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1. 친절한 나의 종 (2/17)

01. 친절한 나의 종

며칠이나 지났을까. 날이 새고 저물길 반복했지만 갇혀 있으니 날짜를 세는 것도 잊어버렸다.

감금 생활은 예상과 달리 제법 아늑했다.

“음‚ 맛있어.”

세라는 몽블랑을 포크로 잘라 입에 넣으며 흐뭇하게 웃었다. 달콤한 바닐라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다.

한동안 사육당하는 것처럼 매 끼니 만찬을 즐겼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나오는 디저트까지 완벽했다.

다 먹을 때까지 알베르토는 그녀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게 있으면 살뜰히 돌봐 주었다.

어디 식사할 때만 그렇던가. 잠결에 뒤척이면 이불을 끌어 덮어 주고‚ 씻고 나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머리도 꼼꼼히 말려 주었다.

알베르토는 하루 중 대부분을 오직 그녀를 섬기는 데 사용했다. 일종의 감시일 수도 있겠지만‚ 또 그저 감시라고만 치부하기엔 너무 달콤했다.

자취하면서 모든 걸 혼자 챙겨야 했던 예전을 떠올리면‚ 제법 싫지 않은 관심이었다.

‘이대로 탈출 안 하고 그냥 살면 안 되나?’

어차피 탈출 법도 모르는데. 세라가 싱거운 생각을 하고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알베르토.”

“네‚ 아가씨.”

“끼니마다 혀가 녹을 것 같긴 한데. 이렇게 먹다간 금세 토실토실해지겠어.”

“이미 살이 많이 오르셨습니다.”

“뭐야?”

눈을 흘기며 샐쭉하게 묻자 그가 픽 웃었다.

“더 보기 좋습니다. 그전엔 너무 마르셨었으니까요.”

“아부는. 누가 나 통통하게 살찌워서 잡아먹으려고 그러나.”

“계획을 들켰네요.”

짓궂은 농도 제법 잘 받아칠 줄 알았다. 그가 눈을 곱게 휘는 모습은 꼭 여우 같기도 했다.

“옷이 좀 끼는 것 같기도 하고.”

“새 드레스를 준비해 드릴까요?”

“그렇게 해야 할까?”

알베르토는 조금 살이 붙은 팔뚝을 이리저리 눌러 보는 모습을 보고 픽 웃더니‚ 시선을 맞추고 나긋하게 말했다.

“예쁘십니다. 괜한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드십시오.”

잘생긴 남자가 그리 말하니 또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세라는 얼굴을 붉히며 배시시 웃었다.

알베르토는 왜 이렇게 자신을 극진히 돌보는 걸까. 게임에 원래부터 설정되어 있던 캐릭터였을까‚ 혹은 남주 중 누군가에게 고용된 걸까?

의문투성이였지만 섣부르게 물을 수도 없었다. 게임에 들어온 만큼‚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신중해야 했다.

‘하드 모드’를 하면서 좋은 결말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경계를 풀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그가 주는 평온함은 자꾸만 이곳에 안주하게 했다.

한동안 지켜보니 음식도 늘 확인하고 주었고‚ 그녀에게 필요한 것만 챙길 뿐 특별히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진 않았다.

“입가에 크림이 묻었습니다‚ 아가씨.”

“여기?”

“아뇨. 좀 더 왼쪽.”

놀란 그녀가 허둥대다 냅킨을 떨어뜨렸다.

“실례하겠습니다.”

그의 엄지가 입가에 묻은 크림을 느릿하게 훔쳤다. 순간 시선이 닿았다 떨어졌다. 그녀의 동공이 커진 걸 보고‚ 귀엽다는 듯 옅게 웃었다.

“됐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엄지에 묻은 크림을 쪽 빨아 먹었다. 그게 뭐라고. 또 은근히 색정적이었다.

조금만 더 친해지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자꾸 이렇게 선을 넘을 듯 말 듯 제자리란 말이지.

“차는 얼그레이 괜찮으십니까?”

잠시 멍하게 있는데‚ 알베르토가 차를 권했다. 세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얼그레이 좋네.”

“너무 뜨겁지 않게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가 능숙한 손길로 차를 우렸다.

‘나가면 전쟁이니까‚ 일단 여기서 버티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있나 지켜보자.’

조마조마하며 플레이 했던 기억과는 달리‚ 방 안은 안온하기 그지없었다. 세라는 우선 그의 돌봄을 받으며 생각할 시간을 벌기로 했다.

알베르토는 완벽했다. 사려 깊고 섬세했으며‚ 매우 유능한 집사였다.

게다가 제 주인을 마치 도자기 인형 다루듯 아주 조심스럽게 돌봐 주었다.

오직 그녀를 모시는 것에만 온 정성을 기울였기에‚ 방 안에서만 지내도 부족할 게 없었다.

빙의 전 서비스직 10년 차였던 그녀가 느끼기에도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융숭한 대접이었으니까.

‘이런 최고급 감금이라니. 오히려 나 같은 집순이에겐 천국이 따로 없지.’

마치 호캉스를 온 느낌이었다. 에보트 후작가의 별장답게 큰 창에 비치는 경치 또한 제법 아름다웠다.

‘여기가 5층이지.’

순간‚ 공략하다 지쳐서 저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온몸이 부서져서 사망했었나.’

끔찍한 결말이었다.

이 저택에는 강한 결계 마법이 걸려 있었다. 하여 강제 탈출은 불가능했고‚ 오직 남주 공략을 통해서만 저택을 나갈 수 있었다.

‘뭐‚ 결계가 아니어도 딱히……. 황급히 탈출할 생각은 안 든단 말이지.’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갈수록 이곳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저택은 집사뿐 아니라 시설도 끝내줬다. 방은 혼자 사용하기엔 꽤 넓었다. 마치 호텔 스위트룸처럼 침실과 거실‚ 테라스‚ 욕실이 분리된 구조였다.

“더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알베르토가 온화한 낯으로 물었다. 그녀는 그 말간 눈빛을 보고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좀 무료하네. 책장에서 소설책 하나만 꺼내 줄래?”

“어떤 걸 꺼내 드릴까요?”

“저 맨 위 칸에서 아무거나.”

“네‚ 아가씨.”

방에는 벽의 한 면을 차지할 정도로 아주 큰 책장이 있었다. 천장이 높았기 때문에 맨 위 칸에서 책을 꺼내려면‚ 성인 남자여도 작은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야 했다.

책장용 사다리를 가져온 알베르토가 거추장스러운지 재킷을 벗었다. 흰 셔츠 차림이 되자‚ 직각 어깨와 너른 등판이 시선을 강탈했다.

‘…뭐 나쁘지 않네.’

세라는 그의 뒤태를 찬찬히 눈에 담았다. 단단하면서도 맵시가 있는 몸매였다.

셔츠가 얇은 것인지‚ 몸의 탄탄한 굴곡 때문인지. 상체 근육의 짜임이 여실히 드러나 보였다.

그는 훤칠한 골격에 근육이 많은 체형이었다. 매끈한 허리선 때문인지 또 무식하게 우락부락하지는 않고. 마치 한 필의 잘 빠진 종마처럼 말쑥해 보였다.

상체만 잘난 것이 아니었다. 그가 성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자‚ 탄탄하게 올라붙은 엉덩이와 허벅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상체도 그렇지만. 특히 저 하체가 몹시… 나쁘지 않아.’

보기만 해도 다부진 것이 운동을 오래 한 몸 같달까.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올라갈 때마다 자연스레 움직이는 하체 근육을 보고 있노라니 매우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19금 게임이라 그런가. 집사마저도 제법…….

“…맛있네.”

“네?”

아차‚ 또 뇌내망상을 그대로 뱉어 버렸다.

“호‚ 홍차 말이야.”

세라는 자신이 홀린 듯 중얼거린 말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그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안락한 생활에 한숨을 돌려서일까. 생리적 욕구 중 다른 하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성욕이었다.

