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몸으로 찾는 기억(2)
나는 끝끝내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
내 속에서 펄펄 들끓고 있는 이 성욕을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블래이크의 집에 온 이후부터 하루하루 시간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칼리언의 저택에서 지낼 때에는 그의 품에서 기억의 단편이라도 훔쳐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성욕을 수습하기에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하여, 나는 블래이크와 자기로 결심했다.
“……새해 다짐도 아니고 말이 좀 이상한데.”
내가 이렇게 음란한 몸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10년간 무려 두 명도 아닌 세 남자와 몸을 섞었다고 하더라도, 꿈을 꾸기 전에는 성욕에 몸이 달아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건 모두 그 꿈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꿈!!
콰앙.
나는 책상을 거칠게 내려쳤다.
내가 끄적거린 낙서로 가득 찬 종이가 팔랑 날아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어제는 블래이크가 자제한 덕에 끝까지 가지 않았지만, 만일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때에는 어떻게 될지 나도 확신할 수 없었다.
오직 쾌락만을 좇으며 몸을 섞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 혈기 왕성한 사춘기 소년처럼 끓어 넘치는 성욕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했다.
“혹시 몸이 힌트를 주고 있는 걸까.”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몸은 그날의 잠자리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흐꾸웩아…… 내가 지금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떠오르는데 말이지…… 내 따귀 좀 한 대 쳐줄래?”
흐꾸웩은 요람에 누워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빌을 보고 있었다.
흰 말을 탄 천사와 커다란 별이 사이좋게 두둥실 떠다녔다.
모빌에 정신이 팔려 몹시 바쁜 흐꾸웩을 방해하기를 그만둔 나는 스스로 양 뺨을 짝!
소리가 나게 때렸다.
아프다.
볼 위에 잔잔한 통증과 함께 열감이 치솟았다.
그러나 자학까지 한 게 무색하게도 머릿속에 깊게 뿌리내린 어처구니없는 생각은 도무지 뽑혀 나가질 않았다.
“그놈들과 전부 잠자리를 가지면…… 흐꾸웩의 아빠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일상생활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성욕도 사그라들 것이다.
파격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나쁠 것이 전혀 없었다.
“미친 척하고 한 번 해봐……?”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블래이크와 몸을 섞으면서 그가 내 꿈속의 남자인지 확인할 셈이었다.
온몸으로 느꼈던 꿈속에서의 감각이 지금도 어제 일처럼 선연하다.
나는 꿈속에서 내가 확인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보기로 했다.
육아 수첩을 펼친 후 순서대로 적어 내렸다.
「첫째, 복근에 길게 그어져 있던 상흔.둘째, 맨살의 매끈한 감촉.셋째, 굵직했던 성기의 크기(손가락이 맞닿지 않았기에 정확한 굵기는 알 수 없음).넷째, 삽입된 성기의 깊이.다섯째, 성기의 모양.여섯째, 배려 없고, 거칠었던 행위(머리채를 휘어잡는다거나, 몸이 부서져라 끌어안던 것).일곱째, 붉은색의 연고 통.」
“붉은색의 연고 통…….”
블래이크가 매일 가지고 다니던 연고 통이었다.
그리고 어제 내 입가를 죄다 물어뜯어 놓은 걸 보아, 블래이크의 잠자리 취향이 고상한 편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생긴 거랑 진짜 다르게 노네.원래 점잖게 생긴 인간들이 더 변태라더니…… 그 말이 딱이구만.”
……나는 서랍 안에 들어 있던 손거울을 꺼냈다.
그리고 괜히 내 얼굴을 한 번 살펴본 후 다시 서랍 안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지금까지의 정황들로 봐서는 블래이크가 가장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리고 흐꾸웩이 세 놈 중에 유독 블래이크를 잘 따르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어느새 수첩에는 ‘블래이크 자베른’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그래, 까짓거 한 번 해보자.
이렇게 시간 낭비하고 있을 바에야 뭐라도 시도해 보는 게 나았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나는 열여섯이 아닌 스물여섯이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순간에도 수천 명의 커플이 온갖 장소에서 그 짓거리를 하고 있을 만큼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그래!섹스로 태어난 내가, 섹스를 낯설어하는 게 말이 안 되지!”
결론은 확실하게 내려졌고, 나는 마음먹은 것을 곧장 실행에 옮겼다.
***
“으허-.
취한다!”
새로 알게 된 사실.
나는 주량이 세다.
테이블 위엔 텅텅 빈 술병이 쓰러져 있었고, 안주로 꺼내 왔던 치즈와 토마토는 바닥난 지 오래였다.
하녀를 불러서 더 준비해 달라고 할 수 있었지만, 주정뱅이가 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술을 두 병 달라고 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나는 빈 잔에 술을 가득 따라 한 번에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지독하게 썼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술이 물처럼 술술 넘어갔다.
“바닥이…… 빙글빙글 돌아.의자도 돌고, 천장도 돌고, 아니 내 눈알이 돌고 있는 건가…….”
이 상황이 너무 우스웠다.
나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테이블 위에 이마를 박으며 마음껏 웃어 젖혔다.
그때 딱딱하고 시원한 테이블과 내 이마 사이로 부드러운 무언가가 끼어들었다.
나는 가만히 이마를 기댄 채로 이게 뭔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알아차리기도 전에 머리채가 잡혔다.
“앙증맞은 짓을 하고 있네.”
“…….”
“이건 또 무슨 지랄일까.”
나는 느리게 눈을 깜빡거렸다.
시야가 희뿌옜다.
누군가가 굉장히 화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신이 술에 흠뻑 젖어 든 와중에도 남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는 본능이 절로 튀어 올랐다.
나는 셋, 넷, 아니…… 다섯 명으로 보이는 남자를 향해 살며시 웃었다.
“봐주세요.”
