 있는 환의 눈동자를 지금 연이 볼 수 있었다면, 그녀는 장지문을 찢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도망쳤을 터였다.
완벽한 짐승의 눈이 제 위에 둔부를 치켜들고 있는 암컷을 발라먹고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마저 놓칠 수 없다는 듯 소중히, 동시에 광폭하게.
“아앗…!”
결국, 연이 짧은 절정에 올랐다. 질이 바짝 수축하고 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너졌지만, 환은 그녀의 두 팔을 붙들고 뒤로 보냈다. 그리고 그걸 한 손으로 잡고 다시 연결된 안쪽을 쑤시기 시작했다.
몸서리치는 몸이 아! 아! 소릴 내며 버둥이고 도망치려 하지만 할 수 있을 리가.
그렇게 몇 번 쏘삭이던 환이 공기 중의 냄새를 맡더니 탄식했다. 그의 목구멍 깊은 안쪽에서부터 그르렁거리는 짐승 울음이 흘러나왔다.
“조금, 아프실 거예요.”
경고와 함께 연의 몸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허파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며, 연의 몸이 한순간 바닥을 짚고 엎드렸다. 여전한 사람의 몸이었으나, 짐승처럼 네 발로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헉…!”
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올 게 왔구나 싶었다. 당황한 몸이 버둥이는 걸 단번에 눌러 잡아버린 수컷이 위에서부터 제대로 몸을 겹쳐 짓눌렀다.
순식간에 뿌리까지 쳐들어 박힌 좆이 길이 난 질 주름을 따라 경부까지 처박히고,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상상 못 할 압박감에 연은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하아악…! 환 님! 흡…!”
“최대한, 금방 끝낼게요.”
압착하듯 확 조이는 안쪽에 인상을 옅게 찌푸린 환이 기약 없는 약조를 했다.
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곧 그가 자신이 모르는 뭔가를 할 것임을 알아차렸다.
오금이 저리고 다리 안쪽이 저릿해지며 박힌 안쪽마저 벌벌 떨리는 듯했다.
무서워…!
다시 뼛속까지 치밀어 드는 공포감에 깔린 여체가 버둥거렸지만, 환이 풀어줄 리가 없었다. 거센 호흡을 뱉어내는 사내의 얼굴 역시 흥분의 증거가 가득했다.
붉어진 얼굴이 여자의 엉덩이를 내리눌렀다. 커다랗고 뜨거운 손이 사정없이 그녀의 허벅다리를 세우고 허리를 더 숙이게 해 척추뼈의 굴곡을 가파르게 만들었다.
엉치뼈와 그 아래 조붓하게 좁혀드는 협곡에 입 맞춘 환이 그대로 제 허리를 세웠다. 딱 들어맞는 안쪽이 경련하자 남자는 여자의 무릎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내가 다치게 안 해요.”
흡착한 피부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쓸어내리던 그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도 긴장이 서려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으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헉! 어억…!”
움직임은 갑자기, 그리고 빠르게 시작되었다.
“허, 허억, 으, 흐으아…!”
연은 신음을 흩뿌리며 정신없이 무너지는 몸을 감당치 못하고 쓰러졌다. 그런 그녀를 붙드는 건 오로지 사내의 손아귀 힘뿐이었다.
짜악-! 격한 운동에 완전히 자지러지는 허벅다리를 세우기 위해 채찍질하듯 손바닥을 무섭게 내리치는 환이었다. 기어코 연의 입술에서 울먹임이 터져 나왔다.
“버텨요. 허벅지 힘 안 줘?”
퍽, 퍽, 퍽. 자지 끝에 달린 음낭이 갈라진 부위 주변과 회음을 때리는 차진 소리가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연은 정신없이 울었다.
“흐읍, 환 님…! 모, 못 하겠…!”
“나도, 금방 끝내려고 이러는 거예요. 알잖아.”
윽박지르던 사내는 흐느낌이 심해지자 곧 꼬리를 내리고 목덜미를 핥았다. 그러나 그의 하반신은 꾸준하게 절구를 찧듯 안을 치대길 반복했다. 그렇게 서서히 차근차근 안을 넓혀갔다.