빙의 전에도 19금 게임을 찾아서 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세라가 되고 나서는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었다.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차피 그녀의 평판은 이미 바닥이었다. 고로 지켜야 할 사회적 명예나 체면 따위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감금당한 상황인데 누가 손가락질하겠는가. 세라는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아가씨‚ 이 책을 꺼내면 될까요?”

알베르토가 책을 한 권 꺼내 보여 주었다.

‘아무거나’라고 했는데. 배려심 넘치는 집사는 역시나 그녀의 의견을 먼저 물었다.

“무슨 책인데?”

“그게…….”

“뭔데‚ 여기선 잘 안 보여서 그래.”

묘하게 머뭇거리는 것이 알베르토답지 않았다. 하긴 제목을 말하라 하니 난감할 법도 했다. 책장에는 오직 여성향 성애 소설밖에 없었으니까.

“영애님을…….”

“뭐? 똑바로 이야기해야지‚ 알베르토.”

세라는 일부러 새침한 어조로 그를 다그쳤다. 이렇게 완벽한 집사도 고장 나는 순간이 있었다. 그걸 보려고 일부러 짓궂은 심부름을 시킨 참이었다.

쥐 죽은 듯한 적막 속에서 꼴깍‚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영애님을 덮쳐 주세요.”

“응?”

“…라고 쓰여 있습니다.”

얼굴은 돌리고 있었지만‚ 귓바퀴가 빨개진 것이 보였다. 늘 진중하기만 하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귀엽긴. 반응이 저러니까 더 놀리고 싶네.’

세라가 입술을 비틀면서 웃었다.

“아냐. 그거 말고. 그 옆에 거.”

“이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게 뭔데?”

“…….”

“알베르토‚ 여기선 안 보인다니까?”

세라는 알베르토가 허둥댈수록 더 짓궂게 굴고 싶었다. 그는 짧은 심호흡을 한 후‚ 목청을 가다듬더니 제목을 읽어 주었다.

“그러니까 <절륜한 공작과 천일의 밤>이군요.”

“아아‚ 그건 여러 번 재탕해서 지겨워. 거기 <그녀의 다리 사이> 없어?”

“잠시만요.”

그가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책을 뒤적거렸다.

“아마 <잘생긴 노예와의 배덕한 관계> 옆에 있을 거야. 아‚ 그것도 당기네. 같이 꺼내 줘.”

그녀는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척 뒤통수에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주인의 성화에 주섬주섬 책을 꺼낸 알베르토가 휘청거리며 사다리를 내려왔다.

끼익- 끽. 사다리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곧 소리가 멈추고‚ 그의 두 발이 바닥에 닿았다.

책을 들고 바로 올 줄 알았던 알베르토는 등을 돌린 채 잠시 얼어붙어 있었다.

“뭐 해. 얼른 줘.”

일부러 재촉하자‚ 알베르토가 아주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앞모습을 본 세라의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방금 엄청난 걸 본 것 같은데.’

평소에도 수납이더니만. 발기하고 나니 또 되게 커졌네. 그녀는 터질 것처럼 불룩해진 그의 앞섶을 슬쩍 보고는 픽 웃었다.

“하-암‚ 배불러.”

세라는 일부러 하품하는 척하면서 눈을 감고는 얼굴을 감쌌다. 그건 알베르토를 향한 일종의 배려였다.

늘 배려심 넘치는 우리 집사님께서는 저 흉흉한 걸 들키고 싶지 않을 테니까.

“여기 있습니다.”

그가 그 틈을 타 재빠르게 다가와서 테이블에 책을 올려 두었다.

그리고 사다리를 제자리에 가져다 두려는 듯 허겁지겁 책장으로 향했다.

“몸이 찌뿌둥하네. 목욕이나 할까.”

“…….”

그녀의 도발에 그가 또 한 번 멈춰 섰다.

“알베르토‚ 준비 좀 해 줄래? 책은 욕조에서 읽을까 해.”

“목욕물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는 그녀가 뭐라 덧붙이기 전에 쏜살같이 방을 빠져나갔다.

“아‚ 재밌어.”

놀리는 맛이 쏠쏠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세라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

욕조는 아담했다. 한 사람이 들어가기엔 넉넉하고‚ 두 사람이 쓰기엔 조금 비좁을 것 같은. 그런 크기였다.

“후우. 좋다.”

몸을 담그고 있던 세라가 긴 숨을 내쉬며 나른하게 웃었다.

역시나 집사가 유능해서일까. 목욕물 온도도 기가 막혔다.

알베르토는 그녀가 몸을 담그면서 보아도 책이 젖지 않도록‚ 나무판을 올려 독서대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걸 빳빳하게 세운 상황에서도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단 말이지.’

잔뜩 피가 몰려 아팠을 텐데 말이다.

어쨌거나 세라는 그의 대단한 정신력에 박수를 보냈다.

책이고 뭐고. 욕조에 들어오자 온몸이 노곤하게 녹아드는 것 같았다. 목욕은 하루 중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알베르토는 그녀의 보호자인 동시에 감시자기도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부터 한 시간.

이 시간을 오롯이 즐겨야만 했다. 혼자가 아니라서 할 수 없었던 걸 하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오늘은 뭐로 할까.’

세라는 하루에 한 번‚ 이 시간이면 꼭 의식을 지내는 것처럼 목욕했다.

습관적인 일과라고 해도 어쩌다 하루쯤은 시간이 바뀔 법도 한데.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다.

[시스템: 미션 힐링 타임! ‘자기 보상’을 통해 성욕을 80% 이하로 유지하십시오. (현재 성욕 84%)]

이 시간만 되면 이렇게 시스템 창이 알람을 울려 댔으니까.

[시스템: 해소되지 못한 욕구는 재앙을 일으킵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히스테리’가 대폭 증가합니다.]

[시스템: 경고! ‘히스테리 폭발’ 상태가 되면 ‘세라’의 ‘폭력성’이 증가하여 배드 엔딩 확률이 15% 상승합니다.]

사실 알람이 아니라 협박에 가까웠다. 감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어진 미션이니 성실히 수행할 수밖에.

명색이 19금 역하렘 게임 하드 모드 여주여서일까. 그녀의 몸은 자신의 욕구에 너무도 충실했다.

목욕 시간은 끓어오르는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위로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 이게 좋겠다.’

즐비하게 놓여 있는 향유 병들을 손가락으로 길게 훑다가‚ 한 곳에서 멈추었다.

[시스템: 아이템 ‘술탄의 향유’ 획득. (효과: *기력 상승)]

효과가 ‘기력 상승’이라고?

뚜껑을 열고 킁킁‚ 냄새를 맡아 보았다. 술탄의 향유라길래 마초에게서나 날 법한 냄새일 줄 알았는데. 향기로운 꽃향기가 코끝에 퍼졌다.

‘향기가 좋네.’

그게 또 제법 취향에 맞았다.

기분 탓일까. 온갖 상념과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세라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시스템: 아이템 ‘술탄의 향유’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그럼 술탄처럼 대차게 힐링 한번 해 볼까.

세라는 망설임 없이 ‘예’를 선택하고는 목욕물에 향유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흐으.”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욕실 안을 가득 채우는 진한 향기. 은근하게 달아오르는 열감에 온몸이 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효과 끝내준다.’

그녀의 뺨이 순식간에 발그레해졌다.

혈관을 타고 따듯한 것이 퍼지는 느낌. 전신에 피가 돌며 잠자던 감각을 깨우는 기분이었다.

‘여기에 전신 마사지까지 더하면 극락…이겠지…….’

매끄러운 목욕물을 어깨에 끼얹던 그녀가 제 팔을 주물렀다. 악력이 부족해서일까. 낑낑거리며 눌러 봐도 영 시원하지 않았다.

‘에휴‚ 안마는 무슨 안마냐. 할 일이나 해야지.’