남자의 손이 내 의자 등받이를 잡고 있었다.
그의 품에 갇힌 듯한 상황이 일순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티 내지 않았다.
사리 분별을 하는 거 보니…… 난 아직 안 취했다.
“취한 거 맞으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일어나.”
“어?내 마음을 어떻게 읽었어요?”
블래이크가 내 팔뚝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다리에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몸이 절로 움직였다.
그러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거렸다.
그가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내 몸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귀엽게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저 귀엽게 보고 있었어요?”
나는 그의 어깨에 뺨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몸이 규칙적으로 흔들린다.
블래이크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그런데 왜 저 때렸어요?”
“뭐?”
“귀여운데…… 왜 때렸어요.아픈데.진짜 아팠다고요.종아리…… 아파서 잠도 못 자고, 여름인데 검은 스타킹 신어야 했단 말이에요.진짜 너무해.”
“무슨 헛소리를…… 하아, 됐다.”
그의 단단한 몸 위로 편안히 몸을 늘어뜨린 채 연신 중얼거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세상에, 아가씨…….”
내게 술과 치즈를 가져다주었던 하녀였다.
나는 하녀의 목소리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고맙다고 얘기해야 하는데…… 덕분에 블래이크랑 섹스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꼭 말해야 하는데…… 하지만 입술에 무거운 추가 달린 것처럼 잘 벌어지지 않았다.
웅얼웅얼…… 무언가 얘기하긴 했으나 나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발음이 불분명했다.
“다음부터는 내 허락 없이 아무것도 주지 마.”
“죄송합니다.”
블래이크는 무언가를 기다리듯 나를 안아 들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나는 그의 품에 이마를 비비며 비실비실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님이 이렇게 다정하게 안아 준다니.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텐데.
이 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준비 끝났습니다.”
이때, 하녀가 블래이크를 불렀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벌거벗은 채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욕조 안에 푸욱 잠겨 있었다.
하녀 세 명이 내게 들러붙어서는 전신을 부드럽게 씻겼다.
어떻게 욕실에서 빠져나와서 옷을 입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하녀의 손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나니 침대에 도착해 있었다.
블래이크는 자리에 없었다.
“……섹스해야 하는데.”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할 수가 없어서 술의 힘까지 빌렸건만, 가장 중요한 당사자가 자리에 없으면 오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꽉 닫힌 문을 노려보면서 블래이크를 떠올렸다.
“……그런데 그 큰 게 내 안에 들어가긴 할까.”
마음의 준비는 술로 끝냈다 치더라도 몸의 준비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어쩌면 블래이크가 자리를 비운 지금이 기회였다.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춤주춤 일어났다.
침대가 빠르게 회전하는 것만 같은 울렁거림이 뒤따랐다.
나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었다.
“크기가 어느 정도였더라.”
손을 동그랗게 말아 쥐었다.
확실한 건 엄지와 중지가 맞닿지 않았다는 건데…… 이리저리 손가락을 벌려 가며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손을 들여다보고 있음에도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나는 짜증스레 콱 주먹을 쥐었다.
“그래, 이 정도였을 거야.”
나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속옷을 내렸다.
얇은 천이 허벅지 아래로 밀려 내려가면서 돌돌 말린다.
나는 종아리에 걸린 것을 발로 툭툭 밀어 휙 하고 벗어 던졌다.
그대로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조금 벌리자 아래에 찬 공기가 와 닿으며 저릿한 소름이 끼쳤다.
“하나만…… 넣어 보자.그리고 아프면, 아프면…….”
아파도 참아야겠지.
이 지긋지긋한 성욕도 없애 버리고 또 흐꾸웩의 아버지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껏 술까지 마셨는데 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투박한 손길로 내 아래를 만졌다.
만취했기에 발휘할 수 있는 과감함이었다.
옅은 음모 사이를 헤집고 갈라진 구멍을 찾았다.
뻑뻑하게 마른 곳에 검지 첫마디를 밀어 넣자 빨려 들어가듯 쑤욱 들어간다.
“아!”
순간 놀라서 손을 빼버렸다.
생소한 이물감에 거부감이 든 탓이었다.
하지만…….
“주먹을 넣어야 하는데…….”
고작 엄지 첫마디에 굴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입술을 질끈 물고 다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뜨겁고 음습한 내벽이 손가락 전체를 감쌌다.
찌릿한 통증이 조금씩 느껴졌지만 꾹 참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비로소 손가락 하나를 전부 쑤셔 넣었다.
나는 환호하며 얼른 손가락을 빼냈다.
질척한 액이 손에 조금 묻어 나왔다.
“좋아, 이제 두 개…….”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밀어 넣었다.
그러나 검지를 넣었을 때보다 진입이 쉽지 않았다.
생소한 통증에 자꾸만 허벅지 안쪽이 파들파들 떨리고, 입에선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으, 으, 왜, 안 되지…….”
나는 본능적으로 오므라드는 다리에 힘을 주면서 손을 깊게 밀어 넣었다.
푸욱.
구멍이 두 손가락의 절반을 집어삼키자 엉덩이가 움찔 튀었다.
“하윽!아…… 조, 좀 더, 더…….”
손가락을 살짝 빼냈다가 다시 밀어 넣는 순간이었다.
“리아나.”
묵직한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블래이크가 문가에 기대선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발끝으로 추락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큰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불안함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블래이크의 표정이 이제까지 본 것 중 가장 음산했고 또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뭐 하는 짓이지?내가 오해하지 않도록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잘 안 돼서.”
나는 발갛게 달아오른 눈을 하고서 블래이크를 마주 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리듯이 건네던 말을 멈추었다.
블래이크의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진득하고 깊게 파고드는 시선은 그가 회초리를 들었을 때보다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가 침묵하자 주위의 공기가 날카롭게 피부를 찌르는 것만 같았다.
