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7. 절교한 소꿉친구와 갇혀 버렸다 (8/17)

07. 절교한 소꿉친구와 갇혀 버렸다

‘여긴 어디지.’

눈을 뜨자 까만 어둠 속이었다. 세라는 연신 눈을 깜빡거렸다.

아무리 감았다 떠도 시야가 익숙해지지 않는 걸 보니‚ 또 눈이 가려진 모양이었다.

이번엔 왜 가려진 거지.

“윽.”

그녀가 낮은 신음을 뱉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몸을 묶인 건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손목이며‚ 발목‚ 몸통까지 빈틈없이 결박되어 온몸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뭐지. 납치 같은 걸 당한 건가.’

감금당한 저택에서 또 한 번 붙잡혀 온몸을 결박당하다니.

‘누구 짓이지. 혹시 이 사람이 날 이곳으로 데려온 범인일까.’

운신이 자유롭지 못해서인지 더 막막하고 혼란스러웠다.

몸에 닿는 느낌이 차갑고 딱딱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으나 이곳이 안락한 곳이 아니라는 건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기분이 더러웠다. 낯선 곳에서 정신이 드는 건 이미 여러 번 겪었는데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바스락.

아득한 어둠 속에서 별안간 인기척이 느껴졌다. 바로 앞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누군가가 이 공간 안에 함께 있는 게 분명했다.

“…누구세요?”

“…….”

조심스레 물어봐도 상대는 묵묵부답이었다.

‘3층이면 아마 에단 디아즈일 텐데.’

4층에서 펠릭스 세르반테스를 정복했고‚ 알베르토 또한 에단을 만날 준비를 도와주었다.

해서 상대의 정체가 ‘에단 디아즈’일 것이라고는 짐작하고 있었다.

근데 막상 그저 확인 차원에서 불렀는데도 응답이 없자 덜컥 겁이 났다.

“…저기요?”

“…….”

세라가 재차 대답을 보채는데도 마찬가지였다.

누군지 대답이나 해 주지. 대체 어쩔 속셈이기에 답이 없는 걸까.

혹시 이쪽에 나쁜 마음을 먹고 무슨 해코지라도 하려는 거라면……?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초조함에 피가 차게 식는 느낌이었다.

애초부터 에단 디아즈가 일방적으로 절교를 선언했다던데. 세라는 가만있다가 당했고. 한참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 그럴 이유가 있나?

그녀는 빙의자 신세기에 오로지 설정만 알 뿐‚ 구체적인 사연은 모르는 상태였다.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그저 무섭기만 했다.

먼저 알은척을 해야 하나.

만약에 지금 함께 있는 상대가 에단 디아즈가 아니라면 어쩌지.

아니‚ 그가 맞는다고 해도. 이렇게 묶었는데 뭘 어쩌려는 줄 알고?

함부로 알은체하다가 위해라도 가한다면? 그럼 이대로 꼼짝없이 잘못되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불안감이 눈덩이처럼 몸집을 불렸다.

“저‚ 저기…….”

“…….”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한 번 더 불러 보아도 상대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아득한 어둠과 침묵 속에 세라는 막연한 공포에 내몰렸다. 온몸이 벌벌 떨리고 진땀이 났다.

“…사‚ 살려 주세요.”

“…….”

“하‚ 한 번만…….”

급기야 겁에 질린 그녀가 몸을 비틀며 빌기 시작했다. 평정을 유지하려고 해도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침착해지기가 힘들었다.

순간 후‚ 하고 신경질적으로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래. 스스로 얼마나 꼴사나운 몰골일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젠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오직 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려는 심정이었으니까.

“정신을 못 차리네.”

그제야 나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이게 뭐야‚ 대체.”

남자는 대화라기보다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마치 세라가 불안해서 보채니까‚ 마지못해 기척을 낸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남자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누‚ 누구…….”

“그새 목소리도 까먹었냐.”

남자가 툭 쏴붙이듯 물었다. 잊었냐고 책망하는 걸 보니 그녀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목소리인 모양이었다.

“…….”

그리고 다시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긴장한 그녀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우선 이름을 불러 그의 정체를 확실히 해 보기로 했다.

“…에단?”

“웬일이냐. 네가 이름을 다 부르고.”

세라가 조심스레 묻자‚ 그가 샐쭉하게 받아쳤다.

틀릴까 봐 걱정했는데.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앙숙‚ 에단 디아즈가 맞는 것 같았다.

“멍청아.”

“응……?”

“개수작 부리지 말고‚ 원래 하던 대로 해.”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날 선 반응이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불편한 건 에단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건 그렇고. 하던 대로 하라니?

애초부터 세라가 에단을 뭐라고 불렀는지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밀했다고 했지. 그럼 애칭을 부르려나?

애칭‚ 애칭이라. 에단의 애칭이라면 보통 이렇게 부르겠지.

세라는 더듬더듬 짐작 가는 것을 던져 보았다.

“…에‚ 에디?”

“…….”

잠깐의 정적이 일었다. 뭔가 잘못한 건가? 세라가 우뚝 얼어붙어 있던 찰나‚ 헛웃음 소리가 들렸다.

“약 먹었냐. 닭살 돋게 뭐라는 거야.”

이게 아닌가? 그가 면박을 주는 통에 민망해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니‚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건데? 뭐라 부르든 무슨 상관이라고.

[시스템: 평소와는 다른 행동으로 인해 ‘캐릭터 붕괴 지수’가 상승합니다. (현재 캐릭터 붕괴 지수: 85%)]

맞지. 이곳에서는 상관있었지. 세라는 어둠 속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시스템: 미션! ‘하던 대로 해’ - 올바른 애칭을 부르고 ‘에단 디아즈’의 의심을 불식시키십시오. (성공 시: 캐릭터 붕괴 지수 대폭 하락 / 실패 시: 캐릭터 붕괴 지수 대폭 상승)]

또 시작이네. 세라는 머리가 지끈거려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시스템: 힌트 ‘욕설’]

시스템이 선심이라도 쓰듯 힌트를 던져 주었다.

‘욕에도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냅다 주관식은 너무 하잖아.’

늘 자신에게만 가혹한 시스템이 원망스러웠다.

‘아 맞지‚ 선택의 눈을 써야겠다.’

이럴 땐 선택지를 보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

[시스템: 아이템 ‘선택의 눈’을 사용하여 ‘선택지 기능’을 켭니다.]

세라는 망설임 없이 ‘예’를 선택했다.

[시스템: 다음 중 ‘에단 디아즈’의 애칭을 골라 주세요.

1. 미친놈

2. 바보

3. 멍청이

4. 선택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흐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일단 멍청이는 세라의 애칭인 것 같고. 바보나 미친놈 중에 하난데…….’

왜 이따위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둘 중 하나를 삐끗 잘못 선택하면 캐릭터 붕괴 지수가 위험하다.

‘여기서 대폭 상승하면 강제 배드 엔딩이라고!’

그럼 남는 건‚ 이 선택지 하나뿐이었다.

[시스템: 당신은 4번‚ ‘선택하지 않는다’를 고르셨습니다.

- 선택의 대가는 스스로 감당하시기 바랍니다.]

아‚ 괜히 아이템만 낭비한 것 같아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최선이길 바라며 세라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아니. 안 할래.”

“뭐?”

“무‚ 무서워. 너한테 잘 보여야 네가 날 살려 줄 것 같아서 장난 못 치겠어.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일부러 평정을 내려놓고 덜덜 떨면서 말했다. 어차피 올바른 애칭을 선택하지 못할 거라면‚ 이 편이 앞에 한 말실수까지도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갑자기 커다란 손이 동그란 이마를 덮어 왔다.

“뭐‚ 뭐 하는…….”

예고도 없이 닿아 온 손길 때문에 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뭐 죄지은 거 있나 봐. 뭘 이렇게 놀라?”

눈을 가려서 안 보였지만 바로 코앞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세라는 화들짝 놀라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가‚ 갑자기 손대니까 그렇지.”

“자꾸 헛소리만 늘어놓길래. 열나는 건가 해서.”

이리저리 짚어 보던 에단의 손이 뺨으로 내려왔다.

얼굴을 다 감싸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손이었다. 뺨에 닿아 올 때마다 두려움인지 두근거림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감각에 잠식되는 느낌이었다.

“왜 이렇게 땀을 흘려.”

그러고 보니 몸에서 미열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뺨은 아까부터 흘린 식은땀으로 젖어 엉망이었다.

그러니까. 왜 묶은 거지?

눈은 왜 가려 둔 걸까.