수면이 일렁이며 젖꼭지를 간지럽혔다. 그 느낌이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세라는 향유를 가슴께에 바르면서 살짝 문질러 보았다.

“읏.”

꼿꼿하게 선 유두가 손바닥에서 비벼지며 절로 신음이 끓어올랐다. 세라는 제 가슴을 감아쥐고‚ 엄지로 젖꼭지를 빙글빙글 굴리다가 꾹 눌러 보았다. 손끝이 미끄러질 때마다 아슬아슬한 쾌감이 찾아왔다.

“…하아.”

자기도 모르게 뜨거운 숨이 입가에 새어 나왔다. 그렇게 제 젖무덤을 지분거리다가 아랫배가 간질거리는 느낌에 다리를 벌렸다.

다리 사이 둔덕을 비집고 통통하게 발기한 음핵을 찾았다. 물속에서도 이미 끈적한 음액이 흘러나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질구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다가 고여 있는 애액을 흠뻑 묻히고‚ 길게 쓸어 올렸다.

“흐으응.”

종착지는 역시나 클리토리스였다. 세라는 손가락을 눕혀 음핵을 질척하게 비벼 보았다. 압박하며 비벼 올릴 때마다 표피가 쓸려 올라가며 아찔한 쾌감을 선사했다.

한참을 쏘삭거리자‚ 묘한 간지러움이 순식간에 골반 전체로 퍼졌다. 발등이 오므라들고 질 내벽이 안쪽으로 움찔거리며 잘게 수축했다.

첫 절정이었다. 터질 듯이 부푼 음핵에서 쿵쿵‚ 맥이 뛰는 것 같았다.

‘…하고 싶다.’

절로 욕구가 치밀었다.

이번에는 한 손으로 젖가슴을 뭉개면서‚ 다른 손으로는 질구를 공략했다. 그녀의 가는 손가락이 회음을 맴돌다‚ 미끄러지듯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흐읏!”

세라는 삽입과 동시에 자신의 완벽한 집사를 떠올렸다.

그의 커다란 몸에 깔려 보고 싶었다. 널찍한 등판에 매달려 손톱을 박아 넣는다면 어떨까. 그 탄탄한 허벅지를 깔고 앉아 마음껏 흐느끼고 싶다.

정말이지. 상상 이상의 엄청난 크기였지. 그런 거대한 좆에 박히면 어떤 느낌일까. 그 묵직한 존재감을 상상하자‚ 다리 사이가 배배 꼬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머릿속은 주체할 수 없는 음심으로 온통 뒤덮이고 있었다.

[시스템: 경고! 플레이어의 ‘발칙한 망상’으로 인해 성욕이 대폭 상승합니다. (현재 성욕 92%)]

어이가 없었다. 성욕을 해소하려고 시작한 자위인데 왜 점점 올라가는 거야?

[시스템: 해소되지 못한 욕구는 재앙을 일으킵니다.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경우‚ ‘히스테리’가 대폭 증가합니다.]

알아‚ 알았다고!

계속되는 시스템의 경고에 짜증이 치미는 걸 보니‚ 벌써 히스테리가 증가한 것 같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이참에 알베르토랑 좀 더 가까워져 볼까.’

어차피 알베르토는 그녀를 돕는 NPC일 뿐‚ 남주가 아니었다. 조금 유혹한다고 해서 대놓고 경멸하거나‚ 죽이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친해지면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고.’

세라는 그동안 했던 다른 게임들을 떠올려 보았다. NPC와의 친밀도를 높여 아이템이나 정보를 얻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니면 뭐 어때. 어차피 잘생긴 놈이랑 섹스하려고 실행한 게임인데.’

남주들이랑 해 보지도 못하고 개죽음당하는 것보단‚ 확실히 알베르토를 취하는 편이 이득이었다.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편하게 말씀해 주시라고 했지?’

그녀가 몽롱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알베르토?”

“…네?”

닫힌 문 너머로 알베르토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좀 가까운데. 문 앞에 있었나?’

그럼‚ 흥분에 달뜬 신음도 들은 건 아닐까?

어쨌거나 이쪽 사정이 급한 걸 아는 건지. 필요할 때 바로 대답해 주니 고마웠다.

“…잠깐 도와줄래?”

“네?”

“나 혼자선 좀… 곤란해서.”

세라는 일부러 끙끙거리며 도움을 청했다.

“…무슨.”

“얼른.”

끼이익. 욕실 문이 열리고 알베르토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주인의 나신을 보지 않기 위해서일까. 그는 허공을 보고 있었다.

‘떨긴.’

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선 나름의 묘책이 필요했다. 세라가 입술을 슬쩍 비틀더니‚ 가슴을 가린 채 와락 몸을 웅크렸다.

“…읏‚ 알베르토. 나 발에… 쥐 난 것 같아.”

“쥐요? 괜찮으십니까?”

“흐읏‚ 아파. 어떻게 좀 해 줘.”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쥐가 풀릴 때까지 주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흑‚ 흐으. 빨리.”

알베르토가 서둘러 재킷을 벗고는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아가씨.”

알베르토는 욕조 안에 손을 넣어 그녀의 발을 찾더니 정성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응‚ 아‚ 아파.”

“조금 참으셔야 합니다. 반대쪽도 그러십니까?”

“…응.”

세라가 계속 앓는 소리를 냈다. 그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그녀의 작은 발을 연신 조몰락거렸다.

“계속 저리십니까?”

“응. 좀 더 위에도.”

“여기 말입니까?”

그의 손길이 복사뼈를 주무르며 발목으로 올라갔다.

“으응. 조금 더 위.”

“종아리 근육도 놀랐나 봅니다. 풀어 드릴 테니 아프시면 말씀하십시오.”

역시 남자의 악력은 달랐다. 뭉친 부분만 정확히 짚어 지압하는 손길에 그냥 온몸을 맡기고 싶었다.

“무릎 위도.”

“네?”

“…나 다리가 다 찌릿찌릿해. 어떡해‚ 알베르토?”

세라가 일부러 발갛게 젖은 눈가를 파르르 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

그의 목울대가 길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제가 혹여나 실례를 범하더라도.”

“으응.”

“…아가씨를 편안하게 해 드리기 위한 것이니 조금만 참아 주세요.”

그녀가 긴 속눈썹을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베르토는 그녀의 매끈한 다리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주무르기 시작했다.

“흐읏.”

절로 낮은 신음이 끓어올랐다. 발끝에서부터 복사뼈를 타고‚ 종아리를 지나 무릎까지. 착실하게 풀어 주며 올라온 손길이 어느새 허벅지를 지압하고 있었다.

물오른 살덩이가 그의 손아귀에 감겨들었다. 손가락 끝이 허벅지 안쪽에 닿을 듯 말 듯 스칠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걸 그대로 안쪽으로 파고들어서 마구 헤집고 비벼 주었으면.’

애액이 허벅지 안쪽까지 흘러내렸는데. 혹시나 눈치챘을까.

‘간질간질해.’

세라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무릎을 안쪽으로 웅크렸다.

그 바람에 미끄러질 뻔했던 알베르토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어 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아니야. 나 때문인걸. 순간적으로 너무 간지러워서.”

세라가 혀를 빼꼼 내밀어 아랫입술을 핥았다. 그의 청회색 눈동자가 젖은 입술에 머물렀다가‚ 손으로 가린 가슴골로 떨어졌다.

“…….”

그러나 몇 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돌려 버린다. 그의 시선을 눈치챈 세라가 새침하게 웃었다.

“고마워.”

“아닙니다.”

“알베르토는 안마를 정말 잘하네. 덕분에 다리가 가뿐해졌어.”

“나아지셨다니 다행이군요.”

민망해서일까. 괜히 목청을 가다듬는 모습이 멋쩍어 보였다.

“그보다 어깨도 좀 뭉친 것 같은데‚ 주물러 줄래?”

“어깨 말입니까?”