나는 블래이크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손으로 이렇게…… 쑤시는 거 아니에요?”
“…….”
“알려 주세요.”
나는 그를 바라보며 오므리고 있던 다리를 활짝 벌린 후 치마를 걷어 올렸다.
***
“아, 하, 하악……!”
비좁은 안으로 성기가 대번에 파고들자 숨이 턱 막혔다.
신경이 새하얗게 타들어 가며 눈앞은 까맣게 점멸했다.
한계까지 빠듯이 벌어진 내벽이 팔뚝만 한 페니스를 힘겹게 품었다.
“이제 그만 힘 풀 때도 됐잖아.”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낮고, 축축하게 흘러나왔다.
열기에 젖은 숨결이 내 벌어진 입가 안으로 고스란히 밀려들어 온다.
나는 숨이 턱턱 넘어가는 소리만 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벌써 몇 번째 절정인지 모르겠다.
술에 푹 절어졌던 이성이 돌아올 만큼 오랜 시간 그와 침대에서 뒹굴었다.
그러나 온전한 정신 상태는 아니었다.
극한의 쾌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오르가슴으로 머리와 몸이 완전히 고장 나버린 것만 같았다.
“하으으…… 그, 그만…….”
블래이크는 내가 절정의 여운에서 빠져나올 틈도 주지 않은 채 장골을 단단히 붙여 왔다.
그대로 허리를 돌리자 안을 휘젓는 감각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가득 들어찬 페니스가 내벽 전체를 문지르고 두꺼운 귀두가 예민한 곳을 사정없이 자극했다.
“자, 잠시, 무, 문지르지…….아!제발요.흐응…… 아!”
허리가 침대에서 높이 떴다.
허벅지는 쉴 새 없이 파르르 경련했고 내 두 손을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블래이크가 내 팔을 잡아 제 목을 끌어안게 했다.
“숨 쉬어.”
“흐윽.아, 선생…….아니, 브, 블래이크…….”
속눈썹에 눈물과 땀이 엉겨 붙어 있었다.
블래이크가 엄지로 부드럽게 눈가를 쓸어 주자 희미했던 시야가 한층 또렷해졌다.
“이제 그만, 빼, 주시면, 으읏, 안 돼요?”
허리를 야릇하게 돌리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리고 긴 밤 내내 나를 한계까지 몰아가던 성기가 내벽을 긁으며 느리게 빠져나갔다.
그가 내 안에 잔뜩 싸놨던 것이 함께 밀려 나가면서 찌걱하고 점도 있는 액이 짓이겨지는 소리가 함께 들렸다.
뻑 소리와 함께 두꺼운 귀두가 완전히 빠져나가자 막혔던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나는 빠르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느끼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푸른 여명이 걷히고 붉은 아지랑이가 지평선 너머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 잠깐만요.”
그러나 안도감은 찰나일 뿐이었다.
블래이크가 내 몸을 가볍게 뒤집었다.
땀으로 축축이 젖은 베개에 뺨이 쓸렸다.
커다란 손이 내 골반을 들어 올리자 아래가 훤히 벌어졌다.
수치스러운 자세에 정신이 퍼뜩 뛰었다.
황급히 뒤로 손을 뻗어 봤지만, 뭉툭한 귀두가 깊은 곳까지 쑤셔 박히는 것이 더 빨랐다.
입이 절로 벌어지고 신음 대신 묵직한 숨이 튀어나왔다.
블래이크는 무너지는 내 골반을 단단히 틀어쥐었다.
“허억!”
“다리 벌리고 유혹했으면, 이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뜨겁게 달궈진 블래이크의 가슴 근육이 등에 딱 맞붙었다.
쿵쿵쿵.
나보다도 빨리 박동하는 심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네 안을 내 좆물로 가득 채울 거야.”
“흐으읏, 브, 블래이크…….”
그가 내 귓가를 짓씹으며 낮게 뇌까렸다.
“눈물 대신 내 좆물이 흐를 때까지.”
더 이상 들어올 곳도 없을 거 같은 페니스가 더 깊이,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허리를 돌릴 때마다 억지로 내벽이 벌어지는 기분이었다.
페니스의 핏줄까지 전부 느껴질 정도로 아래가 빠듯하게 들어찼다.
“흐으윽, 잠깐, 잠깐만.”
“억지로 쑤셔 넣기 전에, 힘 풀어.”
“이미, 하윽, 이미…… 억지로…….아!”
겨우 밀어 넣었던 좆이 끄트머리만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긴장이 화악 풀리면서 지탱하고 있던 상체가 무너지려는 찰나 다시 퍽 박혀 든다.
입이 벌어졌다.
묵직한 호흡과 신음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나는 내 골반을 틀어쥔 손등을 붙잡으며 도리질 쳤다.
“너, 너무, 그, 그렇게 하지 마요.
하으, 아!”
몸 전체가 그의 움직임에 따라 정신없이 앞뒤로 흔들렸다.
이미 수차례 겪었던 쾌감이 다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두꺼운 살 기둥이 거침없이 안을 쑤실 때마다 내벽 안에 고여 있던 액이 찌걱찌걱 밀려 나와 허벅지 밑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거칠게 하는 거, 후우.좋아하잖아.”
“아냐, 흐읏, 아, 아!”
“내가 싼 것보다 네가 질질 흘린 게 더 많은 거 알아?”
“아흑, 처, 천천히, 제발, 너무, 깊어요…… 흐읏!!”
블래이크는 고환까지 집어넣을 기세로 거칠게 박아 댔다.
틈도 없이 빠듯하게 들어찬 페니스가 내벽 깊숙한 곳을 누르자, 늘어졌던 몸이 퍼뜩 튀어 올랐다.
버겁기만 했던 이물감 위로 짜릿한 전율이 파고들면서 두 눈이 크게 뜨였다.
