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죄의 대가
예배실 안은 어두웠다. 오직 흔들리는 촛불의 빛만이 제단 주위를 아스라하게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세바스찬은 친히 예배를 집전할 때처럼 사제복을 갖춰 입고 제단 앞 의자에 앉아‚ 누구보다 정결한 얼굴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정화의 방과 연결된 문이 열리고‚ 가운 차림의 세라가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물론 안쪽에는 ‘음욕의 여신 드레스’를 착용한 상태였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불경하게도‚ 그가 기도하고 있는 제단 위에 대뜸 걸터앉더니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턱을 삐딱하게 쳐든 채 눈앞의 전리품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숨 막힐 것처럼 단정한 낯이었다. 욕조 안에서 제 이름을 외며 수음을 했다는 것이 모두 신기루같이 느껴질 정도로.
새하얀 눈밭을 보면 밟고 싶은 가학적인 충동을 느끼듯이. 신성한 제단 위에서 정욕으로 우는 그의 얼굴을 이 두 눈에 낱낱이 담고 싶었다.
[시스템: 경고! 그가 당신을 감금한 범인일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 미션! ‘세바스찬 클라인’의 속마음을 수집하세요. (남은 시간: 2시간)
- 현재 ‘세바스찬 클라인’의 속마음 수집 상황 (0/3)]
그래. 어쩌면 그가 범인일 수도 있겠지.
돌이켜 보면 세바스찬만큼 모순된 행동을 하는 인물은 없었다.
육욕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지만 성물을 사용하던 것이나 목줄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 그리고 남몰래 못된 짓을 하던 모습까지.
한 가지 확실한 건 엄격한 대신관의 모습이 모두 가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상관없었다. 지금부터 그가 평생을 바쳐 섬기는 존재 앞에서 이 신성한 제단에 올려‚ 산 채로 해체해 볼 작정이니까.
“세바스찬 클라인‚ 내 앞에 꿇어앉아.”
갑작스러운 명령에 그의 보라색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꼬박꼬박 존칭을 쓰다 대뜸 말이 짧아진 데다 묘하게 고압적인 탓에 잠깐 당황한 모양이었다.
“싫어?”
그녀가 눈썹을 슬쩍 치켜올리며 물었다. 생각해 보면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한 건 세바스찬 자신이었으니까.
그가 말없이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복종의 의미였다. 그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서서히 몸을 굽혀 얼굴을 닿을 듯 가까이 가져다 대며 시선을 맞추었다.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의 긴 속눈썹이 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누구라고?”
“…세라 에보트.”
“아니.”
세라가 다정한 손길로 그의 파리한 뺨을 감쌌다.
“이제부터 네 주인이야.”
주인이라. 그래‚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는지도 모르지.
귓가에 속살대는 나직한 목소리에 그의 목울대가 길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대답해야지.”
“…네.”
“‘네’가 아니라 네‚ 주인님.”
“네‚ 주인님.”
답이 떨어지자마자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사제복의 단추에 닿았다.
“눈 감아.”
세바스찬은 별다른 반항 없이 마른침을 삼키며 질끈 눈을 감았다.
“지금부터 엄숙한 말투를 쓰거나. 명령을 거부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건 금지야. 알겠니?”
“네‚ 주인님.”
툭. 툭.
단추가 하나씩 풀려 나가고‚ 어느새 가슴께까지 풀렸을 때쯤‚ 그녀가 다시 한번 질문을 꺼냈다.
“주인님이 시키는 건?”
“…뭐든지 해요.”
“착하지.”
짧은 칭찬과 함께 기다란 목에 가죽의 느낌이 닿았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목줄이 채워졌다.
뒤이어 달카닥‚ 금속의 마찰음이 귓가에 날카롭게 울렸다. 목뒤로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살갗이 아려 왔다.
목이 졸린 세바스찬이 반사적으로 콜록거리자‚ 그의 새하얀 뺨 위로 픽 헛웃음이 흩어졌다.
“겁먹지 마.”
역시‚ 앳된 얼굴로 근엄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어딘지 어설퍼 보이는 이쪽이 더 어울렸다.
“합당한 벌을 받고 싶다고.”
“…네.”
“그럼 무슨 죄를 지었는지부터 고백해 봐.”
손을 뒤로 받치고 비스듬히 앉은 세라가 목줄을 느슨하게 하며‚ 발끝으로 그의 가슴을 밀었다.
“뭘 상상했길래 이렇게 허락도 없이 주인님한테.”
그리고 긴 궤적을 그리며 복부를 타고 내려가‚ 흉흉하게 부푼 다리 사이를 꾸욱 눌렀다.
“좆을 세웠는지.”
발가락 끝에 닿는 남근의 감촉이 터질 것처럼 뜨거웠다.
“읏.”
세바스찬이 낮은 신음을 뱉었다. 발가락에 힘을 주어 짓누를수록 그의 중심은 바지 안에서 꿈틀거리며 몸집을 크게 키워 갔다.
짓궂은 자극을 견디기가 힘든지‚ 창백할 정도로 하얗던 두 뺨에 발그스름한 홍조가 드리웠다. 귓바퀴까지 홧홧하게 열이 올라 빨개진 걸 보니 더 짓뭉개고 싶은 욕구가 치밀었다.
그녀가 가랑이를 지분거리던 발가락을 거두고 슬며시 목줄을 끌어당겼다.
촉. 짧게 입술이 겹쳤다 떨어지는 감촉에 세바스찬이 천천히 눈을 떴다.
“순순히 실토해 보라고.”
그녀가 나른하게 웃으며 시선을 맞췄다. 입가로 달뜬 숨이 흩어지며 세바스찬은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저 다디단 입술을 한 번만 더 머금을 수 있다면.
고개를 내밀어 입술을 겹치려는 순간‚ 목줄이 뒤로 짧게 당겨졌다.