“응. 맨날 엎드려서 책만 읽어서 그런가.”

그녀는 주먹을 말아 쥔 채 제 어깨를 콩콩 쳤다.

“부탁 좀 할게‚ 알베르토. 응?”

아가씨가 이렇게나 간청하다니. 알베르토는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것 같았다.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알베르토는 세라의 알몸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그녀의 등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얗고 둥근 어깨를 그러쥐었다.

“읏.”

그녀가 몸을 살짝 떨며 앓는 소리를 냈다.

“죄‚ 죄송합니다.”

“시원해서 그래. 더 해 줘.”

당황해서 사과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세라가 여상히 웃으며 책을 펼쳐 들었다.

알베르토는 벨벳같이 부드러운 살결을 마사지하며 그녀의 뒷모습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머리를 하나로 틀어 올려서일까. 암사슴처럼 긴 목선 위로 설핏 삐져나온 잔머리에 자꾸만 시선이 머물렀다.

목선을 타고 올라가자 도톰한 귓불이 보였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귓불에는 잔잔한 물기가 맺혀 있었다.

조금만 세게 쥐어도 부서질 것 같아서. 여리고 보드라운 어깨를 주무르면서도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로운 감각이 들었다.

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체취가 폐부까지 달큼하게 데우는 통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그가 옅은 숨을 내쉬었다. 온몸의 감각이 손끝에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해 눈동자를 바지런히 움직였다.

그러다 그녀가 골몰하며 읽고 있는 소설책에 시선이 꽂혔다.

[황제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감싸 쥐었다. 유두를 손끝으로 지그시 누르고 비비자 새된 신음이…….]

망측한 내용이었다. 토끼 같은 얼굴로 어쩜 저런 요사스러운 걸 읽는 걸까.

“알베르토?”

갑자기 호명된 그가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고개를 돌렸다.

“네‚ 아가씨.”

“살이 쓸려서 좀 뻑뻑하네. 여기 이 향유 좀 발라서 해 줄래?”

세라가 작은 호리병을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얼떨결에 향유를 받아 든 그가 뚜껑을 열고 손바닥에 고일 정도로 부었다.

진득한 액체를 양손에 비벼 바르고는 조심스레 그녀의 어깨에 문질렀다.

“하아.”

섬세한 손길이 살결을 타고 미끄러졌다. 어깨와 등까지 샅샅이 문지르자‚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고개를 젖혔다.

시야에 희고 동그란 젖무덤 두 개가 천천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들어왔다. 그는 앞섶에 급격히 피가 몰리는 걸 느끼며 시선을 딴 곳에 두려 애를 썼다.

“후우‚ 여기도.”

“…네?”

“앞쪽도 발라서… 문질러 줘.”

“…….”

고개를 젖힌 세라가 젖은 눈으로 빤히 올려다보았다. 제법 노골적인 시선에 얼어붙은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가슴이 결려.”

그녀가 못 참겠는지 제 손으로 젖가슴을 은근하게 문질렀다. 달뜬 얼굴로 제 가슴을 주무르는 모습이 지독히도 야해 보였다.

“얼른 안마해 줘. 응?”

“아가씨.”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하라고 했잖아.”

급기야는 그의 손을 끌어당기며 접촉을 보챘다. 향유로 미끌미끌해진 손이 쇄골 아래로 끌려 내려오자‚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던 청회색 눈동자에 균열이 생겼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 알베르토는… 완벽한 집사인걸…….”

“글쎄요.”

이젠 아닐지도.

그의 양 손바닥이 젖가슴을 누르듯 감싸 쥐었다. 사납고도 섬세한 손길에 그녀의 유방이 모양 좋게 뭉개졌다.

“아가씨께서 절 이렇게 고장 내셔서. 하아.”

달뜬 숨이 귓가에 부서졌다. 귓속이 단번에 뜨거워졌다. 그는 말을 한 번에 잇지 못할 정도로 평정심을 잃은 것 같았다.

“그만하라 하셔도 못 멈출지도 모릅니다.”

그가 어금니를 물고 낮게 으르렁댔다. 커다란 손이 살덩이를 빠듯하게 움켜쥐는 감촉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흐응.”

“그러니 부디 후회 마시길.”

귓가에 더운 숨이 부서졌다. 그의 양손이 풍만한 가슴을 안쪽으로 와락 모았다.

“여깁니까.”

“하‚ 으읏.”

어느새 도톰하게 발기한 유두가 손가락 사이에 야살스럽게 끼워졌다. 그걸 슬쩍 으깨듯 비비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여기도 결리십니까?”

알베르토는 손바닥으로는 원을 그리면서 손끝을 세워 분홍색 유두를 집요할 정도로 간지럽혔다.

“잔뜩 뭉쳤군요. 귀엽게도 빳빳하게 섰는데‚ 보이십니까?”

“으응.”

남자의 거친 손아귀에 유린당하는 제 가슴을 보니 성감이 끓어올라 몸이 비틀리는 것 같았다.

“풀어질 때까지 문질러 드리겠습니다.”

뽀얀 살덩이를 단단히 감아올리고‚ 지문에 묻은 향유를 젖꽃판에 지그시 펴 발랐다.

“하앙!”

세라의 허리가 움찔 떨리며 안쪽으로 휘어졌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덜덜 떨리는 잇새로 교성이 터져 나왔다.

“쉬이. 괜찮습니다.”

그가 밭은 숨을 토하며 파르르 떨어 대는 그녀의 뒷덜미를 입술로 달래듯 지분거렸다.

“겨우 이 정도 마사지로 아프신 겁니까.”

“하아‚ 하아…….”

“젖꼭지가 많이 뭉쳤네요. 역시 손으로는 안 되겠는데요.”

목선을 타고 올라온 그의 입술이 귓불을 잡아 삼켰다. 이를 세워 잘근거리며 깨무는 순간‚ 온몸의 솜털이 바짝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가 그녀의 귓바퀴를 느른하게 핥아 대고는 잔 키스를 뿌리며 귓속말을 해 왔다.

“하아‚ 아가씨. 입으로 물고 빨아 줘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선 어렵겠군요.”

“아파. 그러니까 빨리… 어떻게 좀 해 줘.”

“실례를 용서하세요.”

알베르토는 정말 마시지만 하려는 사람처럼 옷을 입은 채 욕조 안에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자 욕조 물이 크게 출렁거리며 넘쳐흘렀다.

목욕물에 흠뻑 젖어 흰 셔츠가 달라붙은 모습은 정말이지 지독하게 야했다. 앞섶이 풀린 셔츠 사이로 반듯하게 드러난 쇄골과 탄탄하게 붙어 있는 흉근. 살짝 발기해 있는 유두까지.

그녀는 전라 상태임에도 오히려 물에 젖은 그의 모습이 더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베르토는 성마르게 그녀를 제 몸 위로 끌어왔다.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마주 본 자세로 제 허벅지 위에 그녀의 다리를 벌려 앉혔다. 말랑한 둔부가 그의 하체에 뭉개지며 달라붙었다. 엉덩이 밑에 깔린 그의 허벅지는 마치 바위처럼 단단했다.

‘미친. 설마 이게 거기야?’

허벅지 사이로 엄청난 성기의 존재감을 느낀 세라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으로 봤을 때보다 더 크잖아.’

그의 중심은 그야말로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다. 게다가 스칠 때마다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흉포한 성기가 옷 안에서 꿈틀대며‚ 사납게 쏘삭거릴 때마다 오싹오싹 소름이 끼쳤다.

옷 안에서도 이 정도인데 꺼내면 얼마나 거대할까. 상상조차 가지 않아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이거 완전 잘못 건드린 거 같은데. 넣다가 까무러치는 거 아니겠지?’

세라가 잔뜩 겁먹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알베르토가 숭배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유방을 조심스레 받쳐 올렸다.

“아가씨의 가슴은 정말 크고 말랑하군요.”

“흣. 흐…….”