턱 밑으로 타액이 흘러내리는데도 닦아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만큼 쾌감에 사로잡혔다.
나는 시트를 뜯어낼 듯이 움켜쥐었다.
“하아, 아, 또 가요…….블래이크, 잠깐, 아!아!”
“엉덩이 제대로 들어.”
땀에 젖은 상체가 내 몸을 짓누르듯 감싸 안았다.
내 신음이 바뀐 것을 기민하게 알아챈 블래이크가 전보다 더 빠르게 허리 짓을 했다.
퍼억, 퍽!
무너지는 상체를 단단한 팔이 일으켜 세웠다.
나는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짐승과도 같은 숨소리가 귓가에 퍼부어졌다.
폭력적인 마찰음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진다.
“하아, 하아…….”
“아!아흐으…… 천천, 히, 죽을 거 같, 하윽!”
자비 없는 손이 내 팔뚝 전체를 감아쥐고는 뒤로 당겼다.
허물처럼 늘어져 있는 내 몸과 다르게 뒤에서 당기는 힘이 엄청났다.
엎드려 있던 머리가 바로 세워지자 눈앞이 핑 돌면서 현기증이 일었다.
“아흑!”
허리가 굵직한 성기가 사정없이 박혀 들었다.
나는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그의 옆구리를 밀었다.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전부 짜냈지만 블래이크는 밀려나기는커녕 내 복부를 팔로 단단히 고정한 후 하체를 깊게 맞붙였다.
“하아……읏, 기, 깊어요.빼, 빼주세요.”
“정신 차리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만, 그, 으으.아!”
내벽이 사정없이 짓눌리다 못해 으깨지는 아찔함에 사로잡혔다.
도리질 치며 거부해 봤자 돌아오는 것은 열에 젖은 숨소리뿐이었다.
블래이크가 내 턱을 잡아 돌려세운 후 급하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멈추었던 허리 짓을 다시 시작했다.
사정없이 박아 대는 하체와 다르게 키스는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서로의 입술을 맞물리고 살살 비비다가 축축한 살덩이를 빨아들이기를 반복했다.
속눈썹에 엉겨 붙은 눈물 때문에 시야가 일렁거렸다.
사방이 희미한 가운데 열락에 젖은 채 나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뜨겁고, 선명했다.
“흐읍, 으, 읏!”
블래이크는 어둠보다 새카만 눈동자 속에 오직 내 얼굴만을 가득 담은 채 힘을 주어 성기를 박아 넣었다.
그의 남근이 좁은 내벽을 자극하며 파고들 때마다 일그러지는 눈가, 튀어나오는 숨결, 빨갛게 달아올라 있을 얼굴을 감상했다.
성기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자극보다 그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내 표정이 더 황홀하다는 듯이, 블래이크는 내 얼굴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한 손으로는 음핵을 거칠게 문지르며 다른 한 손으로는 우뚝 튀어나와 있던 유두가 손바닥 아래에서 사정없이 짓눌렸다.
마치 이대로 잡아먹힐 것만 같은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오로지 쾌감만을 좇아 움직이는 몸짓을 도저히 거부할 수 없었다.
나는 베개를 이로 물어뜯으며 고양되는 감각에 저항하려 발악했다.
하지만 전부 소용없는 짓이었다.
블래이크가 내 동그란 어깨에 이를 박았다.
그러나 통증과 쾌감을 분간해낼 정신이 없었다.
“아!아흑, 가, 갈 거 같아요, 블래이크, 으응…… 아!”
“하아…… 사람 미치게 만드네.”
“아흑, 아!아!”
성기가 내벽 깊숙한 곳에 강하게 처박힐 때마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블래이크가 내 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허리 짓이 더욱 거칠어지자 몸이 부서질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시야가 어지러이 흔들리고 나는 무아지경으로 신음을 내질렀다.
성기가 길게 빠져나갔다가 음낭이 짓눌릴 정도로 강하게 들어오는 순간…….
“크윽!하아…… 하아…….”
안에 박힌 페니스가 움직이며 꿀렁꿀렁 액을 토해 내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벽 안이 움찔거리며 페니스를 붙들었다.
강한 오르가슴이 정수리를 내리찍듯 강렬하게 퍼져 내렸다.
나는 엎드린 채로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겹쳐져 있던 등이 떨어지자 축축이 젖은 등에 공기가 닿았다.
페니스가 서서히 빠져나갔다.
그와 나의 체액이 뭉텅이로 덩어리져 묵직하게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 아…….”
드디어 끝났다.
그와 몸을 섞으면서 꿈속의 남자를 찾아내려고 했던 계획은 날아간 지 오래였다.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구분하고, 판단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들끓던 성욕이 깔끔하게 해소되었다는 거다.
어디 그뿐인가, 이제는 좆만 봐도 신물이 날 것 같았다.
플로렐이 그랬었지.
내가 며칠 밤을 침실에 갇혀서 나오지 못했었다고.
그 괴물 같은 정력가가 내 뒤의 블래이크였다니.
누구보다 금욕적인 삶을 살 거 같았던 놈이 잠자리는 저속하기 그지없었다.
이때 커다란 손이 내 등허리를 내리눌렀다.
흠칫.
어깨가 바짝 경직되었다.
머릿속에 위험 신호가 울려 퍼지며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이 힘 빠진 몸을 움직였다.
나는 그의 손길을 피해 엉금엉금 기어갔다.
뒤에서 피식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릎을 디뎌 걸을 때마다 다리 사이의 액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침대 헤드에 손이 닿을 즈음 발목이 붙잡혔다.
나는 기껏 벌려 놨던 거리를 다시 쑤욱 미끄러져 끌려갔다.
“설마 도망치려던 거야?”
그가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그의 페니스는 조금도 가라앉지 않은 채 여전히 바짝 기립한 상태였다.