“착하다, 착하지….”
힘들어서 울부짖는 여자를 어르고 달래기 위해 다정스레 변한 말투와 달리, 말 근육을 연상케 하는 장대한 허벅다리의 움직임은 더 격해지기만 했다. 이젠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처박히는 여체가 앞으로 길게 늘어지고 그 위를 덮치듯 사내의 그림자만 드리워졌다. 뒤에서부터 완벽히 잡아먹히는 상태였다.
“헉…! 하윽…!”
“씹, 이러다 진짜 좆 뽑히겠네…. 몸도 조그매 가지고, 엉덩이도 작고, 심지어 안도 좁아서….”
너무 조여. 이를 악물고 추삽질을 하는 사내의 관자놀이는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조, 조금만… 살, 살…! 하악…!”
“이래 가지고 내 애나 제대로 낳겠어요, 응? 대답해봐요.”
다리에 힘을 받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진 가느다란 몸 위로 짐승이 올라탄 형국이었다. 이젠 신음도 제 마음대로 지르지 못하는 연의 입에선 윽, 윽 하는 끙끙거림만 나오고 있었다.
평범한 여인네였다면 절대 받아내지 못할 정염이었다. 그러나 발정열에 휩싸인 여체는 모든 걸 포괄하고 감싸는 끓는 기름과도 같았다. 달군 쇳물처럼 가열돼 곤봉인 양 곧추선 수컷의 좆이 그 크기를 점차 키우고 있는데도 구멍은 그것을 매번 단숨에 집어삼켰다. 쩝쩝거리며 벌어지는 소음순의 두 날개 사이로 들락날락하는 번들거리는 살덩이를 남김없이 품고 또 품었다. 밀려 나온 애액과 체액이 바닥에 흐트러진 이불보를 흥건히 적시고 실핏줄이 보이는 흰 허벅다리로 흐르는데도 멈추지 않는다. 가여워서라도 그만할 법도 한데, 수컷의 눈앞은 이미 멀어 있었다.
“착하지, 조금만 더….”
“헉, 아흑…! 흡, 하윽…!”
눈가는 이미 풀린 지 오래였고 바닥에 닿은 뺨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개구리처럼 쫙 펴진 손가락과 발가락이 이불보를 쥐어뜯고 벽을 긁었다.
“흐아앙, 하으…. 흐으…! 하앙…!”
허억, 허억 터지는 사내의 가쁜 호흡만큼이나 연이 내뱉는 교성 역시 흥분의 강도를 높였다.
발정기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밤이었다. 모든 게 준비가 된 여체는 녹진녹진하게 녹아 흘러내리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 안쪽을 곤두선 선단이 착실하게 박아대었다. 끝의 끝이 온 것이었다.
“하아앙…!”
마지막은 기대한 만큼 강렬하게 찾아왔다. 뇌수가 터질 듯한 절정을 느낀 여체가 엉덩이를 한껏 조이며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풀썩 꺼졌다. 이불보를 문 입술은 신음을 터트리지도 못했다. 머리뼈와 척추뼈가 맞닿는 지점부터 시작된 경련이 골반까지 이어져 내려갔다. 잡아 올린 활어처럼 주체 못 하고 버둥거리는 여체를 사내의 몸이 짓눌렀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입술이 열리고 짧은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가물거리며 기절할 듯 감겨 있던 연의 눈이 커지고 잠긴 목이 밭은 숨을 내질렀다. 목이 졸린 새가 낼 듯한 신음이었다.
“헉, 흡…!”
“쉬이…. 조금만, 진짜 조금만 참아요. 곧 끝나요.”
이를 악문 사내가 아랫배로 손을 내려 골반을 더 치켜올리게 한 뒤 결합을 고정시켰다. 그의 좆이 부풀기 시작했다.
매듭짓기의 시작이었다. 몸부림치며 벗어나려는 여체를 환이 잡아 내리눌렀다.