“버릇없게.”
그녀가 엄하게 책망했다.
“…….”
“시키는 것만 해.”
상기된 얼굴로 제 무릎 사이에 꿇어앉아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에 잠깐 홀릴 뻔했지만 버르장머리 없는 개는 질색이었다.
“잘못했어요.”
“옳지.”
금세 고분고분해진 모습에 마음이 동한 세라가 한 번 더 입을 맞추었다.
짧은 키스로 잠깐 목을 축인 세바스찬이 취한 표정으로 몽롱하게 중얼거렸다.
“…저 사실 오늘 같은 일‚ 처음 아니에요.”
“그럼?”
“오랫동안 상상했어요.”
“어떤 상상?”
그의 젖은 시선이 세라의 무릎께에 닿았다.
“이를테면 당신의 치맛자락을 무릎 위로 끌어 올리는 상상이요.”
세라가 그의 말대로 가운 자락을 서서히 위로 끌어당기자 하얀 무릎과 물오른 허벅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맞아요.”
“…그리고.”
“다리에 입 맞추고 싶었어요.”
“행동으로 보여 줘.”
그녀가 목줄을 느슨히 하며 접촉을 허락했다. 세바스찬은 주인의 은총에 기꺼이 제 망측한 상상을 꺼내 보이기로 했다.
세바스찬은 그녀의 가느다란 발목을 그러쥐었다. 그리고 새하얀 발등에 숭배하듯 말캉한 입술로 꾹꾹 도장을 찍었다.
“…아.”
달라붙는 숨결이 델 듯이 뜨거워서 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작은 탄성을 질렀다.
“발목도 예쁘고. 종아리도‚ 무릎도.”
발등부터 복사뼈를 타고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짙은 입맞춤에 아랫배가 빠듯하게 조여드는 걸 느꼈다.
“다 하얗고 예뻐서. 저도 모르게 사특한 것을 세웠어요.”
세바스찬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무릎을 잡아 벌리고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입술로 지분거리며 타고 올랐다.
이윽고 발갛게 무르익은 음부가 눈앞에 드러났다. 이미 흘린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그녀의 밀지를 보자‚ 먹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여긴 더 예쁘네요.”
세바스찬이 허벅지 안쪽에 길게 입 맞추며 달뜬 눈으로 물었다.
“빨아도 될까요.”
“아니.”
야속하게도. 그녀가 발끝으로 그의 어깨를 눌러 밀어냈다.
“아직 내 질문 덜 끝났어.”
그리고 보란 듯이 음부를 활짝 벌리며 그를 일부러 애태웠다.
“상상하면서 어떤 추잡한 짓을 했지?”
“아까처럼 삿된 것을 빼냈어요.”
“보여 줘.”
“네?”
“아까 욕조 안에 있어서 잘 안 보였으니까. 여기서 보여 달라고.”
세바스찬은 직접 보이려니 부끄러운지 잠시 머뭇거렸다.
하찮긴. 아무래도 먼저 시범을 보여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세라가 보란 듯이 한 손으로 제 음부를 길게 비비며 난잡한 물소리를 냈다.
“빨기 싫은가 봐.”
“아뇨. 빨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요.”
“그럼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그가 아랫입술을 꾹 깨물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수치심에 바들거리는 손으로 바지를 풀고 성기를 잡아 꺼냈다.
배꼽 위로 올라붙은 거대한 좆이 짙은 빛의 몸집을 드러냈다. 제 손으로 꺼내 놓고도 민망한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죄송합니다.”
그가 고개를 들지 못한 채로 사과했다.
“뭐가.”
“여긴 너무 흉하게 생겨서 보여 드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누가 그래?”
“아‚ 아뇨. 그냥 제가 보기에…….”
“난 맘에 드는데.”
세라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눈썹을 치키자 그는 아직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쌀 때까지 괴롭히고 싶을 정도로.”
그녀가 입맛을 다시며 엄지를 빨았다. 동시에 그의 페니스를 찬찬히 살폈다.
짙은 빛이 감도는 성기는 정결하고 유려한 얼굴과는 딴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야하게 생겼다.
물론 타인 앞에서 수음하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얄궂게도 그래서 더 시켜 보고 싶었다.
꼴같잖게 엄숙한 척하는 것보다는 부끄러워서 우는 모습이 더 예쁠 것 같으니까.
세라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올린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수치로 발갛게 물든 눈가와 달리 보라색 눈동자는 오묘한 정염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랬구나.”
마음에 든다고 하니 제법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었다. 그가 손안에 좆을 가득 감아쥐며 그녀를 똑바로 주시해 왔다.
“…그럼 똑똑히 봐 주세요‚ 주인님.”
의외로 당돌한 주문에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손을 아래위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 돌리지 말라면서. 정작 자신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난감한 듯했다. 불안한 눈빛을 어쩌지 못하고 마른침만 삼키는데 세라가 목줄을 툭‚ 당기며 시선을 끌었다.
“나 보면서 해야지.”
“…….”
“네가 바라던 게 이런 거 아니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가 가운을 벗었다. 망사로 되어 몸이 훤히 비치는 드레스 차림인데도‚ 그녀는 친히 한쪽 젖가슴을 꺼냈다.
자극적인 광경에 순간 왈칵 선액이 흘러내려 선단에 흥건하게 고였다.
그가 짙은 숨을 후‚ 뱉으며 엄지로 액을 문질러 귀두에 펴 바르고는 살 기둥을 감싸며 아래로 쓸어내렸다.
피가 잔뜩 몰린 페니스가 흉흉하게 번들거리는 모습이 과연 절경이었다.
“말해 봐. 무슨 상상을 했는지.”
“주인님의 젖가슴을 사납게 움켜쥐는 상상이요.”
“…이렇게?”