이 괴물 같은……!
블래이크는 내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더니 입술을 가볍게 맞붙였다.
“나를 즐겁게 해주려던 거면 성공했어.”
***
망할.
블래이크를 건드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섹스로 기억을 찾겠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내가 성욕에 눈이 멀었던 거지.
수첩에 써 내려갔던 여덟 개의 특징들은 전부 휴짓조각이 되었다.
블래이크와의 뜨거운 정사가 계속될수록 꿈속의 감각은 퇴색되고, 블래이크의 피부, 숨결, 몸짓이 그 위로 덮어 씌워졌다.
그나마 한 가지 알아낼 수 있었던 건, 블래이크의 복근엔 꿈속에서 보았던 자상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복근의 자상 따위는 이틀 내내 몸을 섞지 않아도 알아낼 수 있는 부위였다.
고작 이걸 알아내자고 그 미친 짓을 하다니.
수지가 전혀 맞지 않는 장사였다.
‘이틀 내내 침실에 갇혔다면서 막 화를 내셨던 거 저는 다…… 기억합니다.’
“플로란이 말했던 게 허풍이 아니었어.”
블래이크는 나를 만나지 않은 1년간 수절이라도 했었던 건지, 그간의 회포를 풀겠다는 듯이 나를 탐닉했다.
내가 오르가슴을 느낀 횟수는 셀 수도 없고, 내 몸은 그의 체액으로 샤워라도 한 것처럼 범벅이 되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정신을 차려 보니 침실에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녀들이 언제 이것을 차려 놓고 갔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반푼이가 된 것처럼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에 뇌수 대신 정액이 가득 들어찬 것처럼 지독한 쾌감 말고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블래이크, 이 변태 자식은 내 안에 자신의 성기를 꽂아 넣은 채로 식사를 했다.
내 두 손이 테이블 위를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동안, 블래이크는 나를 뒤에서부터 겹쳐 누른 채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면서 다정한 척 수프를 입에 넣어 줬다.
‘다 흘렸잖니, 리아나.입을 제대로 벌리렴.’
‘으훕, 아, 하악, 아…… 아!그마안, 젭, 아!’
완전히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내가 수프를 받아먹지 못하는 게 다 누구 때문인데!
미친 듯이 흔들지만 않았어도, 어련히 잘 먹었을까.
블래이크가 손가락을 내 입으로 밀어 넣어 억지로 벌렸다.
‘열 번 씹고 삼키는 거야.’
‘흐읍, 움, 우으음…….’
‘열 번 안 씹으면, 후우, 무섭게 혼날 각오해.한 번…… 두 번…….’
나는 블래이크가 골라 주는 음식을 속절없이 받아먹었고, 그의 숫자 세는 수에 맞춰서 음식을 씹었으며 삼켜도 된다는 허락이 있을 때에야 겨우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었다.
몇 번 실수로 먼저 음식을 삼킨 적이 있었다.
고의는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오르가슴 때문에 무언가를 계산할 틈도 없이 수프가 넘어가 버린 거였다.
그러나 블래이크는 이런 내 사정을 봐줄 만큼 자비로운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테이블 위의 식기들을 한 팔로 쓸어내 버리고는 그 위에 나를 깔아뭉갰다.
와장창.
날카로운 파열음이 공포감을 조성했다.
커다란 손이 뒷덜미를 잡아 누를 땐 나도 모르게 그에게 용서를 구했다.
‘흐으, 죄, 죄송해요, 선생님.
잘못했, 흐끅, 아, 아파요!
아파!’
‘벌써 두 번째인 건 알고 있니?’
남근이 푹 젖은 내벽을 거칠게 꿰뚫고 깊은 곳을 찧어댈 때마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두껍고 부드러운 테이블보가 뺨에 짓눌리고, 내가 흘린 타액으로 짙게 젖어 갔다.
거칠고 육감적으로 삽입하던 움직임과 다르게 지금은 좆을 박아 넣고 있을 뿐이었다.
쾌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몸짓이 아니었다.
질 밖으로 거의 끝까지 빠져나간 페니스를 단번에 푸욱 찔러 넣고, 다시 느리게 빼내기를 반복했다.
‘윽!흐억!아…… 아!’
아래를 빠듯하게 벌리는 통증과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엄청난 이물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미미하게 차올랐다가 다시 조금씩 사그라드는 성감이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차라리 정신없이 박아 줬으면…….
‘하으으…… 아파, 아파요…… 선생, 님, 아!싫어, 흐으윽, 아!!’
‘습관적으로 거부하는 버릇은 버리렴.네 몸에 이렇게, 후우, 찔러 넣을 때마다 하아…… 네 구멍이 좆을 쥐어짜듯이 빨아 대는데.’
블래이크는 인내심이 강한 남자다.
그의 입에서 간간이 터지는 욕설과 한 번씩 자제를 잃고 내 가슴을 움켜쥐는 손길이 당장이라도 제 욕심대로 박아 넣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 내게 벌을 주는 것처럼 삽입을 통해 얼얼한 통증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면서 미미한 쾌감만으로 절정에 오르게 했다.
눈앞이 하얗게 튀며 사지가 파들파들 떨려 왔다.
내가 절정에 오르자마자 그는 내 몸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침대에 눕혀 참았던 욕망을 전부 터뜨렸다.
내 신음은 비명처럼 날카로워졌고, 땀에 젖은 그의 몸을 팔다리로 끌어안으며 쾌감에 녹아들었다.
한참이나 시달리고 있다 보면 어느새 방이 정돈되어 있었고 새 음식이 트레이에 담겨 있는 것이 보였다.
***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벽돌이 느껴졌다.
엉성하게 쌓아 올려진 벽돌 사이사이로 눈부신 빛줄기가 새어 들어왔다.