“아악…! 흡, 흐으윽…!”
연은 비명에 가까운 교성을 내질렀다. 안이 뜨거운 횃불로 지져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자잘자잘하게 난 가시가 속살에 다닥다닥 틀어박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 직후 더 큰 쾌감이 해일처럼 연을 뒤덮었다. 눈앞이 하얗게 터졌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충만함과 만족감이었다. 그 후로부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아….”
그건 환 역시 마찬가진 듯했다. 연의 질 입구, 포궁의 입구까지 완벽히 들이밀어져 틀어박힌 좆이 포말과 같은 액을 마구 쏘아댔다. 폭포수가 터지듯 끊임없이 뭔가를 줄줄 싸기 시작했다.
연의 몸이 아래로 쓰러지고 그 위를 환의 몸이 덮었다. 사내의 손길에 따라 바짝 들어 올려져 있던 연의 골반 역시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둘은 여전히 결합된 채였다. 하반신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 그대로였다.
남자가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연은 정신없이 입술을 벌려 얽혀 들어오는 혀를 받아들였다. 위도 아래도, 꼼짝도 할 수 없이 온전히 그와 섞여들었다. 매듭이 묶이듯, 꽉.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그의 암컷이 된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의 안에 틀어박혀 몇 번에 걸쳐 계속해서 씨물을 뱉어낸 환의 기둥은 여전히 부풀어 안이 빠듯하도록 들어차 있었다. 아마 반나절은 지나야 빠질 터였다.
“…잘하셨어요. 진짜 기특하고 너무 예뻐요.”
잔뜩 쉰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박히는데도 연은 꿈쩍도 하지 못했다. 온갖 부위로 그의 입맞춤이 떨어졌음에도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환이 그런 연을 붙들고 애단 변명을 쏟아냈다. 손이 정신없이 그녀의 피부를 쓸어내리고 또 쓸어내렸다.
“아깐 죄송했어요. 때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자극을 주려고 한 거였어요. 그러니까…. 암컷이 조금 두려움을 느껴야 안쪽이 부드러워져서 더 잘 견딜 수가 있다고 들어서….”
연은 가물가물 감기는 눈을 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대답을 할 수 있는 기운조차 남지 않은 상태였다.
콱 틀어박힌 안쪽에서 넘쳐 흐른 뭔가가 끊임없이 주룩주룩 새어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필시 착각이 아닐 터였다.
그나마 환이 몸을 조심조심 움직여 엮여 있는 그대로 연의 몸을 돌려주었다. 순식간에 그의 품에 안긴 채로 누운 자세가 되었다. 허벅다리 한쪽은 여전히 그의 허리에 걸쳐진 채였다. 그와 이어져 있기가 한결 편안해졌다.
하도 울어 엉망이 된 붉은 눈가에 입맞춤이 몇 번이고 떨어지고, 울긋불긋해진 피부를 부드러이 쓰다듬는 손길은 마치 깃털 같았다. 연은 그를 느끼며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 * *
다시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땐 결합은 풀어진 지 오래였다.
연은 제 허리를 가득 안고 깊은 숨소리를 내는 사내의 품에서 눈을 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간밤에 온통 젖어 더 이상 쓸 수 없을 거라 짐작했던 요가 새 걸로 갈아져 있었고 두 사람 위로 뽀송뽀송한 이불 역시 덮어져 있었다. 물론 그 아래는 옷 한 올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깨셨습니까.”
아직도 잠에 빠져든 듯 비몽사몽한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저처럼 곯아떨어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눈도 뜨지 않으셨는데 제가 깬 건 어찌 아셨을까. 참 여러모로 귀신같은 사내였다.
연은 비칠비칠하다가 여전히 제 아랫배 바로 아래쪽에 곤두서 있는 뜨거운 기둥을 감지해 내곤 슬금슬금 몸을 뒤로 물렸다.
“아…!”
