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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초라함 (24/79)

24. 초라함

저녁에는 꼭 이야기하고 말리라던 외젠의 각오가 무색하게도, 엘리아가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건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였다.

“라스페가에서 사람이 온다고? 이따 낮에?”

오랜만에 함께 아침을 먹는 자리에서 외젠이 불쑥 꺼낸 이야기에, 엘리아는 오물오물 씹어 먹던 빵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입을 떡하니 벌리고 말았다.

“그렇다니까.”

“그걸 왜 지금 말해 줘!”

역시나, 당일이 되어서야 듣게 된 엘리아는 일단 만만한 외젠에게 화부터 냈다.

나름 억울한 사정이 있는 외젠은 평소처럼 엘리아에게 똑같이 응수하고 싶었지만, 오늘 아침에도 미열이 있어서 약을 챙겨 먹었다는 데이지의 말을 기억해 내고 속으로 화를 삭였다.

‘참자. 쟤 아직 아프다잖아. 아프다니까 내가 또 참아 줘야지. 하아. 이러다가 내가 병나겠다 진짜.’

외젠은 입에 남아 있던 음식을 씹어 삼키고 최대한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했다.

“엘리, 나는 어제 내내 바빴고 겨우 일 끝내고 찾아가니 너는 자고 있었다고. 자는 거 깨워서 알려 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내내 일한 것도 아니었을 거면서. 그냥 낮에 잠깐 불러서 말해 줬음 됐잖아. 근데, 누가 오는데? 왜 오는 건데?”

“공작가 가신들이랑 이러저러한 사람들 좀 많이 찾아올 거야. 상의할 게 있어서.”

“상의? 또 돈 빌려야 해?”

“……안 빌려. 돈 빌리는 거 아니고 자세한 건 이야기 끝나면 전해 줄 테니까 너는 집무실에서 나 대신 일 좀 봐 줘. 알았지? 급한 건 대충 끝냈으니까.”

일방적인 통보만 들어야 한다는 처지에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엘리아는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았고, 중요한 일 때문에 공작가에서 찾아오는 모양인데 그 사람들한테 모실 상전 하나 얹어 줘 봤자 일에는 도움이 되지도 않을 테니까.

‘그래. 하는 수 없지. 나중에 다 끝나고 외젠 붙들고 설명하라고 하지 뭐.’

혼자 속으로 수긍한 엘리아가 군말 없이 아침상을 부지런히 비웠다.

* * *

“아으…… 또 체했나 봐.”

공작가에서 온다는 말을 들어 가며 아침을 먹었더니, 역시나 체기가 남고 말았다. 아마 그 뒤에 외젠이랑 한바탕 말씨름을 한 것도 영향이 있었으리라.

엘리아는 손님들 온다는 오후가 올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어야 했다.

‘밖에 소란한 거 보니까 사람 왔나 본데.’

겨우 어기적거리며 창문 앞에 서서 찾아온 사람들 면면을 바라보았는데, 대다수가 체격 좋은 기사들이었고 머리 쓰는 사람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가 않았다.

‘호위 때문에 그러나? 일전에도 사람을 두 배는 늘렸으면서.’

커다란 기사들 사이에는 낯익은 사람들 얼굴도 보였다. 기사 벨젠 경, 며칠 전 찾아왔던 공작가의 의원, 그리고 말 많고 특이한 보좌관 한스까지.

모두 라스페 공작에게 대단히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하아. 다들 에디 혼자 두고 오면 어떻게 해.’

호위할 기사에, 아프면 살펴봐 줄 의원에, 그나마 말 섞는 상대인 보좌관까지 우르르 로앙가에 찾아오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걸까?

또 엘리아 혼자 모르는 채 시간만 흘러가려나 싶어, 걱정되었다.

‘두고 가지 않으면 좋겠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듯 뱅글뱅글 제자리에서 춤추는 오르골 꼴은 그만하고 싶어.’

즐거운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홀로 외롭게 남겨지는 건, 이제 지겨워지고 말아서…….

* * *

“끝났나?”

외젠의 집무실에서 펜을 끄적거리던 엘리아는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문 앞까지 쪼르르 달려가 귀를 바짝 대어 보니, 이번에야말로 건넛방에 모여서 저녁이 되도록 틀어박혀 있던 사람들이 복도로 나온 모양이었다.