아무것도 짐작할 수가 없어서일까. 아득한 공포에 정신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귓불과 목덜미에 그의 손끝이 스쳤다. 금방이라도 손아귀로 목을 콱 움켜쥘 것만 같은 착각에 세라는 까무러질 지경이었다.

“흑‚ 흐. 푸‚ 풀어 줘.”

그녀가 정신을 놓고 애걸하기 시작했다.

“너 우냐?”

세라의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반응이 황당한지.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자‚ 잘못했어.”

“뭘 잘못했다는 건데?”

“무‚ 무서워. 풀어 줘. 제‚ 제발.”

“아 씨‚ 진짜.”

에단이 혀를 쯧 차며 신경질적으로 눈을 가린 끈을 풀었다.

시야가 트이고‚ 잔뜩 일그러진 에단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묶여 있는 세라에게 시선을 맞추기 위해 자세를 낮춘 채 쪼그려 앉아 있었다.

“우냐고.”

그가 미간을 구긴 채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흑‚ 흐…….”

서러워서일까. 우냐고 다그치자 거짓말처럼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뭐 어쨌다고 울어?”

“나‚ 날 무‚ 묶었잖아. 가‚ 가두고. 흑‚ 흐으‚ 흑. 누‚ 눈도 막 가‚ 가리고.”

자꾸만 딸꾹질이 나서 말을 제대로 이을 수가 없었다. 세라는 체면도 모르고 어린아이처럼 끅끅거리며 따져 댔다.

에단은 어이가 없는지 제 이마를 짚고 한숨을 푹 쉬고는 까칠하게 되받아쳤다.

“이게 막 뒤집어씌우네. 그러니까 내가 널 묶고 가뒀다?”

“끅‚ 흐으‚ 흑‚ 아‚ 아니야?”

“내가 미쳤냐.”

무슨 보복을 당하려고. 중얼거리며 펄펄 뛰던 그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이건 뭐‚ 애도 아니고.

발갛게 젖어 눈물로 범벅된 모습이 왜 저리 볼썽사나운지. 에단은 머리가 지끈거려 미칠 것 같았다.

“꼴사납게.”

에단이 그녀의 눈가를 비벼 닦아 주었다. 눈물을 닦아 내자 시야가 한층 맑아지고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나 아니니까 신경질 나게 짜지 좀 마.”

“그‚ 그럼 나만 흑‚ 왜‚ 흐윽‚ 묶여 있는 건데.”

자연스럽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캄캄한 창고 안에 갇혔는데. 세라는 묶여 있고 에단은 운신이 자유로운 상태였으니까.

“야‚ 분명히 말해 두는데. 널 묶어 둔 게 아니라 내 것만 푼 거야. 정신 차리니까 나도 묶여 있었다고.”

“난 왜 안 풀어 주는데?”

“풀어 주면 네가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불신에 찬 눈빛이었다.

더럽고 치사한 놈. 풀어 주면 뭐 잡아먹기라도 해?

아무리 사이가 별로여도 그렇지. 이런 극한 상황에 제 것만 쏙 풀다니.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모르지. 말만 그렇게 하는 걸지도. 에단이 범인이라면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둘러대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내가 움직인다고 너한테 뭘 할 수 있는데.”

세라가 억울한 듯 쏘아붙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에단은 남자 중에서도 몸집이 큰 편인 데다 기사였다.

세라의 가녀린 체구로는 에단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할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는 그랬다.

“모르지. 네가 미친 짓거리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물론 세라 에보트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였지만.

아무래도 전적이 화려했기 때문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 같았다.

에단 디아즈.

그는 노멀 모드의 여주 엘레나 디아즈의 의붓오빠였다. 정확히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지만‚ 디아즈 경의 재혼으로 엘레나가 디아즈 가문에 입양되면서 의붓남매가 되었다.

처음에는 둘 사이가 서먹한 편이었으나 에단 디아즈는 기사였다.

의협심이 강한 그는 엘레나가 세라에게 괴롭힘당할 때마다 무심한 척 도와주곤 했었지.

‘엘레나로 공략할 때는 에단이 내 최애였는데.’

에단은 외모도 성격도 제법 그녀의 취향에 맞았다. 의젓한 성격에 제법 남자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잿빛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체대 오빠처럼 선이 굵은 체구와 커다란 손. 지치지 않는 체력이 특징이었다.

그 마라톤 같은 정사를 볼 때면 저러다 여주 죽는 거 아니야? 그런 실없는 생각마저 들었으니까.

‘세라로 시작하니까 아무것도 안 해도 의심하네.’

그에게 내심 섭섭했다. 출발선이 다르다는 게 이런 것일까. 못내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계속 묘하게 지랄인데. 절교한 문제로 아직 어색해하거나 화가 난 상태일까?’

사연은 모르지만‚ 어차피 몸을 섞어야 하니까 분위기를 조금 바꿔야 하나 싶었다.

세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하여튼 오‚ 오랜만이지‚ 우리?”

“어.”

“넌 잘 지냈어?”

“어.”

용기 내서 말했는데. 그는 딱 잘라 단답만 할 뿐‚ 심지어 세라의 안부도 묻지 않았다.

“…….”

“…….”

바로 할 말이 떨어졌다. 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방 안을 맴돌았다.

그냥 왜 절교하자고 했냐고 물어보고. 사과하고. 허심탄회하게 풀어 볼까?

아니‚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나서면 더 꼬이려나? 소득도 없이 기분만 잡치면 곤란하겠지.

‘그래. 사연은 몰라도 미안하다는 말은 할 수 있지.’

지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건 오직 세 치 혀뿐이다. 저 무뚝뚝한 놈의 좆을 꺼내서 박힐 수만 있다면 사과는 물론 엎드려서 석고대죄라도 할 수 있었다.

“미‚ 미안…….”

“나한테 미안할 필요 없고. 너 뭐 짚이는 거 없어?”

다짜고짜 사과하려는데 순식간에 말이 잘렸다.

에단은 눈앞에 있는 세라와 대화하는 것보다는 탈출이 더 우선인 모양이었다.

“뭐‚ 뭐가?”

“지금 납치당한 거 말이야.”

“몰라.”

“진짜 아무것도 몰라?”

“응. 어쨌든 난 아니야.”

“하긴‚ 그랬음 네가 이렇게 구질구질한 곳에 묶여서 질질 짜고 있겠냐.”

“알면 이것부터 좀 풀어 줘.”

“어딜 날로 먹으려고 그러지?”

그래도 말이 좀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에단은 순순히 풀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세라는 부지런히 주변을 살폈다. 대체 옷은 언제 갈아입혀진 건지. 그녀는 네글리제 차림이었다.

창고는 창문 하나 없는 밀실이었으며‚ 흐릿한 기름 등 하나에 시야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밀실에 둘만 갇히다니. 나가기 위해선 그를 눕혀야만 하고.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한 가지 짚이는 구석이 있긴 한데.”

“응?”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약혼자 짓 같아.”

“약혼자?”

“세르반테스‚ 그 새끼 짓 같다고.”

에단은 펠릭스를 의심하고 있었다. 뭐‚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테고. 그걸 들어 두면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일단 세라는 잠자코 그의 주장을 들어 보기로 했다.

“생각해 봐. 너랑 날 동시에 가둘 만한 동기를 가진 사람은 그 새끼뿐이잖아.”

세라와 에단. 창고에 갇힌 두 사람은 ‘엘레나와 펠릭스’의 결합을 가장 심하게 반대하던 사람들이었다.

세라는 펠릭스의 약혼녀였으며‚ 엘레나에게 그를 뺏길 위기에 처해 있었다.

에단 또한 바람둥이와 결혼하겠다는 엘레나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래.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가장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물론 펠릭스는 엘레나에게 별 관심이 없는 듯했지만. 그걸 에단이 알 리는 없으니까.

“너랑 내가 방해꾼이니까 일단 가두고. 둘이 몰래 혼인 서약이라도 한다고?”

“그러고도 남을 놈이지 않나.”

“그런 이유라면 엘레나가 그런 걸 수 있지.”

세라의 담담한 답변에 에단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아‚ 미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 누이 편을 드는 걸까. 저 다혈질을 건드려 봐야 좋을 게 없지.

세라는 말실수를 한 것 같아서 급히 사과했다.

“너 지금 내 앞에서 그 새끼 편드는 거냐?”

“아니‚ 별 의미 없이 한 이야기니까 그냥…….”

“…너는 그 새끼가.”

“응?”

“뭐라고 그렇게 목을 매?”

낮게 침잠한 목소리였다. 갑자기 사뭇 달라진 분위기에 세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걸레 같은 새끼가 대체 뭐가 좋아서.”