그러다 팔뚝이 연의 허리께를 훅 감았다. 순식간에 몸이 딸려 올라갔다. 종착지는 환의 가슴팍 위였다. 눈코 뜰 새도 없이 사내의 몸 위에 올라 눕게 된 연이 버둥거림을 포기하고 샐쭉하게 눈을 떴다. 하도 울어 엉망이 된 눈가가 짓무른 게 느껴져서 비비적댔더니 환이 그녀를 끌어안은 채 중얼거렸다.
“눈곱 붙으셔도 예뻐요.”
“…….”
정말이지 입은 제대로 살아 가지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정반대의 감정이 연의 온 가슴에 뿌듯하게 차올랐다.
‘기분 좋아.’
밤을 함께 보내서일까. 사내가 지금껏 알던 그 누구보다 가깝고 기꺼워 보였다. 사랑스럽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연의 성정상 그걸 바로 내보이진 못했다.
괜스레 연은 입을 샐쭉하니 내밀며 말했다.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셔요.”
말을 꺼내놓고 보니 간밤에 이 남자에게 호되게 물고 빨린 게 기억이 나 은근히 서운해졌다. 아프다고 그리 울었는데 기필코 끝까지 가버린 사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것 같았다.
“치. 순 거짓말쟁이.”
연의 목소리가 부루퉁하거나 말거나 그녀를 온통 끌어안고 억지로 두툼한 가슴팍을 베게 삼게까지 해 준 남자는 여전히 눈을 감고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거짓말 아닌데요. 이제 연 님 일거수일투족은 제게 다 보입니다. 마음의 눈으로요.”
“간밤 사이 산신령이라도 되셨대요. 무슨 힘이 생기셔서 그러실까요.”
“뭐겠습니까. 사랑의 힘이죠.”
“정욕의 힘이시겠지요.”
연은 속으로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러다 제가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 힘 맛 좀 다시 보실까요, 그럼?”
환의 손이 은근슬쩍 내려가 통통하게 여문 엉덩이 한쪽을 쥐어 잡았다. 커다란 손에 궁둥이 한쪽이 죄다 들어갔다.
그의 한쪽 눈은 슬그머니 떠져 있었고 입꼬리가 하늘로 올라가 있었다.
사내는 기분이 최고조로 보였다. 간밤 사이 그렇게 낯이 활짝 펼 수가 없었다. 반면에 연은 완전히 푸르죽죽하게 꺼져 있었다. 제 기를 이 사내가 다 빼간 모양새였다.
연은 기겁하며 흐느적거리는 몸을 버둥거렸다.
“됐어요. 밑이 빠질 것 같습니다.”
살짝 엄살을 보태서 진심이었다. 지난밤 매듭짓기의 영향으로 아래가 채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더, 더는 못 해요. 진짜로.”
“알아요.”
이마에 입맞춤이 떨어졌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가 저럴까. 사내가 연을 끌어당긴 팔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빨아드리려고만 했어요.”
“뭐, 뭘 빨…. 우움….”
이번엔 입술이 잡아먹혔다. 이제 보니 몸을 섞고 나선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못 하게 생겼다. 이러다 몸이 닳아 없어지겠다. 도대체 뭐가 좋다고 이렇게 난리인지.
사실 그가 못하느냐, 싶으면 또 그건 아니었다.
연은 간밤과 그 전날 밤, 그리고 그 전전날 밤과 그 전전전날 밤을 기억하며 어렴풋이 떠오르는 잔상을 읽곤 볼을 발그스름하게 물들였다. 제 위에서 땀에 젖은 채 격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내의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몸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피부가 달아올랐다. 그런 사내가 숫총각이었을 리가 없다.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환 님께서는 총각 아니셨지요?”
볼을 부루퉁하게 부풀린 연이 제 조막만 한 머리통에서 나온 결론을 내뱉었다.
환의 눈이 어이없다는 듯 휘었다.
“총각이었는걸요.”
“거짓말.”
환이 낮게 웃자 그녀를 태우고 있는 그의 가슴께 전체가 잘게 진동을 했다. 솔직히 매우 기분 좋은 떨림이라고 연은 생각했다.