세라가 제 젖가슴을 감싸 쥐었다. 남자의 커다란 손에도 가득 차고도 남을 풍만한 젖가슴이 자그마한 손안에 빠듯하게 들어찼다. 그 버거운 모습이 또 지독히도 선정적이었다.
그가 좆 기둥을 손아귀로 문지르며 눈으로는 그녀의 몸을 핥듯이 바라보았다. 상상만으로도 자신을 회까닥 돌게 했던 그녀의 하얀 몸이 바로 눈앞에 있다니.
설마 이게 전부 꿈은 아니겠지. 안 그래도 터질 듯이 부푼 좆이 한계까지 몸집을 키우는 게 느껴졌다.
엉망으로 흘러내린 쿠퍼액 때문에 쥐어 올릴 때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지금이라면 조금 더 뻔뻔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주인님 양 가슴 사이에 이걸 끼우고.”
“으응.”
“위아래로 치대면서 헐떡거리는 상상이요.”
세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쪽 가슴도 잡아 꺼냈다. 그리고 양손으로 가슴을 모아서 주물렀다.
“이렇게?”
“네. 하아‚ 너무 예뻐요‚ 주인님.”
좆을 잡아 흔드는 손길이 점점 빨라졌다. 탁탁‚ 살갗이 부딪치는 난잡한 마찰음이 예배당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런 못된 짓은 어디서 배웠을까.”
“저한테 주신 책에서요.”
의외로 대답에는 거침이 없었다. 신전에서 자숙할 당시에 반성문과 함께 건넨 야한 소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시스템: ‘세바스찬 클라인’의 속마음‚ ‘배덕한 신전의 밤’을 획득했습니다.
- ‘세바스찬 클라인’의 속마음 수집 상황 (1/3)]
음탕하다 꾸짖으면서도 뒤에서는 세라가 준 걸 다 꼼꼼히 읽었구나.
예전부터 상상해 왔다는 고백과 함께 종합해 봤을 때‚ 그가 세라를 이성으로 의식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인 것 같다.
귀엽긴. 그게 또 세라의 음심을 자극했다.
“…또.”
“주인님한테 좆을 물리고. 후우‚ 말랑한 몸을 깔아뭉개고. 제 목을 안고 매달리게 하고 싶었어요.”
수치심 따위 휘발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그가 낮은 신음을 뱉으며 그녀를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잔뜩 상기된 얼굴과 정염에 찬 눈빛에 세라도 다리 사이가 못 견디게 흥건해졌다.
“하아‚ 저 갈 것 같아요.”
“건방지네.”
세라는 그의 목줄을 홱 잡아당기며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너 때문에 이렇게 젖었는데. 혼자 가려고?”
“…어떻게 흣‚ 해 드릴까요‚ 주인님.”
“같이 가게 빨아 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갈급하게 입술을 묻어 왔다. 애액을 가득 머금고 있는 소음순을 길게 핥아 올리며‚ 도톰하게 솟아오른 음핵을 쪽 빨아 당겼다.
“아…….”
음핵을 거세게 빨아들이는 아릿한 감각에 세라의 허벅지 안쪽이 바르르 떨렸다.
“아까부터 계속 움찔거린 거 알아요?”
“…응?”
“꼭 빨아 달라고 보채는 것 같아.”
그가 나른하게 웃으며 음순을 벌려 더 새빨간 속살을 드러나게 했다.
“저도 참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세바스찬은 혀끝으로 잔뜩 부푼 음핵을 둥그렇게 궁굴리며 난잡하게 빠는 소리를 냈다.
세라는 세바스찬의 은빛 머리칼을 매만지며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제 무릎 사이에 꿇어앉아‚ 주린 개처럼 음부를 빨며 좆을 흔들어 대는 모습이 지독히도 야해 보였다.
“흐응.”
잇새로 자꾸만 앓는 듯한 비음이 새어 나왔다. 고조되는 흥분감에 몸을 뒤트는데도 그는 더 집요하게 올려다보며 그녀를 괴롭혔다.
달아올라 발갛게 일그러지는 눈가. 입술을 파르르 떨다가 이내 물어뜯어 버리는 못된 버릇.
버거운 쾌락을 견디기 힘든지‚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는 가느다란 손가락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고 싶었다.
“저 지금 무슨 상상하는지 아세요?”
“흣‚ 무슨‚ 읏‚ 상상?”
“주인님한테 올라타서 개처럼 박아 대는 상상이요.”
그녀가 목줄을 잡아당기며 제 등허리를 뒤로 눕혔다.
“올라와.”
주인의 명을 받은 세바스찬이 일어나 그녀의 밀부에 좆을 길게 문질렀다.
묵직하게 젖은 소리를 내다가‚ 귀두를 질구에 맞추려는 순간 그녀가 다리를 꽉 오므려 버렸다.
“안 돼요?”
세바스찬의 눈동자가 커졌다. 계속 삽입을 보채던 그녀가 갑작스레 변덕을 부리자 조금 의아한 모양이었다.
“응. 안 돼.”
삽입이 필요한 건 맞았지만 이상한 오기가 싹텄다. 지금껏 애를 먹인 만큼 호락호락하게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느릿하게 웃으며 페니스를 세워 다물린 허벅지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살 기둥에 애액을 발랐다.
“흣.”
그의 입가에 탁한 신음이 흩어졌다.
애태워 보겠다고 호기롭게 장담했으나‚ 쾌감을 견디기 힘든 건 세라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위로 문지르기만 하는데도 몸이 예민하게 달아올랐다.
살갗과 점액이 비벼지는 야릇한 감각에 솜털이 쭈뼛 서고 입술 끝에서 희미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
그가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를 길게 세워 어깨에 걸친 채‚ 본격적으로 허릿짓을 하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젖었어요‚ 주인님.”
그가 달뜬 얼굴로 낮게 웃었다.