초점이 뭔가 어긋나 있었다. 당연히 엘레나를 비난해서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데. 에단은 묘하게 펠릭스에게 꽂혀 있었다.

‘아니‚ 잠깐만. 좀 이상한데.’

세라는 에단에게 들은 이야기를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나 말하는 거야?”

“어? 아‚ 에‚ 엘레나도 너도 그‚ 그러니까 똑같다고.”

그냥 물어본 건데. 왜 말을 더듬지. 확실히 과잉 반응이었다. 세라의 마음속에 미묘한 의심의 싹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목울대가 길게 올라갔다 내려왔다.

민망한지 제 목덜미를 박박 긁는데 시선이 자연스럽게 팔뚝으로 향했다. 긴장했는지 힘줄이 잔뜩 서 있었다.

‘기사라 그런가. 확실히 몸이 좋구나.’

각이 확실한 직각 어깨에 흐트러진 셔츠 사이로 보이는 단단한 대흉근도 일품이었다.

‘그나저나‚ 몸이 좀 이상한데.’

계속 묶여 있어서 그런 걸까. 아까부터 아랫배가 저리고 자꾸만 열이 올랐다.

[시스템: 경고! 성욕이 위험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올바른 해소를 통해 욕구를 80% 이하로 유지하십시오. (현재 성욕 82%)]

아이 씨‚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달아오른 거였다. 이런 분위기에 성욕을 끼얹을 일인가.

‘하 씨.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래.’

펠릭스와 알베르토. 그 두 남자와 그렇게 실신하도록 했는데. 새 남주를 만나면 초기화되는 성욕이 원망스러웠다.

[시스템: 해소되지 못한 욕구는 재앙을 일으킵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히스테리’가 대폭 증가합니다.]

마음 같아선 당장 옷부터 벗고 달려들고 싶었지만‚ 칭칭 묶인 상태였다.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 아직은 뭔가 던지기도 좀 애매하니까. 약간 더 파 보자.’

세라는 에단의 장단에 조금 놀아나 보기로 했다.

“그러게.”

“뭐?”

“그래서 이제 포기하려고.”

세라의 담담한 태도에 에단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아까부터 뭐 잘못 먹었냐?”

“그냥. 펠릭스가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니까 좀 자존심이 상해서.”

“펠릭스? 이름 부르기로 했냐?”

“응?”

“아‚ 소‚ 소름 끼치니까 그 새끼 이름 말하지 말라고.”

맞네. 펠릭스 이야기에 묘하게 발작하는 게 좀 이상하긴 했는데. 비단 엘레나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세라는 그를 조금 더 자극해 보기로 했다.

“내가 그렇게 별로니.”

“뭐?”

“약혼자가 날 여자로 안 보는 것 같아서.”

“씨발‚ 뭔 소리야. 치마만 두르면 다 여자로 보는 걸레 새끼 아니었어?”

에단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되물었다.

[시스템: 경고! 성욕이 위험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올바른 해소를 통해 욕구를 80% 이하로 유지하십시오. (현재 성욕 88%)]

다리 사이가 뜨겁고‚ 몸이 배배 꼬인다 했더니 또 성욕이 상승했다.

‘아니‚ 왜 화내는 목소리마저 섹시한 건데.’

세라는 자꾸 머릿속을 뒤덮는 음험한 생각에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았다.

“흐읏‚ 너‚ 너도 날 여자로 안 보잖아.”

“내가 누‚ 눈이 삐었냐? 널 여‚ 여자로 왜 보는데?”

“거‚ 거봐! 내가 매력이 없는 거라고. 흐으.”

세라는 자꾸만 달뜬 숨이 새어 나와서 말을 더듬었다. 두 뺨이 홧홧하게 달아오르고 시야가 몽롱해졌다.

“내가 널 여자로 봐야 속이 시원해?”

[시스템: 경고! 성욕이 위험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성욕 90%)]

시스템 창이 아득하게 울렸다.

‘묶여 있지만 않았어도 그냥 벗기고 박아 달라고 했을 텐데.’

연신 말을 빙빙 돌리는 에단 때문에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티를 낼 수도 없었다.

“그‚ 흐‚ 으으‚ 그렇다기보다는 네 의견이 나한테 중요해서.”

“미친 거 아니야? 너랑 홀딱 벗고 누워 봐라. 아무 일도 안 생길걸?”

“흐윽‚ 흑‚ 으으‚ 내가‚ 흐‚ 믿을 수 있는 남자는‚ 흐읏‚ 너밖에…….”

“너 또 우냐?”

“공작님은 나‚ 나랑 입 맞춰도 아무 느낌이‚ 흐으‚ 흐‚ 없을 것‚ 같대‚ 으응. 흑.”

물론 거짓말이었지만 나오는 대로 지껄여 보았다. 이젠 아주 노골적인 신음이 흘러나올 지경이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 눈물에 약했지. 고이기만 하고 흘러내리지 않는 눈물을 조금 더 짜내기 위해 혀를 꾸욱 깨물어 보았다.

“그렇다고 질질 짜기까지 하냐고.”

자꾸만 터져 나오는 교성 때문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도‚ 에단은 계속 되물었다.

‘하‚ 씨발! 저 답답한 새끼가! 그니까 아직 동정이지!’

세라는 히스테리가 극에 달하는 느낌이었다.

다리 사이에서 왈칵 끈적한 액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세라는 거의 흐느끼고 있었다.

“아 진짜‚ 머리 아프니까 울지 좀 마.”

“흑흐‚ 으으‚ 흐으응.”

“미치겠네!”

에단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소리쳤다. 온몸을 뒤덮은 열감에 짜증이 나서 눈물이 줄줄 났다.

“확인해 주면 되잖아.”

“흐응?”

“키스해 준다고.”

그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로 신경질적으로 뇌까렸다.

“친구도 더럽게 없어서 믿을 남자 나뿐이라며. 조‚ 좀 소름 끼치는데.”

“…….”

“키스해도 꼴리는지 안 꼴리는지. 확인해 준다고. 내가.”

그가 바로 옆에 밀착해서 앉았다. 어두운 창고 안‚ 어른거리는 불빛 속에서도 새빨개진 귓바퀴가 보이는 것 같았다.

“씨발. 이게 뭐야.”

에단은 아무래도 난감한지 연신 마른세수를 해 댔다.

“눈 감아.”

“으응?”

“감으라고. 눈 뜨면 죽여 버린다.”

그의 명령에 세라는 냉큼 눈을 감았다. 옆에 있던 숨결이 점점 가까워지고 코끝이 닿았다.

촉. 입술의 점막이 감겼다가 떨어졌다. 입가에서 누구 것인지 모를 뜨거운 숨이 흩어져 나왔다.

더 잡아당겨 혀를 비비고 진한 키스를 퍼붓고 싶었지만‚ 세라는 묶여 있었다.

그녀가 슬며시 눈을 뜨자‚ 에단은 약간 나른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흑‚ 흐으‚ 어때……?”

“아직 잘 모르겠어.”

“역시‚ 나‚ 난‚ 흐윽‚ 흐으.”

“한 번 더 해 봐야겠다고.”

그가 홀린 듯이 입술을 겹쳐 왔다. 점막이 미끄러지며 혀끝이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날이 선 듯 위험한 느낌에 놀란 세라는 잠시 혀를 뒤로 물렸다.

그 부딪치는 감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혀가 집요하게 입 안을 밀고 들어와 흥분으로 덜덜 떨고 있는 세라의 혀를 벼랑으로 몰아붙였다.

그가 마치 검을 꽂아 넣듯 혀끝으로 지그시 그녀의 혀를 짓누르더니 이내 혓몸으로 깔아뭉개며 손쉽게 함락시켰다.

“으응.”

세라의 입가에서 탄식 같은 한숨이 샜다. 실험치고는 꽤 몰입한 듯‚ 기세 좋은 키스였다.

‘키스하는 얼굴도 색정적이겠지.’

세라는 그의 집중한 표정이 궁금해서 살짝 눈을 떴다.

그때‚ 에단의 나른한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이 씨‚ 쟨 또 왜 눈을 뜨고 있어.’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숨을 고르며 느릿하게 입술을 떼어 냈다.

“눈 뜨면 죽여 버린댔잖아.”

까칠하게 쏘아붙이면서도 어딘지 느슨하게 풀린 목소리였다.

“너‚ 넌 왜 눈 뜨고 있는데.”

“감시해야지. 몰래 허튼짓 같은 걸 하는 건 아닌지.”

말 같지도 않은 핑계였다.