“정작 입술 비죽이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그러십니까. 저도 쌓인 게 많습니다. 연 님은 정말 벌을 받으셔야 해요.”
연은 눈을 부릅떴다. 잘 나가다가 이 남자가 뭔 소린가 싶었다.
하지만 사내는 진심인 듯했다. 저를 내려다보기 위해 살짝 고개를 든 그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한 번도 보지에 싸본 적 없는 총각을 세워버리곤 일 년을 도망치셨잖습니까.”
연의 속눈썹이 깜박이는 게 환의 눈동자에 비쳤다.
“도망이라뇨?”
연은 요전번부터 자꾸 도망 얘길 운운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게 있습니다.”
그녀가 되묻자, 환이 끄응, 하는 신음과 함께 다시 연의 머리를 제 가슴팍 쪽으로 끌어당겼다. 연은 힘없이 딸려가면서도 느껴지는 그의 냄새가 더없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제 완벽한 반려가 되어서일까.
문득 그와 함께 이 겨울을 나고 나면 다신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지금 이 순간이 마치 거짓같이 느껴졌다.
“어디 좀 봅시다.”
환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끌어다 당겼다. 냉큼 코를 그녀의 손목께에 대고 냄새를 맡던 환이 씨익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직도 발정향이 좀 남았어요. 어떻게, 마저 할까요.”
저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빛이 더없이 뜨거웠다. 올라간 입꼬리에 장난기가 다분했지만, 연은 알 수 있었다. 저건 진심이다.
유혹하는 사내에 연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또, 또요…?”
도무지 안 된다 매몰차게 말할 수도 없는 게, 아직 발정향이 남은 걸 연도 눈치채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끝의 끝까지 허락한 사내에게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연 역시 숫처녀였다.
결국, 연은 중간에 선을 딱 그었다.
“아, 안에는 하지 말고….”
거절은 차마 못 하는 연을 사내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안 할게요.”
냉큼 대답한 환이 혼자서 흣차,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다시 연의 몸은 밑에 깔리고 환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망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연은 제 입으로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단 생각에 입술을 꼭 물었다. 그런 연의 입술 안으로 환의 손가락이 밀고 들어왔다.
“입술 깨물진 마시고요. 상처 날까 봐 겁납니다. 이제 제 건데.”
또, 또. 은근슬쩍 그녀의 몸에 대한 소유권 주장이다.
정말 말이나 못 하면.
눈을 흘기는 연의 입가에 다시 한번 입을 맞춘 환이 슬금슬금 입술을 놀려 아래로 내려갔다.
아까 말했던 빨아주겠다는 부위가 어딘지 확실하게 알려주기 시작한 사내의 혀 놀림에 연의 신음이 방에 울려 퍼져갔다.
* * *
스윽스윽. 춥.
스윽스윽. 춥.
방 안에 정다운 남녀가 나란히 벽을 보고 앉아 있었다. 환이 연의 머리를 올려주는 중이었다.
제 덩치의 반 토막도 안 될 듯한 조그만 아내를 앞에 끼고 앉은 사내는 싱글벙글하였다.
머리카락 빗질 한 번에 뒷덜미에 입맞춤 한 번이었다.
“연 님은 뒤통수도 어쩜 이리 반질반질 사랑스러우십니까? 꼭 밤톨 같아요.”
연은 볼을 발그스름하게 물들인 채 투정하듯 말했다.
“그러다 닳겠어요.”
정말 농담이 아니라 실로 그러할 법도 했다. 한 번 빗질할 때마다 입맞춤 한 번이라니,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 건가.
“쓰흡. 이런 빗질 한 번에 닳는 머리카락이 아닙니다. 인간의 머리카락이란 게 생각보다 질기고 강합니다.”
그러며 환이 덧붙였다.
“꼭 연 님의 안쪽 살처럼요.”
연은 눈을 위아래로 굴려대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환은 시도 때도 없이 음담패설이었다.
“꼭 조이는 게 질기기가…. 어흐.”