“요 귀여운 게 아프시다니.”

알베르토가 우뚝한 콧날로 그녀의 유두를 톡 건드리고는 픽 웃었다.

“얼른 풀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입술로 가볍게 빨아 당겼다. 숨을 흣‚ 멈췄다가 이내 못 견디겠다는 듯 터뜨리는 그녀를 보고‚ 그가 낮게 웃었다.

“착하지‚ 우리 아가씨.”

“흐으응.”

“조금만 참아 보세요.”

예뻐 죽겠네.

그의 손길이 어르듯 상냥하게 그녀의 뺨과 목선을 쓰다듬다가‚ 이내 가슴으로 내려온다. 가볍게 애무하다가도 못 참겠는지 자꾸만 사납게 움켜쥐었다.

젖가슴을 볼이 패도록 깊게 흡입하자 쪽‚ 소리를 내며 입 안에 잡아 먹혔다.

세라가 몸을 잔뜩 웅크리며 발끝을 콱 오므라뜨리는 게 느껴졌다. 커다란 손이 그녀를 달래며 허리를 쓸어 주었다.

“…알베르토는 눈이 많이 나빠?”

수증기 때문일까. 안경에 김이 서려 그의 눈이 희미하게 보였다. 세라는 저걸 벗겨서 그 나른하고도 정염에 가득 찬 눈을 직접 보고 싶었다.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이렇게 예쁜 건 조금 자세히 보고 싶어서요.”

“잘 안 보이지 않아? 여기 뽀얗게 김 서렸어.”

“그러게요. 안 그래도 거슬리던 참입니다.”

그가 입꼬리를 당기며 안경을 끌어 내렸다. 물기 어린 청회색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참으로 예쁘고 색정적인 눈이었다.

그가 긴 속눈썹을 아래로 떨구었다가 느릿하게 치켜떴다.

눈동자를 더 관찰하려는데‚ 갑자기 그가 그녀에게 안경을 씌웠다. 도수가 있는 안경인지 현기증에 눈이 핑 도는 것 같았다.

“…응?”

“귀여울 것 같아서요.”

“이상해. 어지러워.”

“잠깐만 맡아 주십시오.”

희뿌연 시야에 더듬거리고 있는데‚ 그가 허리를 안고 촉‚ 입을 맞춰 왔다.

“하아.”

“힘 빼고. 제 목을 안으세요.”

그녀가 순순히 목을 끌어안자‚ 젖은 소리를 내며 유두를 머금더니 혀로 느른하게 궁굴렸다.

“아…….”

젖꼭지를 핥으면서 새는 낮은 탄성과 젖은 점막의 소리. 뱀처럼 요사스럽게 날름거리는 혀의 감촉.

유두가 한껏 민감해진 탓에‚ 혀의 미뢰 하나하나까지 다 느껴졌다.

아랫배 깊은 곳에서 짙은 흥분이 끓어올랐다. 시야가 흐려지니 다른 감각이 더 예민해진 것 같았다.

간지러워서 어깨를 비틀자‚ 허리를 감았던 그의 팔에 더 단단하게 힘이 들어갔다.

그가 혀끝을 세워 젖꼭지를 핥아 뭉개듯 괴롭혔다. 그녀가 몸을 밀어내며 바르작거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젖먹이처럼 유륜까지 입술로 감고 쭉쭉 힘차게 빨았다.

그럴수록 그녀의 유두는 풀어지긴커녕 심지를 세우며 더 빳빳해졌다. 그게 또 못 견디게 귀여운지‚ 그가 잠시 입술을 떼고 웃었다.

“그새를 못 참고 젖꼭지를 세우시다니. 음탕한 아가씨네요.”

짓궂게 놀리다가도 이내 갈증이 이는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성기를 쳐올리듯 밀착시켰다.

그가 그녀의 안경을 벗기고 휙 던져 버렸다. 아득하던 시야가 맑아지고‚ 그의 유려한 얼굴이 제 가슴에 파묻힌 게 보였다.

“보십시오. 제가 이걸.”

“아‚ 아아…….”

“얼마나 달고 맛있게 먹는지.”

그가 풍만한 가슴을 제법 포악하게 받쳐 눌렀다. 유두가 뾰족하게 내밀어지자 군침을 삼키더니‚ 입 안에 머금고 심술궂게 질겅거렸다.

“하앗! 아!”

“후우‚ 맛있어.”

알베르토는 이성 따위는 날린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흥분에 취한 눈이 나른하게 풀렸다.

귓가에 목이 쉰 듯한 교성이 맴돌자‚ 한층 더 맹렬하게 젖가슴을 탐했다.

유방을 입 안에 가득 문 채 젖꼭지가 발갛게 부풀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혔다.

그에게 젖을 빨릴 때마다 찌릿찌릿 감각이 곤두서는 통에‚ 세라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쁜 숨을 삼켰다.

온 신경을 잡아 흔드는 듯한 그의 애무가 버겁기만 한데‚ 또 이상하리만치 기꺼워서 계속 갈증이 일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칼을 감아쥔 채 허리를 지그시 돌렸다.

“흣.”

알베르토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유두에서 입술을 떼어 내자‚ 타액이 마치 거미줄같이 길게 늘어졌다.

거미줄에 묶인 사냥감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건 다 저 입술 때문이었을까. 생각할 새도 없이 꿰뚫듯 올려다보는 젖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맞닿은 아래를 질척하게 문질렀다. 착각인지 몰라도‚ 그녀 밑에 깔린 알베르토의 중심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아가씨‚ 이런 못된 짓은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그 음탕한 소설들‚ 다 갖다 버려야겠네. 알베르토가 몽롱하게 중얼거렸다.

“그냥 아래가 간지러워서. 흣‚ 비비고 싶어서 그랬어.”

“옷 위에 하면 여린 살이 쓸려서 다치니까‚ 하아…….”

알베르토가 긴 숨을 뱉으며 급히 바지의 버클을 풀었다. 바지 속에 갇혀 있던 뜨거운 성기가 퉁 튕겨 나와 둔부에 미끄러졌다.

“흑.”

큰 몽둥이로 얻어맞는 것처럼 아찔한 감각에 세라는 깜짝 놀라‚ 목에 매달리며 작게 흐느꼈다.

“맨 좆에 비벼야겠습니다.”

엉덩이에 비벼지는 성기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왈칵 애액을 쏟은 그녀는 거대한 그의 좆에 그걸 펴 바르듯 길게 허리를 움직였다.

“정말 엉망으로 젖었군요.”

“흐읏‚ 흐‚ 뭐가 자꾸 나와.”

성기끼리 마찰할 때마다 내벽이 욱신거리며 뜨거운 것이 자꾸만 흘러내렸다.

“…어떡해‚ 알베르토?”

“문질러서 닦아 드릴 테니 울지 마십시오.”

거대한 성기가 그녀의 음부에 누운 채 비벼지고‚ 귀두가 음핵에 턱턱 마찰음을 내며 눌리듯 처박혔다. 삿갓 부분이 질척하게 긁어 올릴 때마다 딸려 올라간 음핵에 잘게 경련이 일었다.

“흐으.”

달뜬 숨이 터진 입가에 침이 고였다. 질구는 음액으로 엉망이 되어 좆을 잡아 삼킬 것처럼 벌름거렸다.

“안쪽이 욱신거려.”

어서 엉망으로 쑤셔 넣고 거칠게 흔들어 주었으면.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손끝으로 그녀의 밀지를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여기 말입니까.”

그녀가 대답 대신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눈으로 봐야겠는데.”

“으응.”

“엎드려 주시겠습니까.”

세라는 순순히 몸을 일으켜 욕조의 턱을 잡고 엎드렸다. 알베르토의 손길이 그녀의 머리 위에 닿았다.