“루카스, 이번엔 진짜야. 진짜 끝났나 봐.”

벌써 여섯 번째였다. 엘리아는 벌써 여섯 번째 같은 행동, 같은 말을 반복하는 중이었다.

복도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릴라치면 문 앞에 냉큼 쫓아가서 저를 부를 때까지 애타게 기다리다가, 한참 지나도 소식이 없으면 시무룩해져선 ‘아직 아닌가 봐…….’ 하고 자리로 돌아와 억지로 일을 붙잡았더랬다.

“이번에는 진짜인가 보네요.”

“그치! 끝난 것 맞지?”

“예, 밖에 사람들 소리 들리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습니다.”

“근데 왜 안 부르지? 빨리 불러라. 빨리 불러라…….”

엘리아는 끄적거리다 만 종이를 붙들고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오기만을 또 애타게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 엘리아는 시무룩하게 자리로 돌아와 남은 서류를 펼쳐 보아야 했다.

집사가 집무실에 찾아온 건 그보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 본래대로였으면 폴짝폴짝 뛰어나왔어야 했으나, 이미 설레발치느라 지친 엘리아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는 터덜터덜 건넛방으로 넘어갔다.

“아가씨,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장식품 하나 걸어 두지 않은 단출한 방에는 아직 라스페 공작가 사람들이 꽤 남아 있었다. 제일 먼저 보좌관 한스가 엘리아에게 아는 체를 하며 인사를 했고, 조금 피곤해 보이는 기사들과 행정관 두 명이 엘리아에게 본인 소개를 하였다.

“오늘부로 로앙가에서도 대대적으로 호위가 강화될 겁니다. 적어도 한 달 안에 공작가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걸 목표로 두고 말입니다.”

“공작가 수준이라면, 어디 들어가기 전에 기사분들이 먼저 확인해야 하고, 저택 안에서도 방마다 호위를 서고……?”

“예, 그리고 앞으로는 식사마다 일일이 독극물 검사를 한 뒤에 드셔야 합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추가되는데,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금방 적응하실 테니까요.”

기사들과 한스 경이 번갈아 가며 엘리아에게 앞으로 주의해야 할 점, 따라야 할 절차 등을 짚어 주었다.

겨우 절반만 들었는데도 대체 에드문트는 어떻게 이걸 다 지키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복잡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호위에 신경 쓰는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엘리아의 질문에, 고민하던 한스가 눈짓으로 다른 공작가의 사람들을 모두 나가게 하였다.

사람들이 줄줄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엘리아가 얼굴을 굳히자, 외젠이 바로 자리를 옮겨 와 엘리아의 옆자리에 앉았다.

“엘리.”

잉크가 얼룩덜룩 남은 누이의 작은 손을 한참 주물러 주던 외젠의 손이 손등을 톡톡 두드려 준 뒤 멀어지자, 엘리아는 뜻 모를 공허함을 느꼈다.

그런 의미일 리 없는데, 이제 누구의 체온도 없이 혼자 버티라고 떠밀려 난 느낌이 들었다.

“너도 알다시피 라스페 공작가는 대대로 인척 관계인 1황자 전하의 승계를 지지해 왔잖아. 우리 로앙 백작가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결국 황위를 이은 건 2황자였고, 그에게는 자식이 없지. 다음 계승권은 돌아가신 1황자 전하의 직계이신 벨레노아 백작, 그리고 3황자에게 있고.”

“알아. 벨레노아 백작님의 뒤에 라스페 공작가가 있고, 3황자를 뒷받침하는 세력이 크라우제 후작가라는 것도.”

황권 다툼에 관한 이야기가 깔리자, 며칠 앓았던 탓에 다시 살이 쑥 빠진 엘리아의 작은 얼굴에 수심이 깃들었다. 누가 먼저 밀어 넣어 준 것도 아니었는데.

외젠은 엘리아의 두려움을 알았다. 아주 어릴 때 자신과 함께 공작가에 갈 때마다, 엘리아는 도처에 깔린 호위 기사들을 보고 겁에 질려 하곤 했으니까.

<오빠아, 집에 가면 안 돼? 데이지 보고 싶어. 데이지 두고 왔으니까 집에 가자아.>

아이에게는 그들 하나하나가 죽음을 감시하기 위한 사람들이나 다름없었다.