연은 볼을 붉힌 채 소리쳤다.
“아니요, 머리카락 말고 목덜미가 닳겠다고요!”
뒤통수에 입맞춤 좀 그만하시라 돌려 돌려 말씀드려봤던 거였다. 물론 그게 먹힐 환이 아니었다.
애초에 제 신랑을 말로 이길 작정을 한 게 잘못이었다. 불행하게도 제 신랑은 일 절로만 끝내는 분이 아니셨다. 이러다 제 온몸에 대한 찬가를 만드실지도 몰랐다.
“연 님의 목덜미 피부 또한….”
“…됐습니다.”
“아니, 목덜미가 왜요? 사내가 제 부인을 예뻐해 드리는 게 뭐가 잘못돼서요?”
“…됐다니까요.”
연은 포기하기로 했다. 솔직히 아직 신혼 초반이라 그런지 이리 귀찮게 구는 게 아주 싫진 않았다. 금방 씻겨 말갛고 하얀 뒷덜미가 아른거리는데 입 맞추지 않는 것 또한 고문이지 않겠나.
환은 머리 빗질해주는 게 좋은지 의외로 가만히 있는 아내에게 다정스레 얘기했다.
“이제 정식으로 제 부인이 되신 거니 댕기 머리는 그만하시는 겁니다?”
“…….”
연은 슬쩍 대답을 미뤘다. 그러면서도 환의 저런 말 한마디에 가슴이 포슬포슬하니 녹는 걸 경험했다.
발정기가 온전히 끝날 때까지 연을 끌어안고 별짓을 다 했던 환이었다.
아주 굴속에 틀어박힌 암수컷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그 짓만 했다.
매듭짓기도 그녀의 허락하에 몇 번 더 했다. 다 끝나고 아래가 헐어버릴 것 같다고 우는 그녀를 어르고 달래며 환도 같이 우는 척하는 게 가소로웠다. 정작 넣고 처박을 땐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몰아치는 사내임을 알아서 괘씸함은 배가 되곤 했다.
그러나 관계가 끝나고 상처 핥는 개새끼처럼 그녀의 다리 사이에 붙어서 음부를 세상없이 정성껏 빨아대는 그를 보노라면 그런 분노가 어느새 물에 씻기듯 사라졌다. 세상 모든 단것이 제 다리 사이에 흐르는 듯 구는 사내를 보면 좀처럼 거부를 못 하겠는 것이다.
‘어쩜 이렇게 화가 눈 녹듯 녹을까.’
발정기가 끝나고도 둘은 삼사일을 그렇게 꿈쩍도 안 하고 겨울잠 자는 곰처럼 방 안에 틀어박혔다. 발정기에 날뛴 수컷을 감당해야 했던 암컷의 회복기를 위해서였다.
중간중간에 환이 이젠 먹을 걸 조금씩 드셔야 한다며 말린 과일이며 죽 같은 걸 쑤어서 가져오거나 목욕하시라고 물을 덥혀 오긴 했다. 그러나 연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게 했다. 그쯤 돼선 그냥 알아서 하시라고 제 몸을 방생해버린 연이었다.
환은 그런 연에게서 몸의 주도권을 받아 제 몸보다 그녀를 알뜰살뜰히 돌봤다. 먹이고 씻기고 입히기를 갓난아기 돌봄보다 더 다정스럽고 정성껏 했다.
환은 정말 약속을 지켰다. 마음에 살짝 죄책감이 비칠 정도로 그녀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었다.
발정기가 끝난 직후, 환은 연에게 정화수를 떠놓고 간이 혼례식을 올리자고 했다.
환은 그런 허례허식에 굉장히 진심인 듯했다.
“둘이서만 소꿉장난하는 것과 정식으로 식을 올리는 건 천지 차이입니다.”
식을 올린다고 해도 부를 늑대가 진팔과 군길밖에 없는 걸 뻔히 아는데.
하지만 연은 알겠다고 했다. 순이 할멈이 신랑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그랬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 * *
“자자, 신랑 신부 맞절…!”