얼마나 흥건하게 흘려 댄 건지. 삽입하지 않았는데도 찌걱찌걱 노골적인 물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자위하는 거 보여 주길 잘한 것 같아.”
음부 전체가 단단한 페니스에 엉망으로 짓이겨졌다. 세라는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마치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는 것처럼 집요하게 문질러 대자 견디기 힘들 정도의 열감이 피어올랐다.
그에게 엉덩이를 들린 채로 허벅지 사이를 쏘삭거리는 검붉은 성기를 볼 때마다 정수리가 저릿할 정도로 흥분됐다.
묵직하게 짓누르는 느낌에 겉에서 문지르는데도‚ 꼭 파고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눈앞의 광경에 미칠 것 같은 건 세바스찬도 마찬가지였다. 정신없이 좆을 치댈 때마다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뽀얀 젖가슴이 지독히도 야했다. 움켜쥐고 싶어서 손을 내밀자‚ 그녀가 새침하게 탁 쳐 냈다.
“흣‚ 보기만 해.”
무슨 청개구리 같은 심보인지. 주인님이 못 하게 하니 자꾸만 애가 닳았다.
먼저 박아 달라 꼬시고 애원할 땐 언제고. 제 밑에 깔려 성기를 맞붙인 채 신음하면서도 그 외의 행동은 허락하지 않았다.
“흐응‚ 응.”
“너무 야해요.”
지나칠 정도의 자극이 버거운지 그렁그렁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에 훅 사정감이 치밀었다.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는 것만으로 한차례 절정에 달한 그녀가 허벅지 안쪽을 바들바들 떨어 대면서 골반을 비틀었다.
“하으응‚ 그‚ 그만.”
그럴수록 좆을 더 빠듯하게 조이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의도치 않게 자극하면서도 흥분에 떨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도무지 허리를 멈출 재간이 없었다.
“으응‚ 흐으‚ 그‚ 그만하라고…….”
“후우‚ 도저히 못 멈추겠어요.”
“아흐으…….”
세라는 더 이상 쏟아지는 짙은 자극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놔 달라고 발끝을 바동거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목줄을 팽팽 잡아당겨도 세바스찬은 뭐에 씐 사람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숨이 입술 끝에 걸려 할딱이는 느낌에 기절할 것 같았다.
“윽.”
턱턱 소리가 점점 빨라지다가 잦아들었다. 허리가 뻣뻣하게 굳어지고 그의 페니스가 뜨끈한 백탁 액을 뿜어 댔다.
그가 밭은 숨을 내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욕조에서 한 번 빼냈는데도 꼭 처음 싼 것처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허리쯤 걸쳐져 있는 그녀의 망사 드레스에‚ 하얀 젖무덤에 온통 엉망으로 튀어 있었다.
그걸 느슨하게 풀린 눈으로 바라보는 그의 입가에 어렴풋한 미소가 걸렸다.
“내려 줘.”
세라는 입술을 쭉 내밀고는 뒤꿈치로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그제야 좀 제정신이 돌아온 건지‚ 그가 안고 있던 다리를 조심스럽게 내려 주었다.
“…….”
아까 세바스찬에게서 빼앗은 손수건을 꺼내 닦으려고 하자‚ 그가 별안간 손목을 홱 낚아챘다.
“…왜 그래?”
그의 눈빛이 낮게 가라앉았다.
“정말 기억 안 나요?”
“뭐가?”
“손수건이요. 어릴 때 나한테 준 거잖아요.”
그가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어찌 보면 알아봐 달라는 것처럼 간절해 보이기도 했다.
얼굴 위로 흩어지는 시선이 어지러웠다. 이 정도로 예민하게 구는 걸 보니 아무래도 그저 단순한 손수건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득바득 손수건을 숨기려던 모습과 그걸 언급하자마자 서늘해지던 모습. 그때 느낀 찰나의 위화감이 결코 착각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이걸 왜 그렇게 맹목적으로 아끼는 거지?
대체 그게 어떤 의미길래?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데 섣불리 아는 척할 수도 없었다. 그가 저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라면 더 조심스러웠다.
수습 못 할 말로 둘러대는 것보다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격앙된 반응을 보자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기억이 잘 안 나. 미안.”
그녀가 조심스럽게 사과를 건네며 손수건을 내밀었다.
“다시 돌려줄게.”
“왜요?”
“네가 아끼던 거 같아서.”
그가 얼떨떨하게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
새하얗게 질린 낯을 보자 그도 참담한 기분이 드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대체 왜 기억 못 하느냐고 다그치자니 그 또한 꼴이 우스울 것 같고. 뭐라고 해야 할까. 두어 번 입술만 달싹이다가 이내 허탈한 웃음을 뱉었다.
“재미없어.”
“응?”
“이제 착한 척하는 거 관둘래요. 의미 없는 발악이었네.”
체념한 것도 잠시‚ 본심을 드러낸 그는 오히려 개운한 표정이었다.
“재밌는 거 보여 줄까요?”
그의 눈이 사르르 휘어졌다.
“주인님‚ 사제복 좋아하잖아요. 항상 입은 채로 박아 줬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그리고 제 손으로 천천히 사제복을 벗었다. 겹겹이 감싸고 있던 옷가지가 떨어져 나가자‚ 걸작처럼 수려한 나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건 어때요. 난 이쪽이 더 좋은데.”
“…세바스찬.”
“봐요. 이름만 불러 줘도 섰어요.”
정결한 얼굴과는 상반되게도 흉흉하게 치솟은 성기가 교접의 흔적들로 아직 번들거렸다.
“내가 섬기는 게 과연 신일까‚ 아니면 당신일까.”
“뭐‚ 뭐 하는…….”
그가 그녀의 무릎을 잡아 벌리며 망설임 없이 선단을 욱여넣었다.
“확인해 보자고요.”
더 넣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좁은 입구였다. 미끈거리는 물을 뚝뚝 흘리며 선단을 버겁게 물고 있었다.
