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화려한 태피스트리의 틈 사이로 달빛이 고개를 내밀었다. 고요의 시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었다. 금으로 장식된 침대 위에서 이실리스가 신음하고 있었다.
“흑! 안 돼!”
- 발아래로 그려진 마법진이 그녀의 마력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몸 안에서 빠져나가는 마력을 느끼면서 이실리스는 발버둥 쳤다. 그녀의 몸을 옥죄고 있는 기운이 점점 강해지면서 힘이 빠졌다. 눈앞이 캄캄했다. 어둠 속에서 흩어지는 마력을 향해 손을 뻗어 보았지만 잡히지 않았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그녀를 비웃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움직이면서 애쓰는 그녀의 발목을 차가운 것이 감쌌다. 마력 구속구였다.
눈이 번쩍 뜨였다. 얼굴은 식은땀으로 가득했고 일어나 앉은 그녀가 ‘헉헉’ 하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꿈이었다. 그 모든 것이.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계속되는 꿈이라니.
이실리스는 땀에 젖은 머리칼을 훔치고는 시녀를 부르는 설렁줄을 잡아당겼다. 스르륵 문이 열리고 시녀들이 들어와 그녀의 앞에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그 무슨…… 괜찮으십니까.”
땀으로 흠뻑 젖은 파리한 그녀의 안색을 본 시녀장이 그녀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시녀장에게 손을 내저으면서 이실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되었으니 어서.”
“준비하겠나이다.”
시녀장의 손짓에 한 시녀가 서둘러 옷을 가지고 왔다. 젖은 옷을 벗겨내면서 시녀장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또 그 꿈인가요.”
“그대가 상관할 바가 아니네.”
“이제 벗어날 때도…….”
“그대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 하였어.”
손을 들어 올리며 가볍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시녀장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실리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시녀장의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면서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되었으니 나가보게.”
“폐하.”
“되었다고 하지 않아.”
“…… 편한 밤 되소서.”
이미 편한 밤이 되기는 틀린 것 같지만 이실리스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시녀장과 시녀가 물러난 것을 확인한 그녀가 창가 쪽으로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그녀의 마법으로 창문이 열리고 시원한 바람이 흘러들어왔다.
“그만할 때도 되긴 했지.”
악몽을 꾼 지도 거의 10년이 넘었다. 편안하게 밤을 보내 본 지가 언제였던가. 이실리스는 상념에 잠겨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환한 달빛에 가려진 별들이 보였다. 달의 빛이 너무나도 밝아 작은 별 하나하나의 빛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달이 환한 밤엔 별이 보이지 않는다더니.’
자꾸 별에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화려한 달의 빛남보다 작은 별들의 잔잔한 빛남을 사랑하는 그녀로서는 흐르는 별의 아름다움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웠다.
“내일은 날이 좋겠군.”
그녀의 앞길도 그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실리스는 다시금 자리에 누웠다. 한번 깬 잠은 쉬이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애써 눈을 붙이려 노력했다. 잠이 오지 않는 불면의 밤. 이실리스의 밤은 외롭고도 삭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