툭. 핀이 떨어지자 틀어 올렸던 밤색 머리칼이 새하얀 등에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가 그녀의 복숭아 같은 엉덩이를 감싸 쥔 채 양쪽으로 잡아 벌리자 주름진 음부가 활짝 펼쳐졌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음부에는 치모는커녕 옅은 솜털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쁘네요.”

“흑‚ 흐…….”

“꼭 농익은 복숭아 같습니다.”

애액으로 흥건한 진분홍빛 항문과 파르르 떨고 있는 소음순을 보자 아랫도리에 피가 쏠려 아플 지경이었다.

이미 알베르토의 중심은 커질 대로 커져서 배꼽까지 치솟을 만큼 성이 나 있었다.

새빨간 석류알처럼 도드라져 나온 클리토리스를 보자 얼굴을 처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물이 줄줄 흘러서 안 보이네요. 다 빨아내야겠습니다.”

그가 홀린 듯이 그녀의 음부에 얼굴을 묻고 날개처럼 펼쳐진 살에 입술을 비볐다. 회음부를 배회하던 그의 혀가 오아시스라도 찾은 것처럼. 질구를 동그랗게 핥으며 애액을 퍼 올렸다.

욕조 턱을 그러쥔 그녀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야속하게도. 그는 넣을 듯 말 듯 애만 태우고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확 끌어안고 혀를 쑤셔 넣었다.

“흐응!”

습격과 같은 삽입에 절로 고양이 같은 비음이 터졌다. 꽃술에 주둥이를 꽂고 꿀을 빨아내는 나비처럼‚ 그는 혀끝을 구부려 집요하게 내벽을 긁어냈다.

골반을 감아쥐고 한참을 쏘삭거리던 그가 윗입술에 묻은 질액을 혀로 핥으며 야릇하게 웃었다.

“아가씨의 여기는. 하아.”

“으읏‚ 흐으.”

“빌어먹게 달고‚ 향긋하네요.”

그러고는 여름의 복숭아처럼 핑크빛 홍조로 물든 그녀의 엉덩이에 이를 박아 넣었다.

짜릿한 감각에 그녀의 허리가 잘게 튀자‚ 군침이 가득 고였다. 그는 도저히 못 참겠는지 음부에 혓바닥을 박은 채 주린 개처럼 정신없이 핥아 올렸다.

혀가 쑤셔 대며 마찰을 거듭할수록 음부는 불붙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터질 듯한 열감에 그녀가 골반을 비틀었다. 그럼에도 알베르토는 제 주인을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가 지나친 흥분에 상체를 무너트리건 말건. 엉덩이를 사납게 옭아매고 음부를 흠빨며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흐으! 하! 아아!”

세라의 발꿈치가 들리고 엉덩이가 하늘로 치솟았다. 혀를 눕혀 클리토리스부터 회음부까지. 애액과 타액이 섞인 질척한 점액을 잔뜩 칠했다.

장난스레 이를 세워 말캉한 소음순을 질겅거리면서‚ 일부러 쭙쭙 대며 난잡한 소리를 냈다.

“흐읏‚ 읏‚ 아‚ 알베르토‚ 응‚ 그만.”

흥분이 몰려와 골반을 집어삼켰다. 오금에 힘이 빠지고 눈앞이 새하얘졌다.

이미 한차례 절정에 다다른 세라가 몸을 꼬는데도‚ 그는 이성 따위는 날아간 사람처럼 대답이 없었다. 그럴수록 더 강하게 혀를 세워 음부를 파고들 뿐이었다.

“하응! 응!”

주름진 내벽이 경련하며 혓바닥을 조여 물자‚ 인내심이 바닥난 그가 낯을 떼어 내고 그녀를 부둥켜안았다.

“안이 엄청 조이는데. 더 깊은 곳도 봐 드릴까요.”

“…응. 넣어 줘.”

엎드려 흥분으로 떨고 있는 그녀의 등에 울퉁불퉁한 남성의 육체가 질척하게 흘레붙었다. 쿵쿵. 그의 심장이 거세게 박동하며 그녀를 두드렸다.

“하아‚ 당장 쑤셔 박고 싶어 돌아 버릴 것 같은데.”

조금의 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녀를 끌어안은 그가 무섭도록 짙은 숨을 토해 냈다.

“너무 좁아서. 그냥 넣으면 다 찢어질 것 같습니다.”

“읏‚ 흐으.”

“제가 좀 배려가 넘쳐서요.”

다정한 어조와는 달리 그의 손길은 제법 난폭했다. 한 손으로는 젖가슴을 터뜨릴 듯 뭉개면서‚ 다른 쪽으로는 손가락 두 개를 세워 엉망으로 젖은 질구를 파고들었다.

중지와 약지를 넣고 넓히듯이 흔들면서 음부를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클리토리스를 엄지로 궁굴려 주었다.

음액으로 가득 차 고습한 점막이 그의 손가락에 빨판처럼 달라붙었다.

“기특하게도. 넣어 주는 대로 꽉꽉 잘 물고 예쁜데.”

“하으‚ 읏‚ 으!”

“상을 줄까.”

어느새 짧아진 말에 세라는 마음이 더 동했다. 이대로 말 잘 듣는 착한 아가씨가 되어 고분고분하게 박히고 싶었다.

내벽의 주름을 핥듯이 긁으며 왕복하던 손마디가 돌연 안쪽으로 구부러졌다.

예민한 곳을 찔린 세라가 읏‚ 하며 고개를 젖히자‚ 안까지 더 깊게 박아 넣고는 넓히듯 둥글렸다. 그의 흉포한 삽입에 세라는 묘한 요의를 느꼈다.

“뭐가 나‚ 나와. 싸‚ 쌀 것 같아. 흐읏‚ 흐!”

“가도 돼. 괜찮아요.”

그가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잔뜩 젖어 달라붙은 밤색 머리칼을 하나로 틀어쥐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안에 더 깊이 찔러 넣었다. 허리가 꺾이며 목선에 아득하게 한기가 돌았다.

“하아아‚ 아아! 앙!”

눈앞에 불꽃이 번쩍 튀었다. 찌걱거리며 요란스레 흔들리던 그녀의 음부가 울컥대며 맑은 액을 게워 냈다. 그게 손바닥에 고이다 못해 팔뚝까지 줄줄 흘렀다.

“후우‚ 야해 빠진 우리 아가씨.”

“흑‚ 흐‚ 흐윽.”

“집사고 뭐고. 다 때려치울까.”

손가락을 빼낸 그가 액을 길게 핥더니 느른하게 속삭였다.

“우는 소릴 들으면 꼴려서. 도저히 못 참겠단 말입니다.”

“…흐응‚ 응.”

“아가씨가 욕조에서 흐느끼실 때마다 문 앞에서 좆 잡고 흔들었는데. 모르셨나 보네요.”

그는 흥분액을 젖가슴에 잔뜩 펴 바르며 그녀의 아랫도리에 귀두를 맞추었다.

“박아 줄까요.”

마치 단걸 물려 줄까‚ 유혹하는 악마의 속삭임 같았다.

“대답해야죠‚ 세라.”

“흐응‚ 읏‚ 흐!”

둥그런 귀두가 회음부를 꾹 누르며 빨려 들어갈 듯 말 듯 머물렀다.

“‘박아 줘‚ 알베르토.’라고 말하는 겁니다‚ 아가씨.”

그 아슬아슬한 감각에 세라는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어서요.”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삽입을 보채는 와중에‚ 사악하게도 수치스러운 대답을 강요하고 있었다.

“흣‚ 으응‚ …바‚ 박아… 줘. 아‚ 알베르…토.”

“하아…….”

그가 낮은 숨을 내쉬며 좆을 밀어 넣었다. 단단하게 발기한 귀두가 축축한 음문을 빠듯하게 비집고 들어왔다. 아직 선단만 들어왔는데도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 같았다.

“으읏‚ 잠깐‚ 자‚ 잠깐!”

“너무 세게 물지 마십시오.”

제대로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러면 어떡하지. 그 사악한 사내는 성기의 앞머리만 걸친 채로 잘게 웃었다.