“아흑‚ 으.”
“후우‚ 씨발 이렇게 좋은걸.”
세바스찬이 저답지 않게 욕지거리를 짓씹었다. 귀두 끝만 걸쳤을 뿐인데 요도까지 시큰거리는 것 같은 압박감에 그가 짙은 숨을 뱉었다.
“사실 술 취해서 안기던 날부터 이러고 싶었는데.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터질 듯한 성기가 버거운 건 그녀도 마찬가진지‚ 잔뜩 일그러진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방금까지 주인 행세를 하며 저를 함부로 휘두르던 여자는 대체 어디로 갔는지.
자꾸만 오그라드는 무릎을 어쩌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냈다.
“왜 밀어요.”
“자‚ 잠깐만 너‚ 너무 커…….”
“넣어 달라고 보챌 땐 언제고. 이제 와 무서워요?”
그가 그녀의 뒷무릎을 움켜쥐고 다리를 더 넓게 벌리며 허리를 짓쳐 올렸다.
“아……!”
둔중한 성기가 꽉 다물린 내벽을 거세게 밀고 들어왔다. 숨이 콱 막히고 눈앞이 희끗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낮은 숨을 뱉으며 성기를 뿌리까지 지그시 눌러 박았다.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성기가 빈틈없이 꽉 물렸다. 내벽에 맥박이 뛰고 미친 듯이 후끈거리는 통에 잠시 출납도 잊고 그녀의 어깨를 부술 듯이 안았다.
“잠깐만.”
“흐으‚ 이‚ 이것 좀…….”
“처음이라 그런가. 움직이면 쌀 것 같아 그래요.”
그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치미는 사정감을 참았다.
참는 중이라고 했는데도‚ 그녀는 그의 방탕을 벌하듯 살 기둥을 사정없이 조여 물고 놔주지 않았다.
넣고만 있어도 뒷골이 뻐근할 정도로 조여서 정말이지 회까닥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낱낱이 고해하라고 했었지.
존재 자체가 죄악 덩어리인데. 뭐부터 털어놓으라는 거지.
그래도 지금이라면.
어떤 추악한 속내도 이게 나라고.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꺼내서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기꺼이 그럴 작정이다. 주인님이 내리는 것이라면 형벌마저도 달콤하게 느껴졌으니까.
“내가 사제가 된 건요. 내 의사는 하나도 없었어요. 다 신의 선택이래요.”
그가 여상히 말하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지분지분. 입술에 여린 살갗을 머금으며 귓불까지 올라오자‚ 세라는 꼭 취한 것처럼 눈앞이 어질거렸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이 날 선택한 건 실수였던 것 같아요.”
“그‚ 그게 무슨…….”
사실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아득하게만 들렸다. 열이 올라 화끈거리는 귓바퀴를 잘근잘근 깨물어 댈 때마다 세라는 오싹 솜털이 섰다.
“내 안에 이렇게 삿된 것만 가득한데. 어떻게 감히 신의 일을 하겠어요.”
그녀가 몸을 웅크릴수록 내벽 안에 박힌 성기가 더 몸집을 부풀리며 질금질금 선액을 뱉었다.
온 신경과 열감이 그와 닿는 좁은 면적에 집중되어 있었다. 꿈틀거리는 좆의 움직임‚ 핏줄과 힘줄의 굴곡까지 모조리 각인하듯 내벽으로 감싸 안았다.
“…그럼 대신관도 억지로 된 거야?”
“아뇨. 그건 죽도록 노력해서 된 거예요.”
“왜……?”
“내 후원자한테 보여 주고 싶었거든요. 당신이 선택한 아이가 이렇게 훌륭히 커서 대신관이 되었다고.”
“…후원자?”
“주인님이요.”
그녀가 기억하기엔 너무 사소한 호의였던 걸까.
저라고 대놓고 알려 주는데도 눈을 동그랗게 뜨는 걸 보니 정말로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기억 못 할 줄 알았다면‚ 그런 거 안 했을 텐데.”
그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자신처럼 매일 되새기지는 않았더라도 기억 속에는 있었으면 했는데. 그 또한 지나친 욕심이었나.
알면서도 믿고 싶지 않아서. 그걸 굳이 들추고 확인할 때마다 자꾸만 속이 욱신거렸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똑똑히 알게 해 주고 싶었다. 나는 오직 당신만을 생각하면서 자랐고‚ 당신에게 보여 주기 위해 대신관이 되었다고.
“…….”
세라는 말없이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시스템: ‘세바스찬 클라인’의 속마음‚ ‘그 어린 사제의 후원자’을 획득했습니다.
- ‘세바스찬 클라인’의 속마음 수집 상황 (2/3)]
그저 신실한 대신관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구나.
진짜 세라 에보트는 이걸 기억하고 있었을까.
기억 못 하니까 그런 장난을 친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런 걸까.
착한 것 같으면서도 제멋대로고‚ 패악질을 부리면서도 속으로는 사람을 갈구하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쉽게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생각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졌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눈앞의 남자가 지금도 그녀의 인정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세라 에보트로서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였다. 그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멋있어.”
“…네?”
갑작스러운 칭찬에 놀라 되묻자 세라가 옅게 웃으며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멋있다고‚ 우리 대신관님.”
상관도 없는 사람인 주제에. 조금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일 수도 있지만.
이 단순한 행동이 그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이제 와 무슨…….”
그가 조금 상기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간절히 바라 왔던 인정이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게 익숙하지는 않은 까닭이겠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난 네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
“…….”
“그때나 지금이나.”
그제야 눈이 마주쳤다.
툴툴거리면서도 자꾸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겠는지‚ 그의 입가에 픽‚ 간지러운 웃음이 새었다.
“그냥 세바스찬이라고 불러요. 그게 더 마음에 드니까.”
