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나태한 이성애자의 종말 외전&후기
A-1. 쿼터백의 비밀
“와, 광고 한번 더럽게 많이 하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스폰서들도 심심해서 돈을 쏟아 주는 게 아니니까 이 정도는 기다려 줘야죠.”
“그렇긴 하죠. 그런데 네드. 정말 텔레비전 중계로 만족해요? 직접 가서 보지.”
“괜찮습니다. 전 원래 직관 안 갑니다. 직접 가서 보는 게 좋기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위험 요소가 많다 보니.”
“저기, 지금 말하는 거 야구가 아니고 풋볼인데요? 홈런 볼에 맞아 죽을 걱정은 최대한 양보해서 이해해 보겠는데, 풋볼 관람에 대체 무슨 위험이 있다는 거예요?”
“장소가 더럽잖습니까.”
“아하. 그 위험요. 나 슈퍼볼 스위트 관람할 수 있는데. 비싼 거라 깨끗할걸요?”
“스위트고 아니고가 아니라, 청소 업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있어서 안 됩니다. 그거 때문에 호텔로 옮기지도 못하고 여기 살고 있잖습니까.”
“아하. 그런 거면 어쩔 수 없죠. 사실 나도 슈퍼볼[1] 별로 관심 없어요. NFL이랑 AFL의 차이가 뭔지도 모르고. 네드가 오늘 경기하는 팀 중에 하나가 양키즈라고 해도 난 그냥 믿을걸요?”
“아니, 양키즈는 야구 구단이잖습니까?”
“그러니까 그 정도로 관심 없다는 거죠. 아. 그러고 보니까 네드. 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뭡니까?”
“이고르가 그러던데, 대학 시절에 쿼터백이었다면서요?”
“네, 대학 리그에서 뛰었습니다.”
“그럼 이거 진짜 네드겠네요? 합성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진짜였구나. 되게 야생적이네요.”
“……야성적인 거겠죠. 그리고 그런 사진은 대체 어디서 구합니까?”
“구글링으로? 키워드는 풋볼, 컬럼비아, 대학 리그, 연도로. 네드, 되게 유명했나 봐요? 사진 엄청 많았어요.”
“그야 대학 리그니까……. 그건 그렇고, 왜 하필이면 그 사진을 저장합니까? 좀 더 잘 나온 게 있었을 텐데.”
“왜요, 이것도 잘 나왔어요. 되게, 음, 돌진하는 로데오 황소 같고요.”
“황소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아니면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코뿔소?”
“하. 됐습니다. 쿼터백이 뭐 하는 건지도 모를 사람이랑 대화해서 뭐 합니까?”
“세상에, 네드. 나도 쿼터백이 뭐 하는지 정도는 알거든요?”
“정말입니까?”
“당연하죠, 풋볼에서 공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열심히 달리는 사람이잖아요.”
“…….”
“아, 혹시 공을 가랑이 사이로 던지는 사람인가요?”
“부탁이니까, 신성한 풋볼을 모욕하지 말아 주시죠.”
“유럽에서 풋볼은 발로 차는 걸 말하는데요.”
“여긴 미국입니다.”
“까탈스러운 미국인.”
“당신 국적을 부디 잊지 말아 주시길.”
“어쨌든, 공을 안고 달리든 가랑이 사이로 던지든 되게 결벽하지 않은 스포츠 같은데 그 어떻게 했던 건가요?”
“그걸 따지면 세상에 깨끗한 스포츠가 있기는 합니까?”
“오, 그건 사실이죠.”
“필드 나가서 뛰는 동안은 괜찮습니다. 그 시간엔 아예 머릿속에서 잊어버려요. 어차피 경기 끝나면 곧장 씻을 거니까 오히려 마음 편하죠. 밖에 나가면 손은 괜찮다고 한 거 기억납니까? 그 비슷한 겁니다.”
“아하. 그럼 섹스도 같은 매커니즘으로 적극적이신 거예요? 어차피 더러워질 거니까 적극적으로 더러워져도 괜찮아서?”
“……왜 이야기가 거기로 튑니까?”
“다 맥락이 있어서 그래요.”