“힘 빼야 들어가죠.”

세라는 힘을 뺄 형편이 못 되었다. 작살에 꿰뚫린 물고기처럼 가쁜 숨을 내쉬며 엉덩이를 파드득 떨 뿐이었다.

“우십니까‚ 아가씨?”

“흑흐‚ 흣. 내가‚ 흑‚ 잠깐이라고…….”

“미처 못 들었네요. 미안합니다.”

“지‚ 진짜 아프단 말이야.”

“그랬구나.”

알베르토가 세라의 어깨를 돌려서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 발갛게 젖어 떨리고 있는 눈가에 촉촉‚ 입을 맞추었다.

“이럴 때 보면 아가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요.”

“…미안. 끅.”

넣어 달라고 했다가‚ 넣지 말라고 울었다가. 저도 제 변덕을 아는지 히끅‚ 하는 소리를 내며 사과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첫 삽입부터 뒤에서 넣는 건 무리인 모양이었다.

“아니에요. 사과하지 마십시오. 다 제 탓입니다.”

“…….”

“일단‚ 가서 좀 누울까요?”

“…응.”

그는 달싹이는 그녀의 입술에 다시금 촉‚ 입을 맞추고는 공주님처럼 안아 올렸다.

몸이 붕 뜨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세라는 어깨를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그의 품에 안기자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자꾸만 조바심이 들었다.

다분히 신사적인 태도와 달리‚ 그의 성기는 좀체 수그러들 줄 몰랐다. 침대로 가는 내내 꺼떡거리며 찔러 대는 통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

풀썩‚ 그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눕혔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남은 옷가지를 벗어 내려 했다.

젖은 섬유가 이미 달아오른 살갗에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알베르토는 자꾸만 애가 타서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가 마치 뜯어내듯 거칠게 옷을 벗어 던지자 걸작 같은 나신이 드러났다.

‘미친.’

하나 세라의 시선을 강탈한 건 그의 거대한 음경이었다. 과연 경악을 금치 못할 크기였다.

‘저런 걸 넣으려 했다고? 어떻게 넣어. 제정신이야?’

검붉은 선단이 선액으로 번들거렸다. 핏줄이 울퉁불퉁하게 돋은 그의 남근은 배꼽에 닿을 정도로 일어나 있었다.

유려한 외모를 하고 저런 흉포한 걸 달고 있을 줄이야. 세라는 오싹할 정도의 괴리감에 꼴깍‚ 마른침을 삼켰다.

…역시‚ 지금이라도 무르자고 할까?

아니‚ 가당치도 않은 고민이다. 그의 낯빛을 확인한 세라는 바로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은 그녀와는 달리 그는 꽤 여유로웠다. 결코 헐떡이거나 성마른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느른하게 내려다볼 뿐이었다.

하얀 침구 위에서 물기 어린 몸으로 바들바들 떨어 대는 모습. 살결에 드리운 발그레한 홍조‚ 제가 낸 잇자국처럼 볼썽사나운 울혈까지. 모두 찬찬히 눈에 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잡아 둔 먹잇감을 감상하는 포식자 같았다.

한낱 집사 주제에. 제법 오만한 낯이지 않나. 그런 같잖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눈이 마주쳤다. 시선만으로도 사람을 옭아매는 통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설마 다시 시작인가.’

아니나 다를까. 그가 천천히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 커다란 몸으로 세라의 나신을 덮듯이 깔아뭉갰다.

긴장한 그녀가 본능적으로 다리를 와락 오므라트렸다. 그녀는 제법 필사적이었다.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였으므로.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닫힌 고간을 애써 파고들지 않았다. 그녀의 젖은 머리를 살뜰히 쓸어 넘겨 주며‚ 판판한 아랫배 위에 성기를 뭉근하게 밀착해 왔다.

마치 구렁이가 몸을 죄는 것같이 위험한 감각에‚ 세라는 움찔 어깨를 떨었다.

“떨고 계십니다. 추우십니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자신을 걱정한다. 모순적인 상황에 머리가 새하얘졌지만‚ 샅샅이 살피는 그 눈동자를 보자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응. 조‚ 조금.”

“따뜻한 걸 물려 드려야겠네요.”

조금 뜨거울 수도.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젖은 입술이 맞물렸다. 혀끝이 천천히 미끄러지며 치열을 상냥히 훑었다. 혀가 그리는 궤적을 따라 뜨끈한 타액이 흘러들었다.

입가에 고인 액체가 왠지 달게 느껴져서‚ 세라는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잇새를 열었다. 마른 땅에 빗물이 닿듯 타액이 그녀의 입 속에 금세 스며들었다.

입을 벌리자마자 혀가 미끄러지듯 엉겨들었다. 잘게 떠는 그녀의 혀를 맛보듯 할짝대기도 하고‚ 혓몸을 비비기도 하면서 착실하게 뒤섞였다.

“…으으응.”

고조되는 흥분에 절로 앓는 소리가 샜다. 그 새는 소리마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그의 입술에 바로 잡아먹혔다.

키스가 짙어지면서 혀의 움직임도 제법 난잡해졌다. 헐떡이며 차오르는 숨결. 귓바퀴까지 홧홧하게 열이 오르는 느낌. 마치 성교와 같은 입맞춤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가슴과 가슴이 밀착되었다. 젖은 유두가 빨판처럼 달라붙어 비벼지고‚ 심장은 박동을 더하며 내달리고 있었다.

한층 더 거대해진 성기가 프리컴을 뱉으며 그녀의 배 위를 휘저었다. 얼마나 문질러 댔는지‚ 그녀의 배꼽에 선액이 고이는 것 같았다.

세라는 아랫배에 자글거리는 진한 흥분감에 결국 오므렸던 다리를 무너뜨렸다. 이제 자신을 허물어도 좋다는‚ 일종의 허락이었다.

암묵적인 사인을 보냈는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짓을 계속했다. 그러니 오히려 애가 타는 건 세라 쪽이었다.

참으로 사악하기 그지없지. 달아오른 몸을 알아주게 하려면‚ 조금 더 당겨 안아야 할까?

그녀가 그의 목을 안으며 매끈한 다리로 허리를 감아 오자‚ 그가 픽 웃음을 터뜨리고는 입술을 떼어 냈다.

“몸은 좀 녹으셨습니까?”

“하아‚ 하아…….”

“넣어 달라 보채시는 게 아니라면‚ 이런 자세는 좀 위험한 것 같습니다만.”

사악하긴. 결국 세라의 입에서 직접‚ 원하는 말을 얻어 낼 속셈인 거다.

감히 주인을 깔아뭉갠 건방진 집사가 그녀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넣어 줘.”

허락이 떨어지자 그가 나른한 웃음을 뱉었다.

“그 말‚ 후회 안 할 자신 있습니까.”

또 한 번 요망하게 묻는다. 결국 이렇게 제 뜻대로 할 거면서 충직한 척은. 그게 또 싫지만은 않았다.

그가 이미 흥건해진 음부에 좆을 길게 문지르면서‚ 그녀의 양쪽 오금을 콱 움켜쥐었다. 그녀는 어느새 다리를 M자로 세운 채 음부를 활짝 내보이고 있었다.

이건 분명‚ 삽입을 준비하는 몸짓일 터.

“으응. 읏!”

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귀두가 그녀의 음부를 묵직하게 파고들었다.

창상을 입은 것 같은 아찔한 감각에 왈칵‚ 생리적인 눈물이 흘렀다. 세라는 그의 밑에 깔려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파르르 떨고만 있었다.

“숨 쉬어요. 더 들어가야 하니까.”

안 쉬어지는 걸 어떡해. 귓가에 속삭이는 낮은 음성이 지독히도 야속하게 느껴졌다. 답할 여유도 없는 그녀는 젖은 눈으로 허공을 보았다.