“응‚ 세바스찬.”
그래도 웃는 낯을 보니 한결 마음이 나아졌다. 세라가 귓속말하듯 작게 속삭였다.
“나랑 놀아 줘.”
고작 그 한마디에 잔잔하던 눈동자에 파동이 일었다.
기억 안 나서 미안하다면서.
예쁜 입술로 그날과 똑같이 칭얼거린다.
그때도 지금도 세바스찬은 그 명을 거부할 재간이 없었다.
제아무리 고결한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그 또한 주인 앞에선 한낱 죄 많은 사내였다.
그가 할 일은 그저 감사히‚ 주인의 은총에 보답하는 것뿐이었다.
“알겠어요‚ 주인님.”
그가 상체를 깊숙이 묻은 채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와 다리 사이에서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났다. 들쑤신다기보다는 몸을 치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몸짓이었다.
“으으응.”
세라가 앓는 듯한 비음을 터뜨리며 발끝을 바르작거렸다.
촘촘한 질 주름을 낱낱이 세어 보듯 밀어 올리며 파고드는 그 감각이 너무도 선연했다.
미묘한 움직임이어서 더 그랬다. 감각을 보듬어 하나하나 깨우는 것 같아서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었다.
그는 마치 수행자처럼 짜는 듯한 압박감을 견디며 묵직하게 파고들었다. 끝내 더는 들어갈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고도‚ 그걸 확인하듯 선단으로 한 번 꾹 눌렀다.
그럴 때마다 배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타는 듯한 작열감을 느꼈다.
“하아…….”
그녀의 입가에 절로 몽롱한 한숨이 흩어져 내렸다. 닿을 수 있는 가장 깊숙한 곳까지 교접하고 있는데도 계속 애가 달았다.
아랫배에 숨어 있던 열기가 연기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단단하게 경직되어 있던 질 내벽이 서서히 긴장을 허물었다.
몽롱함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릴 때요.”
“…응.”
“약혼자랑 친구가 안 놀아 준다고. 나한테 놀아 달라고 떼썼던 거 알아요?”
“…내가 그랬어?”
“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잖아요.”
좋았던 추억을 회상하듯 그가 나긋하게 속삭였다.
“그 새끼들한테 버림받고 신전에 찾아왔을 때‚ 내가 얼마나 꼴렸었는지.”
질 속을 유영하듯 미끄러지며 이어지던 삽입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그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상상했어요‚ 이런 짓.”
복종하던 짐승이 굶주린 짐승으로 바뀐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커다란 귀두가 터질 듯 움찔거리며 여린 안쪽을 콱 찧어 올렸다. 무릎이 오그라들 정도로 강한 자극이었다.
그녀의 몸이 크게 들썩이자 재미가 들렸는지 집요하게 찔러 대기 시작했다.
“이 말캉한 가슴도.”
커다란 손이 유방으로 올라와 사납게 움켜쥐었다. 말캉한 젖살이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오도록 힘껏 쥐었다가‚ 손바닥으로 지그시 깔아뭉개길 반복했다.
“흣‚ 흐으.”
흉포한 자극에 세라의 숨이 입술 끝에서 자꾸만 깔딱거렸다. 그럴수록 세바스찬은 갈증을 해갈하는 것 같은 충족감을 느꼈다.
“입 안에 가득 물고‚ 빨아 보고 싶었어.”
양 가슴을 한껏 모아 쥔 세바스찬이 군침을 삼키더니 정점을 크게 물었다. 잔뜩 고인 침을 흠뻑 칠하고‚ 앞니로 자근자근 긁어 댔다.
찌르르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에 허리가 비틀렸다. 세바스찬은 그녀가 바동대지 못하도록 허리를 세게 부둥켜안았다.
이제 와 되돌릴 수 없었다. 한번 주인의 살점을 맛본 짐승은 걷잡을 수 없이 불손해졌으니까.
“흐응‚ 아!”
세라가 암고양이 같은 비음을 터뜨렸다. 무언가 말을 하려 해도 제 안을 가득 메운 묵직한 성기 때문에 자꾸 숨이 턱턱 막혔다.
눈가에서는 생리적인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정수리까지 끓어오른 열기에 익어서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았다.
희미해지는 이성의 끈을 억지로라도 붙잡아야 했다. 아직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래. 일단 성물.
성물부터 물어야지.
“아‚ 아까 그 성물 말이야. 그거 어디서 났어?”
“왜요. 좆 물고 이렇게 좋아서 울면서 가짜 좆이 그리워요?”
“아‚ 아니. 아니야‚ 그런 거.”
“아님 그걸로 긁어 주던 곳이 그리운 건가.”
그가 각도를 틀어 선단으로 그녀의 예민한 곳을 헤집었다. 급습당한 여린 내벽이 방어하듯 미친 듯이 오므라들었다.
“하으으……!”
“귀여워.”
창에 꿰인 사냥감처럼 사지를 바들바들 떨어 대는 모습을 보자‚ 하찮아 견딜 수 없는지 웅크린 목덜미에 키스를 퍼부었다.
“서랍을 뒤진 건 미안해요. 주인님 방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배시시 웃는 게 전혀 사과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방은 왜 뒤진 거지?
하긴‚ 그 또한 이곳에 갇힌 입장이니 이상한 일은 아닌 건가?
탈출을 위해서는 방을 뒤져서 뭐라도 실마리를 찾아야 했을 테니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망측한 물건들이 세바스찬이 준비한 게 아니라‚ 정화의 방에 원래 있었던 거라고?
한순간에 모든 예상이 허무하게 허물어졌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바스찬은 그게 재밌다는 듯 이죽거렸다.
“배덕한 신전의 밤이 그렇게 감명 깊었어요?”
“그‚ 그게 무슨…….”
“성물이라고 가짜 좆도 만들고. 목줄도 채우고. 아주 정성이에요.”