본인 앞에 꼼짝없이 묶여 짙은 키스를 받아 내고 있는데. 딴짓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

아득할 정도로 깊은 키스에 세라가 할 수 있는 건 버둥거리며 발끝으로 바닥을 긁는 것밖에는 없었다. 정작 손으로 바지런히 몸을 지분거리는 건 세라가 아니라 에단이었다.

“기껏 어떤지 봐 주는데‚ 집중 안 해?”

“미‚ 미안.”

“약속 어겼으니 벌을 줘야겠네.”

그가 단도를 꺼내 칼끝을 그녀의 발목에 갖다 댔다.

뭐지. 혹시 찌르거나 그으려는 건가. 그래도 나쁜 놈은 아니라 믿었는데.

“뭐‚ 뭐 하는 거야.”

에단의 기행에 세라가 혼비백산하며 물었다.

“뭘 떨어‚ 멍청아.”

뾰족한 칼날이 닿을 듯 말 듯 스쳤다. 갑자기 날붙이를 들이대는 통에 세라는 몸이 벌벌 떨리고 기절할 것 같았다.

“도망가면 가만 안 둔다.”

에단이 귓가에 낮게 경고를 뇌까림과 동시에 툭‚ 하는 소리가 들리고 발목이 풀렸다.

“으응‚ 응‚ 아‚ 안 갈게.”

세라가 젖은 얼굴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만족스럽게 웃더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신 이렇게.”

그가 자신을 마주 보게 하고는 세라의 다리를 벌려 무릎 위에 앉혔다.

“허리를 묶을 거야.”

그리고 단단한 팔로 그녀의 가늣한 허리를 칭칭 감았다.

음부에 고여 있던 점액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질척한 음액으로 난잡해진 다리 사이를 들킬까 봐 걱정한 것도 잠시‚ 앞섶을 뚫을 듯이 솟구친 거대한 페니스가 연신 둔부를 위협적으로 찔러 댔다.

“흑‚ 흐으.”

위아래로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압박감에 세라는 정신이 혼몽해졌다.

“자‚ 다시 집중해야지?”

에단이 핀잔하며 다시금 그녀와 호흡을 섞었다. 꼭 잡아먹는 것처럼 입술을 빨고 혀를 비집어 넣는 통에 숨이 막혀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에‚ 에단‚ 흐읍‚ 좀‚ 사‚ 살살.”

세라가 어깨를 비틀며 애원했다. 동정인 건 알았지만 설마 키스도 처음인 걸까. 그의 서툰 입맞춤이 흥분되면서도 자못 버겁게 느껴졌다.

“하아‚ 씨발.”

힘 조절이 잘 안 되는 듯했다. 그가 끓어오르는 정욕을 억누르며 거칠게 욕설을 짓씹었다.

그리고 참기 힘들다는 듯이 말캉한 입술을 꾹꾹 도장 찍듯 붙였다 떼길 반복했다.

그 정도 입맞춤으로는 감질이 나는지 어금니를 꽉 물고 더운 숨을 흘렸다. 그가 몸을 더욱 밀착시키며 낮게 읊조렸다.

“너 몸이 왜 이렇게 뜨거워.”

먹이를 뜯어 먹는 짐승처럼‚ 커다란 손길로 게걸스레 옭아맸다. 잔뜩 달아오른 그녀의 뺨과 귓불‚ 그리고 뽀얀 목덜미를 감아쥐었다.

이미 묶여 있는데도. 그는 털끝 하나 꼼짝하지 못하게 할 심산으로 칭칭 옥죄어 왔다.

“어디가……?”

“그냥 전부 다.”

에단이 다시금 체온을 가늠해 보려는 듯 그녀의 목과 쇄골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차마 가슴으로는 내려가지 못하겠다는 듯이 계속 한자리에 입맞춤해 대며 느른하게 물었다.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또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네가 좀 약하게 끌어안으면 덜 아프겠네.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지금 아쉬운 건 그녀 쪽이었다. 세라는 핀잔을 삼키며 달뜬 숨을 뱉었다.

“모르겠어. 여기 너무 뜨거운데‚ 봐 주면 안 돼?”

그녀가 울먹거리며 그의 코앞에 가슴을 내밀었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픽 웃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서서히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진짜로 여기가 더 뜨겁네.”

“흐으응‚ 으응‚ 으으.”

“열나니까 식혀야겠어.”

“…어떻게 식히는데?”

“열 오를 때 어떻게 식히냐면‚ 일단…….”

옷 위로만 입술을 지분거리던 에단이 네글리제를 아래로 다급히 끌어 내렸다.

“벗기고 적셔야지.”

우유처럼 뽀얀 젖무덤 위로 간지러운 숨이 쏟아져 내렸다.

“흐읏‚ 으. 얼른‚ 어‚ 얼른‚ 해 줘.”

얼른 입 안에 물고 타액으로 칠하고‚ 축축하게 적셔 주면 좋겠다. 음습한 상상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에단은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씨발.”

그가 또 한 번 욕설을 뇌까렸다.

“왜……?”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설마 정신 차린 건가? 그렇게 난잡한 키스를 해 놓고. 친구 사이에 이러면 안 된다거나. 그런 알량한 선을 지키려는 걸까?

애무하다 말고 갑자기 우뚝 멈춘 에단 때문에 세라는 가슴이 바짝바짝 졸아드는 것 같았다.

“무‚ 무슨 소리야…….”

“네 젖가슴 말이야. 왜 이렇게 예쁘게 생겼어?”

뭔가 했더니 감탄하는 거였나. 그가 보이는 반응이 조금 의외라 당황스러웠다.

“응?”

“네가 예쁘면 안 되는 거잖아.”

“왜 안 되는데?”

“그야‚ 넌……”

에단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양 가슴을 손으로 모아 받쳐 올렸다.

“…멍청한 세라 에보트니까.”

그가 욕구를 견딜 수 없는지 둔덕에 달뜬 뺨을 비볐다.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모습이 지독히도 야했다. 세라는 질펀하게 문대는 느낌에 발등이 높게 솟도록 발끝을 오므렸다.

“빌어먹게 예뻐.”

“흐읏‚ 흐으.”

“빨고 싶게.”

“…키‚ 키스만 한다며.”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가 눈을 나른하게 치켜뜨며 물었다.

“그냥 물고 빨면 키스 아닌가.”

그가 통통한 젖꼭지를 한 입 조심스레 머금었다. 유두를 탐스럽게 감빠는 야릇한 감각에 절로 허리가 떨렸다.

“처음이라 묻는 건데.”

“으응.”

“원래 이렇게 단내가 나?”

몰라. 여주 버프인가 보지. 자꾸 그런 소릴 하니까 어디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젖물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는 뭐가 그리 맛있는지 입맛을 다시고는 젖꽃판까지 빠득빠득 침을 칠하며 빨아 당겼다.

한쪽을 집요하게 빨면서‚ 다른 쪽은 손아귀에 넣고 사납게 주물러 댔다. 그는 마치 고기에서 가장 기름지고 연한 살을 발라 먹듯 살뜰하게 입에 넣고 죽죽 잡아 삼켰다.

옷가지를 벗기고 혀로‚ 입술로 척척하게 적시면 자글거리던 열기가 해소될 줄 알았는데.

타닥거리던 흥분의 불씨는 말초 신경을 타고 흐르며 더 크게 몸집을 키워 갔다. 색색거리는 호흡음과 함께 세라의 동그란 가슴이 바쁘게 오르내렸다.

“그 새끼. 걸레 아니고 고자 새끼 아니야?”

“왜……?”

“아니면 눈깔이 맛이 갔든가.”

미치게 야하네. 에단은 혼잣말을 웅얼거리며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놀듯 젖가슴을 치대 보았다.

제 손길대로 뭉그러지는 하얀 살덩이를 보자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인지 취한 듯이 웃었다.

“아무래도 키스만으론 잘 모르겠어.”

그런데 잘 모르겠다는 사람치고는 너무 커졌다. 다리 사이에 우뚝 솟아 있는 페니스가 자꾸만 옷 위로 아슬아슬하게 비벼졌다.

질퍽하게 젖은 음부 사이를 톱질하듯 슬금슬금 문대 오는 통에 의식이 아스라하게 날아가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 건데?”

“그거 해 보자.”

“응?”

“홀딱 벗고 누워 보자고.”

그가 나른한 눈으로 셔츠를 벗었다. 그걸 바닥에 깔고는 세라를 조심스레 그 위에 눕혔다.

등허리에 닿아 오는 서늘한 감각에 몸을 옹송그리는데 그가 묶인 손목을 한 손으로 그러쥐고 머리 위로 끌어 올렸다.

그의 육중한 대흉근이 쏟아지듯 시야에 드리웠다.