오후에 정말로 혼례식이 치러졌다.
진팔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주례사를 읊었다. 군길 역시 옆에서 양반 옷을 차려입고 점잖게 혼례식에 참석했다.
연은 붉은 연지 곤지를 찍고 환의 도움으로 족두리까지 얹어서 어영부영 그의 신부가 되었다. 도대체가 신부복은 어디서 구해 왔는지도 몰랐다.
차린 건 얼마 없었지만 넷이서 혼례 끝나고 남은 잔치 음식도 열심히 먹어 치웠다.
그렇게 혼례를 치르고 환이 우겨서 첫날밤까지 또 치렀다. 그때만큼은 염치없는 사내라고 그의 밑에 깔려 울었다. 다른 모든 늑대의 발정기는 끝났지만, 환의 발정만큼은 좀처럼 끝나지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깨어나서 제 몸을 꽉 끌어안은 활화산 같은 남자의 체온에 연은 내심 감사함을 느꼈다.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제 정말 끝이라 생각하고 마지막 구명줄로 선택한 초가에서 만난 인간 사내가 사실은 아주 건장하다 못해 혈기가 넘쳐 흐르는 늑대 수컷이었다니. 그것도 모자라 그가 이젠 제 신랑이 되었다니.
혼례식을 치르고 난 후의 첫날밤 새벽, 연은 저를 여느 때처럼 꽉 끌어안고 자려는 환을 붙들고 요구했다.
“늑대 모습 보여주세요.”
환의 눈이 둥실하게 커지는 걸 보며 연은 황급히 덧붙였다. 급하게 방어선을 쳐놓았다.
“모, 모습만 보여달라 하는 거예요! 다른 짓 하기 없으십니다!”
연의 몸서리에 환이 큭큭거리며 웃었다.
“안 해요, 안 합니다. 저도 흥분해서 고운 새색시를 물어뜯긴 싫은걸요.”
저런 말 할 때 보면 맹수 수컷이 맞는 듯도 했다.
연은 정말 아무 짓도 안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환과 맞절하는 신랑 신부처럼 마주 보고 앉았다.
“전 준비됐어요.”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그가 저와 마찬가지인 짐승이란 걸 이미 다 알고 있어도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과 실제 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변할게요.”
이미 이불 속에서부터 알몸인 두 사람이었기에 옷을 벗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윽고 그의 어깨를 덮고 있던 이불이 갑자기 부피를 크게 부풀리더니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다.
연은 어둠 속에서도 확실히 보이는 짐승의 형상에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온전한 짐승 수컷 늑대가 된 환은 아내 앞에서 그 기세를 완전히 숨기고 있어도 여전히 위압적이고 거대했다. 촛불을 비추면 분명 따스한 볕을 쬔 마른 보리 빛깔이 날 것 같은, 웬만한 범보다 크기가 큰 수컷 늑대였다. 연이 알고 있는 가장 큰 늑대였던 대광보다도 더 클 듯했다.
“아….”
할 말을 잃고 눈앞의 늑대를 바라보는 연의 얼굴에 환의 주둥이가 다가왔다.
할짝!
순식간에 얼굴과 목덜미를 혀로 핥은 늑대가 간지러워 피하는 연의 손을 따라와 마저 핥았다.
“아, 가, 간지러워요.”
거대한 늑대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꼭 주인을 만난 개 같았다. 연은 이렇게 덩치가 큰 늑대도 귀여울 수 있단 생각을 처음 하고 말았다.
자꾸 핥아대는 환을 연은 결국 두 팔을 마주 벌려 끌어안았다. 그녀는 폭신한 짐승 털 속에 파묻힌 꼴이 되었다.
늑대가 컹, 하고 짧게 짖으며 좋다는 표현을 했다. 연은 늑대의 털을 끌어안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늑대의 복슬복슬한 털이 가져다주는 따듯한 체온과 그 아래 근육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든든한 힘. 그 모든 게 순간 연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연은 작게 고백했다.
“…제 신랑이 되어주셔서 고마워요.”