게다가 그는 그걸 세라 에보트가 준비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육체적 유혹을 해 왔고‚ 모조 성기의 재질이 하필이면 또 대신관 맞춤이었으니. 충분히 그리 의심할 만도 했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시스템 창이 울렸다.
[시스템: ‘세바스찬 클라인’의 속마음‚ ‘역할극’을 획득했습니다.
- ‘세바스찬 클라인’의 속마음 수집 상황 (3/3)]
[시스템: 이제 ‘세바스찬 클라인’을 통해 그의 진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정해진 각본과 준비물대로 놀아났을 뿐이라니.
설마 악령 치유부터 다 거짓이란 걸 알고 즐긴 건가. 기가 막혀서 얼굴이 굳어졌다.
“근데 주인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순간 선득하게 소름이 돋았다.
“으‚ 응?”
세라는 죄지은 사람처럼 움찔 얼어붙은 채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너무 도자기 인형 다루듯 했나 봐요. 이제 막 딴생각도 하네.”
그가 엄하게 질책하며 페니스를 퍽 올려 박았다.
“아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도 높은 삽입에 척추가 시큰거렸다. 다시 왈칵 차오른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다.
“아파요? 나도 이러긴 싫어요. 근데 주인님은 좀 함부로 대해야 매달리는 사람이잖아요.”
그녀가 대답 대신 아니라고 연신 도리질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가 젖어서 새까매진 속눈썹 위에 촉 입을 맞추더니‚ 뺨을 타고 흐른 눈물 자국을 닦아 주듯 자분자분 물기를 훔쳤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싫다는 약혼자에게 목을 매고‚ 저를 떠나는 친구에게 안달했다.
그렇게 모두에게 외면당할 때 마지막 동아줄처럼 잡은 게 세바스찬이었다. 그 사실이 그를 지독히도 흥분시켰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럴까.
대신관이라는 걸 핑계로 거부하고 밀어낼 때는 그렇게 안아 달라 매달리더니.
제 좆을 가득 잡아 물고는 또 앙큼하게도 머릿속에 다른 생각을 담는다.
이쪽은 오직 그녀로 인해 반응하고 움직이는데 괘씸하게도. 그녀는 가끔 꼭 아무도 안중에 없는 사람처럼 오만하게 굴었다.
저를 후원한 기억 따위 까맣게 잊고 살아왔다던‚ 그 야속한 모습과 겹쳐서 울컥 신경질이 났다.
세바스찬은 그저 그녀가 어떻게든 자신에게 반응하길 원했다.
제법 치졸하지만‚ 할퀴고 깨물어 화내거나 우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을 정도로.
“취향이 추잡하니까 그 새끼들이 더 안 놀아 주는 거예요.”
“흑‚ 조‚ 조금만‚ 사‚ 살살.”
“우는 게 꼴려서. 아주 작정하고 괴롭히고 싶게 만들잖아.”
다름 아닌 지금 그가 그랬다. 울리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그녀가 자지러지는 부분만 일부러 집요하게 쿵쿵‚ 헤집어 댔다.
“아흑‚ 응!”
“귀여워서. 참기가 힘들다고요.”
몰릴 대로 몰린 초식 동물처럼 툭 건드리기만 해도 감각을 곤두세우는데‚ 그걸 또 몰아붙이니 반응이 아주 절경이었다. 그게 일종의 사냥 본능을 자극했다.
하물며 고행을 거친 대신관마저도 그런데‚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과장 조금 보태서‚ 좆 달린 놈이라면 누구나 그런 못된 성벽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 새끼들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그래서 더 못 견디게 짜증이 났다. 제 속도 모르고 밑에 깔려 아득하게 흔들리는 그녀를 보자 자꾸 이가 가려웠다.
요 여린 살점을 갈가리 물어뜯고 싶은 사나운 욕구마저 일었다. 한번 물꼬를 튼 욕망은 쉽게 자제하기가 힘들었다.
세바스찬은 자신을 억누르며 그녀의 하얀 어깨를 잘근잘근 씹었다. 이내 쇄골을 지나 목덜미까지 올라갔다. 그녀가 몸을 웅크리며 이리저리 피하려 안간힘을 썼다.
감히 주인 위에 올라탄 것도 모자라 목을 물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훈육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세바스찬은 그런 그녀를 위해 흔쾌히 목줄에 달린 끈을 입으로 물어 건넸다.
“화났어요? 이걸로 혼내 주세요.”
“…아앙‚ 아아.”
“얼른요.”
목줄을 쥘 정신 같은 게 없는데도 그는 자꾸만 놀자고 부추겨 댔다.
“안 혼내면 계속해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양팔에 다리를 걸었다. 몸이 반으로 접히고 삽입이 더 짙어졌다.
장기가 위로 밀리는 압박감에 놀란 세라가 흡‚ 긴 숨을 들이켰다.
안 그래도 낭떠러지가 높아서 무서운데‚ 떨어지기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밀어 넣는 것 같았다.
“아아‚ 너‚ 너무‚ 아‚ 다 터져‚ 그‚ 그만‚ 아!”
그제야 가까스로 목줄을 잡은 그녀가 바들거리며 끈을 정신없이 당겨 댔다.
이미 늦었다. 타이밍을 놓치자 통제 불능이었다. 그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오로지 그녀가 선사하는 감각에만 집중했다.
그녀가 겁먹을수록 내밀한 안쪽은 살 기둥을 잘라먹을 듯 달라붙고 매달렸다.
“하아‚ 미치게 좋아요. 주인님도 좋죠?”
아랫도리가 불쏘시개로 난자한 듯 화끈거렸다. 그녀가 가슴을 퍽 치며 밀어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깊게 박아 넣었다.
“읏‚ 하앙!”
무자비한 좆질로 안쪽 흥분점을 꿰뚫린 그녀의 허리가 바닥에서 들리며 와락 꺾였다.