“벗는 거 똑똑히 봐야지.”

그러면서 한 손으로 바지를 풀고 페니스를 잡아 꺼냈다. 아이 팔뚝만 한 거대한 좆이 툭 튕겨 나왔다.

바지가 떨어져 나가자 그는 완벽히 나신이 되었다. 검술과 훈련으로 다져진 다부진 근육질 몸은 정말이지. 굉장히 감탄스러웠다.

그는 마치 어느 전투에 나서도 지지 않을 우두머리처럼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건 가운데 달린 흉흉한 몽둥이 같은 좆이었다.

“…진짜로. 미쳤나 봐.”

뭔가 잘못 건드린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기이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미쳤다고?”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뭐가 안 되는데.”

“그게 왜 이렇게 커. 무‚ 무서워.”

“다 너 때문이잖아.”

에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껏 꺼냈는데 무섭다고 덜덜 떠는 꼴을 보니 못내 민망하기도 하고‚ 짜증스러운 모양이었다.

“좆 세우는 게 싫으면 예쁘지나 말든가.”

그러면서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네글리제를 완전히 위로 끌어 올렸다. 얇은 옷가지가 묶인 손목에 걸쳐지고‚ 세라는 순식간에 팬티 하나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이제 와 겁이라도 집어먹은 건지. 무릎을 조이며 필사적으로 가려 보려는 모습이 가소롭다는 듯 에단이 픽 헛웃음을 뱉었다.

“너도 보여 줘야지.”

“…….”

그의 손끝에 팬티의 끈이 툭 간단히도 찢어져 버렸다.

저런 걸 넣는다고?

게임이라서 과장된 묘사인 줄 알았는데. 아니‚ 진짜로?

어떻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세라는 아연한 얼굴로 에단을 올려다보았다.

“좆 무섭다고 우는 주제에 건방지게. 세르반테스 같은 개새끼를 따먹을 생각을 해?”

이미 해치우고 왔는데. 걔도 엄청 큰데 네 건 뭐 거의 몽둥이 수준 아니냐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미안해. 너무 노‚ 놀라서.”

“그냥 눕기만 할 건데 뭐가 긴장되시는데요.”

순순히 옆에 누운 에단이 덜덜 떠는 세라를 보고 혀를 쯧 차더니‚ 몸을 당겨 품 안에 넣었다.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하냐.”

“…….”

“말한 대로 그냥 이렇게 안고 있기만 해 볼게. 겁먹지 마.”

“으응.”

시선은 다른 곳에 둔 채로‚ 몸을 안아 밀착시켰다. 치밀어 오르는 욕정을 꾹 눌러 참는 것처럼 힘을 준 목소리였다.

자꾸만 의심하고 멍청이라며 핀잔을 줘서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도 참을성을 발휘하는 걸 보니 기사도 정신이 투철한 걸까. 확실히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았다.

“…키스는 해도 되는데.”

세라가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물론 생경한 크기에 겁이 난 건 맞지만‚ 갑자기 뚝 멈추니까 오히려 이쪽에서 안달이 났다.

키스하다가 좀 천천히‚ 살살 넣으면 들어갈 수도 있고.

어차피 안 하면 클리어가 안 되는 게임이니까. 억지로라도 쑤셔 넣어 보긴 해야 하는데. 애가 너무 올곧게 물러서는 바람에 낭패였다.

“이게 날 고문하네.”

에단이 세라의 가녀린 몸을 터뜨릴 듯이 세게 끌어안았다. 그녀가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으으‚ 숨‚ 막혀. 흐으‚ 놔줘…….”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 줄 알아?”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이 뜨거웠다. 오직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세라 에보트는 마치 키스와 섹스를 분리하는 게 아주 간단한 일인 양 자극해 댔다.

“하긴‚ 언제부터 그랬는데. 네가 뭘 알겠어.”

“…….”

“네 몸‚ 좆 터지게 꼴리는 거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옷 입어. 그 새끼가 비정상인 거야.”

그가 확언하며 세라의 이마에 꾹 입술 도장을 찍었다.

“그러니 별 같잖지도 않은 이유로 질질 짜지 마. 신경질 나니까.”

에단이 그녀의 상체를 안아 일으키고는 바닥에 깔아 둔 제 셔츠를 감싸 입혔다.

‘아‚ 얘 너무 착해서 속이기 좀 미안하다.’

입만 좀 험할 뿐이지 속이 여리네. 우아한 개새끼였던 펠릭스에 비하면 에단은 제법 우직하고 순수한 녀석이었다.

생존을 위해 속이는 것도‚ 저 몸을 이용하는 것도 미안해서 조금 망설이고 있는데.

[시스템: 경고! 성욕이 위험 수치에 다다랐습니다. 해소하지 못할 경우‚ 강제 배드 엔딩을 맞게 됩니다.]

시스템이 다그치듯 세라를 몰아붙였다.

‘그래. 이거 공략 게임이야. 괜히 감정 이입하지 말자.’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잖아. 이왕 하는 거 에단도 즐거울 수 있게 화끈하게 해 주자.

세라는 마음을 다잡듯 긴 숨을 후‚ 내쉬고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 봐.”

“일단 옷 입으라니까.”

그는 일부러 딴청을 피우며 널브러진 옷가지를 주워 괜히 털어 댔다.

망했네. 정말 참으려는 모양이었다.

“나 손 묶여서 혼자 못 입어. 입혀 줘.”

“아이 씨.”

묶어 둔 손목 핑계를 댈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가 시선을 피하며 셔츠의 단추를 여며 주려는데 그녀가 불쑥 몸을 비틀었다.

“아‚ 좀. 잠깐만. 나 좀 봐 줘.”

“왜 이래?”

“몸이 좀 이상해서 그래.”

세라는 일부러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며 칭얼거렸다.

“…키스만 하자니까. 네가 내 가슴도 빨았잖아.”

“뭐?”

일부러 에단의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 아까의 행동을 상기시켜 주었다.

“너무 세게 빨아서 쓰리고 아프단 말이야. 다친 거 아닌지 한 번만 봐 줘.”

“하아‚ 진짜.”

에단이 정말 난감한지 한숨을 푹 쉬며 다시 셔츠를 젖혔다.

소담스러운 젖가슴이 눈앞에 드러났다.

“어디가 아픈 건데.”

“모르겠어. 일단 만져 줘. 위치를 말로 표현을 못 하겠어.”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그가 커다란 손을 가늘게 떨며 유방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가슴 전체가 아픈 거야? 너무 세게 움켜쥐어서 멍들었나?”

“멍든 건 아닌 것 같아.”

“아니면 젖꼭지만 아픈 거야? 여기?”

에단이 손끝으로 살살 유두를 달래듯 지분거렸다.

“아흐‚ 으응. 으‚ 거기‚ 아파.”

아프면서도 저릿한 감각은 성감에 맞닿아 있었다. 절로 어깨가 뒤틀리고 교성이 새어 나왔다.

“그래. 네 젖 빤 거는 나도 모르게 홀린 듯이 그런 거였어. 내가 좀 회까닥했나 봐…….”

“…흑‚ 흐으.”

“내가 죽일 놈이다. 미안해.”

“반대‚ 읏‚ 쪽도 봐 줘…….”

“이‚ 이쪽도 그래?”

“으응‚ 네가 양쪽‚ 읏‚ 다 빨았잖아.”

정말로 걱정하는 얼굴로 만지는데도 좋아서 다리가 배배 꼬였다.

“잠깐 있어 봐. 나 가방에 연고 있는데.”

세라는 잠깐 제 귀를 의심했다.

‘쟤는 연고는 왜 들고 다니는 거야?’

어쨌든 시선을 집중시키려고 아프다고 했는데. 별안간 연고를 꺼내는 에단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러다 파스스 식으면 어쩌지.’

세라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 이런 건 왜 들고 다니는 거야?”

“그냥 어릴 때부터 버릇이야. 기억 안 나냐.”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누가 맨날 자빠지잖아.”

그가 손가락으로 연고를 덜어 내더니 유두에 펴 발랐다.

“성가시게.”

양쪽 젖꼭지에 끈적한 크림의 감촉이 닿았다. 에단은 연고가 흡수될 때까지 지문이 느껴질 정도로 지그시 문질러 주었다.

“하으‚ 읏‚ 흐으.”

도톰하게 솟아오른 유두가 그의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려졌다. 통증을 사그라뜨리기 위해 바른 거겠지만 자꾸만 성감이 끓어올라 미칠 지경이었다.

“만지니까 젖가슴 전체가 찌릿찌릿 아픈 거 같아. 넓게 펴 발라 줘.”