그의 페니스가 내벽의 주름을 밀어 올리며 안으로 느릿하게 진입했다. 차라리 한 번에 퍽 박아 주면 좋겠는데. 얄궂게도 뜸을 들인다.

점막이 문대지면서 내는 젖은 소리가 마치 쩍‚ 갈라지는 균열 음인 것도 같았다. 그녀는 마치 산 채로 해체되는 생물처럼 하얗게 파들거렸다.

“흐으‚ 으…….”

“…하‚ 이 좁아터진 걸 어떡하지.”

성기가 씹히는 것 같은 압박감에 그가 침음을 뱉으며 혀끝을 찼다.

“제기랄.”

쿵‚ 하고 끝이 닿자마자‚ 그가 으르렁거리며 욕설을 뇌까렸다. 삽입은 그의 귀두가 자궁구에 뭉개지고 나서야 멈추었다.

퍼즐이 맞춰지듯 성기가 빠듯하게 맞물렸다. 그가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며 허리를 쳐올렸다.

정말이지.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은 압박감이었다. 아득할 정도로 얼얼한 느낌에 허벅지 안쪽이 가늘게 경련했다.

세라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고 있었다. 그리고 발갛게 젖은 눈으로 흐느끼듯 울었다.

“아프십니까.”

그가 접합부를 살피며 물었다. 이렇게 만든 건 본인이면서. 또 상냥한 눈으로 그녀를 쓰다듬는다.

애액과 프리컴이 마찰로 뒤섞이며 피가 섞인 거품을 만들었다. 날마다 음탕하게 보채던 세라의 몸은 의외로 남자 경험이 없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타고날 때부터 야해 빠진 아가씨라니. 그게 알베르토의 음심을 더 자극했다.

“이런‚ 더 부드럽게 해 드릴 걸 그랬나.”

“흑‚ 흐으‚ 아‚ 아파‚ 흑…….”

“그래도 익숙해질 겁니다. 앞으로 밑이 다 헐도록 박아 댈 거니까.”

그가 눈가에 흐른 눈물을 입술로 빨며 옅게 웃었다. 날카로운 쾌감에 등허리가 오싹해지는 느낌이었다.

“못 견디겠으면 말씀하세요.”

“으응‚ 흑‚ 으으…….”

“아님 이걸 물고‚ 깨물어도 좋고.”

볼을 타고‚ 어느덧 턱까지 내려온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겹쳐 물었다.

제법 사나운 키스였다. 난폭하게 입 속을 파고든 혀가 축축한 소리를 내며 난잡하게 뒤섞였다.

흥분을 견딜 수가 없는지‚ 그가 자꾸만 이를 세워 여린 살을 질겅거렸다. 그게 신경질이 나면서도 묘하게 안달이 났다.

대체 무슨 피학적인 욕망인지. 그가 잘 벼른 날 위에 자신을 올려 댈수록 더 아찔한 흥분에 잠식되는 기분이었다.

젖은 점막이 아래위로 축축하게 뒤엉켰다. 입으로는 타액을 물리고 아래로는 꿀렁대며 선액을 뱉어 냈다. 점막을 치댈 때마다 제 것이라고 마킹이라도 하듯‚ 착실하게 질금거렸다.

서로의 타액과 체액이 뒤섞이자‚ 그녀는 점점 몸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알베르토가 세라의 어깨에 팔을 감아 움켜쥐고 페니스를 깊게 처박았다.

“읏‚ 하아!”

세라의 허리가 크게 꺾였다. 그는 순간 들썩이며 내밀어진 앙가슴에 젖은 입술을 파묻었다.

“잔뜩 부푼 걸 보니 그동안 이것저것 먹이길 잘했습니다.”

“흐읏‚ 이렇게 잡아먹으려고 읏‚ 그랬던 거지.”

“들켰네요.”

알베르토가 그녀의 젖가슴을 손아귀에 넣고 양껏 움켜쥐었다.

“윽.”

“기르는 맛이 있긴 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또 금방 보기 좋게 오동통해지고.”

“너무해.”

상체를 일으킨 그가 양손으로 원을 그리면서 차진 유방을 주물렀다. 아래로는 삽입의 속도를 높이면서 제 손에 유린당하는 그녀를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오물오물 잘 먹는 게 예뻐서. 자꾸만 뭘 먹이고 싶었습니다.”

“흐읏‚ 응‚ 으응……!”

“요 입술에 좆을 물려 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는데.”

“읏‚ 으응‚ 응‚ 그만…….”

“역시 아가씨는 아래로도 잘 먹네요. 맛있습니까?”

철벅철벅‚ 젖은 성기가 내는 음란한 물소리에 그가 흡족하게 웃었다. 그의 성기가 촘촘한 질벽을 긁어내리다 다시 들쑤시길 반복했다.

임계점을 지난 고통은 이미 쾌락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후우…….”

진창으로 푹푹 빠져드는 느낌에 알베르토가 탁한 숨을 뱉었다.

한 손으로는 유두를 문지르면서‚ 다른 손으로 음순을 벌려 음핵을 궁굴렸다. 동시에 귀두로 그녀가 느끼는 흥분점을 집요하게 찧어 댔다.

“흐으응‚ 응‚ 으응‚ 아아!”

세 지점이 동시에 자극되는 느낌에 넘실대며 차오르던 흥분이 뾰족하게 날을 세웠다.

정신없는 삽입에 궤를 맞추듯‚ 세라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요분질을 했다.

흥분감을 어쩌지 못하고 세라는 시트를 손이 새하얘지도록 움켜쥐었다. 그걸 그냥 둘 수 없는지‚ 알베르토가 그녀의 손목을 결박하고 상체를 깊게 묻었다.

“아……!”

덕분에 삽입은 한계까지 깊어졌다. 안 그래도 터질 듯이 부푼 살 기둥이 더 몸집을 키우는 게 느껴졌다. 장골이 턱턱 마찰음을 내며 거세게 부딪쳤다.

아랫배에서 용암처럼 부글거리던 성감이 넘쳐흘렀다. 절정에 이른 것을 알아챘는지‚ 그가 벌벌 떠는 어깨를 포악하게 끌어안았다. 내벽이 경련하며 그의 기둥에 미친 듯이 달라붙었다.

아아! 눈앞이 아득해지더니 둑이 터지듯 음액이 줄줄 흘렀다.

“흑‚ 흐으‚ 윽…….”

그녀가 도무지 견딜 수 없는지 흐느끼며 골반을 뒤틀자‚ 집요하게 파고들던 성기가 크게 꿈틀거렸다.

그가 그녀의 몸을 부술 듯이 팔로 죄며 깊게 파정했다. 안쪽에서 뜨끈한 것이 퍼지는 느낌에 온몸에 나른한 탈력감이 들었다.

[시스템: 튜토리얼 모드 ‘세라의 유혹’ 완료.]

[시스템: 업적 달성! ‘친절한 나의 종’ 집사 ‘알베르토’와의 친밀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시스템: 올바른 해소로 인해‚ 성욕이 일정 시간 안정권으로 진입합니다. (효과 지속: 24시간)

- 새로운 자극이 가해지지 않을 경우‚ 안정 상태가 유지됩니다.]

[시스템: 오르가슴의 효과로 스트레스가 하락합니다. (상태: 나른함)]

시스템 창이 뭐라고 지껄이는 것 같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헐떡거릴 뿐이었다.

떨리는 눈꺼풀을 질끈 내리감자‚ 젖은 속눈썹 위로 뜨거운 입술이 닿았다.

“눈 뜨십시오. 아직 안 끝났으니까.”

본 게임을 알리는 목소리에 세라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시스템: 새로운 자극 발생! 안정 상태가 해제됩니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친한 사이니까‚ 한 번으로는 정 없다고 느끼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이왕 시작한 거‚ 한번 질펀하게 굴러 보지 뭐.’

체념한 세라는 다시금 붙어 오는 알베르토의 입술을 받아먹으며‚ 그의 목을 깊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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