말해놓고 그녀는 헛기침을 했다. 괜스레 콧잔등이 시큰거려서 더 말도 못 했다. 감정에 치우치다니, 저답지 않다 하고 두 팔을 물리려는데 늑대의 주둥이가 연의 손을 가볍게 물어 당겼다. 날카로운 이빨 따윈 전부 숨기고 낑낑거리는 꼴이 꼭 저를 계속 안아달란 소리 같았다.
환 님은 늑대 상태일 때 더 애교가 많으시구나. 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늑대의 목덜미를 다시 꼭 끌어안아 주었다. 늑대가 부비적거리며 털 많은 주둥이를 제 어깨에 비벼댔다.
‘…저도 고맙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울리는 외침에 연은 화들짝 놀랐다.
어디서 흘러나온 소리지? 고개를 들어 올리니 까만 짐승의 눈동자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더없이 다정했다.
‘환 님이세요…?’
연은 속으로 물었다.
‘네, 저예요. 연 님.’
환이 낑낑거리며 다시 연의 목덜미에 제 주둥이를 비비적거렸다.
본디 같은 무리에 속한 늑대가 아니면 이런 식으로의 정신적 소통은 불가능했다. 랑의 무리를 빠져나오고서부터 단 한 번도 다른 개체와 이런 식의 소통을 해본 적 없는 연이었다.
‘어,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이젠 제 암컷이 되셨잖아요.’
환이 꼬리를 바짝 내리며 그녀의 앞에 아예 넙죽 엎드렸다. 그러곤 그녀의 종아리와 발을 핥기 시작했다.
간지러워 연은 입꼬리가 씰룩이는 걸 느꼈다.
어쩐지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목소리가 설명했다.
‘저랑 밤을 보내셨으니 저는 연 님의 수컷이 된 것이고요.’
다시 올라온 주둥이가 연의 코를 장난스럽게 핥았다.
‘우리는 부부잖아요. 이제 같은 무리에 속한 건 당연한 거예요.’
덩치는 곰만 한 늑대가 제 앞에 엎드려 낑낑거리며 몸을 핥아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같은 무리….’
연은 작게 중얼거렸다.
저에게도 새 무리가 생긴 것이다. 태어나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했던 무리가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이와 둘이서 함께하는 그들만의 무리가.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조여들었다. 기쁨인지, 감격인지, 그것도 아니면 회한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그때 머릿속에 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저…. 사실 연 님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착한 수컷이 못 됩니다.’
환의 눈이 연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짐승의 몸을 하고 있어 표정을 감지해 낼 순 없었지만, 그는 긴장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의 냄새가 그 감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성격은 개차반인 데다 이기적이기도 하고요, 욕심도 많지요. 한 번 문 건 절대 놓은 적이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정적이 잠깐 이어졌다.
‘하지만 연 님껜 평생 잘하겠습니다. 쓸데없는 고집 피워서 힘들거나 아프게 만들지 않을게요. 무조건 그대를 제 생의 일 순위로 할 겁니다.’
연은 목 안쪽이 잠기는 기분이 들며 말문이 막히는 걸 느꼈다.
늑대가 깊은숨을 들이켰다.
‘연모합니다.’
환의 말은 더는 이어지지 않았다. 연이 늑대의 목을 두 팔로 확 끌어안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도무지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자코 안겨 있는 환의 꼬리가 뒤에서 미친 듯이 흔들렸다.
어느 순간 연의 몸도 서서히 변했다. 두 팔은 다리가 되고 몸통엔 털이 솟아나고 꼬리와 귀가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조막만 한 검은 암컷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수컷의 덩치에 비하면 작달막한 체구였다. 그 늑대의 꼬리도 함께 살랑이고 있었다.
수컷 늑대가 암컷의 주둥이 주변을 길게 핥아 올렸다. 암컷 역시 꼬리를 살랑이며 수컷의 목덜미를 장난식으로 가볍게 물었다.
살랑살랑.
두 마리 전부 미친 듯이 흔들리는 꼬리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