“알겠어.”

그가 연고를 더 덜어서 유방을 가볍게 움켜쥐고 그 위에 원을 그리듯 넓게 펴 발랐다. 젖가슴 전체로 짜릿한 흥분이 퍼지는 것 같았다.

“아흐‚ 으읏‚ 응.”

“엄살은.”

누군 몸이 달아 죽겠는데. 엄살이라니. 울컥 울화가 치밀었다.

“흑‚ 흐으. 아프단 말이야.”

“아픈 건 알겠는데‚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마. 나도…….”

연고를 바르는 손아귀에 자꾸만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참고 있으니까.”

그가 어금니를 꽉 물고 가까스로 답했다. 귓바퀴까지 시뻘겋게 물든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안 참아도 된다니까?’

세라는 복장이 터지기 직전이었지만 꾹 눌렀다. 그래도 조금만 더 자극하면 넘어올 것 같다.

“뭘 참는데……?”

세라는 일부러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나 이거…….”

에단이 한 손으로 유방을 가득 거머쥔 채‚ 엄지로 그녀의 유두를 지그시 문지르며 시선을 마주했다.

“으응.”

“…또 물고‚ 빨고 싶어서 좆 세웠잖아.”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꿰뚫듯이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좀 참아. 짐승 새끼 눈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으면.”

실은 눈 돌아가게 하는 그게 목적인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단은 짧은 경고와 함께 젖가슴에서 손을 떼어 냈다. 옅은 한숨을 내쉬며 간단히 손에 묻은 연고를 닦아 내고는‚ 무언갈 내밀었다.

“자.”

“뭐‚ 뭔데.”

“너 좋아하는 단 거.”

사탕이었다. 입 안에 달콤한 맛이 퍼지자 기분이 이상했다. 마사지를 끝낸 에단이 셔츠 앞쪽을 살뜰하게 여며 주었다.

“됐지? 나도 이거 네가 무섭다니까 치울게.”

에단이 아직 흉흉하게 기립해 있는 다리 사이를 가리켰다.

진짜 다친 소동물을 돌보는 듯한 태도였는데. 저건 아직 저렇게 빳빳하게 세우고 있었구나. 아찔할 정도로 괴리감이 들어서 얼굴이 확 붉어졌다.

“진짜 엄청나게 크다.”

“말하면 더 커지니까 보지 마‚ 그냥.”

“여기도 좀 봐 줘.”

“뭐?”

세라가 다리를 활짝 벌리며 에단에게 엉망으로 젖은 음부를 보여 줬다.

“아래에서 뭐가 자꾸 흐르고 너무 뜨겁단 말이야.”

발간 홍조를 띤 채 잔뜩 애액을 머금은 음부를 보고‚ 에단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진짜로 뜨거워?”

“응. 끓는 것 같아. 만져 봐.”

“하 씨.”

에단이 으르렁거리며 묶인 손목을 낚아채 머리 위로 올리고는‚ 그녀를 제 밑에 깔아뭉갰다.

“무섭다고 울 땐 언제고. 너 나 꼬시냐?”

“응.”

“뭐?”

“에단‚ 네가 아까 벗겼으면 적시고‚ 식혀 줘야 한다며.”

그가 직설적으로 나오기에 세라 또한 내숭 따윈 집어치우고 인정하기로 했다.

“진심이야?”

진심이냐고 묻는 까만 눈이 너무 예뻤다. 세라는 그 눈을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사탕이 달아‚ 에디.”

“뭐?”

“같이 먹자.”

세라가 입술 사이에 사탕을 물고 살짝 내밀었다. 간지러운 숨이 두 뺨 위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단내가 훅 풍기는지‚ 그가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그가 못 견디겠는지 아랫입술을 축이며 슬쩍 입맛을 다셨다.

“그럼 너랑 같이…….”

에단의 얼굴이 닿을 듯이 가까워졌다. 말할 때마다 잔뜩 열기를 머금은 코끝과 부드러운 입술이 아슬아슬하게 닿았다 떨어졌다.

“…잡아먹을게.”

그가 홀린 듯이 반쯤 드러난 사탕 위에 입술을 겹쳐 왔다.

달다. 정말이지. 빌어먹게 달았다. 사탕을 빨아서 그런가. 입술도 달고 숨도 달다.

그래. 딱 다 녹을 때까지만.

이 달콤함도 다 빨아 삼키고 나면 사라지는 거다.

사납게 갈구하는 입맞춤이 이어졌다. 같이 먹자고 했는데. 너무 빨리 녹아 버릴까‚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질까. 그게 두려웠다.

빼앗아서라도 조금 더 물고 있고 싶다. 그녀의 입 안에서 혀끝으로 사탕을 굴리던 에단은 이내 그걸 제 입 안에 삼켜 물었다.

“흣‚ 흐으. 다시 줘.”

“돌려줘?”

“응.”

“주세요‚ 해 봐.”

“…주세요.”

세라는 그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애걸했다. 제 위에 올라타 날것을 뜯어 먹듯 헤집어 대는 키스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까닭이었다.

그는 순순히 들어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그녀를 보고 픽 웃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아껴 먹어야지.”

하나밖에 없단 말이야. 취한 듯이 중얼거리던 그가 세라의 하얀 무릎을 잡아 벌리고는 음부에 입술을 묻었다.

점액으로 엉망이 된 클리토리스 위에 사탕 알이 늘쩍지근하게 굴려졌다.

“흐으응‚ 으‚ 이‚ 이상‚ 해…….”

체액을 잔뜩 머금은 사탕의 표면은 딱딱하고‚ 미끌미끌하면서도 끈적했다.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생경한 감각에‚ 세라는 질구로 울컥울컥 단물을 게워 냈다.

에단은 그걸 보고 귀엽다는 듯 쿡쿡 웃더니‚ 다시 올라와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사탕을 물렸다.

“살살 빨고 있어.”

“넌?”

“난 더 단거 있어서.”

그리고 취한 것처럼 다시 음부에 입술을 파묻었다. 그의 입 안에 말캉한 소음순이 쭙 빨려 들어갔다.

콧날에 찔린 음핵이 움찔 떨리며 걸쭉한 애액이 새어 나왔다. 그는 그게 또 달가운지 꿀을 빨듯 꿀꺽거리며 받아 삼켰다.

“사탕 먹였더니 단물 싸는 거야?”

“아으‚ 으응‚ 응.”

“착하네.”

그가 그녀의 발목을 쥐고 더 넓게 다리를 벌렸다. 빨기 좋게 활짝 열린 음부가 어스름한 빛 아래 불그스름하게 벌름거렸다.

에단은 자꾸만 가만있지를 못하고 실룩거리는 음핵을 입술로 쫍 빨았다.

이것 때문에 뜨겁다고 징징댔구나. 콩알처럼 자그마한 돌기가 정말로 뜨끈뜨끈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흐으응.”

반응이 재밌어서 자꾸만 짓궂어졌다. 이렇게 귀여운 소리를 내니까. 혀로 살살 달래듯 궁굴리다가도 잘근거리며 괴롭히고 싶었다.

그의 애무는 돌보려다가도 자꾸만 툭툭거리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상냥하게 머금다가도 혀끝으로 표피를 들추면서 힘주어 꾹꾹 누르자 그녀의 허벅지 안쪽이 발발 떨렸다.

“아흣‚ 으‚ 갈 것 같아. 조금만 살살.”

“가면 되잖아.”

그녀 또한 그랬다. 엉덩이를 움찔 뒤트는 게 건들 때마다 바락거리는 세라 에보트‚ 그 자체였다.

어릴 때는 일부러 화내는 게 보고 싶어서 곱게 묶어 올린 머리채를 툭툭 건드리기도 했었는데.

그녀를 자극하는 제 모습이 철없고 한심한 어린아이 같았다.

“하으으‚ 으응‚ 아아.”

세라가 허벅지를 바르르 떨며 발끝으로 바닥을 긁다가‚ 이내 힘이 풀리는지 바깥으로 무너뜨렸다.

“갔어?”

“몰라. 안쪽이 자꾸 저절로 꿈틀대고 욱신거려.”

“어디 보자.”

에단이 흐르는 애액을 혀끝으로 훔치면서 입술을 떼어 냈다. 엄지로 겉살을 걷어 내고 질구를 잡아 벌렸다.

“이게 최대한 벌어진 거야?”

“으응. 더 벌리면 아파.”

“너무 작고 말랑하잖아.”

이렇게까지 작을 줄은 몰랐는데. 한껏 잡아 벌려 새빨간 속살을 드러낸 구멍이 오물거리며 단내를 뿜었다. 아무리 가늠해 봐도 굉장히 좁았다.