나는 우악스러운 손길에 머리채를 붙들린 채 어디론가 질질 끌려갔다.
신발도 신지 않은 두 발은 흙먼지와 피로 지저분했고, 한 겹 걸쳐 입은 원피스는 벗은 거나 다름없이 전부 헤지고 늘어나 있었다.
‘죄송, 자, 잘못했어……요.’
나는 누군가를 향해 두 손을 비비며 끊임없이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나를 가축처럼 대하는 ‘누군가’는 내 말이 들리지 않은 것처럼 굴었다.
기어코 그의 포악한 손길에 몸이 내동댕이쳐졌다.
철컥.
철컥.
금속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저자세로 납작 엎드려 있던 나는 발작을 일으키듯 고개를 들었다.
‘오지 마!죽일 거야.한 발자국이라도 나한테 다가오면 반드시 죽일 거야.내가!반드시!’
목구멍에서 마른기침이 쏟아지는데도 남자를 향해 욕설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그러나 남자는 나의 발악을 가볍게 짓밟고는 손목을 휘어잡았다.
싸늘한 냉기가 손목을 감싸자마자 철컹하고 자물쇠가 걸리는 소리가 났다.
내게 수갑을 채운 남자는 나를 천장에 매달았다.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며 팔이 뜯길 것만 같은 통증이 찾아 들었다.
정신을 망가뜨리는 거대한 공포와 살의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
“허억!”
나는 물속에서 건져 올려지듯 참았던 숨을 터뜨렸다.
눈을 크게 부릅뜨고 있었으나, 눈앞의 상이 명확하게 잡히는 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나는 텅 비어 있는 옆자리를 보고서야 내가 잠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얼마만의 숙면이지…….
아니, 그보다 어떻게 잠들 수 있었던 거야?
혼절한 건가…….
온갖 의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러나 깊게 파고들 정도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연기처럼 훌훌 날아가 버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감싸 쥐었다.
뼈까지 파고들었던 날카로운 냉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이불 속으로 몸을 말아 넣으며 거칠게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이런 거지 같은 꿈이 다 있어…….”
꿈…… 이건 꿈이 아니라 내가 잊고 지낸 과거의 흔적이었다.
여태껏 꿨던 꿈 중에 정상인 것이 단 하나도 없었지만, 이번만큼 끔찍한 꿈은 처음이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반나절은 더 잠들어 있을 줄 알았더니.”
침대 한쪽이 가라앉았다.
그가 모로 누워 있던 내 어깨와 팔뚝을 쓸어내렸다.
“밥 먹게 일어나.”
“…….”
치아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떨리던 몸이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블래이크가 옆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음이 진정되자 뒤늦게 몸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리 사이는 쓰라리고 허리는 욱신거렸으며 이에 무자비하게 씹힌 곳들은 따끔거렸다.
“내가 보기 싫은 걸까, 아니면 앙탈일까.”
그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둘 다 마음에 안 드는데.”
“또 입으로 뭐 먹이면서 뒤에서 박을 거잖아요.”
“네 몸 상태 보고.”
“가요.선생님 가실 때까지 밥 안 먹어요.”
“말했잖아, 리아나.나는 둘 다 마음에 안 든다고.”
이불이 확 걷혔다.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빛에 잔뜩 인상을 구기던 와중이었다.
블래이크가 나를 단숨에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자신의 다리 사이에 내 몸을 가두더니 꼼짝하지 못하도록 양팔로 끌어안았다.
“뭐, 뭐 하는…….”
“식사 준비하겠습니다.”
“……!”
이 방엔 블래이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얼굴이 익숙한 하녀 넷이 트레이를 밀고 들어왔다.
잊고 있던 수치심이 몰려들며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다.
내가 블래이크와 뒹구는 동안 침실을 청소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목욕물을 데웠던…… 그 하녀들이 분명했다.
나는 블래이크에게 저항하던 것도 잊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맞닿은 등에서부터 낮은 울림이 느껴졌다.
“밤새 네 안에 싼 건 난데, 왜 다른 것들을 보고 얼굴이 빨개지지, 리아나?”
“그런 거 아니에요…….
제발 부끄러운 소리 좀 그만…….”
“또 혼자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유혹할 건가?”
나는 테이블 위에 나이프와 포크를 순서대로 놓고 물잔을 채우는 하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우리가 어떤 저급한 대화를 하든 간에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자기 할 일만 묵묵히 해나갔다.
하녀가 모든 세팅을 마치고 물러났을 때, 테이블 위에 놓인 식기는 딱 한 사람분의 것이 전부였다.
철저하게 교육받은 하녀가 실수를 했을 리는 없고.
아무리 내가 블래이크와 몸을 겹친 채 앉아 있다지만, 이런 우리를 한 몸으로 취급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입 벌려.”
차가운 물잔이 입술을 건드렸다.
아, 이거구나.
블래이크는 손수 내게 음식을 떠먹여 주려던 거였다.
나는 눈가를 구기면서도 순순히 입을 벌렸다.
블래이크가 내 턱에 손수건을 받치고 능숙하게 물을 먹였다.
“박아 가면서 식사 예절을 가르친 보람이 있네.”
그의 목소리에 짙은 만족감이 묻어났다.
나는 속으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생각하면서도 스푼이 입가에 다가오면 잘 훈련받은 개처럼 입을 벌렸다.
식사 시간 내내 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배를 채워 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움직이지 못했다는 쪽이 가까웠다.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들면 머리 위에서부터 “리아나.”하고 어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음식들은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화려하게 차려져 있었고, 블래이크는 여러 가지의 요리 중에 내가 먹고 싶은 게 무엇인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입에 넣어 주었다.
애 취급받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식사 시간이었다.
블래이크는 지배적으로 나를 휘어잡으려고 하지만, 사실은 수발의 장인이 아닌가 싶었다.