엘리아의 주변만은 로앙가 기사들로 채울 테지만…… 죽음이 제 지척에 있다는 증거물이나 다름없는 기사들을 보며, 아이는 겁에 질릴 게 분명했다.

하나 어쩔 수 없었다. 위협은 기어코 현실이 되고 말았으니까. 엘리아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나 벌써 공작가에서는 여러 명의 사용인들이 본보기로 살해당하였다.

그 위협이 로앙 백작가에까지 뻗어 올 가능성이란, 함께 극장 나들이를 하며 돈독함을 과시했으니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엘리아가 두려워하고, 겁을 먹다가…… 부디 한시라도 빨리 극복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이제 황위 다툼이 본격화되는 거야? 벨레노아 백작과 3황자 세력으로, 라스페 공작가와 크라우제 후작가로 나뉘어서?”

“그래. 그럴 거야.”

“그러면 설마, 이미 공작가가 화를 입은 건…… 에드문트는?”

한스는 엘리아를 안심시킬 거짓말을 하기 위해 미소를 머금었다. 눈치 빠른 아가씨가 얼마나 속아 넘어가 주실지는 모르겠으나, 시도는 해 봐야지 않겠는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공작가는 아주 멀쩡합니다. 그건 로앙 백작가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이번에 경계를 강화하는 건 예방책일 뿐입니다. 든든한 우군인 로앙 백작가를, 그리고 소중한 분을 완벽하게 지키고 싶어 다소 과한 대응을 하시려는 것뿐이고요.”

“정말 괜찮은 거예요?”

“그렇고말고요. 다만 공작님께서는 당분간 영지에서 시간을 보내실 예정이라서…… 아가씨께서 얼른 쾌차하시길 바란다는 이야기 전해 달라고 말씀 남기고 가셨습니다.”

“영지에 내려갔다고요?”

“급한 일이 생기셔서 말입니다.”

“하지만, 에디가 영지에 내려간 게 겨우 한 달도 되지 않았고…… 전에는 이렇게 자주 내려가지 않았던 거로 아는데요. 정말, 영지에 내려가 버린 게 맞아요?”

“예, 저택에는 계시지 않습니다. 그래도 화요일에는 수도에 올라오실 예정입니다.”

엘리아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황권 다툼이 본격화되는 와중에 수도를 비우고 굳이 영지에 내려갔다는 이야기는 신빙성이 떨어지긴 했다.

그래도 웬만한 사람들은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만한 핑계이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알겠어요. 따지려는 건 아니었고…… 이야기 전해 줘서 고마워요. 어디에 있든지 보좌관이 부디 잘 챙겨 줘요.”

“예, 아가씨께서는 몸은 괜찮으신지요? 공작님께서 걱정 많이 하셨습니다.”

한스의 질문에 엘리아는 체기가 남아 욱신거리는 손끝을 탁자 아래에 숨기고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나는 괜찮아요. 정말로요. 에디한테 꼭 전해 주세요. 나는 다 나았으니까…… 에디는 괜찮나요? 요즘 잠은 잘 자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이 되어서요.”

엘리아는 스스로가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나는 괜찮다.’라는 거짓말을 전해 달라고 당부하고선, 정작 보좌관에게는 ‘에드문트가 괜찮지 않다면 거짓말하지 말고 알려 달라.’라는 떼를 쓰는 꼴이었으니까.

엘리아의 모순적인 행동을 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도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았다.

그래도, 엘리아는 진실을 요구하여 거짓이라도 들어야 했다.

“공작께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지내십니다.”

생글생글 웃던 보좌관의 얼굴에, 약간의 피로함이 엿보였다. 제 재촉 때문인가 싶어 엘리아가 흠칫하자, 한스가 뒤늦게 표정을 정리하여 웃는 낯으로 돌아왔다.

엘리아에게 화가 난 건 당연히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공작이 어떤 꼴인지 떠들어 대고 싶은데, 참아 주려니 짜증이 일었을 뿐.

‘젠장. 또 돌아가서 그 꼴 볼 생각하니 짜증 나네.’

한스는 제 거지 같은 근무 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줄 만한 방법을 찾아 머리를 굴리다가, 엘리아를 향해 물었다.