입구는 물론이거니와 말랑한 엉덩이 자체가 우악스러운 제 손에 비하면 하잘 것도 없이 작았다.

조금만 힘주어 벌리면 쩍 쪼개지고‚ 엉망으로 뭉개질 것처럼 여리고 가냘팠다. 그걸 보자 죄책감과 비슷한 감정이 잠식하는 동시에 묘한 애욕이 끓어올랐다.

“진짜 못 넣을 것 같은데.”

사실 에단 쪽에서 보아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무섭다고 칭얼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구나 싶었다.

줄일 수도 없고. 에단은 몽둥이처럼 부푼 제 좆을 감싸 쥐며 후‚ 낮은 한숨을 뱉었다.

“키스해 줘.”

세라가 칭얼거리자 그가 위로 올라와서 가볍게 키스하다가‚ 이내 몸을 누르며 그녀의 입 안을 혀로 깊게 헤집었다.

연고가 치덕치덕 발린 젖가슴이 그의 단단한 흉근에 뭉개지고‚ 비벼지길 반복했다.

“네 거 넣어 줘.”

“다쳐.”

“아까처럼 약 발라 주면 되잖아.”

“되겠냐‚ 그게. 안쪽에 어떻게 함부로 발라.”

세라는 초여름의 신록을 닮은 눈동자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제가 원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모순되게도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세라 에보트.”

“응.”

“너 지금 충동적으로 그러는 거잖아.”

“맞아.”

“뭐?”

“네가 키스하고 빨아 주니까 회까닥 돌았어‚ 나.”

“그 새끼한테 배웠냐?”

좋아할 줄 알았는데. 달뜬 목소리로 내뱉은 말에 에단의 미간이 와락 일그러졌다.

“내가 뭐.”

“아까부터 일부러 꼴리게 말하는데. 하지 마. 꼴사나우니까.”

“네가 만져서 엉망으로 젖어 버린 걸 어떡해.”

“적당히 좀 하라고.”

타이를수록 구제 불능이었다. 어울리지도 않게 꼴같잖은 더러운 말을.

에단은 울컥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억눌렀다.

“너 그 개새끼 좋아하잖아. 아니야?”

에단이 다소 직선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런 타이밍에 촌스러운 건 알지만‚ 그래도 묻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나한테 파혼하자잖아.”

“파혼 절대 안 해 줄 거라며.”

“모르겠어. 나도 좀 지쳤나 봐.”

“그래서 넣어 달라고?”

“자꾸 바람피우잖아. 신경질 나. 나도 피울 거야.”

“너랑 그 새끼랑 같냐?”

“다를 건 뭔데?”

“그러니까‚ 혼약이고 지랄이고. 멍청하게 그런 놈을 왜 만나는데.”

“그래서 나랑 안 할 거야?”

세라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뭐?”

“네가 싫다고 하면 다른 놈이랑 할 거야.”

“이게 겁도 없이. 함부로……!”

그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기가 말해 놓고도 놀랐는지 숨을 몰아쉬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 그렇게 딴 좆 먹는 게 소원이야?”

“…응.”

안 하면 다른 놈이랑 하겠다니. 세라는 뜻이 확고해 보였다. 눈동자에 한 치의 흔들림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다른 놈에게 입 맞추고‚ 밑에 깔려 아득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신경질이 나서 피가 역류하는 것 같았다.

다른 놈 때문에 우는 꼴을 또 이 두 눈으로 보게 해야 속이 시원한 걸까.

“절대 안 돼. 그럴 거면 그냥.”

에단의 눈이 끓어올랐다.

“닥치고 내 좆이나 받아.”

단단한 선단이 난잡하게 젖은 회음을 꾹 누르다가 질구를 찔러 올렸다.

“흐읏. 응.”

세라가 뜨거운 숨을 터뜨렸다. 끄트머리만 넣었는데도 터질 것 같은 압박감에 절로 숨이 멎었다.

“여기 맞긴 맞아?”

어떻게든 귀두를 걸친 에단이 그녀의 오금을 더 잡아 벌리며 물었다.

“맞아. 흐‚ 으읏.”

설마 했는데. 이건 좁아도 너무 좁았다. 잘못하다가 찢어질 것 같아서. 에단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터지겠는데.”

“으응‚ 흐으‚ 괜찮아.”

그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귀여운지. 옅은 웃음을 터뜨린 세라가 다리로 그의 골반을 감아 안았다.

“얼른.”

하라면 못 할 것도 없었다. 에단이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그녀의 어깨를 안고‚ 허리를 강하게 짓쳐 올렸다.

“아흐‚ 읏‚ 아앙!”

벼락을 맞은 것처럼 눈앞에 번쩍 빛이 튀었다. 육중한 페니스가 좁고 여린 내벽의 점막을 할퀴며 진입하자‚ 삼킬 틈도 없이 민망한 비음이 새어 나왔다.

“미안. 이래야‚ 읏‚ 덜 아플 거 같아서. 괜찮아?”

설마. 찢어진 건 아닐까. 싱거운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 걱정을 불식시키듯 안쪽 점막이 잘게 경련하며 좆 기둥을 연신 핥았다.

에단이 한쪽 눈을 찡그리더니 그녀의 낯빛을 살폈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가 젖어서 축축했다.

“아파? 빼‚ 뺄까?”

“으응‚ 으‚ 흐으‚ 괘‚ 괜찮…….”

거의 울고 있으면서도 빼는 건 싫은지. 괜찮다고 정신없이 도리질을 쳤다.

“하아‚ 쥐어짜는 것 같아.”

아프긴 에단 쪽도 마찬가지였다. 쫀득한 내벽이 좆 기둥을 녹여 먹을 듯 달라붙었다.

큰일이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페니스 전체가 잘근잘근 씹히는 것 같은 감각에 넣자마자 사정감이 일었다.

“너 우는데.”

“흣‚ 으응‚ 조‚ 좋아서.”

“좋은데 울어?”

“아픈데 좋아.”

“그런 게 어디 있어.”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좋단다. 세라는 흥분으로 색색거리면서 달뜬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해.”

“뭐가‚ 읏.”

“이렇게 작은데. 네 안에 들어가 있는 게.”

그가 그녀의 젖은 뺨에 연신 입술을 부볐다.

“뜨겁고 조여서. 넣고만 있어도 쌀 것 같아.”

그녀가 간지러운지 눈가를 찡그리며 바르르 떨자‚ 에단이 취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래. 애초부터 제 것과는 안 맞는 크기였다. 너무 하찮고 작아서 만지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억지로 욱여넣듯 집어넣자 꼭 터뜨릴 것처럼 가득 물고 있다. 터질 듯이 팽창된 질구에 거품이 이는 걸 보자‚ 죄책감이 뒤섞인 정복욕이 들었다.

“너 배 볼록해진 것 같아.”

“놀리는 거야?”

“응. 좆 먹고 볼록 나오는 거 귀엽네.”

한‚ 이쯤? 에단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가늠해 보듯 그녀의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임신할래?”

“응?”

“잔뜩 싸 줄게.”

그가 장난스럽게 귓가에 속살거렸다.

“미쳤나 봐.”

“미친 거 이제 알았냐.”

에단은 농을 치면서도 부끄러운지 좀처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세라 에보트.”

“응.”

“씨발‚ 좀 쪽팔리는데. 일단 처음이어서 미안하고.”

“진짜 처음이야?”

“해 봤으면 내가 이렇게 사설이 길겠냐. 이미 너 반쯤 죽여 놨지.”

아이처럼 허풍을 떨어 대는 것도 귀여웠다.

“미안하긴.”

오히려 좋아. 세라가 그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서툴고 쓸데없이 진지한 점이 동정남답달까. 풋풋하고 싱그러웠다.

좀 버럭대고 입이 험해서 그렇지. 에단은 피폐 게임 남주치고는 말랑한 편이었다.

“알찬 바람이 될 테니. 걱정 마. 몸 쓰는 건 금방 배우니까.”

“검보다 잘할 자신 있어?”

“그럼. 대련 같은 거 져 본 적이 없어서.”

에단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그러니 소드 마스터에 기사단장이겠지만.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았다.

“처음이 너니까. 네가 좋아하는 것만 가르치면 되잖아.”

맞춤형 남자가 될 수 있다고 어필하는 건가. 그래 준다면야 황송하지. 그 성질 더러운 펠릭스의 비위를 맞추느라 진땀을 뺀 걸 생각하면 천국이었다.

“박을 때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 병신 같아서 하는 얘긴데.”

“성가시고 귀여운데.”