흐꾸웩이 나보다 블래이크를 더 좋아하고 따르는 이유가 이런 면모 때문인 걸까.
“…….”
그러고 보니 흐꾸웩은……?
흐꾸웩 생각이 머리에 미치자마자 조급함이 일었다.
입가에 다가온 연어 구이를 먹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귀찮다는 듯이 손으로 치워 냈다.
블래이크는 나를 혼내는 대신 포크를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아기는요?”
나는 상체를 뒤로 돌려 블래이크의 가슴을 짚었다.
블래이크는 예상했다는 듯이 하녀를 향해 눈짓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녀가 흐꾸웩을 안고 돌아왔다.
“먀!”
흐꾸웩이 귀가 달린 갈색 모자를 뒤집어쓰고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모자와 같은 색인 손 싸개가 야무지게 파닥거린다.
순간적으로 끓어 올랐던 조급함이 파도에 씻겨 흔적도 없이 허물어졌다.
대신 맥빠진 웃음이 흘렀다.
“내가 다람쥐를 낳은 거야, 사람을 낳은 거야?”
하녀가 내게 흐꾸웩을 안겨 주었다.
흐꾸웩의 입가에서 희미하게 분유 냄새가 났다.
흐꾸웩은 내 품에 안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카락을 잡고 입으로 쭉쭉 빨기 시작했다.
이놈이 그리워했던 건 내가 아니라 이 머리카락이었던 게 분명하다.
괜히 흐꾸웩의 모자를 건들고, 콧잔등을 콕 찔렀다.
흐꾸웩이 간지럽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면 뺨 옆에 쏙 패이는 보조개에 새끼손가락을 담갔다가 빼기도 했다.
흐꾸웩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와중에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드니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하녀들이 묘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내리깐다.
나는 그제야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나는 블래이크의 품에, 흐꾸웩은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인간 계단도 아니고 이게 무슨 꼬라지인지.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땐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가족이라 불릴 만큼 돈독한 관계가 아니었다.
“저 이제 배부른데요.”
눈치 보며 말했지만, 블래이크는 테이블을 물리라고 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30분 정도 식사를 더 이어 나간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블래이크가 나를 놓아줬다고 해서 자유를 얻은 건 아니었다.
무시무시한 근육통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허리가 지끈거리고 사타구니 안쪽은 걷기 힘들 만큼 얼얼했다.
블래이크가 빨래처럼 늘어진 나를 안고 욕실로 향했다.
직접 씻기려는지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것을 보고 진심으로 경악했다.
내가 스물여섯이 아닌 열여섯이라도 개인 과외 선생님이 몸을 씻겨 주는 건 도저히 맨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두 손바닥을 모아 비비며 간곡히 부탁했다.
제발 꺼져 달라고.
블래이크는 한겨울보다 싸늘한 얼굴이었지만 그 눈빛만은 묘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블래이크는 슬립 차림의 나를 욕조에 담그고는 느긋하게 말했다.
“입 맞춰 봐.”
“…….”
“네 부탁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욕실엔 나와 블래이크 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블래이크의 뒤로 향료와 수건을 들고 서 있는 두 명의 하녀에게 자꾸 시선이 닿았다.
그중 한 명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하녀는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듯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선택해야 했다.
하녀들 앞에서 블래이크에게 입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블래이크가 내 몸을 씻기도록 내버려둘 것인지.
답은 빠르게 내려졌다.
나는 물속에서 손을 끌어올려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블래이크는 제 옷깃이 젖는 것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기꺼이 몸을 내어주었다.
쪽.
입술이 블래이크의 뺨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됐죠?”
나는 시선을 들어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어지는 대답이 없었다.
숨 막히는 정적이 깔리고, 팔을 적신 물이 조용히 식어 갔다.
나는 허락을 구하듯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 순간 권태롭던 흑안에 시퍼런 안광이 번뜩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두 팔을 뒤로 물렸다.
그러나 완전히 물러서기도 전에 뒤통수가 잡혔다.
“아!”
첨벙.
놀란 두 손이 허우적거리며 수면을 움켜쥐었다.
블래이크의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헤치고 뒷목을 쓸어내리는 순간 오싹한 소름이 끼쳤다.
눈앞이 온통 새까맸다.
어린 하녀의 얼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입가에 뜨거운 숨결이 퍼지고 오똑한 코가 맞물리는 것이 느껴졌다.
“…….”
나는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바짝 굳어 있었다.
포식자에게 제 목덜미를 내어 주는 먹잇감처럼 얌전히.
그러나 나를 뼈째로 씹어 삼킬 것 같던 블래이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물러났다.
그가 멀어지자 참았던 숨이 탁 트였다.
“깨끗이 씻어.
정액 다 빠졌는지, 검사할 거니까.”
“…….”
블래이크가 숙였던 몸을 일으켰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높아진 시선을 따라 고개를 올렸다.
그가 욕실 밖으로 빠져나갔음에도 남겨진 나와 하녀 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탈의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노련한 하녀가 불편한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옷이 벗겨질수록 소리 없는 경악이 욕실 안에 가득 들어찼다.
내 온몸이 학대라도 당한 것처럼 울긋불긋한 울혈과 잇자국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다.
심지어 팔뚝에는 커다란 손자국과도 같은 멍이 짙게 들어 있었다.
어린 하녀가 “헉!”하고 놀란 숨을 터뜨렸다가 옆에 선 하녀에게 매서운 눈초리를 받았다.
“……괜찮아요.
저도 놀라는 중이니까요.
마음 편히 경악하세요…….
욕을 해도 좋고.”
“…….”
충직한 하녀들은 험담 하나 하지 않고 묵묵히 시중을 들었다.
내가 먼저 “식인종이 아니고서야 사람 몸을 이렇게 물어뜯어 놓는 게 말이나 되나요?”하고 화두를 던져도 “아가씨, 머릿결이 참 곱습니다.”