“아가씨, 혹시 지니고 계신 것 중 하나를 선물로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선물이라면, 에드문트에게요?”

“뭐든 괜찮습니다. 손수건이라든가, 거울이라든가…… 공작님께서는 아가씨가 지녔던 물건이라면 뭐든 기꺼워하실 테니까요.”

보좌관의 뻔뻔스러운 태도는 엘리아를 부끄럽게 해야 했으나 당장 주머니를 뒤지는 데 바빠 부끄러워할 새가 없었다.

‘분명 여기에 주머니가…… 아, 이게 아닌데. 줄 만한 게 있던가?’

그저 뭐라도 챙겨 보내고 싶은 마음에 한참을 뒤졌지만, 적당한 게 보이지 않았다. 엘리아는 울상을 짓고 말았다.

“잠시만 한스 경, 바쁘지 않으면 기다려 주면 안 될까요? 올라가서, 그러니까 뭐라도…….”

이토록, 남 앞에서 스스로가 초라한 적이 있었던가. 엘리아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당장 4층에 쫓아가 온 방을 뒤져 본들 엘리아가 가진 것 중 에드문트에게 선물할 만한 건 어느 것도 없었다.

고루한 취향 탓에 서고를 뒤져도 괜찮은 책 한 권 없을 터였고, 화실을 뒤져 봐야 나오는 건 습작한 엉터리 그림 몇 점이 전부이리라.

침실에는? 제가 아끼는 물건들은 전부 사용인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것들이었고, 개중에 값비싸고 그럴듯한 물건은 에드문트가 선물한 오르골이 유일했다.

‘꽃 화분이…… 아니야, 아직 싹만 겨우 난 걸 어떻게 줘!’

겨우 떡잎이 벌어져 싹이 난 풀들을 보면 에드문트가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또 그 초라한 선물을 귀한 것처럼 공작가까지 모셔 가야 할 사용인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엘리아는, 에드문트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눈물이 날 정도로 실감하고야 말았다. 남자에게는 겨우 푼돈 취급받을 극장표를 구한다고 며칠 밤을 새웠던 날처럼.

자존심이야 어차피 공작가의 주인과 열여덟 자신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니 그렇다 쳐도…….

‘나는 대체, 너한테 뭘 해 줄 수 있는 걸까.’

당장 그에게 전할 그럴듯한 선물 하나 구할 수 없는 처지가 속상했다. 너무도 미안했다.

“엘리, 네 머리끈 전에 데이지랑 같이 만들었던 거 아니야?”

“이거? 이거는…… 너무 쓰던 건데…….”

보다 못한 외젠이 엘리아의 머리에 대롱대롱 달린 감색 머리끈을 가리켰다. 여태 제 머리가 풀어 헤쳐져 있는지 묶여 있는지도 몰랐던 엘리아가 놀라선 머리를 더듬었다.

하나 엘리아는 보이지도 않는 끈을 손으로 더듬으며 풀어내지도, 내버려 두지도 못하고 망설였다.

‘내가 좋아하는 머리 장식이긴 한데, 겨우 옷 짓고 남은 실 얻어다가 만든 거잖아…….’

차라리 나중에 따로 선물을 준비해서 보낸다고 하면 될 일인데, 엘리아는 고집스럽게 한스를 빈손으로 보내지를 못했다.

“……이거라도, 일단 이거라도 가져가요. 한스 경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건네지 말고요.”

결국, 보좌관의 커다란 손에 사용감이 남은 머리끈이 살포시 누웠다.

그 모습을 보니 겨우 가라앉나 했던 속이 다시 울렁거렸다.

“아가씨, 제가 갑작스럽게 부탁드려서 폐를 끼치고 말았습니다.”

“아니, 한스 경 잘못이 아니라 내가…….”

“아주 기뻐하실 겁니다. 제가, 아가씨가 소중하게 여기는 머리끈을 풀어 건네주셨다고 꼭 전해 드리겠습니다.”

엘리아는 작은 봉투 안에 제가 풀어낸 머리끈이 숨어 버리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음이 아팠다.

분명 제 마음은 사랑인데. 어제까지만 해도 따듯한 봄처럼 아름답더니만, 온몸에 사무치는 마음은 너무도 아팠다.

괜찮다는 거짓말을 보내고, 엘리아는 밤새 아파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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