“뭐라는 거야.”

얼굴이 새빨개진 에단이 그녀의 동그란 이마에 콩 박치기했다.

“그냥 할 테니까 너무 아프면 이야기해.”

그의 마라톤 같은 정사를 익히 봐서 알기에‚ 딱히 걱정은 하지 않았다.

“배려해 줘서 고마워.”

“딱히 맞춰 주려는 건 아니고. 그냥 성격상 못하는 거 싫어서 그래.”

핑계는. 아무래도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잠깐의 대화로 어느새 내벽의 경련이 잦아들었다.

그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평온했던 아랫배에 다시 뭉근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으읏‚ 흐응‚ 응.”

대화를 나눌 때는 눈도 잘 못 마주치더니. 삽입을 시작하자 이내 진지한 눈으로 낯빛을 살핀다.

오직 자신에게만 집요하게 고정된 까만 눈동자가 제법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게임이어서일까. 동정남임에도 무조건 절륜남 키워드가 따라와서 그럴까. 이해해 달라 요란하게 경고한 것 치고는 큰 위화감이 없었다.

출납에 따라 바위처럼 단단한 대흉근이 시야에 어른거린다. 옆 통도 넓고 짙은 체향이 확 풍기는 게‚ 그야말로 수컷 느낌이 그득한 육체였다.

이런 압도적인 부피의 좆을 꽂고 있는데도 눈에 차는 걸 보니 제법 취향은 취향이었다.

“으응‚ 흐‚ 손‚ 응‚ 내려 줘.”

“왜.”

“네 가슴‚ 흣‚ 만져 보고 싶어.”

에단이 픽 웃더니 쥐고 있던 손을 제 가슴께로 끌었다. 근육으로 가득한 가슴은 단단하고 뜨거웠다.

“변태냐. 막 남자 가슴에 흥분하네.”

그러게. 남자 가슴을 보고 이렇게 흥분할 일인가. 게임 할 때도 침 흘리던 가슴이지만 실제로 보니까 그야말로 남달랐다.

“나보다 크네.”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좋은데 왜 밀어.”

“단단해서 밀고 싶어.”

“이게 진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가 무릎을 팔에 걸더니 몸을 깊게 묻어 왔다. 거대한 좆이 안쪽까지 치받고 들어오자 숨이 턱 막혀 왔다.

“흑‚ 숨 막‚ 흐으.”

“미안. 말랑해서 깔아뭉개고 싶어.”

미안하단 말이나 하지 말든가. 숨이 막혀서 콜록거리는데도 가슴을 지그시 문대며 킥킥 웃는다.

“기‚ 깊어. 아!”

“아직 다 안 들어갔는데.”

애초에 규격이 다르니 다 넣는 건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딱딱한 선단이 자궁구에 부딪혀 진입을 멈췄다.

귀두가 뭉개진 채로 경부를 더듬어 꾹 누르는 통에‚ 세라는 묘한 요의를 느꼈다.

“아윽‚ 으으!”

그의 밑에 깔린 채 발버둥 치며 쿵쿵 밀어 댔다. 단단한 바위처럼 짓누르는 사내의 상체는 아무리 허리를 비틀어 보아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까불지 말고 목이나 안아.”

에단이 상체를 조금 들어 올려 결박을 풀어 주자 그녀가 묶인 손목을 그의 목에 걸었다.

“손 답답해?”

“응.”

“난 꼴리는데.”

“저질.”

“한 번만 싸고 풀어 줄게.”

에단은 제 품에 매달린 세라를 보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허리를 느른하게 움직였다. 그의 페니스는 육중했지만 움직임은 둔하지 않았다.

내벽 주름을 핥듯이 밀어 올리면서 이곳‚ 저곳 찌르고 건드렸다. 검 끝으로 상대의 허점을 노리듯 샅샅이 치대 오는 통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힘 빼. 더 커지는 거 싫으면.”

“힘준 거‚ 흣‚ 아니야‚ 읏.”

“너 때문에 좆 터지겠어.”

“흐응‚ 응. 좋아.”

“남은 터진다는데 좋아?”

그가 페니스로 내벽 안을 길게 긁어내렸다가 세게 치받았다.

머리끝까지 쿵 파고드는 짜릿한 쾌감에‚ 세라는 절로 고개가 젖혀졌다.

“아응‚ 으‚ 아파.”

“그래서 사탕 줬잖아.”

“으‚ 으읏‚ 흐응.”

“물고 참아 봐.”

삽입의 속도가 빨라지며 귓바퀴에 맴도는 그의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아‚ 아니. 아‚ 아파‚ 으응‚ 응.”

밑구멍이 불쏘시개로 난자당한 듯 얼얼했다. 지금 느끼는 감각은 일반적인 쾌락의 감각이 아니었다.

들리는 건 무겁게 찰박거리는 물소리인데 아랫도리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냥 태우는 게 아니라 기름 위에 불을 붙인 것처럼 무겁고 뜨거웠다.

빠듯하게 들어찬 성기는 음부의 입구부터 자궁 경부의 막다른 곳까지‚ 자지러질 정도로 휘젓고 헤집었다.

숨 쉴 구멍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탓에 자꾸만 깔딱깔딱 호흡이 가빠졌다.

“그‚ 그만‚ 아. 죽어‚ 나아. 으응!”

날 것의 쾌감이 무서울 정도로 날을 세웠다. 그녀는 지금 낭떠러지 같은 흥분에 몰려 있었다. 두려움에 온몸이 발발 떨렸다.

발끝이 저리고 솜털이 쭈뼛 서는 통에 멈춰 달라고 애걸해 보았지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무엇에 홀린 것처럼 허리를 흔들어 댈 뿐이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꿰뚫릴 때마다 콧잔등이 시큰거리고 시야에 절로 물기가 어렸다.

눈앞이 흐려지자‚ 물방울이 뺨을 타고 달달 떨리는 턱까지 도르르 굴러떨어졌다.

“후우‚ 예쁘다.”

에단은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어루만져 보았다.

“흐읍‚ 수‚ 숨 막‚ 읍!”

쉴 새 없이 할딱대는 세라에게 입을 맞추고 숨을 불어 주었다.

몰랐는데. 우는 게 더럽게 예쁘다.

이래서 그 개새끼가 자꾸 개짓거리했는지도 모르지. 그런 꼴같잖은 생각이 들자 울컥 짜증이 치밀었다.

어디 그 새끼뿐인가. 이쪽도 짓궂기는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울리는 게 재밌어서 부단히도 괴롭혔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도 얼굴을 뒤덮은 발그레한 홍조도 전부 다 탐스러웠다.

우는 걸 보면 신경질이 났는데. 단순히 울어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정확히는 다른 놈이 울려서겠지.

“나도 개새낀가 봐.”

에단은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아프면 말하라고 했는데. 듣고도 모른 척하고 싶었다. 멈추려 해도 자동으로 몸이 들썩거렸다.

아프다고 우는데도 이미 통제 불능이었다. 진창 같은 질 속에 처박았다 빼낼 때마다 새빨간 속살이 딸려 나왔다.

밀어내면서도 쥐어짠다. 떼어 내려고 해도 이미 끈끈한 점막에 뒤엉켜서 한 몸이 되어 수습조차 어려웠다.

“빼란 거야‚ 넣으란 거야.”

“으‚ 아‚ 아프‚ 읏‚ 다고!”

“물든지 밀든지. 하나만 해야지.”

“미친‚ 읏‚ 개‚ 새끼‚ 흐윽!”

아득한 고통에 세라는 정신없이 흔들리며 욕지거리했다.

“그래. 이왕 미친 개새끼 된 거. 개짓거리 시원하게 해 줄게.”

발정 난 개처럼 흘레붙은 김에 뿌리 끝까지 넣어 보고 싶었다.

에단이 그녀의 엉덩이를 우악스레 옭아매고는 좆 뿌리까지 푸욱 박아 넣었다.

“아흐으……!”

시야가 허공에서 흩어졌다.

배알이 들쳐 올려지는 듯한 압박감에 숨이 막혔다. 위로 치켜 들린 엉덩이가 공중에서 바들바들 떨렸다.

안에서 바글바글 끓어오르던 음액이 끝내 와락 터졌다. 엉덩이골을 타고 맑은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씨발‚ 개새끼도 할 만하네. 세라 에보트가 내 좆도 먹어 주고.”

그래. 이런 게 개새끼라면 황송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축 늘어져서 잘게 떠는데도. 몇 번을 더 낙인을 찍듯 좆을 찍어 내린 에단이 탁한 숨을 뱉으며 그녀 안에 파정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미친 개새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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