내지는 “베르가모트 열매로 입욕제를 만들어 봤는데, 향이 어떠세요?”하며 말을 돌렸다.
“아무리 돈 주는 주인이라지만, 좀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 많지 않아요?
아무튼, 제정신 아니야.”
“어쩜…… 피부가 너무 고우세요.”
“다 멍투성인데 대체 어디가요.”
“근육의 이완을 돕는 오일입니다.
편안히 몸을 기대세요.”
“팍팍 좀 뿌려 주세요.
블래이크 때문에 삭신이 쑤셔서 죽을 거 같으니까.”
나는 나대로 하고 싶은 말만 했고, 하녀도 하녀대로 자기 할 말만 했다.
목욕 내내 말소리가 끊이질 않았지만 이건 대화가 아니었다.
집단적 독백이었다.
***
나는 스물여섯으로 깨어난 이래로 가장 호화스럽고, 나태한 하루를 보냈다.
식사는 죄다 블래이크가 떠먹여 줬으며, 부른 배를 두드리고 침대에 대자로 누워 있다 보면, 하녀들이 교대로 들어와서 내 몸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했다.
그 덕에 근육통은 반나절 만에 싹 나았다.
블래이크는 욕실에서 빠져나간 뒤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하녀에게 물으니 일이 생겨서 외출했다는 모양이었다.
직업 없이 빈둥거리는 한량인 줄 알았는데, 블래이크는 예상외로 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는 대규모의 무역 상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자본과 각국에 퍼져 있는 인맥 그리고 레토니아와의 유일한 교역 창구로 급성장한 상단이었다.
그렇게나 바쁜 사람이 이틀씩이나 침대에서 그 짓거리를 하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가씨께서 찾으시면, 바로 귀가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
그럴 필요까지야…….”
“사소한 이유라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주무시는 게 적적하시다거나, 향초 피워 줄 사람이 필요하실 때 같은 경우라도요.
보고 싶어서 부르시는 거면 더욱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꼭 전하라 하셨습니다.”
하녀의 말이 이어질수록 귓가에 열이 올랐다.
어렸을 적부터 혼자 자 왔기에 침실에서 혼자 자는 것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았고, 향초는 하녀도 충분히 피울 수 있다.
일이 바빠서 인사도 못 하고 급하게 나갔으면서 고작 그런 이유로 다시 돌아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내가 애도 아니고.”
블래이크가 정말 내가 향초를 피우지 못할까 봐 걱정해서 그런 말을 남긴 게 아니라는 걸 안다.
그 어떤 핑계를 가져다 대도 좋으니, 자신이 일을 제치고 나를 빨리 만나러 올 수 있게 명분을 제공하라는 거였다.
나 참, 웃기지도 않아.
어처구니가 없긴 하지만, 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단지 부끄럽고 머쓱할 뿐이었다.
10년 전에는 과외 시간이 끝나면 칼같이 저택을 빠져나갔으면서…….
나는 묘한 설렘을 감추지 못한 어린 하녀에게 이만 나가보라고 얘기했다.
내가 블래이크를 불러들일 달콤한 밀어를 전달할 생각에 들떠 있던 하녀는 건조한 축객령이 떨어지자 눈에 띄게 아쉬워하는 낯이었다.
“아, 저기.”
물러나는 하녀를 불러 세웠다.
울상이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네, 뭐라 말씀을 전할까요?”
“아니, 그건 됐고요.
종이랑 펜을 가져다주시겠어요?”
하녀의 두 눈에 얼핏 실망이 어렸지만, 그녀는 크게 티 내지 않고 끝까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
나는 하녀가 가져다준 종이에 짤막한 편지를 남기고 저택을 떠났다.
블래이크가 알면 난리, 개난리를 칠 게 눈에 선했다.
그는 칼리언처럼 나를 순순히 보내 줄 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하고 떠났다가 왕국 전체에 내 얼굴이 그려진 수배 전단 대신 실종 전단이 배포되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나는 블래이크에게 ‘흐꾸웩에게 수도 곳곳을 구경시켜 주기 위해 나가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지도 말라’는 말을 남겼다.
혹시 몰라서 ‘돌아가는 게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저 돈 많아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 가진 건 안젤라가 준 지폐 몇 장이 전부였지만.
얼마 없는 돈으로 삯마차를 부를까 했으나, 혹시 급하게 돈이 필요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일단은 아끼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나는 본래 내 목적지였던 랜서의 저택으로 갈 생각이었다.
고립된 칼리언의 저택이나 비상식적인 집착을 보이는 블래이크의 저택에 있는 것보다 랜서의 저택에 머무는 쪽이 훨씬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저택의 위치 자체도 광장의 한 가운데라 어디로든 이동이 용이했다.
모두가 잠든 시각.
죽음처럼 고요한 어둠이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나는 방한용 강보에 흐꾸웩을 둘둘 말아서 옆구리 딱 끼었다.
흐꾸웩은 찬 바람이 뺨을 괴롭히는데도 꿈속을 헤매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나는 정문을 지키는 하인의 눈을 피해 담벼락을 넘었다.
이어서 가방을 먼저 뒤로 던져 놓고, 널찍한 돌벽 위에 흐꾸웩을 얹었다.
벽돌의 틈 사이에 발을 끼우고는 힘껏 손으로 짚은 담벼락의 윗부분을 밀어냈다.
“읏차!”
그다지 높은 담벼락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칼리언의 저택이었더라면, 담벼락을 타고 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다.
나는 뿌듯하게 손을 탁탁 털어 내고는 광장을 향해 걸었다.
잠도 잤고, 종일 침대에서 빈둥거린 덕에 체력이 넘쳐 났다.
새벽이 돼서야 광장에 도착하겠지만, 도중에 쓰러질 걱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