그때를 틈타‚ 세바스찬은 단단한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칭칭 감았다. 옥죄듯이 안은 채로 쉴 새 없이 쏟아지던 삽입이 잠시 멈추었다.
뭔가가 왈칵 차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맑은 음액이 뚝뚝 떨어졌다. 회음을 타고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던 음낭에‚ 그의 단단한 허벅지에 줄줄 흘러내려 제단을 적실 정도였다.
“와‚ 난리 났어요.”
너무 많은 양이라 음액인지 소변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세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놔‚ 놔줘. 창피해.”
“실수했어요?”
그가 히죽거리며 물었다.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네가 배‚ 배를 눌러서……!”
“농담이에요. 소변 아닌 거 알아요.”
그가 손가락에 음액을 묻히더니 혓바닥으로 슬쩍 핥았다. 그걸 보고 세라가 혼비백산해서는 말렸다.
“먹지 마. 더러워!”
“단데요?”
그녀가 아직도 수치스럽고 분한지‚ 밭은 숨을 색색 내쉬며 연신 딸꾹질해 댔다.
“입으로만 혼내면 뭐 해요.”
그는 약 올리며 젖은 이마에‚ 뺨에‚ 코끝에 입맞춤을 뿌려 댔다.
“원래 버릇 나쁜 강아지는요. 이렇게 혼내 주는 거래요.”
그리고 그녀의 슬며시 몸을 엎어 눕히더니‚ 엉덩이를 보이게 했다.
차가운 대리석 제단에 가슴과 배가 눌리며 선득한 감각이 느껴졌다.
“뭐‚ 뭐 하는…….”
“개처럼 박아 주겠다고 했잖아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대한 페니스가 질구를 파고들었다. 퍽 소리와 함께 접합부에서 불티라도 튀는 것 같았다.
“흐윽…….”
짐승의 교미처럼 무자비한 삽입에 고여 있던 음액이 흐르며 단내와 정액이 섞인 야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대신관 놀이고 뭐고 진작에 때려치울걸.”
세바스찬은 그 냄새를 폐부 깊이 빨아들이고는 발정 난 개처럼 허리를 치대기 시작했다. 무자비한 몸짓에 아래가 엉망으로 헤집어지고 짓이겨졌다.
“음탕한 몸이어서 그새를 못 참고 딴 놈한테 단내 풍겼어요?”
“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만 알아야 하는데‚ 그 새끼들이 먼저 알아 버렸잖아요.”
“아흑!”
한번 박아 올릴 때마다 엉치뼈부터 척추를 타고 정수리까지 얼얼하게 울리는 느낌이었다.
안에 품은 그의 페니스가 지나칠 정도로 생생했다. 오직 제 것만 각인하라는 듯 깊숙이 파고들며 흉포하게 꿈틀거렸다.
교접만으로 버거워서 상체를 축 늘어뜨린 채 제단만 긁고 있으니 그게 또 못마땅한지‚ 팔을 뒤로 빼서 붙잡았다.
허리가 꺾이고 상체가 들어 올려지자‚ 남은 손으로 유방을 움켜쥐었다. 살덩이를 쥔 손 아래서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의 등에 상체를 밀착한 세바스찬은 목덜미를 길게 흠빨며 연신 중얼거렸다.
“나는 원래 고결한 사람이 아니에요.”
신의 선택을 받은 신의 자식이면서도 좀처럼 신을 믿기가 힘들었다.
생각해 보면 타고나길 삿된 인간이라 그랬다. 새하얀 사제의 탈을 쓰고 고고한 척하려고 해도 단지 그때뿐이다.
성력을 발현시키고‚ 삿된 것을 멀리하고‚ 닦고 또 닦아도 날 때부터 검어서 결코 하얘질 수 없었다. 그는 어쩔 도리가 없는 죄인이었다.
“그래도 신이 날 선택하셨으니까. 당신이라는 기적을 주신 걸지도요.”
그녀가 내민 손길을 붙잡은 후로 오직 그녀만을 섬겼다. 그에겐 그게 유일한 신앙이었다. 스스로 기꺼이 종속되어서. 그녀로 인해 움직였다.
자신을 대신관으로 만들고‚ 또 손수 그 가면을 벗겨 내 민낯을 드러낸 것도 그녀였다.
“하읏‚ 윽.”
거의 맹목적인 교접이었다. 그로 인해 온몸이 터질 듯이 옥죄어지고‚ 품 안에 가두어졌다.
팔로 동여 안고‚ 아래를 터뜨릴 듯 메우고. 손톱으로‚ 이로. 가장 예민한 곳만을 사정없이 긁어 댔다.
“기억 못 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제일 좋잖아요. 그래서 마지막엔 늘 나한테 매달렸잖아.”
“아아‚ 아‚ 으응!”
그녀가 더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신음했다. 그는 그에 호응이라도 하듯 정신없이 허리를 털었다.
뱀처럼 얽힌 몸이 뜨거운 열기에 잡아먹혔다. 뇌가 녹을 것 같은 쾌감이었다. 미친 듯이 내달리던 성기가 경련하듯 꿈틀대며 내벽에 엉겨 붙었다.
안쪽 깊은 곳에서 따뜻한 파정액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더 들어갈 공간이 없이 들어찼는데도 움찔움찔 터뜨릴 듯 쏘아 댔다.
“시키면 뭐든지 할게요. 대신관이든 강아지든. 주인님이 하라면 뭐든 할 테니까.”
“아흐으…….”
성기가 다시 한번 크게 꿈틀대며 남은 액을 짜냈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뜨겁고 끈적한 체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기절할 것 같은 쾌락에 온몸이 나른하게 늘어졌다. 무너질 것 같은 몸을 끌어안고 그가 몽롱하게 중얼거렸다.
“…나랑만 놀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